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텔레비전방송수신료의 금액에 대하여 국회가 스스로 결정하거나 결정에 관여함이 없이 한국방송공사로 하여금 결정하도록 한 한국방송공사법 제36조 제1항이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적극)
나. 헌법불합치결정을 하고 잠정적으로 그 효력을 지속시키는 이유
재판요지
가. 오늘날 법률유보원칙은 단순히 행정작용이 법률에 근거를 두기만 하면 충분한 것이 아니라, 국가공동체와 그 구성원에게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 영역, 특히 국민의 기본권실현과 관련된 영역에 있어서는 국민의 대표자인 입법자가 그 본질적 사항에 대해서 스스로 결정하여야 한다는 요구까지 내포하고 있다(의회유보원칙). 그런데 텔레비전방송수신료는 대다수 국민의 재산권 보장의 측면이나 한국방송공사에게 보장된 방송자유의 측면에서 국민의 기본권실현에 관련된 영역에 속하고, 수신료금액의 결정은 납부의무자의 범위 등과 함께 수신료에 관한 본질적인 중요한 사항이므로 국회가 스스로 행하여야 하는 사항에 속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한국방송공사법 제36조 제1항에서 국회의 결정이나 관여를 배제한 채 한국방송공사로 하여금 수신료금액을 결정해서 문화관광부장관의 승인을 얻도록 한 것은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된다.
나. 수신료 수입이 끊어지면 한국방송공사의 방송사업은 당장 존폐의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고 이는 우리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미치게 됨은 물론 방송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에 심각한 훼손을 입히게 되는 반면, 수신료부과 자체는 위헌성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위 조항의 잠정적용으로 인한 기본권침해의 정도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고 할 것이므로 단순위헌결정을 하여 바로 그 효력을 상실시키는 대신 빠른 시일내에 헌법위반상태의 제거를 위한 입법촉구를 하되 그 때까지는 위 조항의 효력이 지속되도록 한다.
재판관 조승형의 반대의견
다수의견이 취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은 헌법 제111조 제1항 제1호 및 제5호, 헌법재판소법 제45조, 제47조 제2항의 명문규정에 반하며, 헌법재판소 결정의 소급효를 원칙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독일의 법제와 원칙적으로 장래효를 인정하고 있는 우리 법제를 혼동하여 독일의 판례를 무비판적으로 잘못 수용한 것이므로 반대하고, 이 사건의 경우는 단순위헌 결정을 하여야 한다.
1. 한국방송공사법(1990. 8. 1. 법률 제4264호로 개정된 것) 제35조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2. 같은 법 제36조 제1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3. 위 제2항의 법률조항은 1999. 12. 31.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그 효력을 지속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한국전력공사는 1998. 2. 2. 청구인에 대하여 1998년 2월분 텔레비전방송수신료(이하 "수신료"라 한다) 금 2,500원의 부과처분을 하였다. 청구인은 1998. 4. 21. 서울행정법원에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위 부과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고(98구4473), 위 소송계속중에 부과처분의 근거가 된 한국방송공사법 제35조, 제36조 제1항이 헌법상의 조세법률주의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며 위헌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98아310), 1998. 8. 20. 부과처분 취소청구와 함께 위 신청이 기각되고 1998. 8. 25. 그 결정을 송달받자, 1998. 9. 8.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라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한국방송공사법(1990. 8. 1. 법률 제4264호로 개정된 것. 이하 "이 법"이라 한다) 제35조, 제36조 제1항의 위헌 여부이고, 이 조항들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35조(텔레비전수상기의 등록과 수신료 납부의무) 텔레비전방송을 수신하기 위하여 텔레비전수상기(이하 "수상기"라 한다)를 소지한 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공사에 그 수상기를 등록하고 텔레비전방송수신료(이하 "수신료"라 한다)를 납부하여야 한다. 다만, 대통령령이 정하는 수상기에 대하여는 그 등록을 면제하거나 수신료의 전부 또는 일부를 감면할 수 있다.
제36조(수신료의 결정) ① 수신료의 금액은 이사회가 심의·결정하고, 공사가 공보처장관의 승인을 얻어 이를 부과·징수한다.
("공보처장관"은 1998. 2. 28. 법률 제5529호 정부조직법중개정법률에 의하여 "문화관광부장관"으로 개정되었다)
2. 청구인의 주장과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
수신료는 비록 명칭상 조세가 아니라 할지라도 아무런 반대급부 없이 국민으로부터 강제적·의무적으로 징수하고 있어 실질에 있어서 조세이므로, 수신료의 징수근거는 물론이고 징수권자·납부의무자·납부기간·납부액 등 제반 사항은 헌법 제59조가 정한 조세법률주의에 따라 법률의 형식으로 규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법 제35조는 첫째, 한국방송공사(이하 "공사"라 한다)라는 일개 공법인으로 하여금 수신료를 부과·징수할 수 있게 하고, 둘째, 수신료의 납부에 관한 규정을 법률에 일의적으로 규정하지 않은 채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으며, 셋째, '텔레비전방송을 수신하기 위하여 텔레비전수상기(이하 "수상기"라 한다)를 소지한 자'라는 막연한 요건만으로 수신료를 부과하도록 함으로써 조세법률주의에 위반되는 위헌규정이고, 이 법 제36조 제1항은 실질적으로 조세인 수신료의 금액 및 납부기간 등을 형식적 의미의 법률로 정하지 아니하고 공사의 이사회 및 공보처장관의 승인을 통해 결정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역시 조세법률주의에 반하는 위헌규정이다.
나.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
이 법의 규정에 의하여 공사가 부과 징수하는 수신료는 첫째, 부과목적에 있어서 공영방송사업이라는 특정한 공익사업의 소요경비를 충당하기 위한 것으로 특별회계처리되어 독립채산제방식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일반 재정수입을 목적으로 하는 조세나 서비스의 대가로 부과되는 수수료와 구분되며, 둘째, 부과대상에 있어서 텔레비전방송을 수신하기 위한 목적으로 수상기를 소지한 자에게만 부과되어 공영방송의 시청가능성이 있는 이해관계인에게만 부과된다는 점에서 일반 국민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조세나 서비스를 받은 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수수료와 구별되며, 셋째, 부과기준에 있어서 부과대상자의 방송시청 여부와 관계없이 일정 금액을 부과한다는 점에서 담세력을 기준으로 하는 조세나 서비스 제공비용을 기준으로 하는 수수료와 구별된다.
따라서 수신료는 일종의 인적 공용부담금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강제적으로 부과 징수되어 사인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법률의 근거를 요하기는 하나, 그 실질이 조세와는 구별된다고 할 것이므로 조세법률주의와 같은 정도의 엄격한 법률유보를 요하는 것은 아니고 헌법 제37조 제2항에 근거한 법률유보로서 족하다고 할 것이고, 수신료의 부과 징수에 관한 이 법 제35조 및 제36조 제1항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한 법률유보로서 헌법상 허용된 필요하고도 합리적인 재산권의 제한을 정한 법률이라 할 것이므로 헌법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다. 문화관광부장관의 의견
대체로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와 같다.
라. 공사의 의견
법원이 청구인의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기각한 것은 1998. 8. 20.인데 청구인이 이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것은 1998. 9. 8.이어서 청구기간을 도과한 것이므로 각하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외에는 대체로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와 같다.
3. 판 단
가. 청구기간의 준수 여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의 청구는 법률에 대한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신청이 기각된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제기하여야 하며(같은 법 제69조 제2항), 이 때의 '기각된 날'이란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제청신청에 대한 기각결정을 송달 받은 날을 의미한다(헌재 1989. 7. 21. 89헌마38, 판례집 1, 131, 134 ; 1992. 1. 28. 90헌바59, 판례집 4, 36, 38)고 할 것인데, 기록에 의하면 청구인의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신청은 1998. 8. 20. 기각되었으나 그 결정은 1998. 8. 25. 청구인에게 송달되었으므로, 이로부터 14일 이내에 청구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는 청구기간을 준수한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는 청구기간을 도과한 것이므로 각하되어야 한다는 공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
나. 본안에 관한 판단
(1) 수신료의 법적 성격
(가) 오늘날 방송은 민주적 여론형성, 생활정보의 제공, 국민문화의 향상 등의 공공적 역할을 수행하면서 국민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방송의 이러한 공공성을 고려하여 공익향상과 문화발전을 위한 공영방송제도를 두고 방송운영에 대하여 국가가 직·간접적인 지원과 규율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여서 이 법으로 공사를 설립하여 공영방송사업을 맡기고 있다. 이 법에 의하면 공사는 국내외 방송을 효율적으로 실시하고 전국에 방송의 시청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방송문화의 발전과 공공복지향상에 이바지하게 하기 위하여 설립된 법인으로(제1조)/ 라디오 텔레비전방송의 실시, 국가가 필요로 하는 특수방송의 실시 및 지원, 방송문화행사의 수행 및 방송문화의 국제교류, 방송에 관한 조사·연구 및 발전 등(제21조)의 공영방송사업을 수행한다.
이러한 공영방송사업에는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는바, 이 법은 그 재원을 원칙적으로 수신료로 충당하되 필요한 경우에는 광고방송수입과 기타 수입으로 충당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제23조의2)/ 나아가 국가로 하여금 보조금, 재정자금 융자, 공사의 사채인수 등의 방식을 통하여 재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제30조).
수신료는 텔레비전방송의 수신을 목적으로 텔레비전수상기를 소지한 자에 대하여 징수하며(제35조 제1항), 수신료의 금액은 공사의 이사회가 심의 결정하고, 공사가 공보처장관의 승인을 얻어 부과 징수하며(제36조), 텔레비전의 등록을 하지 아니하거나 수신료를 연체한 자에 대해서는 공사가 추징금 또는 가산금을 징수하며, 이를 체납한 자에 대해서는 국세체납처분의 예에 따라 징수할 수 있다(제37조).
한편, 공사의 회계는 기업회계원칙에 의하여 계리하며, 회계처리의 기준과 절차 등에 관하여는 기업예산회계법을 준용하고(제23조), 이익금은 적립하도록 하는 등(제31조) 독립채산방식을 택하고 있다.
(나) 이 법에 의해 부과·징수되는 수신료는 조세도 아니고 서비스의 대가로서 지불하는 수수료도 아니다.
법원이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에서 밝힌 바와 같이 수신료는 공영방송사업이라는 특정한 공익사업의 소요경비를 충당하기 위한 것으로서 일반 재정수입을 목적으로 하는 조세와 다르다. 또, 텔레비전방송을 수신하기 위하여 수상기를 소지한 자에게만 부과되어 공영방송의 시청가능성이 있는 이해관계인에게만 부과된다는 점에서도 일반 국민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조세와 차이가 있다. 그리고 '공사의 텔레비전방송을 수신하는 자'가 아니라 '텔레비전방송을 수신하기 위하여 수상기를 소지한 자'가 부과대상이므로 실제 방송시청 여부와 관계없이 부과된다는 점, 그 금액이 공사의 텔레비전방송의 수신정도와 관계없이 정액으로 정해져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이를 공사의 서비스에 대한 대가나 수익자부담금으로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수신료는 공영방송사업이라는 특정한 공익사업의 경비조달에 충당하기 위하여 수상기를 소지한 특정집단에 대하여 부과되는 특별부담금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특별부담금은, 부담금의 부과를 통하여 수행하고자 하는 특정한 사회적·경제적 과제에 대하여 조세외적 부담을 지울만큼 특별하고 긴밀한 관계가 있는 특정집단에 국한하여 부과되어야 하고, 이와 같이 부과·징수된 부담금은 그 특정과제의 수행을 위하여 별도로 관리·지출되어야 하며 국가의 일반적 재정수입에 포함시켜 일반적 국가과제를 수행하는데 사용되어서는 아니된다(헌재 1998. 12. 24. 98헌가1, 판례집 10-2, 819, 830-831).
이 법에 의하여 부과되는 수신료는 '텔레비전방송의 수신을 위하여 수상기를 소지하는 자'라고 하는 특정집단에 대하여 부과 징수하는 금전부담이고, 이 경우의 텔레비전방송에는 공사가 실시하는 텔레비전방송도 포함될 뿐만 아니라, 수상기 소지자는 방송시설의 설치·운영, 방송문화활동, 방송에 관한 조사·연구 등 공사가 수행하는 각종 사업의 직·간접적인 수혜자라고 볼 수 있으므로 공사가 수행하는 공영방송사업과 수신료 납부의무자인 수상기소지자 집단 사이에는 수신료라는 금전부담을 지울만한 특별하고 긴밀한 관계가 성립된다고 할 것이며, 징수된 수신료는 국가의 일반적 과제를 수행하는데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공사가 수행하는 텔레비전방송 등의 특정 공익사업의 재정에 충당되며 독립채산방식에 의하여 별도로 관리된다는 점에서 특별부담금으로서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고 할 것이다.
(2) 이 법 제35조의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반 여부
이 법 제35조는 "텔레비전방송을 수신하기 위하여 텔레비전수상기(이하 "수상기"라 한다)를 소지한 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공사에 그 수상기를 등록하고 텔레비전방송수신료(이하 "수신료"라 한다)를 납부하여야 한다. 다만, 대통령령이 정하는 수상기에 대하여는 그 등록을 면제하거나 수신료의 전부 또는 일부를 감면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수신료는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조세라고 할 수 없으므로 그 조세임을 전제로 이 법 제35조가 조세법률주의에 위반된다는 청구인의 주장은 타당하지 아니하나, 이 조항이 수신료 납부의무자의 범위에 관하여 대통령령에 포괄적으로 위임함으로써 헌법 제75조에 규정된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되는 것은 아닌 지가 문제될 수 있다.
이 법 제35조 본문은 수신료 납부의무자의 범위에 관하여 '텔레비전방송을 수신하기 위하여 텔레비전수상기를 소지한 자는……텔레비전방송수신료를 납부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누구라도 수신료 납부의무자의 범위를 잘 알 수 있는 명확한 규정이라 할 것이다. 다만, 같은 조 단서는 등록면제 또는 수신료가 감면되는 수상기의 범위에 관하여 아무런 조건없이 단순히 대통령령이 정하도록 하고 있으나, 등록면제 또는 수신료감면에 관한 규정은 국민에게 이익을 부여하는 수익적 규정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이에 대하여 요구되는 위임입법의 구체성 명확성의 정도는 상대적으로 완화될 수 있는 것이고, 또한 수신료 납부의무자의 범위가 '텔레비전방송을 수신하기 위하여' 수상기를 소지한 자로 되어 있으며, 수신료의 징수목적이 공사의 경비충당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통령령에서 정할 수신료감면 대상자의 범위는 텔레비전방송의 수신이 상당한 기간동안 불가능하거나 곤란하다고 볼만한 객관적 사유가 있는 수상기의 소지자, 공사의 경비충당에 지장이 없는 범위안에서 사회정책적으로 수신료를 감면하여 줄 필요가 있는 수상기소지자 등으로 그 범위가 정하여 질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법 제35조는 헌법 제75조에 규정된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3) 이 법 제36조 제1항의 법률유보원칙 위반 여부
(가) 이 법 제36조 제1항은 "수신료의 금액은 이사회가 심의·결정하고, 공사가 공보처 장관의 승인을 얻어 이를 부과·징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수신료의 금액을 공보처장관의 승인을 필요로 하는 외에는 전적으로 공사(공사의 이사회)가 결정하여 부과·징수하도록 한 것이 헌법에 위반되는 것이 아닌지 문제된다.
헌법은 법치주의를 그 기본원리의 하나로 하고 있으며, 법치주의는 행정작용에 국회가 제정한 형식적 법률의 근거가 요청된다는 법률유보를 그 핵심적 내용의 하나로 하고 있다. 그런데 오늘날 법률유보원칙은 단순히 행정작용이 법률에 근거를 두기만 하면 충분한 것이 아니라, 국가공동체와 그 구성원에게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 영역, 특히 국민의 기본권실현에 관련된 영역에 있어서는 행정에 맡길 것이 아니라 국민의 대표자인 입법자 스스로 그 본질적 사항에 대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는 요구까지 내포하는 것으로 이해하여야 한다(이른바 의회유보원칙). 그리고 행정작용이 미치는 범위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으며, 그 내용도 복잡·다양하게 전개되는 것이 현대행정의 양상임을 고려할 때, 형식상 법률상의 근거를 갖출 것을 요구하는 것만으로는 국가작용과 국민생활의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요소마저 행정에 의하여 결정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인바, 이러한 결과는 국가의사의 근본적 결정권한이 국민의 대표기관인 의회에 있다고 하는 의회민주주의의 원리에 배치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입법자가 형식적 법률로 스스로 규율하여야 하는 그러한 사항이 어떤 것인가는 일률적으로 획정할 수 없고, 구체적 사례에서 관련된 이익 내지 가치의 중요성, 규제 내지 침해의 정도와 방법 등을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할 수 있을 뿐이나, 적어도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자유나 권리를 제한할 때에는 그 제한의 본질적인 사항에 관한 한 입법자가 법률로써 스스로 규율하여야 할 것이다.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서 "법률로써"라고 한 것은 국민의 자유나 권리를 제한하는 행정작용의 경우 적어도 그 제한의 본질적인 사항에 관한 한 국회가 제정하는 법률에 근거를 두는 것만으로 충분한 것이 아니라 국회가 직접 결정함으로써 실질에 있어서도 법률에 의한 규율이 되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여야 한다.
(나)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이 법 제36조 제1항은 법률유보, 특히 의회유보의 원칙에 위반된다.
공사는 비록 행정기관이 아니라 할지라도 그 설립목적, 조직, 업무 등에 비추어 독자적 행정주체의 하나에 해당하며, 수신료는 특별부담금으로서 국민에게 금전납부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므로, 공사가 수신료를 부과·징수하는 것은 국민의 재산권에 대한 제한을 가하는 행정작용임에 분명하고, 그 중 수신료의 금액은 수신료 납부의무자의 범위, 수신료의 징수절차와 함께 수신료 부과 징수에 있어서 본질적인 요소이다. 대부분의 가구에서 수상기를 보유하고 있는 현실에서 수신료의 결정행위는 그 금액의 다과를 불문하고 수많은 국민들의 이해관계에 직접 관련된다. 따라서 수신료의 금액은 입법자가 스스로 결정하여야 할 사항이다.
한편 오늘날 텔레비전방송은 언론자유와 민주주의의 실현에 있어 불가결의 요소이고 여론의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며, 정치적·사회적 민주주의의 발전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공영방송사인 공사가 실시하는 텔레비전방송의 경우 특히 그 공적 영향력과 책임이 더욱 중하다 하지 아니할 수 없다. 이러한 공사가 공영방송사로서의 공적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면서도 아울러 언론자유의 주체로서 방송의 자유를 제대로 향유하기 위하여서는 그 재원조달의 문제가 결정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공사가 그 방송프로그램에 관한 자유를 누리고 국가나 정치적 영향력, 특정 사회세력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하여는 적정한 재정적 토대를 확립하지 아니하면 아니되는 것이다. 이 법은 수신료를 공사의 원칙적인 재원으로 삼고 있으므로 수신료에 관한 사항은 공사가 방송의 자유를 실현함에 있어서 본질적이고도 중요한 사항이라고 할 것이므로 의회 자신에게 그 규율이 유보된 사항이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수신료는 국민의 재산권보장의 측면에서나 공사에게 보장된 방송자유의 측면에서나 국민의 기본권실현에 관련된 영역에 속하는 것이고, 수신료금액의 결정은 납부의무자의 범위, 징수절차 등과 함께 수신료에 관한 본질적이고도 중요한 사항이므로, 수신료금액의 결정은 입법자인 국회가 스스로 행하여야 할 것이다. 물론 여기서 입법자의 전적인 자의가 허용되는 것은 아니어서, 입법자는 공사의 기능이 제대로 수행될 수 있으며 방송프로그램에 관한 자율성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적정한 규모의 수신료를 책정하여야 하고, 공사에게 보장된 방송의 자유를 위축시킬 정도의 금액으로 결정하여서는 아니된다.
국회가 수신료금액을 법률로써 직접 규정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면 적어도 그 상한선만이라도 정하고서 공사에 위임할 수도 있고, 공사의 예산을 국회에서 승인토록 하는 절차규정을 둘 수도 있을 것이며, 또 수신료금액의 1차적인 결정권한을 전문성과 중립성을 갖춘 독립된 위원회에 부여하고서 국회가 이를 확정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 법 제36조 제1항은 국회의 결정 내지 관여를 배제한 채 공사로 하여금 수신료의 금액을 결정하도록 맡기고 있다. 공사가 전적으로 수신료금액을 결정할 수 있게 되면 공영방송사업에 필요한 정도를 넘는 금액으로 정할 수 있고, 또 일방적 수신자의 처지에 놓여 있는 국민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무시당할 수도 있다. 이 조항은 공사의 수신료금액 결정에 관하여 공보처장관의 승인을 얻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행정기관에 의한 방송통제 내지 영향력 행사를 초래할 위험을 내포하는 것이어서 위와 같은 문제점에 대한 하등의 보완책이 되지 못한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이 법 제36조 제1항은 법률유보원칙(의회유보원칙)에 어긋나는 것이어서, 헌법 제37조 제2항과 법치주의원리 및 민주주의원리에 위반된다 아니할 수 없다.
(4) 헌법불합치결정을 하는 이유
이 법 제36조 제1항이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헌법에 위반된다면 단순위헌결정을 하여 바로 그 효력을 상실시키는 것이 원칙이라 하겠으나, 이 법률조항에 대해서 단순위헌결정을 하여 당장 그 효력을 상실시킬 때에는 공사의 공영방송사업에 심각한 타격을 주게 된다. 최근 5년간(1994년부터 1998년까지) 징수된 수신료는 연 평균 4,432억원이고 이는 공사의 연평균 전체수입의 약 40퍼센트에 해당하는 금액이라고 한다. 이와 같이 수신료가 공사의 재정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절대적인 것이어서 수신료 수입이 끊어진다면 공사의 방송사업은 당장 존폐의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고, 그러한 사태는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치게 됨은 물론 방송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도 사실상 심각한 훼손을 입게 될 것이다.
반면, 공사의 원칙적 재원을 수신료로 하는 것이나, 수신료 납부의무자를 텔레비전방송을 수신하기 위하여 수상기를 소지한 자로 정하여 이들에 대하여 수신료를 부과·징수하는 것 자체에 위헌성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위헌성이 있는 위 조항의 잠정적 적용으로 인한 기본권침해의 정도는 상대적으로 크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법 제36조 제1항에 대해 단순위헌결정을 함으로써 바로 그 효력을 상실하게 하는 대신 헌법불합치결정을 하고 빠른 시일내에 헌법위반 상태의 제거를 위한 입법촉구를 하되 그 때까지는 이 조항의 효력이 지속되도록 하는 바이다.
입법자는 이 결정에서 밝힌 위헌이유에 맞추어 수신료 결정에 관한 규정을 합헌적인 내용으로 개정함에 있어서는 신중한 검토를 위하여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할 것이나, 현재의 국회는 헌법을 지켜야 할 당위성 때문에 임기만료 등을 고려하여 그 입법활동이 사실상 종료되는 1999. 12. 31.까지는 헌법위반의 상태를 제거하여야 할 입법의무가 있다. 그리고 그 때까지는 부득이 이 법 제36조 제1항의 효력은 지속되어야 할 것이며, 동 조항의 효력은 1999. 12. 31.이 경과하여 비로소 상실된다.
4. 결 론
이상과 같은 이유로 이 법 제35조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고, 이 법 제36조 제1항은 헌법에 위반되나/ 다만 입법자가 1999. 12. 31.을 시한으로 개정할 때까지는 계속 그 효력을 지속하게 함이 상당하므로 헌법불합치를 선언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5.와 같은 재판관 조승형의 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재판관 전원의 의견일치에 따른 것이다.
5. 재판관 조승형의 의견
가. 법 제35조에 대한 청구부분에 관한 별개의견
나는 주문표시 중 "한국방송공사법(……) 제35조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한국방송공사법(……) 제35조에 대한 심판청구는 이를 기각한다"로 함이 상당하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우리재판소가 1995. 10. 26. 선고한 92헌바45 군형법 제75조 제1항 제1호 위헌소원, 93헌바62 구주택건설촉진법 제52조 제1항 제3호 등 위헌소원, 94헌바7·8(병합) 구 조세감면규제법 제62조 제3항 위헌소원, 95헌바22 징발재산정리에관한특별조치법 제20조 제1항 위헌소원, 94헌바28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 위헌소원의 각 사건 결정시에 주문표시에 관한 별개의견에서 상세하게 설명한 바와 같이,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7항, 제47조 소정의 기속력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합헌결정을 굳이 할 필요가 없으며, 이 사건의 경우는 국민이 위헌이라고 주장하여 심판을 청구하는 것이므로 그 뜻을 받아 들일 수 없는 결론 즉 합헌이라면 굳이 아무런 실효도 없이 국민이 청구한 바도 없는 "합헌"임을 주문에 표시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나. 법 제36조 제1항에 대한 청구부분에 관한 반대의견
나는 우리재판소가 11차에 걸쳐 행한 헌법불합치의 각 결정들(1989. 9. 8. 88헌가6 ; 1991. 3. 11. 91헌마21 ; 1993. 3. 11. 88헌마5 ; 1994. 7. 29. 92헌바49등 ; 1995. 9. 28. 92헌가11등 ; 1995. 11. 30. 91헌바1등 ; 1997. 3. 27. 95헌가14등 ; 1997. 7. 16. 95헌가6등 ; 1997. 8. 21. 94헌바19등 ; 1998. 8. 27. 96헌가22등 ; 1998. 12. 24. 89헌마214등 각 결정)에 관하여 판례변경을 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유지한 다수의견에 대하여 위 판례를 변경하여 단순위헌선언을 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반대한다. 그 이유는 위 92헌가11등 특허법 제186조 제1항 등 위헌제청, 91헌바1등 소득세법 제60조, 구소득세법 제23조 제4항 등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의 각 결정시에 반대의견으로 상세히 밝힌 바 있으므로 이를 그대로 인용하며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헌법불합치결정은 헌법 제111조 제1항 제1호 및 제5호, 헌법재판소법 제45조, 제47조 제2항의 각 명문규정에 반한다.
둘째, 위 판례와 다수의견이 독일헌법재판소의 판례를 수용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의 판례를 정립하려 하나, 독일과 우리의 법제는 서로 다르므로 이를 그대로 수용할 수는 없다.
독일의 헌법재판소법이 헌법불합치결정을 판례로 확립한 이후 1970년 제4차 개정시에 간접적이지만 그 결정의 근거를 마련하였는바, 그 개정 이전의 같은 법 제78조는 "연방헌법재판소가 연방법이 기본법과 또는 주법이 기본법 혹은 기타의 연방법과 합치하지 아니한다는 확신에 이른 경우에는 연방헌법재판소는 그 법률의 무효를 선언한다(위헌선언). 동일한 법률의 다른 규정이 동일한 이유로 기본법 또는 기타의 연방법과 합치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연방헌법재판소는 마찬가지로 그 규정을 무효로 선언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바 "합치하지 아니한다는 확신에 이른 경우"만 그 법률의 무효를 선언하여야 하며, 합치하지 아니한다는 의견이나 법률의 무효로 인한 법적 공백상태 등의 고려로 그 "확신"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다른 결정(합헌 또는 헌법불합치)을 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고 법문용어를 사용함에 있어 "합치하지 아니한다"는 용어를 쓰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헌법재판소법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위헌여부만" 즉 "위헌"이냐 "합헌"이냐 "만"을 "심판"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을 뿐/ 다른 사정을 고려하여 법률 또는 법률조항의 무효선언을 당장 할 수가 없다는 소신이 있을 때에는 위헌 또는 합헌이외의 다른 결정을 할 수 있다고 해석함에 족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며, 우리 헌법이나 헌법재판소법의 어느 조항에도 "헌법에 합치하지 아니한다"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 아니한다.
독일의 위 개정전 헌법재판소법은 헌법재판소 결정의 효력에 관한 제79조에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른 법률 또는 법률조항의 실효에 대하여 원칙적으로 소급효를 인정하고 특정의 경우에만 그 예외를 인정하고 있음에 반하여, 우리의 경우는 형벌에 관한 법률 또는 법률조항을 제외한 모든 법률 또는 법률조항의 실효에 대한 장래효만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독일의 경우는 법률의 무효선언(위헌결정)으로 인하여 법률이 실효될 때에 올 수 있는 법규범의 공백상태가 우리의 경우보다는 훨씬 심각하고 그런 경우가 훨씬 더 많이 발생할 수 있게 되므로 헌법불합치결정의 판례가 정립될 수밖에 없었으나, 우리의 법제 즉 법률 또는 법률조항의 실효가 장래효에 그치는 제도하에서는 다수의견이 우려하는 법규범의 공백·법적혼란 등 법적 안정성을 해치는 등의 사태는 발생할 가능성이 없으므로(【당해사건】 등에 대하여 소급효를 인정하더라도 위와 같은 심각한 사태발생의 우려는 없으므로) 다수의견과 같이 헌법과 법률상의 명문규정에 반하면서 독일의 판례를 수용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할 것이다.
셋째, 독일의 판례확립과정과 입법과정을 보면 판례의 확립이, 헌법이나 헌법재판소법의 명문규정에 반함이 없고 오히려 해석상으로 그 근거규정(위 제4차 개정 이전의 헌법재판소법 제78조, 제79조)이 있으며,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원칙적으로 소급효를 가지고 있음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심각한 법규범의 공백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위와 같은 판례가 확립되고 그후에 입법적으로 해결하였음을 알 수 있는바, 헌법 또는 헌법재판소법 기타 법률상 근거를 찾을 수 없고 위와 같은 과정을 거칠 사정이 없는 우리의 경우는 독일의 경우와는 판이하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재판소가 11차에 걸쳐 헌법불합치결정을 단행하고 있음은 진지한 연구와 분석 검토를 거치지 아니하고 무책임하게 독일의 판례를 수용하였다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넷째, 우리의 헌법재판소법 제45조, 제47조의 입법취지는 독일의 민주주의 발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1961년부터 1988년까지 무려 27년간의 권위주의시대를 겪으면서 그만큼 민주주의가 후퇴한 헌정사를 경험하였기 때문에, 과거 권위주의시대의 위헌법률 또는 법률조항의 잠정적 적용으로 인하여 권위주의를 정당화시키는 어떠한 결정도 배제하고자 하는 뜻에서 헌법재판소가 "위헌"이면 위헌, "합헌"이면 합헌의 심판만을 할 수 있으며 그 이외의 여하한 결정도 할 수 없게 하는데 그 취지가 있었고, 이와 같은 경우 혹시라도 그 취지에 반하는 법규범의 공백상태로 인하여 오히려 헌법상의 각 원칙과 원리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하는 등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하여 독일의 경우와는 반대로 실효된 법률 또는 법률조항의 장래효만을 규정하였으므로 이와 같은 입법취지에 비추어 보면 헌법불합치라는 변형결정은 결코 허용될 수 없다.
따라서, 헌법불합치결정은 헌법에 위반되는 결정으로서 마땅히 위 각 판례는 변경되어야 할 것이며, 단순위헌결정을 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