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검사의 불기소처분으로 인한 기본권침해가 인정된 사례재판요지
교통사고를 수사함에 있어서는 충돌시의 도로상황, 목격자와 피해자의 진술, 교통사고분석보고 및 실황조사서 등을 객관적으로 정밀조사하여 과실유무를 밝혀야 함에도, 동 조치없이 피고소인의 일방적인 변명만을 믿고 혐의없음 처분을 하였다면, 이는 자의적 검찰권행사로서 헌법상 보장된 청구인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하였다.참조조문
헌법 제11조 제1항, 제27조 제5항주 문
피청구인이 1996. 6. 28. 대전지방검찰청천안지청 1996년 형제2627호 사건의 피고소인 정원철에 대하여 한 불기소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이 유
1. 사건의 개요
이 사건 기록과 증거자료(대전지방검찰청천안지청 1996년 형제2627호 불기소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청구인은 1995. 8. 3. 대전지방검찰청천안지청에 청구외(피고소인) 정○철을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로 고소하였는바, 그 고소사실의 요지는 아래와 같다.
피고소인은 경남 7아 1309호 11톤 트럭 운전사인 바,
1995. 6. 5. 04:20경 천안시 성남면 대학리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서울기점 98.5킬로미터 지점에서 위 차량을 서울쪽으로 운행중 3차선에서 2차선으로 차선을 변경함에 있어 2차선상의 교통상황을 제대로 살피지 아니한 채 급진입한 업무상 과실로 2차선을 따라 위 트럭의 좌측 후방을 진행중이던 청구인의 남편 최창섭 운전의 경기 6바 2628호 중앙고속버스의 진로를 방해하여 위 버스의 좌측 앞 부분으로 위 트럭 우측뒷부분을 추돌하게 하여 그 충격으로 위 최창섭으로 하여금 뇌좌상 등을 입게하고 이로 인하여 같은 달 24. 14:25경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나. 피청구인은 1996. 6. 28. 위 고소사건(대전지방검찰청천안지청 1996년 형제2627호)에 관하여 수사한 후 범죄의 혐의가 없다고 판단하여 불기소처분을 하였는 바, 그 불기소처분의 이유는 다음과 같다.
피고소인은 2차선상을 주행하던중 전방의 사고발생으로 서행하고 있을 때 갑자기 위 고속버스가 트럭의 우측 뒷부분을 충돌하여 일어난 사고이지 자신의 급차선변경으로 일어난 사고가 아니라고 변명하고 경찰의 실황조사서의 기재, 목격자 김○권의 일부 진술이 부합한다. 이에 반하는 자료인 위 김○권의 나머지 진술은 피고소인의 급차선변경으로 사고가 났다고 하나 진술의 일관성이 없고 최창섭과 알고 지내는 사이임에 비추어 믿기 어렵고, 참고인 정○학, 한○율은 최○섭이 사망전 피고소인의 과실로 사고가 났다고 말하였다는 진술서를 제출하고 있으나 전문진술에 불과하고 최○섭이 조사경찰관에게는 사고경위에 대하여 진술한 사실이 없었던 점에 비추어 역시 신빙성이 없다. 또한 한국교통사고조사기술원 작성의 교통사고분석보고서는 피고소인의 급차선변경을 사고원인으로 결론짓고 있으나 이는 고소인이 제출한 자료로만 분석한 것이므로 믿기 어렵다. 그밖에 달리 피고소인의 변명을 뒤집고 범행을 입증할 자료가 없어 범죄혐의 없다.
다. 청구인은 위 불기소처분에 불복하여 검찰청법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 항고 및 재항고를 하였으나 모두 기각되자, 1997. 1. 3. 재항고기각 결정을 송달받고 그 달 23. 피청구인은 위 고소사건에서 자의적인 수사로 실체적 진실을 밝히지 못하였으며, 범죄의 성립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공소권을 발동하지 아니하여 그 결과 범죄피해자인 청구인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상의 진술권을 침해받았다는 이유로 위 불기소처분의 취소를 구하면서 이 사건 심판청구에 이르렀다.
2. 판 단
가. 쟁점의 정리
청구인은 피고소인의 급차선변경이 사고원인이라고 주장하는데 반하여 피청구인은 최○섭이 전방주시태만 등으로 브레이크도 작동하지 아니하고 진행한 과실로 앞 쪽의 피고소인의 트럭을 추돌한 것이라고 결론짓고 있다. 그러므로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제반 증거자료를 바탕으로 어떠한 경위와 원인으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지 살펴보아야 할 것인바, 이를 위해 목격자 등 관계인들의 진술, 실황조서(현장검증), 교통사고분석보고서 등을 차례로 검토하여 보기로 한다.
나. 먼저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관계인들의 진술에 대하여 살펴본다.
(1) 피고소인 정원철의 진술
피고소인은 시속 약 80킬로미터로 3차선을 따라 우측으로 굽은 커브길을 돌아 나오자 전방 500미터 내지 600미터 3차선상에 승용차가 불타고 있어 2차선상에 뒤따라 진행하는 차량이 없는지 확인하고 2차선으로 차선을 바꾸고 시속 30킬로미터 정도로 감속하여 15초 가량 진행할 때 고속버스가 자신의 트럭을 추돌하였다고 변명한다. 그러나 약도에 의하면 사고지점은 직선구간으로 커브길로부터 사고지점까지는 700미터, 사고지점부터 화재발생지점까지는 250미터 떨어져 있다. 피고소인의 진술대로 차선을 바꾼지 15초 후 추돌당하였다면 피고소인은 시속 80킬로미터로 달리다가 화재지점 375미터 전방(시속 30킬로미터로 15초간 달린 거리는 125미터이고 화재지점까지의 거리 250미터를 더하면 375미터이다)에서 뒤늦게 이를 발견하고 시속 30킬로미터로 급감속하면서 차선을 변경하였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결론이 된다. 또한 피고소인은 3차선에서 2차선쪽으로 변경한 이유에 대하여 갓길쪽으로는 레커차와 경찰차 등이 비상등을 켜고 있어 그 쪽으로는 갈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하고 있으나 현장약도에 의하면 갓길은 4.54 내지 5.8미터로 상당히 넓은데다 앞선 차량 한두대는 3차선에서 갓#08길로 비켜서 지나갔다고 모순되는 진술도 하고 있다. 나아가 피고소인은 차선변경시 2차선상에 뒤따라 진행하는 차량이 전혀 없었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으나 그렇다면 최창섭 운전의 고속버스가 갑자기 15초 이내에 700미터 구간을 달려와 피고소인의 차량을 충돌할 리가 없을 뿐만 아니라 참고인 목격자 김○권은 자신이 운전하는 경남 6바 1356호 고속버스와 피해자 최창섭이 운전하는 위 고속버스는 계속 2차선을 따라 시속 60킬로미터 정도로 진행하였다고 진술하고 있어 더욱 피고소인의 진술은 믿을 수 없다. 그렇다면 피고소인은 당시 2차선을 따라 뒤따르는 고속버스가 있음에도 차선 변경시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이를 발견치 못하였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보여진다. 그러므로 수사검사는 피고소인의 변명만을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위 김○권 등 목격자와 대질신문을 하고, 현장 상황과 피고소인의 변명의 모순점을 면밀히 조사하고, 화재차량사건을 조사하였던 경찰관을 환문하거나 피고소인에 대한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하는 등 사안의 실체를 밝히려는 실질적인 수사를 하였어야 함에도 기록상 그러한 흔적을 찾아 볼 수 없다.
(2) 참고인 김○권의 진술
참고인 김○권은 11톤 화물트럭이 3차선을 진행하다가 전방에 차량이 불타고 있는 것을 발견해서인지 갑자기 고속버스가 진행하는 2차선으로 급진입하자 버스가 이를 피하려고 3차선으로 바꾸는 순간 충돌되었다고 진술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피청구인은 동인의 수차례의 진술에서 상호모순되는 진술을 하고 있으며, 피해자와는 식사를 같이 하는 등 잘 알고 지낸다는 이유 등으로 이를 믿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동인은 금강휴게소부터 사고버스를 계속 뒤따랐던 운전자로서 사고현장을 가장 정확하게 목격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을 뿐 아니라 진술내용도 매우 구체적이고 자세하다. 자신의 진술이 일관되어 보이지 않은 점에 대하여도 매일같이 버스운행을 해야 하는 사람으로서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는 번거로움 때문에 대충 진술서를 써 주었다가 최창섭이 사망하는 큰 피해가 발생하여 상세히 진술키로 결심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또한 고속버스 운전사들끼리 휴게소의 따로 구분된 장소에서 식사를 한 것만 가지고 두사람이 평소 잘 알고 지낸다고 단정한 것도 잘못된 판단이라고 보이고 오히려 김○권의 위 진술에 더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그러므로 피청구인은 김○권의 진술을 더 #08자세히 확인 조사함과 아울러 당시 같이 출발한 다른 운전사가 있는지, 김○권이 청구인이나 최창섭이 근무하던 중앙고속버스회사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고 허위진술하는 것은 아닌지, 동인이 사고 시간대가 야간임에도 사고현장을 목격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는지, 승객 중에 현장을 목격한 사람이 있었는지 등을 좀더 조사해 보았어야 할 것이다.
(3) 참고인 정○학, 한○율의 진술
동인들은 김○활, 김○원 등과 함께 입원치료중인 직장동료 최○섭을 문병하던중 피해자 최○섭으로부터 피고소인의 트럭이 3차선에서 2차선으로 갑자기 뛰어들어 좌측으로는 진행차량들 때문에 피해가지 못하고 트럭이 끼어들므로 그로 인해 공간이 생긴 우측으로 피하는 순간 트럭이 갑자기 급감속하여 불가피하게 추돌하였다는 진술을 들었다고 한다. 이에 대하여 피청구인은 동 진술이 전문진술에 불과하고, 병원을 방문한 조사경찰관에게는 그러한 진술을 하지 아니하였다며 믿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참고인의 진술이 타인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것일 때에는 원 진술자가 사망 등으로 다시 진술할 수 없고,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의 진술일 경우 증거능력까지 인정되는 바이고( 형사소송법 제314조 참조), 최○섭은 당시 의식이 혼미한 상태에서 가끔 정신이 돌아오면 진술을 할 수 있는 건강상태였으므로 조사 경찰관이 계속 진술을 청취하기 위하여 대기하고 있던 상태도 아니어서 최○섭이 경찰관에게 진술하지 아니하였다는 것이 참고인들의 진술을 배척할 근거는 될 수 없다고 보인다. 그러므로 피청구인은 위와 같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이를 배척할 것이 아니라 진술서를 제출한 한○율, 정○학 및 위 김○활, 김○원이나 병실에 함께 있었던 청구인과 병원의 간호사, 병원을 방문한 경찰관 등을 통하여 최○섭이 진술하였던 내용 및 당시의 정황 등을 자세히 조사하여 보았어야 마땅함에도 이러한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아니하였다.
다. 다음 실황조사서에 대하여 검토한다.
경찰관이 작성한 실황조사서 및 교통사고수사보고서는, 트럭 뒷바퀴에 의한 스키드 마크의 후방 4미터 지점부터 2차선에서 3차선으로 비스듬히 발생한 고속버스의 스키드마크를 충돌로 인한 급감속때문에 버스 뒷 바퀴에 의해 물리적으로 생긴 것이라고 하면서 충돌 전 제동흔적은 전혀 없다고 판단하고, 사고는 최○섭의 전방주시 태만 또는 졸음운전에 의한 것으로 단정하고 있다. 이러한 결론은 그 때 피고소인은 입건되지 아니하고 피해자 입장에 있었고 버스가 뒤쪽에서 트럭을 충돌하였다는 현실상황만을 보고 이 사건 피해자 최○섭을 피의자로 입건하여 동인의 과실여부만 판단한데서 기인한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차량제원표에 의하면 고속버스의 충돌부위에서 뒷바퀴까지의 길이가 8.75미터이고, 트럭은 충돌부위에서 뒷바퀴까지의 길이가 3.25미터나 되므로 버스의 스키드마크가 위와 같이 4미터 후방부터 생겼다면 이는 그 간격상 뒷바퀴에 의한 것으로 믿기어렵다. 오히려 교통사고의 일반경험칙상 뒷바퀴는 한쪽바퀴가 2개이므로 2중선으로 생겨야 함에도 단선으로 생긴점이나 2차선에서 3차선 쪽으로 비스듬히 생긴 점 등을 고려하면 위 최○섭이 충돌 직전 이를 피하기 위하여 급제동하며 우측으로 조향하면서 앞바퀴에 의하여 생겼다고 볼 여지가 크다. 그러므로 피청구인은 실황조사한 경찰관을 환문하여 사고경위와 위와 같은 판단의 근거를 묻고, 교통사고 전문가에게 의뢰하여 스키드마크는 어떠한 원리로 나타나며 이 사건의 경우는 어느바퀴에 의하여 발생한 것이고 그와 같은 스키드마크는 급제동 및 조향에 의해 발생한 것인지 아니면 충돌로 인한 물리적 현상으로 나타난 것인지를 정확히 확인할 필요가 있는 것임에도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
라. 마지막으로 교통사고분석보고서에 대하여 검토한다.
한국교통사고조사기술원은 컴퓨터분석 결과 트럭 운전사가 고속버스와 충분한 거리를 두지 아니하고 급차선 변경 및 급감속한 것이 원인이 되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청구인은 사설 감정기관에서 청구인이 제출한 자료로만 분석한 것이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감정불능이라고 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감정결과를 믿지 아니하고 있다. 그러나, 피고소인 또는 피해자의 과실의 경우 등 여러 가지 가정을 전제로 컴퓨터 분석까지 이용한 위 감정서를 배척하려면 동 분석기법의 모순이나 신뢰도를 지적한다든가 불공정한 감정이란 점을 조사·지적하였어야 할 것인데 단순히 사설 감정이란 이유만으로 배척한 것은 상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피청구인은 위 기술원의 감정인을 소환하여 감정기법의 신빙성이나 객관성 등에 대하여 조사하고, 도로교통안전협회 등 공인감정기관에 감정을 의뢰하여 사고 경위에 대하여 납득할 만한 자료를 수집한 후 신중하게 피고소인의 과실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이러한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아니하였다.
마. 따라서 피청구인으로서는 위에서 지적한 여러 가지 사항을 철저히 조사, 규명한 다음 피고소인의 과실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그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피고소인의 변명만을 받아들여 성급히 수사를 종결하고 혐의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하였다.
3. 결 론
그렇다면, 피청구인의 이 사건 불기소처분은 자의적인 검찰권행사로서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이나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다고 할 것이고 그로 말미암아 헌법상 보장된 청구인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어 이 사건 불기소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재판관 김용준(재판장) 김문희 이재화 조승형 정경식(주심) 고중석 신창언 이영모 한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