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가. 헌법소원심판(憲法訴願審判)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공권력(公權力)의 행사(行使)가 존재하지 아니한다고 본 사례
나. 피청구인이 환매할 토지가 생겼음을 청구인들에게 통지하지 아니한 것이 헌법소원의 심판대상이 되는 공권력(公權力)의 불행사(不行使)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사례
다. 청구인들이 환매권(還買權)을 행사한 이후에 이루어진 피청구인들의 사실행위(事實行爲) 등이 청구인들의 환매권을 침해(侵害)할 수 있는지 여부
라. 법령(法令)에 대한 헌법소원에 있어서의 청구기간(請求期間)의 산정재판요지
가.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환매권의 행사는 그것이 공공용지(公共用地)의취득(取得)및손실보상(損失補償)에관한특례법(特例法)에 의한 것이든, 토지수용법(土地收用法)에 의한 것이든 형성권(形成權)의 행사로서 일방적(一方的) 의사표시(意思表示)에 의하여 성립하는 것이지, 상대방인 사업시행자 또는 기업자(起業者)의 동의를 얻어야 하거나 그 의사 여하에 따라 그 효과(效果)가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피청구인이 설사 청구인들의 환매권 행사를 부인(否認)하는 어떤 의사표시를 하였더라도 이는 환매권의 발생 여부 또는 그 행사의 가부(可否)에 관한 사법관계(私法關係)의 다툼을 둘러싸고 사전(事前)에 피청구인의 의견을 밝히고, 그 다툼의 연장인 민사소송절차(民事訴訟節次)에서 상대방의 주장을 부인(否認)한 것에 불과하므로, 그것을 가리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公權力)의 행사라고 볼 수는 없다.
나. 헌법소원의 심판대상이 되는 공권력(公權力)의 불행사(不行使)가 있다고 하려면 피청구인에게 그에 상응하는 법률상(法律上)의 작위의무(作爲義務)가 있어야 하는바, 이 사건 토지들이 토지수용법 내지 공공용지의취득및손실보상에관한특례법 소정의 “환매(還買)할 토지(土地)”라 할 수 없으므로 피청구인인 한국수자원공사에게 환매할 토지가 생겼음을 통지(通知)하여야 할 법률상의 작위의무가 인정되지 아니하고, 따라서 그러한 통지를 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이를 헌법소원의 심판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불행사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다. 환매권(還買權)은 환매의 요건이 발생하면 환매권자의 일방적(一方的) 의사표시(意思表示)로써 행사할 수 있는 것인데 청구인들이 각 환매의 의사표시(意思表示)를 하여 이로써 환매권은 이미 행사(行使)된 것이므로, 그 후에 피청구인들이 이 사건 토지의 일부에 흙을 붓고 도로확장공사를 하는 등 사실상(事實上)의 행위(行爲)를 하였다거나, 지방공업개발장려지구를 변경지정(變更指定)·공고(公告)하고 공업단지조성사업 실시계획을 변경승인(變更承認)·고시(告示)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청구인들의 환매권의 성립·행사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이로써 청구인들의 환매권이 침해(侵害)되었다거나 그 행사가 방해(妨害)되었다고 볼 수 없다.
라. 환매권행사의 제척기간(除斥期間)을 협의취득일로부터 6년 이내로 규정한 심판대상(審判對象) 법률조항(法律條項)으로 인하여 청구인들의 기본권이 현실적(現實的)으로 침해된 것은 위 제척기간이 완성된 다음날인 1988.7.30.경이라 할 것이고, 이 때는 헌법재판소(憲法裁判所)가 발족되기 전이므로 헌법재판소가 구성(構成)된 1988.9.19.부터 180일 이내에 위 법률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어야 함에도 이 사건 헌법소원은 그 기간을 훨씬 지나 청구되었으므로 이 부분 심판청구는 부적법(不適法)하다.참조판례
1990.6.25. 선고, 89헌마220 결정, 1992.4.14. 선고, 89헌마136 결정, 1992.6.26. 선고, 89헌마272 결정, 1993.2.2. 고지, 93헌마2 결정, 1994.2.24. 선고, 92헌마283 결정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결정
청구인김 일 순 외 161명
청구인들 대리인 변호사 ○○○ ○ ○○
피청구인1. 한국수자원공사
2. 건설부장관
피청구인들 대리인 변호사 ○○○
이 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별지2 토지목록 기재 각 해당 토지(이하 “이 사건 토지”라고만 한다)는 원래 청구인들의 소유였는데, 1974.4.1. 구(舊)산업기지개발촉진법에 의하여 건설부 고시 제92호로 이 사건 토지를 포함한 일대의 토지 약 16,700,000평에 대하여 창원종합기계공업기지(후에 창원공업기지로 명칭이 변경됨) 건설을 위한 산업기지개발구역으로 지정되었고, 1981.8.20. 건설부 고시 제313호로 산업기지개발구역 기본계획이 수립되었으며, 이 사건 토지가 소재한 차룡단지에 대하여는 1979.5.25. 건설부 고시 제185호로 그 조성사업의 실시계획이 승인, 고시되었고, 같은 해 6.5.부터 1982.7.30.까지 사업시행자인 피청구인 한국수자원공사(명칭 변경전, 산업기지개발공사)가 위 같은 목록 “협의취득일”란 기재의 각 해당일자에 위 차룡단지조성사업의 부지로 사용할 목적으로 이 사건 토지를 각 해당 소유자로부터 협의취득하였다.
(2) 청구인들은 피청구인 한국수자원공사를 상대로, 이 사건 토지는 당초의 취득목적사업인 위 공업용지조성사업의 폐지, 변경 기타의 사유로 인하여 그 취득목적사업에 필요 없게 되었음을 이유로, 각 소제기일 또는 각 공탁일자의 환매권행사를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구한다는 민사소송을 대전지방법원에 제기하였으나, 1990.6.28. 그 청구가 모두 기각(일부 각하 포함)되었고, 이에 1991.8.19. 피청구인들의 행위가 아래 2의 가항 기재와 같은 이유로 청구인들의 환매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함과 아울러 공공용지의취득및손실보상에관한특례법 제9조 제2항, 토지수용법 제71조 제2항 및 제3항은 각 청구인들의 환매권을 박탈하는 위헌조항이라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한편 이 사건 심판청구 후 위 민사소송 항소심에서 청구인들의 항소가 기각되었고, 대법원에서도 1993.9.14. 상고기각되어 청구인들의 패소로 확정되었다.
나. 심판의 대상
따라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아래 2의 가항에서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피청구인들의 행위가 청구인들의 환매권을 침해하였는지의 여부와, 공공용지의취득및손실보상에관한특례법(제정 1975.12.31. 법률 제2847호 이하 “특례법”이라고만 한다) 제9조 제2항, 토지수용법(제정 1962.1.15. 법률 제965호, 개정 1981.12.31. 법률 제3534호 이하 “수용법”이라고만 한다) 제71조 제3항이 청구인들의 환매권을 직접 침해하는지의 여부이다.
청구인들은 수용법 제71조 “제2항”에 대하여도 심판청구를 하는 듯하나, 동항은 환매권 발생요건을 규정한 조항일 뿐 환매권의 행사를 제한, 침해하는 아무런 내용도 포함하고 있지 아니하며, 청구인들의 청구이유도 동항에 근거한 환매권의 행사기간을 협의취득일 또는 수용일로부터 6년 이내로 제한한 것이 환매권을 침해한다는 것인데, 이는 바로 수용법 제71조 제3항에서 규정하는 바이므로 수용법 제71조“제2항”은 심판의 대상으로 삼지 아니한다.
특례법 제9조 제2항 및 수용법 제71조 제3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특례법 제9조
② 제1항의 규정은 취득일부터 5년을 경과하여도 취득한 토지 등의 전부를 공공사업에 이용하지 아니하였을 때에 이를 준용하며 이 경우의 환매권은 취득일부터 6년 이내에 이를 행사하여야 한다.
수용법 제71조
③ 제2항의 규정에 의한 환매권은 사업인정 후 협의취득일 또는 수용일로부터 6년 이내에 이를 행사하여야 한다.
2. 당사자의 주장 및 이해관계인의 의견 요지
가. 청구인들의 주장
(1) 피청구인 한국수자원공사는,
가) 이 사건 토지의 취득일로부터 10년이 경과하도록 토지의 대부분을 원래의 전, 답, 대지, 임야상태 그대로 방치하였고, 이 사건 토지 중 이미 개발된 지역일부에 본래의 조성목적과 달리 기계공업이 아닌 다른 일반 공업에 관한 공장들을 입주시켰으며, 이미 조성된 나머지 공장부지도 입주희망자가 없어 남아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토지 일대 지역은 당초의 조성목적에 위배하여 준공업지구, 지방공업개발장려지구로 변경 지정되었고, 그 일부에 대하여 택지조성사업까지 시행되고 있으니 이 사건 토지는 당초의 취득목적사업인 위 기계공업용지 조성사업의 폐지·변경 기타의 사유로 인하여 그 취득목적사업에 필요 없게 되었다고 할 것이며, 따라서 특례법 제9조 제1항 내지 제2항, 수용법 제71조 제1항 내지 제2항에 따라 환매의 의사표시를 한 청구인들에게 이 사건 토지를 환매하여 줄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거부함으로써 청구인들의 재산권인 환매권을 침해하고 있고,
나) 이 사건 토지가 취득목적사업에 필요 없게 되었으면 환매권자인 청구인들에게 지체 없이 이를 통지하여 줄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행치 아니하여 환매권을 침해하였고,
다) 취득 후 10년 동안 이 사건 토지를 사업에 이용하지 않고 있다가 청구인들이 환매권을 행사한 후로서 위 민사소송의 제1심 제1차 검증시인 1989.10.30. 및 제2차 검증시인 1990.4.28. 이 사건 토지의 일부에 흙을 붓고 도로확장공사를 하는 등 사업을 시행하는 것처럼 하여 청구인들의 환매권 행사를 방해하였고,
(2) 피청구인 건설부장관은,
가) 기업자인 피청구인 한국수자원공사가 이 사건 토지를 취득한지 10년이 넘은 1990.4.11. 건설부 고시 제171호로 차룡단지조성공사기간을 1991.12.31.까지 연장하여 줌으로써 청구인들의 환매권행사를 방해하였으며,
나) 1987.4.20. 공고 제37호로 이 사건 토지를 지방공업개발장려지구로 지정함으로써 청구인들의 환매권 행사를 방해하였고,
(3) 특례법 제9조 제1항 내지 수용법 제71조 제1항에 의하면 토지 등의 협의취득일 또는 수용일로부터 10년 이내에 사업의 폐지·변경 기타의 사유로 인하여 토지 등의 전부 또는 일부가 필요 없게 되었을 때는 필요 없게 된 때로부터 1년, 취득일 또는 수용일로부터 10년 이내에 환매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그 취지는 대법원판례로 인정된 바와 같이 필요 없게 된 때로부터 1년을 경과하였다고 하더라도 취득일 등으로부터 10년이 경과하지 아니하였다면 환매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특례법 제9조 제2항 및 수용법 제71조 제3항은 취득일 또는 수용일로부터 5년을 경과하여도 토지의 전부를 사업에 이용하지 아니한 때에는 취득일 또는 수용일로부터 6년 이내에 환매권을 행사하도록 그 기간을 제한하고 있는데 이는 1년이라는 단기간의 제척기간을 두어 청구인들의 환매권을 박탈하는 조항이므로 재산권 보장의 헌법규정에 위반된다.
나. 피청구인들의 답변
(1) 피청구인 한국수자원공사의 답변
가) 피청구인 한국수자원공사(이하 (1)항에서는 “피청구인”이라고만 한다)의 행위는 공권력의 행사나 불행사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나) 헌법소원은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절차를 모두 거친 후가 아니면 청구할 수 없는데, 청구인들은 피청구인을 상대로 환매권에 기하여 민사소송을 제기하였고, 현재 서울고등법원에 항소심 계속중이므로 그 절차를 모두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제기한 이 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다)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를 원인으로 한 헌법소원은 그 사유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그 사유가 있은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청구하여야 하는바, 이 건 심판청구는 모두 위 청구기간을 도과한 것이므로 부적법하다.
라) 설사 이 건 심판청구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토지는 피청구인의 공공사업에 필요 없게 된 것이 아니고 현재 사업 진행중이므로 이 건 심판청구는 이유 없다.
(2) 피청구인 건설부장관의 답변
가) 피청구인 건설부장관(이하 (2)항에서는 “피청구인”이라고만 한다)이 이 사건 토지에 대하여 당초의 사업목적과 다른 사업목적으로 실시계획을 변경승인하여 주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창원공업기지 전체에 대한 개발기본계획의 범위 내에서 일부 변경승인한 것에 불과하므로 적법하고, 이 사건 토지가 필요 없게 된 것이 아닌 한 청구인들에게 환매권이 발생하지 아니하였고 공사기간을 연장하면서 공사한다고 하여 환매권이 발생하는 것도 아니므로, 사업자의 공사기간을 연장승인하여 준 것이 청구인들의 권리를 침해한 것도 아니다.
나) 설사 이 사건 토지에 대한 피청구인의 실시계획 변경승인에 잘못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로써 곧 청구인들의 권리가 직접 침해되는 것이 아니라 피청구인 한국수자원공사의 환매불응을 통하여 권리침해가 이루어지므로 피청구인을 상대로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은 부적법하다.
다. 법무부장관의 의견
(1) 피청구인 한국수자원공사가 공기업이라 하더라도 이 사건 토지에 대한 환매의 실시 혹은 거부는 공권력에 기초한 고권적 행위로는 볼 수 없고 단순한 사경제주체로서 내리는 결정이라고 할 것이므로, 이 건 환매거부행위는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가 아니며 따라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없다.
(2) 위 피청구인의 행위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헌법소원은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절차를 모두 거친 후가 아니면 청구할 수 없는데, 청구인들은 행정심판법과 행정소송법에 규정된 사전구제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이 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3) 위 피청구인은 1989.6.15. 환매거부결정을 하여 청구인들에게 통지하였으며 이에 불복한 청구인들이 같은 달 27.까지 대전지방법원에 위 피청구인을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을 제기하였는바, 제소일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1991.8.19.에 제기된 이 건 심판청구는 청구기간 180일을 경과하였으므로 부적법하다.
(4) 설사 이 건 심판청구가 적법하다 하더라도 이 사건 토지는 공공사업의 폐지·변경 기타의 사유로 인하여 필요 없게 된 것이 아니므로 청구인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판 단
가. 피청구인 한국수자원공사에 관한 청구부분
(1) 환매거부의 점에 대한 판단
가) 헌법소원의 심판청구가 적법하게 성립하려면 그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가 존재하여야 하고, 그러한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가 존재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그 심판청구를 부적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확립된 판례이다( 당재판소 1992.6.26. 선고, 89헌마272 및 89헌마132 결정 등 참조). 청구인들은 이 사건에서 각 보상금 상당액을 공탁하고 환매권을 행사하였음에도 피청구인 한국수자원공사(이하 가항에서는 “피청구인”이라고만 한다)가 환매를 거부하였다고 주장하므로,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이른바 환매거부행위 또는 이와 유사한 공권력의 행사가 존재하는지 살펴본다.
청구인들은 피청구인이 청구인들의 환매요구에 불응하여 환매를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할 뿐, 피청구인의 환매거부행위라고 할 수 있는 어떤 구체적 행위를 특정하고 있지 아니하며, 기록상으로도 피청구인이 청구인들에 대하여 환매거부행위 내지 이와 유사한 공권력의 행사를 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으므로 청구인들이 이 사건에서 심판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환매거부행위라는 공권력의 행사가 존재하지 아니한다.
나) 다음 청구인들을 포함함 토지의 원소유자들이 피청구인을 상대로 환매권 행사를 원인으로 제기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에서 피청구인이 응소행위를 한 것이 공권력의 행사로서의 환매거부행위에 해당하는지 살펴보고, 한편 법무부장관은 의견서에서 피청구인이 1989.6.15. 환매거부결정을 하여 청구인들에게 통지하였다고 하고 있는데, 기록상 청구인들이 피청구인 및 건설부장관에게 탄원서를 제출하였음이 인정될 뿐 피청구인이 그와 같은 통지를 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으나, 피청구인이 어떤 형태로든(예컨대 민원에 대한 회신의 형식으로) 그 무렵 청구인들의 환매요구를 거절하는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으므로 그러한 의사표시가 과연 공권력의 행사로서의 환매거부행위에 해당하는지도 함께 살펴본다.
특례법 제9조에 의한 환매권의 행사는 환매기간 내의 환매의 요건이 발생하면 환매권자가 환매대금을 지급하고 일방적으로 환매의 의사표시를 함으로써 사업시행자의 의사 여하에 관계 없이 성립한다고 보아야 하고, 이러한 법리는 수용법 제71조에 의한 환매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해석하여야 한다.
또한 공공용지로 협의취득한 토지에 대한 원소유자들의 환매요구에 대하여 행정청이 이를 거부하는 결정을 하였더라도 그로 인하여 원소유자들의 권리나 법적 이익에 어떤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환매권의 행사는 그것이 특례법에 의한 것이든, 수용법에 의한 것이든 형성권의 행사로서 일방적 의사표시에 의하여 성립하는 것이지, 상대방인 사업시행자 또는 기업자의 동의를 얻어야 하거나 그 의사 여하에 따라 그 효과가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피청구인이 설사 청구인들의 환매권 행사를 부인하는 어떤 의사표시를 하였더라도 이는 환매권의 발생 여부 또는 그 행사의 가부에 관한 사법(私法)관계의 다툼을 둘러싸고 사전에 피청구인의 의견을 밝히고, 그 다툼의 연장인 민사소송절차에서 상대방의 주장을 부인한 것에 불과하므로, 그것을 가리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라고 볼 수는 없다( 당재판소 1994.2.24. 선고, 92헌마283 결정 참조).
다) 결국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환매거부행위 또는 이와 유사한 공권력의 행사 자체가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이 부분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2) 환매토지 발생 불통지의 점에 대한 판단
청구인들은 이 사건 토지가 취득목적사업에 필요 없게 되었으므로 기업자인 피청구인으로서는 환매권자인 자신들에게 지체 없이 이를 통지하여 줄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행치 아니하여 환매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는바, 그렇다면 이 부분 심판청구는 공권력의 불행사로 인한 기본권(환매권) 침해에 대한 심판청구라 할 것이다.
헌법소원의 심판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불행사가 있다고 하려면 피청구인에게 그에 상응하는 법률상의 작위의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판례이다(당재판소 1993.2.2.고지, 93헌마2 결정 참조). 따라서 이 사건에서 피청구인이 환매할 토지가 생겼음을 통지하지 아니한 것이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불행사가 되려면 피청구인에게 환매권 발생을 통지하여야 할 법률상의 작위의무가 인정되어야 하는바, 피청구인에게 과연 그러한 작위의무가 발생하였는지 살펴본다.
수용법 제72조 제1항에 의하면 환매할 토지가 생겼을 때에는 기업자는 지체 없이 이를 환매권자에게 통지하여야 하고, 기업자가 과실 없이 환매권자를 알 수 없을 때에는 이를 공고하여야 하며, 이 규정은 특례법 제9조 제5항에도 준용된다.
따라서 위 수용법과 특례법의 법문상 기업자의 소위 환매통지의무는 환매할 토지가 생긴 경우에만 발생함이 분명하고, 환매할 토지가 생긴 경우란 협의취득일 또는 수용일로부터 10년 이내에 토지 등의 전부 또는 일부가 필요 없게 된 때이거나(수용법 제71조 제1항 및 특례법 제9조 제1항의 경우), 협의취득일 또는 수용일로부터 5년을 경과하여도 토지 등의 전부를 사업에 이용하지 아니한 때(수용법 제71조 제2항 및 특례법 제9조 제2항의 경우)를 말한다. 기록에 첨부된 1, 2, 3심 판결서를 보면 이 사건 토지들이 취득목적사업인 산업기지개발사업에 “필요 없게” 되었거나 “토지의 전부를 사업에 이용하지 아니한” 것이 아니어서 “환매할 토지”로 인정할 수 없으므로 기업자인 피청구인에게 소위 환매통지의무가 발생하였다고 할 수 없다.
결국 피청구인이 환매할 토지가 생겼음을 통지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불행사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고, 그렇다면 이 부분 심판청구도 부적법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3) 공사시행의 점에 대한 판단
헌법소원심판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만이 청구할 수 있다(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청구인들은 피청구인이 민사소송 계속중에 이 사건 토지의 일부에 흙을 붓고 도로확장공사를 하는 등 사업을 시행하는 것처럼 하여 자신들의 환매권 행사를 방해하였다고 주장하므로, 피청구인의 그러한 사실상의 행위가 과연 청구인들의 환매권을 침해하였거나, 그 행사를 방해한 것인지에 관하여 보건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환매권은 환매의 요건이 발생하면 환매권자의 일방적 의사표시로써 행사할 수 있는 것인데, 청구인들은 소제기일 또는 공탁일자에 각 환매의 의사표시를 하였던 것으로 이로써 환매권은 이미 행사된 것이므로(환매의 실현 여부는 법률에 정해진 환매요건이 구비되었는지에 대한 법원의 판단에 달려 있을 뿐이다), 그 후에 이루어진 피청구인의 어떤 사실행위가 청구인들의 환매권을 침해하거나 그 행사를 방해할 수는 없다.
따라서 설사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피청구인의 사실행위가 있었다 하더라도, 이로 말미암아 청구인들의 환매권이 침해된 바도 없고, 침해될 수도 없으므로 이 부분 심판청구도 부적법하다.
나. 피청구인 건설부장관에 관한 청구부분
피청구인 건설부장관(이하 나항에서는 “피청구인”이라고만 한다)은 1987.4.20. 지방공업개발장려법 및 그 시행령에 의거 지방공업개발장려지구를 변경지정하고 이를 건설부 공고 제37호로 공고하였는데, 그 내용은 창원지방공업개발장려지구를 비롯 이미 지정된 지방공업개발장려지구의 면적을 각 증가하는 것이었다.
또 피청구인은 1990.4.11. 창원공업기지 차룡단지조성사업 실시계획을 변경승인하고 이를 건설부 고시 제171호로 고시하였는데, 이에 따라 차룡단지조성사업의 시행기간이 1990.12.31.에서 1991.12.31.까지 1년 연장되었다.
청구인들은 피청구인이 위 1987년 건설부 공고 제37호로 이 사건 부동산을 지방공업개발장려지구로 지정하고, 위 1990년 건설부 고시 제171호로 공사기간을 1년 연장함으로써 자신들의 환매권 행사를 방해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환매권은 환매요건이 생겼을 때 환매권자의 일방적 의사표시에 의해 행사되는 것인데, 환매요건과 무관한 위와 같은 내용의 피청구인의 공고, 고시는 청구인들의 환매권의 성립·행사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이로써 청구인들의 환매권이 침해되었다거나 그 행사가 방해되었다고 볼 수 없고, 따라서 이 부분 심판청구 역시 부적법하다.
다. 특례법 및 수용법 조항의 위헌확인 청구부분
(1) 법률이 시행된 뒤에 그 법률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하여 기본권의 침해를 받게 된 자는 그 사유가 발생하였음을 안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그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헌법소원을 청구하여야 하고, 여기서 “사유가 발생한 날”이란 당해 법률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명백히 구체적으로 현실 침해하였거나 그 침해가 확실히 예상되는 등 실체적 제요건이 성숙하여 헌법판단에 적합하게 된 때를 말한다고 함이 헌법재판소의 확립된 판례이다( 당재판소 1990.6.25. 선고, 89헌마220 결정; 1993.7.29. 선고, 92헌마6 결정 등 참조).
(2) 특례법은 1975.12.31. 법률 제2847호로 제정되어 두 차례에 걸쳐 부분개정이 있었으나, 심판대상인 제9조 제2항은 특례법의 최초 시행일 이후 현재까지 개정되지 않고 그대로 시행되고 있고, 수용법은 1962.1.15. 법률 제965호로 제정된 이래 모두 6회에 걸쳐 개정되었는데, 심판대상인 제71조 제3항은 1981.12.31. 법률 제3534호로 개정된 후 현재까지 그대로 시행되고 있다.
한편 피청구인 한국수자원공사가 이 사건 토지를 취득한 것은 1979.6.5.부터 1982.7.30.까지이므로 청구인들 주장대로 이 사건 토지 전부가 사업에 이용되지 아니하였다면 가장 늦은 협의취득일로부터 보더라도 그 때부터 5년이 경과한 1987.7.30.경에는 환매권이 발생하였다고 할 것이며, 위 심판대상인 각 법률조항은 이러한 경우 환매권 행사의 제척기간을 협의취득일로부터 6년 이내로 규정한 것이므로 1988.7.30.경부터는 환매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1988.7.30.경부터 환매권이라는 청구인들의 기본권이 현실적으로 침해되었다 할 것이고, 이는 곧 위 각 법률조항의 시행 후에 그 법률조항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한 경우이므로, 청구인들로서는 그 사유가 생긴 때, 즉 협의취득일로부터 6년 이내에 환매권을 행사하여야 한다는 위 각 법률조항 때문에 환매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는 첫 날인 1988.7.30.경부터 180일 이내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어야 할 것이나/ 다만 헌법재판소가 발족하기 전에 있었던 공권력에 의한 기본권침해에 대한 헌법소원의 심판청구기간은 헌법재판소가 구성된 1988.9.19.부터 기산하게 되므로( 당재판소 1992.4.14. 선고, 89헌마136 결정 등 참조), 이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어야 한다. 그런데도 청구인들은 헌법재판소가 구성된 1988.9.19.부터 기산하여 180일이 훨씬 지났음이 분명한 1991.8.19.에야 비로소 이 사건 심판청구를 하였으므로 위 각 법률조항의 위헌을 다투는 이 부분 심판청구는 청구기간을 도과한 부적법한 청구라 아니할 수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는 모두 부적법하므로 이를 모두 각하하기로 하여,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1995.3.23.재판관 김용준(재판장) 김진우 김문희 황도연 이재화(주심) 조승형 정경식 고중석 신창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