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문
피청구인이 1998. 3. 17. 서울지방검찰청 1997년 형제134380호 사건에서 피의자 이○식에 대하여 한 불기소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이 유
1. 사건의 개요
이 사건 기록과 증거자료(서울지방검찰청 1997년 형제134380호 불기소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 청구인은 1997. 12. 12. 청구외 이○식(피고소인, 이하 '피고소인'이라 한다)을 고소하였는데,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소인은 자신의 처인 청구인이 1996. 8. 11. 좌측 측두엽 뇌동정맥기형제거수술을 받고 의식불명상태에 빠지게 되자 청구인으로부터 부동산을 처분할 권리를 위임받은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임의로 청구인 명의의 부동산을 처분할 것을 마음먹고,
(1) 1996. 8. 29.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 647의 25 소재 고○승 법무사사무실에서 청구인과 피고소인의 공동소유인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121의 7 소재 대지 242m2와 철근콘크리트조 슬래브 3층 근린생활시설 및 주택 3층 118.17m2(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를 청구외 주○봉에게 매도함에 있어, 행사할 목적으로 타자기를 이용하여 인쇄된 부동산매매계약서 용지의 매매대금란에 '금460,000,000원' 계약금란에 '금50,000,000원' 중도금란에 '금150,000,000원' 잔대금란에 '금260,000,000원' 계약일자란에 '96. 8. 29' 매수인란에 '주○봉, ' 매도인란에 피고소인과 청구인의 인적사항을 각 타자하고 청구인의 이름 옆에 미리 갖고 있던 인장을 함부로 찍어 청구인 명의의 매매계약서 1매를 위조하고,
(2) 같은 해 10. 8.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소재 압구정제1동사무소에서 행사할 목적으로 그곳에 비치된 인감증명발급신청서 뒷면인 위임장 용지의 위임을받은자란에 '이○식 ' 사용용도란에 '부동산매도용' 위임자란에 '이○희 '라고 각 기재한 후 이○희의 이름 옆에 갖고 있던 인장을 함부로 찍어 청구인 명의의 위임장 1매를 위조하고, 위임장이 마치 진정하게 작성된 것처럼 그 정을 모르는 성명불상의 동사무소 담당직원에게 인감증명발급신청서와 함께 제출하여 이를 행사하고,
(3) 같은 달 14. 서울 서대문구 응암동 소재 서대문등기소에서 제1항과 같이 위조된 매매계약서가 마치 진정하게 작성된 것처럼 그 정을 모르는 성명불상의 등기담당공무원에게 제출하여 이를 행사하고, 이에 속은 위 등기담당공무원으로 하여금 청구인 및 피고소인의 공동소유인 이 사건 부동산의 등기부에 1996. 8. 29. 매매를 원인으로 주○봉에게 소유권이 이전되었다는 내용을 각 기재하게 함으로써 공정증서원본인 위 등기부에 불실의 사실을 각 기재하고, 이를 비치케 하여 행사하고,
(4) 1997. 2. 4. 서울 양천구 신정동 327 목동신시가지아파트 13-씨 상가 306호 소재 김○식 법무사사무실에서 청구인의 소유인 같은 동 소재 목동신시가지아파트 1319동 202호(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 한다.)를 매도함에 있어, 행사할 목적으로 타자기를 이용하여 인쇄된 부동산매매계약서 용지의 매매대금란에 '금일억팔천만원' 계약금란에 '금18,000,000원' 중도금란에 '금70,000,000원' 잔대금란에 '금92,000,000원' 계약일자란에 '97. 2. 4' 매수인란에 '이○규, ' 매도인란에 청구인의 인적사항을 각 타자하고 청구인의 이름 옆에 미리 갖고 있던 인장을 함부로 찍어 청구인 명의의 매매계약서 1매를 위조하고,
(5) 같은 해 3. 19.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소재 압구정 제1동사무소에서 행사할 목적으로 그곳에 비치된 인감증명발급신청서 뒷면인 위임장 용지의 위임을받은자란에 '이○식 ' 사용용도란에 '부동산매도용' 날짜란에 '1997. 3. 19.' 위임자란에 '이○희 '라고 각 기재한 후 이○희의 이름 옆에 갖고 있던 인장을 함부로 찍어 청구인 명의의 위임장 1매를 위조하고, 위와 같이 위조된 위임장이 마치 진정하게 작성된 것처럼 그 정을 모르는 성명불상의 동사무소 담당직원에게 인감증명발급신청서와 함께 제출하여 이를 행사하고,
(6) 같은 날 서울 강서구 화곡동 소재 강서등기소에서 제4항과 같이 위조된 매매계약서가 마치 진정하게 작성된 것처럼 그 정을 모르는 성명불상의 등기담당공무원에게 제출하여 이를 행사하고, 이에 속은 위 등기담당공무원으로 하여금 청구인의 소유인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한 등기부에 1997. 3. 19. 매매를 원인으로 이○규에게 소유권이 이전되었다는 내용을 기재하게 함으로써 공정증서원본인 등기부에 불실의 사실을 기재하고, 이를 비치케 하여 행사한 것이다.
나. 피청구인은 1998. 3. 17. 참고인중지의 불기소처분을 하였다. 청구인은 항고·재항고를 거쳐 1998. 7. 23. 피청구인의 위 불기소처분이 자의적인 검찰권행사로서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판 단
가. 피청구인의 이 사건 불기소처분 이유 요지는,
피고소인은 이 사건 부동산과 아파트를 매도하여 당시 거주하는 아파트보다 더 큰 아파트를 구입하기로 청구인과 합의하고 부동산중개업소에 매도의뢰를 해 놓은 상황에서 청구인이 갑자기 뇌수술을 받게 되어 혼수상태에 이르렀으나 이미 한 합의에 따라 매매한 것이지 임의로 처분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므로, 청구인의 진술을 들어보아야 진상을 밝힐 수 있는데 현재 의식상태가 명료하지 못하여 대질조사 등을 통한 사실규명이 불가능하므로 대질조사가 가능할 때까지 참고인중지함이 상당하다는데 있다.
나. 먼저, 이 사건 부동산과 아파트의 처분에 대한 청구인과 피고소인간의 합의에 관하여 살펴보면,
(1) 부동산중개업자 문○식의 진술(수사기록 제80면) 및 부동산매매계약서 사본(수사기록 제65면)의 기재내용 등을 종합하면, 청구인이 부동산중개업소에 이 사건 부동산과 아파트의 매도의뢰를 한 것은 사실이나 청구인이 이를 매도하려고 한 이유는 기록상 명백하지 않다.
(2) 피고소인은 전세로 살고 있는 35평 아파트가 너무 좁아 이 사건 부동산과 아파트를 팔아 큰 집으로 이사하려고 청구인과 합의하였기 때문에 그에 따라 처분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으나(수사기록 제56면-제59면), 청구인과 피고소인 공동명의로 등기된 이 사건 부동산과 청구인 단독명의로 등기된 이 사건 아파트를 처분한 금원으로 구입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12동 1301호 196.21m2를 피고소인 단독명의로 등기를 하게 된 납득할 만한 이유는 찾아볼 수 없다.
(3) 청구인이 주○봉, 이○규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유권이전등기말소소송에서 위 주○봉 등 소송대리인의 준비서면에는 청구인과 피고소인은 미국으로 이민을 가기 위해 이 사건 부동산과 아파트를 처분하기로 합의하였고 청구인이 쓰러진 날 이민허가서가 도착하였다고 기재되어 있으며(수사기록 제298면) 부동산중개업자 문○식은 피고소인이 자신에게 이민을 가기 위해 부동산을 처분하는 것이라고 말하였다고 진술하고 있어(수사기록 제82면) 청구인과 피고소인이 보다 큰 집을 구입하기 위해 이 사건 부동산과 아파트를 처분하기로 합의를 하였다는 피고소인의 진술과 서로 엇갈리고 있다. 만약 청구인과 피고소인 등 가족들이 미국으로 이민을 가거나 보다 큰집으로 이사를 하려고 이 사건 부동산과 아파트를 처분하기로 합의하였다면 청구인을 포함한 가족들이 단란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것이고 합의를 한 이후에 청구인이 예측하지 못한 뇌수술로 의식불명상태에 빠지고 그 후유증으로 인하여 정신기능이 저하되었다면 위의 계획과 합의는 사정변경으로 그 효력에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4) 따라서 청구인과 피고소인간에 이 사건 부동산과 아파트의 처분에 관한 위와 같은 합의가 있었다는 사유만으로는 범죄혐의가 없다고 가볍게 단정할 성질의 사건은 아니다. 피청구인은 이 사건 부동산의 매매계약서상(수사기록 제69면, 제70면)에 적힌 부동산중개업자 및 필요하다면 피고소인의 가족 등을 불러서 청구인이 이 사건 부동산과 아파트를 매도하려 한 이유를 좀 더 소상히 조사할 필요가 있음에도 이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 그 밖에 청구인 소유의 남원시 어현동 37의 122 소재 휴양콘도미니엄이 1996. 11. 20. 주식회사 한양 명의로 이전된 경위도 알아보아야 한다.
다. 다음, 참고인중지 결정 사유에 관하여 살펴보면,
서울대학교병원 의사가 작성한 진단서(수사기록 제165면, 제166면)에는 퇴원 후 약 1년간 청구인의 상태가 상당히 호전된 것으로 보이나, 검찰주사 및 검찰주사보 작성의 수사보고서(수사기록 제146면, 제153면, 제261면)를 보면, 아직도 청구인의 정신지능이 정상인에 비해 상당히 떨어지는 것으로 인정된다. 청구인이 1997. 4.경 서울대학교병원에서 퇴원하게 된 것은 의학상으로 더 이상 치료할 수 없으니 퇴원하라고 하였기 때문이고(피의자신문조서, 수사기록 제62면), 고려대학교의과대학부속병원장이 작성한 신체감정촉탁에 대한 회신(수사기록 제162면)에도 뇌수술에 의한 장애는 영구장애로 잔존할 것이라고 기재되어 있어 청구인이 정상적으로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청구인의 의식상태가 대질조사 등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될 수 있는 자료는 기록상 보이지 아니한다.
따라서 청구인의 의식상태가 대질조사 등이 가능할 정도로 될 수 있다는 객관적인 자료 없이 청구인의 의식상태가 명료해져서 대질조사 등이 가능할 때까지 참고인중지함이 상당하다고 한 결정은 자의적인 판단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3. 결 론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청구인이 피고소인에 대하여 한 참고인중지의 불기소처분은 수사를 미진하였거나 자의적인 판단을 함으로써 청구인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1999. 6.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