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결정
청구인1. 배근희 외 4인
2. 신동아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대표이사 김충환
청구인들 대리인 변호사 ○○○
주 문
의료법 제38조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이 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외 배재휘는 1992. 9. 15.경 교통사고를 당하여 뇌좌상 등 상해를 입고 그 날부터 같은 해 11. 10.까지 경북대학교부속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았는데 그 치료비가 금 20,175,910원이었고, 청구인들은 위 배재휘의 위 병원에 대한 입원치료비 채무의 연대보증인들이다.
그런데 청구인들은 위 병원으로부터 위 입원치료비 중 나머지 금 18,921,410원을 청구받고 입원치료비가 의료보험수가에 비하여 과다하게 산출되었다는 등의 이유로 그 지급을 거절하자, 위 병원이 대구지방법원에 청구인들을 상대로 의료비 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제1심에서 청구인들 패소 판결(대구지방법원 93가단44293)을, 항소심에서 항소 기각 판결(대구지방법원 94나10335)을 선고 받고, 상고를 하여 대법원에 재판 계속중 의료법 제38조가 그 재판의 전제가 된다고 하여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신청(대법원 95카기17)을 하였다가 그 신청이 기각되자 이 사건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의료법(이하 "법"이라 한다) 제38조(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인바, 그 규정 내용 및 관련 법령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법 제38조(국·공립의료기관등의 특례) 제30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국가·지방 자치단체·지방공사 또는 한국보훈복지공단이 개설하는 의료기관(이하 "국공립 의료기관"이라 한다)에 대하여 이 법의 규정을 적용함에 있어서는 대통령령으로 특별한 규정을 할 수 있다.
제37조(의료보수) 의료기관이 환자등으로부터 징수하는 의료보수에 관하여는 그 지역을 관할하는 도지사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법시행령 제16조(국·공립의료기관 등의 특례) 국가·지방자치단체·지방공사 또는 한국보훈복지공단이 개설하는 의료기관에 대하여는 법 제38조의 규정에 의하여 법 제32조, 법 제33조, 법 제37조, 법 제50조, 법 제51조 및 법 제53조의 2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다만, 당해 의료기관의 시설규모에 대하여는 미리 보건복지부장관 또는 특별시장·직할시장 또는 도지사(이하 "도지사"라 한다)와 협의하여야 한다.
2. 청구인들의 주장과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들의 주장
(1)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 제30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국가, 지방자치단체, 지방공사, 또는 한국보훈 복지공단이 개설하는 의료기관에 대하여 이 법의 규정을 적용함에 있어서는 대통령령으로 특별한 규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법 제37조는 의료기관이 환자로부터 받는 의료보수에 관하여는 관할 도지사의 인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으면서도, 법시행령 제16조는 법 제38조의 규정에 따라 국 공립 의료기관에 대하여는 법 제37조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아무런 구체적 범위도 정하지 아니하고 국 공립 의료기관 등에게 의료법의 적용을 배제하는 특례 규정을 할 수 있도록 포괄적 위임을 하고 있으므로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나 헌법 제75조에 위반된다.
(3) 그리고 법 제37조는 의료기관의 의료보수에 관하여는 도지사의 인가를 받도록 규정하여 그 적정성을 보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라 법시행령 제16조는 아무런 범위의 제한도 두지 않고 국 공립 의료기관에게 관할 관청의 인가도 없이 의료수가를 임의로 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국 공립의료기관은 이를 악용하여 자의적으로 의료보수를 책정 징수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결과적으로 국 공립의료기관에게 의료보수를 높게 책정할 수 있도록 다른 의료기관에 비하여 월등한 특혜를 부여하고 다른의료기관의 의료활동을 억제하고 있는 규정으로서 헌법 제119조가 천명하고 있는 경제질서에 위반되고 행복추구권, 평등권, 재산권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 제10조, 제11조, 제23조에 위반된다.
나. 대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입법경위, 입법취지 및 법률의 위임한계를 규정한 헌법 제75조의 헌법정신에 비추어 볼 때, 구체적 범위를 정하여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헌법 제75조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국·공립의료기관의 의료수가가 신청인들의 주장과 같이 다른 의료기관에 비하여 높게 책정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사실만으로 보건에 관한 권리를 규정한 헌법 제36조 제3항, 재해의 예방 및 위험으로부터의 보호에 관한 헌법 제34조 제6항, 재산권보장에 관한 헌법 제23조, 행복추구권에 관한 헌법 제10조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다. 보건복지부장관의 의견
국·공립의료기관에 대하여 의료법의 규정을 적용함에 있어서 대통령령으로 특별한 규정을 할 수 있다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국·공립의료기관이 공공성과 수익성의 특수목적을 수행하고 상급기관의 감독을 받는다는 점을 고려하여 일반 의료기관과 동일하게 의료법을 적용할 필요성이 없는 일부 조항에 대하여 적용을 배제하도록 한 것이므로 위 규정이 헌법 제75조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취지는 국·공립의료기관의 특수성으로 그 규모가 전국에 걸쳐 있는 경우가 보통이어서 의료보수기준을 설정함에 있어서 특정지역을 관할하는 시·도지사의 인가를 받기 보다는 상급기관의 감독을 받도록 하기 위하여 규정한 것이지, 결코 국·공립의료기관에 대하여 관할 관청의 통제없이 무제한적으로 의료수가를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취지는 아니다. 따라서 상급기관의 통제를 받은 의료보수기준에 따라 적법한 치료비를 청구한 것이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으며, 헌법 전문 및 제119조에서 천명하고 있는 경제질서, 헌법 제10조 및 제11조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라. 경북대학교부속병원의 의견
보건복지부장관의 의견과 대체로 같다.
3. 판 단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취지
(1) 법 제30조에 의하면 의료업을 행할수 있는 의료기관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또는 조산사, 의료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 민법 또는 특별법에 의하여 설립된 비영리법인(이하 이들을 "일반의료인"이라 한다)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나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에 의한 정부투자기관 지방공기업법에 의한 지방공사 또는 한국보훈복지공단법에 의한 한국보훈복지공단(이하 이들을 "국가 또는 공공단체"라 한다) 이 개설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2) 한편 의료법은 의료의 적정을 기하여 국민의 건강을 보호증진함을 목적으로(제1조) 의료기관의 시설장비의 기준, 규격, 의료인의 정원 기타 의료기관의 운영에 과한 사항과 그 의료기관의 운영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법 제32조), 의료기관의 개설자는 의료법을 휴업하거나 폐업한 때에는 관할도지사 또는 시장, 군수, 구청장에게 신고하도록 규정하고(법 제33조) 의료기관이 환자 등으로부터 징수하는 의료보수에 관하여는 그 지역을 관할하는 도지의 인가를 받도록 규정하고(법 제37조) 보건복지부장관, 도지사 또는 시장, 군수, 구청장은 의료기관이 법을 위반한 의료기관에 시정을 명할 수 있고 의료업을 정지하거나 개설허가를 취소하거나 의료기관의 폐쇄를 명할 수도 있으며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법 제50조, 제51조, 제53조의2) 그밖에도 일반의료인이 개설하는 의료기관(이하 "일반의료기관"이라 한다)이나 국가 또는 공공단체가 개설하는 의료기관(이하 "국 공립의료기관"이라 한다)을 가리지 않고 모든 의료기관에 대하여 보건복지부장관, 도지사 또는 시장, 군수, 구청장이 감독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규정을 하면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국 공립의료기관에 대하여 법의 규정을 적용함에 있어서는 대통령령으로 특별한 규정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3)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취지는 국 공립의료기관은 국가 또는 공공단체가 직접 개설 운영한다는 점에서 일반의료인이 개설 운영하는 일반의료기관과는 국가가 감독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근본적으로 달리 하여야 할 이유와 필요가 있으므로 국 공립의료기관에 대하여는 이와 같은 특수성을 고려하여 의료기관에 대한 감독에 관한 여러 가지 규정을 적용함에 있어서 대통령령으로 특별한 규정을 할 수 있도록 위임하고 있는 것이고 그와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임에 의한 법 시행령 제16조도 국 공립의료기관에 대하여는 국가의 의료기관에 대한 감독에 관한 규정인 법 제32조, 법 제33조, 법 제37조, 법 제50조, 법 제51조 및 법 제53조의 2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 제75조에 위반되는지 여부
(1) 헌법 제75조는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위임입법의 근거를 마련하고 아울러 그 범위와 한계를 설정하고 있다. 여기서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라 함은 법률에 이미 대통령령으로 규정될 내용과 범위에 관한 기본사항이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어서 누구라도 당해 법률로부터 대통령령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하고, 그 예측가능성의 유무는 당해 특정조항만 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관련 법률조항 전체를 유기적 체계적으로 종합 판단하여야 하며 각 대상법률의 성질에 따라 구체적 개별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헌재 1997. 10. 30. 95헌바7, 판례집 9-2, 437, 449 ; 1995. 7. 21. 94헌마125, 판례집 7-2, 155 ; 1994. 7. 29. 93헌가12, 판례집 6-2, 53 등 참조).
(2)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입법취지와 법의 목적, 관련조항의 전체를 유기적, 체계적으로 종합판단하여 보면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국 공립의료기관에 대하여는 그 특수성을 고려하여 국가의 의료기관에 대한 감독에 관한 규정을 적용함에 있어서 대통령령으로 특별한 규정을 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한 것으로서 대통령령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 제75조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 제119조, 제10조, 제11조, 제23조에 위반되는지 여부
위에서 본바와 같이 국 공립의료기관은 국가나 공공단체가 직접 개설 운영한다는 점에서 일반의료인이 개설 운영하는 일반의료기관과는 국가가 감독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근본적으로 달리하여야 할 이유와 필요가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국 공립의료기관에 대하여는 그 특수성을 고려하여 국가의 의료기관에 대한 감독에 관한 규정을 적용함에 있어서 대통령령으로 특별한 규정을 할 수 있도록 위임한 것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국 공립의료기관에 대하여는 의료기관에 대한 감독에 관한 법의 규정을 적용함에 있어서 대통령령으로 특별한 규정을 할 수 있도록 위임한 것일 뿐 이 사건 법률조항이 국 공립의료기관에게 의료보수를 높게 책정할 수 있도록 다른 의료기관에 비하여 월등한 특혜를 부여하고 다른 의료기관의 의료활동을 억제하고 있다고 할 수 없고,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국 공립의료기관의 의료보수가 반드시 높게 책정된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경제질서에 관한 헌법 제119조나 행복추구권, 평등권, 재산권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 제10조, 제11조, 제23조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4. 결 론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재판관 조승형의 주문표시에 관한 별개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5. 재판관 조승형의 주문표시에 관한 별개의견
나는 주문표시 중 "의료법 제38조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심판청구를 기각한다"로 함이 상당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우리재판소가 1995. 10. 26. 선고한 92헌바45 군형법 제75조 제1항 제1호 위헌소원, 93헌바62 구주택건설촉진법 제52조 제1항 제3호 등 위헌소원, 94헌바7·8(병합) 구 조세감면규제법 제62조 제3항 위헌소원, 95헌바22 징발재산정리에관한특별조치법 제20조 제1항 위헌소원, 94헌바28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 위헌소원의 각 사건 결정시에 주문표시에 관한 별개의견에서 상세하게 설명한 바와 같이,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7항, 제47조 소정의 기속력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합헌결정을 굳이 할 필요가 없으며, 이 사건의 경우는 국민이 위헌이라고 주장하여 심판을 청구하는 것이므로 그 뜻을 받아 들일 수 없는 결론 즉 합헌이라면 굳이 아무런 실효도 없이 국민이 청구한 바도 없는 "합헌"임을 주문에 표시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재판관 김용준(재판장) 김문희 이재화 조승형 정경식 고중석(주심) 신창언 이영모 한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