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문
피청구인이 1999. 1. 28. 창원지방검찰청밀양지청 1998년 형제4863호 사건의 피고소인 노수길에 대하여 한 불기소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 및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이 유
1. 사건의 개요
이 사건 기록 및 증거자료(창원지방검찰청밀양지청 1998년 형제4863호 불기소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 청구인은 1980년경 밀양시 가곡동 472 지상주택(이하 '이 사건 주택'이라 한다)을 청구외(피고소인) 노○길에게 보증금 350만원에 임대하였고, 1998. 2.경 위 노○길에게 위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고 이 사건 주택에 대한 명도를 청구하자, 위 노○길이 청구인에 대하여 총 92,850,010원의 차용금채권이 있다는 내용의 청구인 명의의 확인서를 이용하여 대한법률구조공단 창원지부 밀양출장소에 법률구조를 신청하였던바, 이에 청구인은 위 노○길이 법률구조신청시 사용한 확인서는 위조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1998. 10. 8.경 창원지방검찰청밀양지청에 위 노○길을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죄로 고소하였는바, 그 고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소인은 이 사건 주택을 청구인으로부터 보증금 350만원에 임차하고 있다가, 1993. 3. 5.경 대구 북구 침산동 소재 청구인 경영의 서울우유대리점에서 이 사건 주택 중 일부를 전대차하려고 하는데 주민등록상의 주소와 이 사건 주택의 주소가 다르니 이 사건 주택의 주소가 '밀양시 가곡동 472'라는 취지의 확인서를 써달라고 청구인에게 부탁하여 같은 취지의 확인서를 청구인으로부터 작성받아 이를 보관하고 있던 중, 1998. 2.경 청구인으로부터 이 사건 주택의 명도를 요구받자 위와 같이 청구인으로부터 작성받아 보관하고 있던 위 확인서를 이용하여 허위 내용의 차용금확인서를 만든 후, 이를 이용하여 청구인의 명도청구를 모면할 것을 마음먹고,
(1) 행사할 목적으로
1998년 일자불상경 장소불상지에서 위와 같이 청구인으로부터 작성받아 보관하고 있던 확인서의 윗부분에 "청구인이 피고소인으로부터 1980년경 300만원을 차용하는 등 총 1,240만원을 차용하여 변제하지 않고 있고, 그 이후 매년 복리로 계산한 이자를 합하여 청구인이 피고소인에게 부담하고 있는 채무는 총 92,850,010원에 이른다."라는 취지의 내용을 임의로 기재하여 넣음으로써 권리의무에 관한 청구인 명의의 사문서인 차용금확인서 1매를 위조하고,
(2) 1998. 8.경 대한법률구조공단 창원지부 밀양출장소 사무실에서 위와 같은 허위의 차용금변제를 위한 법률구조신청을 하면서 위와 같이 위조된 차용금확인서가 마치 진정하게 성립된 것으로 가장하고 법률구조신청 접수담당자에게 제출함으로써 이를 행사한 것이다.
나. 피청구인은 위 고소사건을 수사한 후 1999. 1. 28. 피고소인에 대하여 혐의없음 처분을 하였는바, 그 불기소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소인은 청구인에게 돈을 빌려줄 때 받아두었던 차용증이 낡아 대여금 내역을 기재한 종이의 하단에 청구인의 확인을 받은 것이 위 확인서이고, 주소확인을 위한 확인서에 위와 같은 내용의 허위사실을 기재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변소하고 있고, 청구인은 이에 대하여 위 확인서는 차용금 내역을 확인한 것이 아니라, 피고소인에게 임대한 주택의 정확한 번지를 확인해 주려고 위 백지확인서를 작성하여 준 것이라고 주장하나, 대검찰청 총무부 과학수사과장 작성의 감정서 기재 내용 등을 종합하면 청구인의 진술만으로는 피고소인의 변명을 뒤집고 위 피의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므로 범죄혐의 없다.
다. 청구인은 위 불기소처분에 불복하여 검찰청법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 항고 및 재항고를 하였으나 모두 기각되자, 1999. 10. 9. 피청구인이 위 고소사건에 관하여 수사미진 및 자의적인 판단으로 인하여 실체적 진실을 밝히지 못하였으며, 범죄의 성립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공소권을 발동하지 아니하여 범죄피해자인 청구인의 평등권 및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받았다는 이유로 위 불기소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심판청구에 이르렀다.
2. 판 단
청구인은 위 확인서의 하단에 기재된 청구인의 서명, 날인은 자신이 직접 한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위 확인서는 피고소인이 이 사건 주택의 일부 전대차를 위하여 주소를 확인하여 달라고 요청하여 작성하여 준 것일 뿐, 자신은 피고소인으로부터 금원을 차용한 사실도 없고, 금원을 차용하였다는 취지의 확인서를 써 준 사실도 없으므로 위 확인서에 기재된 바와 같은 채무확인은 피고소인이 임의로 기재한 것이 명백하다고 주장하고 있고, 이에 대하여 피고소인은 1980년경 300만원을 청구인에게 대여하여 주는 등 총 1,240만원을 대여하여 준 사실이 있고, 이후 청구인이 그 원금 및 이자를 전혀 변제하지 아니하여 원금 및 이자를 복리로 계산하여 청구인에게 제시하였고, 그에 대하여 청구인이 사실대로 확인을 하여 준 것으로서 그 내용을 자신이 임의로 기재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바, 청구인이 위 확인서의 하단에 서명, 날인을 할 당시 이를 목격한 자는 전혀 없으므로 위 고소사실의 혐의인정 여부는 청구인 및 피고소인의 진술의 신빙성, 위 확인서의 문안, 형식 및 작성경위 등으로 비추어 본 위 확인서 내용의 신빙성 그리고 주변정황 등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어 이를 차례로 살펴본다.
가. 청구인 진술의 신빙성에 관하여
청구인의 진술에서는 논리적인 오류 또는 모순을 발견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주변정황과도 일치하는 점이 있다.
즉, 청구인은 이 사건 주택을 임차하고 있던 피고소인이 그 일부를 타인에게 전대차하려고 하는데 주민등록상의 주소와 이 사건 주택의 위치가 서로 달라 그 확인을 해 달라고 요청하여 오므로 백지의 하단에 "1993년 3월 5일, 경남 밀양시 가곡동 472번지, 위 집번지를 사실임을 확인함, 소유자:대구 북구 대현1동 17-73번지 양○월, (942-2929)"라고 기재하여 주었던바, 피고소인이 그 내용 중 일부를 고쳐 다시 작성하여 달라고 하여 다른 백지에 "1993년 3월 5일, 위 사실을 확인함(현집주소:밀양시 가곡동 472번지), 소유자:대구 북구 대현1동 17-73번지, 양○월 (053-942-2929)"라고 기재하여 피고소인에게 주었고, 그 직후 피고소인에게 작성하여 준 확인서의 내용은 첫번째 작성하였던 확인서의 내용과 달리 다른 목적으로 악용할 소지도 있다고 생각하고, 피고소인에게 위 확인서는 주소를 확인하는 이외의 다른 목적에 사용하여서는 안된다는 취지의 편지를 내용증명으로 발송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바, 청구인이 제출하고 있는 위 첫번째 확인서의 내용, 내용증명 우편의 기재 등은 청구인의 진술 및 주장과 그대로 일치하며, 청구인 진술의 신빙성을 해칠 만한 다른 사정은 발견할 수 없다.
나. 피고소인 진술의 신빙성에 관하여
피고소인이 청구인에게 돈을 빌려주었다면 차용증 기타 이를 대체할 만한 자료가 있어야 할 것이나, 피고소인은 이를 전혀 제출하지 않으면서 경찰에서 처음 조사를 받을 당시에는 "돈을 빌려주고 영수증을 받아 놓은 것도 있고, 또 영수증을 받지 않고 빌려준 것도 있으나 확인서를 작성하면서 그 곳에서 찢어버리고 없습니다."라고 진술하였다가, 경찰에서의 청구인과의 대질시에는 "청구인과 그의 부친, 그의 처 등에게 돈을 빌려주었으나 믿고 빌려주었으므로 당시 영수증이나 차용증 같은 것을 받아 놓은 것이 없다."라고 진술을 달리하였고, 그 뒤 다시 검찰에서 조사를 받을 때에는 "그 전부터 피해자로부터 받은 확인서를 보고 작성하였는데, 위 확인서를 받고 찢어 없애 버렸습니다."라고 다시 진술을 번복하였으며, 검찰에서 청구인과의 대질시에는 "돈을 빌려줄 때마다 차용증을 받았는데, 위 확인서를 정리하면서 피해자가 필요없다면서 찢어 버렸습니다."라고 진술하는 등 진술을 수차에 걸쳐 번복하고 있을 뿐 아니라, 피고소인이 청구인에게 빌려주었다는 대여금 원금이 1,240만원에 불과하고, 위 확인서에 기재된 원리금은 9,000만원이 넘는 거액이므로 차후에 분쟁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청구인으로부터 받은 차용증 또는 영수증 등은 보관하고 있는 것이 상식에 부합된다 할 것임에도 위 확인서를 받으면서 모두 없애 버렸다고 진술하고 있는 등 피고소인의 진술은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 위 확인서의 내용의 신빙성에 관하여
우선, 위 확인서의 하단 부분에 청구인이 기재한 부분에 관하여 살피건대, 위 확인서가 차용금에 대한 확인을 위한 것이라면 "(현집주소:밀양시 가곡동 472번지)"라고 기재된 부분을 적을 아무런 이유가 없고, 청구인의 주소를 표시하는 앞 부분에 "소유자"라고 적을 사유도 없어 보이며, 그 문구 또한 차용금에 대한 확인이라면 채무내용을 확인하는 문구가 사용되었어야 할 것이나, "위 사실을 확인함"이라는 문구를 사용함으로써 그 문구가 차용금의 확인을 위한 것은 아니라는 하나의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위 확인서의 내용에 의하면 총 채무액은 92,850,010원이나 그 중 원금은 12,400,000원에 불과하고/ 나머지 80,450,010원은 이자로서, 매년 2할 4푼의 복리로 이자가 계산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이 복리로 계산하는 것은 고리대금업자가 아닌 경우에는 지극히 이례적인 일로서 그와 같은 내용이 기재된 확인서에 청구인이 쉽게 서명, 날인을 하여 주었다는 것도 납득이 가지 않을 뿐 아니라, 청구인이 이와 같은 내용의 채무확인서를 피고소인에게 작성하여 주었다면, 앞에서 본 바와 같은 내용증명 우편을 발송할 아무런 이유가 없음에도 청구인이 위 내용증명 우편을 발송한 사실, 그 내용증명에 관하여 피고소인이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 사실 등을 고려하여 본다면 위 확인서는 이 사건 주택의 주소확인을 위한 것이라는 청구인의 주장에 일응 수긍이 가고, 따라서 청구인이 피고소인에게 작성하여 준 확인서에는 위와 같은 내용의 채무액이 기재되지 아니하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채무액 확인에 관한 위 확인서의 내용도 신빙성이 희박하다고 하지 아니할 수 없다.
한편, 청구인은 1985년경 피고소인에게 임대하고 있던 논을 타에 매도하였고, 그 사실을 피고소인도 알고 있었으며, 피고소인의 주장에 의하면 그 당시까지의 채무는 1,800만원 상당이 되었음에도 피고소인은 청구인에 대하여 아무런 변제독촉을 한 바 없음을 피고소인도 자인하고 있는 점, 청구인은 1982년 및 1990년경 이 사건 주택 및 그 부속토지에 대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밀양상호신용금고 등으로부터 채무자를 피고소인으로 하여 2회에 걸쳐 대출을 받은 사실이 있고, 이에 관하여 청구인 및 피고소인은 모두 청구인이 피고소인의 명의를 빌려 대출을 받았다고 일치된 진술을 하고 있는바, 그렇다면 당시 피고소인이 청구인에 대하여 그 대출받은 돈으로 자신에 대한 채무를 변제하라고 독촉을 하거나, 명의를 빌려주지 말았어야 할 것임에도 아무런 이의없이 청구인에게 명의를 빌려주었다는 점, 그리고 피고소인의 주장과 같이 청구인이 피고소인에게 채무를 변제하지 않고 있었다면 위 확인서의 작성 시점인 1993. 3. 이후에도 그 이전의 계산방식에 의하여 이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청구인이 피고소인에게 이 사건 주택의 명도를 청구한 1998. 2.까지는 그 채무액이 수억원에 이르렀을 것임에도 그 기간 동안 피고소인은 청구인을 상대로 변제를 독촉하거나, 채무액을 확인하는 문서를 받는 등의 행위를 한 사실이 전혀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본다면 위 확인서에 기재된 내용과는 달리 위 확인서 작성 당시 피고소인은 청구인에 대하여 채권을 가지고 있지 아니한 것이 아닌가 의심이 간다.
위에서 살펴본 바를 종합하여 보면, 청구인의 주장과 같이 피고소인은 청구인에게 주소확인을 위한 확인서를 받아 놓고 청구인으로부터 이 사건 주택에 대한 명도청구를 받자 위 확인서의 당초 작성목적과 달리 채무액을 만들어 기재하여 넣은 것으로 볼 여지도 충분하다.
라. 대검찰청 문서감정결과 등 증거가치 판단에 관하여
피청구인은 위에서 본 첫번째 확인서와 두번째 확인서(청구인이 위조되었다고 주장하는 확인서)가 과연 동일한 필기구에 의하여 작성된 것인 지 여부를 대검찰청에 감정의뢰하였고, 그 감정결과가 '감정불능'이라고 나왔다는 이유로 이를 혐의없음의 근거자료로 삼았으나, 대검찰청 과학수사과장 작성의 감정서에도 "IR광선 조사에 의한 감정결과 두 확인서상의 필기구성분이 유사한 듯 보이지만, 이를 확증하기 위하여는 화학적 성분분석 기법이 필요한바, 동 기법의 미개발로 두 확인서상의 필기구가 동일한 것인 지 여부를 단정하기는 어려웠음."이라고 기재되어 있으므로 위 감정결과는 앞에서 본 바와 같은 청구인의 주장을 간접적으로 뒷받침할 만한 정황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지, 이를 혐의없음의 근거자료로 삼을 수는 없다.
또한, 피청구인은 피고소인이 청구인으로부터 위 확인서 및 청구인이 주장하는 첫번째 확인서 등 2장의 확인서를 받은 후, 청구인으로부터 내용증명 우편을 받은 다음 나머지 1장을 파기하였다고 하는 피고소인의 변소를 받아들인 듯 하나, 청구인이 첫번째 작성하여 준 확인서는 피고소인이 제출한 것이 아니라, 청구인이 제출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사실은 청구인의 진술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삼을 수 있을 뿐, 피고소인의 변소를 받아들일 수 있는 근거로 활용할 수는 없음이 명백할 뿐 아니라,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청구인의 진술보다는 피고소인의 진술은 신빙성이 희박하다고 보여짐에도 피청구인이 피고소인의 변소를 받아들인 것은 증거의 가치에 관하여 자의적으로 판단한 결과가 아닌가 생각된다.
마. 사정이 이와 같다면, 피청구인으로서는 청구인을 상대로 당시의 재산상태, 피고소인에게 이 사건 주택과 인근 논을 임대하게 된 경위 및 그 당시 피고소인의 재산상태, 위 확인서상에 하단에만 그 내용을 기재하여 주고 그 상단을 여백으로 둔 이유 등을 면밀히 조사하고, 피고소인을 상대로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은 피고소인 진술의 번복 이유, 위 확인서의 내용과 피고소인 진술간의 모순성 그리고 1990년 청구인이 이 사건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당시 채무변제독촉을 하지 아니한 채 채무자명의를 빌려준 이유, 1993년 이후 청구인에게 채무변제독촉을 하지 아니한 이유 등에 관하여 자세히 조사하여야 함에도 이에 관하여는 충분한 수사를 한 것으로 보이지 아니한다.
따라서, 피청구인으로서는 위에서 지적한 여러 가지 사항을 철저히 조사, 규명한 다음 피고소인의 사기죄 및 업무상배임죄 성립여부를 엄정하게 판단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그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증거가치에 관한 자의적인 판단으로 피고소인의 변명만을 받아들여 성급히 수사를 종결하고 혐의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하였다.
3. 결 론
그렇다면 피청구인의 이 사건 불기소처분은 자의적인 검찰권행사로서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이나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다고 할 것이고, 그로 말미암아 헌법상 보장된 청구인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있어 이 사건 불기소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재판관 김용준(재판장) 김문희 정경식(주심) 고중석 신창언 이영모 한대현 하경철 김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