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1993. 7. 29. 선고 92헌마262 결정 불기소처분취소
기각
정당 지구당 부위원장의 불기소처분 헌법소원 청구인적격 및 구제절차 경유 여부
결과 요약
- 정당 지구당 부위원장이 지구당 소유물에 대한 재물손괴죄 및 직권남용죄의 피해자로서 불기소처분에 대한 헌법소원 청구인적격을 가짐.
- 재정신청과 검찰항고가 모두 가능한 범죄에 대한 불기소처분 시, 재정신청을 거치지 않고 검찰항고만을 거쳐 헌법소원을 청구했더라도 다른 법률에 의한 구제절차를 모두 거친 것으로 보아야 함.
- 그러나 피청구인의 불기소처분에 중대한 잘못이 없으므로 청구인의 청구를 기각함.
사실관계
- 청구인은 통일국민당 부산직할시 중구 지구당 부위원장임.
- 청구인은 피고발인 김○윤(부산 중구 선거관리위원회 사무과장)과 황○하(부산 중구 광복동사무소 공무원)를 재물손괴 및 직권남용죄로 고발함.
- 고발 내용은 피고발인들이 공모하여 지구당 소유의 플래카드 10매(싯가 40만원 상당)를 철거·은닉하여 효용을 해하고, 공무원으로서 직권을 남용하여 정당의 선전활동에 관한 권리행사를 방해했다는 것임.
- 피청구인(검찰)은 1992. 6. 30. 위 고발사건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처분함.
- 청구인은 이에 불복하여 검찰청법에 의한 항고 및 재항고를 제기했으나 모두 기각됨.
- 청구인은 위 불기소처분으로 인해 평등권과 재판절차상의 진술권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청구함.
핵심 쟁점, 법리 및 법원의 판단
청구인적격 유무 (재물손괴죄 부분)
- 법리: 정당이나 지구당은 그 소유재산의 귀속관계에 있어서 법인격 없는 사단으로 보아야 함. 법인격 없는 사단의 재산은 구성원의 총유이며, 구성원은 규약에 좇아 총유물을 사용·수익할 수 있음(민법 제275조 및 제276조 제2항). 재물손괴죄의 피해자는 물건의 소유권자 및 적법한 권원에 의해 점유·사용할 수 있는 자임.
- 판단: 청구인은 지구당의 당원이자 부위원장으로서 위원장의 명에 따라 플래카드를 설치·관리하던 책임자임. 따라서 청구인은 플래카드의 총유자 중 1인이며, 적법하게 관리하던 사람으로서 재물손괴죄가 성립하는 경우 그 피해자에 해당함. 비록 개인 명의의 고발장이었으나 실질적으로 재물손괴죄의 피해자로서 고소를 제기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청구인적격을 갖춤.
관련 판례 및 법령
- 민법 제275조 (법인 아닌 사단의 재산): 법인이 아닌 사단의 사원이 집합체로서 물건을 소유할 때에는 총유로 한다.
- 민법 제276조 제2항 (총유물의 관리, 처분과 사용, 수익): 총유물에 관한 사원의 권리의무는 정관 기타 규약에 의한다.
- 형법 제366조 (재물손괴등): 타인의 재물, 문서 또는 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자는 3년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청구인적격 유무 (직권남용죄 부분)
- 법리: 직권남용죄의 보호법익은 국가기능의 공정한 행사이나, 범죄피해자의 개념은 보호법익의 주체뿐만 아니라 범죄의 수단이나 행위의 상대방도 포함함. 따라서 직권남용죄의 경우 의무 없는 일을 행하도록 요구받은 사람이나 권리행사를 방해받은 사람도 피해자로 볼 수 있음.
- 판단: 청구인은 지구당 부위원장으로서 위원장 유고 시 직무를 대행하고, 평상시에도 정당활동에 중요한 임무를 담당하는 간부임. 또한 플래카드의 관리자로서 피고발인으로부터 자진철거를 요구받았던 사실이 있음. 비록 보호법익의 주체는 아니지만, 행위의 상대방 또는 플래카드의 관리자로서 직권남용죄의 피해자에 해당하므로, 청구인적격을 갖춤.
관련 판례 및 법령
- 형법 제123조 (직권남용):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구제절차 경유 여부
- 법리: 재정신청과 검찰항고는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대한 불복제도로서 병존적·선택적 관계에 있으나, 시간적으로 두 절차를 모두 거치는 것은 불가능함. 재정신청을 거친 경우 재판소원금지의 원칙과의 관계에서 헌법소원 제기 가능성에 의문이 있을 수 있음. 따라서 재정신청과 검찰항고가 모두 가능한 범죄에 대해 검찰항고를 선택하여 모두 거친 경우, 재정신청을 거치지 않았더라도 다른 법률에 의한 구제절차를 모두 거친 것으로 해석해야 함.
- 판단: 청구인은 불기소처분에 대해 검찰청법에 의한 항고와 재항고를 적법하게 경유하였음. 따라서 다른 법률에 의한 구제절차를 모두 거친 적법한 심판청구로 보아야 함.
관련 판례 및 법령
- 형사소송법 제260조 제2항 (재정신청): 제259조의 불기소처분 통지를 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서면으로 그 검사가 소속한 지방검찰청 검사장 또는 지청장을 경유하여 관할 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할 수 있다.
- 검찰청법 제10조 제3항 (항고): 항고는 불기소처분의 통지를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제기하여야 한다.
- 검찰청법 제10조 제5항 (항고와 재정신청의 관계): 고소인 또는 고발인이 재정신청을 한 때에는 항고를 하지 못한다.
- 검찰청법 제10조 제6항 (항고와 재정신청의 관계): 항고를 한 후에 다시 재정신청을 한 때에는 그 항고는 취소된 것으로 본다. 다만, 재정신청에 대한 결정이 있기 전에 재정신청을 취소한 때에는 항고기간 내에 한하여 다시 항고를 할 수 있다.
- 형사소송법 제262조 제1항 (재정결정): 고등법원은 재정신청서를 송부받은 날부터 3개월 이내에 항고의 절차에 준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헌법소원심판 청구):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절차를 모두 거친 후에 청구할 수 있다.
본안 판단
- 판단: 피청구인의 불기소처분 결정에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수사, 헌법 해석, 법률 적용 또는 증거 판단에 중대한 잘못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음. 따라서 청구인이 기본권 침해를 받았다고 볼 수 없음.
검토
- 본 판결은 정당의 지구당이 법인격 없는 사단임을 명확히 하고, 그 구성원인 부위원장이 총유물의 관리자로서 재물손괴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하여 청구인적격을 폭넓게 해석한 점이 중요함.
- 또한, 직권남용죄의 피해자 개념을 보호법익의 주체뿐만 아니라 행위의 상대방까지 확장하여, 공무원의 직권남용으로 인해 권리행사를 방해받은 자도 피해자로 인정될 수 있음을 명시함.
- 불기소처분에 대한 불복절차로서 재정신청과 검찰항고가 병존적·선택적 관계에 있음을 확인하고, 어느 한 절차를 적법하게 거쳤다면 다른 법률에 의한 구제절차를 모두 거친 것으로 보아 헌법소원 적법성을 인정한 점은 실질적인 권리구제 측면에서 의미가 있음. 이는 재판소원금지의 원칙과 구제절차의 현실적 제약을 고려한 합리적인 해석으로 평가됨.
- 다만, 본안 판단에서는 검찰의 불기소처분에 중대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하여 청구를 기각함으로써, 청구인의 주장 자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음. 이는 헌법소원이 검찰의 수사 및 처분에 대한 사법적 통제로서 기능하지만, 그 통제 범위가 자의적인 처분이나 중대한 오류에 한정됨을 보여줌.
판시사항
가. 정당(政黨)의 지구당(地區黨)의 부위원장(副委員長)이 그 지구당(地區黨) 소유물(所有物)에 관한 재물손괴죄(財物損壞罪) 또는 직권남용죄(職權濫用罪)의 피해자(被害者)로서 그 범죄에 대한 불기소처분에 관하여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는 청구인적격(請求人適格)이 있는지 여부
나. 재정신청(裁定申請)을 제기할 수 있는 범죄(犯罪)에 대한 불기소처분(不起訴處分)에 대하여 재정신청(裁定申請)을 거치지 아니하고 검찰항고(檢察抗告)만을 거쳐서 청구한 헌법소원(憲法訴願)의 적법(適法) 여부재판요지
가. (1) 정당(政黨)이나 그 지구당(地區黨)은 적어도 그 소유재산(所有財産)의 귀속관계(歸屬關係)에 있어서는 법인격(法人格) 없는 사단(社團)으로 보아야 하므로, 청구인(請求人)이 지구당(地區黨)의 당원(黨員)일 뿐만 아니라 부위원장(副委員長)으로서 위원장(委員長)의 명(命)에 따라 지구당(地區黨) 소유(所有)의 플래카드를 설치(設置)·관리(管理)하는 책임자라면 청구인은 그 물건의 총유자(總有者) 중 1인일 뿐만 아니라 그 물건을 적법(適法)하게 설치(設置)·관리(管理)하던 사람으로서, 그 물건에 대한 재물손괴죄(財物損壞罪)가 성립하는 경우에는 그 피해자(被害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어 이 사건 심판청구(審判請求) 중 재물손괴죄(財物損壞罪) 부분에 관하여 청구인적격(請求人適格)을 갖추었다.
(2) 범죄피해자(犯罪被害者)의 개념 또는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는 보호법익(保護法益)의 주체(主體)만이 아니라 범죄(犯罪)의 수단(手段)이나 행위(行爲)의 상대방(相對方)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되고, 청구인은 정당(政黨)의 지구당 부위원장으로서 위원장 유고시에 그 직무를 대행하며, 평상시에도 법에서 규정하는 제1차적 보조기관인 간부로서 정당활동에 중요한 임무를 담당함과 동시에, 위 플래카드의 관리자(管理者)일 뿐만 아니라 피고발인(被告發人)으로부터 플래카드의 자진철거(自進撤去)를 요구 받았던 사실이 있는 자이어서 국가기능(國家機能)의 공정(公正)한 행사(行使)를 보호법익(保護法益)으로 하는 직권남용죄(職權濫用罪)의 보호법익(保護法益)의 주체(主體)는 아니지만, 행위(行爲)의 상대방(相對方) 또는 위 플래카드의 권리자(權利者)로서 이 사건 직권남용죄(職權濫用罪)의 피해자(被害者)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직권남용죄(職權濫用罪) 부분에 있어서도 청구인적격(請求人適格)을 갖추었다.
나. 재정신청(裁定申請)과 검찰항고(檢察抗告)는 모두 검사의 불기소처분(不起訴處分)에 대한 불복제도(不服制度)로서 현행법상(現行法上) 병존적(倂存的)·선택적(選擇的) 제도(制度)라고 할 수 있으나, 두 제도를 모두 거치는 것은 시간적(時間的)으로 불가능하게 되어 있고, 재정신청(裁定申請)을 거친 경우에 헌법소원(憲法訴願)을 제기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재판소원금지(裁判訴願禁止)의 원칙(原則)과의 관계에서 의문이 있을 수 있으므로, 재정신청(裁定申請)과 검찰항고(檢察抗告)가 모두 가능한 범죄(犯罪)에 관한 불기소처분(不起訴處分)에 대하여 헌법소원(憲法訴願)을 제기함에 있어서 그 구제절차(救濟節次)로서 검찰항고(檢察抗告)를 선택(選擇)하여 이를 모두 거친 경우에는 재정신청(裁定申請)을 거치지 아니하였더라도 다른 법률(法律)에 의한 구제절차(救濟節次)를 모두 거친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참조조문
헌법(憲法) 제11조 제1항, 제27조 제5항이 유
1. 이 사건 기록과 부산지방검찰청 1992년 형제12871호 불기소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청구인은 1992.2.14. 청구외(피고발인) 김○윤과 같은 황○하를 재물손괴 및 직권남용죄로 고발하였다. 그 고발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발인 김○윤은 부산직할시 중구 선거관리위원회 사무과장(서기관)이고, 같은 황○하는 부산직할시 중구 광복동사무소 공무원(행정서기보)이다. 피고발인들은 공모하여 1992.2.12. 9:00경 부산 중구 동광동 4가 1의 2 앞거리를 비롯한 부산 중구 관내 10곳에 설치되어 있던 통일국민당 중구지구당 소유의 “경축 김광일의원 국민당 최고위원 피선”이라는 내용의 가로 8미터, 세로 1.1미터 크기의 플래카드 10매(싯가 40만원 상당)를 철거·은닉하여 그 효용을 해하였다. 한편 피고발인들은 위와 같이 함으로써 공무원으로서의 직권을 남용하여 위 정당의 통상적인 선전활동에 관한 권리행사를 방해하였다.
나. 피청구인은 위 고발사건에 관하여 1992.6.30. 범죄의 혐의가 없다고 판단하여 불기소처분을 하였고, 청구인은 이에 불복하여 검찰청법에 의한 항고 및 재항고를 제기하였으나 모두 기각되었다.
2. 청구인은 피청구인이 위 고발사건에서 자의적인 수사를 함으로써 실체적 진실을 밝히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범죄의 성립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공소권을 발동하지 아니함으로써, 그 범죄 피해자인 청구인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상의 진술권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하고, 위 불기소처분의 취소를 구한다.
3. 먼저, 청구인적격의 유무에 관하여 본다.
가. 기록에 의하면, 청구인은 등록된 정당인 통일국민당 부산직할시 중구 지구당 부위원장으로 재직하는 자로서, 1992.2.13. 부산지방검찰청에 개인명의로 위 김○윤과 황○하를 재물손괴 및 직권남용죄로 고발하였고, 피청구인이 이에 대하여 혐의 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하자, 역시 개인 명의로 검찰청법에 의한 항고·재항고를 하였다가 모두 기각된 뒤에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에서 청구인이 무슨 자격으로 고발·항고·재항고 및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인가/ 다시 말하자면 청구인에게 이 사건 심판청구를 할 청구인적격이 있는가 함이 문제된다.
이 점에 관하여 청구인은 수사단계에서 자기는 위 지구당 부위원장으로서 위원장을 대리하여 고발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헌법소원 절차에서도 형사고소나 고발에서는 민사상의 대리의 경우와 같이 엄격한 현명주의(顯名主義)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므로, 청구인이 위 지구당의 대리인 자격으로 고발 또는 고소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기록을 아무리 살펴보아도 청구인이 위 지구당 위원장을 대리하거나 위 지구당을 대표하여 고발 또는 고소하였다고 인정할 아무런 자료가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에서는 청구인 자신을 위 재물손괴죄 또는 직권남용죄의 피해자로 볼 수 없는 한, 청구인적격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죄명별로 청구인이 피해자가 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나. 먼저 재물손괴죄는 타인의 재물에 대하여 손괴, 은닉 기타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범죄로서(형법 제366조), 그 보호법익은 소유권의 이용가치이고, 그 피해자는 그 물건의 소유권자와 적법한 권원에 의하여 그 물건을 점유·사용할 수 있는 자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정당의 법적 지위는 적어도 그 소유재산의 귀속관계에 있어서는 법인격 없는 사단(社團)으로 보아야 하고, 중앙당과 지구당과의 복합적 구조에 비추어 정당의 지구당은 단순한 중앙당의 하부조직이 아니라 어는 정도의 독자성을 가진 단체로서 역시 법인격 없는 사단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민법은 법인이 아닌 사단의 재산은 그 구성원의 총유(總有)로 보고, 그 구성원은 정관 기타 규약에 좇아 총유물을 사용·수익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민법 제275조 및 제276조 제2항 참조).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플래카드 10개는 위 지구당이 제작·게시하였던 것이고, 청구인은 그 지구당의 당원일 뿐만 아니라, 부위원장으로서 위원장의 명에 따라 위 플래카드 10개를 설치·관리하던 책임자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청구인은 비록 위 플래카드의 소유자 전체를 대표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거나 그러한 대표자를 대리하여 형사고소를 제기할 수 있는 구체적 위임을 받은 사실은 없더라도, 위 플래카드의 총유자 중 1인일 뿐만 아니라, 그 물건을 적법하게 설치·관리하던 사람으로서, 그 물건에 대한 재물손괴죄가 성립하는 경우에는 그 피해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청구인이 검찰에 제출한 서면의 형식은 비록 개인명의의 고발장이었으나, 그 실질에 있어서는 재물손괴죄의 피해자로서 고소를 제기한 것이라고 못 볼 바가 아니다. 결국 청구인은 이 사건 심판청구 중 재물손괴죄 부분에 관하여 청구인적격을 갖추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 다음,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행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범죄로서(형법 제123조), 그 보호법익은 국가기능의 공정한 행사이다. 그러나 범죄 피해자의 개념 또는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는 보호법익의 주체만이 아니라 범죄의 수단이나 행위의 상대방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므로, 직권남용죄의 경우 의무 없는 일을 행사하도록 요구받은 사람이나 권리행사를 방해받은 사람도 피해자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 청구인은 위 지구당 부위원장으로서 위원장 유고시에 그 직무를 대행하는 자일 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법령에서 규정하는 제1차적 보조기관인 간부로서 정당활동에 중요한 임무를 담당하는 자이다(정당법 제13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4조 참조). 또한 기록에 의하면, 청구인은 위 플래카드의 관리자일 뿐만 아니라, 피고발인 김○윤으로부터 플래카드의 자진철거를 요구받았던 사실도 있었다는 것이다(수사기록 9 및 19정). 그렇다면 청구인은 비록 보호법익의 주체는 아니지만, 행위의 상대방 또는 위 플래카드의 관리자로서 이 사건 직권남용죄의 피해자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직권남용죄 부분에 있어서도 청구인적격을 갖추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4. 다음, 구제절차의 경유 여부에 관하여 본다.
이 사건에서 심판의 대상이 되는 범죄는 재물손괴죄와 직권남용죄인데, 그 중 직권남용죄에 대하여는 형사소송법에 의한 재정신청과 검찰청법에 의한 검찰항고를 모두 제기할 수 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형사소송법에 의한 재정신청을 거치지 아니하고 검찰청법에 의한 검찰항고만을 거쳐 헌법소원을 청구하였을 경우에 다른 법률에 의한 구제절차를 모두 거친 것으로 볼 수 있는가 함이다.
재정신청과 검찰항고는 모두 검사의 부당한 불기소처분을 시정할 목적으로 마련된 제도인데, 현행법상 재정신청은 검사의 불기소처분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서면으로 그 검사가 소속한 지방검찰청 검사장 또는 지청장을 경유하여 제기하여야 하고(형사소송법 제260조 제2항), 검찰항고는 검사의 불기소처분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30일 내에 제기하여야 한다(검찰청법 제10조 제3항). 또한 고소·고발인이 재정신청을 한 때에는 검찰항고를 하지 못하고, 검찰항고를 한 후에 다시 재정신청을 한 때에는 그 항고는 취소된 것으로 보며/ 다만 재정신청에 대한 결정이 있기 전에 재정신청을 취소한 때에는 검찰항고 기간 내에 한하여 다시 검찰항고를 할 수 있다(검찰청법 제10조 제5항, 제6항). 따라서 재정신청과 검찰항고는 법률상 선택하여 제기할 수 있도록 마련되어 있으나, 어느 한 절차를 거친 다음 다른 절차를 거치기는 시간적으로 불가능하게 되어 있다. 다시 말하자면 재정신청과 검찰항고는 불기소처분에 대한 불복제도로서 병존적·선택적 제도라고 할 수 있으나, 두 제도를 모두 거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한편, 재정신청에 대하여는 고등법원이 항고의 절차에 준하여 결정하여야 하는 바(형사소송법 제262조 제1항), 그러한 재정신청을 거친 경우에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정한 재판소원금지의 원칙과의 관계에서 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재정신청과 검찰항고의 택일관계와 재판소원금지의 원칙을 고려하여 재정신청과 검찰항고가 모두 가능한 범죄에 관한 불기소처분에 대하여 헌법소원을 제기함에 있어서 그 구제절차로서 검찰항고를 선택하여 이를 모두 거친 경우에는, 비록 재정신청을 거치지 아니하였더라도 다른 법률에 의한 구제절차를 모두 거친 것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 위 “나”항에서 살펴본바와 같이 청구인은 위 불기소처분에 대하여 검찰청법에 의한 항고와 재항고를 적법하게 경유하였음을 알 수 있으므로/ 다른 법률에 의한 구제절차를 모두 거친 적법한 심판청구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5. 나아가 본안에 관하여 살펴본다.
기록을 아무리 살펴보아도 피청구인이 위 고소사건에 관하여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수사를 하였거나, 헌법의 해석, 법률의 적용 또는 증거의 판단에 있어서 불기소처분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잘못이 있었다고 보여지지 아니한다. 따라서 청구인은 피청구인의 위 불기소처분으로 말미암아 그가 주장하는 기본권의 침해를 받았다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청구인의 청구는 이유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재판관 전원이 의견일치에 따라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재판관 조규광(재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