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결정
청구인강 금 식 외 74인
청구인들 대리인 변호사 ○○○ ○ ○○○
이 유
1. 청구인들이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 이유로서 주장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가. 국회의장은 제156회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1991.12.18. 23:20경 본회의 의사진행을 강행하려는 민주자유당 소속 국회의원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 사이의 몸싸움 등 소란행위로 인하여 의사진행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민주자유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국회의장석 뒷문을 통하여 본회의장에 들어와 의장석이 아닌 여당의석 중간통로에서 23:45경 무선마이크로 개의를 선언하고 추곡수매동의안, 제주도개발특별법안, 바르게살기운동조직육성법안 등 3개의 의안을 일괄 상정한 다음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이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불과 10초만에 가결을 선포하여 날치기로 이를 처리.통과시켰다. 위 의안처리과정에서 국회의장은 의사정족수 및 의결정족수를 확인하지 아니하였고 적법한 표결절차를 밟지도 아니하였으므로 가결처리된 위 법률안 등은 무효이다.
나.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서 말하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의 침해"는 헌법 제2장에 규정된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침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기본권의 상위개념인 국민주권주의, 법치주의, 적법절차의 원리 등 헌법의 기본원리의 침해도 포함하는 것이며, 피청구인의 위와 같은 불법적인 의안처리행위로 헌법의 기본원리가 훼손됨으로써 청구인들은 국민으로부터 입법권(구체적으로 질의권, 토론권, 표결권 등)을 부여받은 국회의원들로서 위 기본원리가 보장됨으로써 누릴 수 있는 기본권을 침해받았을 뿐만 아니라, 가결된 법안 중 특별형사실체법인 제주도개발특별법이 공포.시행될 경우에는 청구인들 각자가 헌법 제12조 제1항의 정당한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당하지 않을 권리를 침해받을 현실적인 위험에 처하게 된 것이다.
국회의 의결이나 의사진행을 통치행위로 보아 사법심사의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주장하는 견해도 있으나, 설사 이 사건 의안처리행위를 통치행위로 본다고 하더라도 정치적 사법기관인 헌법재판소는 그 위헌여부를 심판할 수 있는 것이며, 국회의 불법적인 의안처리에 대하여는 다른 법률에 의한 구제절차가 마련되어 있지도 아니하므로 그 의안처리행위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의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청구인들은 피청구인의 이 사건 의안처리행위가 위헌적인 공권력의 행사로서 무효임을 확인받기 위하여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다는 것이다.
2. 이에 대하여 피청구인은, 이 사건 의안처리행위는 고도의 정치행위에 속하는 것으로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없고 헌법의 기본원리의 침해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소정의 기본권침해에 해당하지 아니하며, 국민 개인이 아닌 국회의원의 자격에서는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없고 가결처리된 위 법률안 등에 의하여 청구인들 각자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 직접, 현재 침해된 것도 아니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어느모로 보나 부적법하며, 설사 심판청구가 적법하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의안처리는 청구인들의 극한적인 물리력에 의한 의사진행방해가 있는 상태에서 적법하고도 합리적인 방법으로 행해진 것이므로 위법하지 아니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3. 그러므로 먼저 이 사건 심판청구가 적법한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법원의 재판을 제외한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에 의한 헌법소원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의 주체가 국가기관의 공권력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그 기본권을 침해받았을 경우 이를 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정된 것이다. 그러므로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는 자는 원칙으로 기본권의 주체로서의 국민에 한정되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 내지 실현할 책임과 의무를 지는 국가기관이나 그 일부는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 1994.12.29. 선고, 93헌마120 결정 참조). 나. 입법권은 헌법 제40조에 의하여 국가기관으로서의 국회에 속하는 것이고, 국회의원이 국회 내에서 행사하는 질의권.토론권 및 표결권 등은 입법권 등 공권력을 행사하는 국가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의 지위에 있는 국회의원에게 부여된 권한으로서 국회의원 개인에게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 즉 기본권으로 인정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국회의 구성원인 지위에서 공권력작용의 주체가 되어 오히려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 내지 실현할 책임과 의무를 지는 국회의원이 국회의 의안처리과정에서 위와 같은 권한을 침해당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서 말하는 "기본권의 침해"에는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러한 경우 국회의원은 개인의 권리구제수단인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헌법소원심판과정에서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가 위헌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국민주권주의, 법치주의, 적법절차의 원리 등 헌법의 기본원리를 그 기준으로 적용할 수는 있으나,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헌법의 기본원리가 훼손되었다고 하여 그 점만으로 국민의 기본권이 직접 현실적으로 침해된 것이라고 할 수는 없고 또한 공권력 행사가 헌법의 기본원리에 위반된다는 주장만으로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의 주체가 아닌 자가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도 없는 것이므로, 설사 피청구인의 불법적인 의안처리행위로 헌법의 기본원리가 훼손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구체적 기본권을 침해당한 바 없는 국회의원인 청구인들에게 헌법소원심판청구가 허용된다고 할 수는 없다.
다. 또한 이 사건 의안처리로 가결통과된 제주도개발특별법안에 형사처벌규정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법률에 해당되는 사유가 발생한 바 없는 청구인들은 그로 인하여 자신의 기본권을 침해당한 것이라고 할 수 없어 자기관련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청구인들에게 장차 위 법률 소정의 사유가 발생할 경우 기본권 침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잠재적인 것에 불과하여 현재성이 없으므로, 위 법률안의 가결처리로 청구인들 각자가 정당한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받지 아니할 헌법 제12조 제1항의 기본권을 침해당한 것이라고 할 수도 없다.
4. 그렇다면, 청구인들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다른 주장에 관하여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없이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1995.2.23.재판관 김용준(재판장) 김진우 김문희 황도연 이재화 정경식(주심) 고중석 신창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