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한정위헌을 구하는 심판청구를 적법하다고 한 사례
나. 부가가치세의 거래징수를 규정한 부가가치세법 제15조와 세금계산서의 교부의무 등을 규정한 부가가치세법 제16조 제1항이 헌법상 조세법률주의, 재산권, 평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재판요지
가. 법률조항의 한정위헌을 구하는 청구라 하더라도 청구취지가 심판대상조항 자체의 불명확성을 다투는 경우로 이해되는 경우에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심판대상이 된다.
나. 부가가치세의 납세의무자는 사업자이므로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받는 거래상대방은 재정학상 사실상의 담세자로서의 지위를 갖고 있을 뿐 조세법상 납세의무자로서의 지위에 있는 것은 아니다. 부가가치세를 사실상 누가 부담하며 어떻게 전가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는 거래당사자간의 약정 또는 거래관행 등에 의하여 결정될 사항이지, 조세법에 따라 결정되는 사항은 아니다. 또한 세금계산서는 사업자가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때에 부가가치세를 거래징수하고 이를 증명하기 위하여 거래상대방에게 작성·교부하는 세금영수증이며, 부가가치세액의 지급약정을 한 증빙서류인지 여부는 국가가 관여할 성질의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조세법률주의와 무관하며, 재산권,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도 없다.
부가가치세법 제15조(1976. 12. 22. 법률 제2934호로 제정된 것) 및 제16조 제1항(1993. 12. 31. 법률 제4663호로 개정된 것)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개요와 심판대상
가. 사건개요
(1) 98헌바7
청구인 주식회사 영진공사(이하 '영진'이라 한다)는 1992. 2. 18. 인천지방해운항만청(인천지방해양수산청의 전신, 이하 '인천항만청'이라 한다)으로부터 인천 남항 물양장 개축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 시행허가(비관리청 항만공사)를 받고 시설 공사를 했는데 항만법 제17조 제1항에 따라 준공과 동시에 국가소유로 귀속되었다. 청구인 영진은 공사비 보전을 위하여 인천항만청으로부터 1996. 4. 26.부터 20년 간 위 보전액에 이를 때까지 위 시설의 무상사용수익권을 취득하는(같은 법 제17조 제3항, 제4항) 한편, 1996. 4. 26. 건설용역 공급사업자로서 위 시설공사의 총사업비 금 10,054,858,336원의 10%인 금 1,005,485,833원을 세액으로 하여 매출세금계산서를 인천항만청에 교부하고 부가가치세를 자진납부하였다. 인천항만청은 세금계산서를 수령하고서도 부가가치세액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청구인 영진은 국가를 상대로 인천지방법원에 구상금 청구소송을 하였으나 기각(1996. 12. 11. 96가합12692)되고, 서울고등법원에서도 기각(1997. 6. 17. 97나2391)되었다. 위 청구인의 상고로 대법원(97다30158)에 계속중 부가가치세법 제15조, 제16조 제1항에 의하여 거래상대방이 사업자에게 부가가치세를 지급하지 아니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위헌심판제청 신청을 하였으나 기각되자, 1998. 1. 15. 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98헌바18
청구인 조명기, 한옥수는 1990. 7. 9.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535의 127 대지 703㎡와 그 지상 6층 근린생활시설 건물 1동(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을 취득하여 임대업을 하였다. 그러나 부채 누적으로 1992. 6. 27. 이 사건 부동산에 임의경매절차가 진행되어 같은 해 12. 24. 주식회사 신화가 이를 경락하고 1993. 4. 26.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 함으로써 부동산임대업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시흥세무서장은 1993. 5. 16. 청구인들에 대하여 경매에 의한 이 사건 부동산의 양도가 부가가치세법 제6조 제1항에 규정된 재화의 공급에 해당한다고 하여 건물분 과세표준액 금 381,319,808원과 임대수입 금 36,368,797원에 대한 부가가치세 및 가산세 금 50,063,020원을 부과·고지하였다.
청구인들은 서울고등법원(93구34284)에 부가가치세부과처분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하였으나 시흥세무서장의 상고로 파기환송되어(대법원 94누15424) 그 환송심에서 패소하고(서울고등법원 96구33824), 대법원에 상고(97누7547)하여 그 소송 계속중에 재판의 전제가 되는 부가가치세법 제1조 제1항, 제6조 제1항 및 제15조를 채권자의 신청에 의하여 법원이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을 경매하면서 경락인으로부터 부가가치세를 거래징수하지 아니하고 채무자에게 이를 부과하는 것이 적법하다고 해석·적용하는 한 위헌이라는 이유로 위헌제청신청(97부31)을 하였으나 각하되자, 같은 해 3. 9. 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대상
부가가치세법(이하 '법'이라 한다) 제15조(1976. 12. 22. 법률 제2934호로 제정된 것) 및 제16조 제1항(1993. 12. 31. 법률 제4663호로 개정된 것)의 위헌여부이고, 심판대상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다만 98헌바18 사건의 경우, 법 제1조 제1항은 부가가치세의 과세대상에 관한 규정이고 법 제6조 제1항은 재화의 공급에 관한 규정으로, 법원이 부동산을 경매할 때에는 채무자가 아닌 경락자로부터 부가가치세를 징수하여야 한다는 청구인들의 불복 내용과 직접관련이 없으므로 심판대상으로 삼지 아니한다).
(1) 심판대상
법 제15조(거래징수) 사업자가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때에는 제13조의 규정에 의한 과세표준에 제14조의 규정에 의한 세율을 적용하여 계산한 부가가치세를 그 공급을 받는 자로부터 징수하여야 한다.
법 제16조(세금계산서) ① 납세의무자로 등록한 사업자가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때에는 제9조에 규정하는 시기에 다음 각호의 사항을 기재한 계산서(이하 "세금계산서"라 한다)를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공급을 받는 자에게 교부하여야 한다. 다만,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에는 그 교부시기를 달리할 수 있다.
1. 공급하는 사업자의 등록번호와 성명 또는 명칭
2. 공급받는 자의 등록번호
3. 공급가액과 부가가치세액
4. 작성연월일
5. 제1호 내지 제4호 이외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항
(2) 관련조항
항만법 제17조(항만시설의 귀속 등) ① 제9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한 비관리청의 항만공사로 조성 또는 설치된 토지 및 항만시설은 준공과 동시에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귀속된다. 다만, 대통령령이 정하는 토지 및 항만시설은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생략
③ 비관리청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귀속된 항만시설을 총사업비의 범위 안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
④ 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귀속된 항만시설을 무상으로 사용하는 자는 당해 시설을 타인으로 하여금 사용하게 할 수 있다.
2. 청구인들의 주장과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들의 주장
(1) 98헌바7
법 제15조를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받는 자가 사업자에게 직접 부가가치세를 지급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법원의 해석은, 부가가치세는 공급받는 자가 부담하고 궁극적으로는 최종소비자에게 전가시키겠다는 법의 근본취지에 반한다.
법 제16조 제1항에 의한 세금계산서는 부가가치세액을 정하기 위한 증빙서류로서 사업자의 세금계산서 교부사실만으로는 거래상대방이 그 사업자에 대하여 부가가치세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고 지급약정에 관한 청약의 의사표시가 아니라는 해석은 세금계산서에 관한 법리에 어긋난다.
위와 같은 해석은 조세법률주의를 선언한 헌법 제59조, 납세의 의무를 규정한 헌법 제38조, 재산권의 보장에 관한 헌법 제23조, 평등원칙을 선언한 헌법 제11조 제1항에 위반된다.
(2) 98헌바18
이 사건 부동산의 양도는 사업자의 지위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므로 부가가치세의 과세대상인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이 사건 부동산의 양도가 부가가치세의 과세대상이 된다고 하더라도 법 제15조에 의하여 법원은 경락자로부터 징수하여야 한다.
법원이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을 경매한 경우, 경락자로부터 부가가치세를 거래징수하지 아니하고 채무자로부터 징수하는 것으로 해석·적용하는 한 조세법률주의에 위반된다.
나. 대법원과 재정경제부장관, 국세청장, 인천지방해양수산청장은 합헌의견을 개진하였다.
3. 판 단
가. 청구인 조명기, 한옥수의 한정위헌심판청구의 적법여부
청구인들의 주장은 심판대상조항의 해석을 다투는 것이 아니라 해당 법률조항이 거래징수의 개념 또는 법적 수단을 명확하게 규정하지 아니함으로써 행정관청 또는 법원에서 조세법의 규정을 자의적·편의적으로 해석·적용할 수 있는 소지를 허용한 것은 납세자의 재산권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이므로 조세법률주의에 위반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으로 못 볼 바 아니다. 이와 같이 심판대상조항 자체의 불명확성을 다투는 것으로 이해되는 경우에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심판대상이 된다(헌재 1995. 7. 21. 92헌바40, 판례집 7-2, 34, 36).
나. 법 제15조, 제16조 제1항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
(1) 소비세인 부가가치세의 담세자는 재화나 용역을 공급받는 자(이하 '거래상대방'이라 한다)이나 납세의무자는 해당 재화나 용역을 공급하는 자(이하 '사업자'라고 한다)이다. 사업자가 납부할 부가가치세액은 매출세액에서 매입세액을 공제한 금액이므로 사업자 측에서는 매입시에 세금계산서를 교부 받아 이를 증빙으로 자신이 부담하는 매입세액을 공제받고, 매출시에는 거래와 동시에 세금계산서를 교부하고 거래상대방으로부터 부가가치세를 거래 징수하는 것을 본질로 하는 조세이다.그런데 사업상 독립적으로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자(사업자)는 부가가치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법 제2조),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받는 거래상대방은 재정학상 사실상의 담세자로서의 지위를 갖고 있을 뿐 조세법상의 납세의무자로서의 지위에 있는 것은 아니다.심판대상인 법 제15조의 규정은 부가가치세 상당액을 공급받는 자에게 전가시켜 궁극적으로 최종소비자에게 부담시키겠다는 취지를 규정한 것에 불과한 것이다.부가가치세를 사실상 누가 부담하며 어떻게 전가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사적 자치가 허용되는 영역이므로 거래당사자의 약정 또는 거래관행 등에 의하여 그 부담이 결정될 사항이지, 국가와 납세의무자와의 권리·의무관계를 규율하는 조세법에 따라 결정되는 사항은 아니다.
(2) 법 제16조 제1항은 사업자에 대한 세금계산서 교부의무와 세금계산서의 기재사항 및 교부시기를 규정한 조항이다. 세금계산서는 사업자가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때에 부가가치세를 거래징수하고 이를 증명하기 위하여 거래상대방에게 작성·교부하는 세금영수증으로서, 전단계 세액공제법을 채택하고 있는 부가가치세법 하에서는 납부세액(매출세액-매입세액)을 계산하는 데 필요한 증빙서류이다.
세금계산서는 사업자와 거래상대방 관계에서는 송장, 외상거래에서는 청구서, 재화 또는 용역의 영수증, 부가가치세액의 영수증, 장부 기장시의 증빙자료 등으로 쓰이며, 조세행정상으로는 매출세액 계산 및 매입세액 공제가 정당한지 여부와 소득세 과세 등에도 활용되는 자료이다.
그러나 부가가치세액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의 문제는 당사자간의 약정 또는 거래관행에 의하여 결정되는 사항이라 함은 위에서 본 바가 있으므로, 세금계산서가 세액지급약정을 한 증빙서류인지 여부는 국가가 관여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법 제15조, 법 제16조 제1항은 조세법상의 권리·의무인 과세요건을 규정한 것이 아니므로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이 적용될 여지가 없는 것이다.
4. 결 론
이상의 이유로 과세청과 법원이 법 제15조, 제16조 제1항을 해석·적용함에 있어서 헌법상의 조세법률주의, 재산권, 평등원칙을 위반한 위법이 없으므로, 관여한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