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징발재산정리(徵發財産整理)에관한특별조치법(特別措置法)(이하 “징특법”이라 한다) 제20조 제1항 소정의 환매권(還買權)이 헌법상 보장되는 재산권(財産權)의 내용에 포함되는 권리인지 여부
나. 징특법 제20조 제1항 중 환매기간(還買期間)의 제한(制限) 부분이 헌법(憲法) 제37조 제2항에 규정된 기본권제한입법(基本權制限立法)의 한계를 지킨 것인지 여부
재판요지
가. 공용수용(公用收用)된 토지 등에 대한 환매권(還買權)은 헌법상의 재산권 보장으로부터 도출되는 것으로서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의 내용에 포함되는 권리인데, 징발매매(徵發賣買)는 피징발자가 국방부장관의 매수통지에 응하지 않더라도 결국 국방부장관의 매수결정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성립되는 것이어서 그 매매라는 법형식과는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헌법 제23조 제3항에 의한 공용수용(公用收用)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징특법 제20조 제1항에 의한 환매권(還買權)도 헌법 제23조 제1항이 보장하는 재산권의 내용에 포함되는 권리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나. (입법목적의 정당성) 만약 환매기한(還買期限)이 설정되어 있지 않고 징발매수된 토지 등이 원소유자가 아무리 오랜 세월이 지난 뒤에도 그 토지 등이 공공사업에 필요 없게 되었을 때에는 언제든지 환매권(還買權)을 행사하여 그 소유권을 회복할 수 있다고 한다면 그 토지 등에 관한 법률관계를 심히 불안정하게 하고 이로 인하여 그 토지 등에 대한 효율적인 이용·개발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국가가 징발매수한 토지 등에 투자하여 개발한 이익이 사회일반에 돌아가지 않고 그 동안 전혀 관리도 하지 아니한 피징발자 개인에게 돌아가는 등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환매기한(還買期限)의 설정의 입법목적은 위와 같은 불합리한 결과를 막고 토지 등의 효율적인 이용·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것으로 정당하다.
(입법수단의 정당성) 위와 같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환매요건(還買要件) 자체를 기한에 결부시켜 제한하는 것은 적절하고 유효한 방법이라 할 것이며, 이 방법과 다른 최선의 방법을 찾아볼 수도 없으므로 이러한 제한방법이 피해(被害)의 최소성(最少性)의 원칙(原則)에 어긋난다 할 수도 없고, 징특법 제20조 제1항에 의한 환매권(還買權)이 발생할 수 있는 기간은 징발매매된 날로부터 15년까지이고, 대체로 15년이라는 기간은 당해 토지의 현상·이용상태 및 주변상황 등의 변화로 말미암아 그 토지 등이 사회경제적 가치가 질적 변화를 일으키기에 상당한 기간이라고 보여지므로, 15년이 경과한 때에는 당해 토지 등을 둘러싸고 그 동안에 형성된 법률관계를 안정시켜야 한다는 법적안정성(法的安定性)의 요청이 종전 소유자가 소유권회복으로 인하여 얻는 사적 이익보다 우월하다고 본 입법자의 판단이 불합리하다고 할 수 없으며, 환매권(還買權)의 발생요건의 하나인 ‘군사상의 필요 없게 된 때’는 객관적으로 판단되어져야 하고 국가의 주관적인 의도를 표준으로 할 것은 아니므로 환매권(還買權) 발생기한이 국가의 자의에 의하여 좌우된다고 할 수도 없다.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조승형의 반대의견(反對意見)
나. (재산권의 본질적 내용의 침해 여부) 징발재산의 징발매수 후 토지가격의 앙등으로 인하여 군사시설의 이전의 필요성이 생긴 경우에도 군당국으로서는 법 소정의 환매대금만을상환받아서는 군사시설을 이전할 비용에 충당하지 못하게 되므로 환매권(還買權)의 구속에서 벗어나는 시점에서야 비로소 군사시설의 이전을 고려하게 될 수밖에 없었으리라는 것은 쉽게 추지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심판대상 부분은 사실상 전혀 환매권(還買權)을 부여하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고, 이는 이 사건 규정 자체의 미비 내지 불합리로 말미암아 헌법적 의미를 갖고 있는 환매권(還買權)이 발생할 여지를 봉쇄하고 있는 것으로 이 사건 규정은 위헌이라고 할 것이다.
(비례의 원칙의 위배 여부) 이 사건 징특법의 입법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징특법상의 환매권(還買權) 발생기간을 공공용지의취득및손실보상에관한특례법 등 평시에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지는 경우의 환매권(還買權) 발생기간과 유사하게 제한하는 것은 형평을 잃은 것이며, 그 보상액수가 미미하여 사실상 전혀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과 같은 징발매수재산의 경우에는 오히려 언제 군사상의 필요가 소멸하든지 간에 군사상의 필요가 없다는 통지를 받은 때로부터 기산된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이를 피징발자에게 돌려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이 점에서 이 사건 규정은 입법목적에 상당한 수단을 선택함에 있어서 비례의 원칙에 위배한 것이다.
(평등원칙의 위배 여부) 징특법 제20조 제1항에 의하면, 징발재산의 매수대금으로 지급된 증권의 상환이 종료된 날로부터 5년 이내에 군사상의 필요가 없게 된 때는 환매권(還買權)을 보장하며 환매대금도 피징발자가 받은 대금에다 연 5푼의 이자만 가산하는 것으로 하는 데 반하여, 같은 법 제20조의2에 의하면, 징발증권의 상환이 종료된 날로부터 5년이 경과된 후 징발재산이 군사상 필요 없게 된 때에는 환매권(還買權)의 보장은 없고 단지 수의계약으로 매각할 수 있으며 이 때의 매매대금은 매각 당시의 시가에 의하는 것으로 규정하여, 징발재산에 대한 군사상의 필요가 없게 된 때가 징발증권의 상환이 종료된 날로부터 5년 이내인 경우와 5년 이후인 사이에 피징발자의 권리에 있어 현저한 차이를 두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징발재산이 군사상 필요 없게 된 시기는 피징발자의 의사나 행위와는 관계없는 국가측의 일방적인 사정에 의하는 것인데 이와 같이 피징발자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사유로 피징발자에 대하여 그와 같은 차별을 할 아무런 합리적인 이유가 없고 따라서 위 차별은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
재판관 조승형의 주문표시방법에 관한 별개의견(別個意見)
이 부분 설시내용은 1995.10.26. 선고, 93헌마246 결정의 별개의견 내용과 같으므로 생략함.
이 사건 심판청구 중 징발재산정리에관한특별조치법(1970.1.1. 제정 법률 제2172호, 최종개정 1993.12.27. 법률 제4618호) 제20조의2 제1항, 제2항에 관한 부분은 이를 각하하고 같은 법 제20조 제1항 중 “이 법에 의하여 매수한 징발재산의 매수대금으로 지급한 증권의 상환이 종료되기 전 또는 그 상환이 종료된 날로부터 5년 이내에”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별지 부동산목록 기재 각 대지를 소유하고 있다가 1969년경에 징발법에 의하여 대한민국에 징발되었으며 그 후 대한민국은 징발재산정리에관한특별조치법(1970.1.1. 제정 법률 제2172호, 최종개정 1993.12.27. 법률 제4618호; 이하 징특법이라 한다)에 의하여 1971.5.4. 이를 대금 27,149,500원에 매수하여 대금 중 9,500원만을 청구인에게 지급하고 같은 해 6.24. 대한민국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으며 나머지 대금의 지급방법으로 같은 해 9.1. 1년거치 10년간 균등상환조건의 징발보상증권을 발행하여 청구인에게 교부하였고 1981.9.1. 위 증권의 상환을 완료하였다. 대한민국은 위 토지를 육군 제50사단 공병대부지로 사용하다가 1991.12.3. 이전에 이미 이를 군에서 사용하지 아니하기로 결정(징발해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1991.12.3. 대구광역시에 이 사건 각 대지를 매도하고 1994.10.6. 그 각 이전등기를 필하였다.
청구인은 대구지방법원에 대한민국과 대구광역시간의 위 매매행위는 무효라는 이유로 대한민국과 대구광역시를 피고로 하여, 위 소유권이전등기등말소청구와, 금 27,149,500원 및 이에 대한 1971.5.4.부터 위 금원 완제일까지 년 5푼의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징발이 해제된 1991.12.3. 환매를 원인으로 청구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 절차를 이행하라는 청구의 소를 제기(95가합3903호)하고, 이 사건 각 대지가 대한민국으로부터 대구광역시에 매도된 때인 1991.12.3. 군사상 필요가 없어져 청구인에게 이 사건 각 대지에 관하여 징특법 제20조에 의한 환매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부정하고 있는 즉 환매권의 발생요건을 규정하고 있는, 징특법 제20조 제1항 중 “증권의 상환이 종료된 날로부터 5년 이내에 당해 재산의 전부 또는 일부가 군사상 필요없게 된 때”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위헌제청신청(95카기791호)을 하였으나, 같은 법원에서 1995.7.6. 재판의 전제성이 없다 하여 이를 각하하므로 그 결정문을 같은 해 7.18. 수령하고 이 사건 헌법소원에 이르렀다. 청구인은 징특법 제20조 제1항만을 신청대상으로 하였으나 징특법 제20조의2 제1항, 제2항도 위헌제청신청을 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고 주장하면서 같은 조항도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하고 있다.
나. 심판의 대상
따라서 심판의 대상은 징특법 제20조 제1항 중 “이 법에 의하여 매수한 징발재산의 매수대금으로 지급한 증권의 상환이 종료되기 전 또는 그 상환이 종료된 날로부터 5년 이내”의 부분과 제20조의2 제1항, 제2항 규정이고 그 규정내용은 다음과 같다.
징특법 제20조(환매권) ① 이 법에 의하여 매수한 징발재산의 매수대금으로 지급한 증권의 상환이 종료되기 전 또는 그 상환이 종료된 날로부터 5년 이내에 당해 재산의 전부 또는 일부가 군사상 필요없게 된 때에는 피징발자 또는 그 상속인(이하 이 조에서 “환매권자”라 한다)은 이를 우선 매수할 수 있다. 이 경우에 환매권자는 국가가 매수한 당시의 가격에 증권의 발행년도부터 환매년도까지 연 5푼의 이자를 가산한 금액을 국고에 납부하여야 한다.
징특법 제20조의2(매수한 징발재산의 처리) ① 이 법에 의하여 매수한 징발재산의 매수대금으로 지급한 증권의 상환이 종료된 날부터 5년이 경과한 후 당해 재산의 전부 또는 일부가 군사상 필요없게 된 때에는 국가는 국유재산법의 규정에 불구하고 수의계약에 의하여 매각당시의 시가로 피징발자 또는 그 상속인에게 매각할 수 있다.
② 제1항의 규정에 의한 매각대상재산이 공공사업지역에 편입되어 다른 법률에서 그 공공사업목적 이외의 다른 목적으로의 처분을 제한하는 경우에는 국가는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피징발자 또는 그 상속인에게 매각하지 아니하고 당해 공공사업시행자에게 이를 매각할 수 있다.
2. 청구인의 주장 및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 기각이유의 요지
가. 청구인의 주장
(1) 징발법은 징발재산을 가능한 한 원상태로 사용하다가 사용할 필요가 없게 된 때에는 언제든지 원소유자의 재산권(소유권)을 회복시킬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징특법 제20조 제1항은 징발재산 중 증권의 상환이 종료된 날로부터 “5년 이내”에 군사상 필요가 없게 된 것에 관하여 피징발자가 매수당시의 가격에 연 5푼의 이자를 가산한 금액으로 우선 매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증권의 상환이 종료된 날로부터 “5년 이후”에 군사상 필요없게 된 징발재산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는바, 이는 아무런 합리적인 이유나 공공의 필요없이 평등권을 침해하고 헌법상의 재산권 보장규정에 위배된다.
(2) 징특법 제20조의2 제1항은 증권의 상환이 종료된 날로부터 5년이 경과된 이후 군사상 필요가 없게 된 것은 징특법 제20조 제1항 소정의 우선매수권조차도 없는바, 이는 징발이 해제되면 언제든지 징발재산을 반환받을 수 있는 징발법상의 기득권을 박탈하는 소급입법으로 헌법에 위반된다. 같은 법조 제2항은 제1항의 규정마저도 피징발자에게 불리하게 제한하는 규정으로서 소급입법의 위헌규정이다.
나. 대구지방법원의 위헌제청신청각하의 이유요지
재판의 전제가 된다 함은 법원에 계속중인 구체적인 사건의 재판과 관련하여 적용될 법률의 위헌 여부에 따라 법원이 다른 내용의 재판을 하게 되는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서 재판의 결론이나 주문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 것 뿐만 아니라 문제된 법률의 위헌 여부가 비록 재판의 주문자체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재판의 결론을 이끌어 내는 이유를 달리하는데 관련되어 있거나 또는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전혀 달라지는 경우에도 재판의 전제성이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본안사건에 있어서 신청인(청구인)이 주장하는 징특법 제20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환매권의 발생요건 중 “증권의 상환이 종료된 날로부터 5년 이내에” 부분의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성이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징특법 제20조 제1항의 환매는 환매권자와 국가간의 사법상 매매에 불과하고 그 밖에 특별한 효력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국가가 그 대상토지를 타에 양도하고 그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쳤으면 환매권행사로 인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는 이행불능이 된다고 할 것인바( 대법원 1990.2.13. 선고, 89다카12435 판결 참조), 본안사건에 있어서, 대구광역시가 대한민국으로부터 이 사건 각 대지를 적법하게 매수하고 그 소유권이전등기까지 경료한 이상, 위 법률조항이 위헌으로 결정되어 신청인이 이 사건 각 대지에 대한 환매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환매권행사로 인한 대한민국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가 이행불능이 되어 신청인의 청구를 기각하는 터이므로, 신청인이 주장하는 징특법 제20조 제1항 중 “증권의 상환이 종료된 날로부터 5년 이내에” 부분의 위헌 여부는 이 사건 재판의 주문에는 무슨 영향을 주거나 재판의 결론을 이끌어 내는 이유를 달리하는데 관련되어 있거나 또는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를 달라지게 하는 재판의 전제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다. 국방부장관 등 이해관계인의 의견요지는 아직 소정 진술기간안에 아무런 의견진술이 없으나 직권으로 검토하여 종국결정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 판 단
가. 요건에 관하여
(1) 징특법 제20조의2 제1항, 제2항에 대한 청구부분에 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시에 위 법조항이 신청된 바 없음을 청구인도 시인하고 있으며, 일건 기록상 청구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위 법조항이 위헌임을 설시한 흔적을 발견할 수 없으므로 심판대상 중 이 부분의 청구는 부적법하다.
(2) 징특법 제20조 제1항의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청구인의 주장에 의하면 청구인에 대한 징발매수증권의 상환완료일이 1981.9.1.이고 그로부터 5년이 경과된 후에 이 사건 토지에 대한 군사상 필요가 소멸하였다는 것이므로, 이 사건 규정에 의하면 청구인의 이 사건 토지에 대한 환매권은 소멸한 것이 되나, 만일 이 사건 규정 중 환매권발생의 기간제한 부분이 위헌이라면 청구인은 이 사건 토지에 대하여 여전히 환매권을 갖고 있고 이 경우 청구인은 이 사건 전제재판에서 승소할 수 있게 되므로 재판의 전제성은 인정된다고 본다.
나. 본안에 관하여
(1) 헌법상의 재산권보장규정과 징특법상의 환매권의 법률적 성질
(가) 헌법 제23조는 “①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 ②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 ③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의 근본취지는 우리 헌법이 사유재산제도의 보장이라는 기조위에서 원칙적으로 모든 국민의 구체적 재산권의 자유로운 이용·수익·처분을 보장하면서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은 헌법이 규정하는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같은 우리 헌법의 재산권 보장에 관한 규정의 근본취지에 비추어 볼 때,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공권력적, 강제적 박탈을 의미하는 공용수용(公用收用)은 헌법상의 재산권 보장의 요청상 불가피한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즉 공용수용은 헌법 제23조 제3항에 명시되어 있는 대로 국민의 재산권을 그 의사에 반하여 강제적으로라도 취득해야 할 공익적 필요성이 있을 것, 법률에 의거할 것, 정당한 보상을 지급할 것의 요건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일단 공용수용의 요건을 갖추어 수용절차가 종료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후에 수용의 목적인 공공사업이 수행되지 아니하거나 또는 수용된 재산권이 당해 공공사업에 필요없게 되었다고 한다면, 수용의 헌법상 정당성과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취득의 근거가 장래를 향하여 소멸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수용된 토지 등이 공공사업에 필요없게 되었을 경우에 피수용자가 그 토지 등의 소유권을 회복할 수 있는 권리 즉 환매권은 헌법상의 재산권 보장으로부터 도출되는 것으로서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의 내용에 포함되는 권리라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 헌법재판소 1994.2.24. 선고, 92헌가15 내지 17·20 내지 24 결정 참조).
(나) 징특법에 의한 토지 등의 매수는 이미 징발법 시행당시 징발된 재산(이하 “징발재산”이라 한다) 중 군사상 긴요하여 군이 계속 사용할 필요가 있는 사유재산을 국가가 매수하는 것으로서(징특법 제1조, 제2조) 그 매매절차는, 국방부장관이 징발재산의 가격사정을 하여(징특법 제3조) 소유자 등 피징발자에게 매수통지를 하고(징특법 제4조) 매수통지를 받고 이에 동의하는 피징발자는 당해 재산을 국가에 매도하여야 하며(징특법 제5조) 매수 통지를 받고도 피징발자가 국가에 매도하지 아니할 때에는 사정가격으로 국방부장관이 이를 매수하고(징특법 제6조), 국방부장관의 매수결정에 이의가 있는 피징발자는 이의를 신청할 수 있으며 이의신청이 있는 때에는 국방부장관이 징발재산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재결하도록 되어 있는바, 위와 같은 매매절차에 비추어 보면 징발매매는 피징발자가 국방부장관의 매수통지에 응하지 않더라도 결국 국방부장관의 매수결정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성립되게 되어 있으므로, 징발매매는 매매라는 법형식과는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헌법 제23조 제3항에 의한 공용수용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징특법 제20조 제1항에 의한 환매권도 헌법 제23조 제1항이 보장하는 재산권의 내용에 포함되는 권리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2) 징특법 제20조 제1항 중 심판대상 부분의 합헌성
징특법 제20조 제1항에 의한 환매권이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헌법상의 재산권 보장규정에서 도출되는 것으로서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의 내용에 포함되는 권리(원소유자의 재산권회복청구권)라고 한다면, “징발재산의 매수대금으로 지급한 증권의 상환이 종료되기 전 또는 그 상환이 종료된 날로부터 5년 이내”라는 환매기한의 설정은 그에 대한 제한이라 할 것이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에 규정된 기본권제한입법의 한계를 지킨 것인가에 관하여 살펴본다.
(가) 입법목적의 정당성에 관하여 본다
1) 만약 환매기한이 설정되지 않고 징발매수된 토지 등의 원소유자(포괄승계인 포함)가 아무리 오랜 세월이 지난 뒤에도 그 토지 등이 공공사업에 필요없게 되었을 때에는 언제든지 환매권을 행사하여 그 소유권을 회복할 수 있다고 한다면, 그 토지 등에 관한 권리관계를 심히 불안정하게 하고 이로 인하여 그 토지 등에 대한 효율적인 이용·개발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국가가 징발매수한 토지 등에 투자하여 개발한 이익이 사회일반에 돌아가지 아니하고 그 동안 전혀 관리도 하지 아니한 피징발자 개인에게 돌아가는 등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군사상 필요는 없게 되었지만 계속하여 다른 공공사업을 위하여 필요한 토지 등에 관하여도 환매권을 행사한 피징발자로부터 다시 당해 토지 등을 수용하여야 하고, 장래 그 수용목적이 폐지·변경되는 경우 피징발자는 다시 환매권을 행사하는 경우도 예상할 수 있는데 위와 같은 수용과 환매권 행사의 반복으로 인하여 환매기한을 설정하지 않는 경우 당해 토지 등의 법적 상태가 매우 불안정하게 되고 이로 인하여 그 토지 등의 사회경제적 이용이 저해될 수 있음을 명백히 알 수 있다.
2) 따라서 환매기한 설정의 입법목적은 위와 같은 불합리한 결과를 막고 토지 등의 효율적인 이용·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것으로서 정당하다고 할 것이다.
(나) 입법수단의 적정성에 관하여 본다
다음으로 “징발재산의 매수대금으로 지급한 증권의 상환이 종료되기 전 또는 그 상환이 종료된 날로부터 5년 이내”로 환매기간을 제한한 입법수단의 적정성에 관하여 본다.
1) 위와 같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환매요건 자체를 기한에 결부시켜 제한하는 것은 적절하고 유효한 방법이라고 할 것이며, 이 방법과 다른 최선의 방법을 찾아볼 수도 없으므로 이러한 제한방법이 피해의 최소성의 원칙에 어긋난다 할 수도 없다.
2) 다음 기간이 적정한가에 관하여 본다. 징특법 제15조는 징발보상증권을 1년간 거치한 후 10년간 균등분할상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징특법 제20조 제1항에 의한 환매권이 발생할 수 있는 기간은 징발매매된 날로부터 15년까지이고, 민법이 부동산에 대한 환매기간을 5년 이내로 제한하고 이를 다시 연장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제591조), 토지수용법 제71조 제1항과 공공용지의취득및손실보상에관한특례법 제9조 제1항이 환매권은 협의취득일 또는 수용일부터 10년 이내에 공공사업의 폐지·변경 기타의 사유로 수용 또는 취득한 토지의 전부 또는 일부가 필요없게 되었을 때에 한하여 환매권이 발생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사정 등을 종합하면, 대체로 15년이라는 기간은 그 동안 당해 토지의 현상·이용상태 및 주변상황 등의 변화로 말미암아 그 토지 등의 사회경제적 가치가 질적 변화를 일으키기에 상당한 기간이라고 보여진다.
그러므로 적어도 징발매매가 이루어지고 15년이 경과한 때에는 당해 토지 등을 둘러싸고 그 동안에 형성된 법률관계를 그대로 안정시켜야 한다는 법적 안정성의 요청이 종전 소유자가 소유권회복으로 인하여 얻는 사적 이익보다 우월하다고 본 입법자의 판단이 불합리하다고 할 수는 없다.
3) 또한 환매권 발생요건의 하나인 “군사상 필요없게 된 때”는 객관적으로 판단되어져야 하고 국가의 주관적 의도를 표준으로 할 것은 아니므로 환매권 발생기한이 국가의 자의(恣意)에 의하여 좌우된다고 할 수도 없다.
더욱이 징특법 제20조의2 제1항은, 징특법에 의하여 매수된 토지 등에 관하여 상환이 종료된 날로부터 5년이 경과하여 군사상 필요없게 된 때에도, 제2항에 의하여 매각대상재산이 공공사업지역에 편입되어 다른 법률에서 그 공공사업목적 이외의 다른 목적으로의 처분을 제한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토지 등의 원소유자가 국유재산법의 규정에 불구하고 수의계약에 의하여 매각당시의 시가로 매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징특법 제20조 제1항에 의한 환매권과 별도로 원소유자가 소유권회복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고 있다.
4) 청구인은 징발매매된 토지 등에 대한 보상금이 1년 거치 10년간 분할상환되는 등으로 말미암아 피징발자에게 헌법이 보장하는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기한의 정함이 없이 계속 환매권을 보장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징특법 제20조 제1항에 의한 환매권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징발매매가 적법하게 이루어진 것을 전제로 하여 보상이 정당하였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공공필요가 소멸된 경우 피징발자에게 토지 등의 소유권회복을 위하여 보장된 권리이고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아니한 것을 근거로 한 권리라고 할 수 없으므로, 설사 징발매매 당시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는 기한의 정함이 없이 환매권을 보장하여야 한다고 하는 주장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다) 따라서 징특법 제20조 제1항에 의한 환매기간의 제한은 징발매도인의 헌법상 보장되는 재산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거나 재산권 보장에 관한 헌법상의 기본이념에 저촉된다고 할 수 없고 또한 피징발자를 합리적인 이유없이 차별하는 것으로 볼 수도 없으므로 헌법 제23조, 제37조 제2항, 제11조 제1항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4. 결 론
그렇다면, 징특법 제20조 제1항 중 “이 법에 의하여 매수한 징발재산의 매수대금으로 지급한 증권의 상환이 종료되기 전 또는 그 상환이 종료된 날로부터 5년 이내”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할 것이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는 징특법 제20조 제1항 중 심판대상부분에 대하여 제5.항과 같은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조승형의 반대의견과 제6.항과 같은 재판관 조승형의 주문표시에 관한 별개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 재판관들의 의견일치에 따른 것이다.
5.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조승형의 반대의견
우리는 다수의견 중 징특법상의 환매권의 법적성격이 헌법상의 재산권보장으로부터 도출되는 것으로서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의 내용에 포함되는 권리(원소유자의 재산권회복 청구권)라고 보는 점에 대하여서는 찬성하나, 위 환매권 규정 중 이 사건 심판대상부분이 헌법 제23조, 제37조 제2항, 제11조 제1항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보는 점에 대하여서는 다음과 같이 반대한다.
가. 공공용지의취득및손실보상에관한특례법이나 토지수용법상의 수용과 징특법상의 매수(위장수용)가 그 입법과정에서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전자의 환매권 규정과 후자의 환매권 규정에 대하여 그 입법수단의 적정성 여부 등 위헌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양자를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즉 위 특례법이나 토지수용법 등에 있어서의 환매권은 평시에 있어서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져 합헌적으로 수용이 된 것을 전제로 하여 인정되고 있으나, 징특법상의 환매권은 본래 6·25사변이라는 전란에 처하여 군사상 필요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국민의 재산이 징발 사용되다가 징특법이 제정되어 사후에 매수하는 편법을 사용함으로써 수용이 된 것을 전제로 하여 인정되고 있는 것이므로 그 전제상황이 전혀 다르다.
(1) 후자의 과정을 더 살피면, 6·25사변 당시 징발재산이 사용되다가 1963.5.1. 법률 제1336호로 징발법이 제정되었으나, 동법 제21조에 의하면 징발물에 대한 사용료를 과세표준액을 기준으로 정하도록 되어 있어 사용료마저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1966.10.5. 징발법 부칙 제3조에서 1971.12.31.까지 징발 해제하지 않는 한 국가가 징발재산을 매수한다고 규정하였다. 그런데 위 규정에서 정한 기한 내에 징발재산을 정리하려고 하였지만 정부예산사정 등 여러 가지 제약으로 그 진전을 보지 못하였고, 징발재산의 정리가 늦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매년 지가앙등에 따른 부담의 증대로 국가의 부채는 누적일로에 처하고, 피징발자는 근 20년간 뚜렷한 보상대책 없이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당하여 국가를 상대로 하는 손실보상금 청구소송이 격증하자 정부는 이와 같은 여러 가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하여 1971년 이내에 연체된 징발보상금과 군이 계속 사용할 징발재산의 매수대금을 액면으로 하는 징발보상증권을 피징발자에게 지급하고 그 증권을 1년간 거치 후 10년간 분할 상환토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징특법을 국회에 제출하였다(제72회 국회 국방위원회 회의록 1면 이하 참조). 이리하여 국회는 1969.12.20. 법 2172호로 징발법 시행당시 징발된 재산을 1973.12.31.까지 매수보상 및 징발해제를 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기 위하여 ‘징발재산정리에관한특별조치법’을 의결하였고, 1970.1.1. 공포되었다.
(2) 제정 당시의 징특법 제20조 제1항은 증권상환 종료 전에 군사상 필요가 소멸한 경우에만 환매권을 보장하였으나 1970.12.31. 법률 제2264호로 위 조항을 개정하여 현재와 같이 증권상환 완료 후 5년 이내에 군사상 필요가 소멸한 경우에까지 환매권을 보장하는 것으로 환매기간을 연장하였다.
(3) 징발재산을 매수당한 국민의 입장에서는 매수대금인 상환금에 연 5푼의 이자를 가산하여 이를 1년 거치 후 10년간 분할 상환한다는 보상의 내용은 재산권박탈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라고 할 수 없고, 단지 재산권사용에 대한 사용료 정도의 보상에 지나지 않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우선 징특법 제3조에서 징발재산의 매수가격을 매수 당시의 시가를 기준으로 하되, 국세청장이 고시하는 가격기준에 의하여 산출한 평가액을 참작하여 적정하게 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국세청장이 고시하는 가격기준이라는 것이 시가에 현저하게 미달하는 과거나 현재의 사정을 고려하면 매수가격 자체도 시가에 미달하는 가격으로 사정되었음을 추지할 수 있다. 더욱이 위와 같이 산정한 매수가격에 연 5푼의 이자를 가산하여 이를 1년 거치 후 10년간 분할 상환한다는 보상의 내용은 연간 임대료가 시가의 10%정도에서 결정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매수당한 국민의 입장에서는 거치기간인 1년간은 사용료도 보상받지 못하였고, 그 후 10년간은 단지 재산권사용에 대한 사용료나 은행이자(한국은행총재의 정기예금이율조회에 대한 회신에 의하면 1970년부터 1981년까지의 1년기간 정기예금이율도 연평균 17% 이상임) 정도의 보상밖에는 수령하지 못하였다고 아니할 수 없다. 그렇다면 비록 위와 같은 내용의 증권에 의한 상환이 종료되었다고 하더라도 재산권침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할 수밖에 없다(상환 종료 후에는 사용료조차 보상받지 못한 것이 된다).
(4) 위와 같은 재산권 침해상태가 본래 6·25라는 국가비상사태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비상사태하의 국가안보를 위한 재산권제한으로 이해될 수 있으나, 위와 같은 비상사태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시점에서는 이를 원상으로 복구시켜 주는 것이 헌법이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하고 있는 취지에 부합되고 이를 방치하는 것은 위헌적인 재산권침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즉 징발매수재산에 대한 군사상 필요가 소멸하여 이를 피징발자에게 환매해 줌으로써 비로소 위헌적인 침해상태가 합헌적으로 복구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위에서 살펴본 보상의 실제에 비추어 볼 때 군사상 필요가 소멸한 경우에는 매수재산을 피징발자에게 환매대금의 상환없이 즉 무상으로 돌려주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징특법상의 환매권은 공공용지의취득및손실보상에관한특례법이나 토지수용법 등에 있어서의 환매권과는 달리 국가 스스로 불가피한 상황에 처하여 저지른 위헌적인 국민의 재산권 침해상태를 제거해 주기 위하여 특별히 피징발자에게 부여한 재산권으로서 헌법적인 의미를 갖고 있는 재산권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며, 이 점은 이 사건 규정의 심판대상부분의 위헌성을 검토함에 있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징특법의 기본법 내지 일반법인 징발법 제14조 본문에서 “징발물은 소모품인 것을 제외하고는 원상을 유지하여야 하며, 징발해제로 인하여 피징발자에게 반환할 때에는 원상으로 반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같은법 제15조 제1항에서 “징발관은 징발물의 사용이 필요없게 되거나 멸실된 때에는 지체없이 징발을 해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것은 군사상 필요에 의한 국민의 재산권침해(징발사용)는 일시적일 뿐이라는 것을 대전제로 하여 그 필요가 소멸할 때에는 이를 국민에게 원상으로 반환함이 원칙이라는 징발에 있어서의 기본원리를 규정한 것으로 위와 같은 기본원칙은 징특법의 입법, 해석, 적용에 있어서도 존중되어야 한다.]
나. 재산권의 본질적 내용의 침해 여부: 이 사건 위 심판대상부분은 환매권의 발생기간을 증권상환완료 후 5년 이내에 군사상 필요가 소멸한 경우로 제한하면서, 환매대금을 국가가 매수한 가격에 매수 당시부터 환매일까지의 연 5푼의 이자를 가산한 금액으로 규정하여 피징발자에게 환매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를 극히 예외적인 경우로 제한하고 있어 전혀 환매권을 사실상 부여하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즉 비록 위 규정 제정 당시에 예상할 수 있었던 내용은 아니지만, 징발매수 후 토지의 가격이 앙등함으로 말미암아 군사시설의 이전의 필요성이 생긴 경우에도 군당국으로서는 위와 같은 환매대금만을 상환받아서는 군사시설을 이전할 비용에 충당하지 못하게 되므로 위와 같은 환매권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는 시점에서야 비로소 군사시설의 이전을 고려하게 될 수밖에 없었으리라는 것을 쉽게 추지할 수 있다. 징발매수재산의 상당부분이 도심지에 속해 있는 토지라고 생각되는바, 상식적으로 판단할 때에도 과거에 도로가 제대로 건설되어 있지 못한 경우와는 달리 현재 군사시설이 도시에 남아 있을 필요성은 별로 없다고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규정에서 위와 같은 내용의 환매권을 규정함으로 말미암아 군당국에서 환매권발생기간이 소멸한 후에야 군사시설의 이전을 고려하게 되었다는 것은 이 사건 규정 자체의 미비 내지 불합리로 말미암아 위와 같은 헌법적 의미를 갖고 있는 환매권이 발생할 여지를 봉쇄하고 있는 것으로 이 사건 규정은 위헌이라고 할 것이다. 당재판소는 일찍이 토지재산권의 경우 “그 본질적인 내용이라는 것은 토지재산권의 핵이 되는 실질적 요소 내지 근본요소를 뜻하며, 따라서 재산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라는 것은 그 침해로 사유재산권이 유명무실해지고 사유재산제도가 형해화되어 헌법이 재산권을 보장하는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되는 지경에 이르는 경우를 말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당재판소 1989.12.22. 선고, 89헌가13 결정). 이 사건 규정에서 위와 같은 헌법적인 의미의 재산권을 보장한다고 하면서 그 재산권을 박탈하는 효과를 가지는 내용으로 이를 규정하고 있는 것은 재산권이 유명무실 내지 형해화되어 재산권을 보장하는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되는 지경에 이르는 경우의 대표적인 경우로서 위헌이라고 할 것이다. 즉 규정 자체의 모순 내지 불합리로 실현가능성이 없는 내용을 규정한 무의미한 규정, 헌법이 보장하고자 하는 권리를 봉쇄 내지 박탈하는 효과를 가진 위헌적인 규정인 것이다.
다. 비례의 원칙 위배 여부: 나아가 이 사건 규정이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는 여부를 살핀다. 우선 앞서 본 이 사건 징특법의 입법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징특법상의 환매권발생기간을, 공공용지의취득및손실보상에관한특례법 등 평시에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지는 경우의 환매권발생기간과 유사하게 제한하는 것은 형평을 잃은 것이며, 사실상 전혀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은 앞서 본 징발매수재산의 경우에는 오히려 언제 군사상의 필요가 소멸하든지 간에 군사상 필요가 없다는 통지를 받은 때로부터 기산된 상당기간을 정하여 이를 피징발자에게 돌려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이 점에서 이 사건 규정은 입법목적에 상당한 수단을 선택함에 있어 비례의 원칙에 위배한 것이라고 본다. 평시에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지는 도시재개발법에서조차 제50조 제1항에서 당해 재개발지역 안에서 시행자가 매각하고자 하는 대지 또는 건축시설을 타에 매각하는 경우 공공시설의 설치를 위하여 토지 등이 수용된 자가 기간에 제한없이 우선하여 매수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택지개발촉진법에서도 제13조 제2항에서 택지개발예정지구의 지정의 해제 또는 변경, 택지개발계획 또는 택지개발사업실시계획의 승인의 취소와 변경 기타의 사유로 수용한 토지 등의 전부 또는 일부가 필요없게 된 때에는 기간의 제한없이 환매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그점에서 보아도 환매권의 행사기간을 반드시 제한하여야 한다는 주장은 수긍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다수의견은 법적안정성과 개발이용의 효율화의 견지에서 환매기간을 제한하는 입법목적이 정당하다고 하나 법적안정성 문제는 국가와 피징발자 사이만의 문제여서 그리 큰 문제가 아니고 정당한 보상을 하지 않은 이 사건과 같은 징발재산의 경우에 한하여는 법적안정성의 요청보다도 개인의 기본권구제의 필요성이 더 크다고 할 것이다. 군사상의 필요가 소멸 내지 감소한 경우 군에서 계속 점유하는 것 보다는 피징발자에게 환매하여 자유롭게 시장경제원리에 따라서 개발·이용케 함이 보다 토지를 효율적으로 개발·이용하는 결과가 될 것임은 명약관화하므로 위 다수의견은 부당하다.
라. 평등의 원칙 위배 여부
징특법 제20조에는 “이 법에 의하여 매수된 징발재산의 매수대금으로 지급한 증권의 상환이 종료되기 전 또는 그 상환이 종료된 날로부터 5년 이내에 당해 재산의 전부 또는 일부가 군사상 필요가 없게 된 때에는 피징발자 또는 그 상속인(이하 환매권자라고 한다)은 이를 우선 매수할 수 있다. 이 경우에 환매권자는 국가가 매수한 당시의 가격에 증권의 발행년도부터 환매연도까지 연 5푼의 이자를 가산한 금액을 국고에 납부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였는가 하면 그 제20조의2에서는 "이 법에 의하여 매수한 징발재산의 매수대금으로 지급된 증권의 상환이 종료된 날부터 5년이 경과한 후 당해재산의 전부 또는 그 일부가 군사상 필요없게 된 때는 국가는 국유재산법의 규정에 불구하고 수의계약에 의하여 매각 당시의 시가로 피징발자 또는 그 상속인에 매각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다. 그리하여 징발재산의 매수대금으로 지급된 증권의 상환이 종료된 날부터 5년 이내에 징발재산이 군사상 필요없게 된 때는 환매권을 보장하며 환매대금도 피징발자가 받은 대금에도 연 5푼의 이자만 가산하는 것으로 하는데 반하여 위 증권의 상환이 종료된 날로부터 5년이 경과된 후 징발재산이 군사상 필요없게 된 때에는 환매권의 보장은 없고 단지 수의계약으로 매각할 수 있으며, 이 때의 매매대금은 매각 당시의 시가에 의하는 것으로 규정하여 징발재산에 대한 군사상 필요가 없게 된 때가 징발재산의 매수대금으로 지급된 때로부터 5년 내인 경우와 5년 후인 경우와의 사이에 피징발자의 권리에 있어 현저한 차이를 두는 것으로 규정 하였다. 우리 헌법 제11조에는 “모든 국민은 법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여 국민의 법앞의 평등권을 규정하였다. 물론 여기서 차별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합리적 이유없는 차별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위 징특법 제20조 제1항의 규정에서 징발재산의 매수대금으로 지급한 증권의 상환이 종료된 날로부터 5년 이내에 그 징발재산이 군사상 필요없게 된 경우의 피징발자의 권리와 그 5년이 경과된 후에 그 군사상 필요가 없게 된 징발재산의 피징발자와의 사이에 위와 같은 차별대우를 한 것이 합리적인 이유있는 차별인가가 문제이다. 이 차별은 순전히 징발재산이 군사상 필요없게 된 시기가 징발대금으로 지급한 증권의 상환이 종료된 날로부터 5년 내인가 5년이 경과된 때인가에 의한 차별이다. 그런데 징발재산이 군사상 필요없게 된 시기는 피징발자의 의사나 행위와는 관계없는 국가측 즉 징발한 군당국의 일방적인 사정에 의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징발재산의 매수대금으로 지급된 증권의 상환종료시부터 5년이 경과된 전과 후에 징발재산이 군사상 필요없게 된 각 사유는 피징발자의 책임에 돌릴 수 없는 사유에 인한 것이어서 피징발자에 대하여 그와 같은 차별을 할 아무런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 따라서 위 차별은 헌법 제11조 제1항에 위반된다 할 것이다.
마. 다음으로 환매대금에 관하여 첨언한다. 위에서 살펴본 징발매수경위 및 그 보상의 실제를 고려하면 군사상 필요가 소멸한 경우에는 징발매수재산을 피징발자에게 무상으로 반환하거나 보상금으로 지급한 대금 및 그 이자만을 반환받고 환매함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징발매수재산을 무상으로 반환하도록 한다면 군당국으로서는 군사시설의 이전을 하지 않으려들 것이고, 그와 같은 결과는 결국 피징발자의 재산권침해상태를 계속시키는 결과만 초래하게 된다. 또 위 규정의 환매가격이 시가보다 지나치게 저렴한데서 군사시설의 이전을 미루어 와서 위 규정이 무의미하게 되어버리고 만 결과를 생각할 때 무조건 저렴한 가격으로 환매할 수 있다고 하여 그것이 피징발자를 보호하는 것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군사시설의 이전을 촉진할 수 있는 선에서 환매가격이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고, 그것이 또 피징발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최선의 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군사시설을 교외로 이전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상한선으로 함이 합당하다고 할 수 있다. 군사시설의 이전에 필요한 비용이 얼마인가에 관하여 공적인 기관에서 이를 결정하도록 입법할 수 있을 것이다. 토지수용법 제71조에서 보상금에 상당한 가격으로 환매하되, 토지의 가격이 현저히 변경된 경우에는 법원에 증감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는 것과, 공공용지의취득및손실보상에관한특례법 제9조 제3항이 “토지 등의 가격이 취득 당시에 비하여 현저히 변경되었을 때에 사업시행자 또는 환매권자는 그에 대하여 협의를 하여야 하며 그 협의가 성립되지 아니할 때에는 토지수용위원회에서 재결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 그 입법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바. 따라서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징특법 제20조 제1항 규정 중 이 사건 심판대상부분은 헌법 제23조, 제37조 제2항, 제11조 제1항에 위반된다고 판단하였어야 한다.
6. 재판관 조승형의 별개의견
이 부분 설시내용은 1995.10.26. 선고, 93헌마246 결정의 별개의견 내용과 같으므로 생략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