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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시사항

검사의 불기소처분으로 인한 기본권침해가 인정된 사례

재판요지

심장병이 있는 환자가 15시간 이상 복부의 통증을 호소하다가 혈압이 강하되어 심장이 일시 정지함으로써 식물인간상태에 이르게 된 사건에 대하여, 환자의 복부통증의 원인이 복부내의 종괴임을 알고 있던 레지던트 1년차 의사로서는 좀 더 다양한 검사를 하여 그 종괴의 원인을 밝혀 내거나 자신보다 경험이 풍부한 선배나 지도교수(전문의) 등에게 도움을 청하여 그 원인을 밝혀 내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의료경력을 갖춘 의사들에게 문의하여 그 원인을 밝혀 내지 못하자 더 이상 원인을 밝혀 내려는 노력을 하지 아니한 채 환자의 상태가 변화하는 것만을 관찰하려고 한 피고소인에 대하여 업무상과실이 없다고 판단하여 혐의없음결정을 한 검사의 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 것이다.

참조조문

헌법 제11조 제1항, 제27조 제5항

사건
98헌마304 불기소처분취소
청구인
이○규
대리인 안산제일법무법인 ○당변호사 ○○○
피청구인
서울지방검찰청 남부지청 검사
판결선고
1998. 11. 26.

주 문

피청구인이 1997. 11. 20. 서울지방검찰청 남부지청 1997형제19547호 사건의 피의자 이○희에 대하여 한 불기소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이 사건 기록과 증거자료(서울지방검찰청 남부지청 1997형제19547호 불기소사건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청구인은 1994. 11. 15. 청구외 이○희(피고소인, 이하 '피고소인'이라 한다)를 업무상과실치상죄로 고소하였는바, 고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소인은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94의 200 소재 한강성심병원 내과 수련의로서 1994. 1. 14. 15:00경 청구인의 어머니인 청구외 이○열(당시 65세)이 평소 심장질환을 앓아오다가 갑자기 복통을 호소하며 위 병원응급실에 내원하자 그 시경부터 다음날까지 위 이○열의 치료를 담당하게 되었는바, 내과주치의로서 환자인 위 이○열의 위장부위에 종괴가 있음을 발견하였으면 지속적으로 혈압, 호흡, 맥박, 체온 등을 측정함은 물론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또다시 혈액검사, C.T촬영, X-Ray촬영, MRI검사, 복부천자 등을 실시하여 위 이○열의 변화를 정밀관찰하여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위 이○열에 대하여 스스로 관찰하지 않음은 물론 간호사로 하여금 두시간마다 한 번씩 지극히 일반적인 혈압, 맥박만 관찰하게 하는 등 위 이○열의 병이 발전하는 추이를 살피면서 그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데 필요한 의사로서의 주의의무를 소홀히 함으로써 위 이○열로 하여금 시간불상경에 발생한 복부내출혈로 인한 쇼크상태에 빠지게 하였고, 그 다음날 00:15경 위 이○열의 혈압이 급격히 강하되면서 복부가 팽창되자 심폐소생술 후 복부천자검사를 하고 수술을 하였으나 위 이○열을 복강내출혈로 인한 실혈쇼크로 혼수상태에 이르게 하였다. 나.피청구인은 위 사건을 수사하여 1995. 9. 29. 피고소인에 대하여 "혐의없음" 불기소처분을 하였고, 청구인은 이에 불복하여 항고 및 재항고를 하였으나 모두 기각되자 1996. 6. 5. 위 불기소처분에 대해서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였다. 다.헌법재판소는 위 사건에 관하여 심리한 후 1997. 3. 27. 수사미진을 이유로 위 불기소처분을 취소하는 결정(96헌마195 결정)을 하였고, 이에 피청구인이 다시 이 사건에 관하여 수사를 하였으나 1997. 11. 20. 다시 "혐의없음" 불기소처분을 하였다. 라.청구인은 이 처분에 불복하여 다시 항고 및 재항고를 하였으나 모두 기각되자 1998. 8. 26.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기에 이르렀다. 마.이 사건 불기소처분의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이 사건과 관련된 피의자 이○희, 관련의사 및 간호사를 조사하고, 관련 진료기록을 압수한 후 대한의사협회에 송부하여 전문의사들의 의견을 청취하여 보아도 위 이○열을 진료함에 있어서 피고소인에게 과실이 있었음을 인정할 만한 자료를 찾을 수 없다. 2. 청구인의 주장 및 피청구인의 답변요지 가. 청구인의 주장요지 피청구인은 이 사건 처리과정에서 청구인과 신뢰할 수 있는 전문의를 조사하지 아니하고 피고소인 및 그의 직장 동료들만을 조사하는 등 편향된 수사를 하여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피고소인에 대하여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기소함에 충분한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혐의없음" 불기소처분을 하였다. 따라서 피청구인은 검찰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청구인을 차별대우하였고, 그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청구인의 기본권인 평등권과 형사재판절차상의 진술권을 침해하였다. 나. 피청구인의 답변요지 이 사건 불기소처분은 적법하고 정당하게 결정된 것이므로 검찰이 기소권을 부당하게 포기함으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는 그 이유없으므로 기각되어야 한다. 3. 판 단 가. 인정되는 사실관계 이 사건 기록과 관련수사기록(서울지방검찰청 남부지청 1997형제19547호 불기소사건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청구인의 어머니인 청구외 이○열은 1988년경부터 승모판협착증등 심장질환으로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소재 한강성심병원에서 매월 정기진료를 받아오던 중, 1994. 1. 14. 02:30경 집에서 배가 아프다고 화장실에 가다가 구토와 설사를 하면서 쓰러졌다. 이에 가족들은 09:00경 위 이○열을 인근 충무병원으로 모시고 가서 진료를 받았는데, 동 병원에서 초음파검사, 혈액검사, 엑스레이촬영 등을 한 후 췌장염으로 의심되어 큰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라는 진단을 받고 15:00경 위 이○열을 한강성심병원 응급실에 입원시켰다. (2)피고소인(내과 레지던트 1년차)은 응급실에 입원한 위 이○열의 주치의로서 동인의 이전 진료기록을 검토한 후 문진하고, 청구인이 충무병원으로부터 가져온 소견서와 엑스레이필름 등을 보았으나 그것만으로는 확진이 어렵다고 판단하여, 동인에 대하여 흉부 및 복부 엑스레이촬영, 심전도검사, 응급혈액검사, 응급화학검사, 응급동맥혈검사, 비인두튜브검사(위나 십이지장의 출혈여부 확인검사) 및 초음파촬영을 실시하였다. (3)위 검사 결과 대부분의 검사소견은 정상으로 나왔으나 초음파검사결과 위장과 간 사이 복부에 종괴(mass)가 발견되자, 피고소인은 초음파검사결과를 의사 곽○영(방사선과 레지던트 3년차)과 의사 김○원(방사선과 레지던트 2년차)에게 보여 소견을 물었으나 복부의 종괴가 간암인지 혈흔인지 확진할 수 없다는 의견을 듣고/ 다시 응급컴퓨터단층촬영을 실시하였으나 위 곽○영등은 그 결과에 대하여도 마찬가지 소견이었다. (4)피고소인이 환자의 병명을 확진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환자가 계속 고통을 호소하자 청구인이 피고소인에게 수술을 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고, 이에 피고소인은 의사 김○한(외과 레지던트 2년차)에게 위 이○열을 진찰하게 하고 검사기록을 모두 보여주며 수술여부를 상의하였는데, 위 김○한이 현재상태로는 수술을 하여야 할 응급상황이 아니라는 소견을 보여 피고소인은 위 이○열을 중환자실에 입원시켜 증세를 관찰하기로 하였다. (5)피고소인은 19:50경 위 이○열을 중환자실에 입원시키면서, 간호사석 옆병상에 입원시키고 모니터장치를 하여 환자의 심장상태를 지속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간호사에게 환자의 혈압과 맥박을 2시간 간격으로 검사하라고 지시하였고, 21:00경 소변과 혈액검사를 하고 2회에 걸쳐 문진도 하였으나 22:00경까지는 위 이○열에게 특별한 이상이 없었다. (6)그런데 다음날인 같은 달 15. 00:15경 간호사 최○주가 위 이○열의 혈압을 측정하려 하였으나 혈압이 측정되지 아니하여 피고소인에게 연락하였고, 피고소인은 쇼크상태라고 판단하고 01:05경 도파민 15마이크로 지티티를 투여하여 혈압이 정상으로 되었으나, 같은 날 02:05경 다시 혈압이 측정되지 않자 의사 임○서(내과 레지던트 2년차)가 도파민의 양을 20마이크로 지티티로 늘렸다. 또한 피고소인은 위 이○열을 진정시키기 위하여 01:50경 진정제인 아티반 0.5ml를 투여하였다. (7)그 후 위 이○열의 쇼크상태가 계속되면서 의식이 없어지고 03:27경 심장이 정지되어 의사 임○서와 피고소인은 위 이○열에 대하여 여러 차례 전기충격 마사지와 인공호흡을 실시하였고, 03:33경 복부가 팽만되어 복부천자(복부에 바늘을 꽂아 수액을 뽑아내는 것)를 실시하였더니 소량의 혈흔이 검출되어 위 이○열의 병명이 복강내출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8)이에 피고소인등은 위 이○열의 상태를 유지하면서 수술준비를 한 후, 09:00경부터 청구외 우○민 교수(한강성심병원 일반외과 지도교수 겸 전문의)가 위 이○열에 대한 수술을 하여 복강내출혈의 원인이 되었던 위장의 파열부분(위장이 천공되지 않은 상태로 전벽부 장막하혈관 '위장을 둘러싸고 있는 벽의 가장 바깥부분'의 2센티미터 가량)을 봉합하는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나, 위 이○열은 심장정지시 뇌에 혈액이 공급되지 아니하여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무의식상태로 지속하다가 1995. 4. 25. 사망하였다. 나. 이 사건 불기소처분이 정당한지 여부 앞서 본 사실관계에 의하면, 이 사건 피해자인 위 이○열은 1994. 1. 14. 02:30경부터 복통을 호소하기 시작하여 중환자실에 입원하고 있는 동안에도 계속하여 복통을 호소하였고, 피고소인이 위 이○열을 진료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하는 동안에도 계속 점점 심하게 참을 수 없을정도의 복통을 호소하였다(심지어 환자는 복통을 호소하면서 안절부절하며 소변을 보겠다 하여 침대에 팔을 묶어놓기도 하였다-수사기록 535쪽). 그리고 피고소인은 위 이○열에 대한 응급실에서의 검사결과에 의하여 위 이○열의 복부에 종괴가 있음을 알게 되었으므로 적어도 피고소인으로서는 당시 위 이○열의 복부통증의 원인이 종괴로 인한 것임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시간이 지날수록 급변하는 환자의 통증상황이라면 피고소인으로서는 좀더 다양한 검사를 하여 그 종괴의 원인을 밝혀 내거나, 자신보다 경험이 풍부한 선배나 지도교수(전문의) 등에게 도움을 청하여 그 원인을 밝혀 내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피고소인은 위 이○열에 대한 응급실에서의 검사결과를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의료경력을 갖춘 위 곽○영(레지던트 3년차), 김○원(레지던트 2년차) 및 김○한(레지던트 2년차) 등에게만 문의한 뒤 위 이○열의 복통의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자, 더 이상 원인을 밝혀내려는 노력을 하지 아니한 채 위 이○열을 중환자실에 입원시켜 모니터장치를 통하여 만연히 심장박동의 변화만을 관찰하면서 환자의 상태가 변하는 것을 관찰하려고 하였고, 그 결과 위 이○열은 중환자실에서 상태가 악화되어 의식불명의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위 이○열의 복부 종괴의 원인이 위장의 파열에 의한 것임을 고려한다면, 만일 피고소인이 좀 더 적극적으로 복부종괴의 원인을 밝히려는 노력을 하여 조기에 수술을 하였다면 위 이○열이 의식불명의 상태까지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은 자명한 것이다. 의사가 환자를 진료함에 있어서 전지전능할 수는 없으나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은 하여야 하는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 피고소인은 위 이○열의 복부에 종괴가 있음을 알았고, 그로 인하여 위 이○열이 15시간 이상 심하게 복통을 호소하고 있었던 것도 알고 있었는바, 이러한 상황은 환자가 복통을 호소하고 있으나 그 원인이 무엇인지 전혀 알 수 없는 경우와 차이가 있다. 후자의 경우 의사로서는 환자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하면서 그 변화를 예의주시하는 방법이외에 별다른 조치를 취할 길이 없지만, 이 사건의 경우에는 의사가 환자의 통증의 원인을 알고 있었으므로 그 원인이 된 종괴의 발생원인을 밝히는 데 좀 더 적극적이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소인은 위 이○열의 복부에 있던 종괴의 원인을 밝히기 위하여 좀 더 세밀한 검사를 하거나 지도교수 등에게 문의하는 등의 방법을 취했어야 할 의사로서의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위 이○열의 상태가 변화하는 것을 간호사로 하여금 지극히 일반적인 관찰을 하도록 함으로써 위 이○열의 상태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급속하게 악화되어 의식불명의 상태에 이르게 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소인에게는 위 이○열의 진료에 있어서 업무상과실이 있다고 볼 수 있는바, 피청구인이 피고소인에게는 위 이○열을 진료함에 있어서 아무런 업무상과실이 없다고 단정한 것은 수사를 미진하였거나 자의적인 판단을 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그렇다면 피청구인은 이 사건 불기소처분을 함에 있어서 사실을 오인하여 자의적인 판단을 함으로써 청구인의 헌법상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하였다고 아니할 수 없다. 4. 결 론 따라서 청구인의 심판청구는 이유있으므로 이 사건 불기소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김용준(재판장) 김문희 이재화(주심) 조승형 정경식 고중석 신창언 이영모 한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