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가 등록되면 비록 등록무효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심결에 의하여 그 등록이 무효로 선언되어 확정되기까지는 등록상표로서의 권리를 그대로 보유한다는 것이 대법원판례의 입장이다. 그런데 피청구인의 이 사건 불기소처분은 청구인의 등록상표에 무효사유가 있으며 그 무효사유는 동 등록상표에 대한 무효심결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심지어 무효심판이 제기되지 않았더라도 검찰이 자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피고소인의 이 사건 행위가 청구인의 상표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판단에 기인한 것이고, 이는 상표법의 법리를 오해하여 자의적인 결론에 이른 것이므로 이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기본권인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 것이다.
피청구인이 1995. 11. 22. 서울지방검찰청 남부지청 1995년 형제47778호 사건의 피의자 배○웅에 대하여 한 불기소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이 사건 기록과 서울지방검찰청 남부지청 1995년 형제47778호 불기소사건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 청구인 한신자동차용품주식회사(이하 '청구인'이라고 한다)는 청구외 배○웅(피의자겸 피고소인, 이하 '피고소인'이라 한다)을 1995. 8. 31. 상표법위반죄로 서울지방검찰청 남부지청에 고소하였는데, 고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소인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44의 2 소재 태양빌딩 608호에서 주식회사 일신유니온을 경영하는 자인 바,
1995. 3.경부터 같은 해 8.경까지 사이에 위 주식회사 일신유니온 사무실에서 청구인이 한국특허청에 상표등록한 "+= -" 및 "CTE"가 부착된 자동차음향기기인 이태리 휘암(FIAMM)사의 클락숀 2,700개 시가합계 금 16,500,000원 상당을 싱가포르의 심계명기병사인유한공사(沈啓明企竝私人有限公司)로부터 수입하고, 위 같은 기간동안 위 클락숀 1,700개를 모터스사 등 국내의 거래처에 금 13,600,000원 상당에 판매하여 청구인의 상표권을 침해하였다.
나. 피청구인은 위 고소사건에 대하여 1995. 11. 22. 고소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혐의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하였는 바 그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피고소인이 수입하여 판매한 클락숀은 이태리의 휘암(FIAMM)사에서 생산하여 전세계적으로 판매되는 제품으로서 위 클락숀 제품은 피고소인 뿐만 아니라 청구인과 청구외 (주)은성무역 등 국내의 여러 업체에서 경쟁적으로 수입하고 있으며, 위 수입업체 중 어느 업체에서도 위 휘암사로부터 수입대리점계약이나 전용사용권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없기 때문에 자유무역경쟁의 원칙상 피고소인이 이를 수입하여 판매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2) 청구인이 상표로 등록하여 상표법에 의한 보호를 받는다고 주장하는 "+= -"와 "CTE" 중 전자는 위 휘암사의 등록상표인 "FIAMM" 중의 일부를 아무런 권한없이 청구인의 상표인 양 도용한 것이고, 후자는 상표라기보다는 제품의 모델명으로서 휘암사에서도 자사제품의 선전물에 "CTE"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어, 청구인이 상표로 등록한 "+= -"와 "CTE"는 보호받아야 할 상표로서의 가치를 지니지 못한 것이다.
다. 청구인은 이에 불복하여 1995. 12. 16. 적법하게 항고를 제기하였으나 서울고등검찰청은 1996. 3. 19. 이를 기각하였고(서울고등검찰청 96불항제94호), 청구인이 이에 대하여 같은 해 4. 17. 적법하게 재항고를 제기하였으나 대검찰청은 같은 해 6. 3. 재항고를 기각하였다(대검찰청 96재항제822호).
라. 이에 청구인은 피청구인의 위 불기소처분이 청구인을 차별대우하여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자의적인 검찰권행사로서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 평등권과 형사재판절차상의 진술권을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1996. 6. 18.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판단
가.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등록상표의 효력문제이다. 즉, 이 사건 고소사실 중 피고소인이 위에서 본 바와같이 청구인이 특허청에 상표등록한 "+= -" 및 "CTE"가 부착된 자동차음향기기인 위 휘암사의 클락숀을 수입하고 이를 국내의 거래처에 판매하였다는 점에 대하여는 청구인 및 피고소인 사이에 다툼이 없고/ 다만 청구인이 상표로 등록하여 상표법에 의한 보호를 받는다고 주장하는 "+= -"와 "CTE" 중 전자는 위 휘암사의 등록상표인 "FIAMM" 중의 일부를 아무런 권한없이 청구인의 상표인 양 도용한 것이고 후자는 상표라기보다는 제품의 모델명으로서 휘암사에서도 자사제품의 선전물에 "CTE"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어, 청구인이 상표로 등록한 "+= -"와 "CTE"는 보호받아야 할 상표로서의 가치를 지니지 못한 것이어서 청구인의 상표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라는 피고소인의 주장을 피청구인이 받아들여 이 사건 불기소처분에 이른 것이다.
나. 상표법상 상표보호의 취지와 등록상표의 효력
(1) 상표법상 상표보호의 취지
상표는 특정한 영업주체의 상품을 표창하는 것으로서 그 출처의 동일성을 식별하게 함으로써 그 상품의 품위 및 성질을 보증하는 작용을 하며, 상표법은 이와 같은 상표의 출처식별 및 품질보증의 기능을 보호함으로써 당해 상표의 사용에 의하여 축조된 상표권자의 기업신뢰이익을 보호하고 유통질서를 유지하며 수요자로 하여금 상품의 출처의 동일성을 식별하게 하여 수요자가 요구하는 일정한 품질의 상품 구입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수요자의 이익을 보호하려고 하는 데 있다( 대법원 1996. 7. 30. 선고, 95후1821 판결).
(2) 등록상표의 효력
상표권자는 지정상품에 관하여 그 등록상표를 사용할 권리를 독점한다( 상표법 제50조 본문). 그리하여 상표권은 일면에 있어서 상표권자 자신이 지정상품에 대하여 등록상표를 사용할 수 있는 적극적 효력을 가짐과 동시에, 타면에 있어서는 타인이 고의로 그 지정상품에 대하여 등록상표를 사용하는 것을 배제하고 지정상품에 대하여 등록상표와 유사한 상표의 사용 또는 지정상품에 유사한 상품에 대하여 등록상표 또는 이와 유사한 상표의 사용을 금지하는 방어적 효력인 소극적 효력을 가진다.
한편, 상표가 등록되면 비록 등록무효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심결에 의하여 그 등록이 무효로 선언되어 확정되기까지는 등록상표로서의 권리를 그대로 보유한다 할 것이어서 피해자의 등록상표에 대한 등록무효심결이 확정되지 아니한 이상 동 상표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다( 대법원 1995. 7. 28. 선고, 95도702 판결; 1996. 9. 10. 선고, 96후283 판결; 1989. 3. 28. 선고, 87후139 판결).
다. 검찰이 이 사건 등록상표에 대하여 한 유·무효 여부 판단의 적부
청구인은 "+= -" 상표에 대하여는 1989. 5. 17.자로 상표등록 제170078호로, "CTE" 상표에 대하여는 1992. 9. 18.자로 상표등록 제249893호로 각 상표등록을 받았다(수사기록 5-6면). 그러므로 전자의 상표가 이미 선등록된 위 휘암사의 등록상표 "FIAMM" 중의 일부를 아무런 권한없이 청구인의 상표인 양 도용한 것이어서 무효의 사유가 있는지 여부 및 후자의 상표가 상표라기보다는 제품의 모델명으로서 휘암사에서도 자사제품의 선전물에 "CTE"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어 무효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동 등록상표들에 대한 무효심결이 확정되기까지는 유효한 등록상표로서 상표법상의 보호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기록상 피청구인의 이 사건 불기소처분시까지 동 등록상표들에 대하여 무효심판이 제기되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이 이들 등록상표가 위와 같은 사유로 무효인 것이어서 피고소인의 행위는 청구인의 상표권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은 자의적인 판단이라 아니할 수 없다.
피청구인이 1996. 9. 7.자 답변서에서 들고 있는 대법원 1996. 5. 16. 선고, 93도839 전원합의체판결에서는 피청구인이 위 답변서에서 주장하는 바 '등록무효심결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심지어 동 무효심판이 제기되기 전이라도 검찰은 상표권위반사건의 대상이 되는 등록상표의 무효성 여부를 자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시를 한 바 없다. 또한 동 사건은 공소가 제기되기 전에 이미 문제가 된 등록상표의 무효를 확인하는 심결이 확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공소를 제기한 사건이어서 이 사건에는 적용할 수 없는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는 불기소처분 당시 청구인의 위 등록상표들에 대한 등록무효심결이 확정되기는커녕 무효심판이 청구되지도 않은 상태였으므로 피청구인으로서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등록된 청구인의 이 사건 등록상표의 유효를 전제로 하여 상표권 침해여부를 판단했어야 하는 것이다.
라. 상표권 침해행위
현행법은 타인의 등록상표와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를 그 지정상품과 동일 또는 유사한 상품에 사용하는 행위는 상표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보고 있고( 상표법 제66조), 여기에서 상표의 사용이란 가. 상품 또는 상품의 포장에 상표를 표시하는 행위/ 나. 상품 또는 상품의 포장에 상표를 표시한 것을 양도 또는 인도하거나 그 목적으로 전시 수출 또는 수입하는 행위/ 다. 상품에 관한 광고 정가표 거래서류 간판 또는 표찰에 상표를 표시하고 전시 또는 반포하는 행위를 말한다( 상표법 제2조 제1항 제6호).
그러므로 피고소인의 한국내에서의 이 사건 수입 및 판매행위는 속지주의의 원칙상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청구인의 상표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3. 결론
피청구인의 이 사건 불기소처분은 청구인의 이 사건 등록상표에 무효사유가 있으며 그 무효사유는 동 등록상표에 대한 무효심결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심지어 무효심판이 제기되지 않았더라도 검찰이 자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피고소인의 이 사건 행위가 청구인의 상표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판단에 기인한 것이고, 이는 상표법의 법리를 오해하여 자의적인 결론에 이른 것이므로 이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기본권인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는 그 이유있으므로 이를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1997. 12.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