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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시사항

가.보충성원칙의 예외를 인정한 사례 나.'지역구 국회의원 입후보예정자인 청구인이 동료변호사들과 함께 무료법률상담을 하는 행위를 알리기 위하여 현수막을 게시하는 행위가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하는가'에 관한 판단이 문제된 헌법소원사건에서 권리보호이익의 존부

재판요지

가.이 사건 헌법소원은 구제절차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권리가 구제될 가능성이 없어 청구인에게 그 절차의 선이행을 요구할 기대가능성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할 것이므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단서에 불구하고 구제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직접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의 하나로 보아야 할 것이다. 나.청구인은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통하여 사전선거운동을 제한하는 국가행위의 위헌성을 문제삼는 것이 아니라, 단지 청구인들의 현수막 게시행위가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를 다투고 있는 것이다. 이에 관한 판단은 사전선거운동의 개념과 범위를 정하는 문제, 즉 법률의 해석과 적용의 문제로서 헌법재판소의 관할이 아니라 일차적으로 법원의 과제에 속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은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를 위하여 긴요한 사항이어서 위헌여부의 해명이 헌법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경우라고 볼 수 없다.

참조판례

가. 헌재 1989. 9. 4. 88헌마22, 판례집 1, 176 헌재 1997. 11. 27. 94헌마60, 판례집 9-2, 675 나. 헌재 1991. 7. 8. 89헌마181, 판례집 3, 356 헌재 1997. 11. 27. 94헌마60, 판례집 9-2, 675

사건
99헌마592,689(병합) 현수막철거이행명령취소
청구인
안동수 (99헌마592)
대리인 1.
법무법인 ○앙 담당변호사 ○○○
2.
변호사 ○○○ ○ ○○ (○○○○○○○)
대리인 법무법인 ○앙 담당변호사 ○○○
피청구인
서울특별시 서초구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판결선고
2002. 07. 18.

주 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이 유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사건의 개요 (1)청구인 안동수는 1962년 이래 군법무관과 검사로 재직하다가 1975년부터 현재까지 변호사로 활동하는 자로서, 제14대(1992년)·제15대(1996년) 국회의원선거시 서초구을 지역구에서 입후보하였고, 1997. 12. 12.부터 새정치국민회의 서초구을 지구당 위원장의 직책을 맡아 활동하였다. (2)청구인은 1990. 3.경 민주당 인권위원장으로 영입된 이래, 동료법조인들과 무료법률상담소를 개설하여 청구인의 변호사 사무실 또는 지구당 사무실에서 "안동수 월요법률 무료상담소"라는 이름으로 무료법률상담을 하여 왔는데, 자신의 무료법률상담활동을 주민들에게 알리기 위하여 현수막을 서초구 내 가로에 설치하면서 서초구청에 옥외광고의 설치를 신고하였으나, 서초구청은 현수막의 표시내용이 공공의 목적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위 신고를 반려하고 청구인의 현수막을 강제철거하였으며, 서초구청의 이러한 조치는 1990년 이래 계속 반복되었다. 청구인은 서초구청의 이러한 조치에 대하여 이미 두차례 서울고등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하였으나, 위 법원은 각 판결에서 '변론종결당시에는 이미 현수막의 설치예정기간(15일)이 도과하였으므로, 서초구청의 반려처분이 취소된다고 하더라도 그 취소를 구할 소송상의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하였다( 서울고등법원 92구31837, 93구6111). (3)1999. 8. 13. 청구인이 다시금 "서초 무료법률상담"의 현수막 11매를 서초구 내의 가로에 게시하고 이를 서초구청에 신고하자, 서초구 선거관리위원회는 1999. 8. 16. '청구인이 설치한 현수막이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하여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254조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위법 제271조 제1항에 의하여 1999. 8. 17. 14:00까지 현수막을 철거할 것을 명하는 현수막철거 이행명령을 하고 강제로 철거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피청구인인 서초구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의 현수막철거 이행명령이 청구인의 평등권,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1999. 10. 16.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99헌마592 사건). (4)그 후 청구인은 다시 1999. 11. 4. "서초 월요법률 무료상담"의 현수막 10매를 서초구 내의 가로에 설치하고 이를 신고하자, 서초구 선거관리위원회는 1999. 11. 5. "위 현수막이 사전선거운동 또는 기부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현수막철거 이행명령을 하고 강제철거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위 철거이행명령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1999. 12. 1.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99헌마689 사건). (5)청구인은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후 2000. 4.경에 실시된 제16대 국회의원선거에 서초구을 지역구에서 입후보하였으나 낙선하였고, 이어서 서초구을 지구당위원장직을 사퇴하고 정치활동에서 은퇴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피청구인의 1999. 8. 16.자 현수막철거 이행명령 및 1999. 11. 5.자 현수막철거 이행명령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의 여부이다. 한편, 위 심판대상행위와 관련되는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조항들의 규정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113조(후보자 등의 기부행위제한) 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포함한다)와 그 배우자는 기부행위제한기간중 당해 선거에 관한 여부를 불문하고 일체의 기부행위를 할 수 없다. 제254조(선거운동기간위반죄) ① 생략 ②선거운동기간 전에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자는 이 법에 다른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벽보·현수막·애드벌룬·표지판·선전탑·광고판 기타 명칭의 여하를 불문하고 선전시설물이나 용구 또는 각종 인쇄물을 사용하여 선거운동을 하거나 하게 한 자 2. 내지 5. 생략 ③ 생략 제271조(불법시설물 등에 대한 조치 및 대집행)① 각급선거관리위원회는 이 법의 규정에 위반되는 선거에 관한 벽보·인쇄물·현수막 기타 선전물(정당의 당사게시선전물을 포함한다)이나 유사기관·사조직 또는 시설 등을 발견한 때에는 지체없이 그 첩부 등의 중지 또는 철거·수거 ·폐쇄 등을 명하고, 이에 불응하는 때에는 대집행을 할 수 있다. 이 경우 대집행은 행정대집행법에 의하되, 그 절차는 행정대집행법 제3조(대집행의 절차)의 규정에 불구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이 정하는 바에 의할 수 있다. ② 및 ③ 생략 청구인의 주장과 이해관계인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 요지 (1)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254조 제2항, 제271조 제1항에 의하여 선거관리위원회가 철거를 명하고 대집행을 할 수 있는 현수막은 '선거에 관한 현수막'에 한하는 것인데, 이 사건 "서초 월요법률 무료상담" 현수막은 '선거에 관한 현수막'이 아니라 인권옹호차원에서 무료법률상담을 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다. 변호사가 변호사 사무소 또는 자신의 직무를 수행하는 상설 사무소(예컨대 지구당 당사 등)에서 무료법률상담을 하는 행위는 변호사의 직무상 활동이거나 정당활동행위로 보아 사전선거운동이나 기부행위로 보지 아니한다는 것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이다. 따라서 변호사의 무료법률상담을 알리는 현수막의 게시도 사전선거운동이라고 할 수 없다. (2)서초구청장이 소속된 정당인 한나라당 서초구을 위원장인 김덕룡 의원은 그 동안 온갖 무료강좌(노래교실, 꽃꽂이, 등산 등)를 광고하는 서초문화원의 현수막을 수없이 게시하여 왔는데, 피청구인이 김덕룡 의원이 게시한 "서초문화원" 현수막에 대하여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오로지 "안동수 법률사무소"라고 표시한 현수막에 대해서만 철거명령을 내리는 것은 형평에 어긋나는 것이다. 나. 서초구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의 의견 (1)청구인의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는 행정심판법행정소송법에서 정하고 있는 구제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서 부적법하다. (2)정당이 정당의 당사에서, 국회의원 및 지방의회의원이 자신의 직무를 수행하는 상설사무소에서 무료법률상담을 하는 것은 통상적인 정당활동 또는 직무상의 행위로 보아 무방할 것이나, 변호사 등 전문직업인을 고용하거나 자원봉사를 통하여 선거구민에게 무료법률상담을 하는 것은 통상적인 정당활동 또는 직무상의 행위의 범위를 벗어나 선거구민에 대한 선거운동 또는 이익제공행위가 되어 그 행위의 시기에 따라 선거일 전 180일 전에는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254조(선거운동기간위반죄)의 규정에,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는 같은법 제113조(후보자 등의 기부행위제한)의 규정에 위반된다. 마찬가지로 정당이 당사에 무료법률상담에 관한 통상적인 안내간판이나 현수막을 게시하는 것은 무방하나, 변호사 등 전문직업인을 통한 위법한 상담을 고지하거나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의 소속정당명·직명·성명을 표시하거나 이를 유추할 수 있는 방법을 통하여 또는 정당의 당사가 아닌 가로에 현수막을 게시하여 선거구민에게 이를 고지하는 행위는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에 위반된다. 이 사건의 경우 청구인이 2000. 4. 실시될 제16대 국회의원선거에 서초구을 지역구에서 후보자로서 출마할 것이 확실시되므로, 청구인이 변호사를 통한 무료법률상담을 고지하는 현수막을 가로에 게시한 행위는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한다. (3)서초문화원의 무료강좌와 이를 광고하는 현수막의 게시행위가 한나라당 서초구을 지구당위원장인 국회의원 김덕룡의 행위로 볼만한 아무런 근거가 없으므로, 서초문화원의 위 행위는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고, 따라서 피청구인의 조치가 형평에 어긋난다는 청구인의 주장은 이유없다. 3. 판 단 가. 보충성요건의 충족여부 헌법소원심판은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절차를 모두 거친 후에 청구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단서). 피청구인의 현수막철거 이행명령에 대하여는 행정소송법행정심판법에 의하여 행정소송이나 행정심판이 가능할 것이나, 청구인이 피청구인의 행위에 대하여 그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한다 하더라도 현수막의 설치기간이 옥외광고물등관리법시행령 제8조 제3호 별표에 의하여 15일 이내로 되어 있어, 행정쟁송절차에 소요되는 기간을 감안할 때 행정소송의 변론종결시에는 이미 설치예정기간이 도과하여 청구인으로서는 신고에 따른 설치목적을 달할 수 없기 때문에, 피청구인의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적 이익이 부정되어 각하될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이와 같이 취소소송을 통하여는 침해된 권익의 구제가 불가능하다면, 행정청의 공권력행사에 의하여 국민의 권익이 침해될 것이 예상되는 경우 미리 그 예상되는 침익적 처분을 저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여 '예방적 부작위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으나, 법원은 현행 소송법상 법정된 행정소송의 유형 이외의 소송을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으므로, 예방적 부작위소송을 제기한다 하더라도 '행정소송에서 허용되지 아니하는 것'이라는 이유로 부적법하여 각하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 헌법소원은 구제절차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권리가 구제될 가능성이 없어 청구인에게 그 절차의 선이행을 요구할 기대가능성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할 것이므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단서에 불구하고 구제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직접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의 하나로 보아야 할 것이다( 헌재 1989. 9. 4. 88헌마22, 판례집 1, 176, 187; 1997. 11. 27. 94헌마60, 판례집 9-2, 675, 688 참조). 나. 권리보호이익의 존부 (1)청구인이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당시 이미 피청구인의 행위가 종료되었고 이로써 청구인이 주장하는 기본권의 침해도 종료되었기 때문에, 이 사건 심판청구가 인용된다 하더라도 청구인의 주관적 권리구제에는 도움이 되지 아니한다고 할 수 있다. 한편, 헌법소원은 주관적 권리구제뿐만 아니라 객관적인 헌법질서보장의 기능도 겸하고 있으므로, 청구인의 주관적 권리구제에는 도움이 되지 아니한다 하더라도 같은 유형의 침해행위가 앞으로도 반복될 위험이 있고,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를 위하여 그에 대한 헌법적 해명이 긴요한 사항에 대하여는 예외적으로 심판청구의 이익을 인정하여 이미 종료된 침해행위가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다( 헌재 1991. 7. 8. 89헌마181, 판례집 3, 356, 367; 1997. 11. 27. 94헌마60, 판례집 9-2, 675, 688 참조). (2) 그런데 이 사건 법적 분쟁의 내용은 '행정청이 적용법률의 해석에 있어서 법규정에 미치는 기본권의 효력을 간과하거나 오해함으로써 법규정을 위헌적으로 적용하였는가' 하는 행정처분 자체의 위헌성에 관한 판단이거나 또는 그 행정처분의 근거가 된 법규정인 사건선거운동금지조항의 위헌성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지역구 국회의원 입후보예정자로서의 청구인이 동료변호사들과 함께 선거구민을 상대로 무료법률상담을 하는 행위가 사전선거운동인가', 나아가 '청구인의 현수막과 같은 일정 내용의 현수막을 특정 장소에 게시하는 행위가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하는가'에 관한 판단이라고 할 수 있고, 이러한 판단은 사전선거운동의 개념과 범위를 정하는 문제, 즉 법률의 해석과 적용의 문제로서 헌법재판소의 관할이 아니라 일차적으로 법원의 과제에 속하는 것이다. 즉 청구인은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통하여 사전선거운동을 제한하는 국가행위의 위헌성을 문제삼는 것이 아니라, 단지 청구인들의 현수막 게시행위가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를 다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이 사건은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를 위하여 긴요한 사항이어서 위헌여부의 해명이 헌법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경우라고 볼 수 없다. (3)뿐만 아니라, 이 사건의 경우 청구인은 헌법소원을 제기한 이후 새정치국민회의 서초구을 지구당위원장직을 사퇴하고 정치활동에서 은퇴하였다. 청구인이 정치일선에서 물러난 이상, 피청구인이 청구인에게 사전선거운동을 이유로 현수막의 철거를 명할 여지가 없게 되었으므로, 같은 유형의 침해행위가 청구인에게 반복될 위험이 있다고 할 수 없고, 나아가 '국회의원선거의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청구인이 특정 장소에 특정 내용의 현수막을 게시하는 것을 금지하는 피청구인의 행위가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가'하는 내용의 구체적인 법적 분쟁이 문제되는 이 사건의 경우, 사건의 개별성·특수성·고유성으로 말미암아 국민 일반에 대하여 동종행위의 반복위험을 인정할 여지도 없다. (4)결국, 이 사건의 경우 중요한 헌법적 문제에 대한 해명의 필요성이나 침해반복의 위험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권리보호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4. 결 론 이에 이 사건 심판청구를 각하하기로 하여 관여한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하경철 김영일 권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