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전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액산정의 기준이 되는 법정이율을 그 금전채무의 이행을 구하는 소장 등이 채무자에게 송달된 날의 다음날부터 이자제한법의 범위안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이율에 의하도록 한 구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제3조 제1항이 계약의 자유, 재산권 및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소극)
재판요지
이 사건 법률조항은 금전채무의 이행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할 경우 소장 등이 채무자에게 송달된 날의 다음날부터 대통령령이 정하는 법정이율에 의하도록 위임함으로써 법정이율을 현실이자율 등 경제여건의 변동에 따라 탄력적으로 정하여 채권자가 소송제기 이후부터는 원칙적으로 실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법 제3조 제2항은 채무자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를 선언하는 사실심판결이 선고되기까지 그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그 상당한 범위안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을 적용하지 아니하도록 함으로써 채무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고 채권자와 채무자의 이해를 조정하는 장치를 마련하고 있고,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적용범위를 소송상 청구하는 경우에만 적용하도록 함으로써 소송의 지연과 상소권 남용의 방지, 사실심판결 선고후의 채무의 신속한 이행이라는 입법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필요하고도 불가피한 경우로 제한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기본권제한의 방법에 있어서도 적정하고 합리적이라고 할 것이어서 청구인의 계약의 자유, 재산권 및 재판청구권을 침해하거나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구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1998. 1. 13. 법률 제550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항 본문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외 이무정은 성광공업사라는 상호로 산업판넬 등의 제조업을 영위하던 중, 청구외 중소기업은행으로부터 공장신축자금을 대출받기 위하여 1992. 12. 23. 청구인으로부터 보증금액 3억원, 보증기한 2000. 11. 25.로 하는 신용보증서를 발급받았다. 위 이무정은 같은 날 이를 위 중소기업은행에게 제출하고 위 중소기업은행과 사이에 금 3억원의 중소기업시설자금 대출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위 대출금은 그 수령일을 기준으로 2년 6월을 거치한 다음 그 거치기간 만료후 5년 6월 동안 연 4회씩 분할 상환하고, 이자는 연 11.5%로 정하여 연 4회 2·5·8·11월의 각 25일에 납입하되, 위 채무의 일부라도 기한내에 변제하지 아니할 때에는 기한의 이익을 상실하여 위 대출금 전액과 이에 대한 위 중소기업은행이 정하는 연체이율(위 대출일부터 1993. 1. 31.까지는 연 21%, 그 다음날부터 같은 해 3. 30.까지는 연 20%, 그 다음날부터 현재까지는 연 17%)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상환하기로 약정하였으나, 위 중소기업은행에게 1993. 5. 25.까지의 이자만을 지급하고 그 후 이자를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이에 위 중소기업은행이 서울지방법원에 청구인을 상대로 대여금청구소송(94가단105691)을 제기하여 원고승소판결이 선고되었다. 그러자 청구인은 이에 불복하여 같은 법원에 항소(95나49065)한 후 그 소송 계속중 구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이하 "법"이라고 한다) 제3조 제1항(1998. 1. 13. 법률 제550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에 대하여 위헌제청신청(96카기483)을 하였으나 1997. 7. 4. 기각되자, 같은 해 7. 30. 헌법재판소에 위 법률조항이 계약의 자유, 재산권 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그 위헌확인을 구하기 위하여 이 사건 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구법 제3조 제1항 본문(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고 한다)의 위헌 여부인바, 그 법률조항 및 관련 법률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법 제3조(법정이율) ① 금전채무의 전부 또는 일부의 이행을 명하는 판결(심판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을 선고할 경우에 금전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액산정의 기준이 되는 법정이율은 그 금전채무의 이행을 구하는 소장 또는 이에 준하는 서면이 채무자에게 송달된 날의 다음날부터는 이자제한법의 범위안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이율에 의한다. 다만 민사소송법 제229조에 규정된 소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채무자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를 선언하는 사실심판결이 선고되기까지 그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그 상당한 범위안에서 제1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구 이자제한법(1998. 1. 13. 법률 제5507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1조(이자의 최고한도) ① 금전대차에 관한 계약상의 최고이자율은 연 4할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안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② 대차원금 5천원 미만의 이자에 관하여는 전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③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최고이자율은 약정한 때의 율을 말한다.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제3조 제1항의 법정이율에관한규정(1981. 3. 2. 대통령령 제10240호로 제정된 것, 이하 "규정"이라고 한다)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제3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법정이율은 연 2할 5푼으로 한다.
구 이자제한법제1조제1항의최고이자율에관한규정(1998. 2. 24. 대통령령 제15663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이자제한법 제1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금전대차에 관한 최고이자율은 연 2할 5푼으로 한다.
2. 청구인의 주장과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
이 사건 법률조항 및 규정에 의한 법정이율은 1982년 이후 시중은행 대출금리가 10% 내외이고 시중은행의 연체금리도 연 17% 내외인 점을 감안할 때 너무 지나치게 높을 뿐만 아니라, 대법원은 당사자 사이에 따로 약정이자 또는 약정지연이자의 정함이 있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소송상 청구하는 경우에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라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대법원 1992. 12. 22. 선고 92다4307 판결 참조).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① 소송촉진이라는 목적과 명분을 앞세워 당사자가 약정한 이율이 아닌 법정최고이자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헌법이 그 기본이념으로 전제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 이념의 본질적 내용을 이루는 계약자유의 원칙을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고, ② 헌법 제23조 제1항에서 보장한 국민의 재산권을 부당하게 침해한 것이며, ③ 금전채권을 소송 이외의 방법으로 변제하는 경우에는 약정이율 또는 민법에서 정하는 연 5푼, 상법에서 정하는 연 6푼의 각 비율에 의한 법정이율이 적용되는 반면, 소송상 청구하면 이 사건 법률조항 및 규정에 의하여 연 2할 5푼의 비율이 적용되도록 한 것은 형평과 정의에도 맞지 아니하고, ④ 피고로 제소된 당사자로 하여금 위 지연손해금에 대한 중압감 때문에 적극적으로 응소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헌법 제27조 제1항에서 규정한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제약 내지 침해하는 것이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나. 서울지방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
이 사건 법률조항은 채무자가 그 채무의 이행을 구하는 소장을 송달받은 이후에도 이에 응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당사자 사이에 따로 지연이자를 약정한 경우라도 채무자에 대한 벌칙으로서 위 조항에서 정하는 법정이율에 따른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므로, 계약자유의 원칙에 반한다거나 국민의 재산권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위 조항이 채무자에 대한 벌칙으로서의 기능과 아울러 소제기 이후부터는 이행연체에 따른 실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도록 한 것임을 고려할 때 형평과 정의에 반한다고 보기도 어려우며, 법 제3조 제2항에서 채무자가 이행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사유가 상당한 근거가 있는 경우에는 그 법정이율의 적용을 배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볼 수도 없다.
다. 법원행정처장의 의견
법원의 위헌제청신청기각이유와 대체로 같다.
3. 판 단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내용과 성격
(1) 민법 제397조 제1항은 금전채무 불이행의 손해배상액은 법정이율에 의하되, 법령의 제한에 위반하지 아니한 약정이율이 있으면 그 이율에 의하도록 규정하면서 그 제2항은 금전채무 불이행의 손해배상에 관하여는 채권자는 손해의 증명을 요하지 아니하고 채무자는 과실 없음을 항변하지 못한다는 내용의 금전채무불이행에 관한 특칙을 규정하고 있고, 한편 민법 제379조는 민사법정이율을 다른 법률의 규정이나 당사자의 약정이 없으면 연 5푼으로, 상법 제54조는 상사법정이율을 연 6푼으로 각 규정하고 있다.
(2)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민법 제397조 제1항에 대한 특칙으로서 금전채무의 이행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할 경우에 금전채무불이행으로 인한 법정이율은 소장 또는 이에 준하는 서면이 채무자에게 송달된 날의 다음날부터는 이자제한법의 범위안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이율에 의하도록 규정하는 한편, 법 제3조 제2항은 채무자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를 선언하는 사실심판결이 선고되기까지 그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그 상당한 범위안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임에 따라 제정된 대통령령인 위 규정은 그 법정이율을 연 2할 5푼으로 정하고 있다.
(3) 그리고 대법원은 당사자 사이에 약정이자 또는 약정지연이자의 정함이 있더라도 소송상 청구할 경우에는 채권자는 위 규정에 따라 소장 등이 송달된 날의 다음날부터는 연 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할 수 있고, 채무자는 그 이행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도 법 제3조 제2항은 '사실심판결 선고시'까지만 적용되므로 사실심판결 선고후에는 다시 이 사건 법률조항을 적용하여 연 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대법원 1987. 5. 26. 선고 86다카1876 판결, 1992. 12. 22. 선고 92다4307 판결 참조).
(4)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당사자 사이에 약정이율이나 약정지연이율의 정함이 있더라도 소송상 청구하는 경우에는 소장 등이 송달된 날의 다음날부터는 이러한 약정이율이나 약정지연이율을 배제하고 법정이율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채무자의 계약의 자유와 재산권의 침해 여부가 문제되고, 소송상 청구에 의하여 변제하는 채무자와 그렇지 아니한 채무자 사이에 법정이율을 달리하여 차별이 생긴다는 점에서 평등권의 침해 여부가 문제된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합헌성
(1)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우리 민법은 금전채무불이행의 손해배상액을 연 5푼의 법정이율에 의하도록 하면서 그 손해배상에 관하여 채권자는 그 손해를 증명할 필요가 없고 채무자는 과실이 없음을 항변할 수 없도록 규정하여 법정이율을 고정하고, 채권자가 법정이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초과하는 실손해가 있음을 증명한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실손해의 배상을 받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법 제정 당시를 전후하여 수십년동안 우리나라의 경제사정은 법정이율이 금융기관의 연체이자율은 물론 대출이자율이나 예금이자율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여 법정이율과 현실이자율의 심한 괴리로 말미암아 채권자는 실손해의 배상을 받을 수 없게 되고 채무자는 이를 이용하여 채무이행을 지체하거나 소송을 부당하게 지연시키고 상소권을 남용하는 등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2)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은 법정이율을 현실화함으로써 채권자에 대하여는 소송을 제기한 이후부터라도 이행지체로 인한 실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채무자에 대하여는 법정이율이 현실이자율보다 낮은 것을 이용하여 악의적으로 채무이행이나 소송을 지연시키고 상소권을 남용하는 것을 막고, 사실심판결 선고후 채무의 신속한 이행을 확보하려는 데에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러한 입법목적은 정당한 것으로 보인다.
(3) 그리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금전채무의 이행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할 경우 소장 등이 채무자에게 송달된 날의 다음날부터 대통령령이 정하는 법정이율에 의하도록 위임함으로써 법정이율을 현실이자율 등 경제여건의 변동에 따라 탄력적으로 정하여 채권자가 소송제기 이후부터는 원칙적으로 실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법 제3조 제2항은 채무자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를 선언하는 사실심판결이 선고되기까지 그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그 상당한 범위안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을 적용하지 아니하도록 함으로써 채무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고 채권자와 채무자의 이해를 조정하는 장치를 마련하고 있고,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적용범위를 소송상 청구하는 경우에만 적용하도록 함으로써 소송의 지연과 상소권 남용의 방지, 사실심판결 선고후의 채무의 신속한 이행이라는 입법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필요하고도 불가피한 경우로 제한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기본권제한의 방법에 있어서도 적정하고 합리적이라고 할 것이다.
(4)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청구인의 계약의 자유, 재산권 및 재판청구권을 침해하거나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다.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재검토의 필요성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는 아니하나, 헌법상 재검토하여야 할 문제가 있으므로 이를 지적하고자 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기본적으로 고정된 민사법정이율을 경제여건의 변동에 따라 현실화하여 채권자가 실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이자제한법의 범위안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이자율에 의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임에 따라 제정된 위 규정은 법정이율을 연 2할 5푼으로 정한 후 현실이자율이 그 법정이율보다 훨씬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한 차례의 개정도 없이 그 법정이율을 그대로 고정시켜 두고 있다.
물론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에는 법정이자율의 현실화에 의한 실손해의 배상 이외에 소송제기 이후의 악의적 채무자의 소송지연과 상소권 남용의 방지, 사실심판결 선고후의 신속한 채무이행의 확보를 위한 것도 있지만, 이러한 입법목적은 법정이율의 현실화에 의한 실손해 배상이라는 기본적인 입법목적을 전제로 하여 정당성을 갖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 사건 법률조항이 변제할 자력이 없는 자에 대하여도 적용되는 점에 비추어 보면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임에 의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한 법정이율이 현실이자율보다 지나치게 높은 경우에는 이 사건 법률조항 자체에서 기인한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법정이율을 이자제한법의 범위안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한 취지에 반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헌법상 정당성이 문제될 수가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이자제한법이 1998. 1. 13. 법률 제5507호로 폐지됨에 따라 이 사건 법률조항 중 "이자제한법의 범위안에서" 부분이 삭제되는 것으로 개정되었는데, 개정된 법 제3조 제1항 본문은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지 아니한 채 법정이율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함으로써 헌법상 금지된 포괄위임 여부의 문제도 생기게 되었다.
그러므로 입법자는 위에서 지적한 문제를 재검토하여 법률조항 자체에 법정이율이 현실이자율의 변동에 따라 탄력적으로 정하여질 수 있도록 기준을 규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을 개정할 필요성이 있음을 밝혀둔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