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결정
사건96헌마89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15조 위헌확인
청구인이 ○ 주 외 14인
대리인 변호사 ○○○
이 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청구인들은 1996. 2.경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같은 해 3. 경 대학에 입학하였는데 같은 해 4. 11. 실시 예정인 국회의원 선거에서 선거권을 행사하려 하였다. 그런데 1994. 3. 16. 법률 제4739호로 제정 공포된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이하, '공선법'이라 한다) 제15조는 20세이상의 국민만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당시 20세미만인 청구인들(생년월일 1976. 5. 22.부터 1977. 5. 24.까지)은 선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에 청구인들은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연령을 20세이상으로 제한한 위 규정은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권과 제24조의 선거권을 침해한 위헌조항이라고 주장하면서 1996. 3. 12. 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였다.
나. 심판 대상은, 공선법 제15조(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위헌여부로서,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15조(선거권) ① 20세이상의 국민은 대통령 및 국회의원의 선거권이 있다.
② 20세이상의 국민으로서 제37조(명부작성) 제1항의 선거일명부작성기준일 현재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관할구역안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자는 그 구역에서 선거하는 지방의회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선거권이 있다.
2. 당사자의 주장
가. 청구인들은 선거권을 18∼19세의 국민들에게까지 확대하여야 하는 이유로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1) 이 사건 법률조항은 민법상의 성인연령인 20세로 선거권연령을 규정하였으나, 18∼19세 국민을 성인과 같이 보고 있는 법률로서
① 근로기준법 제51조에 여자와 18세 미만자는 위험한 사업에 사용하지 못한다는 규정, ② 병역법 제8조 제1항은 남자는 18세부터 제1국민역에 편입된다는 규정, ③ 민법 제801조(제807조)는 남자 만18세, 여자 만16세에 달한 자는 동의를 얻어 약혼(혼인)할 수 있다는 규정, ④ 고용직공무원규정 제3조 제2항은 고용직 공무원은 14세이상, 공무원임용및시험시행규칙 제3조는 18세이상은 8급 및 9급 공무원이나 기능직 7등급이상 8등급이하 공무원이 되는 규정, ⑤ 도로교통법 제70조 제1항 제1호는 운전면허의 결격자를 18세미만으로 제한하는 규정 등이 있고 이 규정들과 선거권연령은 서로 맞지 않는다.
(2) 더욱이 중등교육수준의 향상, 교과과정의 저학년화의 급속한 진행은 전통적인 성인연령기준이 유명무실화 되었고 현재 18세 이상의 정치에 대한 지식과 의식수준은 과거 20세 수준과 같기 때문에 선거권을 행사 하는데 지장이 없다.
(3) 1970년대를 전후하여 대부분의 국가들이 선거권연령을 18세로 하향조정한 외국의 입법사례를 감안하여 180만명의 18∼19세 국민들에게 선거권을 부여 할 수 없는 합리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는 한 선거권연령은 입법자의 재량사항이 아니므로 평등권과 선거권등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 된다.
나. 법무부장관을 비롯한 이해관계가 있는 국가기관(국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내무부장관)은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3. 판 단
가. 재판관 김용준, 재판관 정경식, 재판관 고중석, 재판관 신창언, 재판관 이영모의 의견
(1) 헌법소원은 심판청구 당시에 기본권의 침해가 있었다 할지라도 결정당시 이미 그 침해 상태가 종료 되었다면 심판청구는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음이 원칙이다. 청구인들은 1996. 4. 11. 실시 예정인 국회의원선거에 선거권을 행사할 목적으로 1996. 3. 12. 평등권과 선거권의 기본권 침해를 이유로 이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하였으나 국회의원선거는 이미 끝났고 이 심판 계속중 청구인들은 모두 20세가 됨으로써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주관적인 기본권의 침해상태는 종료되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선거권연령을 20세 이상의 국민으로 정한 것이 18∼19세의 국민들에 대한 평등권과 선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가리는 헌법적으로 해명할 필요가 있는 중요한 사안으로 우리 재판소로서는 국회의원선거일 이전에 결론을 내리기가 어려운 문제였고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성질이 있는 것이므로 헌법판단의 적격을 갖춘 것으로 인정하여 본안판단을 하기로 한다(헌법재판소 1992. 1. 28. 선고, 91헌마111결정;판례집 4권 51, 56면).
(2) (가) 우리 헌법은 제24조에서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제41조 제1항(제67조 제1항)은 '보통 평등 직접 비밀선거'를 선거의 기본원칙으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보통선거라함은 개인의 납세액이나 소유하는 재산을 선거권의 요건으로 하는 제한선거에 대응하는 것으로 이러한 요건 뿐만아니라 그밖에 사회적신분 인종 성별 종교 교육등을 요건으로 하지 않고 일정한 연령에 달한 모든 국민에게 선거권을 인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보통선거제도를 채용하고 있는 모든 국가들은 연령에 의한 선거권의 제한을 인정하고 있다. 이와같이 연령에 의하여 선거권을 제한할 수밖에 없는 것은 국정 참여수단으로서의 선거권행사는 일정한 수준의 정치적인 판단능력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 이 사건의 쟁점은 선거권연령을 20세 이상으로 정한 이 사건 법률조항이 18∼19세 국민들의 평등권과 선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우리 헌법이 선거의 기본원칙 중 하나로 채택하고 있는 보통선거제도는 일정한 연령에 이르지 못한 국민에 대하여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삼고 있다. 그런데 헌법은 제24조에서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고만 규정함으로써 선거권연령의 구분을 입법자에게 위임하고 있다. 이와 같이 선거권연령의 구분이 입법자의 몫이라 하여도, 선거권연령에 이르지 못한 국민들의 선거권이 제한되고 그들과 선거권연령 이상의 국민들 사이에 차별취급이 발생하므로, 이에 관한 입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여야 한다는 헌법의 기본이념과 연령에 의한 선거권제한을 인정하는 보통선거제도의 취지에 따라 합리적인 이유와 근거에 터잡아 합목적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그렇지 아니한 자의적 입법은 헌법상 허용될 수 없는 것이다.
선거권연령은 선거권행사에 요구되는 정치적 판단능력의 수준을 설정하고 일정 연령집단의 정치적 판단능력의 보편적 수준을 파악하는 일이 기본적으로 요구된다. 그런데 대의민주제에서 선거권행사에 요구되는 최소한의 정치적 판단능력의 수준과, 또 일정 연령집단의 정치적 판단능력의 보편적 수준을 계측할 객관적 기준과 방법이 없다. 그리고 이러한 사항의 판단에 관하여 우리 재판소가 입법자보다 고도의 전문적 식견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3) (가) 각국 의회의원선거 발전연대기(중앙선거관리위원회 1995)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자료에 의한 각국의 국회의원 선거연령에 관한 외국의 입법례를 보면, 15세이상 1개국, 16세이상 3개국, 17세이상 2개국, 18세이상 77개국, 19세이상 1개국, 20세이상 6개국, 21세이상은 13개국으로 되어 있다.
보통선거에서 선거권연령을 몇세로 정할 것인가의 문제는 입법자가 그 나라의 역사, 전통과 문화, 국민의 의식수준, 교육적요소, 미성년자의 신체적·정신적 자율성, 정치적 사회적 영향 등 여러 가지 사항을 종합하여 결정하는 것이므로 입법례 또한 15세에서 21세까지 다양하게 나뉘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나) 우리나라의 선거권연령의 연혁을 보면 제헌헌법부터 제2차 개헌시까지는 대통령부통령선거법과 국회의원선거법에 21세 이상으로 규정하였으나, 제3차 개헌(1960. 6. 15. 개정) 당시부터 제4공화국 헌법(유신헌법)과 제5공화국 헌법까지는 헌법에 20세의 규정을 두었다. 제6공화국 헌법(1987. 10. 29. 개정)인 현행헌법은 법률에 위임하였고, 공선법이 제정되기 전까지는 개별 선거법에서 20세이상으로 제한하였다. 현행헌법은 개정당시 선거권연령을 헌법에 규정할 것인지의 여부에 의견일치를 보지 못하여 법률에 위임하게 된 것이다.
공선법 제정당시 선거권 연령에 관하여 여당인 민주자유당은 20세이상, 야당인 민주당은 18세이상으로 주장하여 논의 하다가 1994. 2. 경 민법상의 성년연령인 20세로 합의하였다.
1997. 5.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보낸 자료에 의하여 37개국 헌법의 선거권연령 규정형식을 보면, 23개국은 헌법에 규정하고 10개국은 법률에 위임하였으며 4개국은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다) 민법은 행위의 결과를 인식함에 충분한 정신능력을 갖춘시기를 만20세로 보고 있다(제4조). 20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미성숙성 즉 정신적·신체적 자율성이 충분하지 못하므로 성년자와 달리 취급한 것이다. 미성년자는 법률에서 흡연과 음주를 하는 행위, 흥행장·유흥업소·사행행위장·유기장 등에 출입하는 행위를 금지하여 보호하고 있는 것도 미성숙을 전제로 한 것이다(미성년자보호법 제2조 제1항). 인간의 능력은 점진적으로 발달하고 개인차이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입법자가 위의 법률규정과 공선법에서 20세를 기준으로 획일적인 구분을 한 것은 실질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가 있겠지만, 법률관계의 안정과 객관성을 위한 부득이한 조치이므로 헌법상 수긍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1996년말 현재 18세 727,818명, 19세 786,418명 도합 1,514,236명중 고등학교 재학생은 187,364명 대학재학생은 644,659명 도합 832,023명이고, 고등학교는 모두 3년생이므로 대학진학과 취업을 앞둔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학생 일부를 정치에 참여케 하는 선거권 부여는 교육상 바람직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교육법 제96조 제102조의2 제107조). 또한 18∼19세의 미성년자들은 부모나 보호자에게 의존하므로 이러한 미성년자의 정치적 의사표현은 독자적인 판단에 의한 바람직한 결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입법자가 공선법에서 민법상의 성년인 20세 이상으로 선거권연령을 합의한 것은 위에서 본 미성년자의 정신적 신체적 자율성의 불충분 외에도 교육적인 측면에서 예견되는 부작용과 일상생활 여건상 독자적으로 정치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의문등을 고려한 것이다.
(라)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뒤에 세계경제의 급속한 발전으로 지역과 지역, 국가와 국가간의 경제적 정치적인 간격이 좁아지고 인쇄와 방송매체들로 인한 전반적인 문화수준의 향상과 상대적으로 국민들의 교육열이 높아져서 1970년대 전후에 각국의 선거권연령이 하향조정 되었다는 청구인들의 주장은 부정하지 아니한다. 그리고 선거권 연령을 18∼19세의 국민들에게까지 확대하여야 하는 이유로서 들고 있는 근로기준법, 병역법, 민법상의 약혼(혼인)연령, 공무원임용및시험시행규칙, 도로교통법 등의 규정은 개개 법률의 입법목적에 따른 것이고, 특히 공무원임용및시험시행규칙 소정의 공무담임권의 연령 18세는 고등학교 졸업연령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선거권과 공무담임권의 연령을 어떻게 규정 할 것인가는 입법자가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선택의 문제이고 입법자가 선택한 수단이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것이 아닌 한 재량에 속하는 것이다. 위에서 설시한 이유를 되돌아보고 다시 생각건대, 선거권 연령을 공무담임권의 연령인 18세와 달리 20세로 규정한 것은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입법부에 주어진 합리적인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없다.
(4) 이 사건 법률조항이 18∼19세 미성년자들에게 보장된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권과 제24조의 선거권을 침해한 위헌조항이라는 청구인들의 이 심판청구는 이유가 없는 것이다.
나. 재판관 이영모의 보충의견
공선법이 선거권연령을 20세미만인 18∼19세로 정하지 않고 20세이상으로 규정한 것은 입법목적과 수단과의 합리적 관련성이 있으므로 입법자의 재량범위에 속하는 것이라는 5인 재판관의 의견 설시에 이론은 없다. 그러나 선거권연령 구분은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지식과 의식수준만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입법재량의 여지가 없다는 청구인들의 주장에 대한 설시로는 미흡하므로 이 점을 보충하고자 한다.
헌법 제11조 제1항이 보장하는 법앞에 평등은 가장 중요한 기본적인권으로서 절대적·기계적 평등이 아닌 상대적·합리적 차별취급을 수긍하는 개념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평등권이 재판에서 문제가 되는 경우에 헌법 제11조 제1항 후단이 일정사유로 예시하고 있는 '성별·종교·또는 사회적신분'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왜냐하면 여기에 열거된 사유는 민주제의 기본요소에 해당되고 동 사유에 의한 차별취급은 통상 허용할 수 없는 것으로 인정되어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차별로 추정되기 때문에 합헌이라고 주장하는 측이 합리적 차별 취급이라는 점을 입증 하여야 한다. 그러나 일정사유로 예시되지 아니한 그밖의 사유에 의한 차별취급에 관하여는 대의민주기관의 입법행위는 합헌으로 추정되고, 차별취급 또한 합리성의 추정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의 쟁점인 선거권 '연령'은 예시사유 중 '사회적신분'으로 볼 수도 없으므로 18∼19세 국민들에 대한 선거권연령 제한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청구인들이 합리성이 결여된 차별취급이라는 점을 논증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이와같이 논증책임을 부담하고 있는 청구인들이 현재 18∼19세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의식수준은 과거(1960년대에서 1980년대) 20세 국민들의 수준과 같다고 주장만 하고 아무런 입증을 하지 않고 있는 이 사건에서는, 우리 재판소로서는 이 점을 판단할 수 있는 전문지식이 없을 뿐더러 원용 할 수 있는 사회과학적인 자료도 갖고 있지 않다. 청구인들은 뚜렷한 근거도 없이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의 시대상황과 제반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수평적으로 비교 주장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이유가 없는 것이다.
다. 재판관 김문희, 재판관 황도연, 재판관 이재화, 재판관 조승형의 의견
(1) 선거는 오늘날의 대의민주주의에서 국민이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고, 이로써 선출된 국가기관과 그의 결정에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한다. 민주주의는 참정권의 주체와 국가권력의 지배를 받는 국민이 되도록 일치할 것을 요구하고, 국민의 참정권에 대한 이러한 민주주의적 요청의 결과가 바로 보통선거의 원칙이다. 따라서 보통선거원칙은 원칙적으로 모든 국민에게 선거권을 인정하며, 특정한 국민을 정치적·경제적 또는 사회적인 이유로 선거권의 행사로부터 배제하는 것을 금지한다. 보통선거원칙은 평등선거원칙과 함께 선거에 있어서의 평등원칙이 구체화된 표현이나, 우리 헌법 제11조의 일반적인 평등원칙이 단지 자의적인 차별을 금지하는 상대적인 평등이라면, 보통선거 및 평등선거의 원칙은 모든 국민에게 가능한한 형식적으로 동등하게 선거권을 부여하기를 요구하므로, 형식적이고 엄격한 평등이라는 뜻에서 헌법 제11조의 평등원칙과 차이가 있다.
물론 선거참여에 있어서의 평등은 선거권에 대한 모든 제한을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보통선거원칙에 대한 예외는 원칙적으로 부득이한 경우에 한하여 제한적으로 허용되어야 하며, 제한한다 하더라도 불가피한 최소한의 정도이어야 한다. 즉 보통선거원칙의 예외는 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 이유가 있는 경우에만 헌법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
(2) 선거권의 제한을 정당화하는 부득이한 이유로는 무엇보다도, 일정 연령에 도달해야만 선거를 할 수 있다는 선거연령의 제한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선거연령이 자의적으로 또는 임의로 확정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이 독자적으로 선거권을 행사할 만한 정신적 수준에 도달했다면 입법자는 선거권을 부여해야 한다.
선거연령의 확정에 있어서 결정적인 기준은 독자적으로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정치적 판단능력이다. 일반적인 정치적 판단능력을 몇 세부터 인정할 수 있겠는가의 문제는 입법자가 국민의 정치적 의식수준 및 전반적인 교육수준, 국가와 사회의 민주화의 정도, 언론의 자유의 보장 정도, 비교법적인 관점에서 세계 각국의 추세 등을 고려하여 결정해야 할 사항이다. 이 과정에서 입법자는, 되도록 전체 국민의 정치적 참여를 요청하는 민주주의원칙과 선거의 본질과 기능에 내재하는, 유권자의 최소한의 정치적 판단능력에 대한 요구를 서로 비교형량하여 합리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3) 1960. 6. 15. 제3차 헌법개정에 의하여 선거연령이 20세로 규정된 이래 지금까지 선거연령을 그대로 두고 있는데, 우리는 그 사이 정치·사회·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발생한 엄청난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오늘날 의무교육의 실시 및 확대, 중등교육의 보편화, 높은 교육열 등으로 말미암아 국민의 전체적인 교육수준이 대폭 향상되었다. 이러한 교육의 확대와 교육수준의 향상은 정치적으로 독자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국민계층을 확대하고, 최소한의 정치적 판단능력을 갖추는 연령을 인하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뿐만 아니라 국가경제가 성장하고 국민소득이 높아짐에 따라 국민의 전반적인 의식수준이 향상되고, 언론매체의 발달과 언론의 자유가 보장됨에 따라 국민의 정치적 의식수준이 크게 고양되었다. 언론의 자유는 국민이 정치적 의사를 형성하고 참정권을 올바르게 행사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서 여론형성의 기반과 선거권행사의 실질적 판단근거를 제공하므로, 민주화로 인한 표현 및 언론의 자유의 보장은 정치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유권자의 정치적 판단을 용이하게 하는데 큰 기여를 한다. 이러한 정치환경의 변화는 적어도 중등교육을 받은 국민이라면 누구나 정치적 문제에 있어서 스스로 자신의 견해를 가질 수 있게 되고, 독자적인 판단능력을 가질 수 있게 한다.
대한민국 수립이래 지속적으로 향상해 온 국민의 교육수준, 국가와 사회의 민주화, 그 사이의 엄청난 국가경제의 발전 및 국민의 경제·문화수준의 향상, 현실적으로 보장되는 언론의 자유와 언론매체의 발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 이미 18∼19세 연령층의 국민은 스스로 정치적 판단을 할 최소한의 능력이 있다고 보여진다.
(4) 물론 입법목적이나 보호법익은 다르다 하더라도 연령기준을 정하는 다른 법률을 보더라도, 병역법 제8조 제1항은 18세부터 병역의무를 부과하고, 국가공무원법 제36조는 8급 및 9급 공무원의 채용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연령을 18세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근로기준법 제51조는 18세 이상의 자를 도덕상 또는 보건상 유해, 위험한 사업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18세 이상의 국민을 국가와 사회의 형성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고 있다. 한편 민법 제4조는 만 20세로 성년이 된다고 규정하여 원칙적으로 20세 이상의 사람에게 민법상의 행위능력을 부여하고 있다. 민법상의 행위능력이 자신의 책임있는 행위로 법적 효과를 발생케 하는 능력인데 비하여, 국민은 선거를 통하여 공적인 의사표시를 하고 선거결과는 다수에 의하여 압도당한 소수를 포함한 전 국민과 국가에 대하여 법적인 구속력을 가지므로 어떠한 의미에서는 국가의 장래에 관한 법적효과를 발생케 하는 정치적인 행위능력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민법상의 행위능력은 행위능력이 없는 자의 보호, 거래의 안전, 계약의 안정성 등을 그 주된 목적으로 하는 반면, ##08거연령은 민주주의의 원리를 실현함에 있어서 국민참여의 한계를 의미하므로 선거연령과 민법상의 행위능력자가 일치할 필요는 없다.
(5) 오늘날 세계 각국이 규정하는 선거연령을 살펴보아도 70개국 이상이 18세를 기준으로 하여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으며, 더욱이 이 들 70여개국 중에는 선진법치국가뿐이 아니라 국민의 교육·경제·문화수준에 있어서 우리보다 못한 많은 국가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우리의 입법자가 과연 국민이라면 원칙적으로 모두 선거권을 갖는다는 민주주의의 원리에 가장 부합하는 형태로 선거연령을 확정하였는가하는 문제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를 제공한다. 따라서 오늘날의 변화한 현실과 세계 각국의 추세에 비추어 우리도 선거연령을 현재의 20세에서 보다 하향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가 생각된다.
(6) 다만, 우리는 입법자가 정치의 민주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90년대에 들어와서야 비로소 선거연령에 관한 문제를 인식할 수 있었고, 따라서 아직 이에 관하여 충분한 경험과 인식을 축적하지 못한 처지에 변화한 현실에 적응할 충분한 시간적인 여유도 갖지 못하였으므로 선거연령을 20세로 규정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을 아직은 헌법에 위반되는 것으로는 판단되지 아니한다. 그러나 입법자는 1960. 6. 15. 제3차 헌법개정 이래 우리 사회가 겪은 전반적인 변화를 고려하여 민주주의원리와 보통선거원칙에 보다 부합되고 또한 장래에 있어서 그에 대한 위반을 배제할 수 있는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의견이다.
4. 결 론
이에 관여한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재판관 김용준(재판장) 김문희 황도연 이재화 조승형 정경식 고중석 신창언 이영모(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