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의 인지사건에 대하여 혐의없음의 결정이 있은 후 그 사건으로 사망한 피해자의 동생인 청구인이 피의자를 처벌해 달라고 고발한 사건에서 피의사실에 부합하는 증거가 많이 있음에도 이를 모두 배척한 채 오히려 합리성이 없는 피의자의 변소를 받아들여 혐의없음의 결정을 한 종전의 불기소처분사건과 동일한 사안에 대한 고발이라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각하결정을 한 피청구인의 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인정한 사례
이 사건 심판청구 중 피청구인이 1995. 8. 30. 전주지방검찰청 정읍지청 1995년 형제714호 사건에 대하여 한 불기소처분에 관한 부분은 이를 각하하고, 1995. 12. 15. 같은 청 1995년 형제5231호 사건에 대하여 한 불기소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가. 정주경찰서는 1995. 1. 9. 청구외 오○환(형제714호사건 피의자 겸 형제5231호사건 피고발인, 이하 "피의자"라고 한다)에 대하여 "피의자는 1994. 9. 10. 23:00경 정읍시 내장동 소재 정읍주유소 앞길에서 전북 2거5121호 무쏘차를 운전하고 정읍시내 방면에서 내장사 방면으로 시속 약 60킬로미터로 가다가 전방에서 같은 방향으로 자전거를 타고가던 피해자 문종석을 우측앞범퍼부분으로 충격하여 두개골파열상 등을 입혀 현장에서 사망케 하고, 피해자구호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하였다"는 범죄혐의를 인지하여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으로 입건한후 1995. 2. 7. 전주지방검찰청 정주지청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하였고, 피청구인은 위 사건을 수사하여 8. 30. 혐의없음으로 불기소처분을 하였다(형제714호).
나. 이에 위 피해자의 동생인 청구인은 9. 28. 전주지방검찰청에 피의자를 다시 고발하였으며, 동 사건을 이송받은 피청구인은 12. 15. 동일사건에 대하여 이미 불기소처분을 하였다는 이유로 각하결정을 하였고(형제5231호), 청구인은 이에 불복하여 항고·재항고 하였으나 모두 기각되자, 1996. 5. 21.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피청구인의 불기소처분 이유 요지
피의자는 당시 도로에 넘어져 있는 피해자를 발견하고 이를 피하기 위하여 조향장치를 급히 왼쪽으로 꺾다가 중앙선을 침범하였을 뿐 피해자를 충격한 사실이 없다고 피의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유일한 목격자인 개인택시 운전사 송○섭은 피의자가 운전하던 무쏘차가 피해자를 충격하고 그 차 앞바퀴로 피해자의 머리를 역과하여 골이 터지는 소리를 들었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1차 경찰조사시에는 교통사고가 어떻게 발생하였는지 보지 못하였다고 진술하였고, 2차 경찰조사시에는 교통사고를 목격하였다고 진술하였으며, 그후 검찰조사시에는 200미터 전방에서 무쏘차가 피해자를 들이받고 그 앞바퀴로 피해자의 머리를 역과하여 머리가 터지는 소리를 들었고, 사고후 피의자의 입에서 술냄새가 많이 났으며 무쏘차 밑바닥에 골과 피가 많이 묻어 있었다고 상세히 진술하는 등 조사가 거듭될수록 일반적인 상식과 달리 기억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어 이를 선뜻 믿기 어렵다.
오히려 사고시간대인 23:00경에 실시한 현장검증결과와 무쏘차의 밑바닥을 찍은 사진, 참고인 문○식(피해자의 동생, 청구인), 김○철(견인차 운전기사), 안○식(견인차 운전기사), 조병옥(타우너차량 운전사), 이○범(사고직후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 등의 각 진술을 종합하면, 당시 사고장소 바로 앞에 있는 정읍주유소의 간판불이 꺼져있어 주변이 몹시 어두웠다는 사실, 택시를 타고 시속 약 100킬로미터로 달리면서 200미터 전방에서 진행하는 자전거 및 사고상황을 상세히 관찰하기는 어렵다는 사실, 무쏘차 앞범퍼부분에 묻어있는 피해자 자전거의 짐받이 고무줄 흔적과 자전거 짐받이의 높이가 차이가 있어 위 흔적으로는 달리던 자전거를 무쏘차량으로 충격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운 사실, 사고직후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 정광희, 이○범은 피의자의 입에서 술냄새를 맡지 못한 사실, 무쏘차의 바닥에는 약간의 골편만 묻어 있을 뿐 피나 골이 많이 묻어 있지 않은 사실 등이 인정되고, 이러한 모든 정황
을 종합하여 볼 때 피해자는 피의자가 사고현장에 이르기 직전 신원을 알 수 없는 다른 차량에 치여 도로에 넘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달리 위 추정을 뒤집을만한 자료가 없다.
3. 청구인의 주장 및 피청구인의 답변요지
가. 청구인의 주장요지
피청구인은 수사미진의 잘못을 범하였고, 피의자의 변소와 합리성이 결여된 사실에 기초하여 불기소처분을 한 것은 잘못된 결정이다.
나. 피청구인의 답변요지
이 사건 불기소처분은 정당한 절차에 따라 충분히 수집된 증거자료에 의하여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공정하게 법률을 적용하여 내려진 것이므로 적법·타당하다.
4. 판 단
가. 먼저 1995년 형제714호 사건(인지사건) 불기소처분에 대하여 살펴본다.
헌법재판소법 제69조 제1항에 의하면 헌법소원은 그 사유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그 사유가 있은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청구하도록 되어 있는바, 위 사건의 불기소처분은 1995. 8. 30.에 있었고, 청구인은 그날로부터 180일이 경과한 후인 1996. 5. 21.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그러므로 청구인의 위 심판청구는 청구기간이 도과되어 부적법하다.
나. 다음 1995년 형제5231호 사건(고발사건) 불기소처분에 대하여 살펴본다.
(1) 사고 현장상황
이 사건 사고지점은 노폭 13.8미터의 편도 2차선의 일직선 도로로서 제한속도가 시속 70킬로미터이며, 좌우가 모두 논이고 도로변에 정읍주유소가 있는 외에는 인가가 없어 인적이 드문 곳이며, 사고시간은 23:00경으로 주변이 매우 어두웠다(경찰의 교통사고보고서와 실황조사서 및 검찰실황조사서 등).
당시 피해자는 자전거를 타고 정읍시내 방면에서 내장사 방면으로 진행하고 있었고, 피의자도 전북 2거5121호 무쏘차를 운전하고 피해자 뒤에서 같은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조병옥은 전남 6너1268호 타우너차를 운전하고 그 반대방향으로 진행중이였고, 송○섭은 전북 2바7430호 개인택시를 운전하고 타우너차 뒤에서 같은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었다(경찰실황조사서 및 송○섭의 진술조서 등).
(2) 먼저 피의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를 살펴본다.
(가) 사고당시 피의자와 반대방향에서 개인택시를 운전하고 오다가 사고상황을 목격하였다는 송○섭의 진술(수사기록 3책 34-37, 105, 111-113, 127-130, 185- 194면)
위 송○섭은 사고 다음날 1회 경찰조사시에는 "사고당일 22:30경 정주시 수성동 소재 명동의류앞에서 대학생풍의 남녀승객 2명을 태우고 내장사를 향해 가다가, 맘보갈비앞 노상에 이르러 왠 남자가 런닝 바람에 자전거를 타고 노견쪽으로 가는 것을 보고 추월하여 내장사에 가서 승객을 내려 주었다. 그리고 바로 내장사 시외버스터미널앞 노상에서 30대 여자 승객 1명을 태우고 다시 정주시내쪽으로 오다가 수통목다리를 막 지나가는데, 앞쪽에서 '쾅'하는 소리가 나서 급히 가 보니 타우너차가 반대차선 1차선쪽에 정면이 우노견쪽을 향하여 정차하여 있고, 타우너차의 조수석쪽 앞뒤바퀴 사이에 피해자의 은색 자전거가 끼어 있었으며, 타우너차 옆전면 20미터 전방 좌측차선 1·2차선 중앙에 사람이 머리는 중앙선 쪽을, 발은 좌측노견을 향하고 머리가 터진 채 엎드려 있는 것을 보았는데, 맘보갈비앞 노상에서 본 피해자였다. 그래서 휴대폰으로 김정형외과에 피해자를 태우러 오라고 연락한 다음, 즉시 경찰서에 가서 신고하고 손님을 내려준 후 다시 사고현장으로 가서 타우너차에서 내려진 환자
1명을 김정형외과에 실어다 주었다. 당시 사고발생 상황을 직접 목격하지는 못하였으나, 피해자의 자전거가 타우너차에 끼어 있는 것으로 보아 무쏘차가 자전거를 먼저 들이받고 자전거를 끌고 가다가 중앙선을 넘어 타우너차를 충격한 것으로 생각한다. 한편 사고전에 반대방향으로 지나가는 다른 차량은 목격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수사기록 3책 34-35면).
그러나 1994. 12. 28. 2회 경찰조사시에는 "당시 주유소앞이라 가로등이 켜져 있었고 타우너차가 앞서 갔으므로 사고상황을 목격할 수 있었는데, 반대방향에서 오던 무쏘차가 앞서가는 자전거를 충격하자 자전거 탄 사람이 무쏘차앞으로 떨어졌고, 무쏘차가 갑자기 중앙선을 넘어 들어와 타우너차와 충격하는 것을 목격하였다. 사고현장에 가 보았더니 무쏘차 운전사에게서 술냄새가 많이 났다"고 사고당시의 상황을 보다 상세히 진술하였고(수사기록 3책 128면), 전회 조사시와 달리 진술하는 이유에 대하여는, "그 당시 다른 사람들이 주변에 많이 있었으므로 자신이 목격자 진술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고 보복이 두려워 사실대로 진술하지 않았으나, 사고 운전자가 구속되지 않는 것을 보고 시간이 갈수록 마음이 괴로워 사실대로 말하게 되었다"고 진술하고 있다(수사기록 3책 127면).
그리고 그후 1995. 5. 22. 검찰조사시에는 "당시 시속 80-90킬로미터로 가다가 사고지점 전방 약 200여미터 지점에 이르렀을 때, 무쏘차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진행해 오다가 급브레이크를 밟아 '찍'하는 소리를 듣고 보았더니, 무쏘차가 자전거를 뒤에서 '팍'하고 들이받자 사람이 튕겨나가 무쏘차 우측앞바퀴밑으로 빨려 들어가듯이 들어갔고, 머리가 깨지는 소리가 '퍽'하고 굉장히 크게 들렸다. 사고현장에서 무쏘차를 보았더니 자전거를 받은 자국이 시커멓게 있었고, 무쏘차 운전자는 술을 많이 마신 상태였고 무쏘차내에 여자 한분이 놀래서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라고 사고당시 및 직후 상황을 더욱 상세하게 진술하고 있다(수사기록 3책 186, 188, 191면).
이와같이 송○섭의 진술내용은 진술시마다 조금씩 다르고 시간이 흐를수록 기억내용이 더욱 뚜렷해지는 점에서 의문스러운 바가 없지 않으며, 특히 사고당시 주변이 매우 어두워서 같은 시간대에 송○섭이 사고장면을 목격하였다는 지점(약 200미터 거리)에서 시속 약 80킬로미터의 속도로 진행하면서 실험해 본 결과 무쏘차의 라이트 불빛으로 인하여 그 차앞의 사람이나 물체를 식별할 수 없었다는 실황조사 결과(수사기록 3책 290-292면), 사고직후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교통경찰관 이○범 경장 작성의 교통사고보고서 중 사고원인란의 운전자의 음주여부가 공란으로 남아있는 점(수사기록 3책 12면)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송○섭의 2회 경찰 진술이나 검찰 진술내용을 모두 사실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송○섭의 3회에 걸친 위 진술들을 모아보면, 피의자의 무쏘차가 피해자를 충격하는 장면을 동인이 정확하게 목격하지는 못하였다 하더라도 적어도 그 당시 무쏘차가 어떤 물체를 충격하고 중앙선을 침범하여 타우너차와 충돌하는 사고를 냈다는 사실은 인식하였다고 보이며, 특히 사고 다음날 실시된 1회 경찰조사시 진술은 기억이 가장 생생한 시점의 진술로서 그 신빙성이 매우 높다 할 것이다.
더우기 피청구인의 위 실황조사결과에 의하면, 송○섭이 자전거를 타고가는 피해자를 처음 본 장소인 내장주유소앞에서 사고장소까지의 거리는 약 2킬로미터로서 자전거로 갈 때 약 12분정도 소요되고, 정읍주유소앞에서 출발하여 사고장소를 거쳐 내장버스터미널을 돌아 사고지점까지의 소요시간을 영업용택시로 실측한 결과 역시 약 12분정도가 걸려 위 송○섭의 사고를 목격하게 된 경위와 정황에 관한 진술의 신뢰성을 강력히 뒷받침해 주고 있다(수사기록 3책 289-290면).
그리고 송○섭은 내장저수지에서 사고현장에 올 때까지 반대방향에서 오는 차를 전혀 보지 못하였다고 일관하여 진술하고 있는데(수사기록 3책 35, 129, 192면),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타우너차 운전사 조○옥 등도 모두 이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고 있어 위 송○섭의 진술에 신뢰성을 더해주고 있다.
(나) 경찰의 실황조사서 기재내용(수사기록 3책 18- 29면)
사고 다음날인 1994. 9. 11. 10:00-11:40 실시된 경찰의 실황조사결과에 의하면, 피해자가 타고가던 자전거 뒤좌측짐받이 받침대에 차량페인트가 묻어있고, 무쏘차 앞범퍼에 자전거짐받이에 감겨있던 고무줄이 부딪치면서 묻은 고무흔이 남아 있으며, 그 고무흔의 지상에서의 높이가 1미터2센티미터이고 자전거짐받이 높이가 1미터로 거의 일치되고, 무쏘차 우측앞바퀴 흙받이 및 발판보조대에 두개골편이 묻어 있으며, 본네트에는 머리카락과 혈흔이 같이 묻어있고, 우측차체에는 자전거에 도색된 은색분말이 묻어 있으며, 한편 자전거 뒷부분에 자동차 오일의 흔적이 있는점 등을 확인할 수 있으며, 이와같은 여러 가지 정황에 비추어 볼 때 피의자의 무쏘차가 피해자의 자전거를 뒤에서 충격한 사고로 판단된다.
또한 위 실황조사서에 첨부된 사고직후의 현장사진(수사기록 3책 32면)등에 의하면 좌전도된 타우너차 밑에 자전거가 깔려있었는데, 이 점도 피의자의 무쏘차가 피해자의 자전거를 먼저 충격한 후 자전거를 그대로 끌고 중앙선을 넘어가다가 타우너차와 충돌하였다는 사실을 추정케 해 주고 있다.
(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의뢰회보 기재내용 (수사기록 3책 68-69면 및 75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1994. 9. 28.자 감정의뢰회보에 의하면, 무쏘차 시다카바(엔진 밑 철판덮개)에서 채취한 은분과 피해자 자전거에서 채취한 은분이 모두 광택이 있는 은색입자가 식별되는 알루미늄 성분으로 감정되었고(수사기록 3책 68-69면), 1994. 9. 30.자 감정의뢰회보에 의하면, 무쏘차 발판보조대에서 채취한 골조직과 피해자의 골조직은 모두 B형으로 혈액형이 일치하고 무쏘차 본네트에서 채취한 이물질의 혈흔반응이 양성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어(수사기록 3책 75면) 피의사실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라) 경찰실황조사서에 첨부된 사진 2매(수사기록 3책 29면) 및 사건담당 경찰관 정광희 경장이 추가로 검찰에 제출한 사진 2매(수사기록 3책 298-299면)
위 사진들에 의하면, 무쏘차의 우측발판보조대 2개소에 피해자의 골편 상당량이 집중적으로 묻어있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고, 이는 무쏘차가 우측앞바퀴로 피해자의 머리를 역과하였음을 추정케 해 주고 있다.
(마) 기타 참고인들의 진술
당시 타우너차와 일행으로 1톤 화물트럭을 운전하고 타우너차에 앞서 사고지점을 통과하였던 김인복은 위 송○섭의 진술과 같이 내장산 저수지밑에서 사고지점에 올 때까지 교행한 차량이 없었다고 진술하고 있고(수사기록 3책 93, 182면), 타우너차 운전사 조○옥과 그 승객 박○섭 및 나○용도 같은 취지로 진술하고 있어(수사기록 3책 58, 59, 89면) 당시 피의자의 무쏘차에 앞서 같은 방향으로 사고지점을 지나간 차량은 없었고 따라서 피의자의 무쏘차가 피해자를 충격하여 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추정을 강력히 뒷받침해 주고 있다. 또한 위 박○섭 및 나○용은 당시 사고현장에서 하얀 와이샤쓰를 입은 사람 등으로부터 무쏘차가 자전거를 들이받고 중앙선을 넘어오면서 타우너차를 받았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하고 있고(수사기록 3책 58, 59면), 견인차 운전사 김○철도 사고현장에서 누구인지는 모르나 무쏘차가 자전거를 충격하고 중앙선을 넘어 타우너차를 받은 것이라고 수근대는 소리를 들었다는 진술을 하고 있어(수사기록 3책 81면) 역시 위와같은 추정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3) 다음 피의자의 변소내용과 그 신빙성 유무에 관하여 살펴본다.
피의자는 당시 정주시내에서 친구모임에 참석한 후 위 무쏘차를 시속 약 60 킬로미터로 운전하여 내장동 집으로 가던 중, 약 15미터 전방 어둠속에서 도로에 쓰러져 있는 피해자를 발견하고 이를 피하기 위하여 급히 핸들을 왼쪽으로 꺽다가 중앙선을 넘어 반대방향에서 마주 오던 위 타우너차와 충돌하게 되었을 뿐, 피해자를 충격하여 사망케한 사실은 없다고 위 범행을 부인하면서(수사기록 3책 38-40, 42-45, 137-141, 142- 145, 208-216, 246-255, 256-257면), 사고당시 약 700여미터 앞서가던 차량의 브레이크등(등)을 발견하고 진행하는데 반대방향에서 오던 차량이 약 150미터 전방에서 신호를 해주어 경찰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속도를 약 60-70 킬로미터로 줄여 진행하던 중이였다고 변소하고 있다(수사기록 3책 139, 210면).
그러나 피의자의 이러한 변소내용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이를 믿기 어렵다.
첫째,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송○섭, 조○옥, 박○섭/ 나○용 등 피의자와 반대방향에서 오던 목격자들이 모두 사고당시 피의자와 같은 방향으로 진행해 온 다른 차량은 보지 못했다고 일치된 진술을 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피의자 앞에서 다른 차가 가고 있었다는 피의자의 진술은 이를 믿을 수 없다.
둘째, 당시 타우너차와 일행으로 르망승용차를 운전하고 그 뒤를 따라가던 김○철은 무쏘차가 중앙선을 침범하여 사고를 내는 것을 목격하고 정차하여 구호조치를 하였는데 그때 주변사람들이 "어느 차가 사고를 냈느냐"는 물음에, 피의자가 "다른 차가 타우너를 들이받고 도망쳤다"고 하길래, 자기가 "무쏘차가 타우너를 받았다"고 하니까, 그때서야 피의자가 "어, 받었네"라고 시인하였다고 진술하고 있어(수사기록 3책 97-98면) 피의자의 변소내용과 상반된다.
셋째, 사고당시 도로상황을 보면 반대방향에서 위 타우너차를 비롯한 자동차들이 잇따라 오고 있었음에도, 피의자가 약 10-15미터 전방의 1차선상에 쓰러져 있는 사람을 피해 가려고 자동차가 없는 2차선쪽이 아니라, 자동차가 많이 오고 있는 중앙선쪽으로 핸들을 꺽었다는 변소는 경험칙상 납득하기 어렵다.
넷째, 피의자는 무쏘차 밑바닥에 묻어있는 피해자의 골편에 대하여, 당시 넘어져 있는 피해자를 피해 갈 때 수박을 세게 집어던진 것과 같이 주변에 널려 있던 골편이 차량바퀴가 지나가면서 묻었을 것이라고 변소하고 있다(수사기록 3책 252면). 그러나 위 경찰실황조사서에 첨부된 사진(수사기록 3책 29면) 및 위 조사경찰관 정○희가 추가로 검찰에 제출한 사진(수사기록 3책 295, 298-299면) 등을 보면, 피의자의 변소와 같이 피해자의 골편이 주변에 흩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머리위로 차량바퀴가 지나간 흔적과 함께 도로 진행방향으로 나란히 머리가 으깨어져 있고, 무쏘차에는 주변에 흩어져 있는 골편 위를 지나가다가 묻었다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골편이 우측발판보조대 2개소에 집중적으로 묻어 있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으며, 따라서 피의자의 위 변소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더우기 견인차 운전사 안○식은 당시 피해자가 넘어져 있는 앞쪽 약 1-2미터 지점에 약 2-3센티미터 크기의 살덩이 이외에 피해자의 골편은 주변에 널려있지 않았으며, 무쏘차 본네트에 피가 묻어 있었고 차량 바닥에는 골편이 하얗게 군데군데 묻어 있었다고 진술하고 있고(수사기록 3책 232면)/ 다른 견인차 운전사 김○철도 무쏘차 밑바닥 세로샤시에 골편이 하얗게 묻어있는 것을 보았는데, 차 중간 앞쪽에 골편이 가장 많이 묻어있었고 좌우측 옆에는 약간씩 묻어 있었다고 진술하고 있어(수사기록 3책 224면) 역시 피의자의 변소내용과 상치된다.
한편, 전주지방검찰청 수사과 검찰주사보 서○화 작성의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통보서(수사기록 3책 284면)에 의하면 피의자에 대한 검사결과 진실반응으로 나타났으나, 위 검사가 사고후 10개월이나 경과한 후에 실시된 점 등에 비추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할 것이다.
(4)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의사실에 부합하는 증거가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이 이러한 증거들을 모두 배척한 채 이에 반하여 합리성이 없는 피의자의 변소를 받아들여 이를 바탕으로 불기소처분을 한 것은 수사미진 내지는 증거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보여진다.
따라서 피청구인으로서는 사안의 진상을 파악함에 있어 유일한 목격자인 송○섭의 진술이 일관성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배척할 것이 아니라 그 전후 진술내용을 모두어 객관적인 상황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해석하는 한편, 사고지점 및 그 부근의 현장상황, 도로와 차량에 묻어 있는 피해자의 골편과 혈흔, 자동차의 오일과 자전거의 고무흔 등 사고흔적과 자전거와 차량의 파손상태, 참고인들의 진술 등 여러 가지 증거와 정황을 과학적으로 재검토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하여 이 사건 교통사고의 경위와 책임소재에 관하여 객관적으로 타당성 있는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불기소처분은 형평에 반하는 자의적인 수사와 증거판단을 함으로써 청구인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하였다 할 것이다.
다. 결 론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 중 피청구인이 1995. 8. 30. 전주지방검찰청 정읍지청 1995년 형제714호 사건에 대하여 한 불기소처분에 관한 부분은 이를 각하하고, 1995. 12. 15. 같은 청 1995년 형제5231호 사건에 대하여 한 불기소처분은 이를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