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요지
공직선거법 제57조 제2항이 국회의원선거에 있어서 일정수준에 미달된 득표를 한 후보자에 대하여 그 기탁금으로부터 선거비용의 일부를 부담하게 하고 잔액에 대하여도 이를 반환하지 아니하고 국가에 귀속시키도록 규정한 것은 그와 같은 금전적 제재를 통하여 후보자의 무분별한 난립을 방지하고 나아가 당선자에게 되도록 다수표를 몰아주어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한편 후보자의 성실성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으므로 그 목적에 있어서 정당하고 합리적 이유가 있는 것이며 달리 그 기탁금의 액수가 지나치게 많다던가 기탁금 반환에 필요한 득표수를 지나치게 높게 책정하였다고 볼만한 사정도 없으므로 이를 들어 사유재산권에 대한 본질적 침해라거나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 볼 수 없다.
재판관 조승형의 반대의견
기탁금제도는 국민주권 등의 헌법정신에 반하고 보통·평등선거의 본질에 반하며, 기본권제한에 있어서 지켜야 할 비례의 원칙·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하여 국민의 공무담임권·평등권·선거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제도이므로 공직선거법 제57조 제2항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아야 한다.참조판례
가. 1991.3.11. 선고, 91헌마21 결정, 1996.8.29. 선고, 95헌마108 결정
나. 1995.5.25. 선고, 92헌마269·299·305 결정, 1995.5.25. 선고, 91헌마44 결정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결정
사건96헌마143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제57조제2항위헌확인
청구인조 구 성
대리인 법무법인 ○부합동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
이 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1996.4.11. 실시된 제15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서울특별시 강북구을선거구에 무소속 후보로 출마하였으나 유효투표총수 80,393표 중 1,344표를 얻고 6명의 후보자 중 5위를 함으로써 낙선하였다. 이에 관할선거관리위원회는 청구인의 득표수가 유효투표총수를 후보자 수로 나눈 수의 2분의 1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이하 '공직선거법'이라 한다) 제57조 제2항(1994.3.16. 법률 제4739호로 제정되고 1995.4.1. 법률 제4947호로 개정된 것, 이하 같다)에 따라 청구인이 위 국회의원선거의 출마를 위하여 기탁한 금 10,000,000원을 반환하지 아니하고 선전벽보 및 선거공보의 작성비용 등에 보전한 후 나머지 금액을 국가에 귀속시켰다.
이에 청구인은 기탁금의 국가 귀속을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57조 제2항이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과 재산권을 침해하는 규정으로서 위헌이라는 이유로 1996.4.16. 이 사건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따라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공직선거법 제57조 제2항의 위헌여부이며 그 법률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57조(기탁금의 반환등)
① 생 략.
전국구국회의원후보자명부 …… 에 올라 있는 후보자 중 당선인이 없는 때 또는 후보자(전국구국회의원후보자 …… 를 제외한다)가 사퇴·등록이 무효로 되거나 그 득표수가 제1항 제1호 또는 제2호에 미달되는 때에는 선거일 후 30일 이내에 기탁금 중에서 제56조 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기탁금에서 부담하는 비용 및 이 조 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보전하는 비용을 뺀 나머지 금액은 국가 또는 당해 지방자치단체에 귀속한다. (이하 생략)
2. 심판청구이유의 요지
국회의원선거의 후보자가 일정한 수준 이상의 득표를 하지 못하였다 하여 그 기탁금을 반환하지 아니하고 국고에 귀속시키는 것은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며 평등의 원칙에도 반하는 것으로서 이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57조 제2항은 위헌이다.
3. 판 단
가. 공직선거법 제57조 제2항과 기본권의 제한
공직선거법 제57조 제2항은 국회의원선거에 입후보한 자가 선거 결과 그 득표수가 유효투표총수를 후보자 수로 나눈 수의 2분의 1에 미달하는 경우에는 그가 관할선거관리위원회에 납부한 기탁금 1천만원을 반환하지 아니하고 우선 위 기탁금으로부터 공직선거법상 위반행위에 대한 과태료 및 불법시설물 등에 대한 대집행비용( 공직선거법 제56조 제3항)을 공제하고 선전벽보 및 선거공보의 작성비용( 공직선거법 제57조 제3항)을 보전(보전)한 뒤 그 잔액을 국고에 귀속하도록 하는 기탁금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기탁금의 국고귀속제도는 일정수준에 미달된 득표를 한 후보자에 대하여 그 의사에 반하여 해당 기탁금으로부터 선거비용의 일부를 부담하게 하고 그 잔액에 대하여도 이를 반환하지 아니하고 국고에 귀속시킨다는 점에서 재산권에 대한 제한의 성격을 갖는 것이고 아울러 득표수를 기준으로 한 후보자 사이의 차별대우인 것은 사실이다.
나. 공직선거법 제57조 제2항의 위헌 여부
그러나 공직선거법 제57조 제2항이 이처럼 국회의원선거에 있어서 일정수준에 미달된 후보자에 대하여 기탁금으로부터 선거비용의 일부를 부담하게 하고 그 잔액에 대하여도 이를 반환하지 아니하고 국가에 귀속시키는 것은 그와 같은 금전적 제재를 통하여 후보자의 무분별한 난립을 방지하고 나아가 당선자에게 되도록 다수표를 몰아주어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한편 후보자의 성실성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 1991.3.11. 선고, 91헌마21 결정;, 1996.8.29. 선고, 95헌마108 결정 각 참조). 국회의원선거에 있어서 후보자가 난립할 경우 선거관리가 복잡하여짐은 물론 선거운동이 과열·혼탁하여지기 쉽고 선거비용이 과다하게 소요되며 유권자의 지지표가 분산되어 당선자의 민주적 정당성이 약화될 뿐 아니라, 주민들로서는 적절한 후보자를 선택하기 어려워서 선거 자체에 대한 무관심에 빠질 우려도 없지 아니하며 또 당선될 가능성이 희박함에도 무리하게 입후보를 하여 득표율이 저조한 후보자에 대하여 선거비용의 일부인 선전벽보 및 선거공보의 작성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은 국민의 조세부담이나 국가재정형편에 비추어 볼 때 부당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공직선거법 제57조 제2항이 국회의원선거에서 무분별한 후보의 난립을 방지하기 위하여 득표율이 일정한 수준에 미달한 후보자에 대하여 기탁금으로부터 선전벽보 및 선거공보의 작성비용을 보전하고 그 잔액에 대하여 이를 국가에 귀속시키는 제도는 그 목적이 정당하고 합리적 이유가 있는 것이며 달리 그 기탁금의 액수가 지나치게 많다던가 기탁금 반환에 필요한 득표율을 지나치게 높게 규정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으므로 이를 두고 사유재산권에 대한 본질적 침해라거나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공직선거법 제57조 제2항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없다 할 것이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재판관 조승형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재판관들의 의견일치에 따른 것이다.
5. 재판관 조승형의 반대의견
나는 기탁금제도 자체가 국민주권 등의 헌법정신에 반하고 보통·평등선거의 본질에 반하며,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른 기본권 제한에 있어서 선거질서유지목적·필요성과 기본권 제한의 정도를 비교할 때에 지켜야 할 비례의 원칙·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하고 국민의 공무담임권(피선거권)·평등권·투표를 통하여 참정권을 행사하는 주인인 국민의 선거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제도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본다.
그 이유는 1995.5.25. 우리재판소가 선고한바 있는 92헌마269·299·305(병합) 대통령선거법제26조 등위헌확인, 91헌마44 지방의회의원선거법 제36조 제1항에대한헌법소원 사건의 다수의견에 대한 반대의견을 밝힐 때에 상세하게 설시한바 있으므로 이를 그대로 인용하고 그 요지만을 설시하기로 한다.
가. 우리의 기탁금제도의 연혁을 살피면
이 제도는 집권자의 영구집권욕이 발현되는 시점에 도입되거나 다시 부활 또는 강화되어 왔으며, 제2공화국의 민주화추진 시점이나 집권자의 영구집권욕이 아직 발현되지 아니한 시점에는 폐지되었던 사실을 알 수 있고나. 우리의 현행 헌법은 실질적 국민주권론 등을 확립하고 있으므로 국민주권의 핵인 참정권의 본질적 내용은 어떠한 이유로도 차별됨이 없는 실질적 주권행사의 보장에 있다. 그러나 이 제도는 "돈이 있는 자"와 "없는 자"를 차별하여 "없는 자"로부터 국정이나 지방행정에 참여할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 되며, 보통·평등·직접·비밀·자유선거제도에 반하는 차등선거제도로서 우리 헌법이 확립하고 있는 실질적 국민주권론 등 헌법정신에 반하고 위 참정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다.
다. 다수의견은 입후보난립·선거과열 등의 방지라는 선거질서유지의 목적이나 후보자의 성실성을 담보할 목적 때문에 필요에 따라 위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며, 비례원칙이나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하지 아니하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 소정의 적헌의 기본권 제한이라고 하며 헌법상 평등원칙에 반하지 아니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먼저 선거질서유지란 절차적인 문제에 관한 법익인 반면 위 기본권의 보호란 실체적인 문제에 관한 법익으로서, 절차적인 법익이 실체적인 법익에 우선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다음, 선거질서유지를 위해서는 기탁금제도에 대체할 만한 방법이 얼마든지 있으므로 즉 선거후 강제징수방법, 일정률의 득표를 못한 경우 선거질서교란죄로 재산형 또는 강제봉사명령을 발하는 방법, 유권자추천인수를 늘리는 방법 등 대체방법이 있으므로 이 제도가 필요하고도 최소한의 유일한 방법일 수는 없다. 끝으로 참정권은 실질적 국민주권론 등을 확립하고 있는 우리 헌법하에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국민이 직접·평등하게 선거권을 자유로이 행사하고 차별없이 피선거권을 보장 받는 것을 그 본질적 내용으로 하고 있으므로, 이 제도하에서는 위와 같은 본질적 내용이 형해화 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다수의견이 주장하는 바는 모두 받아 들일 수 없다.
라. 헌법 제116조 제2항의 선거경비부담 규정은 입후보의 등록효력을 배제하는 기탁금제도를 인정하는 취지가 아니라, 오히려 이 제도를 배제하는 규정임이 문언상 명백하다.
마. 구시대의 잔재청산이라는 측면에서도 적극적으로 해석하여 이 제도를 위헌이라고 선언함이 이 시대의 상황논리에 부합한다. 권위주의 40여년간에 걸쳐 장기집권 또는 영구집권의 한 방편으로 악용하여 왔던 구시대의 유물이며 청산되어야 할 잔재이므로, 이른바 문민정권이 출범한 이 시대에 이르러서까지 위헌시비를 무릅써가면서 이를 존치할 아무런 타당성을 찾기 어렵다.
또한 국민은 이 시대야말로 구시대의 잔재를 일소해야 할 것으로 믿고 이를 간절하게 요망하고 있으며 국민의 참여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도 고양되어 선거를 최대의 국민축제로 인식하는 등 크게 변하고 있는바, 오욕으로 점철된 우리의 헌정사에 비추어 이와 같은 급변하는 국민의식과 요망을 결코 외면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제도는 어느모로 보나 위헌제도임이 명백하므로 이 사건 심판대상법조항은 청구인의 공무담임권의 본질적 내용을 해함으로써 헌법 제37조 제2항 단서규정에 위반된다는 취지 등으로 위헌선언을 함이 마땅하다. 재판관 김용준(재판장) 김문희 황도연 이재화 조승형 정경식(주심) 고중석 신창언 이영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