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檢事)의 불기소처분(不起訴處分)으로 인한 기본권침해(基本權侵害)가 인정(認定)된 사례(事例)
재판요지
의료과실사건(醫療過失事件)에 있어서 어떤 증상이나 결과의 발생사유가 여러가지 있을 수 있고 사유별(事由別)로 원인력(原因力)(발생빈도(發生頻度)에 차등(差等)이 있는 경우, 검사(檢事)가 그 중에서 원인력(原因力)이 상대적(相對的)으로 약한, 발생빈도(發生頻度)가 낮거나 희귀하고 예외적(例外的)인 사유(事由)를 발생원인(發生原因)으로 인정(認定)함에 있어서 그 이유(理由)와 논리적(論理的)이고 객관적(客觀的)인 배경설명(背景說明)이 없이 만연히 보다 일반적(一般的)인 사유(事由)를 배척하였다면 이는 검사(檢事)의 자의적(恣意的)인 판단(判斷)에 해당한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결정
사건
89헌마198 검사의공소권행사에관한헌법소원
청구인
박 ○ 한 대리인 변호사 ○○○
피청구인
부산지방검찰청 검사
판결선고
1990. 12. 26.
주 문
부산지방검찰청 1988년 형제49075호 사건에 있어서 피청구인이 1988.12.26. 피의자 김○줄, 같은 이○웅, 같은 정○하의 업무상과실치사의 점에 대하여 한 불기소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이 사건 기록 및 부산지방검찰청 87형제51407호, 88형제49075호 수사기록 증거자료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청구인의 처인 피해자 망 정○자(이하 “동 피해자”로 표기하기로 한다)는 복통으로 1987.2.12. 부산직할시 동래구 온천 3동 1462의 7 소재 광혜병원에서 위 병원 외과과장인 의사 정○하, 내과과장인 의사 이○옹, 마취과장인 의사 이○우의 진찰을 받은 결과 임신 및 십이지장궤양으로 진단되어 십이지장절제수술을 위하여 그 전단계로 먼저 동월 16. 위 병원 산부인과 과장인 의사 김○줄로부터 임신중절수술을 받고 이어서 다음날인 동월 17. 위 정○하의 집도, 위 이○우의 마취, 위 병원 외과의사인 박○철의 보조에 의하여 위아전절제수술(胃亞全切除手術)을 받은 후 병세가 호전되어 동년 3.4. 퇴원하여 통원치료를 받으며 자택에서 요양하였다. 그러던 중 생리불순증세가 있어 동년 5.10. 부산직할시 동구 좌천동 471 소재 일신기독병원에서 산부인과 의사 김○숙으로부터 진찰을 받고 (부정자궁출혈로 진단되어) 진단적 소파수술을 권유받고는 동월 11. 11:00경 위 광혜병원에서 산부인과 의사 김○줄로부터 재차 진찰을 받은 결과 기능적 자궁출혈 또는 불완전유산으로 추정 진단되어 그 무렵 동인의 집도로 자궁내조직을 (조직검사를 위하여) 절취(截取)하는 진단적 소파수술을 받고 그 병원을 나오다가 실신하여 응급실에서 응급치료를 받은 후 귀가하였다. 귀가 후에도 구토, 복통, 하혈 등의 증세가 있어 같은 날 19:00경 위 병원응급실에서 다시 응급조치(링겔용액, 진통제주사 등)를 받은 후 그날 21:30경 동 피해자의 원에 의하여 같은 구 명륜 1동 소재 대동병원 응급실에서 의사(인턴) 여○흥으로부터 수액요법 및 제산제투여 등 응급조치를 받고 위 여○홍의 입원치료권유에 따라 다음날인 5.12. 09:00경 다시 위 광혜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이날 위 정○하, 이○웅의 진찰결과 동 피해자의 증상이 급성충수염으로 진단되어 다음날인 5.13. 16:00경부터 위 광혜병원에서 위 정○하의 집도, 이○우의 마취, 박○철의 보조로 충수염수술(충수절제 및 배액술(排液術) 시행)을 받았으나 상태가 호전되지 않고 재발성십이지장궤양 및 천공, 횡격막하농양(橫隔膜下膿瘍), 유착성장폐쇄, 신부전증, 패혈증 등의 소견으로 진행되어 동월 18. 다시 위 수술팀(정○하의 집도, 이○우의 마취, 박○철의 보조)에 의하여 시험적 개복수술을 받았는 바, 먼저(2.17.) 봉합한 십이지장절주부(切株部) 봉합부분이 터져 있음이 발견되어 이를 재봉합하고 복강내 노폐물을 제거하는 배액술이 시행되었다. 그러나 동 피해자의 상태가 호전되지 않고 있던 중 위 의사 등의 치료를 불신한 청구인 등 동 피해자의 보호자들의 요청으로 동년 6.7. 부산직할시 부산진구 개금동 633의 165 소재 인제의과대학부설 백병원으로 옮겨져 그날 17:00경 위 병원 외과과장 의사 김○효의 집도하에 재개복수술이 시행되었으나 직접사인:패혈증(추정), 중간선행사인:복강내출혈, 선행사인:범발성 복막염 등으로 인하여 동년 6.9. 21:00경 동 피해자가 사망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청구인은 동년 6.15. 위 의사 등이 동 피해자에 대하여 십이지장절제수술과 진단적 소파수술을 한 후 동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기까지 충분한 진단 및 치료와 처치를 다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의사 및 간호원 등을 동래경찰서에 고소하였다.
당해 사건(부신지방검찰청 87형제51407호)을 송치·배당받은 피청구인은 경찰에서 수사한 기록과 자료만에 의거하여 동년 10.30. 위 김○줄, 이○웅, 정○하 등(이들 외에도 진료에 직접 관여하지 않은 박○철외 9명이 포함되지만 그들에 대하여서는 고소인이 추후 고소취하를 하였음)에 대하여 “혐의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하였으나, 청구인은 이에 불복하여 위 김○줄, 정○하, 이○웅(이하 위 3명을 동시에 거명할 경우에는 “피의자 등”으로 표기하기로 한다)에 대한 불기소처분에 대하여서 항고를 제기하였고, 부산고등검찰청 검사장은 위 불기소처분에서 담당검사가 판단한 것과는 달리 동 피해자의 골반복막염이 충수염을 유발하고 나아가 십이지장절주부 봉합부위의 이완을 초래하여 치명적인 범발성복막염을 결과케 하였다고 추정할 수 없지도 않으므로 의당 동 피해자에 대한 모든 임상자료를 갖추어 대한의학협회에 수사협조 의뢰함으로써 동 피해자의 사인을 규명하고 나아가 피의자 등의 과실점을 밝혔어야 할 것임에도 이러한 수사를 함이 없이 범죄의 혐의없다고 단정한 것은 수사를 미진하여 사실을 오인한 허물이 있다는 이유로 1988.6.23. 피청구인에게 이 사건을 재기하여 수사할 것을 명하였다.
이에 피청구인은 동 사건을 (1988년 형제 49075호로) 재기하여 수사한 후 1988.12.26. 다시 “혐의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하였다. 청구인은 이에 대하여 항고 및 재항고의 절차를 밟아 1989.7.29. 대검찰청에서 재항고기각결정이 되고 동년 8.9. 그 취지의 송달을 받게 되자 동월 31.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기에 이른 것으로서 이 헌법소원심판청구는 절차상 적법하게 제기된 것이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부산지방검찰청 88 형제 49075호 사건에 있어서 피청구인이 1988.12.26. 피의자 등의 업무상과실치사에 대하여 행한 “혐의없음”의 불기소처분이다. 그 처분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의자 등은 동 피해자(망 정○자)에 대하여 한 그들의 진단과 치료에 있어서 각 부문(산부인과·내과·외과)의 전문의로서 부적절한 진료를 한 바가 없다고 변소하고 있고, 이에 대하여 청구인(피해자의 남편이 고소인 박○한)은 1987.5.11. 광혜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때 동 피해자는 이미 하혈·구토·우측하복부 통증·실신 등의 증상을 보이고 있었고, 부검 결과 동 피해자에게는 출혈성 황체낭포, 난소종창 등의 증상이 있는 점 등으로 보아 위 진료 당시 동 피해자에게는 기능성자궁출혈, 불완전유산, 자궁외임신, 황체낭포파열, 난소종창 등 산부인과적 질환이 있었으며, 그 질환은 5.13. 충수염수술시 동 피해자에게 나타난 골반복막염, 5.15.경부터 동 피해자에게 나타나기 시작한 우측늑막삼출(右側肋膜渗出), 우측횡경막하농양, 반사성장폐쇄 등의 증상으로 발전하다가 급기야는 동 피해자의 치명적 사인이 된 십이지장절주부 누출 및 범발성복막염으로 진행됨으로 인하여 동 피해자가 사망에 이른 것이 명백하므로, 결국 ① 피의자 김○줄에게는 동 피해자가 5.11. 내원하였을 당시 동 피해자에게 위와 같은 산부인과적 질환이 있었는지의 여부를 다각도로 진단하여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기능적 자궁출혈 또는 불완전유산으로만 추정하고 자궁내막생검술 및 간단한 치료에만 그친 과실이 있고, ② 피의자 이○웅에게는 동 피해자에 대한 5.12. 진단시 진료일지상 동 피해자가 다량의 질출혈 등 산부인과적 증상을 보이고 있으므로 당연히 산부인과적 질환이 있음을 의심하고 산부인과 전문의와 협진하여 그 질환의 발견 및 치료에 주력하여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태만히 하고 만연히 충수염으로만 오진하여 피의자 정○하로 하여금 충수염 수술만 하게 한 과실이 있고, ③ 피의자 정○하에게는 동 피해자가 위 진료일지상 처음부터 질출혈 등 산부인과적 증상을 보이고 있었으며, 그 이후 동 피해자에게는 위와 같이 골반복막염, 우측늑막삼출, 우측횡격막하농양, 반사성장폐쇄 등의 증상을 보이고 있었으므로 당연히 산부인과적 질환이 악화되고 있음을 의심하고 적극적으로 그 질환의 발견 및 치료에 주력하여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만연히 충수염수술과 위 증상들에 대한 치료만 한 과실이 있거나, 만약 그렇지 않다면 1987.2.17. ③ 피의자 자신이 수술한 부위인 십이지장절주부 누출로 인한 범발성복막염으로 사망한 것이므로 십이지장궤양수술을 잘못한 과실이 있거나 혹은 그 후에 충수염 수술을 잘못하여 위 십이지장절주부 누출 등을 발생케 한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있어 피의자 등의 위와 같은 각 과실이 경합하여 동 피해자가 사망에 이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바, 동년 6.7. 동 피해자에 대한 재개복 수술을 시행하였고, 동 피해자에 대한 부검시 참여하였던 의사 김○효(기록 제119∼123정, 1985∼1850정), 부검의 곽○호(기록 제1302∼1309정), 부산의과대학 교수인 의사 김○선(기록 제417∼419정, 1874∼1881정)의 각 진술과 피해자에 대한 부검결과서(기록 제94∼100정), 부산의과대학(기록 제414∼419정), 경북의과대학(기록 제420∼423정), 고신의대(기록 제424∼428정)의 각 회신기재 내용 및 대한의학협회의 감정회신기재내용(기록 제1347∼3555정), 압수된 부검사진 필름, 엑스선필름의 사진, 형상 등(증거 제1∼3호) 수사기록에 나타난 제반증거를 종합하면, 동 피해자의 산부인과적 질환에 대한 진단 및 치료는 ① 피의자 김○줄이 동년 5.11. 실시한 정도 이외에는 특별히 없었던 사실, ③ 피의자 정○하가 1987.5.13. 동 피해자에 대한 급성충수염 수술을 시술한 과정 및 그 이후의 조치과정은 적절하였으며, 1987.2.17. 행한 위아전절제수술은 그후 3개월동안 수술부분에 대한 이상증상의 호소가 없었던 것으로 보아 적절하였다고 인정되고 동 피해자의 사인은 위 수술부위인 십이지장절주부 봉합부위의 파열로 인한 내용물유출과 그로 인한 범발성복막염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결국 위와 같이 위 십이지장절제수술 및 충수염수술 자체에 대한 피의자 등의 과실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부족한 이상 고소인의 주장과 같은 본건 피의자 등에 대한 과실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동 피해자가 광혜병원에 재차 내원하였을 당시인 1987.5.11. 경 동 피해자에게 어떤 산부인과적 질환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의자 등이 이를 발견하지 못하였거나 그에 대한 치료를 적절하게 하지 못한 사실 및 그 산부인과적 질환이 위 십이지장절주부 누출이나 범발성복막염으로 발전된 사실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과연 본건 십이지장절주부 누출이나 범발성복막염의 원인이 산부인과적 질환이었는지 여부에 대하여 살펴보면, 부검결과 동 피해자에게는 출혈성황체난포, 난소종창 등의 증상이 있었으며, 동 피해자가 1987.5.11. 광혜병원에 재차 내원하였을 당시 위 김○줄이 기능적 자궁출혈 또는 불완전유산으로 진단한 것은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고 또한 고소인의 주장과 같이 여러 의학문헌들은 위 산부인과적 질환 등이 골반복막염으로 발전하고 그것이 재차 범발성복막염으로 발전하여 그 염증이 십이지장봉합부에 파급되면 그 봉합부 파열 및 내용물 유출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으나, 그것은 단지 가능성에 그치는 것일 뿐 과연 본 건 피해자가 그와 같은 경로를 거쳤는지가 문제된다고 하겠는데, 위 곽○호, 김○효, 김○선의 각 진술 및 부산의대, 경북의대, 고신의대, 대한의학협회의 각 회신기재를 종합해 보면, 위 십이지장봉합부 파열의 원인은 충수염 수술 후 생길 수 있는 합병증인 횡격막하농양과 그 수술 후 생기는 마비성장폐쇄로 인한 구심성루프의 내압상승인 사실, 충수염수술시 보인 골반복막염, 우측늑막삼출 등의 증상은 산부인과적 질환에 기인한 것이라기 보다는 충수염으로 인한 2차적인 증상이며, 그 골반복막염은 국소에 남아 있는 것이 통례이고 상복부로 파급은 잘 되지 않는다는 사실, 부검시 나타난 출혈성 황체낭포, 난소종창 등 산부인과적 질환도 십이지장절주부의 누출로 인한 범발성복막염의 2차적인 증상인 사실 등을 인정할수 있으므로, 이에 의하면 동 피해자는 충수염수술후 생기는 합병증으로 인하여 사망에 이른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따라서 ① 피의자 김○줄에 대하여는 동 피해자의 불완전 유산이나 기능적 자궁출혈에 대한 부적절한 치료로 그 질환이 십이지장절주부 누출을 초래하였음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한 이상 그에 대한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고, ② 피의자 이○웅, ③ 피의자 정○하에 대하여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위 이○웅의 피해자에 대한) 충수염진단 및(위 정○하의) 십이지장절제수술이나 충수염수술 과정 자체 및 사후 조치과정에서의 치료가 부적절하고 그 부적절한 치료로 말미암아 위 합병증이 발생하였음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한 이상 피의자 등에 대한 과실을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결국 동 피해자를 진료한 모든 진료차트, 엑스레이사진 등을 토대로 정밀감정한 대한의학협회의 감정결과를 배척하고 의학적 문헌에 의하여 증명되는 일반적인 가능성 만으로는 피의자 등에 대한 과실점을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본건은 그 범죄혐의 없다.
2. 판단
가. 고소사건에 있어서 검사의 수사·판단의 범위 및 한계
검사가 의료과실사건을 수사함에 있어서 의료에 관하여 문외한인 피해자측의 주장에만 집착하여 그가 입증하는 사항에 국한해서 수사할 것은 아니고 피해자측의 진술을 토대로 해서 여러가지 방향과 각도에서 검사가 능동적·적극적으로 수사하여 실제적 진실을 밝혀야 함은 당 재판소가 이미 판시한 바이지만(헌법재판소 1990.11.19. 선고, 89헌마116 결정 참조) 그것은 결코 의료과실의 고소사건에 있어서 고소인의 고소사실에 대한 판단을 유보해 두고 여타의 사실만을 수사하여 결론을 도출하여도 무방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고소인의 주장이 상당한 정도로 합리성과 타당성을 지니고 있는 경우, 수사검사가 고소인의 주장을 합리적인 증거로 배척함이 없이 고소인의 주장과는 별개의 의료사고의 원인을 설시하고 피고소인에 대하여 “혐의없음”의 결정을 한다면 이는 검사가 스스로 설시한 사고원인에 한하여 피고소인에게 책임이 없다는 것일 뿐 그것이 고소인이 주장하고 있는 사고원인에 대한 판단이라고는 하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 그 고소사실에 대하여서는 대응하는 판단이 유탈되어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문제로 된 의료과실사건의 경우 청구인(고소인)은 시종일관 환자의 사망원인은 자궁외임신(파열) 또는 (출혈성) 황체낭포파열 등 산부인과적 질환에 대한 관련의사들의 진단 및 치료과실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반하여 피청구인은 급성충수염수술의 합병증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결론을 짓고 그점에 관하여 관련의사들의 업무상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동 피해자의 사망원인이 과연 급성충수염수술의 합병증에서 기인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지의 여부는 차치하고 피의자 등이 진단한 급성충수염의 진단자체 조차도 과연 적정한 것이었으며 사실이었다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는 후술하는 바와 같은 상당한 의문점이 있지만 현대의학 관련문헌상의 기재내용에 조감(照鑑)할 때 사망원인에 관련된 청구인의 주장이 자연스러우며 이치에 합당하고 피의자 등의 주장사유가 사고원인으로서 비록 그 가능성은 있으되 오히려 보다 특수하고 희귀한 사례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때에는 합리적인 논거와 이유의 설시로 고소인의 주장을 배척함이 없이 피의자 등의 변소를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이며 그렇지 않을 때에는 피청구인의 자의적인 판단이 될 우려가 있다고 할 것이다.
나. 피청구인의 수사상의 하자의 유무와 청구인의 기본권 침해여부
⑴ 사인(死因)
이 사건에 있어서 피청구인의 불기소처분이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하였는가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판시한 바와 같은 법리를 전제로 하여 피청구인이 위 의료과실사건을 수사하고 기소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 하자가 있는지의 여부를 살펴 보아야 할 것인 바, 우선 동 피해자의 사인규명에 있어서 피청구인의 수사방향과 판단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 사건에서 문제로 된 의료사건의 경우 동 피해자의 사인으로 일단 가정할 수 있는 것은, 이미 피청구인의 수사에서도 판단의 대상으로 하고 있는 바와 같이 ① 1987.2.17.의 위아전절제수술과 관련해서 수술 또는 치료에 참여한 의사가 그들에게 요구되는 의사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과실로 십이지장절주부(stump)를 봉합한 부위의 봉합사가 풀려 장내의 물질이 누출되고 이것이 범발성복막염을 유발시켜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② 피청구인이 2차 수사결과의 결론대로 1987.5.13.의 충수염 수술후의 합병증으로 횡격막하농양, 마비성장폐쇄로 인한 구심성(求心性) 루프의 내압상승이 십이지장절주부의 누출을 유발하여 범발성복막염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③ 부산고등검찰청 검사장의 재기수사명령에서의 판단과 같이 1987.5.11.의 소파수술 등에 의하여 발생하거나 그 당시 이미 발생되어 있었던 전술한 바와 같은 산부인과적 질환으로 골반복막염이 생겨나고 그것이 상복부로 파급되어 횡격막하농양, 마비성장폐쇄 등 합병증으로 십이지장절주부의 봉합부가 누출되어 급기야 범발성복막염으로 진전되어 사망에 이르게 된 경우, ④ 기타의 경우 등 4가지의 경우를 사망원인의 가설로 상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 네 가지의 가설 중 ①,②,③의 가설은 어느 경우나 다 십이지장절주부가 파열되어 장내의 물질이 누출되어 범발성복막염이 되어 그 때문에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는 결론부분은 거의 동일하고 다만 십이지장절주부가 어떤 사유로 누출 또는 파열된 것인가의 경위에 대하여 설명을 달리하고 있을 뿐임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차례대로 살펴보기로 한다.
⑵ ①의 경우에 대하여 살펴본다.
즉, 위아전절제수술이 시행되어 3개월이 지난 후 그 봉합부분이 별개의 사정에 관계없이 풀려서 내용물이 누출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며 그러한 경우 의사의 과실이 있다고 할 것인가의 점이다.
이에 관하여 청구인은 수술 후의 경과를 묻는 사법경찰리의 신문에 대하여 “그 당시는 회복상태도 좋고 수술결과도 좋아서 약 20여일간 입원했다가 퇴원했습니다.”(수사기록 32정 후면 11∼13행)고 진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 피해자의 사체부검에 참여한 바 있는 인제의대 교수 김○효의 “십이지장궤양 수술은 잘못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됩니다.”(120정 14∼15행)는 진술과 부산대학교 의과대학 부속병원장(일반외과 최○조, 심○섭) 작성의 수사협조에 대한 회신 중 “위아전절제수술 후 십이지장의 절주부에서 발생될 수 있는 누공은 수술 후 2주이내에 형성되는 예가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수술 후 3개월이 경과한 후에 절주부에 누출이 발견된 경우에는 다른 원인이 있을 수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415정 2∼6행)는 기재와 “당시 십이지장절주부는 수술한지 이미 3개월이 지나 완전히 치유된 상태로서 외부충격에 의하여 파열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는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사료된다.”(415정 23∼24행)는 기재,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부속병원 외과학교실 조교수 윤○국작성의 회신 중 “위아전절제수술 후 십이지장절주부가 수술 후 3개월이 경과된 후에 누출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423정 5∼7행)는 기재, 동 피해자에 대한 부검집도의 외과전문의 곽○호의 “2.17. 수술시 봉합되었던 부분이 풀어졌다면 위 내용물이 장기를 녹여 5.18. 재수술까지 생명을 지탱할 수가 없으며……”(1304정 3∼4행)라는 기재, 동 피해자에 대한 일신기독병원 산부인과 진료일지, 광혜병원 진료일지·간호일지·엑스선필름 26매(광혜병원), 백병원 진료일지 및 간호일지·사체해부감정서·사체부검현장촬영 비디오필름 1개 및 동 피해자의 복부확대사진 10매 등을 통하여 사인 감정을 한 바 있는 대한의학협회 작성의 감정의뢰회신 중 “십이지장절주부 누출은 대부분이 위절제수술 후 7일 내지 10일 사이에 일어난다.”(1349정 27행)는 기재 등을 종합해 볼 때 위아전절제수술 후 십이지장절주부가 누출되는 경우는 흔하지 아니하며 가령 누출현상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길게 잡아 2주 가량 이내이며 수술후 3개월이 지난 후에 누출되는 경우는 극히 예외적이라고 볼 것이므로(위 인정에 비추어 고신대학 의학부 외과학교실 외과과장 교수 서○관 작성의 수사협조에 대한 회시 중 “절주부융합상태가 완전한 것이 아니였던 것으로 추정된다.”(427정 24행)는 의견은 의문이 있으나 “그러면 그것은 수술자의 과실인 것으로 생각하나? 아니다.”(427정 25행)라는 의견에 비추어 결론에 소장이 없는 것으로 사료된다) 1987.2.17.의 위아전절제수술이 잘못되고 그로 인하여 절주부의 봉합부위가 파열되어 장내용물이 누출, 범발성복막염이 되어 그 때문에 동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기는 어렵고 이러한 결론의 도출에 있어서 피청구인의 수사나 증거판단에 잘못이 있다고는 보여지지 않는다. 또 십이지장절주부 봉합부분 주위에 수술 후 다시 궤양이 발생하여 그 영향으로 누출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 것이지만 이는 피의자 등의 책임과는 무관하므로 이 사건에서는 거론의 여지가 없다.
⑶ ②의 경우에 대하여 살펴본다.
㈎ 피청구인은 당초(부산지방검찰청 87형제51407호)의 불기소결정에서는 위아전절제수술후 “신체의 특수한 조건에 의해 희귀하게도 약 3개월후에 십이지장절주부 누출이 일어나고 (위의 ①의 경우에 해당) 그로 인해 십이지장 천공, 횡격막하농양, 유착성장폐쇄 증상이 유발되어 불가항력적으로 사망에 이른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으나 부산고등검찰청 검사장의 명령에 의해 (부신지방검찰청 88형제49075호로) 재기수사한 다음 다시 불기소결정을 하면서는 충수염의 발병으로(골반복막염, 우측늑막삼출등 증상을 충수염의 2차적 증상으로 판단) 그 수술을 시행한 후 합병증으로 “횡격막하 농양과 마비성장폐쇄로 인한 구심성루프의 내압상승이 있었고 그 결과 십이지장절주부가 파열”되어 범발성복막염(출혈성 황체낭포, 난소종창 등을 범발성복막염의 2차적 증상으로 판단)이 유발되었다는 것으로 불기소 이유의 구체적 내용을 변경하고 있다.
㈏ 그런데 수사기록에 현출된 증거로 과연 그러한 결론에 도달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하여 살펴보면, 위 곽○호 작성의 사체검안서(44정)에는 “직접사인:패혈증(추정), 중간선행사인:복강내출혈, 선행사인:범발성복막염, 해부의 주요 소견:상세한 것은 해부후 감정 중에 있음”이라고 기재되어 있고, 동인 적성의 사체해부감정서(94∼100정)에도 “기타 복강내 소견으로 복강내에는 범발성복막염 소견이 발견되며, 약 3,000cc의 반응고된 출혈혈액이 고여있고 복강내 전 장기는 유착이 심하며…”(98정 22∼24행), “이상 주요 소견들을 종합하여 고려할 때 본 사망자는 위절제수술을 시행하였던 십이지장절단봉합부위에서 장내용물이 복강내로 누출됨으로 인하여 범발성복막염(또한 담즙성복막염이라고도 할 수 있음)을 일으키고 복강내출혈을 일으켰으며 개복수술을 시행하는 등 치료를 행하였으나 패혈증까지 합병되어 회복하지 못하고 사망하기에 이르렀다고 사료됨. 감정… 사인(死因) 패혈증, 복강내출혈, 범발성복막염”(99정 12∼23행)이라고 되어 있고, 또한 동인에 대한 진술조서(1302정∼1312정) 중에도 “변사자는 과거 위절제수술을 받은 바 있는데 그 수술시 행하였던 십이지장봉합부위에서 장내용물이 누출되어 복강내 장기를 훼손시켜 범발성복막염을 일으키고 여타의 합병증을 유발시킨 것이라고 생각됩니다.”(1303정 4∼7행)라고 되어 있어 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