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문
피청구인이 1999. 2. 26. 인천지방검찰청 1998년 형제 113639호 청구인에 대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 사건에 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이 유
1. 사건의 개요
이 사건기록과 수사기록(인천지방검찰청 1998년 형제 113639호 불기소사건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피청구인은 1999. 2. 26. 청구인에 대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사건에 관하여 청구인을 기소유예한다는 처분을 하였는바, 그 불기소이유는, 청구인은 1998. 10. 22. 19:30경 인천 30무4926호 소나타승용차를 운전하여 인천 남동구 도림동 287 앞길을 만수동 방면에서 소래포구 방면으로 진행하던 중, 전방주시의무 및 안전운전의무를 게을리한 업무상 과실로 위 도로 우측변으로 보행하던 청구외 정○우의 좌측 옆구리 부분 및 청구외 김○미의 우측 안면부를 위 승용차의 후사경으로 순차적으로 충격하여 위 정○우로 하여금 전치 약 2주간의 요추부염좌상 등을, 위 김○미로 하여금 전치 약 3주간의 안면부좌상 등을 각 입게하는 사고를 발생시키고도 즉시 정차하여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사실은 인정되나, 청구인에게는 동종의 전과없고, 피해자들의 상해정도도 중하지 아니하므로 청구인에 대한 소추를 유예한다는 것이다.
나.청구인은 자신이 운전하던 승용차로 위 정○우 및 김○미를 충격하여 상해를 입힌 사실이 없어 혐의가 없음이 명백함에도 피청구인이 청구인에 대한 혐의를 인정한 후, 기소유예처분을 한 것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1999. 4. 17. 이 사건 심판청구에 이르렀다.
2. 판 단
가.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1항 제2호 소정의 도주차량죄는 자동차운전자가 업무상 과실로 타인에게 상해를 입게 한 후 그 사실을 알고도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하는 경우에 성립되는 범죄이므로 이 사건에서는 청구인 운전의 위 승용차가 위 정○우 및 김○미를 충격하여 그들로 하여금 상해를 입게한 사실이 있는 지, 그런 사실이 있다면 청구인이 그 사실을 알고도 아무런 조치 없이 도주한 것인 지가 핵심쟁점이라고 할 것이므로 그에 관하여 차례로 살펴보기로 한다.
나.우선, 위 정○우가 청구인 운전의 승용차에 충격당하여 상해를 입은 사실이 있는 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이에 부합되는 증거로는 위 정○우 및 김○미의 각 진술, 위 정○우에 대한 상해진단서 등이 있다. 또한, 위 정○우가 위 승용차에 충격당하지 않았더라면 도로상에서 시비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고, 청구인의 집까지 찾아와 항의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청구인 운전의 승용차가 위 정○우를 충격하였고, 그 충격으로 정○우가 전치 약 2주간의 요추부염좌상 등을 입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에 대하여 청구인은 위 정○우 주장의 교통사고후에도 위 승용차의 후사경이 접히지 않았으므로 위 승용차의 후사경이 위 정○우의 옆구리 부분을 충격하지는 않았음이 명백하고, 충격하였다고 하더라도 상해를 입을 정도는 아니었다고 주장하나, 사고후 후사경이 접히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는 위 정○우가 충격당하지 않았다고 인정키 어렵고, 위 진단서가 허위로 작성된 것이라는 점에 대한 반증이 없는 상황에서는 그 충격으로 상해를 입었을 리가 없다는 청구인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다.다음으로, 위 김○미가 청구인 운전의 승용차에 충격당하여 상해를 입은 사실이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이에 부합되는 증거로는 위 정○우 및 김○미의 각 진술, 위 김○미에 대한 상해진단서 등이 있으나, 위 김○미는 최초 경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청구인 운전의 승용차 후사경 부분이 위 정○우의 허벅지 부분을 충격하였다고 진술하였다가, 재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위 정○우의 옆구리 부분을 충격하였다고 진술하는 등 진술에 일관성이 부족하고, 인천지방검찰청 검찰주사보 작성의 수사보고서(실황조사 보고)의 기재에 의하더라도 위 승용차 진행방향의 우측도로변에서 있던 위 김○미가 위 승용차의 후사경 부분에 의하여 오른쪽 안면부를 충격당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키 어려워 위 김○미의 진술은 신빙성을 인정키 어렵고, 같은 이유로 위 정○우의 진술도 받아 들일 수 없다.
다만, 위 김○미에 대한 진단서 상에는 위 김○미가 오른쪽 안면부에 좌상을 입은 것으로 기재되어 있으나, 위 김○미는 청구인의 집앞에서 청구인의 처인 청구외 박○자로부터 오른쪽 안면부를 구타당하였다는 점을 고려하여 보면 위 진단서에 안면부좌상이 기재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위 충격의 점을 인정할 자료로 삼기에 부족하다. 따라서, 위 김○미가 위 승용차의 후사경부분으로 오른쪽 안면부를 충격당하였다고 볼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
그러나, 위 김○미에 대한 진단서 상에는 요추부염좌상, 슬관절부좌상도 기재되어 있고, 위 박○자와의 시비 도중 그러한 상해를 일으킬만한 행동이 없었으며, 위 진단서가 허위로 작성된 것이라는 점을 입증할 만한 자료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여 본다면 청구인과 위 정○우, 김○미가 도로상에서 시비를 벌이던 중, 승용차가 출발하면서 그 충격으로 도로상에 넘어져 위 김○미가 상해를 입었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은 것으로 보여진다.
라.그렇다고 하더라도, 청구인에 대한 이 사건 피의사실에 대한 혐의가 인정되기 위하여는 위 정○우와 김○미가 상해를 입은 사실을 알고도 아무런 조치 없이 도주하였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할 것인바, 이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우선, 위 정○우는 경찰에서 처음 조사 받을 때에는 다친 곳이 없다고 진술하였다가, 그 후 사고 당시에는 다친 줄 몰랐으나, 자고 일어나니 허리가 아파서 병원에서 진단서를 받아서 제출하게 되었다고 진술하고 있는 등 당시 위 정○우 자신도 다쳤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는 점, 위 승용차의 후사경이 사고후에도 접히지 않을 정도로 가볍게 충격되었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본다면 사고 당시 청구인이 위 정○우의 상해사실을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음으로, 위 김○미가 위 승용차의 후사경에 의하여 안면부를 충격당하였다고 인정키 어려움은 앞에서 본 바와 같고, 그렇다면 위 김○미가 도로상에서 청구인과 시비하던 중 자동차의 발진으로 넘어지면서 위 진단서상의 요추부 및 슬관절부 좌상 등을 입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은 앞에서 본 바와 같으나, 그러나 이는 청구인이 자동차를 출발시킨 이후의 상황으로서 위 김○미가 청구인의 집으로 찾아와 그 사실을 항의하기 전까지는 청구인이 위 김○미의 상해사실을 알았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
또한, 청구인은 유효한 운전면허를 취득한 상태였고, 위 승용차의 운전당시 주취상태에 있었던 것도 아니며, 위 승용차는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청구인에게는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하여야 할 만한 사정을 발견하기 어렵고, 위 정○우와의 도로상에서의 시비후 위 승용차를 운전하여 약 1∼2분 거리상에 있는 집으로 가서 위 승용차를 정상적으로 주차시켜 놓았다는 점을 고려하여 본다면 위 정○우와 김○미의 상해사실을 알고도 도주하였다기 보다는 술에 취하여 비틀거리는 위 정○우 등과의 시비를 피하기 위하여 그 자리를 벗어난 것이라는 청구인의 주장에 수긍이 간다.
더욱이 위 정○우와 김○미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청구인이 운전하던 승용차에 충격당하여 상해를 입은 사실이 인정될 뿐, 그들의 진술로도 청구인이 그들의 상해사실을 알고도 도주하였을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기는 부족하다.
그렇다면, 청구인이 교통사고를 야기하고도 도주하였을 것이라는 점을 뒷받침하여 줄 아무런 증거가 없고, 오히려 청구인이 교통사고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집으로 간 것으로 보여지는 증거 만이 있을 뿐임에도 피청구인이 그에 관한 수사를 충실히 하지 아니한 채 부족한 증거만으로 청구인의 도주혐의를 인정한 후 기소유예처분한 것은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로서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하였다 할 것이고, 위 기소유예처분으로 인하여 청구인의 운전면허까지 취소당하였으며, 사회적으로 범죄자로 인식될 수도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청구인의 행복추구권도 침해하였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3. 결 론
결국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관여재판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재판관 김용준(재판장) 김문희 이재화 조승형 정경식 고중석 신창언 이영모 한대현(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