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헌법소원 인용결정의 기속력
나. 헌법재판소의 불기소처분취소결정에 따라 수사를 재기하였다가 다시 불기소처분을 한 사안에 대하여 그 불기소처분을 재차 취소한 사례
재판요지
가. 헌법 제75조 제1항이 헌법소원의 피청구인에 대하여 가지는 뜻은 헌법소원의 인용결정이 있으면 피청구인은 그 인용결정의 취지에 맞도록 공권력을 행사하여야 한다는데 있다. 따라서 검사의 불기소처분을 취소하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는 때에는 그 결정에 따라 불기소한 사건을 재기하여 수사하는 검사로서는 헌법재판소가 그 결정의 주문 및 이유에서 밝힌 취지에 맞도록 성실히 수사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나. 피청구인이 헌법재판소의 헌법소원인용결정의 취지에 따른 수사를 다하지 아니하여 새로운 사실을 밝히지도 아니한 채 1차 불기소처분의 이유와 실질적으로 거의 같은 이유를 들어 다시 불기소처분을 한 것은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1항에서 명시한 인용결정의 기속력을 무시하고 거듭 자의적인 증거판단을 한 것이거나 적어도 마땅히 조사하였어야 할 중요한 사항을 조사하지 아니한 자의적인 공권력 행사라 아니할 수 없다.
1993.11.25. 선고, 93헌마113 결정, 1995.7.21. 선고, 93헌마156 결정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결정
사건
95헌마290 불기소처분취소
청구인
최 인 환 대리인 변호사 ○○○
피청구인
광주지방검찰청 검사
판결선고
1997. 07. 16.
주 문
광주지방검찰청 1995년 형제32868호 사건에 있어서 피청구인이 1995.8.23. 피의자 고경아에 대하여 한 "혐의없음"의 불기소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이 사건 기록과 증거자료(광주지방검찰청 1995년 형제32868호 불기소사건 기록 및 1990년 형제16035호 불기소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 청구인은 1988.10.20. 광주(광주)서부경찰서에 청구외 고경아(여)를 사기죄(소송사기)로 고소하였는 바, 그 고소사실의 요지는 아래 2.기재와 같다.
나. 피청구인은 1990.9.28. 위 고소사건(광주지방검찰청 1990년 형제16035호)의 피고소인인 고경아에 대하여 "혐의없음"의 불기소처분(이하 "1차 불기소처분"이라 한다)을 하였고, 청구인은 검찰청법에 따른 항고 및 재항고를 거쳐 우리 재판소에 위 불기소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청구(93헌마156 사건)를 하였으며, 우리 재판소는 1995. 7. 21. 위 불기소처분을 취소하는 결정을 하였다.
다. 피청구인은 1995.8.7. 광주지방검찰청 1995년 형제32868호로 위 고소사건을 재기하여 수사한 다음 같은 달 23. 위 고경아에 대하여 다시 "혐의없음"의 불기소처분(이하 "이 사건 불기소처분"이라 한다)을 하였으며, 청구인은 다시 검찰청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항고 및 재항고를 하였으나 모두 기각되자 같은 해 9.29. 피청구인의 위 불기소처분으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자기의 평등권등 기본권이 침해되었다 하여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였다.
2. 고소사실의 요지
가. 피고소인 고경아(이하 "피의자"라고만 한다)는 1974.12. 녹동단위농업협동조합(당시 명칭은 남부단위농업협동조합, 이하 "녹동농협"이라 한다)에게 금 1,000,000원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녹동농협 명의로 전남 고흥군 도양읍 봉암리 북촌지선의 공유수면에 대한 매립면허를 받고, 공사를 시행하여 1977.4.경 위 공유수면 매립공사의 준공인가를 받아 매립지 23필지의 실질적인 소유자가 되었는데, 피의자로부터 위 매립지에 대한 권리를 양수하였다고 주장하는 청구외 정우술(정우성으로 개명, 이하 "정우술"이라고만 한다)이 광주지방법원순천지원 77가합152호로 녹동농협을 상대로 위 매립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였고, 청구인(고소인, 이하 "청구인"이라고만 한다)은 이미 피의자로부터 위 매립지 중 일부에 대하여 채권담보의 목적으로 권리를 양도받았음을 주장하여 같은 지원 77가합193호로 위 소송에 독립당사자참가를 하였는바, 1977. 9. 10. 정우술(원고), 녹동농협(피고)과 청구인(독립당사자참가인) 사이에, "① 정우술은 피의자의 채무를 인수하여 녹동농협에게 금 2,500,000원을 지급하고, 녹동농협은 정우술에게 별지 화해조항의 부동산목록 1 내지 19 기재 19필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되, 피의자가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에는 이 화해를 무효로 한다. ② 정우술은 녹동농협으로부터 별지목록 1 및 20 기재 2필지(전남 고흥군 고양읍 봉암리 2756 대 2,538㎡ 및 같은 리 2767 대 3,918㎡)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받은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청구인에게 금 17,000,000원을 지급하되, 그 담보를 위하여 청구인 앞으로 위 2필지(봉암리 2756 및 2767)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보전의 가등기절차를 이행하고 정우술이 위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때에는 위 각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절차를 이행한다."는 것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소송상 화해가 성립되었다.
나. 청구인은 정우술이 위 금 17,000,000원의 채무를 변제하지 아니하자 위 화해조항에 기하여 위 봉암리 2756 및 2767 2필지에 관하여 청구인 앞으로 가등기 및 본등기를 마쳤는데, 피의자와 정우술은 광주지방법원 79가합149호로 피의자의 이의에 따라 위 화해가 실효되었음을 주장하여 위 봉암리 2756 토지에 관하여 청구인 앞으로 마쳐진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소송을, 광주지방법원순천지원 80가합223호로 위 봉암리 2756 및 2767 2필지에 관하여 청구인 앞으로 마쳐진 각 소유권이전등기가 채권담보의 목적으로 마쳐진 것인데 그 중 분할된 일부 토지의 매도대금으로 피담보채무의 원리금에 충당하였음을 주장하여 나머지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소송을 각 제기하였으나 위 각 소송에서 피의자 등의 패소판결이 확정되었다.
다. 이에 피의자는, 그녀가 1977.4.8. 정우술에게 위 매립지 중 별지목록 1 내지 19 기재의 19필지에 대한 권리를 단지 명의신탁한 것일 뿐 실질적인 매매약정은 없었으며, 또 1979. 5.경에는 녹동농협에 대하여 위 소송상 화해에 따른 이의권을 포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우술과 공모하여 피의자와 정우술 사이에 1977.4.8.「피의자는 별지목록기재 20필지 전부를 금 1,085,460,000원으로 정우술에게 매도하되 미리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주고, 정우술은 위 매매대금 일부의 지급에 갈음하여 피의자의 타인에 대한 채무를 인수하며 잔대금은 1980.12.30.까지 지급하기로 하되 이를 이행하지 못하면 이 매도계약은 무효로 하고 피의자 앞으로 다시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주기로 한다」는 요지의 매매계약이 체결된 것 처럼 허위의 "약정서"를 작성한 다음, 피의자가 위 화해조항에 따른 이의권을 포기한 사실을 숨기고, 1988.9.2. 광주지방법원에 정우술이 위 매매계약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고 또 피의자가 위 화해조항(제9항)에 따른 이의권을 행사하였으므로 위 봉암리 2767 토지에서 분할된 같은 리 2767의 6 대 1,177㎡에 관하여 정우술 앞으로 마쳐진 소유권이전등기는 원인무효의 등기이고 이에 터잡아 이루어진 청구인등의 소유권이전등기 역시 원인무효의 등기이므로 녹동농협을 대위하여 위 각 등기의 말소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한다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하면서, 위와 같이 허위로 작성된 "약정서"를 증거로 제출함으로써 법원을 기망하여 위 토지를 편취하려고 하였다.
3. 불기소이유의 요지
청구인은 위 1977.4.8.자 피의자와 정우술간의 약정서(이하 "이 사건 약정서"라 한다)가 허위로 작성되었다고 주장하면서 몇가지 근거를 들고 있으나, 이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믿기 어렵다.
가. 위 약정서상의 매립지 면적이 같은 날 같은 매립지에 관하여 작성되어 공증받은 양도계약서상의 매립지 면적과 다르고 약정서의 부동산목록 기재순서가 1977.9.10.자 화해조서의 그것과 일치되며, 정우술이 녹동농협을 상대로 소송(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77가합152호)을 제기할 때에는 공증된 위 양도계약서만 증거로 제출되었던 점에 비추어, 위 약정서는 위 소제기시까지는 존재하지 아니하였다는 주장에 대하여,피의자와 정우술은 위 약정서가 1977.4.8. 사실대로 작성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고(소재불명으로 추가조사 불능), 화해 당시 재판장이던 이형년은 화해조서 작성 당시 위 약정서가 제출되었다고 진술하고 있으며, 당시의 참여주사이던 조창우(불기소이유의 "조창호"는 "조창우"의 오기로 보인다)의 진술서도 이에 부합하며, 위 화해조항에 피의자가 이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봉암리 2767 토지가 화해의 대상으로 그 별지목록에 기재되어 있는 점, 20필지 전부를 피의자가 정우술에게 양도하기로 한 화해조항의 내용이 약정서의 기재와 일치되는 점 등에 비추어, 위 화해조서 작성 당시 위 약정서가 제출된 것으로 보여진다.(위 순천지원 77가합152호 및 193호 사건기록은 보존년도 경과로 폐기되어 약정서의 제출여부는 확인 불능)나. 위 약정서에 찍힌 정우술의 인영이 1983년 이후에 작성된 문서에만 나타나고 1981년도 이전에 작성된 서류에는 공증된 위 양도계약서에 찍힌 정우술의 인영과 유사한 인영이 찍혀 있다는 주장에 대하여,정우술은 당시 2개의 인장을 동시에 사용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참고인 박이철, 정상열도 위 약정서의 현존사실 및 작성경위를 진술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청구인의 위와 같은 주장은 오히려 정우술(불기소이유의 "피의자"는 "정우술"의 오기로 보인다)이 2개의 도장을 사용하고 있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다. 피의자와 정우술이 위 매립지에 관하여 여러차례 소송을 제기하였으면서도 1987년에 피의자가 최달연을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소송(광주지방법원 87가합50)을 제기할 때까지는 위 약정서를 제출한 흔적이 없는 점에 비추어 위 1977.9.10. 화해 당시에는 위 약정서가 제출된 사실이 없다는 주장에 대하여,피의자의 진술과 같이 위 약정서는 피의자와 정우술 및 녹동농협간의 분쟁소송에만 필요한 증거서류이므로 위 약정서가 제출 사용될 필요가 없었다고 볼 때 위 주장은 이유가 없다.
라. 위 약정서를 직접 작성하였다는 정상열은 위 약정서 작성일시경 부산에 있었고 위 정우술은 당시 피의자에게 6,900만원을 빌려줄 재력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하여,정상열은 자신이 위 일시에 이 사건 약정서를 작성하였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고, 정우술의 재력에 관하여 청구인의 주장에 부합하는 최익준(피의자의 전 남편)의 진술은 믿기 어려워서 정상열이나 정우술의 진술을 배척하기에는 부족하다.
마. 피의자가 1977.4.8. 이후에도 정우술과 함께 위 매립지의 소유자로 행세하였고, 정우술은 1983.12.6.(1984.3.8. 공증) "위 매립지를 1977.4.5. 피의자로부터 명의신탁 받았다가 다시 반환한다"는 내용의 양도증서를 작성하여 주었던 점에 비추어 위 약정서 기재와 같은 매매계약은 존재하지 아니하였다는 주장에 대하여,1977.4.8. 이후 피의자와 정우술(불기소 이유의 "정상열"은 "정우술"의 오기로 보인다)이 서로 혼인생활을 하고 있는 상태에서 피의자가 정우술과 함께 소유자 행세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고, 위 약정서에 "1980.12.30. 이후에는 정우술이 매립지 20필지에 관하여 일체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 점에 비추어 위 1983.12.6.자 양도증서는 오히려 위 약정서의 존재사실을 인정하는 자료가 되며, 위 양도증서가 이 사건 소송제기일(1988.9.1.)보다 약 4년 전에 공증받은 것으로 보더라도 청구인의 진술만으로 위 약정서나 양도증서가 이 사건 소송과 관련하여 급조된 것이라고 보기에 부족하다.
바. 위 화해조서 작성 당시 피의자가 참석한 사실이 없다는 주장에 대하여,당시 재판장이던 이형년, 참여주사 조창우의 진술과 박이철, 김상휘, 김성용의 진술과 화해조항 제9항의 내용에 비추어 청구인이나 최익준, 한형택의 진술만으로는 위 주장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사. 결 론
정우술, 정상열, 이형년 등의 진술내용에 다소 문제가 있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나, 피의자 및 정우술은 현재 각 소재불명이고, 참고인 정상열, 이형년은 모두 사망하여 더 이상 수사가 불가능한 형편인데다가, 피의자가 녹동농협과 청구인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들(이 사건 고소대상이 된 광주지방법원 88가단20666호 사건과 88가단20659호 사건)의 판결이유에서도 위 약정서 및 그에 기초한 화해조서의 존재를 인정하는 취지의 이유설시를 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청구인의 진술만으로는 피의자가 이 사건 약정서를 허위로 작성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혐의없음에 귀착된다.
4. 당사자의 주장
가. 청구인의 주장
(1) 소송사기의 기망행위는 법원의 판결이 확정된 때에 비로소 종료되는 것인바, 피의자가 허위로 작성된 이 사건 약정서를 증거로 제출함으로써 법원을 기망하여 토지를 편취하려 한 이 사건 소송은 현재도 광주지방법원 항소부에 계속되어 있으므로 피의자의 기망행위는 아직 종료하지 아니하였고 따라서 이 사건 고소사실에 대한 공소시효 역시 아직 진행되지 아니하고 있다.
(2) 헌법재판소 1995.7.21. 선고, 93헌마156 결정의 판단부분에 기재된 바와 같이 이 사건 약정서는 사후에 허위로 작성된 것임이 명백하고, 피의자가 1979.5.9. 및 같은 달 23. 위 화해조항 제9항에 의한 이의권을 행사하지 아니하기로 확약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위 허위의 약정서에 기하여 이 사건 매립지에 대하여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소송을 제기한 것은 사기에 해당함이 명백하다.
(3) 따라서 이 사건 불기소처분은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로서 청구인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에서의 진술권을 침해한 것이다.
나. 피청구인의 답변
(1) 이 사건 고소사실에 대한 공소시효는 피의자의 제소에 대하여 청구인이 응소한 1988.11.경부터 진행하였으므로 이 사건은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되어 청구인의 심판청구는 권리보호의 이익을 상실하였다.
(2) 이 사건은 1977.4.경 이루어진 간척사업과 관련된 것이어서 20년 가까이 경과한 상황에서 피의자의 범죄혐의를 인정할 만한 증거를 찾기는 어렵고, 이 사건 약정서가 허위로 작성되었다는 청구인의 주장은 단순한 추측에 불과할 뿐이고 이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는 참고인들 역시 이 사건 토지와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사람들인바, 헌법상의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범죄혐의를 인정할 명확한 증거가 있는 경우에만 기소하고 공소를 유지하여야 할 검사의 의무에 비추어 위와 같은 참고인들의 진술을 받아들여 피의자를 기소하는 것은 부당하다.
5. 판 단
가. 공소시효의 완성여부
공소시효는 범죄행위를 종료한 때로부터 진행한다( 형사소송법 제252조 제1항). 사기죄는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 형법 제347조)이므로 행위자가 그의 기망행위로 인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때로부터 공소시효가 진행하고 그 미수범은 기망행위를 종료한 때로부터 공소시효가 진행한다 할 것이나, 이른바 "소송사기"에 있어서는 피기망자가 법원으로서 기망행위로 인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될 것인지의 여부 즉 결과발생의 여부가 법원의 판결에 달려있고 재판에는 심급제도가 있으므로, 소송사기죄(그 미수범의 경우도 같다)의 공소시효는 통상의 불복절차로서는 더 이상 불복할 수 없는 종국적인 패소판결의 선고시 또는 재판종료시(소의 취하 또는 청구의 포기 등)부터 진행한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고소사실과 관련된 피의자 제소의 민사소송은 1996.4.18. 광주지방법원 항소부에서 원고(피의자)청구기각의 판결이 선고되고 같은 해 9.10. 대법원에서 원고(피의자)상고기각의 판결이 선고됨으로써 그날 원고(피의자)패소판결이 확정된 사실이 인정된다. 그렇다면 위에서 본 법리에 따라 이 사건 불기소처분의 대상이 된 사기미수범행의 공소시효는 위 대법원판결의 선고일인 1996.9.10.부터 진행한다 할 것이고 사기미수죄의 공소시효기간은 7년( 형법 제352조 제347조, 형사소송법 제249조 제1항 제3호)이므로 아직 그 공소시효는 완성되지 아니하였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점에 관한 피청구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 본안에 관한 판단
(1)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1항은 헌법소원의 인용결정은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이 헌법소원의 피청구인에 대하여 가지는 뜻은 헌법소원의 인용결정이 있으면 피청구인은 모름지기 그 인용결정의 취지에 맞도록 공권력을 행사하여야 한다는데에 있다. 따라서 검사의 불기소처분을 취소하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는 때에는 그 결정에 따라 불기소한 사건을 재기하여 수사하는 검사로서는 헌법재판소가 그 결정의 주문 및 이유에서 밝힌 취지에 맞도록 성실히 수사하여 결정을 하여야 한다( 헌법재판소 1993.11.25. 선고, 93헌마113 결정).
(2) 우리재판소는 1995.7.21. 1차 불기소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93헌마156 사건에서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 불기소처분을 취소하는 결정을 한 바 있다.
즉, 수사기록에 의하면 피의자와 정우술사이에 1977.4.8. 작성되었다는 이 사건 약정서에 관하여는 그 판시와 같이 우리의 경험칙상 선뜻 수긍하기 어려운 여러가지 이례적인 사실들이 얽혀 있어 그 약정서는 피의자와 정우술등이 소송제기를 위하여 사후에 허위로 작성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을 떨칠 수가 없는 바, ① 이러한 점에 대한 피의자와 정우술의 변소는 전후 일관성이 없거나 경험칙상 수긍하기 어려운 대목이 많이 있는데도, 피청구인은 그들의 진술을 가볍게 믿고 더 이상의 추궁이나 조사를 한 흔적이 없다. ② 또 "1977.4.당시 정우술에게는 금 6,900만원을 피의자에게 대여할 정도의 자력이 없었다든가, 위 약정서상의 토지 평당매매가격이 1977년 당시의 시가와는 현저한 차이가 있다든가, 위 약정서의 작성자라는 정상열은 그 당시 이 약정서의 작성지라는 고흥군 녹동에 있지 않았다"는 등 청구인의 주장에 대하여 전혀 조사를 하지 아니하였거나 그 조사가 매우 미흡했다. ③ 피청구인이 1차 불기소처분의 근거로 삼은 증거 중 정우술, 정상열, 이형년의 각 진술은 그들과 피의자와의 관계 및 그 내용으로 보아 그 진술의 신빙성에 의심의 여지가 많이 있고 그밖의 증거들은 그 신빙성에 의심이 생기는 피의자와 정우술의 법정에서의 증언이거나 별로 증거자치가 없는 것이었는데도 피청구인이 이것들을 근거로 불기소처분을 하였다. 따라서 1차 불기소처분은 우선 증거판단을 그르친 것이고 그 다음으로는 경험칙상 수긍하기 어려운 여러가지 이례적인 사실들에 대하여 적어도 합리적인 의심은 풀릴 정도의 수사를 하였어야 하는데도 이를 하지 아니하였다 하여 이를 취소하였던 것이다. 요컨대 우리재판소 93헌마156 결정의 요지는, 첫째로 증거판단의 잘못을 지적하고, 둘째로 이를 바로 잡기 위한 방법으로 필요한 수사를 명한 것이라 할 수 있다.
(3) 그런데 이 사건 불기소결정의 이유기재와 피청구인의 수사내용을 보면, 피청구인은 우리재판소가 위 93헌마156 사건의 결정이유에서 밝힌 취지에 맞도록 성실한 수사를 하였다고 볼 수 없다. 피청구인은 여러 항목에 걸쳐 장황하게 불기소에 이른 이유설명을 하고 있으나 가장 중요한 증거인 피의자와 정우술에 대하여 그들이 소재불명이라는 이유로 아무런 조사도 한 바 없이 다시 "혐의없음"의 종국결정을 하였고, 우리재판소가 우리의 경험칙상 신빙성이 없다고 본 정우술, 정상열 등의 종전진술을 그대로 취신하였으며 그밖에도 1차 불기소처분 당시와 같이 이 사건의 쟁점과는 별로 관련이 없거나 그 해명에 도움이 되지 않는 증거들만 조사하였을 뿐 정작 쟁점에 관련된 핵심적 조사는 소홀하였다고 볼 수 밖에 없다[피청구인이 이 사건 불기소결정에서 명백히 말하고 있지는 않지만, 실제는 이 사건 피의자의 사기범행에 관한 공소시효기간에 겨 제대로 조사를 하지 못한 일면도 있는 것 같으나, 이 점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피청구인이 소송사기죄에 관한 공소시효의 기산점을 오해한 데에서 기인한 것이고 이 사건 사기범행에 관한 공소시효기간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피청구인은 이 사건 불기소결정의 이유기재 "결론"부분에서, 참고인 정우술, 정상열, 이형년 등의 각 진술내용에 다소 문제가 있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나 ① 피의자와 정우술은 현재 각 소재불명이고 ② 참고인 정상열, 동 이형년은 각 사망하여 더 이상 수사가 불능한 형편인데다가 ③ 피의자의 변명 중에는 설득력이 있는 부분도 있고 ④ 그밖에 관련민사소송사건의 판결이유에서 이 사건 약정서 및 그에 기초한 화해조서의 존재를 인정하는 취지의 이유설시가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청구인의 진술만으로는 범행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설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부분 이유설시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부당하다. 우리재판소가 93헌마156 결정의 이유설명에서 분명히 밝혔듯이 참고인 정상열, 이형년 등은 더 이상 조사할 필요가 없는 참고인들이고, 피의자와 정우술이 현재 소재불명이라면 그들의 진술의 중요성에 비추어 기소중지 또는 참고인 중지의 결정을 하였다가 철저히 그 소재를 수사하여 그들을 충분히 조사한 후에 종국결정을 하였어야 마땅하며, 전체적으로 보면 피의자의 진술은 전후 일관성이 없거나 우리의 경험칙상 수긍하기 어려운 대목이 많아 그 신빙성이 박약하다는 것이 우리재판소의 견해이었고, 관련민사소송사건의 판결이유가 그러하다 하여 이 사건 수사를 멈출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수사기록을 보면 관련민사소송사건에 관한 법원의 판결이 심급에 따라 결론을 달리 한 바도 있고 또 민사법정에서는 실체적 진실을 가려내기가 어려워서 그 진실을 가리고자 이 사건 고소에 이른 것이 아닌가 라고도 짐작되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피청구인의 답변과 같이 1977.4.경 이루어진 간척사업과 관련된 것이어서 이미 20년의 세월이 흘렀다고 할지라도 수사기록에 뚜렷이 나타나 있듯이 위 간척사업과 관련하여 또 피의자나 정우술의 소행과 관련하여 생겨난 많은 형사사건과 민사소송사건의 일부가 아직도 법원에 계류중이거나 새로운 제소의 가능성도 있으므로 그 실체적 진실은 철저히 가려져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피청구인에게 한가지 주의를 환기하고자 한다. 헌법소원은 국민의 기본권침해를 구제하기 위한 제도이고 헌법재판소는 바로 이러한 헌법소원을 심판하는 헌법상의 국가기관이다.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은 직접적으로는 공권력작용으로 인한 국민의 기본권침해의 여부이지 당해 공권력의 주체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부여된 그 고유의 권한을 그 권한범위내에서 행사한 내용이 아니다. 우리재판소 93헌마156 결정의 취지도 우리의 경험칙상 수긍하기 어려웠던 피청구인의 증거판단을 새로운 수사를 통하여 바로잡고 여러가지 의문나는 점에 관하여 다시 성실히 수사할 것을 명하였을 뿐이지 그러한 수사의 결과에 의한 결론(기소 또는 불기소)을 그 어느 쪽으로 내도록 지시하거나 유도한 바 없다. 이 사건에 관한 피청구인의 답변에는 이 점을 오해하고 있는 듯한 설시가 있으므로 이 기회에 분명히 밝혀두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사건 불기소처분은 그 실질에 있어서 우리재판소가 잘못이라고 지적한 1차 불기소처분때의 증거판단을 되풀이하고 증거자료의 면에서도 이렇다 할 중요한 조사없이 다시 불기소처분을 한 것임이 분명하다.
(4) 이와 같이 피청구인이 헌법재판소의 헌법소원인용결정의 취지에 따른 수사를 다 하지 아니하여 새로운 사실을 밝히지도 아니한 채 1차 불기소처분의 이유와 실질적으로 거의 같은 이유를 들어 다시 불기소처분을 한 것은,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1항에서 명시한 인용결정의 기속력을 무시하고 거듭 자의적인 증거판단을 한 것이거나 적어도 마땅히 조사하였어야 할 중요한 사항을 조사하지 아니한 자의적인 공권력행사라 아니할 수 없다.
6. 결 론
그렇다면, 피청구인의 이 사건 불기소처분은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1항에 위배되고 나아가 헌법상 보장된 청구인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 헌법 제27조 제5항)을 침해하였다고 아니할 수 없으므로, 같은 법 제75조 제2항·제3항에 따라 이 사건 불기소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관여재판관 전원의 의견일치에 따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