가. 계약의 당사자가 타인의 이름을 모용하여 법률행위를 한 경우, 계약 당사자의 확정 방법 나. 갑이 을 명의를 모용하여 체결한 보증보험계약에 따라 보험회사가 보험금을 지급한 경우, 그 보험계약을 무효로 보아 보험회사의 부당이득 반환청구를 인용한 사례
재판요지
가. 계약의 당사자가 타인의 이름을 임의로 사용하여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는 행위자 또는 명의인 가운데 누구를 당사자로 할 것인지에 관하여 행위자와 상대방의 의사가 일치한 경우에는 그 일치하는 의사대로 행위자의 행위 또는 명의인의 행위로서 확정하여야 하지만, 그러한 일치하는 의사를 확정할 수 없을 경우에는 그 계약의 성질, 내용, 목적, 체결 경위 등 그 계약 체결 전후의 구체적인 제반 사정을 토대로 상대방이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행위자와 명의자 중 누구를 계약 당사자로 이해할 것인가에 의하여 당사자를 결정한 다음, 그 당사자 사이의 계약 성립 여부와 효력을 판단하여야 한다.
나. 갑이 을 명의를 모용하여 보험회사와 보증보험계약을 체결하고 그 보험증권을 이용하여 금융기관으로부터 을 명의로 차용한 금원을 상환하지 않아 보험회사가 보험금을 지급한 경우, 그 보험계약을 무효로 보아 보험회사의 부당이득 반환청구를 인용한 사례.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계약의 당사자가 타인의 이름을 임의로 사용하여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는 행위자 또는 명의인 가운데 누구를 당사자로 할 것인지에 관하여 행위자와 상대방의 의사가 일치한 경우에는 그 일치하는 의사대로 행위자의 행위 또는 명의인의 행위로서 확정하여야 할 것이지만, 그러한 일치하는 의사를 확정할 수 없을 경우에는 그 계약의 성질, 내용, 목적, 체결 경위 등 그 계약 체결 전후의 구체적인 제반 사정을 토대로 상대방이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행위자와 명의자 중 누구를 계약당사자로 이해할 것인가에 의하여 당사자를 결정한 다음 그 당사자 사이의 계약성립 여부와 효력을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대법원 1995. 9.29. 선고 94다4912 판결 참조).
원심이 확정한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에 있어서는 소외 1이 위 각 소외인의 명의를 모용하고 관계서류를 위조하여 원고와 이 사건 보증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는 것이므로 원고는 위 각 소외인들과 계약하는 줄로만 알고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기에 이른 것이라 할 것이어서 원고와 소외 1 사이에 행위자인 소외 1을 그 보험계약의 당사자로 하기로 하는 의사의 일치가 있었다고 볼 여지는 없어 보인다. 또한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보험계약은 보험계약자가 피고로부터 받게 될 원심판시 대출원리금의 반환채무를 보증하는 계약임을 알 수 있으므로 이는 채무자인 보험계약자의 신용상태가 그 계약체결의 여부 및 조건을 결정하는 데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인데, 소외 1은 여러 사람 명의를 모용하여 거액을 빌리면서 이를 숨긴 채 마치 소액의 대출만을 받는 것처럼 행세하여 그들의 명의로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청약하였고, 이에 원고는 서류상에 보험청약자로 되어 있는 위 소외인들 각자를 계약의 상대방으로 이해하여 각 소액대출을 받는 당사자에 대한 것이라는 판단하에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할 것이므로 이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소외 1을 이 사건 보증보험계약의 상대당사자인 주채무자로 인식하고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을 체결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소외 1이 아니라 보험계약자로 표시된 위 각 소외인이라고 보아야 할 것인데, 이는 소외 1이 아무런 권한 없이 임의로 위 각 소외인의 이름으로 체결한 것이므로 가사 여기에 무권대리에 관한 법리를 준용할 수 있다 하더라도 위 각 소외인이 이를 추인하지 아니하는 한 그 계약 내용대로 효력을 발생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소외 1이 차용금 상환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것을 이유로 피고가 원고로부터 이 사건 보험금을 지급받은 것은 결국 아무런 효력이 없는 보험계약에 기한 보험금의 수령이라 할 것이어서 이는 법률상 원인없이 이익을 얻고, 원고에게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를 가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원심판결의 이유설시에 다소 미흡한 점이 없지 아니하나 원심이 피고가 원고로부터 수령한 위 보험금을 부당이득으로서 원고에게 반환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로 판단한 것은 결론에 있어서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보증보험계약에 따른 의사표시의 법리해석을 그르치는 등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상고이유의 주장은 결국 이유 없음에 귀착된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관여 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