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1998. 7. 16. 선고 97헌마162 결정 불기소처분취소
(공권력행사)취소
검사의 불기소처분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 인정 사례
결과 요약
- 검사의 불기소처분이 청구인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하였음을 인정하여 불기소처분을 취소함.
사실관계
- 피해자(청구인의 남편)는 중증 혈우병 환자로, 복막염 진단 후 수술 전 수혈을 위한 내경정맥천자술 실패로 인한 과다출혈로 사망함.
- 피고소인들은 신촌 세브란스 병원 의사들로, 피해자의 혈우병 및 항체 형성 사실을 알고 있었음.
- 청구인은 피고소인들이 사전 준비 소홀, 천자술 실패 후 부적절한 조치, 부적절한 시술 부위 선정 등으로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피해자가 사망하였다며 고소함.
- 검사는 피고소인들의 변소 내용과 일부 기록, 간호사 진술 등을 토대로 혐의없음 불기소처분을 함.
- 청구인은 이에 불복하여 항고, 재항고를 거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함.
핵심 쟁점, 법리 및 법원의 판단
검사의 수사 미진 및 자의적인 증거 판단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 여부
- 법리: 의료사고에서 의사의 과실을 판단함에 있어, 결과 발생 예견 및 회피 가능성, 같은 업무 종사자의 주의 정도, 사고 당시 의학 수준, 의료 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 특수성 등이 고려되어야 함. (대법원 1997. 10. 10. 선고 97도1678)
- 판단:
- 사전 준비 소홀 여부: 피고소인들이 피해자의 특수 체질을 알면서도 항체 기능을 억제하는 치료제(오토플렉스)를 미리 준비하지 않은 점, 오토플렉스 확보 및 투여 경위, 혈액내과 전문의와의 협의 여부, 피티티 수치 정상화 노력 여부 등에 대한 수사가 미진함. 특히, 오토플렉스를 일찍 투여했더라면 지혈 효과가 있었을 가능성, 항체 검사 수치 변화 등에 대한 심도 있는 조사가 필요함.
- 천자술 실패 후 조치 적정성 여부: 피고소인들이 천자술 실패 사실을 당직 전문의에게 즉시 보고하지 않고, 혈액내과 의사와 상의하지 않은 점, 지혈을 위한 옥타비 투여량의 적정성, 오토플렉스 투여 노력 여부, 거즈 압박 지혈 여부, 목 부종 확인 후 얼음찜질 외 다른 대처 방법 여부, 신선동결혈장 투여 사실 여부 등에 대한 수사가 미진함.
- 시술 부위 선정 적정성 여부: 피해자가 혈우병 중증 환자임을 고려할 때, 위험한 부위인 내경정맥을 선택한 것이 적절했는지, 다른 안전한 부위를 선택할 가능성은 없었는지, 혈액내과 전문의나 당직 전문의와 충분히 협의했는지 등에 대한 수사가 미진함.
- 검사는 위와 같은 의문 사항들에 대해 심도 있는 조사를 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피고소인들의 조치 적정 여부와 과실 유무를 적극적으로 규명해야 함에도, 단순히 피고소인들의 변소 내용에 대한 소극적 확인만으로 불기소처분을 함.
- 이는 검사가 마땅히 조사해야 할 중요한 사항에 대해 조사를 소홀히 한 채 자의적인 증거 판단을 한 것으로, 청구인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 것임.
관련 판례 및 법령
- 대법원 1997. 10. 10. 선고 97도1678
검토
- 본 결정은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수사기관이 의료사고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충분한 조사를 하지 않고 자의적으로 증거를 판단한 경우,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될 수 있음을 명확히 한 사례임.
- 특히, 의료사고의 경우 전문적인 의학 지식이 요구되므로, 전문가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청취하고 다각적인 측면에서 과실 유무를 규명해야 할 검사의 의무를 강조함.
- 이는 의료사고 피해자의 권리 구제에 있어 검찰의 철저한 수사 필요성을 역설하며, 검찰권 행사의 적정성을 담보하는 중요한 선례로 평가됨.
판시사항
검사의 불기소처분으로 인한 기본권침해가 인정된 사례재판요지
중증의 혈우병환자가 복막염 진단을 받고 수술 전 수혈을 위해 시행한 내경정맥천자술의 실
패로 인한 과다출혈로 사망한 사건에 대하여, 검사가 의료사고 당시의 의학수준과 의료환경 및 조건 등을 살펴 심도 있는 조사를 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천자술이 잘못된 것인지의 여부 및 과다출혈의 원인과 예방조치 여부 등 피고소인들의 조치의 적정 여부와 그들의 과실 유무를 적극적으로 조사・규명하여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입원기록지, 응급진료기록 및 경과기록과 간호사들의 진술 등 피고소인들의 변소내용에 대한 소극적 확인만으로 혐의없음 결정을 한 것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 것이다.참조조문
헌법 제11조 제1항, 제27조 제5항주 문
서울지방검찰청 서부지청 1996년 형제31097호 사건에서 피청구인이 1996. 12. 30. 피고소인 노○훈, 이○훈, 권○수에 대하여 한 혐의없음의 불기소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이 유
1. 청구인의 고소 및 주장의 요지
이 사건 기록과 증거자료(서울지방검찰청 서부지청 1996년 형제31097호 불기소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 청구인은 1996. 4. 30. 청구외 노○훈, 이○훈, 권○수(각 피고소인, 이하 각 “피고소인”이라 한다)를 고소하였다.
피고소인들은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들로서 피고소인 노○훈은 일반외과 전문의이고, 이○훈은 일반외과 레지던트 4년차, 권○수는 일반외과 레지던트 1년차 과정에 있었다. 1996. 4. 27. 11:20경 복부 통증으로 위 병원 응급실에서 진료받던 피해자 이○성(26세, 청구인의 남편)을 복막염으로 진찰하고 수술 준비단계로서 수혈 등을 위한 천자술(또는 삽관술)을 실시함에 있어, 피해자가 제8번 혈액응고인자(factor Ⅷ, 이하 “제8인자”라 한다)가 부족한 혈우병 에이(A)형의 환자로서 그것도 혈액내 제8인자가 정상인의 1퍼
센트 이하인 중증이고 치료제인 제8인자 농축액인 옥타비(OCTA-VI)에 대한 항체까지 형성되어 있었음을 알고 있었다. 피고소인들은 시티(CT), 엠알아이(MRI) 촬영 등 정밀검사를 하여 복막염인지 여부를 정확히 확인한 다음 수술 개시 여부를 보다 신중히 결정하고, 수술 준비 내지 수술 과정에서 출혈에 대비하여 혈액내과 전문의와 상의하고, 특히 천자술 시술 전 피해자에 대하여 혈액내 응고인자의 응고 활성 정도를 검사하는 피티티(PTT, 정상인의 혈액의 수치는 대략 20초 내지 40초이며, 혈우병 환자의 경우는 정상인의 그것보다 길게 나타난다) 검사를 한 결과 환자의 피티티 수치가 높아 출혈이 충분히 예상되었으므로 옥타비 뿐만 아니라 항체의 기능을 저하시키는 치료제{이 사건에서는 오토플렉스(Autoplex)를 투여하였으므로 이하에서는 이러한 항체 치료제를 편의상 “오토플렉스”라 한다}를 미리 확보하는 등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여야 한다. 수술 준비를 위한 천자술을 시행하더라도 피해자가 특이체질 보유자임을 감안하여 보다 안전한 부위를 선택하여 시술을 하여야 하고, 만약 시술에 실패하더라도 이로 인한 출혈로 위험한 상황이 생길 것을 예견하고 그에 대한 조치를 신속하고 철저하게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혈액내과 의사와 사전에 상의하지 않고, 옥타비만 준비하고 오토플렉스는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것도 가장 위험한 부위인 내경정맥에 대한 천자술을 3회나 시행하고, 천자술의 실패로 인한 출혈로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리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였거나 인식하고서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단지 거즈로 압박하고 얼음 찜질을 하는 등 안이하게 대처한 과실로 피해자가 기도폐쇄로 질식사할 지경에 이르자 뒤늦게 기관지절개술과 흉관삽관술 등을 시행하였으나 이로 인한 출혈이 계속되어 같은 달 29. 22:30경 호흡부전 및 순환혈액량 감소성 쇼크 등으로 사망한 것이다.
나. 피청구인은 1996. 12. 30. 혐의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하였다. 청구인은 항고·재항고를 거쳐 1997. 5. 31 피청구인의 위 불기소처분이 자의적인 검찰권행사로서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피청구인의 불기소처분 이유와 답변요지
피고소인들은 피해자를 복막염으로 진단하고 개복수술을 하기에 앞서 수술시에 필요한 전해질, 수분과 혈액 등의 공급을 위한 정맥로를 확보하기 위하여 일반적으로 시술되는 내경정맥천자술을 시행하게 되었다. 피해자가 혈우병 에이형의 중증의 환자이므로 혈액내
과 의사인 정○영과 상의하여 혈우병 치료제인 옥타비를 투여한 후 피티티 검사를 하였으나 그 수치가 높게 나타나 환자의 상태가 급박하였기 때문에 3회에 걸쳐 9,000 유니트의 혈액응고인자를 수혈하며 내경천자술을 시술한 후 지혈을 위한 거즈를 통한 압박과 옥타비 투여 및 얼음 찜질을 하였다. 피해자는 응고인자에 대한 항체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오토플렉스를 투여하려 하였으나 병원에 없어 투여하지 못하였으며, 다음날 갑자기 천자술을 시행한 부위에 경부압박증세가 있어 기도를 유지하기 위해 기관지삽관술을 시행하려 하였으나 피해자의 외삼촌이 병원의 책임을 주장하며 시간을 지체하는 바람에 상태가 좋지 않아 기관지삽관술을 포기하고, 이어서 기관지절개술과 늑간 절개술 그리고 흉곽내 삽관술을 시술하여 피해자의 기도를 확보하였는데 흉곽내로 삽입한 튜브에서 출혈이 시작되어 옥타비를 계속 투여하는 한편 오토플렉스를 정맥주사하고, 수혈저장 적혈구 24팩과 신선동결혈장 25팩을 수혈하는 등 최선을 다하였으나 피해자가 혈우병환자인데다 항체까지 형성되어 있는 특이체질인 관계로 출혈이 멈추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 피고소인들은 피해자를 치료함에 있어 의사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하였다고 변소하고, 입원기록지와 응급진료기록 및 경과기록 사본의 각 기재내용과 참고인 송○령, 이○선의 각 진술도 이에 부합되고, 달리 피의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범죄혐의 없다.
3. 판 단
이 사건 기록과 관련 수사기록(서울지방검찰청 서부지청 1996년 형제31097호 불기소사건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이 사건 사실관계와 인정사실을 기초로 한 우리 재판소의 판단은 아래와 같다.
가. 1996. 4. 27. 12:45경 피해자에 대한 피티티 검사 결과 그 수치가 69.7초여서 정상인 보다 높은 상태임에도 옥타비 등 제8인자를 투여하고 다시 검사를 하는 등 그 수치를 정상으로 유지하지 아니한 채 내경정맥천자술을 3회에 걸쳐 시행하다가 실패하였다. 그런데 천자술 시행 부위의 출혈로 목에 부종이 생기고 이로 인한 기도폐쇄를 방지하려고 기관지절개술, 흉관삽관술 등을 하였으나 수술 부위에서의 과다출혈로 인한 순환혈액량 감소성 쇼크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 피해자가 사망하게 된 것은 입원 당시의 복막염과는 관계가 없는 내경정맥천자술의 실패로 인한 과다출혈이 그 원인이고 피고소인들 역시 이 점을 인정하고 있다.
나. 그런데 피고소인들은 피해자에 대한 위 천자술의 시술, 시술 실패 후의 조치, 환자 관리 등에 있어
아무런 과실이 없다고 변소하고 있으므로 피청구인으로서는 천자술이 잘못된 것인지의 여부 및 과다출혈의 원인과 예방조치 여부를 조사·규명하여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입원기록지와 응급진료기록 및 경과기록 사본의 각 기재내용과 간호사 송○령, 이○선의 각 진술 등이 피고소인들의 변소에 부합된다는 이유만으로 불기소처분을 하였다.
그러나 피청구인으로서는 피고소인들에게 과실이 있는지 여부를 명확하게 밝히기 위하여는 위와 같은 조사결과만으로는 부족하고, 피고소인들의 변소내용에 대한 객관성·신뢰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전문가가 제시하는 시술상의 기준에 비추어 정당하고 합리적인 것인지를 수사를 통하여 가려 보아야 할 것이다.
다. 청구인의 고소 및 주장 사실을 중심으로 피고소인들의 과실 유무에 관한 수사 상황을 살펴 본다.
(1) 먼저 천자술을 시행하기 전에 사전 준비를 소홀히 하였다는 주장에 관하여 본다.
피고소인들은 피해자가 혈우병 에이형의 중증의 환자이고, 제8인자에 대한 항체가 형성되어 있었음을 사전에 모두 알고 있었다. 복막염으로 진단한 이와 같은 특수체질의 환자에 대한 수술 등의 치료행위(복막염 수술 뿐만 아니라 그 준비과정에서의 이 사건 내경정맥천자술도 포함된다)를 하려면 통상의 다른 환자의 경우와 달리 출혈에 대비한 보다 철저하고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 환자에 대하여는 출혈을 막기 위한 집중적인 혈장사혈(플라즈마페레즈) 또는 프로트롬빈복합체의 주입이 요구되므로 피고소인들로서는 천자술 시행에 앞서 항체의 기능을 억제하는 치료제로서 프로트롬빈복합체인 오토플렉스 등을 미리 준비하고 수술 등 치료행위에 임하여야 한다.
그러나 기록에는 “당시 병원에 그 약품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내원한 날이 토요일이라서 약을 구할 수 없었다. 다음날인 일요일 18:00경부터 오토플렉스를 구하여 3회에 걸쳐 30앰플씩을 투여하는 등 지혈을 위한 노력을 하였으나 효과가 없었다”는 진술만 있을 뿐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점에 대한 수사가 되어 있지 않다. ㉮ 이 사건 피해자와 같은 혈우병 중증인데다 항체까지 가지고 있는 환자(혈우병 환자는 인구 1만명당 1명 꼴이나 혈우병 환자 중 항체 보유자는 15퍼센트 내지 20퍼센트 정도로 비교적 높다)를 수술(천자술 포함)할 경우 통상 어떤 사전 조치가 필요한지, ㉯ 피고소인들이 뒤늦게 피해자에게 투여한 오토플렉스의 약효, 그 약을 준비하는데 있어서의 어려움과 뒤늦게 투여하게 된 경위(피고소인 권○수는 다른
환자가 사용하던 것을 구하여 투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하다가 혈액 내과에서 늦게 구해 주었다고 진술하여 그 구입 내지 투여경위가 명확하지 않다) ㉰ 피고소인 권○수, 이○훈은 천자술 시술 전 또는 직후에 오토플렉스를 구하기 위하여 어떤 노력을 하였는지, 환자의 보호자에게 오토플렉스의 중요성을 알리고 당시 병원에 없었다면 다른 곳에서 급히 구해 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있었는지, ㉱ 오토플렉스를 일찍 투여하였더라면 지혈이 되어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 터인데 늦게 투여하였기 때문에 지혈 효과가 없었던 것은 아닌지, ㉲ 피고소인 권○수가 혈액내과 전문의와 협의하였거나 당직 전문의인 피고소인 노○훈에게 환자상태와 특이체질 등에 관하여 보고하였더라면 경과를 달리하여 천자술에 임하도록 하였을 가능성은 없는지, ㉳ 환자의 피티티 수치가 높아 이 상태에서 수술하면 사망할 확률이 99 퍼센트 정도 된다는 피고소인 노○훈의 진술에 비추어 보면 천자술에 뒤이어 본 수술을 하여야 할 상황이었으므로 어차피 피티티 수치를 낮추기 위하여는 오토플렉스 등 항체의 기능을 저하시키는 치료제가 필요하였을 것이고, 당시 환자의 상태가 아무리 위급하였다 하더라도 오토플렉스를 구할 정도의 시간 여유를 두고 천자술의 시술에 임할 수는 없었는지, ㉴ 혈우병 중증의 항체 보유 환자에 대한 수술 성공 사례(청구인은 의견서에서 다른 병원에서의 종양제거 수술 및 탈장 수술 성공사례 등을 들고 있다) 등에 비추어 보았을 때 이 사건 천자술의 시행과정에서 주의의무를 다하였는지 여부 등이다(오토플렉스를 구하여 피해자에게 일찍 투여하였더라면 피티티 수치를 정상적으로 유지한 상태에서 천자술을 시행할 수 있었거나, 피해자의 상태가 위급하여 피티티 수치가 높은 상태에서 천자술을 시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더라도 시술에 실패한 직후의 출혈량이 상대적으로 적어질 것이므로 사망에는 이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더욱이 입원 당일 항체 검사 결과 12.6 유니트(수치 및 단위는 경찰 수사기록에 기재되어 있는 것이고, 청구인의 의견서에는 당시 피해자의 항체가가 5.0 B.U/ml라고 하므로 당시 피해자의 항체가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필요하다)였는데 이 수치는 1996. 4. 22. 한국혈우재단에서 측정한 수치인 588.8 유니트 보다 현저히 낮은 수치로서 이는 오토플렉스를 보다 일찍 투여하였더라면 약효가 높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그러므로, 피청구인은 앞에서 본 여러 가지 궁금한 사항들에 대하여 수사를 더 해 보고 피고소인들이 의
사로서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였는지 여부를 다시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이 사건에서는 환자의 체질적인 특성에 비추어 혈액내과 전문의의 조언 내지 자문이 긴요하다고 보여짐에도 피청구인은 의견을 제대로 들은 흔적이 없다(국립의료원 의사 서창인의 진술이 있으나 불기소 결정 후에 제출된 것이고 그것도 참고 문헌을 요약한 정도에 불과하다).
(2) 다음 천자술 실패 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 하였다는 주장에 관하여 본다.
피고소인 노○훈은 혈우병이 아닌 일반 환자의 경우에 있어서도 삽관을 위한 천자술에 실패하였을 경우 출혈이 있을 수 있다고 진술하고, 피고소인 권○수 역시 피해자에 대한 천자술 실패 후 출혈이 예상되었다고 진술한다.
그렇다면, 피고소인 이○훈, 권○수는 피해자가 혈우병 중증의 항체를 가진 환자이고 실패부위가 목 부분인데다 3회나 천자술에 실패하여 출혈이 예상되었으므로 우선 당직 전문의인 피고소인 노○훈에게 즉시 천자술에 실패하였음을 보고하고 적절한 지시를 받았어야 함에도 4. 27. 15:00경 천자술에 실패하였는데도 16:30경 피고소인 이○훈이 위 노○훈에게 보고하면서 천자술에 실패한 것을 말하지 않았고, 22:00경 위 노○훈이 직접 피해자를 진찰할 때 목이 부어 있는 것을 보자 그때에 천자술 실패 사실을 알렸다고 자인하고 있다. 만약 천자술에 실패한 다음 바로 보고하였더라면 혈액내과와의 긴밀한 협진, 오토플렉스의 조기 구입 등 보다 신속하고 주도면밀한 조치로 과다출혈을 미연에 방지할 가능성이 있었는지 여부를 밝힐 필요가 있다.
천자술을 시행한 다음 혈액내과 의사인 정○영이 의견을 개진한 의무경과기록상의 기재 부분이 있으나 여기에는 복막염 수술 전의 일반적인 주의사항이 기재되어 있을 뿐이고, 피고소인 이○훈 역시 천자술에 실패한 다음 출혈에 관하여 혈액내과와 상의한 적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을 종합하면 피고소인 이○훈, 권○수는 천자술 실패 후 혈액내과 의사와 상의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그 사실을 숨김으로써 구체적이고도 적절한 대응을 할 기회를 놓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천자술 실패 이후 피고소인 귄○수, 이○훈은 위 정○영의 설명을 듣고 피해자에 대하여 16:30경부터 22:45경까지 3회 걸쳐 옥타비 9,000유니트를 투여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것 역시 이미 출혈중에 있는 환자에 대한 지혈을 하기 위한 적당한 양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즉, 위 정○영이 옥타비 투여량을 설명한 것은 천자술 실패 사실을 모르는 상태에서 본 수술(복막염 수술)에 대비하여 피티티 수치를 낮추기 위한 투여량을 설명해준데 불과하므로 천자술에 실패하여 출혈 중이고 제8인자에 대한 항체가가 높은 피해자의 경우 옥타비를 더 많이 투여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위 정○영에게 천자술 실패 사실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말해주었다면 어떠한 조치를 하게 하였을 것인지 이 점에 관한 수사도 필요하다(청구인 제출의 의견서를 보면 이 사건과 관련된 손해배상청구소송 과정에서 시행한 한국혈우재단에 대한 사실조회의 회신 내용에 출혈이 있을 경우에 옥타비 투여량에 관한 기재가 있다).
피해자의 경우 제8인자에 대한 항체가 형성되어 있어 옥타비를 계속 투여하여도 효과가 없다면 옥타비와 병행하여 오토플렉스를 투여하여야 하므로 이를 구하는 노력을 하였어야 한다.
그리고 천자술 실패 이후 지혈을 위하여 거즈를 대고 반창고로 압박해 놓았다고 하나 그것만으로 지혈이 되는 것인지 쉽게 이해가 되지 않으며, 거즈 압박 부분에 관하여, 피해자를 간호하고 있던 피해자의 외삼촌인 정현수와 피해자의 아버지인 이수창은 천자술 실패 부위는 계속 맨살로 있었고 거즈를 본일이 없다고 진술하고, 피고소인 권○수도 압박 지혈은 보통 반나절 동안 하는 것인데 18:30경에 저녁식사를 하러 갔다 오기 전 까지는 압박을 해둔 상태였다고 진술하고 있어 거즈로 압박 지혈을 하였는지 여부가 분명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18:30경부터 피고소인 노○훈이 얼음찜질을 하라고 지시한 22:00경까지는 거즈로 압박조차 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계속 출혈이된 것으로 보이므로 이 부분에 대한 사실 규명도 필요하다.
같은 날 22:00경 피고소인 노○훈은 혈액내과 의사인 정○영과 함께 피해자를 진찰한 결과 목 부위가 부어 올라 있어 천자 실패사실을 보고 받고 그 부위에 출혈이 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얼음찜질을 지시하였다고 하는데 당시 정○영과 함께 진찰한 것이 사실인지, 바로 그날 밤에 환자는 목에 통증을 계속 호소하고 침도 뱉지 못할 정도였는데, 천자술 실패 부위의 부종을 확인하고도 얼음찜질 외의 다른 대처방법은 없었는지 여부 역시 밝혀야 할 부분이다.
그리고 피고소인들은 4. 28. 01:00경 피해자에게 신선동결혈장(FFP)을 투여하였다고 하나 위 정현수, 이수창은 혈액수혈의뢰서에 투여 사실이 누락되어 있고, 새벽에 신선동결혈장을 투여하는 것을 보지 못하였다고 진술하여 사실관계가 어긋난다.
피청구인은 위 정○영에 대한 조사를 하고 나아가 다른 혈액내과 분야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을 들은 후 피고소인들의 과실 유무를 판단하였어야 한다.
(3) 끝으로 천자술 시술 선정 부위가 적정하지 아니하였다는 주장에 관하여 본다.
중심정맥로를 확보하기 위한 천자술 시술은 팔의 말초정맥, 대퇴정맥, 쇄골하정맥, 내경정맥 등을 이용하는 방법 등이 있다.
피고소인들은 내경정맥을 선택한 이유에 관하여, 팔의 말초정맥은 피해자가 비만체질이라 찾기가 어려웠고, 대퇴정맥의 경우는 복막염 수술시 감염될 우려가 있었으며, 이 사건 병원에서는 중심정맥로 확보를 위하여 내경정맥천자술을 많이 활용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피고소인 권○수는 약 200회 가량 내경정맥천자술을 시행하여 대부분 성공한 것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의 경우 혈우병 중증 특수체질의 환자이므로 천자술의 성패에 관계없이 시술 부위의 출혈로 말미암아 기도 부종·폐쇄 가능성이 예견된다. 따라서 시술 부위 선정에 있어서도 굳이 위험한 부위인 경부를 택할 것이 아니라 그 외 다른 곳을 선택할 가능성은 없었는지 의문이 든다. 피고소인 이○훈, 권○수는 피해자의 목 부위가 굵어 내경정맥을 찾기가 어려웠다고 변소하나 이는 피해자가 비만체질이어서 팔 부분의 정맥을 찾기가 어려워 그 곳을 피하였다는 진술과 비교해 볼 때 역시 목 부분에 대한 천자를 선택한 것에 과실이 없었는지 여부도 규명이 되어야 한다.
내경정맥천자술을 시행하기 전 피고소인 권○수는 다른 선배 레지던트 2명과 상의하였다고 하나 혈액 내과 전문의와 협의를 한다든가 보다 많은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는 당직 전문의 등에게 환자의 상태와 특이체질 보유자임을 알려 자문을 받는 등 의사로서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했어야 한다. 처음부터 쇄골하정맥삽관술을 시행하든지 대퇴부 등 다른 부위를 선정하였더라면 시술에 실패하여 그 부위에 출혈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생명은 건질 수 있었던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 따라서, 수사검사로서는 이 부분에 대한 보다 면밀한 수사를 하여 피고소인들에 대한 혐의 유무를 가려야 할 것이다.
라. 의료사고에 있어서 의사의 과실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의사가 결과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 발생을 예견하지 못하였고 그 결과 발생을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 발생을 회피하지 못한 과실이 검토되어야 하고, 그 과실의 유무를 판단함에는 같은 업무와 직무에 종사하는 자의 주
의 정도를 표준으로 하며, 사고 당시의 일반적인 의학의 수준과 의료 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대법원 1997. 10. 10. 97도1678, 공97, 3531).
그러므로 피청구인으로서는 위에서 지적한 여러 가지 의문 사항들에 대하여 당시 의학의 수준과 의료 환경 및 조건 등을 살펴 보고, 앞서 본 여러 가지 수사미진 사항들에 대하여 심도있는 조사를 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피고소인들의 조치의 적정 여부와 그들의 과실 유무를 보다 적극적으로 규명하여야 할 것이다. 결국 피청구인은 이 사건을 수사함에 있어서 마땅히 조사해야 할 중요한 사항에 대하여 조사를 소홀히 한 채 자의적인 증거판단을 함으로써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하였다고 아니할 수 없다.
4. 결 론
따라서, 청구인의 이 심판청구는 이유있으므로 이 사건 불기소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재판관 김용준
정경식 고중석 신창언 이영모(주심) 한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