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1996. 11. 28. 선고 96헌마181 결정 불기소처분취소
불기소처분으로 인한 평등권 및 재판절차진술권 침해 인정 사례
결과 요약
- 검사의 불기소처분이 청구인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하였으므로 이를 취소함.
사실관계
- 청구인은 1995. 5. 18. 피의자 김○일을 무고죄로 고소함.
- 고소 내용은 피의자가 1987. 12. 22. 청구인으로부터 3년간 임차한 토지에 대해 10년 임대차계약서 등을 위조·행사하고, 이에 대응하여 청구인을 무고하였다는 것임.
- 피청구인(검사)은 1995. 8. 29. 피의자에 대해 범죄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처분함.
- 불기소처분 이유는 피의자가 고소인의 고소에 대응하여 무고한 것이며, 계약서상의 무인, 인영, 필적이 고소인의 것과 동일하다는 감정 결과가 있고, 고소인의 주장은 신빙성이 없다는 것임.
- 청구인은 위 불기소처분에 불복하여 항고 및 재항고를 제기하였으나 모두 기각되자, 1996. 5. 20.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함.
핵심 쟁점, 법리 및 법원의 판단
검사의 수사 미진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 여부
- 법리: 검사가 분쟁의 중요한 의문사항들에 대하여 본격적인 수사를 진행하지 아니한 채 피의자의 일방적 진술만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여 수사를 종결하고 불기소처분한 것은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자의적인 수사로 청구인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하는 것임.
- 판단:
- 계약서 작성 동기의 의문: 피의자 주장대로 10년 임대차계약이 진정하게 작성되었다면, 68세의 청구인이 아무런 반대이익 없이 임대기간을 대폭 연장해 주어 피의자에게 막대한 이득을 주었다는 것은 경험칙상 믿기 어려움. 검사는 이러한 기본적 의문이 해소되지 않았음에도 세밀한 조사를 실시하지 않음.
- 서류상 나타난 의문점:
- 건축허가 신청 시점과 서류 존재 시점의 불일치: 피의자는 1989. 6. 8. 서류를 받았다고 주장하나, 건축허가(1988. 3. 19.) 당시 이미 서류를 제출했다고 진술한 바 있음. 이는 피의자 진술의 허위성을 뒷받침할 수 있으나, 검사는 이에 대한 수사를 전혀 진행하지 않음.
- 필기구 및 인주의 불일치: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정 결과, 같은 자리에서 작성되었다는 서류들의 필기구와 인주가 일부 다름. 이는 피의자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하게 하나, 검사는 피의자의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인주가 마르거나 볼펜이 잘 안 나와 바꿨다는 등)을 그대로 수용하고 추가 조사를 하지 않음.
- 대지사용임대차계약서 사본의 형태 불일치: 원본과 달리 무인과 단서 기재가 없는 사본, 단서 기재는 있으나 무인이 없는 사본 등 3가지 형태의 사본이 존재함. 이는 극히 이례적임에도 검사는 피의자의 일방적이고 일관성 없는 주장을 가볍게 받아들이고 진상 규명 노력을 기울이지 않음.
- 대지사용계약서 인영의 의문: 계약서 중간에 찍힌 청구인의 인영이 다른 인영보다 훨씬 크고, 피의자의 해명도 불분명함. 검사는 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지 않음.
- 감정 결과에 대한 추가 규명 필요성: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정 결과 인영과 무인이 청구인의 실제 것과 일치한다고 나왔으나, 청구인 측은 수지 인쇄기를 이용한 복제가 용이하다고 주장함. 검사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전문가 조사를 통해 추가 규명을 할 필요가 있음에도 전혀 수사를 진행하지 않음.
- 결론: 피청구인(검사)이 분쟁의 중요한 의문사항들에 대해 적극적인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피의자의 일방적 변명만을 수용하여 불기소처분한 것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 자의적인 수사임.
판시사항
불기소처분으로 인한 기본권침해가 인정된 사재판요지
피청구인인 검사가 분쟁의 중요한 의문사항들에 대하여 본격적인 수사를 진행하지 아니한
채 피의자의 일방적 진술만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여 수사를 종결하고 피의자를 불기소
처분한 것은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자의적인 수사로 청구인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본 사참조조문
헌법재판소법 헌법 제11조 제1항, 제27조 제5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결정
청구인박 ○ 희
대리인 동서법무법인 ○당변호사 ○○○
주 문
서울지방검찰청 95형제54106호 사건에 있어서 피청구인이 1995. 8. 29. 피의자 김○일에 대하여 한 불기소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이 유
1. 사건의 개요
이 사건 기록과 서울지방검찰청 95형제54106호 불기소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청구인은 1995. 5. 18. 청구외(피의자) 김○일을 무고죄로 고소하였는 바, 그 고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의자는 1987. 12. 22.경 고소인 박○희(청구인)로부터 동인과 그 형제들 공동소유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 945-11, 12, 13, 14 등 4필지 도합 547평의 나대지를 3년간 임차한다는 내용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있을 뿐임에도 임대차기간을 10년으로 하는 대지사용임대차계약서 등을 위조·행사하여, 고소인이 이를 알고 1990. 5. 8.자 서울지방검찰청 민원실에 김○일과 그의 처 안○주를 사문서위조 등의 죄로 고소장을 제출하여 수사 중에 있자, 자신의 형사처벌을 면하고 오히려 고소인에게 형사처벌을 받게 할 목적으로, 1990. 11. 22.경 서울지방검찰청 민원실에 고소인을 무고죄로 고소장을 제출함에 있어서, 사실은 1987. 12. 22.경 고소인이 피의자에게 위 나대지를 3년간 임대하는 내용으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을 뿐 위 나대지를 10년간 임대한다는 내용의 대지사용임대차계약서, 대지사용승낙서, 이행각서 등의 문서를 작성해 준 사실이 없으며, 오히려 임차인인 피의자와 위 안○주가 위 지상에 건축한 지하1층 지상2층의 건축물을 전대하는데 사용할 목적으로 일시 장소 불상경 임대인인 고소인 박○희 명의의 사문서 등을 위조한 후, 1990. 2. 22.경 위 건축물의 #08 전차인 이○승 등에게 제시하여 행사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김○일과 박○희는 당초에 임대차기간을 3년으로 하되 3년 후에는 기간을 연장해 주는 조건으로 이 건 나대지를 임차계약한 뒤 그 위에 건물신축공사를 하던 중 예상 밖으로 건축기간이 장기화되고 자금의 투입도 많아지므로 임대차기간 3년으로는 도저히 적자를 면할 수 없는 상태였고, 박○희도 임대기간은 얼마든지 연장하여 주겠다고 말하므로 아예 임대기간을 10년으로 하는 계약서를 작성하자고 하여 1989. 6. 7. 15:00경 서울 강남구 대치3동 945-11∼14 소재 이 건 나대지위에 신축한 건물2층 내실에서 박○희의 동생이자 대리인인 박○경과 이 건 대지사용임대차계약서, 대지사용승낙서 등을 작성한 뒤 박○경이 박○희의 이름을 자서 날인한 것이며, 그 뒤 1989. 12. 초순경 같은 곳에서 박○희와 직접 대면하여 위 대지사용임대차계약서 등을 추인하면서 같은 내용의 이행각서를 작성한 뒤 박○희가 직접 자서 무인까지 하였다"라고 허위사실을 신고하여서 박○희를 무고하였다.
나. 피청구인은 1995. 8. 29. 위 고소사건에 대하여 수사한 후 범죄의 혐의가 없다고 판단하여 불기소처분을 하였는바, 그 불기소처분의 이유는 다음과 같다.
피의자는 고소인(청구인)과 함께 작성한 대지사용임대차계약서 등을 자신이 위조하였다는 내용으로 고소인이 먼저 고소하기에 이에 대응하여 고소인을 무고죄로 고소한 사실이 있을 뿐 위 고소내용은 진실한 것이라고 변소하고, 위 임대차 계약서상의 임차인 안○주의 진술 및 위 대지사용임대차계약서 등에 나타난 고소인의 무인, 인영, 필적 등에 대하여 고소인의 것과 동일하다는 내용의 대검찰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결과도 이에 부합하며, 이에 반하여 위 계약서 작성 이전에 도장의 끝 부분이 떨어져 나가 위 계약서에 날인된 것과 같이 인형이 완전할 수 없으므로 이는 피의자가 위 계약서 등을 위조하였다는 반증이며, 피의자가 여러 사람들에게 제시한 계약서 사본의 그 기재내용이 서로 다른 것은 위 계약서 등이 수차례 위조되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라는 등의 고소인의 진술은 위 계약서 이외에도 도장이 파손되었다는 일시 뒤에 작성된 상업은행 예금청구서 등에도 완전한 인형이 날인되어 있는 점(고소인은 얇은 종이에 날인하면서 도장 뒤에 손가락을 대고 날인하여 완전한 인형대로 날인된 것이라 진술하고 있음), 피의자는 계약서의 문구가 완성되기 전에도 위 #08 계약서를 복사한 적이 있고 고소인의 인장이 날인된 후에도 이를 복사하였으며 복사된 문서를 혼란스럽게 사용하는 과정에서 단서조항이나 날인이 빠진 계약서 사본이 존재하게 된 것일 뿐이라고 진술함에 비추어 다소 일치하지 않는 계약서 사본이 존재한다는 사정만으로 곧장 위 계약서를 위조하였다고 단언하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아 이를 믿기 어렵고, 고소인의 무고혐의에 대하여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무죄가 선고된 것은 고소인의 무고혐의를 인정하기에 불충분하다는 것일 뿐, 이것만으로 피의자의 위조사실까지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피의자의 위조사실을 인정할 뚜렷한 자료가 없는 본건은 범죄혐의 없다.
다. 청구인은 위 불기소처분에 불복하여검찰청법에 정한 항고 및 재항고를 제기하였으나 모두 기각되자 1996. 5. 8. 재항고기각 결정을 통지 받고 같은 달 20. 청구인은 피청구인이 위 고소사건에서 자의적인 수사로 실체적 진실을 밝히지 못하였으며, 범죄의 성립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공소권을 행사하지 아니함으로써 범죄 피해자인 청구인은 평등권과 재판절차상의 진술권을 침해받았다는 이유로 위 불기소처분의 취소를 구하면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에 이르렀다.
2. 판단
가. 쟁점의 정리
이 사건의 쟁점은 문제가 된 청구인 명의의 서류들인 임대차기간 10년의 대지사용임대차계약서, 대지사용승낙서, 대지사용계약서, 도장사용승낙서, 이행각서, 2종의 확인서(이하 이 사건 서류들이라고 한다)등을 과연 피의자 김○일이 청구인의 사전승낙 없이 위조하였는지 여부를 규명하는 데 있다. 이 점에 관하여 청구인은 청구인의 여동생인 박○경이 1989. 6. 8. '이 사건 대지 상의 건축공사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하여는 실질적 건축주인 위 김○일이 법적 책임을 부담한다'는 취지의 확인서를 작성하고 청구인의 인장을 찍어 준 일이 있을 뿐인데 피의자가 이 필적과 인영을 이용하여 이 사건 서류들을 모두 위조하였다고 주장하고 있고, 반면 피의자는 위 일시에 박○경과 만나 동녀로부터 위 확인증서를 받음과 동시에 이 사건 서류들에 대한 청구인 박○희 명의의 서명 날인을 받았으므로 이는 모두 청구인측의 의사에 의하여 작성된 것이고 위조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쟁점을 판단하기 위하여 아래에서 이 사건 서류들을 작성하게 된 동기와 각 서류상에 나타나는 의문점 및 인영 무인의 감정 결과에 관하여 각 살펴본다.
나. 먼저 이 사건 서류들을 작성하게 된 동기에 대하여 살펴본다.
청구인과 피의자는 1987. 12. 22. 계약기간을 3년으로 하여 이 사건 대지에 대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는데 만약 피의자의 주장대로 이 사건 문서들이 진정하게 작성되었다고 한다면 피의자는 1989. 6. 8. 청구인으로부터 당초 3년의 위 임대차계약기간을 10년으로 받은 것으로 된다. 그러나 청구인은 1989년 당시 68세로서 제일농약주식회사라는 상호로 농약회사를 경영하면서 이 사건 대지상에 미국기업체와 공동으로 고층빌딩을 건축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으므로 이 사건 서류들에 기재된 바와 같이 10년이나 피의자 김○일에게 위 대지를 사용하도록 할 처지가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또 그 점을 차치하고라도 이 사건 서류가 진정하게 작성된 것이라면 청구인이 아무런 반대이익을 받지도 아니한 채, 임대기간만을 3년에서 10년으로 대폭 연장하여 주었다는 결과가 되는데 이는 청구인에게 경제적으로 현저하게 불리하며, 반면 피의자는 이러한 계약기간 연장으로 위 대지상의 건물을 쉽게 임대할 수 있게 되어 결국 도합 6억 5,000만원의 임대보증금을 받고 이를 임대하는 등 막대한 이득을 얻고 있는바, 이러한 계약변경은 경험칙상 선뜻 믿기 어렵다. 따라서 이러#08 한기본적 의문이 해소되지 않은 이상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각 서류상 나타난 의문점들에 대하여 관련자료를 수집하고 청구인과 피의자를 대질조사하는 등 세밀한 조사를 실시하여 위 서류들의 위조가능성 여부를 따져 보아야 할 것이다.
다. 이 사건 서류상 나타난 의문점들에 대하여 살펴본다.
(1) 피의자 김○일은 1989. 6. 8. 박○경이 이 사건 서류 중 대지사용임대차계약서, 대지사용승낙서, 대지사용계약서를 작성하여 피의자에게 교부하여 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청구인측은, 피의자가 서울지검 동부지청에서건축법위반의 점에 대하여 조사를 받을 때에는 위 건축허가시에 이미 청구인으로부터 위 서류들을 받아 건축허가신청서의 첨부서류로 제출하였다고 진술한 바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수사기록 95쪽) 그렇다면 위 건축허가신청에 따라 건축허가가 난 것이 1988. 3. 19.의 일이므로 피의자는 적어도 위 1989. 6. 8.보다 훨씬 이전부터 위 문서들을 이미 소지하고 이를 행사하고 있었다는 것이 되므로 이는 문서작성 경위에 관한 지금까지의 피의자의 주장이 허위라는 점을 뒷받침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위 건축허가 당시의 구비서류를 확인하고 확인 결과 만약 청구인측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피의자를 다시 조사하여 위 서류가 1988. 3.경에 이미 존재하는 이유 등을 추궁하는 등 이 점의 진위여부를 규명하기 위한 수사를 진행하여야 할 것이나, 피청구인이 이러한 수사를 전혀 한 바 없음이 기록상 명백하다.
(2) 피의자는, 이 사건 서류들을 1989. 6. 8. 자신이 경영하는 진주회관에서 한꺼번에 작성하였는데 그 중 확인증서의 본문은 위 박○경이, 그 나머지 서류들의 본문은 피의자가 모두 기재하였고 청구인 명의의 한글 서명 및 날인은 위 박○경이 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직원 최○의 감정결과에 의하면 위 확인증서, 대지사용임대차계약서, 대지사용계약서의 본문과 한글 서명의 기재에 사용된 필기구는 유사하나 대지사용승낙서, 도장사용승낙서의 본문과 한글 서명의 기재에 사용된 필기구는 서로 다르고, 확인증서와 대지사용임대차계약서의 본문의 기재에 사용된 필기구는 서로 다르며, 위 확인증서·대지사용임대차계약서·대지사용승낙서·대지사용계약서의 청구인 명의의 인영을 찍는 데 사용된 인주는 유사하나 도장사용승낙서의 청구인 명의의 인영을 찍는데 사용된 인주와는 색상이나 자외선의 형광반응 등에 차이가 있어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수사기록 666 내지 668쪽) 그렇다면 같은 자리에서 한꺼번에 작성·날인되었다는 위 각 서류들의 작성에 사용된 필기구나 인주가 모두 같지 않고 일부가 다르다는 사실은, 위 각 서류들이 같은 자리에
서한꺼번에 작성된 것이라는 등의 종래의 피의자의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하기에 충분한 사유가 되고 있다. 이 점에 관한 수사내용으로서 기록상 나타난 것을 살펴보면 피청구인이 피의자를 직접 추궁하여 그 경위를 조사한 흔적은 없고/ 다만 피의자가 피청구인에게 스스로 제출한 진술서에서 '본인과 박○경 사이에 서류가 작성될 때 처음에는 오래 쓰던 인주가 있어서 쓰는 도중 인주가 말라 다시 새 인주를 찾아 사용한 사실. 볼펜도 몇 개 있는 상태에서 잘 나오지 않으면 다른 것과 번갈아 가면서 사용했습니다.'라고 언급한 내용이 위 쟁점에 대한 유일한 해명이 되어 있다.(수사기록 891쪽) 그러나 인주가 처음부터 말라 있어 사용하지 못하였다면 몰라도 사용하던 인주가 '사용 도중 말라버려서' 다른 것으로 바꾸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면이 있으며/ 다음으로 피의자는 볼펜이 잘 나오지 않으면 다른 것과 번갈아 가면서 사용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와 같이 당사자의 권리관계에 중요한 영향이 있는 다수의 문서를 한자리에서 작성하였다는 당시의 정황과 선뜻 부합되기 어려운 변소이며, 이 사건 서류들에 기재된 내용이 중간에 필기구를 교체하여 써야
될 만큼많은 분량도 아닌 점에서 의심이 갈 뿐 아니라, 필기구가 각 문서의 문장에는 하나로 통일되어 있으면서 왜 각 문서마다 서로 다른 것인지 기록상 전혀 추궁도 해명도 되어 있지 아니하는 등 이 쟁점은 여전히 의문인 상태로 남아 있다. 그렇다면 이 점에 관하여도 피청구인의 수사는 수사미진의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3) 대지사용임대차계약서에 관하여 보건대, 그 원본은 청구인의 무인이 찍혀 있고 제2조에 단서가 기재되어 있으나 이와는 별도로 위 무인과 위 단서기재가 모두 없는 사본과 위 단서는 기재되어 있지만 무인은 찍혀 있지 아니한 사본이 존재하는바, 검찰조사시 동 단서기재 무인부존재의 사본에 대하여 추궁을 받은 피의자 김○일은 자신도 그 사본은 이상하게 생각한다고 하면서 의문을 표시하였다가(수사기록 360쪽) 이 사건 고소후에 이르러서는 위 무인이 찍히기 전에 청구인을 만나 이와 같은 단서를 넣었고 그 상태에서 이를 복사하여 이○승 등 임차인들에게 돌림으로써 동 사본이 존재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수사기록 891쪽) 그러나 한 문서가 위와 같이 3가지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므로 피청구인은 이 점에 대하여 피의자의 일방적인 주장(그것도 진술이 일관되어 있지 아니하고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달리 말하고 있다)을 진술서의 방식으로 가볍게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이와 같은 서류가 존재하게 된 경위에 관하여 피의자를 추궁하면서 종전 진술이 달라지게 된 경위에 대하여도 철저하게 조사를 하고 청구인와 박○경에게도 확인조사를 #08실시하는 등 이 쟁점에 관한 진상을 규명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임에도 피청구인이 이러한 수사를 한 바 없음이 기록상 명백하다. 그렇다면 이 쟁점에 관하여도 피청구인은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수사를 다하지 못하였다고 할 것이다.
(4) 이 사건 대지 사용계약서에 관하여 보면 그 중 셋째장의 사본의 중간부분(수사기록 제835쪽의 '갑과 을은 1987년 12월 22일 체결한 계약은 무효로 한다'고 기재한 끝 부분)에는 그 아래 부분에 찍혀 있는 청구인의 인영보다 훨씬 큰 청구인의 인영이 찍혀 있다. 이 인영이 찍힌 경위에 관하여 피의자는 피청구인에게 제출한 위 진술서에서 언급하고 있는바, 그 문장이 명료하지 못하여 정확한 취지는 알 수 없으나 박○경이 당시 도장사용승낙서에 인영이 찍힌 청구인 인장 중 가장 큰 인장을 위 문서의 중간 부분에 찍는 것을 보고 피의자가 이를 제지하고 도장을 바꿀 것을 요구하여 그 다음부터는 보다 크기가 작은 청구인 도장을 찍었다는 듯한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기록에 첨부된 위 계약서 3쪽 사본을 육안으로 볼 때 위 문제의 인장은 상하와 좌우의 길이가 같지 아니한 타원형인 듯하고 위 도장사용승낙서에 찍힌 청구인의 큰 도장은 원형이어서 서로 상이한 것처럼 보일 뿐 아니라 위 도장사용승낙서에 있는 청구인의 인장 중 큰 도장을 굳이 사용할 수 없고 작은 도장만을 사용하여야 할 합리적 이유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 점에 관하여 피의자와 청
구인, 박○경 등을 조사하고 위 문서의 원본을 확인하여 그 도장의 출처를 분명히 하는 조사가 있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이러한 조사를 진행하지 아니하였다.
라. 이 사건 감정 결과에 관하여 살펴본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행한 감정의 결과에 의하면 이 사건 서류들에 찍혀 있는 청구인 명의의 인영과 무인은 모두 청구인의 실제 인영 무인과 일치하는 것으로 판단되어 있다. 그러나 청구인측은 이에 대하여 일본에서 수입된 수지(樹脂) 인쇄기를 사용하면 실물대로의 복제가 가능하다고 하면서 서울에서만 이러한 인쇄시설을 갖춘 곳이 수십개소가 되고 복제 가격도 저렴하여 일반인이 이를 이용하여 필적이나 지문 인장을 쉽게 위조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에서 위 인영 무인의 동일성 여부가 사건의 중요한 쟁점이 되어 있는 만큼 과연 청구인측의 주장과 같이 동일한 인영 무인의 현출이 그처럼 용이하게 이루어 질 수 있는지 여부를 인쇄 혹은 인영감정의 전문가를 조사하는 등의 방법으로 좀 더 규명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피청구인은 이 점에 관하여도 전혀 수사를 진행하지 아니하였다.
3. 결 론
위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피청구인이 이 사건 분쟁의 중요한 의문사항들에 대하여 실체적 진실발견을 위하여 적극적인 수사를 진행하지 아니한 채, 피의자의 일방적 변명이나 진술만을 가볍게 수용하면서 수사를 종결하고, 피의자에 대하여 행한 불기소처분은 검찰권의 행사에 있어서 청구인을 차별대우하여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자의적인 수사를 함으로써, 청구인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하였다고 아니할 수 없다. 그러므로 피청구인이 1995. 8. 29. 피의자 김○일에 대하여 한 범죄혐의 없음의 불기소처분은 이를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재판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1996. 11. 28재판관 김진우(재판장) 김문희 황도연 이재화 조승형 정경식(주심) 고중석 신창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