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검사의 불기소처분으로 인한 기본권침해가 인정된 사례재판요지
이 사건 고소사실은 초·중등학교 동창생이자 인근지역 경찰서 정보과장직을 각 맡고 있던 피고소인들이 공모하여 허위의 견문보고서를 작성, 행사하였다는 것이고, 견문보고서의 내용이 허위임은 수사기록 전체에 비추어 의문의 여지가 없는바, 수사기록에 나타난 모든 자료들과 정황을 토대로 정상적인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면 피고소인들간에 어떤 경로나 형식으로든 허위내용의 견문보고서를 작성·행사한다는 점에 관하여 의사의 상통과 결합이 있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그러한 모든 자료와 정황을 아무런 합리적 설명없이 배척하고, 증거부족을 이유로 혐의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하고 만 것은 증거판단에 있어 중대한 잘못을 범한 것이자 소추기관으로서의 검사의 의무를 게을리한 것으로서 현저히 자의적인 처분이라 하지 않을 수 없고, 이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이 침해되었다.참조조문
헌법 제11조 제1항, 제27조 제5항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결정
사건98헌마365,99헌마41(병합) 불기소처분취소
주 문
1.피청구인이 1997. 12. 30. 전주지방검찰청 1997년 형제21764호 사건의 피고소인 김○기에 대하여 한 불기소처분과 1998. 2. 26. 같은 검찰청 1997년 형제25263호 사건의 피고소인 이○철에 대한 허위공문서작성 및 동 행사죄의 고소사실에 관하여 한 불기소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2. 청구인의 나머지 심판청구를 기각한다.이 유
1. 사건의 개요
이 사건 기록과 수사기록(전주지방검찰청 1997년 형제21764호 및 같은 검찰청 1997년 형제25263호 불기소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98헌마365 사건(전주지방검찰청 1997년 형제21764호 사건)
(1)청구인은 1996. 11. 30. 청구외(피고소인) 김○기를 허위공문서작성, 동 행사 혐의로 고소하였는바, 그 고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소인은 전주경찰서 정보과장으로 근무하던 자인바, 정읍시 연지동 506의70외 1필지를 청구인이 대표이사로 있는 정일청과주식회사의 이사 박○렬과 공동으로 매수, 위 회사에 임대하여 임대료를 받아 오던 중 임대료문제 등으로 위 박○렬과 분쟁이 생기자, 위 회사가 정○청과 도매시장의 부지 및 건물을 사용함에 있어 불법을 저지르지 아니하였고 또한 위 시장부지 및 건물이 상인 및 시장이용자들의 이용에 불편을 끼치지 아니하여 전혀 비난여론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읍경찰서 정보과장이던 이○철과 공모하여, 행사할 목적으로,
1996. 7. 24.경 피고소인은 자신을 고소인으로 하고 위 박○렬을 피고소인으로 한 고소장을 작성하여 이를 위 이○철에게 인편으로 보낸 후 동인에게 전화로 위 고소장의 내용을 설명하면서 위 회사가 기존의 시장부지 절반을 비워둔 채 인근 토지를 매입, 이전허가 없이 불법으로 시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하고, 위 이○철은 1996. 7. 31. 정읍경찰서 정보과장실에서 '정읍시 정일청과도매시장 불법운영에 따른 비난여론'이라는 제목으로 위 회사가 허가없이 인근 토지를 매입·이전하여 불법으로 시장운영함으로써 시장협소로 시민불편을 초래하고 있고 정읍시청에서는 불법행위를 계속 묵인하여 비난여론이 고조되고 있다는 내용의 견문보고서 1부를 작성한 후, 이를 그 정을 모르는 정읍경찰서장에게 결재를 위하여 제출, 행사함으로써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허위공문서를 작성, 행사한 것이다.
(2)피청구인은 위 고소사건에 관하여 수사한 후 1997. 12. 30. 피고소인에 대하여 범죄의 혐의가 없다는 이유로 불기소처분을 하였다.
나.99헌마41 사건(전주지방검찰청 1997년 형제25263호 사건)
(1)청구인은 1997. 12. 3. 청구외(피고소인) 이○철을 허위공문서작성, 동 행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소하였는바, 그 고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소인은 정읍경찰서 정보과장으로 근무하던 자인바, 그 무렵 전주경찰서 정보과장으로 근무하던 친구 김○기가 정일청과주식회사 이사인 박○렬을 상대로 시장부지 임대차 문제 등으로 정읍경찰서에 고소한 배임사건에 관하여 담당공무원을 통하여 청구인이 대표이사로 있는 위 회사에 압력을 가함으로써 위 김○기를 이롭게 할 목적으로, 김○기와 공모하여,
(가)1996. 7. 31. 정읍경찰서 정보과장실에서, 행사할 목적으로, '정일청과주식회사는 재산권 분규와 관련하여 기존 청과시장부지 절반을 비워둔 채, 인근 토지를 매입하여 허가없이 시장부지를 이전하여 운영하고 있는데도 정읍시청에서는 이를 묵인하고 있고, 동 시장부지가 협소하여 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하고 있어 상인과 주민들의 불만과 비난 여론이 고조되고 있음'이라는 허위내용의 견문보고서를 휴가중인 부하직원 명의로 작성한 후, 그 무렵 위 허위보고서를 동 경찰서장과 전북지방경찰청장에게 각 보고함으로써 허위작성공문서를 행사하고,
(나)같은해 8. 초순경 전북도청 농산물유통과 소속 공무원 서○우 등으로 하여금 위 정일청과주식회사를 수회 조사케 하고, 위 김○기와 합의를 시키도록 강요하는 등 직권을 남용하여 위 서○우 등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이다.
(2)피청구인은 위 고소사건에 관하여 수사한 후 1998. 2. 26. 피고소인에 대하여 범죄의 혐의가 없다는 이유로 불기소처분을 하였다.
다.청구인은 위 두 불기소처분에 불복하여 각각 검찰청법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 항고·재항고를 하였으나 모두 기각되자, 피청구인의 위 불기소처분들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청구인의 평등권 및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면서 1998. 10. 20.(98헌마365 사건)과 1999. 1. 20.(99헌마41 사건) 위 두 불기소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각 청구하였다.
2. 판 단
가.피고소인 김○기, 이○철의 허위공문서작성, 동 행사의 점에 관하여
(1) 사건의 배경과 경과
이 사건 기록과 수사기록에 의하여 다툼없이 인정되는 사실을 기초로 두 고소사건의 배경과 경과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가) 피고소인들과 청구인 등의 인적 관계
피고소인들은 경찰공무원으로서, 피고소인 김○기는 1994. 12. 7.부터 1996. 6. 30.까지 전주경찰서 정보과장으로, 같은 이○철은 1995. 3. 16.부터 1996. 11. 26.까지 정읍경찰서 정보과장으로 각 근무하였고, 두 사람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동창생이다. 한편 청구인은 정읍시 소재 정일청과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이자 주주이고, 청구외 박○렬은 동 회사의 최대주주이자 이사이다.
(나)정일청과주식회사 부지의 분할 및 소유관계의 변화
①1982. 12. 정읍시 연지동 506의70에 시장허가가 났고, 1984. 3. 506의70에서 506의79가 분할되고, 1986. 3. 506의70에서 506의101이 다시 분할되었다.
②1989. 4. 506의70, 506의101 및 506의71을 정일청과주식회사의 주주인 청구외 박○렬과 피고소인 김○기가 공동으로 매수하고서 명의는 박○렬로 하였다. 1990. 4. 506의101은 청구외 신○우에게 매도되었다.
③1995. 3. 506의79에서 506의148이 분할되어 위 회사에게 소유권이전되었다. 이는 피고소인 김○기와 박○렬간에 임대료문제로 분쟁이 발생하자 동 피고소인이 자기지분 부지에 대하여 점포를 비워 달라고 요구함에 따라 위 회사에서 그 지분부지를 비워주고 그 대신 506의148을 매수하여 시장부지로 사용한 것이다.
④1996. 6. 명의신탁해지로 506의70의 지분 3101분의 1613이 위 피고소인에게 소유권 이전되었다.
(다) 피고소인 김○기의 고소
피고소인 김○기는 1996. 7. 24. 박○렬을 횡령, 배임, 농수산물유통및가격안정에관한법률위반의 혐의로 고소하였는데, 횡령 및 배임의 고소사실은 임대료 정산에 관한 것이고, 농수산물유통및가격안정에관한법률위반의 점은 위 피고소인의 지분부지를 비워둔 채 허가지역 외인 506의148을 매수하여 농산물도매시장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위 피고소인은 위 고소장을 친구이자 정읍경찰서 정보과장으로 근무하던 피고소인 이○철에게 인편으로 보낸 후, 전화로 고소요지를 설명하였다[이 고소사건에 대하여 전주지방검찰청은 1997. 6. 25. 모두 혐의없음의 결정(전주지방검찰청 1997년 형제530호)을 하였다].
(라) 견문보고서의 작성
피고소인 이○철은 1996. 7. 31. 휴가중인 자신의 부하직원 경장 한○성의 정번(정보과원 고유번호 20186) 명의로 '정읍시 정일청과도매시장 불법운영에 따른 비난여론'이라는 제목의 견문보고서를 작성하여 전북지방경찰청에 보고하였다. 전북지방경찰청은 다음 날인 같은 해 8. 1. 위 보고서 내용을 전북도청에 통보하였고, 전북도청과 정읍시는 즉시 조사에 착수하였으나, 그 결과 위 보고서내용이 사실무근임이 밝혀졌다[전주지방검찰청 1997년 형제21764호 불기소사건기록(이하 "수사기록"이라고만 한다) 제190-191면, 제200면).
(마) 경찰청 감사의 결과
청구인이 대통령비서실에 진정함에 따라 경찰청 감사관실에서 피고소인들의 비위여부에 관하여 조사하였는데, 1996. 11. 6. 경찰청장은 피고소인 이○철에 대하여 '청과시장이 불법운영을 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한 사실확인없이 이해당사자인 동료 전주경찰서 정보과장 김○기의 일방적인 주장이 도청 유통과에 통보되도록 함으로써 도청 및 시청 관련 공무원들로부터 부당한 압력을 당했다는 내용의 진정을 받아 물의 야기한 비위'를 인정하여 계고처분을 하였고(수사기록 제36면), 1996. 11. 12. 경찰청 중앙징계위원회는 피고소인 김○기에 대하여 '자신의 재산상 이익을 위해 적법운영중인 농산물도매시장이 불법운영되고 있다고 관계기관으로 하여금 조사토록 한 비위'를 인정하여 견책의 징계처분을 하였다(수사기록 제31면, 제161-164면).
(바) 청구인의 고소
청구인이 피고소인 김○기를 1996. 11. 30., 피고소인 이○철을 1997. 12. 3. 각 고소함으로써 이 사건 심판청구에 이른 것임은 위 '사건의 개요' 부분에서 본 바와 같다.
(2)쟁점의 정리
이 사건의 쟁점은 첫째, 피고소인 이○철이 작성한 견문보고서가 허위인지, 둘째, 이 보고서의 내용이 허위라면 그 작성에 있어 피고소인들에게 범의가 있으며, 상호 공모하였는지의 여부이다.
(3) 견문보고서의 허위 여부
(가) 견문보고서의 내용
견문보고서의 내용은 첫째, 정일청과주식회사는 박○렬과 피고소인 김○기간에 분쟁이 발생하자 김○기 소유의 부지는 비워둔 채 허가없이 인접한 정읍시 연지동 506의148 부지를 매입, 불법으로 도매영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것이고, 둘째, 기존 시장터를 비워둔 채 협소하게 시장을 운영하는데 대한 불만과 아울러 정읍시청에서 불법적 시장운영을 묵인하는데 대하여 상인들간에 비난여론이 고조하고 있다는 것이다(수사기록 제44면).
(나) 견문보고서 내용의 허위성
위에서 본바와 같이 정읍시 연지동 506의148 부지는 애초에 시장으로 허가된 부지인 506의70에서 분할된 506의79에서 재분할되어 나온 것으로서 허가구역이고, 따라서 정일청과의 영업은 적법하고, 정읍시에서 현장조사, 여론청취의 방법으로 조사한 바, 시장부지가 협소함으로 인한 시민의 불편이나 교통체증 등의 문제점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수사기록 제200면). 이와 같이 견문보고서 내용이 객관적으로 허위임은 수사기록 전체에 비추어 의문의 여지가 없다.
(4) 피고소인들의 변명
피고소인들은 범의(허위에 대한 인식) 및 공모관계를 부인하고 있으므로 먼저 피고소인들의 변명이 과연 진실되거나 신빙성이 있는 것인지 본다.
(가) 피고소인 김○기의 변명 및 그에 대한 검토
1)위 피고소인은 정일청과주식회사가 정읍시 연지동 506의148 부지를 사용하는 것이 불법인 줄 알았다고 변명하고 있다.
①위 피고소인은 고소장 작성 전에 전북도청 농산물 유통과 직원 서○우에게서 불법이라는 확인을 받았다. 즉 서○우에게 '506의148 부지의 사용이 위법이 아니냐, 현장을 확인하여 달라'고 하였으며 그 10여일 후에 다시 전화하여 서○우로부터 불법이라는 확인을 받았다고 주장한다(수사기록 제336면). 그러나 서○우의 진술에 의하면 동인은 정일청과가 허가지역외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면 불법이라는 일반적·가상적 답변만 하였을 뿐이고, 현장확인이나 두번째 통화를 한 사실이 없고, 경찰청으로부터의 공문을 통보받고서 1996. 8. 중순경 비로소 현장확인을 하였다고 하므로(수사기록 제343-345면) 위 피고소인의 변명은 믿을 수 없다.
②다음으로 위 피고소인은 506의148 부지가 기존의 허가지역에 해당하는지 몰랐고, 도매시장업무규정에 허가번지가 506의70으로 나와 있어 당연히 허가지역이 아닐 줄로 알았다고 변명한다(수사기록 제337, 338면). 그러나 도매시장업무규정과 등기부등본에 의하면 1982. 12. 506의70에 시장허가가 있었고, 1984. 3. 506의70에서 506의79가 분할되었고, 1995. 4. 506의79에서 506의148이 다시 분할된 것으로, 결국 506의148은 시장허가 이후 506의70에서 분할되어 나온 것이어서 허가지역 이내인바(수사기록 제305면), 506의70은 위 피고소인과 박○렬이 공동구입시 이미 분번되어 있었고, 7년여 동안 시장부지의 공동소유자로서 506의70 외에도 506의101과 같이 시장부지로 사용되는 토지가 있음을 잘 알고 있는 위 피고소인이 506의70만이 허가지역이라고 생각하였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수사기록 제372, 제379-380면). 더우기 위 피고소인은 고소장 작성 이전인 1996. 4.과 6.에 506의148 부지로 이전하여 영업하는 것이 불법이 아니냐고 청구인측에게 따지다가 적법하다는 답변을 이미 들은 바도 있다(수사기록 제380, 393면).
2)위 피고소인은 피고소인 이○철에게 견문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하여 달라는 부탁을 한 바 없으며, 이○철이 견문보고서를 작성하였음을 1996. 9.말경 경찰청 감사반에서 진정사건으로 조사받는 과정에서 처음 알았다고 한다(수사기록 제346면). 그러나 서○우, 김○석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소인 김○기는 견문보고서가 작성되고 경찰청에서 도청으로 공문이 통보된 직후, 즉 1999. 8.초에 서○우의 초등학교 선배이자 자신의 직속부하인 김○석을 시키거나 본인이 직접 나서서, 공문의 처리경과를 수차 문의·확인하였으며(수사기록 제90-93면, 제101-108면, 제175면)/ 나아가 도청에서 정읍시에 공문을 보내 정일청과주식회사로 하여금 다시 자신의 부지를 임차·사용하도록 압력을 행사하여 달라고 집요하게 부탁한 바 있고(수사기록 제368면), 이에 따라 서○우는 정일청과측에게 '경찰들이 자주 찾아와 귀찮아 죽겠으니 김○기와 어떻게 잘 합의하라'고 하기까지 한 바 있으므로(수사기록 제179-180면), 위 피고소인의 변명은 거짓임이 분명하다.
(나) 피고소인 이○철의 변명 및 그에 대한 검토
1)피고소인 이○철은 피고소인 김○기가 송부한 고소장, 김○기와의 통화내용, 도매시장업무규정을 토대로 견문보고서를 작성한 것이지, 김○기의 부탁에 의해 허위의 보고서를 작성한 것은 아니라고 변명하고 있다(수사기록 제304면). 그러나 이해당사자가 대립하는 사안에 대하여 별다른 조사·검토없이 자신과 친한 당사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전체적으로 허위와 악의에 찬 견문보고서를 작성하였다는 점에서 위 변명은 상식적으로 수긍이 가지 않는다. 피고소인 이○철은 애초 경찰청 감사반의 조사과정에서 전북일보 기자 백○기로부터 정보를 듣고서 보고서를 작성하였다고 허위진술을 하였다가 들통이 난 사실이 있는바(수사기록 제121, 122, 125면), 김○기와의 관계가 정당하다면 이처럼 그 관계를 은폐하려고 시도할 이유가 없다 할 것이다. 특히 견문보고서 중 '시장이 협소하여 상인들이 불만을 토로한다'든가, '도청의 묵인에 대한 비난여론이 높다'는 부분은 고소장(수사기록 제270-271면)에 나오는 사항도 아니므로 고소장을 토대로 견문보고서를 작성하였다는 변명과 부합하지 않는다.
2)피고소인 이○철은 견문보고서 명의를 부하직원 한○성으로 한 것은 부하직원의 업무실적을 높여 주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위 피고소인이 정읍경찰서 정보과장으로 근무하면서 부하직원 명의로 정보보고를 한 것은 이 한 건 외에는 없으며(수사기록 제121면), 당시 한○성이 휴가 중이었는데도 한○성의 명의로 한 점, 설사 위 피고소인의 주장대로 한○성이 휴가중에 잠시 사무실에 들렀다면 한○성에게 지시할 수 있었음에도 자신이 직접 처리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변명을 그대로 받아 들이기 어렵다.
3)청구인과 박○렬은 피고소인 이○철이 이건 고소 후 두 번에 걸쳐(박○렬에게 1회, 청구인과 박○렬 두 사람에게 1회) '견문보고서를 작성하여 올려주면 도움이 되겠다는 피의자(김○기)의 부탁을 받고 보고서를 올린 것이 이렇게 되었으니 죄송하다'고 말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하고 있다(수사기록 제381, 제395-397, 제403-407면). 이에 대하여 피고소인 이기철은 청구인을 찾아가 견문보고서로 인하여 정일청과측에게 어려움을 겪게 한 점에 대하여 사과를 한 사실은 있으나, 김○기의 부탁을 받고 견문보고서를 작성하였다고 말한 사실은 없다고 변명한다(수사기록 제408면). 살피건대, 위 피고소인이 박○렬과의 1차 만남에서 청구인을 만나지 못하자 자신의 명함에 '자신의 어리석음으로 많은 심려 끼쳐 드린 점 깊이 사죄한다'는 내용을 기재하여 청구인에게 남긴 점(수사기록 제386면), 그 후 청구인을 만난 자리에서 청구인이 "김○기의 부탁을 받고 보고서를 올렸다며"라고 질문하자 곧바로 "네, 일이 그렇게 되었습니다"라고 답변한 사실을 위 피고소인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점(수사기록 제407면. 이○철은 이 대답이 김○기의 부탁사실을 시인한 것은 아니라고 다시 변명하고 있지만), 위 피고소인이 김○기에게 배신감을 느낀다고 토로하는 것을 들었다고 청구인과 박○렬이 진술하고 있는 점(수사기록 제382, 397면. 이기철은 그 사실 또한 부인한다)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피고소인의 변명에도 불구하고 청구인과 박○렬의 진술에 더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 소 결
이상 살펴본바를 종합하여 볼 때 피고소인들의 변명은 어느 것도 진실되거나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5) 피고소인들의 공모관계
(가) 공모공동정범에 있어 공모성 인정의 법리
공모공동정범에 있어서 공모는, 어떤 정형이 있는 것이 아니라 2인이상이 공모하여 범죄에 공동가공하여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만 있으면 되는 것으로서, 비록 전체의 모의과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수인 사이에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하여 그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지면 공모관계가 성립하며( 대법원 1998. 11. 24. 선고 98도2654 판결), 허위공문서작성죄의 경우 허위작성행위 자체에는 직접 관여한 바 없다 하더라도 타인에게 그 작성을 부탁하여 의사연락이 되고 그 타인으로 하여금 범행을 하게 하였다면 공모공동정범에 의한 허위작성죄가 성립한다( 대법원 1985. 8. 20. 선고 83도2575 판결 참조).
한편, 공모공동정범에 있어서의 공모나 모의관계를 인정하기 위하여는 엄격한 증명이 요구되지만, 이러한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은 사물의 성질상 범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이를 입증할 수 밖에 없고,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할 것이다( 대법원 1998. 11. 24. 선고 98도2654 판결).
(나) 공모여부에 관한 증거자료의 검토
이 사건에 있어, 피고소인 김○기는 허위의 견문보고서 작성을 부탁한 바 없다고 하고, 피고소인 이○철도 그러한 부탁을 받은 것이 아니라 고소장 내용에 관한 김○기의 말을 토대로 독자적으로 견문보고서를 작성한 것이라고 하여 공모관계를 부인하고 있으나, 이 사건 수사기록을 면밀히 검토하여 보면 피고소인들의 공모관계와 관련된 간접사실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고, 이를 토대로 경험칙에 근거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면 피고소인들간의 공모관계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그러한 간접사실들을 나열하여 보면 다음과 같다.
①피고소인들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동창생이고, 경찰동료일 뿐 아니라 이 사건 당시를 전후하여 공히 인근 지역의 정보과장직을 맡고 있었다.
②보통의 고소장 접수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인편으로 고소장을 보내고, 즉시 전화를 걸어 이야기를 나누었다. 고소장이 접수되면 시장부지의 불법성에 대하여 자연히 수사가 진행되어 사실여부가 밝혀질 것인데 바로 그 시점에 굳이 견문보고서가 작성되었다는 것은 그러한 두 사람의 접촉이 견문보고서 작성과 고도의 인과관계를 맺고 있음을 암시한다.
③피고소인 이○철은 허위명의(부하직원인 한○성의 명의)로 견문보고서를 작성하였다. 이는 김○기와 친구인 이○철 본인 명의로 작성하면 편파적이고 불공정하다는 인상을 불러 일으킬 것을 염려하여 이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다.
④고소장의 이해대립관계(김○기 대 박○렬)가 견문보고서에 그대로 투영되어 있되, 일방적으로 김○기에게 유리하도록 되어 있다(견문보고서는 요컨대 박○렬이 최대주주로 있는 정일청과주식회사가 불법운영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⑤고소장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고, 이○철이 김○기로부터 전해 듣지도 않았다는 '시장협소, 도청묵인, 비난여론' 부분이 견문보고서에 포함되어 있다. 피고소인들의 주장대로 전화통화의 내용이 고소장 제출에 관한 경과설명뿐이었다면 이러한 내용이 견문보고서에 포함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시장협소, 도청묵인, 비난여론 부분은 도청을 통하여 압력을 행사하려는 김○기의 의도와 직결되는 내용으로서 이러한 부분을 제3자인 이○철이 작성하였다는 것은 김○기의 부탁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보지 않는 한 합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⑥견문보고 즉시(다음 날) 정일청과주식회사의 불법운영 사실을 확인·조처하라는 경찰청의 공문이 도청에 접수되었다.
⑦피고소인 김○기는 자신의 직속 부하직원이자 도청직원 서○우의 학교 선배인 김○석을 통하여 수차 도청의 처리현황을 점검하였다.
⑧피고소인 김○기는 서정우를 직접 만나기까지 하면서 도청에서 정읍시에 공문을 보내 정일청과주식회사로 하여금 다시 자신의 부지를 임차·사용하도록 지시를 하여 달라고 부탁하였고, 이에 따라 서○우가 동 회사의 조합장더러 김○기의 점포를 다시 임대하여 사용할 것을 권유하였고, 동 회사는 결국 김○기와 재임대 조건을 협상하기에 이르렀다.
⑨경찰청 감사반의 자체조사 결과 피고소인들의 비위사실이 인정되어 각 견책과 계고의 처분을 받았다.
⑩피고소인 이○철이 김○기의 부탁을 받고 견문보고서를 작성하였음을 토로하였다고 청구인과 박○렬이 진술하고 있는 바, 그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
(다) 소 결
이상의 간접사실을 토대로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한다면 다음과 같은 점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①피고소인 김○기는 자신의 시장부지를 정일청과주식회사에 다시 임대하여 임대료를 받을 목적하에,
②박○렬을 횡령등의 혐의로 고소하는 한편/ 다른 한편으로 정읍경찰서 정보과장인 이○철이 견문보고서를 작성·보고하면 전북도청이 조사에 나설 수밖에 없고, 그 기회를 이용하여 담당공무원으로 하여금 중재하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친구인 이○철에게 허위내용의 견문보고서를 작성해 주도록 부탁하였으며,
③피고소인 이○철은 이에 응하여 허위의 정을 알면서(적어도 미필적 고의를 가지고) 김○기의 요구대로 견문보고서를 작성하였고,
④피고소인 김○기는 그 후에도 계속 직속 부하직원을 시켜 혹은 본인이 직접 도청의 담당공무원과 접촉하는 등 정일청과주식회사에 압력이 가해지도록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였다.
이에 반하여 수사기록상 피고소인 김○기와 이○철의 변명을 뒷받침하는 자료와 정황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피청구인은 전주지방검찰청 1997년 형제25263호 사건에 대한 불기소결정의 이유에서 1996. 7. 24.경부터 같은 달 29.경까지 전북도청과 정읍시청간에 오고 간 '농산물 도매시장부지 조정요구'등의 공문서의 내용과 서○우, 한○태의 진술이 피고소인 이○철의 변명에 부합한다고 보고 있으나(피청구인이 불기소이유로 원용하고 있는 검찰주사 작성의 '고소사건 직접수사 상황보고'), 1996. 7. 24.경부터 같은 해 9. 9.경까지 전북도청과 정읍시청간에 오고 간 공문서의 내용(수사기록 제189-206면), 앞에서 본 서○우의 진술 등 이 사건 수사기록 전체에 비추어 보면 위 자료와 진술들을 두고 이○철의 변명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6) 피청구인의 자의적 증거판단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견문보고서가 허위임은 객관적으로 분명한데다, 이 사건 수사기록에 나타난 모든 자료들과 정황을 토대로 정상적인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면, 피고소인들간에 어떤 경로나 형식으로든 피고소인 김○기의 사익도모를 위하여 허위내용의 견문보고서를 작성·행사한다는 점에 관하여 의사의 상통과 결합이 있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그러한 모든 자료와 정황을 아무런 합리적 설명없이 배척하고, 증거부족을 이유로 혐의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하고 말았으니 이는 증거판단에 있어 중대한 잘못을 범한 것이자 소추기관으로서의 검사의 의무를 게을리한 것으로서 현저히 자의적인 처분이라 하지 않을 수 없고, 이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것이다.
나.피고소인 이○철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의 점에 관하여
살피건대, 기록을 자세히 살펴 보아도 피청구인이 청구인의 고소사실에 대하여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수사를 하였거나, 헌법의 해석, 법률의 적용 또는 증거판단에 있어서 불기소처분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잘못이 있었다고 보여지지 아니하며, 달리 피청구인의 이 부분 불기소처분이 헌법재판소가 관여할 정도의 자의적 처분이라고 볼 자료도 없으므로 이로 말미암아 청구인 주장의 기본권이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 중 피고소인 김○기에 대한 부분과 피고소인 이○철의 허위공문서작성 및 동 행사죄에 대한 부분은 그 이유가 있으므로 이에 관한 피청구인의 불기소처분을 취소하고, 피고소인 이○철에 대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부분은 이유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재판관 김용준(재판장) 김문희 이재화 정경식 고중석 신창언 이영모 한대현(주심) 하경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