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요지
가. 조세행정(租稅行政)에 있어서의 법치주의(法治主義)의 적용은 조세징수(租稅徵收)로부터 국민의 재산권(財産權)을 보호하고 법적(法的) 생활(生活)의 안전을 도모하려는데 그 목적(目的)이 있는 것으로서, 과세요건법정주의(課稅要件法定主義)와 과세요건명확주의(課稅要件明確主義)를 그 핵심적 내용으로 하는 것이지만 오늘날의 법치주의(法治主義)는 국민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은 법률(法律)로써 정해야 한다는 형식적(形式的) 법치주의(法治主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법률(法律)의 목적(目的)과 내용(內容) 또한 기본권(基本權) 보장(保障)의 헌법이념에 부합되어야 한다는 실질적(實質的) 법치주의(法治主義)를 의미하며 헌법(憲法) 제38조, 제59조가 선언하는 조세법률주의(租稅法律主義)도 이러한 실질적(實質的) 법치주의(法治主義)를 뜻하는 것이므로 비록 과세요건(課稅要件)이 법률(法律)로 명확히 정해진 것일지라도 그것만으로는 충분한 것이 아니고 조세법(租稅法)의 목적(目的)이나 내용(內容)이 기본권 보장의 헌법이념(憲法理念)과 이를 뒷받침하는 헌법상(憲法上)의제원칙(諸原則)에 합치되지 아니하면 아니된다.
나. 상속세법(相續稅法) 제29조의4 제2항의 규정은 실지조사(實地調査)와 쟁송(爭訟)의 번거로움을 피하고 편리한 세금징수의 방법만을 강구한 나머지 조세형평(租稅衡平)이나 국민의 기본권(基本權) 보장(保障)은 도외시한 채 오직 조세행정(租稅行政)의 편의만을 위주로 하여 제정된 매우 불합리한 법률이고 기본권(基本權) 경시(輕視)와 행정편의주의(行政便宜主義) 및 획일주의(劃一主義) 정도가 지나쳐 헌법(憲法) 제11조 제1항의 평등권(平等權), 제23조 제1항의 재산권(財産權), 제27조 제1항의 재판청구권(裁判請求權)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어서 헌법(憲法) 제37조 제2항에 위배되고 그럼으로써 헌법(憲法) 제38조, 제56조의 조세법률주의(租稅法律主義)에 위배되는 위헌법률(違憲法律)이다.
재판관 조규광, 재판관 이시윤의 반대의견(反對意見)
상속세법(相續稅法) 제29조의4 제2항은 조문의 전 취지로 보아 배우자(配偶者)간 또는 직계존비속(直系尊卑屬)간의 부담부증여(負擔附贈與)는 일응 단순증여(單純贈與)로 추정(推定)하되 채무관계(債務關係)의 주체(主體)로 보아 채무인수(債務引受)가 확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을 때 또는 채무인수(債務引受)가 재판상 증명되는 때에는 추정(推定)이 전복되어 공제의 혜택을 받는 것으로 완화하여 해석하기에충분하고 그렇게 해석하면 부담부증여(負擔附贈與)가 조세포탈(租稅逋脫) 내지 회피(回避)의 수단으로 남용되는 것을 막으면서도 위헌 문제를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전면위헌(全面違憲)으로 폐기(廢棄)하기 보다는 위와 같은 취지의 합헌적(合憲的) 한정해석(限定解釋)의 주문(主文)을 내는 것이 온당하다.참조판례
1. 1989.7.21. 선고, 89헌마38 결정(판례집 1, 131), 1990. 9. 3. 선고, 89헌가95 결정(판례집 2, 245), 1991.11.25. 선고, 91헌가6 결정(판례집 3, 569), 1992.12.24. 선고, 90헌바21 결정(판례집 4, 890)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결정
사건90헌가69,91헌가5,90헌바3 相續稅法第29條의4第2項에대한違憲審判相續稅法第29條의4第2項에대한憲法訴願
제청신청인(90헌가69)한 순 협
대리인 변호사 황인만
제청신청인(91헌가5)김 영 주 외 3인
제청신청인들 대리인 변호사 강보현 외 1인 2 .
헌법소원심판청구인(90헌바3)이 길 우
대리인 변호사 ○○○
주 문
상속세법(1950.3.22. 법률 제 114호, 개정 1981.12.31. 법률 제3474호, 최후개정 1991.11.30. 법률 제 4410호) 제29조의4 제2항은 헌법에 위반된다. 이 유
1. 가. 강서세무서장은 1987.9.18. 제청신청인 한순협에 대하여 증여세 44,371,280원, 방위세 8,874,250원을 납세고지 하였는데 이는 제청신청인이 1984.8.23. 그의 어머니로부터 증여받은 서울 강서구 신정동 소재 대지 및 그 지상 건물에 대한 것이었다(증여재산가액 95,795,000원). 그런데 제청신청인은, 위 산을 그냥 증여받은 것이 아니고 증여자인 어머니의 제3자에 대한 금전채무 도합 62,000,000원을 인수하면서 증여받은 것이었으니 증여세과세가액은 증여재산가액에서 인수채무액을공제한 나머지 금액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인수채무액을 공제하지 아니하고 증여재산가액 전액을 과세가액으로하여 증여세를 부과한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하면서 서울고등법원에 증여세부과처분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하고 그 소송에서, 인수채무액을 공제하지 아니한 근거법률인 상속세법 제29조의4 제2항의 규정에 관하여, 위헌제청신청을 하였으며 제청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위헌여부의 심판을 제청한 것이다(90헌가69).
나. 용산세무서장은 1990.3.16. 제청신청인 김영주에 대하여 증여세 224,798,490원과 방위세 44,959,700원을, 제청신청인 김경희에 대하여 증여세 118,693,800원과 방위세 23,738,760원을, 제청신청인 김봉희에 대하여 증여세 124,588,800원과 방위세 금 24,897,760원을, 각각 납세고지하였고, 서초세무서장은 1990.3.2. 제청신청인 김영제에 대하여 증여세 374,817,950원과 방위세 74,963,590원을 납세고지하였는데 제청신청인들에 대한 위 조세부과처분은, 제청신청인들이 1988.1.30. 그들의 어머니(1988.3.22. 사망)로부터 서울 중구 명동에 있는 대지 및 그 지상 5층 건물을 공동으로 증여받은 것에 대한 것이다(제청신청인 김봉희는 위 재산외에도 서울 용산구 이촌동 소재 아파트를 증여 받았다). 그런데 제청신청인들은, 증여 당시 명동 소재 증여재산에는 모두 여섯사람의 임차인들이 도합 290,500,000원의 보증금을 내고 입주하고 있었는데 제청신청인들은 위 보증금의 반환채무를 인수하였던 것이므로 증여세 과세가액은 증여재산가액에서 인수채무액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용산세무서장이나 서초세무서장은 인수채무액을 공제하지 아니하고 증여재산가액 전액을 과세가액으로 하여 증여세를 부과하였으니 이는 위법하다고 주장하고 서울고등법원에 증여세등부과처분취소청구소송을 제기하고 그 소송에서 인수채무액을 공제하지 아니한 근거 법률인 상속세법 제29조의4 제2항의 규정에 관하여 위헌제청신청을 하였으며 제청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위헌여부의 심판을 제청한 것이다(91헌가5). 다. 마포세무서장은 1988.4.25. 헌법소원심판청구인 이길우와 그 밖의 4인에 대하여 상속세 52,631,270원과 방위세 10,526,322원을 납세고지하였는데 이는 망 이동복(1983.10.17. 사망) 소유재산에 대한 그의 딸 이연숙의 상속분에 관한 것으로서 위 이연숙이 이동복 사망 후인 1984.2.15. 사망하였기 때문에 그의 남편인 심판청구인 이길우 및 그의 자녀들 4인에 대하여 부과된 것이고 위 상속세부과처분에 대하여 심판청구인외 4인은, 망 이동복은 생전에 소유재산 일부를 임대하고 있었고 임대보증금 93,000,000원을 받았으니 상속세과세가액은 상속재산가액에서 임대보증금 93,000,000원의 반환채무를 공제한 잔액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과세관청은 망 이동복이 사망하기 3개월 전에 소유재산 일부(임대하고 있던 부동산)를 그의 며느리와 손자들에게 증여하면서 임대보증금반환채무도 인수케 한 바 있었으므로 위 증여는 직계존·비속간의 부담부증여에 해당되고 따라서 상속세법 제29조의4 제2항에의하여 인수채무액은 증여재산가액에서 공제될 수 없으며 다른 한편 이동복이 사망할 당시에 시행되던 상속세법 제4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면 상속개시 전 3년 이내에 피상속인이 상속인에게 증여한 재산의 가액과 상속개시 전 1년 이내에 피상속인이 상속인 이외의 자에게 증여한 재산의 가액은 상속재산가액에 가산하도록 되어 있다는 점을 내세워 이미 며느리와 손자들에게 증여된 재산을 상속재산가액에 가산하면서도 임대보증금반환채무액을 공제하지 아니하였으니(뒤에 며느리는 직계비속이 아니라는 이유로 며느리의 인수채무액 17,000,000원을 공제하였다) 이는 위법하다고 주장하면서, 서울고등법원에 상속세부과처분취소청구소송을 제기하고 그 소송에서 상속세법 제29조의4 제2항에 관하여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신청을 하였으나 위 법원이 1990.1.8. 이를 기각하자 청구인은 1990.1.18.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것이다(90헌바3).
2. 그러므로 상속세법 제29조의4 제2항의 위헌여부에 대하여 보건대,
가. 상속세법 제29조의4 제1항은 “증여세는 증여를 받을 당시의 증여재산가액의 합계액을 그 과세가액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증여자의 제3자에 대한 채무를 수증자가 인수하면서 하는 증여 등 이른바 부담부증여에 있어서의 “증여세과세가액”은 증여재산가액에서 부담액(인수채무액)을 공제하고 남은 금액이라야 할 것이다. 그런데 같은 법률조문 제2항은 “제1항의 규정을 적용함에 있어서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간의 부담부증여(제34조의 규정에 의한 증여를 포함한다)는 수증자가 증여자의 채무를 인수한 경우에도 당해 채무액은 이를 공제하지 아니한다. 다만 직업, 성별, 연령, 소득 및 재산상태 등으로 보아 채무를 변제할 능력이 있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수증자가 국가·지방자치단체 기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융기관 등의 채무 또는 재판상 확정되는 채무를 인수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여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간의 부담부증여에 있어서는 수증자가 증여자의 채무를 인수한 것이 명백한 경우에도 단서에서 규정한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인수채무액을 공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이 조항은 1981.12.31. 신설된 것임). 이처럼 수증자가 증여자의 채무를 인수한 것이 틀림없는 경우라도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간의 증여라 하여 당해 채무액을 공제하지 아니하고 다만 예외적으로 직업·성별·연령·소득 및 재산상태 등으로 보아 채무를 변제할 능력이 있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수증자가 국가·지방자치단체 기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융기관 등(시중은행, 특수은행, 신탁업법에 의한 신탁회사, 단기금융회사, 종합금융회사, 상호신용금고, 신용보증기금, 농업협동조합중앙회,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 축산업협동조합중앙회, 보험회사, 한국증권거래소, 증권금융회사, 신용카드회사, 기술신용보증기금, 증권회사, 체신관서, 증권투자신탁업법에 의한 위탁회사, 기타 재무부령이 정하는 금융기관)의 채무 또는 재판상 확정되는 채무를 인수한 경우에 한하여 이를 재산가액에서 공제한다는 것이 과연 조세법률주의를 천명한 헌법정신에 합당하는 것인지가 문제되지 않을 수 없다.
나. 헌법 제38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하고, 제59조는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라고 규정하였는데 위 두 개의 규정은 조세행정에 있어서의 법치주의(조세법률주의)를 선언하는 규정이다. 조세행정에 있어서의 법치주의 적용은 조세징수로부터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법적 생활의 안전을 도모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는 것으로서, 과세요건법정주의와 과세요건명확주의를 그 핵심적 내용으로 하는 것이지만 오늘날의 법치주의는 국민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써 정해야 한다는 형식적 법치주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법률의 목적과 내용 또한 기본권보장의 헌법이념에 부합되어야 한다는 실질적 법치주의를 의미하며 헌법 제38조, 제59조가 선언하는 조세법률주의도 이러한 실질적 법치주의를 뜻하는 것이므로 비록 과세요건이 법률로 명확히 정해진 것일지라도 그것만으로 충분한 것이 아니고 조세법의 목적이나 내용이 기본권보장의 헌법이념과 이를 뒷받침하는 헌법상의 제원칙에 합치되지 아니하면 아니된다.
다. 증여세는 증여로 인하여 취득한 재산적 이익을 대상으로 하여 과세되어야 하고 부담부증여의 경우에는 증여재산가액에서 수증자가 부담(인수)할 채무를 공제한 가액이 증여이익으로서 증여세과세가액이 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며 또 증여는 배우자, 직계존·비속사이에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인데 이 경우 실제로 증여자가 수증자에게 당해 증여재산과 관련된 채무를 인수시키면서 증여하였다고 하더라도 증여 당사자가 특수한 신분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상속세법 제29조의4 제2항 단서의 요건에 해당되지 아니하는 한, 즉 세무당국이 수증자가 인수채무를 변제할 능력이 없다고 인정해 버리거나 국가·지방자치단체·기타 대통령령으로 정해진 금융기관 등이 아닌 기타의 법인 또는 자연인에 대한 채무를 인수한 경우 및 재판상 확정된 채무가 아닌 경우에는 설사 진정한 채무인수인 것이 증거에 의하여 뚜렷한 경우일지라도 쟁송수단에 의하여 그에 대한 진·부를 가려볼 여지도 없이 법률에 의하여 채무인수가 부인된다는 것은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간의 증여 당사자를 기타 일반 증여 당사자와 차별하여 인수채무 상당액에 관하여는 증여이익이 없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증여세를 물리면서 그에 대하여 재판청구마저도 못하게 하는 것이어서 이는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권, 제23조 제1항의 재산권, 제27조 제1항의재판청구권 등 여러 기본권을 제한 내지 박탈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라. 물론 이러한 평등권, 재산권, 재판청구권도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하여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 법률로써 제한될 수는 있는 것이다.
따라서 상속세법 제29조의4 제2항의 규정이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한 기본권제한입법의 요건을 갖추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재무부장관이나 법무부장관은 당 재판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증여는 배우자, 직계존·비속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흔하고 또 이에 따른 증여세부담을 회피해 보려는 것이 본능적이어서, 허위의 저당권설정 등으로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채무를 부담하는 것으로 하거나 채무를 변제할 능력이 없는 자에게 채무를 인수시키는 것으로 하여 상속·증여세의 부담회피를 시도할 가능성이 농후한데 증여에 수반된 부담이 진정한 것인지의 여부를 가려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어서 많은 행정력이 소요되고 가족간의 거래를 조사함으로 인한 사생활의 비밀침해 등 문제가 많으므로 배우자, 직계존·비속간에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유상거래를 하지 않고 채무도 공동으로 변제하는 등 배우자나 직계혈족의 소유재산을 공동재산으로 운영하여 온 것이 오랜 관행이기도 한 점을 감안하여,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인수채무를 인정하지 않기로 함으로써 행정력을 절약하고 조세회피를 막자는 것이 위 법률조항의 입법취지이며 따라서 위 규정은 결국 조세질서유지를 한 것으로서 정당한 법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 그러나 상속세법 제29조의4 제2항 단서에 해당되지 아니하는 배우자, 직계존·비속사이의 부담증여라 하여 그 부담(채무인수)이 다 허위라고 볼 수는 없고 그 증여물건과 관련하여 조세회피의 목적이 아닌 진정한 채무인수도 있을 수 있는 일이고 또 있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므로 세무당국으로서는 채무인수가 과연 진정한 것인가의 여부를 실지 조사하여 그 결과 진정한 것이라면 마땅히 인수채무액은 재산가액에서 공제하고 나서 증여세를 부과하고 반대로 진정한 채무인수가 아닌 것으로 인정되면 설사 단서에 해당되는 것일지라도 채무인수를 부인하고(단서에 해당되는 경우라 하여 그 채무인수행위가 반드시 진정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재산가액 전액을 증여가액으로 보아 증여세를 부과하여야 할 것이며 이에 대하여 이의가 있는 납세의무자로 하여금 국세심판청구나 행정소송 등 쟁송을 할 수 있도록 하여 억울하게 세금을 물리는 일이 없도록 하여야 할 것이고 이것이 평등원칙이나 재산권 및 재판청구권 보장 그리고 나아가서 조세법치주의의 헌법이념에 맞는 일이다.세무당국으로서는 모름지기 “의심있을 때에는 과세한다.”라는 과거의 국고주의적·행정편의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국민의 기본권을 존중하는 민주적 헌법이념에 부합하는 조세정의를 실현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간의 부담부증여인 것이 아무리 명백한 경우라도 위 법률조항 단서의 경우에 해당되지 아니하면 채무인수가 부인되고 억울한 조세부과에 대하여 쟁송의 길마저 막아버리는 상속세법 제29조의4 제2항의 규정은 결국 실지조사와 쟁송의 번거로움을 피하고 편리한 세금징수의 방법만을 강구한 나머지 조세형평이나 국민의 기본권 보장은 도외시한 채 오직 조세행정의 편의만을 위주로 하여 제정된 매우 불합리한 법률이고 기본권 경시와 행정편의주의 및 획일주의의 정도가 지나쳐 평등권, 재산권, 재판청구권 등 중대한 기본권을 제한함으로써 얻어지는 공익과 제한되는 기본권사이에 합리적인 비례관계가 유지되었다고 볼 수 없다.
마. 그리하여 상속세법 제29조의4 제2항은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권, 제23조 제1항의 재산권, 제27조 제1항의 재판청구권을 제한하는 정도가 지나치고 불합리하여 그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어서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배되고 그럼으로써 헌법 제38조, 제59조의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되는 위헌법률이라고 할 것이다.
이 결정은 재판관 조규광, 재판관 이시윤을 제외한 재판관 7인의 찬성에 의한 것이다.
3. 재판관 조규광, 재판관 이시윤의 반대의견
다수의견은 상속세법 제29조의4 제2항은 헌법 제27조의 재판청구권, 동 제11조의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것을 주된 이유로 이 조문에 대하여 전면위헌을 택하였다. 과연 이 조항이 전면위헌이라고 보고 완전히 폐기하여야 할 만큼의 문제점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위 조항을 보면 배우자 또는 직 계존비속간의 부담부증여의 경우는 수증자가 증여자의 채무를 인수한 경우에도 당해 채무액은 이를 공제하지 아니한다라고 하여 부담부증여라도 단순증여로 일응 보고 증여세를 부과함을 원칙으로 하되, 직업, 성별, 연령, 소득 및 재산상태 등으로 보아 채무를 변제할 능력이 있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수증자가 국가, 지방자치단체, 기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융기관 등의 채무 또는 재판상 확정되는 채무인수의 경우에만 부담부증여로 보고 과세한다는 내용이다.
가. 먼저 이 조항은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간의 부담부증여의 경우에 뒤따르는 인수채무에 대하여 쉽게 공제받기가 어렵게 한 특례규정으로서 그 밖의 당사자간의 부담부증여에는 같은 규정이 없으므로 법적용 대상자에 대한 차별입법이요 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 아닌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생각컨대 우리의 경험칙상 부담부증여란 유상거래의 일종이며 실제로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간에 이루어지는 것은 별로 많지 않은 현상이다. 그런데도 흔히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간의 부담부증여(이들간의 유상양도도 같다)임을 가장하여 증여가액에서 부당하게 인수채무액을 공제받아 쉽게 세금을 포탈 내지 회피하는 수단으로 남용되어 왔고 또 남용될 고도의 개연성이 있는 것이므로 이에 대처하기 위해 입법자가 선택한 특례입법이 이 규정임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물론 수증자에게 직업, 성별, 연령, 소득 및 재산상태 등으로 보아 채무를 변제할 능력이 있음이 객관적으로 인정되고 인수채무가 국가, 지방자치단체, 기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융기관 등에 대한 채무일때로 채무액 공제의 범위를 제한하는 한편 그 밖의 채권자에 대한 채무일 때는 재판상 확정되는 채무이어야 한다는 엄격하고 어려운 증명을 요구하고 있다 하여도 근본적으로 채무의 존재가 확실하고 그 인수가 명백하다고 할 경우에는 여기에서 공제받을 길을 열어놓고 있음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또 위 조항 단서의 전단 부분을 면밀하게 보면 “국가, 지방자치단체, 기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융기관 등”운운하여 문언 자체로 규정의 예시성을 나타내고 있어서 차라리 이는 채권자의 지위로 보아 객관적으로 가장 채권자가 되기 어려운 신빙성 있는 단체 또는 기관들을 예시한 것으로 봄이 상당할 것이다. 그러므로 위 규정의 해석상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아니더라도 여기에 준하는 공법인인 영조물법인이나 공공조합이 채권자일 때에는 그에 대한 채무는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이고, 비록 상속세법시행령 제40조의5에서 정한 바의 대통령령이 정하는 금융기관 등에 직접 해당하지 아니하여도 여기에서 정한 것에 준하는 신빙성 있는 단체나 기관이 채권자일 때에는 그에 대한 채무도 역시 단서 규정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결국 이 조항이 수증자의 채무인수가 명백하다고 할 때에는 구제를 배제하지 않고 있는데다가 이처럼 납세자를 위하여 확장해석도 가능할 수 있는 것이라면 비록 특례규정이지만 쉽게 조세포탈 내지 회피하는 것의 방지라는 공공복리의 견지에서 정당화될 수 있는 규정이며 전혀 합리성 없는 차별이 아닌 것으로 헌법 제11조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규정으로는 단정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나. 다음 위 법조가 헌법 제27조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 위헌규정인가를 본다.
위 조항 단서의 후단 규정인 “재판상 확정되는 채무” 부분의 해석에 있어서 이것은 어디까지나 증여세 부과 당시에 이미 재판에 의하여 확정된 채무를 말하는 것으로 보고 이를 수증자가 인수한 경우에는 증여세 부과에 있어서 이것만 공제의혜택을 입게 되는 것으로 좁게 해석한다면 재판청구권 침해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동 규정의 문언상 “확정된 채무”로 규정되어 있지 않고 “확정되는 채무”로 규정하였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인수한 채무가 증여세부과처분 당시에 이미 재판에 의하여 확정된 채무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에 재판에 의하여 확정되는 채무라도 동 단서의 후단 규정에 포함된다고 볼 여지가 있으며, 따라서 우선 채무인수에 불구하고 이를 공제하지 않은 채 증여세부과처분이 되었다 하여도 뒤에 재판으로 다투어 인수채무의 존재가 증명되어 재판상 확정되는 경우는 그 한도에서 증여세부과처분은 취소변경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를 남기고 있다. 한편 이렇게 해석하는 것은 “의심스러운 때에는 납세자에게 유리하게”라는 법리에 맞는 해석일 것이고/ 나아가 국민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존중하는 의미에서 헌법합치적 해석도 될 것이다. 그러므로 위 조항 단서의 후단부분인 “재판상 확정되는 채무”를 이와 같이 해석하는 한 증여세부과처분 이후에도 처분을 받은 당사자는 인수채무의 존재를 재판상 증명해 사후 공제받기 위한 그 처분취소의 소송제기가 허용된다고 할 것이고, 이렇게 본다면 동 특례 규정이 결과적으로 인수채무의 존재에 관하여 납세자에게 입증책임이 전환되는 것뿐 재판청구권 행사에 장애가 되거나 이를 침해하는 결과가 될 수 없을 것이다.
다. 헌법재판에 있어서 법률의 합헌성 추정의 원칙은 되도록 존중되어야 한다. 법률규정에 다소 위헌의 문제가 있어도 헌법합치적 해석으로 수습이 가능하면 시도해 보고 그것이 불가능한 경우에만 그 규정에 대해 위헌선언을 하여야 하는 것이 기본원칙이다. 요컨대 상속세법 제29조의4 제2항은 조문자체로는 명백하게 되지는 아니하지만 조문의 전 취지로 보아 배우자간 또는 직계존비속간의 부담부증여는 일응 단순증여로 추정하되 채무관계의 주체로 보아 채무인수가 확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을 때 또는 채무인수가 재판상 증명되는 때에는 추정이 전복되어 공제의 혜택을 받는 것으로 완화하여 해석하기에 충분하고, 그렇게 해석하면 부담부증여가 조세포탈 내지 회피의 수단으로 남용되는 것을 막으면서도 위헌 문제를 피할 수 있는것인데도/ 다수의견은 그와 같은 시도나 위 단서규정에 대한 면밀한 분석없이 조문의 문리에만 치우쳐 위 제2항에 대하여 전면 위헌선언하는 결론에 이르렀다. 다수의견처럼 위 조항에 대해 전면위헌이라 보고 이를 근본 폐기한다면 배우자간 또는직계존비간의 부담부증여라고 할 때 쉽게 부담부증여임을 부인하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이를 내세워 세금포탈을 시도할 때에 이를 막는 방파제는 무너져 버리고 말 것이며, 이에 1981.12.31. 법률 제3474호로 이 제도가 새로 신설되기 이전의 상태로 회귀할 수 밖에 없다. 그리하여 세금없이 부의 세습적 이전의 문호가 개방되어 부의 부당한 세습적 편재 내지 독점을 가중시킬 것으로 결국 조세정의에 반하고 공평과세이념을 파탄케 하여 사회적 법치국가 이념에도 배치될 우려를 씻을 수 없을 것이다. 때문에 이 조항이 생긴 배경이나 그 의의를 조세행정의 편의로만 가볍게 본 끝에 전면위헌선언을 하는 다수의견에 우리는 동조하지 않는 바이다. 결론적으로 상속세법 제29조의4 제2항은 조문이 형식상으로는 부담부증여를 단순증여로 의제하는 규정으로 보여도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추정 규정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으므로 그 취지의 합헌적 한정해석의 주문을 내는 것이 온당한 것으로 보고 싶다.
1992.2.25.재판관 조규광(재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