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公權力)의 행사(行使)가 없다고 인정한 예재판요지
연합철강주식회사의 주식에 대한 양도계약의 체결과정에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공권력의 개입이 있었다고 볼 증거자료가 없다고 판단하여 심판청구를 각하한 사례참조판례
1993.7.29. 선고, 89헌마31 결정, 1994.5.6. 선고, 89헌마35 결정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결정
사건89헌마30 公權力行使로인한財産權侵害에대한憲法所願
청구인권 철 현 외 2인
청구인들 대리인 변호사 ○○○ ○ ○○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들은 청구외 연합철강공업주식회사(이하 연합철강이라고 한다)와 그 계열회사인 청구외 연합물산주식회사, 연합통운주식회사 및 연합개발주식회사(이하 연합철강과 위 계열회사들을 연합철강 등이라고 한다)의 주식을 보유하면서 그 경영권을 행사하여 오다가, 1977.2.26. 위 회사들의 주식을 청구외 주식회사 국제상사 및 그 계열회사인 청구외 국제방직주식회사(이하 이 회사들을 국제상사 등이라고 한다)에게 양도하였으며(이를 제1주식양도계약이라고 한다), 그 후 위 국제상사 등은 1986.9. 초순경 다시 위 주식을 청구외 동국제강주식회사(이하 동국제강이라고 한다)에게 양도하였다(이를 제2주식 양도계약이라고 한다).
나. 청구인들은 청구인들의 국제상사 등에 대한 위 주식 및 경영권의 양도와 국제상사 등의 동국제강에 대한 주식 및 경영권의 양도가 피청구인의 공권력행사로 인하여 이루어진 것이며, 청구인들은 이로 인하여 헌법상의 기본권을 침해당하였다는 이유로 1989.2.27. 그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들의 주장과 관계인의 주장
가. 청구인들의 주장
(1) 청구인들은 1962.12.경부터 연합철강 등의 주식을 보유하면서 경영권을 행사하여 오고 있었고 1974년에는 1억불 이상의 수출실적을 올렸는데, 1975.9.경 국제철강시장의 급격한 불황으로 약 6개월 동안 수출을 중단하였고 그로 인하여 당시 무조건 수출을 강조하던 박정희 전대통령의 미움을 사게 되었다.
피청구인 (당시는 재무부장관이었으나 1994.12.23.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현재와 같이 변경됨, 이하 같다)은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1976.12. 초순경 청구인 등이 경영하던 연합철강주식회사의 대주주권과 경영권을 청구외 국제상사에 이전하는 기본방침을 정하고,
(가) 연합철강의 주거래은행인 서울신탁은행장(당시 은행장 홍윤섭)을 통하여 청구인 권철현에게 “연합철강의 경영권을 포기하라. 불응하면 1976년 말까지 무조건 부도처리하라는 것이 장관의 명령이다”라는 요지의 협박 내용을 전달하게 하였다. 청구인 권철현이 이에 불응하자, 위 은행에서는 당시 연합철강의 당좌예금계좌에 약 60억의 잔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동의없이 위 당좌예금을 별단예금계좌에 옮겨 당좌예금계좌를 무잔고상태로 만든 후 연합철강 발행의 약 금 12억원 상당의 약속어음을 부도처리하였고,
(나) 그 무렵 연합철강의 차용금의 변제기가 도래하지 아니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임원들이 형식상 연대보증인으로 되어 있음을 이유로 임원들에게 차용금 보증채무의 이행을 촉구하면서, 청구인 권철현에게는 신속한 경영권 양도를 하지 아니할 경우에는 임원들의 개인재산을 압류하겠다고 계속 위협을 하였다.
(다) 1977.1. 중순경부터 2차에 걸쳐 청구외 국제상사 회장 양정모를 재무부장관실에 불러 “대통령의 뜻이니 국제상사가 연합철강을 인수하라”고 청구인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연합철강의 대주주권과 경영권을 인수할 것을 통고하였다. 이에 연합철강의 주주총회가 개최된 1977.2.25. 아침 09:00경 국제상사의 관리이사인 청구외 윤진환이 그 고문변호사인 공증인들과 함께 당시 협심증 등으로 구속집행정지 상태에 있던 위 청구인 권철현에게 찾아와 아무런 사전의 협의도 없이 대주주권과 경영권의 양도서류인 주주총회 참석 위임장과 주식양도양수계약서에 서명날인할 것을 요구하므로 위 청구인이 이를 거절하였는데, 그 날의 주주총회에서는 위 청구인 명의로 된 위조된 위임장이 제시되어 연합철강의 임원들을 대부분 국제상사측의 사람들로 변경하는 결의가 이루어졌다.
(라) 그리고/ 다음날인 같은 달 26.에는 박정희 전대통령의 조카인 청구외 박재홍과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의 동생인 청구외 김한규가 당시 연합철강의 상임고문으로 있던 청구외 권익현을 불러 청구인 권철현이 연합철강의 경영권을 포기하지 아니하면 구속집행정지가 취소되고 특가법이 가중되어 생명을 보전할 수 없을 것이라는 취지로 공권력을 배경으로 위협을 가하였다. 이에 위 권익현으로부터 위협 내용을 전달받은 위 권철현은 권익현이 구체적인 계약행위를 할 때에는 다시 상의를 할 것으로 생각하고 그에게 인감도장을 교부하였는데, 위 권익현은 그날 오후에 권철현을 대리하여 국제상사 등과의 사이에 위 제1주식양도계약을 체결하였으며, 그 계약 내용은 청구인들이 보유하고 있던 연합철강 및 계열회사의 전 주식(당시의 시가는 약 금 800억 내지 1,000억원에 달함)을 국제상사 등에게 약 금 57억원에 매도하되 그 대금 중 약 금 52억원은 청구인들의 기존 채무를 양수인이 인수하고 금 5억원만을 청구인들에게 지급한다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2) 그리고, 위 주식을 양수한 국제상사에 대하여 그 후 1986.9. 초순경 같은 방법으로 공권력을 부정행사하여 연합철강 등의 주식과 경영권을 제2주식양도계약의 형식으로 동국제강에게 이전케 하였다.
(3) 그러므로 1977.2.26. 제1주식양도계약에 의거하여 청구인들의 위 회사의 대주주권과 경영권을 국제상사 등에 양도하게 한 일련의 공권력행사는 청구인들의 기업활동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다.
나. 피청구인 및 법무부장관의 의견
(1) 헌법소원의 대상성
청구인들이 이 사건 헌법소원으로 무효확인 등을 구하는 위 각 주식양도행위는 사법상 행위에 불과한 것으로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소는 헌법재판소법의 근거가 되는 현행 헌법의 시행일인 1988.2.25. 이후의 공권력의 행사만을 심판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인데,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이 사건 공권력의 행사는 현행 헌법의 시행일 전에 이루어진 것이어서 이 점에서도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없다.
(2) 보충성의 원칙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헌법소원을 청구하기에 앞서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에는 이를 모두 거쳐야 하는바, 이 사건 공권력의 행사로 인하여 청구인들의 재산권을 침해받았다면 그 재산권의 회복은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함으로써 가능한 것이고 실제로 청구인들은 국제상사 등 및 동국제강을 상대로 하여 부산지방법원 85가합1787호로 주식양도계약무효확인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현재 법원에 그 소송이 계속중이므로, 이러한 권리구제절차가 종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청구된 이 사건 헌법소원은 부적법하여 각하되어야 한다.
(3) 청구기간
헌법소원의 심판은 그 사유가 있은 날로부터 180일, 그 사유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청구하여야 하는바, 이 사건 헌법소원은 위 각 청구기간을 경과한 후에 제기된 것이므로 부적법하다.
(4) 공권력 행사의 부존재
이 사건 각 주식양도계약은 청구인들 및 국제상사 등의 자발적인 의사에 기하여 적법하게 이루어진 것이고 그 과정에서 청구인들 주장과 같은 공권력의 행사가 없었다.
3.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피청구인이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연합철강 등의 주식과 경영권을 국제상사 등에 이관하는 과정에서, 연합철강의 당좌예금을 무단인출하여 잔고를 없애고 위 연합철강 발행 약속어음을 부도처리하게 하고, 연합철강의 주거래은행인 서울신탁은행으로 하여금 위 회사와 그 연대보증인들에게 대출금을 만기전 상환하도록 통고하게 하였으며, 국제상사회장 양정모에게 “대통령의 뜻이니 연합철강을 인수하라”고 강요하고, 1977.2.26. 청구인에게 연합철강 등의 주식과 경영권을 양도하지 않으면 특가법위반으로 가중 처벌된다는 위협을 가하여 제1주식양도계약을 체결하게 한 행위 등 연합철강 등의 주식과 경영권 양도를 위한 일련의 공권력행사가 있었는지, 그리고 그러한 공권력행사가 있었다면 그것이 헌법상 보장된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였는지의 여부이다.
4. 판 단
헌법소원의 심판청구가 적법하게 성립하려면 그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가 존재하여야 하고, 그러한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가 존재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그 심판청구를 부적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확립된 판례이다( 헌법재판소 1990.12.26. 선고, 90헌마2 결정; 1992.6.26. 선고, 89헌마272 결정 등 참조). 먼저 이 사건에서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일련의 공권력행사가 존재하는지 살펴본다.
가.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이 사건 제1주식양도계약에 있어서의 피청구인의 공권력의 행사는 대체로 다음의 것들을 들 수 있다.
첫째, 피청구인이 서울신탁은행장을 통하여 위 청구인에게 한 경영권 포기 압력 및 연합철강 어음의 부도처리, 그리고 연합철강의 임원들에 대한 차용금 연대보증채무의 기한전 변제촉구행위.
둘째, 피청구인이 1977.1. 중순경부터 2차례에 걸쳐 청구외 국제상사 등의 회장인 청구외 양정모에게 대통령의 뜻이니 연합철강을 인수하라고 종용한 행위와 피청구인이 1977.2.26. 당시 박 대통령의 조카 박재홍 및 중앙정보부장의 동생 김한규를 시켜 청구외 권익현을 통하여 주식양도를 종용하면서 협박한 행위.
나. 그런데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① 연합철강의 주거래은행인 서울신탁은행이 1976.12. 및 1977.1.경 연합철강의 차용금채무에 대한 연대보증인들에 대하여 대출금의 조속한 변제를 요구하는 대출금변제최고장을 보낸 사실과 1977.2.23. 연합철강에 대한 부도처리를 한 사실,
② 1977.2.25. 연합철강의 주주총회가 개최되어 이사변경결의가 이루어진 사실과 1977.2.26. 청구인 권철현이 청구외 권익현에게 연합철강 등에 관한 주식매매양도 및 그에 수반된 일체의 행위를 할 것을 위임한다는 내용의 위임장이 위 청구인 명의로 작성되어 있고, 같은 날 청구인 권철현이 청구인들을 대표하고 청구인 권철현을 위 권익현이 대리하여 국제상사 대표이사 양정모와의 사이에 청구인들 주장과 같은 내용의 주식양도계약이 체결된 사실, 그리고, “권철현 51.68% 가족 30% ※위장공개 특가법 가중”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메모(갑 제25호증)가 존재하는 사실은 인정된다.
다. (1) 이에 먼저 피청구인이 서울신탁은행장을 통하여 연합철강의 연대보증인들에게 변제최고하고 부도처리를 하게 한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1977.1.14. 청구인 권철현이 서울신탁은행장에 대하여 연합철강의 모든 직책에서 물러남과 동시에 회사의 정상화를 위하여 자신의 주식 처분을 모두 위임한다는 내용으로 위임장을 작성한 사실이 인정되지만(위 서울신탁은행장의 회신문에 첨부된 자료 참조), 위 사실만으로 피청구인(당시 재무부장관)이 서울신탁은행장을 통하여 연합철강의 차용금채무에 대한 연대보증인들에게 대출금변제최고장을 보내고 부당하게 부도처리하게 하는 등 청구인에게 연합철강의 경영권을 포기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공권력을 행사하였다고 인정할 수는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
오히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위 은행은 연합철강에 대한 어음할인대출 및 외화지급보증대불계약시 기한의 이익 상실에 관한 약정을 하였고 그 대출금에 대한 연체가 발생하여 위 약정에 따라 연대보증인들에게 변제최고장을 보낸 것이며 연합철강의 당좌예금계좌에 잔고가 부족하여 정상적으로 부도처리를 한 것일 뿐, 청구인들의 주장과 같이 연합철강의 당좌예금계좌에 있던 60억원을 위 은행 임의로 별단예금계좌에 옮기거나 또는 피청구인의 지시에 의하여 부당하게 부도처리를 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부도관련자료는 위 은행 문서관리규정에 의하여 10년 경과로 폐기되었다고 한다).
(2) 나아가 피청구인이 당시 국제상사의 회장이던 청구외 양정모에게 연합철강을 인수하도록 공권력을 행사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본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국회청문회에서 위 양정모가 피청구인의 요청에 의하여 연합철강은 인수하게 되었다는 증언(갑 제35호증의 1,2 참조)을 한 사실이 인정되나, 위 사실만으로는 연합철강 등의 대주주권과 경영권이 국제상사 등으로 이전됨에 있어서 청구인에게 영향을 미칠 피청구인의 공권력의 행사가 있었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
(3) 끝으로 피청구인이 당시의 대통령의 조카인 청구외 박재홍과 당시의 중앙정보부장의 동생인 청구외 김한규를 통하여 위 권익현을 위협하였다는 청구인들의 주장에 관하여 본다. 이 사건 기록(을제3호증의 1,2)에 의하면 위 권익현은 관련민사사건(85가합1787)에서 위 메모를 전달한 기억이 없고, 그 무렵 위 박재홍이나 김한규를 만난 사실은 있으나 이는 오히려 위 권철현의 요청에 의한 것이었고 위 메모를 받은 바 없다고 증언한 사실이 인정될 뿐(을제3호증의 1,2 참조) 청구인들 주장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4) 그렇다면 결국 이 사건 주식양도계약의 체결과정에 공권력의 개입이 있었다고 볼만한 증거자료가 부족하므로 청구인들 주장과 같은 공권력의 행사는 존재한다고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는 심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 행사가 존재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부적법하다.
5. 결 론
그러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각하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재판관 김용준(재판장) 김진우(주심) 김문희 황도연 이재화 조승형 정경식 고중석 신창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