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법정형(法定形)의 내용에 관한 입법형성권(立法形成權)
2. 뇌물죄(賂物罪)의 가중처벌을 규정한 특정범죄가중처벌(特定犯罪加重處罰)등에관한법률(法律) 제2조 제1항 제1호의 법정형(法定形)이 살인죄(殺人罪)보다 무겁다는 이유로 지나치게 가혹하고 무거운 형벌인지 여부
3. 위 법정형(法定形)이 형법상의 수뢰죄(收賂罪)에 비하여 과중하여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잃었는지 여부
4. 작량감경(酌量減輕)을 하여도 집행유예(執行猶豫)를 선고할 수 없도록 법정형(法定形)을 정한 것이 법관의 양형결정권(量刑決定權)을 과도하게 제한한 것인지 여부
재판요지
1. 법정형(法定形)의 종류와 범위의 선택은 그 범죄의 죄질(罪質)과 보호법익(保護法益)에 대한 고려뿐만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 국민 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그리고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 여러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입법재량(立法裁量) 내지 형성(形成)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분야이므로, 어느 범죄에 대한 법정형(法定形)이 그 범죄의 죄질(罪質) 및 이에 따른 행위자의 책임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어서 현저히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잃고 있다거나 그 범죄에 대한 형벌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일탈하였다는 등 헌법상의 평등의 원칙 및 비례의 원칙 등에 명백히 위배되는 경우가 아닌 한, 쉽사리 헌법에 위반된다고 단정하여서는 아니된다.
2. 보호법익(保護法益)과 죄질(罪質)이 서로 다른 둘 또는 그 이상의 범죄를 동일 선상에 놓고 그 중 어느 한 범죄의 법정형(法定形)을 기준으로 하여 단순한 평면적인 비교로써 다른 범죄의 법정형(法定形)의 과중여부를 판정하여서는 아니된다. 살인죄(殺人罪)는 강학상의 이른바 개인적(個人的) 법익(法益)을 침해하는 죄로서 그 보호법익(保護法益)은 사람의 생명이고 형법상의 수뢰죄(收賂罪)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이른바 국가적(國家的) 법익(法益)을 침해하는 죄로서 그 보호법익(保護法益)은 국기기능의 공정성이며 더 구체적으로는 공무원(公務員)의 직무(職務) 순수성(純粹性) 내지 그 직무행위(職務行爲)의 불가매수성(不可買收性)이므로 양자는 그 보호법익(保護法益)과 죄질(罪質)이 다르다. 따라서 살인죄(殺人罪)의 법정형(法定形)을 기준으로 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 소정형의 경중을 논단할 수는 없다 할 것이고 이 점은 사람의 생명이 가장 존귀한 형벌법규의 보호법익(保護法益)이라 하더라도 결론을 달리 할 수 없다.
3. 뇌물죄(賂物罪)가 국가와 사회에 미치는 병폐는 수뢰액이 많으면 많을수록 가중된다는 점에서 볼 때, 수뢰액을 기준으로 한 단계적 가중처벌은 비록 수뢰액의 다과만이 그 죄의 경중을 가늠하는 유일한 기준은 아니라 할지라도 그 가장 중요한 기준임에 비추어 일응 수긍할 만한 합리적 이유가 있다 할 것이고, 더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경우는 모든 수뢰죄(收賂罪)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수뢰액이 5,000만원 이상인 경우에만 적용된다는 점과 수뢰액의 상한에 제한을 두지 아니하면서도 그 법정형(法定形)에 사형(死刑)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그것이 형벌체계상 균형을 잃었다고 할 정도로 과중하다고는 볼 수 없다.
4. 가. 입법자가 법정형(法定形) 책정에 관한 여러 가지 요소의 종합적 고려에 따라 법률 그 자체로 법관에 의한 양형재량(量刑裁量)의 범위를 좁혀 놓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당해 범죄의 보호법익(保護法益)과 죄질(罪質)에 비추어 범죄와 형벌간의 비례의 원칙상 수긍할 수 있는 정도의 합리성이 있다면 이러한 법률을 위헌이라고 할 수 없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작량감경(酌量減輕)을 하더라도 별도의 법률상(法律上) 감경사유(減輕事由)가 없는 한 집행유예(執行猶豫)의 선고를 할 수 없도록 그 법정형(法定形)의 하한을 높여 놓았다 하여 곧 그것이 법관의 양형결정권(量刑決定權)을 침해하였다거나 법관독립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고 나아가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없다.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2조 제1항 제1호(제정 1966.2.23. 법률 제1744호, 개정 1980.12.18. 법률 제3280호, 1990.12.31. 법률 제4291호)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1989.6.5.부터 1990.9.7.까지 공군참모총장(공군대장)으로 재직한 자로서, 1993.5.18.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2조 제1항 제1호 위반(뇌물수수) 등으로 서울형사지방법원에 기소되자(동 법원 93고합 943 사건), 위 법원에 공소장기재의 적용법조인 위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그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신청을 하였으나(위 법원 93초3365 위헌제청신청), 위 법원은 같은 해 7.27. 그 신청을 기각함과 동시에 청구인에게 위 법률조항들을 적용하여 징역 5년과 추징금 1억 5천만을 선고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같은 해 8.10.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라 위 법률조항의 위헌여부심판을 구하여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그러므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이하, “특가법”이라 약칭한다) 제2조 제1항 제1호(제정 1966.2.23. 법률 제1744호, 개정 1980.12.18. 법률 제3280호, 1990.12.31. 법률 제4291호; 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로서 그 규정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2조(뇌물죄의 가중처벌) ① 형법 제129조·제130조 또는 제132조에 규정된 죄를 범한 자는 그 수수·요구 또는 약속한 뇌물의 가액(이하 본조에서 “수뢰액”이라 한다)에 따라 다음과 같이 가중처벌한다.
1. 수뢰액이 5천만원 이상인 때에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2. 청구인의 주장과 관계기관의 의견 등
가. 청구인의 주장
(1) 우리 헌법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는 기본권 존중의 이념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므로, 입법자가 형벌법규에서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는 행위의 경중과 행위자의 부책에 상응하도록 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법정형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되어 있는바 이는 형법상의 살인죄 등 다른 범죄들에 비하여 그 법정형이 지나치게 높아서 법정형벌 체계상의 균형을 잃고 있을 뿐만 아니라 행위자를 그 귀책사유 이상으로 과잉처벌을 하고 있다. 이는 헌법 제10조에 규정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할 국가의 의무와 헌법 제11조에 규정된 평등의 원칙에 반하고, 헌법상 법치국가의 기본원리인 과잉입법금지의 원칙 및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는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반되는 것이다.
(2)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적용되는 뇌물수수 등의 사건은 그 죄질의 형태와 정상의 폭이 넓어 법관의 탄력적인 운용이 긴요한 종류의 사건인데도 동 법률조항은 뇌물의 가액이라는 한 가지 기준만으로 지나치게 가중처벌을 하고 있고, 특히 그 법정형의 하한을 10년으로 정함으로써 구체적 사건을 담당하는 법관으로서는 양형을 함에 있어 피고인에게 참으로 딱한 정상들이 있어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별도의 법률상 감경사유가 없는 한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도록 되어 있어 그 양형재량권을 극도로 제한하고 있는바, 이는 헌법 제27조에 규정된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헌법 제103조에 규정된 법관의 독립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다.
나.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
이 사건 법률조항은 뇌물수수 사건이 빈발하고 또 뇌물액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뇌물액이 일정규모 이상인 경우에 형을 가중하여 처벌함으로써 일반예방의 효과를 거두어 건전한 공직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입법정책적인 고려에서 제정된 것이고 그간 사회경제적 상황의 변천에 따라 기준이 되는 뇌물액을 증가시켜 온 것으로서, 이러한 입법의 배경 및 동 조항의 개정경과, 현재의 경제상황에서 금 5천만원이 가지는 경제적 가치 그리고 부패방지를 열망하는 국민일반의 법감정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법률조항이 형벌의 기능과 목적에 본질적으로 배치된다거나 평등의 기본원리인 합리성과 비례성의 원칙을 현저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으므로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
다. 법무부장관의 의견
(1) 우리 형법은 공직의 청렴성을 보호하기 위해 공무원의 뇌물죄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으나, 공무원의 직무상 부정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제규모의 확대와 더불어 수뢰액수가 대형화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형법상의 규정만으로는 공무원의 부정행위를 척결하기에 미흡하다는 입법정책상의 고려에 따라 공무원의 뇌물죄에 대한 가중처벌규정을 “특가법”에 두게 된 것이다.
(2) 위와 같은 입법의 배경, 도시의 1가구당 월간 최저생계비가 130여만원인 현재의 경제상황, 공직사회의 부정부패에 대한 국민일반의 법감정,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통상의 형사처벌과 비교하여 현저히 형벌체계상의 정당성과 균형을 잃었다거나 평등의 기본원리인 합리성과 비례성의 원칙을 현저하게 침해하였다고 할 수 없으므로, 평등의 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3) 이 사건 법률조항의 법정형이 지나치게 과중하여 기본권제한입법의 한계인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하였는지의 여부를 특히 살인죄의 법정형과 비교하여 살펴보면, 첫째 공무원이 5천만원 이상의 고액의 뇌물을 수수하는 등의 행위는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는 경우의 살인죄와 비교할 때 그 훼손되는 국가·사회적 이익이 더욱 크다고 할 것이므로 그 죄질 역시 살인죄보다 훨씬 더 불량하다는 점, 둘째 동 법률조항은 그 법정형의 상한에서 사형을 배제함으로써 살인죄와 비교할 때 기본권침해의 정도가 적다고 할 수 있으므로, 그 법정형의 하한이 단순히 산술적으로 살인죄의 그것보다 높다고 하여 곧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는 점, 셋째 입법자는 5천만원 이상의 거액을 수뢰한 자에 대하여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집행유예로 석방되지 아니하도록 결단을 내린 것이라 할 것이고 이러한 입법자의 결단은 존중되어야 할 것이므로,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다고 하여 과잉처벌이라고는 할 수 없다는 점, 넷째 우리나라와 정치·경제·사회적인 면에서 유사한 처지에 있는 대만의 부정공무원처벌법 (감난시기탐오치죄조례(戡亂時期貪汚治罪條例)은 이 사건 법률조항보다 훨씬 더 엄중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동 법률조항이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정한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고 따라서 헌법 제10조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할 국가의 의무에도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4)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집행유예의 판결을 선고할 수 없도록 한 형벌법규로 인하여 법관이 구체적 사건을 재판함에 있어 집행유예의 판결을 선고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입법자의 의도이고 입법재량권의 범위 내에 속한다면 그러한 법률이 곧 법관의 양행재량권이나 법관의 독립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라. 검찰총장의 의견
법무부장관의 의견과 대체로 같다.
3. 판단
가. 법정형의 내용에 관한 입법형성권
어떤 범죄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하는 문제 즉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의 선택은 그 범죄의 죄질과 보호법익에 대한 고려뿐만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당시의 시대적 상황, 국민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그리고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 여러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분야이다. 따라서 어느 범죄에 대한 법정형이 그 범죄의 죄질 및 이에 따른 행위자의 책임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어서 현저히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잃고 있다거나 그 범죄에 대한 형벌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일탈하였다는 등 헌법상의 평등의 원칙 및 비례의 원칙 등에 명백히 위배되는 경우가 아닌 한, 쉽사리 헌법에 위반된다고 단정하여서는 아니된다. 그리고 형법규정의 법정형만으로는 어떤 범죄행위를 예방하고 척결하기에 미흡하다는 입법정책적 고려에 따라 이를 가중처벌하기 위하여 특별형벌법규를 제정한 경우(특가법 제1조 참조)에는 형법규정의 법정형만을 기준으로 하여 그 특별형벌법규의 법정형의 과중여부를 쉽사리 논단해서도 안될 것이다.
먼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배경과 개정의 경과를 살펴본 다음, 위와 같은 관점에서 그 법률조항이 청구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위헌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배경과 개정연혁
우리 헌법은 제1장 총강(總綱)편에서 공무원의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성과 책임, 그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의 보장을 규정하였으며(제7조)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은 공무원의 성실의무, 친절 공정의무와 아울러 청렴의 의무를 규정하는 한편 그 신분보장과 권익보장에 관하여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고(국가공무원법 제56조·제59조·제61조·제8장·제9장, 지방공무원법 제48조·제51조·제53조·제7장·제8장 등 참조) 또 각종 사회보장입법은 공무원에 대하여 큰 우대를 하고 있다(국가공무원법 제77조, 지방공무원법 제68조, 공무원연금법, 국가유공예우등에관한법률 제4조 제1항 제3호 내지 제6호·제11호·제12호 등 참조). 이와 같이 헌법과 법률이 공무원에 대하여 무거운 책무를 지우는 한편 그 신분과 권익을 강력히 보장하고 있는 것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기능수행에 있어서 공무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극명하게 말해 주는 것이다. 공무원의 청렴성이 확보되지 아니하고 공직사회가 부패하면 국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국가기능의 공정하고 원활한 수행이 어렵게 되고 이는 나아가 사회전체의 질#08서와 기강에도 곧바로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공무원의 청렴성과 공직의 불가매수성을 보호하기 위해 각국은 형사입법으로 이를 깨뜨리는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여 형벌을 가하고 있으며, 우리 형법도 제129조 내기 제134조에서 그와 같은 규정들을 두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 공직자의 직무상 부정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제규모의 확대와 더불어 수뢰액이 고액화되어 왔으며, 기본법인 형법의 규정만으로는 이러한 공무원의 직무상 부정행위를 예방하고 척결하기에 미흡하다는 입법정책상의 고려에 따라 1966.2.23. 법률 제1744호로 “특가법”을 제정하면서 제2조에 공무원의 수뢰죄를 가중처벌하는 규정을 두는 한편 제4조에서 정부관리기업체의 간부직원도 형법상 수뢰죄(제129조 내지 제132조)의 적용에 있어서는 이를 공무원으로 본다는 규정을 두었다.
당시 특가법 제2조 제1항의 규정내용은 형법 제129조·제130조 또는 제132조에 규정된 죄를 범한 자는 그 수수·요구 또는 약속한 뇌물의 가액(이하, “수뢰액”이라 한다)이 500만원 이상인 때에는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제1호), 50만원 이상 500만원 미만인 때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는 것으로(제2호)되어 있었는데, 이 조항은 경제규모의 확대 및 물가상승과 더불어 수뢰액이 점점 고액화되어 가는 현실에 대응하기 위하여 1980.12.18. 법률 제3280호로 개정되어 같은 구성요건하에 처벌의 기준이 되는 수뢰액이 제1호의 경우에는 “2,000만원 이상인 때”로, 제2호의 경우는 “200만원 이상 2,000만원 미만인 때”로 상향조정되었고/ 다시 1990.12.31. 법률 제4291호로 개정되면서 제1호의 경우는 “5,000만원 이상인 때”로, 제2호의 경우는 “1,000만원 이상 5,000만원 미만인 때”로 상향조정됨과 아울러 제1호의 법정형에서 “사형”이 삭제되었다.
다. 지나치게 가혹하고 무거운 형벌인지의 여부
(1) 먼저, 이 사건 법률조항의 법정형이 형법상의 살인죄 등 다른 범죄의 그것과 견주어 볼 때 지나치게 높아서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잃고 있다거나 행위자를 그 귀책사유 이상으로 과잉처벌하는 것인지의 여부를 보기로 한다.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사항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당해 범죄의 보호법익과 죄질이다. 따라서 보호법익이 다르면 법정형의 내용이 다를 수 있고 보호법익이 같다고 하더라도 죄질이 다르면 또 그에 따라 법정형의 내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보호법익과 죄질이 서로 다른 둘 또는 그 이상의 범죄를 동일선상에 놓고 그 중 어느 한 범죄의 법정형을 기준으로 하여 단순한 평면적인 비교로써 다른 범죄의 법정형의 과중여부를 판정하여서는 아니된다. 살인죄는 강학상의 이른바 개인적 법익을 침해하는 죄로서 그 보호법익은 사람의 생명이고 형법상의 수뢰죄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이른바 국가적 법익을 침해하는 죄로서 그 보호법익은 국가기능의 공정성이며 더 구체적으로는 공무원의 직무의 순수성 내지 그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不可買收性)이므로 양자는 우선 그 보호법익이 다르고 또 죄질이 다르다. 따라서 살인죄의 법정형을 기준으로 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 소정형의 경중을 논단할 수는 없다 할 것이고 이 점은 사람의 생명이 가장 존귀한 형벌법규의 보호법익이라 하더라도 결론을 달리 할 수 없다.
(2) 또 가사 보호법익과 죄질을 무시하고, 청구인의 주장대로 살인죄의 법정형과 이 사건 법률조항의 그것을 단순히 평면적으로 대비하여 본다 하더라도, 이 사건 법률조항의 법정형이 살인죄의 그것에 비하여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잃었다고 할 정도로 과중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우선 법정형의 상한을 비교해 보면 살인죄의 경우에는 극형인 “사형”이 규정되어 있지만 이 사건 법률조항의 법정형에는 “사형”이 없다. 다음으로 법정형의 하한을 비교해 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의 경우는 “10년 이상의 징역”으로서 살인죄의 그것(5년 이상의 징역)보다 높은 것은 사실이나, 이것만으로 곧 살인죄와 비교하여 수뢰죄의 행위자를 형벌체계상 균형을 잃었다고 할 정도로 더 무겁게 처벌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어느 범죄에 대한 법정형의 하한도 앞서 본 바와 같은 여러가지 요소의 종합적 고려에 따라 입법자가 그 재량으로 결정할 사항이며, 범죄의 경중과 법정형 하한의 경중이 언제나 반드시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고 당해 범죄의 죄질 및 성격에 따라 각기 다르다. 이는 우선 우리 형법상의 이른바 개인적 법익을 침해하는 죄에 관한 규정들만 보더라도 살인죄보다는 죄질이 가
볍다고 볼 수 있는 죄인데도(법정형의 상한은 살인죄의 그것보다 낮게 정하면서) 그 법정형의 하한을 살인죄의 그것보다 높이 규정한 것이 흔히 있는데(예컨대 제339조의 강도강간죄, 제340조 제2항의 해상강도상해죄, 제341조의 상습강도죄 등의 법정형은 모두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고, 제337조의 강도상해죄, 제340조 제1항의 해상강도죄 등의 법정형은 모두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이다) 위 형법규정들이 모두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잃은 것으로서 위헌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도 분명하다.
(3) 다음으로, 형법상의 수뢰죄와 대비하여 보건대 이 사건 법률조항의 법정형이 형법상 수뢰죄의 그것에 비하여 상당히 높은 것은 틀림이 없다. 그러나 위에서 본 공직사회정화의 필요성과 이 사건 법률조항이 바로 형법규정의 법정형만으로는 공무원의 수뢰죄를 예방하고 척결하기에 미흡하다는 입법정책적 고려에 따라 이를 가중처벌하기 위하여 제정되었다는 그 입법배경, 현재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적 소득수준에서 본 금 5,000만원의 경제적 가치, 공직사회의 부정부패에 대한 국민일반의 법감정 내지 비난여론,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이에 더하여 아래와 같은 사정을 참작하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형법상의 수뢰죄와 대비하여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잃었다고는 볼 수 없다.
즉, 수뢰죄에 관한 형법 제129조 내지 제132조의 규정과 특가법 제2조 제1항의 규정을 종합해 보면 현재 우리나라의 수뢰죄에 대한 처벌체계는, 수뢰액이 1,000만원 미만인 때에는 위 각 형법규정의 적용을 받게 되어 그 중 가장 무거운 형법 제131조 제1,2항의 가중수뢰죄의 경우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고, 수뢰액이 1,000만원 이상 5,000만원 미만인 때에는 특가법 제2조 제1항 제2호에 의하여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며, 5,000만원 이상인 때에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각 그 법정형이 규정되어 있다(형법 제131조 제1,2항의 죄를 범한 자도 특가법 제2조 제1항 소정의 형법 제129조·제130조에 규정된 죄를 범한 자에 해당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대법원 1969.12.9. 선고, 69도1288 판결 참조). 이러한 처벌체계를 작량감경을 규정한 형법 제53조·제55조의 규정과 집행유예제도를 규정한 형법 제62조의 규정에 비추어 보면, 수뢰액이 5,000만원 미만인 때에는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으면 작량감경을 한 후 집행유예의 선고를 할 수 있고 반면 그것이 5,000만원 이상인 경우에는 별도의 법률상 감경사유가 #08없는 한 작량감경만으로는 집행유예의 선고를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뇌물죄가 국가와 사회에 미치는 병폐는 수뢰액이 많으면 많을수록 가중된다는 점에서 볼 때 위와 같은 수뢰액을 기준으로 한 단계적 가중처벌은, 비록 수뢰액의 다과만이 그 죄의 경중을 가늠하는 유일한 기준은 아니라 할지라도 그 가장 중요한 기준임에 비추어, 일응 수긍할 만한 합리적 이유가 있다 할 것이고, 더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경우는 모든 수뢰죄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수뢰액이 5,000만원 이상인 경우에만 적용된다는 점과 수뢰액의 상한에 제한을 두지 아니하면서도 그 법정형에 “사형”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그것이 형벌체계상 균형을 잃었다고 할 정도로 과중하다고는 볼 수 없다.
(4)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 제11조의 평등의 원칙이나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유래하는 비례의 원칙 내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 할 수 없고 따라서 헌법 제10조의 인간존중의 이념에도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라. 법관의 양형결정권의 침해 여부
(1) 다음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법정형의 하한이 10년 이상의 징역이므로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별도의 법률상 감경사유가 없는 한 집행유예의 선고를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는바, 이것이 법관의 양형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한 것인지의 여부를 본다.
살피건대, 법정형은 법관으로 하여금 구체적 사건의 정상에 따라 그에 알맞는 적정한 선고형을 이끌어 낼 수 있게끔 되도록 그 폭을 넓게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입법자가 앞서 본 바와 같은 법정형 책정에 관한 여러 가지 요소의 종합적 고려에 따라 법률 그 자체로 법관에 의한 양형재량의 범위를 좁혀 놓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당해 범죄의 보호법익과 죄질에 비추어 범죄와 형벌간의 비례의 원칙상 수긍할 수 있는 정도의 합리성이 있다면, 이러한 법률을 위헌이라고 할 수 없다. 우선 우리 형법의 규정들만 보더라도 별도의 법률상 감경사유가 없는 한 작량감경만으로는 집행유예의 선고를 할 수 없도록 법정형의 하한을 높인 것이 많이 있는데(강학상의 이른바 국가적 법익을 침해하는 죄뿐만 아니라 사회적 법익이나 개인적 법익을 침해하는 죄 중에도 많이 있다) 이러한 형법규정들이 모두 법관의 양형결정권을 침해한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경우 입법자는 수뢰액 5,000만원 이상의 수뢰죄를 범한 자에 대하여는 그 불법과 비난가능성의 정도를 높게 평가하여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즉 법률상의 감경사유가 없는 한 법관이 작량감경을 할 수 있으되 집행유예의 선고는 하지 못하도록 입법적 결단을 내린 것이라 할 것이고, 이러한 입법자의 결단은 위에서 본 여러가지 사정에 비추어 입법재량의 한계를 벗어난 자의적인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2) 청구인은 살인죄의 경우에도 그 법정형의 하한이 5년 이상의 징역으로서 작량감경을 하면 집행유예의 선고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그보다 죄질이 가벼운 수뢰죄의 경우에 집행유예의 선고를 할 수 없도록 법정형의 하한을 높인 것은 범죄와 형벌 사이의 비례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살인죄와 수뢰죄는 그 보호법익과 죄질이 서로 다른 것이므로 살인죄의 법정형을 기준으로 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의 그것이 과중하다고는 쉽사리 논단할 수 없는 것이고, 특히 살인죄의 경우는 그 동기나 행위태양이 다양하여 비난가능성의 정도도 다양할 수밖에 없는데도 우리 형법이 그 처벌규정을 너무 단조롭게 규정하였기 때문에(주로 범죄의 객체가 누구이냐에 따라 형법 제250조 제2항, 제251조 등 처벌을 달리하는 몇가지 개별규정을 두고 있을 뿐 그 동기나 행위태양 등에 관계없이 기타의 모든 경우를 형법 제250조 제1항의 단일조항만에 의하여 처단하고 있다) 살인죄의 법정형에 있어서 형 선택의 폭을 비교적 넓게 규정한 것은 그 나름대로 수긍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할 것이나 수뢰죄
의 경우에는 그 동기나 행위태양이 비교적 단순하여 살인죄의 경우와 같은 정도로 법정형의 폭을 넓혀 둘 필요성이 있다고는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 사건 법률조항은 수뢰액이 5,000만원 이상인 경우에만 적용되는 가중처벌규정으로서 앞서 본 것처럼 입법자는 적어도 수뢰액이 5,000만원 이상인 경우에는 달리 참작할 만한 정상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작량감경만 할 수 있을 뿐 집행유예의 선고는 이를 할 수 없게끔 입법적 제한을 가한 것이고 위에서 본 여러가지 사정에 비추어 이는 일응 수긍할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므로, 살인죄의 법정형 하한과의 대비만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여부를 논할 수는 없다. 그리고 이 사건 법률조항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범행 후 수사책임이 있는 관서에 자수하였고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그 형의 집행을 유예받을 수도 있으므로(형법 제52조 제1항, 제53조, 제62조) 집행유예의 가능성이 법률상 전면적으로 봉쇄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3)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별도의 법률상 감경사유가 없는 한 집행유예의 선고를 할 수 없도록 그 법정형의 하한을 높여 놓았다 하여 곧 그것이 법관의 양형결정권을 침해하였다거나 법관독립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고 나아가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재판관 전원의 의견일치에 따라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