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1999. 11. 25. 선고 99헌마422 결정 기소유예처분취소
검사의 기소유예처분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 인정 사례
결과 요약
- 검사의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여 취소됨.
사실관계
- 청구인이 퇴직한 여행사에서 임금을 받지 못하자, 여행사 직원을 통해 항공권을 수령함.
- 여행사 대표는 청구인이 항공권을 절취했다며 고소하였고, 검사는 절도 혐의를 인정하여 기소유예 처분함.
- 청구인은 항공권을 절취한 사실이 없고, 직원의 진술과 일치함에도 불구하고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것은 기본권 침해라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청구함.
핵심 쟁점, 법리 및 법원의 판단
절도죄 성립 여부
- 법리: 절도죄는 타인의 점유를 침탈하는 범죄로, 점유자의 의사에 반하여 재물을 취거하는 경우 성립함. 점유는 '물건에 대한 현실적인 지배'를 의미하며, 절도죄에서의 간접점유는 인정되지 않음.
- 판단:
- 청구인은 여행사 직원으로부터 항공권을 임의로 교부받았음.
- 항공권 발권 업무를 취급하는 여행사 직원은 고객과의 거래 과정에서 자신의 결정에 따라 항공권을 교부하는 것이 통례이므로, 해당 직원이 항공권에 대한 현실적인 지배권을 가진 점유자로 볼 수 있음.
- 청구인이 직원의 점유를 침탈했다고 보기 어렵고, 여행사 대표의 간접점유도 인정되기 어려우므로 절도죄가 성립하지 않음.
사기죄 성립 여부
- 법리: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하여 피기망자로부터 재물을 교부받은 경우 성립함.
- 판단:
- 청구인은 직원에게 임금 미지급 사실을 설명하고 항공권을 교부받았으며, 직원의 진술도 청구인의 진술과 일치함.
- 청구인이 직원을 기망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고, 직원이 기망당하여 항공권을 교부했다고 볼 수도 없음.
- 항공권 소유자인 여행사 대표는 청구인으로부터 기망당하여 처분행위를 한 바 없으므로 사기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음.
- 따라서 사기죄도 성립하지 않음.
검사의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 여부 및 기본권 침해
- 법리: 검사의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는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할 수 있음.
- 판단:
- 청구인의 행위가 절도죄 또는 사기죄로 의율될 수 없고, 기타 다른 범죄가 성립될 만한 사정도 없음.
- 그럼에도 검사가 청구인에 대한 절도 혐의를 인정하여 기소유예 처분한 것은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임.
- 이로 인해 청구인의 평등권이 침해되었고, 사회적으로 범죄자로 인식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행복추구권도 침해되었음.
검토
- 본 판례는 검사의 기소유예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범죄 혐의가 명백히 인정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루어진 기소유예처분은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로서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점을 명확히 함.
- 특히, 절도죄의 '점유' 개념과 사기죄의 '기망' 및 '피해자' 개념에 대한 구체적인 법리 적용을 통해 검사의 판단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한 점이 중요함.
- 이는 수사기관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인한 국민의 기본권 침해를 방지하고, 헌법소원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임.
판시사항
검사의 불기소처분으로 인한 기본권침해가 인정된 사재판요지
청구인이 여행사를 퇴직한 후, 재직당시의 임금을 변제받지 못하자 동 여행사에 찾아가 그 직원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그로부터 임금변제를 위하여 항공권을 교부받은 경우 동 항공권이 고소인의 소유였고, 동 항공권 수령당시 고소인의 동의를 받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동 여행사 직원으로부터 항공권을 임의로 교부받은 것이므로 청구인의 행위는 절도죄가 성립될 수 없다고 할 것이고, 그 항공권의 수령과정에서 동 직원을 기망한 사실이 없다면 사기죄도 성립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청구인에 대하여 혐의없음 처분을 하였어야 할 것이나, 검사가 명백한 증거자료 없이 청구인에 대한 범죄혐의를 인정한 후, 청구인에 대하여 기소유예 처분을 한 것은 청구인의 헌법상의 기본권인 평등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할 것이다주 문
피청구인이 1999. 4. 30. 광주지방검찰청 1999년 형제24001호 사건에 관하여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이 유
1. 사건의 개요
이 사건 기록 및 증거자료(광주지방검찰청 1999년 형제24001호 불기소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청구외 김○수는 광주시 동구 호남동 23의1 소재 (주)금강여행사를 경영하는 자로서, 직원으로 근무하던 청구인이 여행사를 퇴사하면서 자기 소유의 대한항공 항공권 30매 시가 금 280만원 상당을 절취하였다는 이유로 1999. 3. 20. 광주서부경찰서에 절도죄로 고소하였고, 피청구인은 동 경찰서장으로부터 위 고소사건을 송치받아 조사한 후, 1999. 4. 30. 청구인에 대하여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는 바, 그 범죄사실의 요지 및 기소유예이유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주)금강여행사의 직원으로 근무하던 자로서, 1998. 5. 17. 15:00경 광주 동구 금남로1가 소재 위 김○수 경영의 동양항공여행사 사무실에서 위 김○수 소유의 대한항공 항공권 30매 시가 금 280만원 상당을 가지고 나와 이를 절취하였다는 범죄혐의는 인정되나, 청구인이 위 김○수로부터 임금 315만원을 지급받지 못하자 위 여행사의 여직원에게 그 사실을 말하고 항공권을 가지고 간 것으로서 동기에 참작할 바 있고, 사안이 중하지 아니하므로 청구인에 대한 소추를 유예한다.
나. 청구인은 위 기소유예처분을 받자 자신은 위 항공권을 절취한 사실이 없고, 이는 항공권을 자신에게 교부한 여직원인 청구외 마○례의 진술에 의하여 명백히 인정되어 청구인에 대한 절도죄의 범죄혐의는 인정될 수 없음에도 피청구인이 청구인 및 위 마○례의 진술을 배척하고 특별한 증거자료없이 범죄혐의를 인정한 후 기소유예처분을 한 것은 청구인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는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1999. 7. 15.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판 단
우선, 청구인의 행위를 절도죄로 인정할 수 있는 지 여부를 살펴본다.
절도죄는 타인의 점유를 침탈하는 범죄로서, 점유자의 의사에 반하여 재물을 취거하는 경우에 성립된다고 할 것인 바, 이 경우 점유는민법상의 점유의 개념과는 달리 '물건에 대한 현실적인 지배'를 말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청구인은 위 김○수가 경영하던 (주)금강여행사로 가서 여직원인 위 마○례에게 자신이 직원으로 근무하다가 퇴직하면서 315만원의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여 위 김○수에게 임금지급을 촉구하였음에도 그 지급을 미루고 있다는 사정을 설명하고 항공권 300만원 상당을 교부하여 주면 그 사실을 위 김○수에게 말하겠다고 하여 위 마○례로부터 위 항공권을 교부받았다는 것이고, 위 마○례의 진술도 이와 정확히 일치한다.
이에 반하여 위 김○수는 청구인이 항공권을 절취하였다고 주장하나, 위 김○수는 당시 여행사 사무실에 없었으므로 위 김○수의 진술을 절도죄의 혐의를 인정할 자료로 삼을 수 없다.
그렇다면 청구인은 위 마○례로부터 항공권을 임의로 교부받았다고 인정할 수 있고, 항공권발권 업무를 취급하는 여행사 직원의 경우 고객과의 거래과정에서 자신의 결정에 따라 항공권을 교부하여 주는 것이 통례라는 점을 고려하여 본다면 위 마○례가 위 항공권에 대한 현실적인 지배권을 가지고 있는 점유자라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청구인이 위 마○례의 점유를 침탈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절도죄에 있어서의 간접점유는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위 김○수의 점유는 인정되기 어려워서 결국 청구인의 행위를 절도죄로 의율할 수는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나아가서, 청구인의 행위를 사기죄로 의율할 수 있는 지 여부를 살펴보기로 한다.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하고, 피기망자로부터 재물을 교부받은 경우에 성립되는 범죄라고 할 것인바, 청구인은 위 마○례에게 "김○수의 동의를 받지는 못하였으나, 지급받지 못한 임금 대신 항공권을 교부하여 주면 그 사실을 김○수에게 말하겠다"고 말하고, 위 마○례로부터 항공권을 교부받았고 사후에 위 김○수에게 음성녹음을 남기는 한편, 위 김○수와의 직접 통화를 통하여 항공권을 가져 갔다는 사실을 통보하였다고 진술하고 있고, 위 마○례의 진술도 항공권 교부경위 및 전화통화 사실 등에 관하여는 청구인의 진술과 정확히 일치된다.
이에 대하여 위 김○수는 청구인으로부터 아무런 통보를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나, 청구인이 항공권을 가져간 때로부터 2개월 후 전화통화를 통하여 그 사실을 통보받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다시 4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항공권 교부경위 등에 대하여 아무런 언급없이 단순히 청구인이 항공권을 절취하였다고 고소한 점에 비추어 보면 위 김○수의 진술은 믿기 어렵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청구인이 위 마○례로부터 항공권을 교부받는 과정에서 기망행위를 하였다거나, 위 마○례가 청구인으로부터 기망당하여 항공권을 교부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을 발견키 어려울 뿐 아니라, 위 김○수는 항공권의 소유자이기는 하나 청구인으로부터 기망당하여 항공권에 대한 처분행위를 한 바 없으므로 위 마○례의 업무처리상의 과오로 피해를 입은 점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사기죄의 피해자가 될 수는 없다 할 것이어서 청구인의 행위를 사기죄로 의율할 수도 없음이 명백하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청구인의 위 행위를 절도죄 또는 사기죄로 의율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기타 다른 범죄가 성립될 만한 사정도 발견할 수 없음에도 피청구인이 청구인에 대한 절도혐의를 인정한 후 기소유예처분한 것은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로서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하였고, 위 기소유예처분으로 인하여 청구인이 사회적으로 범죄자로 인식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보면 청구인의 행복추구권도 침해하였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피청구인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자의적인 검찰권행사로서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법령적용상의 과오 및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었다고 할 것이고, 그로 말미암아 헌법상 보장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어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재판관 김용준(재판장) 김문희 이재화 정경식(주심) 고중석 신창언 이영모 한대현 하경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