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인에 대한 사기,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등 피의사건에 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이 평등권을 침해한 것으로 인정되어 취소한 사례
재판요지
사기죄에 있어서 기망행위의 존부, 고의의 존부 및 사문서위조, 동행사죄에 있어서의 고의의 존재여부에 관하여 보다 면밀한 조사와 검토를 하여 청구인에 대한 사기,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죄의 성립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을리한채 만연히 청구인에 대하여 범죄의 성립을 인정한 후 행한 기소유예처분은 자의적이고 타협적인 검찰권의 행사로서, 그로 말미암아 헌법상 보장된 청구인의 평등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위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함이 타당하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결정
사건
96헌마375 기소유예처분취소
청구인
조○자 대리인 법무법인 ○ 현 담당변호사 ○○○ ○ ○○
피청구인
서울지방검찰청 서부지청 검사
판결선고
1998. 08. 27.
주 문
서울지방검찰청 서부지청 1996년 형제3541호 청구인에 대한 사기,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등 피의사건에 관하여 피청구인이 1996. 6. 29.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의 불기소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사건의 개요
이 사건 기록과 증거자료(서울지방검찰청 서부지청 1996년 형제3541호 불기소사건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 청구외 강○호는 1995. 11. 22. 마포경찰서에 청구외 강○례, 같은 조○순 및 청구인을 특수절도죄 등으로 고소하였는바, 위 고소사건을 수사한 피청구인은 1996. 6. 29. 위 강○례와 조○순을 사기,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죄로 공소제기하고, 청구인에 대하여는 같은 피의사건에 관하여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다 하여 "기소유예"의 불기소처분을 하였다.
나. 청구인은 이에 불복하여 소정기간 내에 적법하게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였다.
2. 피의사실의 요지
청구인은 청구외 강○희, 강○지, 강○승(모두 미성년자임)의 이모로서 어머니인 강○례, 동생인 조○순과 공모하여, 1994. 12. 20.경 위 강○희 등의 집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로 위 강○희 등의 어머니이자 위 강○례의 셋째 딸인 조○숙이 같은 날 사망하고, 사위인 강○표도 같은 달 21. 사망하자 평소 보관하여 오던 위 망 조○숙 명의의 예금통장과 같은 달 28. 위 화재 사고 현장에서 수거하여 온 예금통장에서 그 예탁금 등을 인출하여 이를 위 강○희 등 명의의 은행 예금계좌에 분산·입금시키기로 마음먹고,
가. (1) 1994. 12. 30. 시간불상경 서울 서초구 반포본동 1141 소재 하나은행 반포지점에서, 청구인은 위 강○례, 조○순과 동행하여 행사할 목적으로 사실은 위 강○희 등 명의로 예금계좌를 개설할 권한이 없음에도 그러한 권한이 있는 양 행세하면서 위 은행직원 정○주로 하여금 같은 곳에 비치된 가계금전신탁통장개설용 거래신청서용지에 위 강○희, 강○지, 강○승의 인적사항과 주소 등을 각 기입하도록 한 다음 위 거래신청서의 인감란에 청구인이 미리 새겨온 위 강○희, 강○지, 강○승의 인장을 임의로 각 날인하는 방법으로 권리의무에 관한 사문서인 위 강○희, 강○지(계좌번호:118-095780-00150), 강○승 명의의 가계금전신탁통장개설용 거래신청서 3매를 각 위조하고,
(2) 같은 일시, 장소에서 위와 같이 위조한 거래신청서 3매가 마치 진정한 것인 양 위 은행직원 전경예에게 제출하여 이를 각 행사하고,
나. (1) 1995. 1. 11. 시불상경 서울 서초구 서초동 소재 국민은행 서초동 지점에서 청구인이 위 조○순과 동행하여 행사할 목적으로 위와 같은 방법으로 위 강○지 명의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문서인 가계금전신탁통장개설용거래신청서 1매를 위조하고,
(2) 같은 일시, 장소에서 위와 같이 위조한 거래신청서 1매가 마치 진정한 것인 양 위 은행직원 안은순에게 제출하여 이를 행사하고,
다. (1) 전항과 같은 달 12. 위 국민은행 서초동 지점에서, 청구인이 위 조○순과 동행하여 행사할 목적으로 마치 자신들이 위 강○지를 대리할 권한이 있는 양 행세하면서 위 강○지 명의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문서인 국민은행 예금계좌 해지신청서 1매를 위조하고,
(2) 같은 일시, 장소에서 위와 같이 위조한 강○지 명의의 해지신청서가 마치 진정한 것인 양 위 은행 성명불상의 직원에게 제출하여 이를 행사하고,
라. (1) 전항과 같은 날 시불상경 위 하나은행 반포지점에서, 청구인이 위 조○순을 동행하여 행사할 목적으로 위와 같은 방법으로 위 강○지 명의의 가계금전신탁통장개설용 거래신청서 1매(계좌번호:118-095780- 00250)를 위조하고,
(2) 같은 일시, 장소에서 위와 같이 위조한 거래신청서가 마치 진정한 것인 양 위 은행직원 정○주에게 제출하여 이를 행사하고,
마. 청구인은 강○례, 조○순과 공모하여 1994. 12. 30. 10:50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소재 한국투자신탁 본점 영업부에 청구인이 위 조○순과 동행하여 그 곳에 비치된 저축금출금표 용지에 "계좌번호:150- 10876-442- 13, 예금주:조○숙, 금액:전액인출, 비밀번호:1421"라고 기입하고 위 조○숙 이름 옆에 동인 명의의 도장을 날인하여 위 조○숙 명의의 저축금출금표 1매를 작성한 다음 마치 위 예금을 인출할 정당한 권한이 있는 양 행세하면서 위 조○숙 명의의 예금통장과 함께 불상의 담당직원에게 제출하여 이에 속은 동 직원으로부터 즉석에서 금 3,650,874원을 교부받아 이를 편취한 것을 비롯하여 그 시경부터 1995. 1. 11.경까지 사이에 9회에 걸쳐 위 조○숙의 예금계좌에서 합계 금 130,225,311원을 인출하여 이를 편취하고,
바. 1995. 1. 12. 시불상경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국민은행 서초동 지점에서 청구인이 미리 위조하여 가지고 있던 강○지 명의의 해지신청서가 마치 진정하게 작성된 것처럼 위 은행 담당 직원에게 제출하여 이에 속은 위 직원으로부터 위 강○지의 예금계좌에서 금 31,013,070원을 교부받아 이를 편취한 것이다.
3. 당사자의 주장요지
가. 청구인의 주장
(1) 사기의 점에 관하여 청구인은 위 강○희 등의 이모이므로 이는 고소가 있어야 논할 수 있는 반의사불벌죄인데, 이 사건 고소는 위 강○희 등의 법정대리인이 아닌 청구외 강창호가 제기하였으므로 고소의 제기가 부적법하여 공소기각의 결정을 하였어야 할 것이다.
(2) 피청구인은 청구인에 대한 사문서위조죄, 위조사문서행사죄의 성립을 인정하였으나, 위 강○희 등의 법정대리인 후견인은 그들의 외조모인 청구외 강○례이고 청구인은 위 강○례의 지시를 받아 기계적인 심부름만 하였을 뿐이므로 결국 청구인의 행위는 후견인의 권한에 의하는 것으로서 정당한 재산관리법률행위의 대리권에 기한 것이므로 범죄혐의 없음의 결정을 하였어야 한다.
나. 피청구인의 답변
(1) 검사의 기소유예 처분의 정당성 여부는 청구인 내지는 위 강○례 등이 망 조○숙 명의의 예금을 인출하거나 위 강○희 등을 대리하여 동인들 명의로 예금계좌를 개설할 권한이 있었는지 여부에 달려 있으므로 먼저 이에 대하여 보면, 미성년자인 위 강○희 등의 부모가 사망함으로써 위 강○희 등의 최근친연장자인 강○례가 위 강○희 등의 후견인 자격을 취득하게 되었다는 점에 대하여는 현행 법률상으로는 아무런 이론이 없으나, 민법은 후견인은 취임후 친족회가 지정한 회원의 참여하에 피후견인의 재산에 대한 조사와 목록작성을 완료하기까지는 긴급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그 재산에 관한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므로(민법 제943조), 청구인 등의 행위가 위 민법 제943조 소정의 '긴급필요한 경우'에 해당하느냐가 문제인데 위 조항의 규정취지와 '보존행위'와는 달리 '긴급필요한 경우'라고 규정한 문언에 비추어보면 이에 해당되지 않음이 명백하다.
(2) 재산목록 완성전의 후견인의 피후견인의 재산에 대한 권한행사가 민법 제943조 소정의 예외적 행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추후에 그 요건이 구비되면 민법적으로는 추인 내지는 무효행위의 전환이 문제될 수 있을 것이나, 형사판단은 행위 당시의 당해 행위의 불법성 여부에 대한 판단이므로 가사 청구인 등의 행위가 민사상 유효한 행위로 전환되었다고 하더라도 범죄의 성립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므로, 청구인 등이 권한이 없이 은행직원을 기망하여 위 강○희 등의 소유인 예금을 인출하고 위 강○희등 명의의 예금계좌개설에 필요한 서류를 작성한 행위는 형법상 사기죄와 사문서위조죄 등을 넉넉히 구성한다 할 것이므로 청구인에 대한 범죄혐의를 인정하고 "기소유예"의 불기소처분을 한 피청구인의 조치는 정당하다.
4. 판 단
가. 이 사건 수사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들이 인정된다.
(1) 청구인은 위 강○례의 큰 딸이고, 조○순은 둘째 딸, 조○숙은 셋째딸이며, 셋째 딸인 조○숙은 강○표와 혼인하여 슬하에 강○희(1979. 5. 18.생.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할 당시 15세), 강○지(1984. 8. 14.생. 당시 10세), 강○승(1986. 1. 10.생 당시 8세) 등 3녀를 두고 있었다.
(2) 그런데, 1994. 12. 20. 위 강○표, 조○숙의 주거지에 화재가 발생하여 강○표, 조○숙은 그날, 또는 그 다음날 사망하였는데, 동인들은 유언으로 위 3명의 딸인 강○희, 강○지, 강○승에 대한 후견인을 지정하지 않았다.
(3) 당시 강○희 등 3명에 대한 직계존속으로는 강○표의 부, 즉 강○희 등의 조부인 강창호(1929. 10. 1.생)와 외조모되는 위 강○례(1914. 2. 2.생)가 있었다.
(4) 위 조○숙과 강○표가 사망한 후 위 강○례와 청구인 등은 변호사 등에게 후견인의 순위에 관하여 물어본 결과, 청구인의 조카인 강○희 등에 대한 법정후견인은 최근친 직계존속 중 연장자인 강○례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5) 화재 현장이 어느 정도 정리되자, 강○례는 1994. 12. 28.경 강○희 등의 이모되는 청구인과 위 조○순을 화재 현장으로 보내 조○숙 명의의 예금통장들을 가져오도록 한 후 청구인과 위 조○순으로 하여금 금 1억 3,000여만원 가량을 인출하게 하여 1994. 12. 30.부터 1995. 1. 12.까지의 사이에 이 사건 피의사실 기재와 같이 강○희 등 3인 명의의 거래신청서와 해지신청서를 작성하는 방법으로 하나은행 반포지점에 3인 명의의 예금통장을 만들어 위 금원을 분산 입금토록 하였다.
(6) 위 강○례의 지시를 받은 청구인은, 1994. 12. 30. 하나은행 반포지점에서 처음으로 통장을 개설하면서 담당 직원인 위 정○주에게, 강○례가 아이들의 외할머니인데 부모의 사망으로 이제는 강○례가 그 법정후견인이라고 말하면서 조○숙의 운전면허증, 강○례의 주민등록증, 강○희 등의 호적등본을 제시하였고, 또 1995. 1. 12. 위 하나은행 반포지점에서 다시 강○지 명의의 통장을 개설할 때에는 1995. 1. 12.자로 발행된 강○례의 호적등본을 추가로 제시하였다.
나. 사기의 점에 관하여
(1)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청구인은 위 조○순과 동행하여 1994. 12. 30. 10:50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소재 한국투자신탁 본점 영업부에서 그 곳에 비치된 저축금출금표 용지에 "계좌번호:150-10876-442-13, 예금주:조○숙, 금액:전액 인출, 비밀번호:1421"이라고 기입하고 위 조○숙 이름옆에 동인 명의의 도장을 날인하여 위 조○숙 명의의 저축금 출금표 1매를 작성한 다음 위 조○숙 명의의 예금통장과 함께 불상의 담당직원에게 제출하여 동 직원으로부터 즉석에서 금 3,650,874원을 교부받은 것을 비롯하여 그 시경부터 1995. 1. 11.경까지 사이에 9회에 걸쳐 위 조○숙의 예금계좌에서 합계 금 130,225,311원을 인출한 사실 및 1995. 1. 12. 시불상경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국민은행 서초동지점에서 위 강○지 명의의 해지신청서를 위 은행 담당 직원에게 제출하여 위 직원으로부터 위 강○지의 예금계좌에서 금 31,013,070원을 교부받은 사실은 인정된다.
(2) 그러나, 사기죄는 기망행위로 상대방을 착오에 빠지게 함으로써 성립한다고 할 것인데, 우선 피의사실 바.의 사기범행(1995. 1. 12.자 금 31,013,070원의 예금인출행위)에 관하여 보면 청구인은 그 사기범행의 수단으로서 강○지 명의의 해지신청서를 위조하여 제출하였다는 것이나, 청구인 등이 은행에서 인출한 금원은 바로 청구인 등이 그 전날인 같은 달 11. 강○지의 명의를 사용하여 개설한 은행구좌로부터 인출한 것이므로 그와 같은 예금구좌에서 금원을 인출하는 행위를 막바로 기망행위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할 것이고, 아래 다.의 (3)에서 보는 바와 같이 청구인 등은 위 강○례가 강○지의 명의로 은행거래를 할 권한이 있는 것으로 믿고 있었을 개연성이 상당히 높다고 할 것이어서 위 강○례를 보조하는 지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청구인에게 기망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할 것이다.
따라서 피청구인은 청구인 등의 인출행위 당시의 주관적 의도, 인출 당시 담당 은행직원이 위 강○희 등과 청구인의 관계 등을 인식하고 있었는지 여부, 그 후 인출된 금원의 처리과정 등을 종합하여 기망행위가 과연 존재하였으며, 또한 청구인에게 기망의 범의가 있었는지를 조사, 판단하였어야 했을 것이다.
(3) 한편 피의사실 마.의 사기범행에 관하여 보면 위 조○숙이 1994. 12. 20. 사망함으로 인하여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위 강○희 등이 위 조○숙의 공동상속인으로서 위 예금반환청구권을 상속하였다고 할 것인데, 아래 다.의 (3)에서 보는 바와 같이 청구인 등은 위 강○례가 강○희 등의 법정후견인의 지위에 있음을 알았다고 볼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할 것이어서, 위 강○례를 보조하는 지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청구인 등이 가사 위 조○숙의 명의를 그대로 사용하여 망인의 예금을 인출하였다고 하더라도 청구인에게 불법하게 재산상의 이득을 취득하려는 주관적 의사가 존재하였는지 여부는 의문시된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사건 기록상 청구인 등이 위 조○숙 명의의 예금을 인출함에 있어 각 해당금융기관의 직원들이 위 조○숙이 사망하였는지의 여부, 청구인과 조○숙의 관계, 위 조○숙이 사망하였다면 그 상속관계 등을 알고 있으면서 위 예금을 인출하여 주었는지를 판단할 만한 별다른 자료도 없다.
따라서 피청구인은 청구인 등의 인출행위 당시의 주관적 의도, 인출 당시 담당 은행직원이 위와 같은 사실관계 등을 인식하고 있었는지 여부, 그 후 인출된 금원의 처리과정 등을 종합하여 청구인의 기망행위가 과연 존재하였으며, 또한 청구인에게 기망의 범의가 있었는지를 조사, 판단하여 청구인에 대한 범죄의 성립을 인정하였여야 함에도 만연히 이를 인정한 잘못이 있다고 할 것이다.
다.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의 점에 관하여
(1) 미성년자에 대하여 친권을 행사하는 부모가 유언으로 후견인을 지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후견개시 사유의 발생과 동시에 민법 제932조에 의하여 미성년자의 직계혈족, 3촌 이내의 방계혈족의 순위로 후견인이 되며, 민법 제935조에 의하면 직계혈족 또는 방계혈족이 수인인 때에는 최근친을 선순위로 하고, 동순위자가 수인인 때에는 연장자를 선순위로 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이 사건의 경우, 미성년자인 위 강○희 등 3인의 부모인 위 강○표, 조○숙이 후견인을 지정한 바 없이 사망함과 동시에 강○희 등에 대한 법정후견이 개시되고, 위 규정에 의하면 강○희 등의 직계존속으로서 최근친자이며 연장자인 위 강○례가 당연히 법정후견인이 된다고 할 것이다.
(2) 다만, 민법 제943조에 의하면 후견인은 재산조사와 목록작성을 완료하기까지는 긴급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그 재산에 관한 권한을 행사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재산목록의 작성이 끝날 때까지 후견인의 권한 행사를 제한하는 규정으로서 이에 위반한 후견인의 행위는 무권대리 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위 조문에서 긴급 필요한 경우란 재산목록의 작성 전에 이를 하지 않으면 피후견인의 신상 또는 재산에 관하여 이를 회복하기 어려운 불이익을 가져오게 할 경우를 말하는 것인데, 이 사건의 경우 위 강○희, 강○지, 강○승의 외할머니로서 후견인인 강○례가 피후견인들의 재산조사 및 목록작성을 완성하지 아니한 채 위 조○숙 명의의 예금을 인출한 후 위 피후견인들 명의로 이 사건 가계금전신탁예금계좌를 개설하거나 이를 해지했어야 하는 긴급 필요한 사정은 찾아볼 수 없으므로, 강○례의 지시를 받은 청구인의 이 사건 예금관련 행위는 결과적으로 무권한자의 문서작성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3) 그러나,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여러 가지 정황에 의하면 청구인 등이 위 예금관련 행위를 할 당시 위 강○례가 강○희 등의 법정후견인의 지위에 있음을 알았다고 볼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할 것이고, 그렇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청구인 등은 위 강○례가 강○희 등의 명의로 은행거래를 할 권한이 있는 것으로 믿고 있었을 개연성이 상당히 높다고 할 것이어서, 비록 당시 위 강○례의 후견인으로서의 권한에 위 민법 제943조와 같은 제한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법률전문가도 아닌 청구인이나 강○례가 위와 같은 규정으로 인하여 법정후견인으로서의 권한이 제한된다는 사실까지 당연히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볼만한 자료는 없다.
(4) 그렇다면, 피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결정을 함에 있어 청구인이 위 각 문서를 작성ㆍ행사할 당시 위 강○례가 법정후견인으로서의 지위에 있음을 알고 있었는지, 또한 후견인의 권한을 제한한 민법 제943조의 규정의 존재를 알고 있었는지 등을 좀 더 살펴보고 따라서 청구인 등이 위 각 문서를 작성할 당시 그 문서를 작성할 권한이 있다고 알고 있었는지 여부를 가린 다음에 문서위조의 고의의 성립여부를 판단하여 청구인에 대한 범죄의 성립을 인정하였여야 함에도 만연히 이를 인정한 잘못이 있다고 할 것이다.
5. 결 론
피청구인은 사기죄에 있어서 기망행의의 존부, 고의의 존재여부 및 사문서위조, 동행사죄에 있어서의 고의의 존재여부에 관하여 보다 면밀한 조사와 검토를 하는 등으로 청구인에 대한 사기,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죄의 성립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을리 한채 만연히 청구인에 대하여 범죄의 성립을 인정한 후 행한 "기소유예"처분은 자의적이고 타협적인 검찰권의 행사로서, 그로 말미암아 헌법상 보장된 청구인의 평등권이 침해되었다 할 것이므로 위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함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있어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