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소인들의 진술이 경험칙이나 다른 증거들에 비추어 쉽게 믿기 어려운 사정이 있음에도 합리적 의심이 풀릴 정도로 수사를 하지 아니한 채 피고소인들의 진술이 서로 일치한다는 이유만으로 혐의없음의 불기소처분(不起訴處分)을 한 것은 수사미진 및 증거판단의 잘못으로 이루어진 자의적 검찰권의 행사로서 청구인의 평등권과 피해자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한 사례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결정
사건
93헌마271 불기소처분취소
청구인
김 ○ 선 대리인 변호사 ○○○
피청구인
춘천지방검찰청 강릉지청 검사
판결선고
1996. 04. 25.
주 문
피청구인이 1993.5.31. 춘천지방검찰청 강릉지청 1993년 형제1549호 피의자 이○봉, 최○순, 손○근, 고○환에 대한 무고 및 위증 피의사건에 관하여 한 불기소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가. 이 사건에 이르게 된 경우
(1) 청구인은 설비업자로서 1988.3.15.경 및 같은 달 25.경 2차례에 걸쳐 청구외 최○순의 알선으로 합자회사 대도실업으로부터 삼척시 남양동 소재 중앙시장 상가 및 아파트 신축공사 중 위생, 소방, 전기설비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고 한다)를 합계 금3억5천5백만원에 하도급받으면서 위 대도실업에 공사보증금으로 금2천만원을, 위 최○순에게 알선비로 금1천만원을 각 지급하였다.
(2) 청구인은 1988.7.30.까지 금5천만원을 변제하기로 하고 청구외 김○열로부터 위 금3천만원을 빌렸으나 건축허가 지연되어 1989.5.경에야 착공할 수 있게 된 바람에 이를 변제하지 못하여 김○열로부터 독촉을 받아오다가 1989.12.15. 위 대도실업의 이사이던 청구외 이○봉이 청구외 손○근으로부터 액면금 금5천만원, 만기 1990.3.15.로 된 손○근 발행 명의의 약속어음 1장(이하 이 사건 어음이라 한다)을 빌려 자신의 명의로 배서한 후 이를 김○열에게 교부함으로써 3개월의 변제유예를 얻게 되었다.
(3) 김○열은 이○봉이 청구인과 함께 1990.3.12.경 강원 정선읍 소재 김○열의 집 부근 다방에 찾아와 금 5천만원 중 금1천만원만을 변제하고 나머지 금원에 대하여는 위 중앙시장
아파트 2채를 담보로 제공함으로써 다시 1달간의 유예를 얻고도 위 유예기간을 도과시켜 버리자 1990.9.8.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에 위 대도실업과 이○봉을 상대로 인수채무금 청구의 소(위 지원 90가합3242)를 제기하였는바, 청구인은 1990.11.29. 김○열 측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하여 이○봉이 청구인의 채무를 인수하였다는 취지의 증언을 하였다.
(4) 이○봉은 1991.1.7. 그가 1990.1.25. 이 사건 어음회수자금 금5천만원을 손○근으로부터 빌려 최○순을 통하여 청구인에게 교부하였는데 청구인이 이를 임의소비하였다는 내용으로, 같은 달 29. 청구인의 위 증언이 위증이라는 내용으로 청구인을 춘천지방검찰청 강릉지청에 각 고소하였고, 검사는 위 고소사실 등이 모두 인정된다 하여 청구인을 횡령, 위증, 무고, 전기공사업법위반죄로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에 기소(91고단288, 91고단528)하였는바, 그 공판 중에 이○봉, 최○순, 손○근, 고○환(이하 피고소인들이라고 한다)이 증인으로 출석하여 이○봉의 위 횡령 고소사실에 부합하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다.
(5) 청구인은 1심에서는 1991.10.23. 모두 유죄의 판결이 선고되었으나 항소심인 춘천지방법원(91노668)에서는 1992.2.20. 위 횡령죄 부분에 대하여 무죄의 판결이 선고되었고, 위 항소심 판결은 1993.1.12. 대법원(92도2580)에서 그대로 확정되었다.
나. 무죄 판결 이유의 요지
(1) 피고소인들의 진술의 요지
청구인이 채권자들로부터 빚독촉을 심하게 받고 있으니 어음을 빌려달라고 부탁하여 이○봉이 손○근으로부터 이 사건 어음을 빌려 교부하였는데, 손○근이 액면이 너무 커서 불안하기 때문에 회수해 달라고 하므로 1990.1.25. 이○봉이 손○근, 최○수로부터 금5천만원을 빌려 손○근의 현대개발 사무실에서 최○순에게 이를 건네주며 청구인에게 이 사건 어음회수자금을 전해 주도록 하였고(이○봉의 진술), 최○순은 위 금원교부를 부탁받고 같은 날 14:00경 백조다방에서 청구인에게 이를 전달해 주었으며(최○순의 진술), 고○환은 최○순이 위와 같이 돈을 건네 받아 청구인에게 교부하는 것을 목격하였고(고○환의 진술), 손○근은 중앙시장 아파트 3채를 담보로 제공하고 최○수로부터 빌린 돈 금 3천5백만원에 자신의 돈 금1천5백만원을 더하여 이○봉에게 빌려주었는데 이○봉이 이를 최○순에게 건네주는 것을 보았다(손○근의 진술).
(2) 이○봉의 진술을 믿기 어려운 이유
첫째 손○근이나 이○봉의 입장에서는 만기까지 액면금을 입금시키기만 하면 아무런 불이익도 받지 않음에도 설 직전(설은 1월 27일)으로 자금사정이 좋지 아니한 시기에 어음액면금에 대한 만기까지의 이자 상당액을 손해보고, 이자까지 부담하면서 돈을 빌려 이 사건 어음을 회수하여야 할 만큼 긴박한 사정이 있었음을 인정할 수 없고, 이○봉이 청구인이나 김○열에게 직접 위 돈을 교부하고 어음을 반환받은 것이 아니라 최○순을 통하여 돈을 먼저 주고 어음을 회수해 오라고 하는 것도 거래 관행에 맞지 않는 점, 둘째 이○봉은 청구인이 어음회수자금을 횡령하였다고 하면서도 청구인을 고소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1990.3.12. 청구인과 함께 김○열을 찾아가 현금 및 아파트분양계약서를 교부하고 이 사건 어음을 회수하여 온 점, 셋째 금5천만원이나 되는 거액을 교부하면서도 청구인으로부터 영수증을 받은 바 없으며 최○순으로부터 받았다는 영수증도 발행일자가 누락되는 등 그 진실성에 의심이 가고, 김○열과 사이에 위 인수채무금청구 소송이 한창 진행중이던 1991.1.7.에야 비로소 위 횡령 고소가 이루어진 점 등에 비추어 이를 믿을 수 없다.
(3) 최○순의 진술을 믿기 어려운 이유
첫째 이○봉의 심부름으로 청구인에게 금5천만원의 거금을 전해주고도 영수증을 받지 아니한 점, 둘째 위 현대개발 사무실과 백조다방간의 거리는 400미터 정도 밖에 되지 않음에도 이○봉이 직접 돈을 교부하지 않은 이유에 대한 최○순의 진술이 이○봉의 진술과 모순되는 점, 셋째 이○봉이 최○순의 처 장분녀 명의의 부동산에 채권최고액을 금2천만원으로 하여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한 경위에 관하여 최○순은 수사기관에서는 청구인이 횡령사실을 시인하고 이를 변제하기로 약정하였으므로 그가 이를 보증하는 의미로 설정해 준 것이라고 하다가 법정에서는 그가 이○봉으로부터 공사비로 받은 돈을 임의로 써버렸기 때문에 그 반환채무 담보조로 설정해 준 것이라고 진술을 번복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이를 믿기 어렵다.
(4) 고○환의 진술을 믿기 어려운 이유
첫째 위 금원 전달 현장을 목격하게 된 경위에 관하여 수회 진술을 번복하는 등 일관성이 없는 점, 둘째 이 사건 어음회수자금이 건네졌다는 같은 날 최○순이 이○봉으로부터 금1천9백만원을 받아 위 백조다방에서 청구인에게 이를 지급한 바 있는데 고○환이 이때 동행한 것을 착각하여 진술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이를 믿기 어렵다.
(5) 손○근의 진술을 믿기 어려운 이유
첫째 이○봉이 최○순과 고○환에게 금5천만원을 교부한 장소 등에 관한 진술에 일관성이 없는 점, 둘째 손○근은 금5천만원을 한꺼번에 이○봉에게 주었다고 함에 반하여 이○봉은 손○근으로부터 2회에 걸쳐 나누어 받았다고 하는 등 상호 진술이 모순되는 점, 셋째 손○근과 이○봉은 한달에도 수천만원의 어음 등 금전거래를 하는 사이로서 손○근이 이○봉에게 주었다는 금5천만원이 과연 이 사건 어음회사자금인지 아니면 설밑 노임 등 공사비지급을 위한 것인지 명확하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이를 믿기 어렵다.
(6) 그 밖에 대도실업의 대표사원인 청구외 곽○동이나 최○수의 각 진술도 전문진술로서 믿기 어렵거나 위 횡령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로 부족하다.
다. 이 사건 고소사실의 요지 및 고소사건의 처리경과
(1) 청구인은 1993.2.18. 춘천지방검찰청 강릉지청에 피고소인들을 무고 및 위증으로 고소하였는바(춘천지방검찰청 강릉지청 1993년 형제1549호), 고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가) 이○봉은 청구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1991.1.17. “그가 1990.1.25. 청구인에게 이 사건 어음회수자금 금5천만원을 교부하였는데 청구인이 이를 임의소비하였다”라고 허위의 사실을 고소함으로써 청구인을 무고하고,
(나) 손○근은 1991.6.25. 14:00경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제2호 법정에서 청구인에 대한 위 지원 91고단288 전기공사업법위반 등 피고사건의 증인으로 선서한 후 증언함에 있어 기억에 반하여 “1990.1.25. 동해시 향로동 소재 진술인 경영의 현대개발 사무실에서 중앙시장 아파트 3채를 담보로 최○수로부터 빌린 금3천5백만원에 진술인의 돈 금1천5백만원을 더한 금5천만원을 이 사건 어음회수자금으로 이○봉에게 빌려주었고, 이○봉이 최○순에게 위 돈으로 생각되는 것을 교부하는 장면을 목격하였다”라고 허위의 진술을 함으로써 위증하고,
(다) 최○순은 1991.7.16. 14:00경 위 강릉지원 같은 법정에서 청구인에 대한 위 피고사건의 증인으로 선서한 후 증언함에 있어 기억에 반하여 “1990.1.25. 위 현대개발 사무실에서 이○봉으로부터 어음회수자금 금5천만원을 건네받아 같은 날 14:00경 동해시 향로동 소재 백조다방에서 청구인에게 위 금원을 전달해 주었다”라고 허위의 진술을 함으로써 위증하고,
(라) 고○환은 1991.7.16. 14:00경 위 강릉지원 같은 법정에서 청구인에 대한 위 피고사건의 증인으로 선서한 후 증언함에 있어 기억에 반하여 “1990.1.25. 오후에 현대개발 사무실에서 최○순이 이○봉으로부터 금5천만원을 받아 같은 날 오후 백조다방에서 청구인에게 어음을 회수해 오라고 하며 위 돈을 교부하는 것을 목격한 사실이 있다”라고 허위의 진술을 함으로써 위증한 것이다.
(2) 검사의 불기소처분 등
(가) 피청구인은 위 고소사건에 관하여 1993.5.31. 수사한 결과 다음 2.의 나.항 기재와 같은 이유로 고소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여 전부 혐의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하였다.
(나) 청구인은 1993.6.2. 위 불기소처분의 통지를 받고 같은 해 7.1. 항고를 하였으나 같은 해 8.6.에 같은 달 2.자 항고기각결정을 통지받았고, 같은 달 30. 재항고를 하였으나 같은 해 10.22.에 같은 달 12.자 재항고기각결정을 통지받자 같은 해 11.19. 위 불기소처분에 대하여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것이다.
2. 당사자의 주장
가. 청구인 주장의 요지
위 무죄 판결 이유의 요지와 같이 피고소인들의 진술은 경험칙이나 거래실정에 비추어 전혀 믿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자의적인 증거판단으로 혐의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함으로써 청구인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하였다.
나. 피청구인의 불기소이유 및 답변의 요지
(1) 청구인에 대한 횡령 피고사건이 무죄로 확정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바로 피고소인들에 대한 무고 및 위증의 피의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 손○근은 이 사건 어음의 액면금이 커서 불안하므로 이를 빨리 회수해 달라고 이○봉에게 종용하였다고 진술하고 있어 어음의 조기회수를 정당화할 만한 이유가 있는 점, 이○봉의 횡령고소가 청구인의 횡령일로부터 1년이상 경과한 후 이루어지긴 하였으나 그 사이에도 이○봉과 청구인간에 계속적인 거래관계가 있었으며 형사고소는 다른 수단으로는 분쟁을 해결할 수 없는 경우에 마지막으로 하는 것이 통상적인 점에 비추어 장기간 고소를 제기하지 않은 사실을 이례적이라고 할 수 없는 점, 최○순이 청구인에게 금5천만원을 교부할 당시에는 신뢰관계에 있어 굳이 영수증을 받을 필요가 없었던 점 및 피고소인들의 진술은 사건 발생 후 오랜 시간이 경과된 후에 행하여져 지엽말단적인 점에서는 차이가 있을 수 있고 피고소인들의 진술이 전반적으로 상호 부합하는 점 등에 비추어 청구인의 진술은 믿을 수 없고 달리 피고소인들에 대한 혐의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3. 판단
가. 쟁점의 정리
이 사건의 쟁점은 손○근이 이○봉에게 이 사건 어음회수자금 금5천만원을 교부한 사실이 있는지의 여부와 청구인이 1990.1.25.경 최○순을 통하여 이○봉으로부터 이 사건 어음회수자금 금5천만원을 교부받은 사실이 있는지의 여부에 관하여 청구인의 진술과 상반되는 피고소인들의 진술을 허위의 진술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에 관하여 청구인에 대한 횡령 등 피고사건은 횡령죄 부분에 대하여 무죄의 판결이 선고되어 그대로 확정되었는바, 위 판결에서 피고소인들의 진술이 배척되었다 하여 바로 그들에 대한 무고나 위증 피의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피고소인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것이 단순히 청구인에 대한 횡령 피고사건에서 유죄의 증거로 삼기에는 부족한 정도에 그치는 것인지 그렇지 않고 그 정도를 넘어 적극적으로 허위인 점이 인정되는 정도에까지 이른 것인지에 있는바, 피청구인의 불기소이유는 결국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청구인의 진술 이외에 피고소인들의 진술이 허위임을 적극적으로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와 같이 동일한 사실에 대한 쌍방의 진술이 상반되는 경우에는 다른 객관적 증거를 조사하거나 사회 일반의 관행이나 경험칙에 비추어 쌍방 진술의 신빙성을
검토하여 그 중 일방의 진술을 허위라고 판단할 수 밖에 없는 것이므로 이 점에 관하여 살펴본다.
나. 검토
(1) 피고소인들의 진술에는 위 무죄 판결 이유의 요지에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믿기 어려운 점이 많은 외에도 다음과 같이 의문스러운 점이 있다.
(2) 피고소인들의 진술에 대한 의문점
(가) 공사비 정산에 관하여 이○봉이 청구인과 김○열간의 채권·채무관계에 관하여 특별한 이해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청구인의 김○열에 대한 채무와 관련하여 이 사건 어음에 배서를 하여 김○열에게 교부함으로써 김○열에 대하여 채무를 부담하게 된 배경에는 위 대도실업(즉 이○봉)이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하여 청구인에게 그 당시 또는 장래에 공사금지급채무를 부담하므로 위 어음 액면금 상당을 위 공사대금에서 공제할 수가 있어 이중채무를 부담할 위험이 없었기 때문이다[위 대도실업의 대표사원인 곽○동의 진술에 의하면 이 사건 어음 교부 당시 청구인에 대하여 약 금7천만원 내지 금8천만원의 공사대금을 지급할 것이 남아 있었다고 하며(수사기록 181쪽), 위 어음 교부 이후에도 청구인에게 약 금4천4백만원 정도의 공사대금이 지급되었다(수사기록 220쪽, 880쪽 참조)]. 그러므로 이○봉의 주장과 같이 청구인이 어음회수자금 금5천만원을 횡령하는 바람에 이○봉이 어음 부도를 면하려고 1990.3.12.경 다시 금1천만원 및 나머지 금원에 대한 담보조로 아파트 2채의 분양계약서를 작성, 교부함으로써 이 사건 어음과 관련하여 금1억원(현금 금6천만원 및 아파트 2채#08의 가액 금4천만원)을 지급하였다면 이○봉으로서는 마땅히 위 금원을 공사비에서 정산하였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1990.7.20.경 이○봉과 청구인 사이에 작성된 공사대금지급결산서(수사기록 74쪽)를 보면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청구인을 위하여 현금 관리를 한 최○순이 이○봉(위 대도실업)으로부터 수령한 금액은 총 금278,527,000원인데, 그 중 최○순 자신의 공사와 관련하여 수령한 금원은 금42,700,000원이고, 청구인의 공사와 관련하여 수령하였음이 확인되는 금액은 금140,500,000원으로 그 내역이 분명한 돈은 이상 합계 금183,200,000원이며/ 나머지 금95,327,000원에서 청구인이 따로 받은 돈 금3천1백만원과 최○순이 기계구입비로 지급받은 금1천4백만원을 공제한 금50,327,000원이 잔금(최○순이 수령한 후의 행방이 불명확한 돈)으로 정리되어 있을 뿐 위 금1억원에 대한 정산사실의 기재는 없는 사실을 알 수 있으며, 이○봉도 위 결산시 이 사건 어음과 관련하여 지급된 금원은 청구인이 별도로 갚기로 하였으므로 정산하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다(수사기록 71쪽, 593쪽, 720쪽). 그러나 청구인은 공사대금을 완제받지 못하였다고 다투고 있으므로(수사기록 263쪽 등) 이
와 같은 상황이라면 위 횡령금 등의 정산문제가 논의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나) 김○열에게 담보조로 제공한 분양계약서에 관하여
이○봉은 청구인이 어음회수자금을 횡령하는 바람에 이 사건 어음을 회수하지 못하여 1990.3.15. 김○열에게 현금 금1천만원과 아파트 분양계약서 2장을 작성 교부하였고, 김○열은 그 후 소송 끝에 위 아파트 2채에 관하여 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다(이 사건 헌법소원심판기록 첨부.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92가단9063,94가단749 각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 판결 참조). 이○봉이 청구인의 횡령으로 인하여 위와 같이 이중변제를 하게 되었다면 마땅히 이중변제에 앞서 미지급 공사금채무와의 상계, 담보제공 요구, 고소 등 청구인에 대한 책임을 묻는 조치를 취하였어야 함이 경험칙에 부합함에도 이○봉은 청구인을 믿었기 때문에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하는바, 이○봉은 청구인을 이 사건 공사관계로 처음 알게 되었을 뿐 아니라 청구인이 이미 금5천만원이나 되는 거금을 횡령하여 상호간의 신뢰관계는 이미 깨어졌음을 감안하면 위와 같은 이○봉의 사후 조치는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봉은 1990.7월 내지 9월경에 청구인의 부탁으로 공란으로 되어 있던 위 아파트분양계약서의 수분양자 명의를 김○열로 보충한 사실도 인정되는바, 그
때는 이미 위 대도실업 측에서 청구인이 기성고에 비하여 공사대금을 초과지급받고도 공사를 중단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던 때이므로(수사기록 70쪽, 93쪽, 499쪽) 이○봉으로서는 마땅히 위 아파트분양계약서를 회수하여야 할 것임에도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수분양자 명의를 보충한 후 청구인을 통하여 김○열에게 재교부한 점도 납득하기 어렵다.
(다) 최○순이 작성·교부한 영수증에 관하여
최○순은 이○봉으로부터 금5천만원을 교부받고 여러 날이 지난 후 곽○동의 사무실에 있던 영수증 용지에 위 금5천만원에 대한 영수증을 작성하여 주었다고 진술하고 있는바, 위 영수증에는 위 무죄 판결에서 설시하고 있는 점 외에 다음과 같은 의문점이 있다. 1990.1.25. 이후에 작성되었다는 위 영수증의 우측 상단에 기재된 영수증 발급번호는 “62”번임에 반하여(수사기록 77쪽), 1989.10.30. 작성되었다는 영수증의 발급번호는 “13”번(수사기록 230쪽), 1989.12.5. 작성되었다는 영수증의 발급번호는 “56”번(수사기록 235쪽), 1989.12.6. 작성되었다는 영수증의 발급번호는 “61”번(수사기록 236쪽), 1989.12.23. 작성되었다는 영수증의 발급번호는 “71”번(수사기록 237쪽)으로 되어 있어 이 사건 영수증이 과연 1990.1.25. 이후에 작성된 것인지 의심스럽다. 이에 관하여 최○순은 “영수증 용지는 곽○동의 사무실에 있던 것으로 곽○동이 가끔 그 용지를 책상 서랍에서 꺼내어 찢어주므로 사용하였는데 일련번호에 관하여는 잘 모르겠고, 영수증용지 관리를 아무렇게나 하고 있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으며(수사기록 468쪽), 이○봉은 “영수증은 번호순
으로 발급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것은 남의 사무실에 있는 용지를 사용한 것이므로 번호에 의미를 둘 수 없다”라고 진술하고(수사기록 450쪽), 곽○동은 “그 당시 사무실에 있던 영수증 뭉치 3권 중 아무 것이나 사용하였기 때문에 번호에는 의미가 없다”라고 진술하고 있기는 하다(수사기록 746쪽). 그러나 영수증의 발급번호는 관리의 필요에 의하여 인위적으로 부여하는 것이고(이 사건의 경우에는 더욱이 발급번호가 미리 인쇄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기재해 넣은 것이다), 영수증은 앞장부터 뜯어 사용하는 것이 통상적인바, 의미없는 번호를 일부러 손으로 부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므로 위 진술은 쉽게 믿을 수 없고, 따라서 위 영수증의 진실성에 대하여 강한 의심을 할 수 밖에 없다.
(라) 이○봉 명의의 근저당권설정등기에 관하여
이○봉은 청구인이 금5천만원을 횡령한 사실을 시인하므로 그 이행을 담보하기 위하여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청구인을 위하여 현금관리를 하던 최○순의 처 명의의 부동산에 이○봉을 채권자로 하여 채권최고액 금2천만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한 것이므로 이로 미루어 보아도 청구인의 횡령사실은 인정된다는 취지로 진술함에 반하여(수사기록 212쪽), 청구인은 위 근저당권은 최○순이 이○봉으로부터 초과지급받아 사용한 공사대금 반환채무의 담보조로 설정한 것이라고 다투고 있는바(수사기록 108쪽, 129쪽, 이○봉도 같은 취지의 진술을 한 바 있다-수사기록 363쪽), 이에 대하여 최○순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이○봉의 진술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기도 하고 청구인의 진술에 부합하는 듯한 진술을 하기도 하는 등 일관성 없는 진술을 하고 있다. 살피건대 청구인의 이○봉에 대한 위 횡령금반환채무를 담보할 목적이라면 마땅히 청구인으로부터 담보를 확보하여야 할 일이지 금원 전달자에 불과하고 특별한 잘못도 없는 최○순으로부터 담보를 확보하는 것은 사리에 반하는 점(더구나 청구인과 최○순은 이 사건 공사알선으로 인하여 비로소 알게 된 사이이고, 이○봉과 최○순은 고#08등학교 선,후배 관계로 10년 가까이 알고 지낸 사이이다), 채권최고액이 금5천만원이 아니라 금2천만원인 점, 청구인과 최○순 사이의 전화 통화 녹취문을 보아도 최○순은 위 근저당권이 이 사건 금5천만원과는 무관한 것이라고 하고 있는 점(수사기록 289쪽, 290쪽) 등에 비추어 이○봉의 위 진술은 믿기 어렵다.
(마) 피청구인의 불기소 이유에 대한 검토
1) 피청구인은 이 사건 어음은 손○근이 이○봉에게 빌려준 어음 중에서도 금액이 큰 편에 속하므로 부도가 매우 염려되어 빨리 회수해 달라고 독촉한 것이라는 손○근의 진술에 비추어 이 사건 어음을 만기보다 빨리 회수하여야 할 이유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나 앞서 본 무죄 판결의 이유는 경험칙이나 거래의 관행에 비추어 손○근이나 이○봉의 그와 같은 진술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일 뿐 아니라, 손○근은 그와 같이 부도를 염려하여 최○수로부터 돈을 빌리면서까지 자금을 마련하여 빨리 이 사건 어음을 회수하려고 하였다고 하면서도 이○봉에게 돈을 건네준 후로는 어음의 회수 여부를 확인하거나 독촉한 사실이
없고, 만기가 다 된 1990.3.12.경 회수되어 온 어음을 보고 안심하였다라고만 진술하고 있는바(수사기록 435쪽), 위와 같은 손○근의 태도는 그 자신이 진술하는 어음회수의 동기와도 모순되므로 손○근의 진술은 믿기 어려운 것이다.
2) 피청구인은 형사고소는 다른 분쟁해결 노력이 무위로 돌아간 경우에나 하는 것이 통상적이라고 설시하고 있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이○봉과 청구인 사이에 특별한 신뢰관계를 인정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기록상 이○봉이 청구인의 횡령 후 고소를 하기까지의 약 1년 동안 횡령금을 회수하려고 특별히 노력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자료를 찾아 볼 수 없다.
3) 피청구인은 피고소인들의 진술이 지엽말단적인 점에 있어서 상위하고 일관되지 아니한 점이 있기는 하지만 사건 발생 후 오랜 시간이 경과한 후 행하여진 진술이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단하고 있는바, 시간의 경과에 따라 사건의 세세한 경과나 시간, 장소, 참여인 등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할 수는 있지만 적어도 문제가 된 사건의 핵심적 부분에 관한 진술에는 일관성이 있어야 할 것이므로 이를 살펴 본다.
가) 먼저 최○순이 이○봉에게 설정해 준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가 무엇인가 하는 점은 위 근저당권설정에 있어 핵심적 사항임에도 관계인들의 진술이 일치하지 아니하고 이○봉이나 최○순의 진술에는 일관성도 없음은 이미 본 바와 같다.
나) 고○환이 위 금5천만원의 전달 현장인 백조다방에 가게 된 경위도 핵심적인 것이므로 진술이 일관하여야 할 것임에도 고○환은 “회사에서 돈이 나갈 때에는 노무반장으로서 관례적으로 따라 간다. 당시에도 최○순이 돈나간다고 하므로 따라간 것이다”(수사기록 168쪽, 315쪽, 이에 대하여 최○순은 그렇게 말한 사실이 없다고 한다-수사기록 382쪽), “누가 시킨 것은 아니지만 곽○동의 심부름으로 손○근의 사무실에 들렀다가 최○순이 돈을 받아 가지고 가는 것을 보고 용돈이라도 얻어 쓰기 위하여 따라간 것이다”(수사기록 460쪽, 539쪽), “이○봉이 최○순에게 돈을 준 후 따라가라는 눈짓을 하기에 따라가게 되었다”(수사기록 767쪽) 등 수시로 진술을 바꾸고 있으며, 이○봉도 “고○환에게 따라가라고 했다”(수사기록 101쪽)고 했다가 “고○환이 용돈이라도 얻어 쓰려고 간 것 같다”(수사기록 453쪽, 721쪽)고 하는 등 일관성 없는 진술을 하고 있다.
다) 손○근이 최○수로부터 위 금5천만원 중 일부 금3천5백만원을 빌린 사실과 관련하여도 구체적인 시간이나 장소 등은 기억하지 못할 수 있으나 금전차용에 있어 본질적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이자, 변제기 등에 관하여는 정확히 기억할 수 있는 것임에도, 손○근은 “변제기는 정하지 않았고 이자는 월 1부5리”(수사기록 433쪽), 또는 “이자는 월3부”(수사기록 734쪽)라고 하고 있으며, 최○수는 “변제기는 2달 후이고 이자는 은행이율”(수사기록 481쪽)이라고 하는 등 일치하지 않는 진술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손○근은 1991.1.8. 이전에 이○봉으로부터 이미 금5천만원을 변제받았다고 진술함에 대하여(수사기록 86쪽), 최○수는 1991.2.12. 현재 이를 변제받지 못하고 있다고 진술하는 점(수사기록 165쪽)에도 의문이 있다.
4) 피청구인은 피고소인들의 진술이 전반적으로 상호 부합하므로 이를 배척하기 어렵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과 같이 쌍방의 진술이 전혀 상반되는 경우에는 다른 증거나 경험칙에 비추어 그 신빙성을 판단하여야지 어느 일방에 속한 자들의 진술이 일치한다고 하여 그를 믿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에서 당사자들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함에 있어 참고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로는 공사대금지급결산서, 최○순 작성의 영수증, 이○봉(채권자) 명의의 근저당권설정등기, 김○열에게 교부한 분양계약서 등을 들 수 있는바, 이들 자료들이 피고소인들의 진술보다는 청구인의 진술을 보다 뒷받침하고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피고소인들의 진술에 경험칙이나 거래 관행에 비추어 믿기 어려운 점이 많음도 이미 살펴 본 바와 같다.
그렇다면 피고소인들의 전부 또는 적어도 일부는 허위의 진술을 하고 있다는 강한 의심을 떨쳐 버릴 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이 사건 고소사건을 수사함에 있어 앞서 본 바와 같이 경험칙상 선뜻 수긍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이례적인 사실에 대하여 적어도 합리적인 의심이 풀릴 정도로 수사를 하지 아니하고, 믿기 어려운 피고소인들의 진술 및 별 증거가치가 없는 증거들만을 믿고 청구인의 진술을 배척하는 등 자의적인 증거가치의 판단을 함으로써 범죄의 혐의가 없다는 불기소처분을 하였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3) 그렇다면 피청구인의 이 사건 불기소처분은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수사미진과 증거판단의 잘못으로 이루어진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로서, 이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과 피해자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하였다고 할 것이다.
4. 결론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가 있으므로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