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결정
사건89헌가95 國稅基本法第35條第1項第3號의違憲審判
제청법원서울고등법원 (1989.5.10. 89카177 위헌제청신청)
제청신청인주식회사 서울신탁은행
대표이사 이광수
대리인 변호사 유현석
주 문
국세기본법(1974.12.21. 법률 제2679호) 제35조 제1항 제3호 중 “으로부터 1년"이라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 이 유
1. 제청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제청사건의 개요
이 사건은 서울고등법원 89나 7216 배당이의(配當異議) 사건의 원고인 주식회사 서울신탁은행이 위 민사재판의 전제가 된 국세기본법 제35조 제1항 제3호의 위헌여부심판제청을 신청함에 따라 1989.5.15. 위 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위 법조항에 대한 위헌여부의 심판을 제청한 것이다.
위 민사재판의 기초가 된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즉 위 서울신탁은행은 1987.8.8. 채무자 김재홍 소유의 부동산(서울 강남구 방배동 468의 5, 대지 161.3㎡ 및 위 지상 3층 건물 69평 2홉 지하실 11평 9홉)에 대하여 채권 최고액 금 102,200,000원의 근저당권 설정등기를 필하고 금 73,000,000원을 대출하는 등 금융거래를 하던 중, 위 김재홍에 대한 제3채권자 이석범이 위 부동산에 대하여 강제경매신청을 하자(위 은행도) 근저당권에 기한 임의경매신청을 하여 그것이 관계사건의 집행기록에 첨부됨으로서 배당요구의 효력을 가지게 되었는 바, 1988.8.25. 위 부동산이 금 131,096,900원에 경락되어 같은 해 9.15 배당금을 수령하게 되었으나 위 김재홍의 체납국세(양도소득세 및 방위세) 금 1,759,860,770원에 대하여 국가(광화문 세무서)가 교부청구를 하여 경락대금 전액을 우선 배당받게 되었기 때문에(위 은행은) 아무런 배당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나. 심판의 대상
국세기본법 제35조 제1항은 “국세·가산금 또는 체납처분비는 다른 공과금 기타의 채권에 우선하여 징수한다. 다만/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공과금 기타의 채권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항 제3호는 “국세의 납부기한으로부터 1년전에 전세권·질권 또는 저당권의 설정을 등기 또는 등록한 사실이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증명되는 재산의 매각에 있어서 그 매각금액 중에서 국세 또는 가산금(그 재산에 대하여 부과된 국세와 가산금을 제외한다)을 징수하는 경우의 그 전세권·질권 또는 저당권에 의하여 담보된 채권"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 심판의 대상이 된 것은 그 중 “으로부터 1년”이라는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는지의 여부에 관한 것이다.
2. 위헌여부심판제청의 이유와 관계인의 의견
가. 제청법윈의 위헌여부심판제청의 이유
(1) 헌법은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하고 있고(제23조 제1항), 공공복리 등의 필요에 의하여 법률로써 이를 제한하는 경우에도 공평하여야 하며 또한 그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제37조 제2항).
(2) 모든 국민은 납세의 의무가 있으나 납세의무자 이외의 제3자의 재산에서 이를 징수하는 법률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야 할 것이며, 납세의무자에 대한 다른 재산의 검색(檢索), 납세의무자와 특별신분관계에 있는 자의 재산추적이 선행되어야 한다.
(3) 목적물의 담보가치를 배타적으로 지배하는 저당권보다 후에 성립하였는데도 1년간 조세채권이 우선하도록 한 것은 합리적인 이유없이 공시의 원칙을 깨뜨리면서 선의의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4) 장차 1년간 채무자가 조세를 체납할 것인지의 여부는 예측이 불가능한데도 저당권자에게 불의의 손해를 감소하게 하는 것은 불합리하고 자의적이다.
(5) 저당권이나 소유권이나 같은 물권인데 소유권 취득자는 보호되고 저당권 취득자는 1년간 소급하여 보호받지 못한다는 것도 평등권의 침해이다.
나. 신청인의 제청신청이유 요지
법원의 제청이유와 같다.
다. 재무부장관의 의견요지
(1) 조세는 국가의 재정적 기초이며 고도의 공공성과 공익성이 있기 때문에/ 다른 채권에 대하여 우선 징수되어야 함은 너무나 당연하다.
(2) 조세채권은 공포되어 있는 조세관계법률이 정하는 과세요건이 충족되면 당연히 성립하며, 당사자 자치가 인정되는 사법(사법)상의 채권과는 다르다.
(3) 조세채권은 성립으로부터 확정에 이르기까지 긴 세월이 소요되기 때문에, 조세채권을 다른 채권보다 1년간 우선 시키는 것은 우리나라의 납세도의에 비추어 부득이한 것이다.
(4) 현실적으로 대다수의 기업이 많은 금융부채를 지고 있고 기업재산의 대부분이 담보로 제공되어 있어서 우선징수권이 없어지면 조세채권 확보가 불가능하다. 이의 예방을 위하여 납세담보를 설정한다면 국민생활과 거래질서를 더욱 어지럽게 할 소지가 있다.
(5) 우리나라는 아직 납세의식이 희박하여 통정(通情)에 의한 저당권의 설정으로 조세채권을 회피하는 사례가 많이 있다.
(6) 조세우선권을 1년간만 인정한 것이므로 저당권의 본질적 내용의 침해라 할 수는 없다. 국세기본법 제35조 제1항은 조세채권의 무제한적 우선을 규정한 것이데, 이의 합헌을 전제로 하면서 이를 제한하는 같은 항 제3호의 위헌여부를 논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7) 담보권자는 거래를 하면서 상대방의 신용상태와 경영실적, 과거의 체납사실 유무 등을 조사함으로써 장차의 조세액을 추정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실제로 거래의 안정이 침해될 염려는 그렇게 크지 않다.
(8) 실정법상 임금채권, 임차보증금 등은 공시없이도 일반채권, 담보물권보다 우선하도록 하고 있다.
(9) 국세기본법 제35조 제1항 제3호의 규정은 1949.12.20. 구 국세징수법 제정 당시부터 현재까지 40여년 시행되어, 국민의 경제생활에 있어서 널리 법의식화되어 있으며 거래의 안전을 해치는 면보다 공공복리를 위한 재정수요확보에 크게 기여하였다.
(10) 소유권과 저당권 등 담보물권은 권리의 내용과 범위에 있어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에, 양자를 동일하게 보호하여야 한다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다.
(11) 조세채권우선의 한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입법정책의 문제이다.
라. 법무부장관의 의견요지
재무부장관의 것과 같다.
마. 국세청장의 의견요지
조세채권은 보통 6월(부가가치세) 내지 1년(법인세, 소득세)간에 걸쳐 성립되고, 이는 다시 신고와 결정 고지라는 일련의 행정절차 때문에 납세의무 성립 후 약 3월 내지 1년 후에 납부기한이 결정되므로, 채권의 성립과 동시에 설정되는 저당권보다 조세채권이 1년간 우선된다고 하더라도, 실제에 있어서 헌법에 보장된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 보기 어렵고, 국세와 소유권 사이는 공평한 관계가 설정될 수 있지만, 저당권은 담보적 효력만 가지고 있기 때문에 채무이행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으므로, 양자를 동일하게 취급할 수 없다. 국가재정수요의 확보라는 공공복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최소한의 제약으로 납기전 1년내에 설정된 저당권 등에 대한 조세채권의 우선적 행사는 필요하다고 보아야 한다.(나머지 요지는 재무부장관의 것과 동일하다.)
3. 판 단
가. 판단의 기준
(1) 헌법이나 국세기본법에 조세의 개념정의는 없으나 조세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수요를 충족시키거나 경제적·사회적 특수정책의 실현을 위하여 국민 또는 주민에 대하여 아무런 특별한 반대급부없이 강제적으로 부과징수하는 과징금을 의미하는 것이다.
조세가 국가재정수입의 주원천으로서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갖기 시작한 것은 정치적으로는 중세의 전제군주국가가 몰락하고 근대시민사회의 형성에 따라 민주주의, 법치주의체제의 통치기구가 수립되고, 경제적으로는 사유재산제도와 자유경쟁 및 시장경제의 원리가 지배하는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대두되면서 부터이다. 그런데 현대의 이른바 문화국가(文化國家)시대에 이르러 국가의 활동영역이나 기능이 방대하여짐에 따라 그에 소요되는 재정수요도 막대하게 팽창되었으며, 그 재정자금의 대종인 조세의 문제야말로 국민과 가장 밀접하게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문제로서, 조세정책의 향방에 따라 국민의 재산권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게 되었으니, 그러한 의미에서 현대국가는 조세국가라고 할 수 있고 우리나라도 그 예외는 아니라고 할 것이다.
(2) 그러기 때문에 헌법은 그 기본원리인 국민주권주의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의 차원에서 조세의 부과징수에 있어서는 반드시 법률적 근거를 필요로 하게 하고, 아울러 조세관계 법률의 내용이 형평의 원칙 내지 평등의 원칙에 합당하여 조세부담이 국민에게 공평하게 배분되도록 함으로써 조세의 부과·징수 대상자로서의 국민이 합리적 기준에 의하여 평등하게 처우되도록 하고 있다.
헌법이 그 전문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라는 표현을 하고, 제1조에서 국민주권주의를 선언하며, 제23조 제1항에서 재산권을 보장하면서, 그 제38조에서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하고 다시 제59조에서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은, 바로 조세의 합법률성(合法律性)의 원칙(조세법률주의)을 천명한 것으로서, 결국 조세의 요건과 그 부과·징수절차는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의하여 규정되어야 하고/ 나아가 그 법률의 집행에 있어서도 이것이 엄격하게 해석·적용되어야 하며 행정편의적인 확장해석이나 유추해석은 허용되지 않음을 명백히 한 것이다.
그리고 헌법이 과세만을 따로 떼어서 형평주의를 규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헌법 전문의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라는 평등 규정에서 평등취급의 원칙, 불평등취급금지의 원칙을 그 내용으로 하는 조세의 합형평성(合衡平性)의 원칙(조세형평주의)을 표명하고 있는 것이다.
위 헌법의 규정을 근거로 하여 국세기본법이 제정되었는 바, 같은 법 제18조 제1항은 “세법의 해석·적용에 있어서는 과세의 형평과 당해 조항의 합목적성에 비추어 납세자의 재산권이 부당히 침해되지 아니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조세의 합형평성의 원칙을 명문으로 재확인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19조에도 이를 부연하고 있다.
(3) 헌법은 제23조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여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하면서, 이에 대한 일반적 법률유보조항(一般的 法律留保條項)으로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서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헌법의 규정취지는, 국민의 재산권은 원칙적으로 보장되어야 하고, 예외적으로 공공복리 등을 위하여 법률로써 이것이 제한될 수도 있겠으나 그 본질적인 내용은 침해가 없을지라도 비례의 원칙 내지는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어서는 아니되는 것을 확실히 하는데 있는 것이다.
생각하건대, 조세우선의 원칙의 헌법적 근거라고 할 수 있는 헌법 제37조 제2항의 규정은 기본권 제한입법의 수권(授權) 규정이자만, 그것은 동시에 기본권 제한입법의 한계(限界) 규정이기도 하기 때문에, 입법부도 수권의 범위를 넘어 자의적인 입법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사유재산권을 제한하는 입법을 함에 있어서도 그 본질적인 내용의 침해가 있거나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는 입법을 할 수 없음은 자명한 것이다.
따라서 위 국세기본법 제35조 제1항 제3호가 규정하고 있는 조세우선(優先)조항의 위헌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위 규정에 따른 조세채권의 1년 소급우선이 담보물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고 있는지의 여부와 기본권 제한입법이 가지는 방법상의 한계, 즉 과잉금지의 원칙에 저촉되는지의 여부의 판단을 필요하고, 그 판단을 함에 있어서는 재산권의 본질적인 내용이 무엇이며 어느 정도일 때 그 침해가 있다고 할 것인지의 여부를 따져 보아야 할 것인바, 이를 가리는 판단기준은 헌법의 기본정신과 일반원칙 즉, 조세의 합법률성의 원칙과 조세의 합형평성의 원칙이라고 할 것이다.
(4) 조세의 합법률성의 원칙은 형식적으로는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의하여서만 조세를 부과·징수할 수 있다는 뜻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과세요건과 절차 및 그 법률효과를 미리 법률로써 명확하게 규정하여 이를 국민에게 공포함으로써, 국민으로 하여금 세제상 자신에게 불이익을 초래할 행위를 스스로 삼가거나 자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장래에의 예측과 행동방향의 선택을 보장하고 그 결과로 국민의 재산권이 국가의 과세권의 부당한 행사로부터 침해되는 것을 예방하고 국민생활의 법적 안정성을 보호하려는데 그 참뜻이 있는 것이다. 즉, 조세의 합법률성의 원칙의 본래의 사명은 국민에 대하여 장래에의 예측가능성을 보장해 주는데 있다고 할 것이므로 절차상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 의하여 제정·공포되어야 함은 물론, 내용상 건전한 국민의 선량한 주의의무로 조세예측이 가능하고, 거래행위자의 귀책사유없는 제3자의 우연한 체납행위로 불측의 재산상의 손실을 입게 되는 것과 같은 우연성이나 불확실성이 내포되어서는 아니됨을 의미하는 것이다.
(5) 조세의 합형평성의 원칙은 조세관계법률의 내용이 과세대상자에 따라 상대적으로 공평(상대적 평등)하여야 함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비슷한 상황에는 비슷하게, 상이한 상황에는 상이하게 그 상대적 차등에 상응하는 법적 처우를 하도록 하는 비례적·배분적 평등을 의미하며, 본질적으로 불평등한 것을 자의적으로 평등하게 취급하는(내용의) 법률의 제정을 불허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조세부담의 공평기준은 근세초기의 국가로부터 납세자가 받는 이익에 상응하는 부담이어야 한다는 소위 ‘응익과세’(應益課稅)의 원칙이었으나, 오늘날 소득, 재산, 부(富)와 같은 납세능력 내지 담세력에 따라 부담하여야 한다는 소위 ‘응능과세’(應能課稅)의 원칙이 강조되고 있으며, 형평의 요건으로 ‘주관적 자의의 배제’내지 ‘자의의 금지’라거나 ‘차별의 합리성의 유무’등이 강조되고 있는데, 결국 위 요건을 합하여 조세권자의 자의가 배제되고 객관적인 사실을 기초로 한 합리적인 근거에 의하여 조세가 부과·징수되는 내용의 법률이라고 할 수 있기 위하여서는, 과세대상의 선정규정과 담세력의 산정규정에 합리성이 배려되어, 결국 과세 적격사유가 있는 대상에 대하여 그 능력에 합당한 과세액이 부과·징수되도록 규정되어 있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상적인 조세(관계)법률이라고 평가될 수 있기 위하여서는, 국가의 조세수입은 충분히 확보될 수 있으면서도 조세구조(租稅構造)가 경제자원의 최적배분(最適配分)에 합당하고 징세비는 적게 소요되는 납세자에게도 최대한의 편의가 보장되어 국민의 조세정의 내지 조세감정에 부합하는 내용의 것이라야만 할 것이다. 그리고 조세의 합형평성의 원칙은 국가가 조세관계법률을 제정함에 있어서만 필요한 요건이 아니고, 그 법의 해석 및 집행에 있어서 일관해서 적용되는 부동의 기준이 되며, 법률이 조세의 합형평성의 원칙을 침해하였는지의 여부를 판별함에 있어서는 당해 법률의 형식적 요건이나 내용 외에 그 실질적 내용을 기준으로 그것이 헌법의 기본정신이나 일반원칙에 합치하는지의 여부가 검토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심판대상규정인 국세기본법 제35조 제1항 제3항(중 “…으로부터 1년”)의 위헌여부를 판단한다.
나. 재산권의 본질적인 내용의 침해여부
(1) 재산권 및 저당권의 본질
먼저 위 국세기본법의 규정이 헌법 제23조 제1항에 의하여 보장된 재산권 즉 사유재산제도와 저당권을 비롯한 담보물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고 있는 것인지의 여부를 본다. 재산권의 본질적인 내용이라는 것은 재산권의 핵이 되는 실질적 요소 내지 근본적 요소를 뜻하며, 재산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라고 하는 것은 그 침해로 인하여 사유재산권이 유명무실해지거나 형해화(形骸化) 되어 헌법이 재산권을 보장하는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되는 지경에 이르는 경우라고 할 것이다(헌법재판소 .1989.12.23. 선고, 88헌가13결정 참조). 그리고 이 사건에서 문제되고 있는 저당권은 채무자 또는 제3자(물상 보증인)가 채무의 담보로서 제공한 목적물에 대하여 그 사용수익권은 의연히 담보제공자에게 맡겨두고 다만 그 교환가치를 배타적(排他的)으로 지배하고 채무의 변제가 없는 경우에 그 목적물의 가격에 의하여 객관적으로 공시되어 있는 순위에 따라 우선적 변제를 받을 수 있는 담보물권을 의미한다.
(2) 이 사건에서 재산권 및 저당권이 침해된 내용
이와 같은 개념정의하에서 그 구체적인 일례로서 이 사건의 기초가 된 제청법원의 배당이익사건을 조명하여 볼 때, 제청신청인(서울신탁은행)이 담보목적물에 대하여 1번 근저당권을 취득한 일자(1987.8.8)보다 광화문세무서장이 취득한 조세채권의 “납기”는 각각(1988.1.3. 및 같은 해 6.30.로서) 약 6월 내지 11월 후이고, 위 세무서가 경락대금에 대하여 교부청구를 한 일자(1988.9.7.)는 1년이상 경과된 것임을 알 수 있는 바, 결국 먼저 성립하고 공시(公示)를 갖춘 담보물권이 후에 발생하고 공시를 전혀 갖추고 있지 않은 조세채권에 의하여 그 우선순위를 추월당함으로써, 합리적인 사유없이 저당권이 전혀 그 본래의 취지에 따른 담보기능을 발휘할 수 없게 된 사정을 엿볼 수 있다. 이는 자금대출 당시 믿고 의지하였던 근저당권이 유명무실하게 되어 결국 담보물권의 존재의의가 상실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서, 담보물권이 합리적인 사유없이 담보기능을 수행하지 못하여 담보채권의 실현에 전혀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것은 담보물권은 물론/ 나아가 사유재산제도의 본질적 내용의 침해가 있는 것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3) 합헌론의 주장과 그에 대한 반론
이에 대하여 합헌론의 입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주장을 펴고 있다.
(가) 조세채권이 담보채권보다 1년만 소급 우선하게 되어 있는 것을 이유로 들어 그것은 사법질서(私法秩序)에 있어서 우선순위의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담보물권을 존중하면서, 한편으로는 제한된 범위안에서 국세의 우선원칙을 관철시킴으로써, 국세와 사법상의 담보물권과의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양자의 조화를 도모하고 있는 것일 뿐, 담보물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논리는 조세채권과 통상의 담보물권제도를 비교하여 전개한 이론으로서, 당해 우선 당하는 담보물권을 대상으로 하여 판단하는 한 그 담보물권은 항상 후에 성립한 조세채권에 열후(劣後)하는 것으로서, 담보물권의 근본요소가 담보부동산으로부터 우선변제를 확보하는 담보기능에 있다고 할 때, 담보물권에서 담보기능이 배제되어 피담보채권을 확보할 수 없다면 그 점에서 이미 담보물권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므로, 담보물권 내지 사유재산권의 본질적인 내용의 침해가 있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할 것이다.
(나) 국세기본법의 규정체제로 볼 때 제35조 제1항 본문에서는 국세우선의 원칙을 규정하고 같은 항 제3호에서 위와 같은 예외규정을 두고 있이고에 비추어, 원칙규정이 합헌임을 전제로 하면서 원칙규정상의 국세우선징수권을 제한하는 단서의 규정에 대하여 그 위헌여부를 논한다는 것은 논리의 모순이며, 오히려 그 1년의 시한규정은 저당권 등에 의하여 담보된 채권에 대한 조세채권의 무제한적 우선순위를 시간적으로 제한함으로써 저당금융제도를 보호하고자 하는 규정이기 때문에, 그 단서의 규정이 담보물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주장에 따른다면 단서에서 1년이 아니라 3년이나 5년 또는 그 이상의 기한을 규정하여도 무방하다는 뜻이 되어 이치에 합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위 법률 제35조 제1항 제3호의 규정은 규정체제로 보아서는 국세의 우선원칙을 제약하는 듯한 형태로 되어 있지만 그 실질적인 내용을 보면(전세권, 질권, 또는 저당권 등) 담보물권에 의하여 먼저 담보된 채권이라고 할지라도 그 담보물권의 등기 또는 등록일이 조세 납부기일 1년 이내일 때에는 역시 국세가 소급해서 우선하다는 시적 소급한계를 명시한 규정에 다름아닌 것이다.
(다) 이 사건 국세기본법의 규정을 위헌으로 선언하면 다른 종류의 담보권, 또는 다른 세법과의 사이에서 불평등(不平等)이 발생하게 되어 혼란을 야기시키게 된다는 것이다. 즉 국세기본법 제35조 제2항, 같은 법 제42조 제1항, 지방세법 제31조 제1항 단서 및 제2항 제3호에서 이 사건 심판대상과 같은 내용의 우선규정을 두고 있는데, 이 사건의 경우에만 위헌으로 결정된다면 가등기담보권·양도담보권·지방세 등과의 관계에서 불공평하고 불합리한 차별이 생겨나 오히려 혼란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헌법 제111조 제1항 제1호와 헌법재판소법 제41조 제1항, 제45조 본문이 법률의 위헌여부심판에 있어서 구체적 규범통제절차(具體的 規範統制節次)를 채택하고 있는데서 비롯되는 부득이한 현상으로서, 관련성이 있는 다른 법률과 동시에 해결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이론상으로는 비록 경청할 가치가 있고 또 장차 그러한 방향으로 법률이 개정될 수도 있다고 할 것이나, 현행법제하에서는 이에 관한 명문규정이 없어 일괄처리하기에는 현재로서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 주장도 수긍하기 어려운 것이다.
다. 과잉금지의 원칙(비례의 원칙)의 준수 여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국민의 기본권의 하나인 재산권(담보물권)에 대한 제한에 있어서, 이 사건 심판대상이 된 법조항은 기본권 제한법률로서 그 내용상의 한계를 일탈하여 담보물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지만, 설사 이와 견해를 달리하여 담보물권의 본질적인 내용의 침해가 없는 것이라고 할지라도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은 그 제한의 방법에 있어서도 일정한 원칙의 준수가 요구되는 바, 그것이 과잉금지의 원칙이며 이하에서는 이 점을 소상히 판단하기로 한다.
과잉금지의 원칙이라는 것은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입법활동을 함에 있어서, 준수하여야 할 기본원칙 내지 입법활동의 한계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려는 입법의 목적이 헌법 및 법률의 체제상 그 정당성이 인정되어야 하고(목적의 정당성), 그 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그 방법(조세의 소급우선)이 효과적이고 적절하여야 하며(방법의 적절성), 입법권자가 선택한 기본권 제한(담보물권의 기능상실과 그것에서 비롯되는 사유재산권 침해)의 조치가 입법목적달성을 위하여 설사 적절하다 할지라도 보다 완화된 형태나 방법을 모색함으로써 기본권의 제한은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치도록 하여야 하며(피해의 최소성), 그 입법에 의하여 보호하려는 공익과 침해되는 사익을 비교형량할 때 보호되는 공익이 더 커야 한다(법익의 균형성)는 헌법상의 원칙이다(헌법재판소 위 결정 참조). 위와 같은 요건이 충족될 때 국가의 입법작용에 비로소 정당성이 인정되고 그에 따라 국민의 수인(受忍)의무가 생겨나는 것으로서, 이러한 요구는 오늘날 법치국가의 원리에서 당연히 추출되는 확고한 원칙으로서 부동의 위치를 점하고 있으며,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도 이러한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조세국가로 표현되는 현대국가에서 조세채권을 차질없이 확보하는 것은 국가의 재정적 기초를 공고히 함과 동시에 국가의 통치활동을 원활하고 온전하게 수행하는데 있어서 필연적인 전제라고 할 수 있는데, 조세채권의 확보를 위한 제도로서 조세우선의 원칙과 자력집행의 원칙을 그 양대지주로 들 수 있다. 조세채권의 우선은 동일한 채무자에 대하여 조세채권과 공과금이나 민사 또는 상사채권이 경합되고, 그 채무자의 전재산이 경합청구된 채권 전부를 변제하기에 부족할 때 특히 그 의미를 갖게 되며, 이러한 경우 조세채권은 타채권에 우선하여 징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여기서는 위헌심판의 대상이 되어 있는 조세우선의 원칙에 대하여서만 살펴보기로 한다). 조세채권이 우선하여 징수되어야 할 이유에 대하여서는 조세는 국가재정의 기초이기 때문에 의당 국가의 시책으로 그 이익을 향수하는 국민으로부터 환수되어야 한다거나(공공성·공익성의 이론), 조세채권은 당사자의 임의로운 선택에 의하여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조세관계법률이 정하는 과세요건의 충족에 따라 자동적으로 과세충당부분이 창출되기 때문에 그 부분은 당연히 공제되어야 한다거나(우선공제성(優先控除性)이론), 일반채권은 예컨대 자금의 대차 또는 재화의 매매와 같이 반대급부를 수반하지만 조세채권은 비록 이론상 일반보상성(一般補償性)이 있다고는 하지만 특정한 개별적인 반대급부를 수반하지 않아 그 이행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거나(무대가성(無代價性)이론), 조세관계법률은 과세의 요건과 절차를 국민에게 공포하고 있으므로 그에 의하여 발생되는 조세채권도 일반채권과 비한다면 어느 정도 공시되어 있기 때문이라고(공시성(公示性)이론) 설명되고 있다.
이상의 논거가 조세우선의 원칙의 배경이며 일부 논거에 의문이 없는 것은 아니나 조세의 우선징수의 필요성은 일반적으로 긍인(肯認)되고 있는 바이므로 위 국세기본법 조항의 목적의 정당성은 일응 인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전체주의 국가관이 지배하던 시대에는 국가의 우선권이라는 관념에서 국가가 가진 공법상의 권리는 사법상(私法上)의 권리에 대하여 무조건 그리고 무제한 우선되어야 한다고 하였으나, 통치권자(과세권자)와 피통치자(납세국민)가 이념상 자동적(自同的)인 민주국가에서는 이와 같은 논리는 통용될 수 없으며, 피통치자의 불의의 피해를 예방하고 정당한 권익을 보호하는 것 또한 바로 통치권자의 주요사명이요 공적 의무라고 할 것이므로 조세우선의 원칙에도 스스로 그 범위와 한계가 구획(區劃) 되어져야 할 것이다.
국회의 입법활동에 있어서 재산권 기타 경제적 활동의 자유규제는 다른 정신적 자유규제의 경우에 비하여 보다 넓은 입법재량권을 갖는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재산권이라 할지라도 그 본질적인 내용이 침해될 수 없음은 물론 과잉금지원칙의 적용이 배제되는 것도 아님은 앞에서 살펴본 바이다. 즉 용이하고 편의한 방법에 의한 충분한 조세의 징수 확보라는 국가적 요구와 국민의 재산권 내지 납세자 기본권의 보장이라는 일견 모순되고 상반되는 듯한 두 개의 헌법상의 법익가치를 어떻게 조화시키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며 또 그것이 헌법정신에 부합한다고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검토되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과잉금지의 원칙의 4가지 구체적 내용 중 목적의 정당성을 제외한 나머지 3가지의 내용에 관련하여 위 국세기본법의 규정이 과연 합당한 것인지의 여부를 살펴보기로 한다.
(1) 비공시(非公示) 조세채권이 공시된 담보물권에 우선하는 문제
(가) 채권자 평등의 원칙과 담보물권의 배타적 우선권
우리나라의 사법체계(私法體係)는 모든 채권 특히 금전채권에 대하여서는 그 성립의 선후에 관계없이 평등하게 취급하는 이른바 ‘채권자 평등의 원칙’을 정립하고 있다. 이 원칙은 일면 채권자 사이의 자유경쟁을 존중함과 동시에 담보물권의 지위를 확고히 하기 위하여 정립된 것인데, 그것은 공시의 원칙이 따르지 않는 채권을 그 성립의 선후에 따라 우선순위를 인정하게 되면 거래의 안전을 해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담보물권에 의하여 보호되는 채권과도 충돌할 우려가 생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정의 채권에 대하여 채권자 평등의 원칙에 의하여 채무자의 일반 재산에서 안분비례로 할당받는 이상의, 배타적인 만족을 받을 수 있기 위하여서는, 원칙적으로 특정의 물건으로 이를 담보하는 물적담보제도에 의존할 수 밖에 없게 되며, 오늘날 이러한 물적담보제도를 매개로 하여 신용거래를 하는 금융제도가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커다란 비중을 점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우 일반채권과 담보물권 간에 있어서는 담보물권이 절대로 우선하게 되며, 담보물권 상호간에 있어서는 담보물권 설정의 선후에 따라 우선순위가 정하여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담보물권의 배타적 우선권 때문에 근대사법은 담보물권의 종류를 가급적 제한하고 담보목적물을 특정시켜(특정의 원칙) 그 담보물권의 존재를 엄격하게 공시하며(공시의 원칙) 동일한 재화위의 담보물권은 각각 확정된 순위를 가지고 있어 서로 침범하지 않으며(순위확정의 원칙) 담보물권은 공시없는 채권의 하자에 영향을 받지 않고(독립의 원칙) 금융시장에서 안정 신속하게 유통되게(유통의 원칙)함으로써 선의의 제3자가 불의의 손해를 입는 일이 업도록 배려하고 있는데 독립의 원칙, 유통의 원칙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도 위 원칙을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즉 대세적(對世的) 효력이 있는 권리는 그 권리의 존재 및 내용을 등기 기타의 방법을 통하여 이것이 공시되어야 하고, 공시되지 아니하거나 공시의 방법이 마련되어 있지 아니한 권리는 배타적 효력을 가질 수 없도록 하는 것이 근대 사법의 기본원리인 것이다.
이러한 공시의 원칙은 사적자치(私的自治)의 원칙이 지배하는 사법(私法)관계에서 적용되는 것임은 물론이지만, 대세적 효력이 있는 권리는 이를 공시방법을 통하여 제3자가 그 권리의 존재 및 그 내용을 알 수 있게 함으로써 제3자의 예견가능성을 보호하고자 하는데에 그 취지가 있는 만큼, 이러한 취지는 원칙적으로 공법(公法) 관계에서도 그대로 원용되어야 할 것이며, 비록 조세채권에 대하여 앞에서 본 바와 같은 고도의 공익성을 인정한다고 할지라도 이러한 당위성에는 변함이 없다 할 것이다.
(나) 합헌론의 주장과 그에 대한 반론
그런데 이점과 관련하여 합헌론의 입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주장을 펴고 있다.
첫째, 조세채권은 사법상의 일반채권과는 달리 조세관계법률이 정한 과세요건의 충족의 의하여 자동적으로 성립하고 조세채무자의 신고나 과세관청의 부과처분에 의하여 확정되며 그 조세법률은 일반인에게 공포되므로 공시의 요건도 그런대로 갖춘 것이라 할 수 있어, 어느 정도의 예측은 가능하며 따라서 국민에게 불측의 피해를 준다고 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세관계법률이 비록 일반인에게 공포되어 일반국민이 이를 알고 있을 것으로 의제되더라도 과세관청이 아닌 담보물권자가 담보권설정채무자의 장래에의 조세채무의 발생 및 체납여부를 예측한다는 것은 매우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따라서 조세관계법률이 공포된 것이라는 것을 이유로 해서 조세채무가 어느 정도 공시되고 있는 것이고 또한 예측이 가능하다는 주장은 수긍하기 어려운 것이다.
둘째, 공시의 원칙은 거래의 안전을 위하여 지켜져야 할 중요한 원칙이긴 하지만 그것은 필수적인 것이라 할 수 없고, 국가 재정의 기초인 조세징수의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조세채권에 대하여서는 그 예외를 인정하지 못할 바 아니며, 조세채권 이외에도 임금채권이라든가 임차보증금 등이 공시없이도 보호되고 있는 사실을 감안하건대 조세에 국한한 특례라고 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세기본법 제35조 제1항 제4호 및 제5호에서,(주택임대차보호법 제8조가 적용되는 임대차 관계에 있는) 주택의 임차인의 소액보증금이라든가 (근로기준법 제30조의 2의 규정에 의한) 임금, 퇴직금, 재해보상금, 기타 근로관계로 인한 채권에 대하여 예외규정을 두어 이를 보호하고 있는 이유는, 국가가 특히 임차인이나 근로자 등 서민을 보호하려는 정책적 배려에서 연유한 것으로서 그에 의하여 보호되는 채권을 만족받지 못할 정도의 불의의 피해를 받는 경우는 상상하기 어려우므로 양자를 같은 차원에서 비교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셋째, 조세채권이 전혀 공시가 되어 있지 않다고 할지라도 저당권제도를 이용하여 금융을 거래하려는 자는 그의 경제적인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채무자의 신용, 재산상태, 과거의 체납여부, 납세예상액 등을 추정(推定)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고, 따라서 체납우려가 있는 자와는 거래를 개시하지 않거나 거래 규모를 대폭 축소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예측할 수 없는 손해를 입는다고는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기관의 경우는 혹시 그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그러한 조사를 하는 것이 어느 정도 가능할런지 모르나, 일반사인의 경우는 이를 기대할 수 없고 따라서 전세권자나 질권·저당권자가 일반사인인 경우에는 거의 대부분이 불의의 손해를 입게 된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금융기관에서는 그러한 경우를 예상하여 담보가치에 훨씬 미급하는 금융을 함으로써 그러한 위험부담을 축소할 수도 있을 것이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의연 불측의 손해를 입을 가능성은 상존할 뿐만 아니라, 담보권설정자의 입장에서 본다고 하더라도 그가 설정하려는 재산의 담보가치가 부당하게 저렴하게 평가되는 데서 오는 불이익 즉 경제자원의 최적배분에 어긋나는 모순도 가볍게 보아 넘길 수 없음은 물론, 채권확보를 위하여 법원에서 행한 일련의 경매절차가 어느 시점에서 무의미한 도로(徒勞)가 되고마는 데서 오는 국력의 낭비나 피폐 내지 국민의 총체적 자산가치의 감소도 소홀히 간과할 수 없는 것이다.
넷째, 국세기본법 제35조 제1항 제3호의 규정은 1949.12.20. 구 국세징수법 당시 조문화되어 40여년 시행되어 오는 동안 본질적인 개정이 없었으며, 비록 사법상의 거래의 안전을 해치는 면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보다 공공복리의 증진에 기여하는 면이 현저할 뿐만 아니라, 이제는 국민의 경제생활에 있어서 널리 법의식화되어 있어 국민적 공감대가 조성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떠한 법률조항의 내용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신장하는 내용이라면 오랜 전통과 관행을 그대로 법질서로 정착시켜도 무방하겠지만 그 반대로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침해되는 내용의 것이라면 장기 시행되어 왔다는 이유만으로는 이를 정당화하기 어려우므로, 공권력을 배경으로 장기간 시행되어 왔다는 이유만으로는 소급우선규정의 내용이 국민의 법의식 속에 정착되어 있다고 하기도 어렵다고 할 것이다.
이상을 종합하면 이 사건 심판대상의 규정은 방법의 적정성의 원칙에 반하는 것은 물론, 법익의 균형성 또는 피해의 최소성의 원칙에도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는 것이다.
(2) 불확정 조세채권이 확정 담보물권에 우선하는 문제
위 국세기본법의 규정에 의하여 우선적 효력이 인정되는 조세채권은 저당권 등이 설정된 때로부터 1년 이내에 납부기한이 도래하는 한 모든 조세채권을 망라하는 것이므로, 여기에는 저당권의 설정 당시에는 아직 성립되거나 확정되지 아니한 조세채권도 당연히 포함되는 것이다.
조세의 납부기일은 법정납부기한도 있고 지정납부기한도 있으나 어느 경우에도 전세권·질권 또는 저당권을 설정하고 그 등기 또는 등록을 필(畢)할 당시에 아직 조세채무가 얼마쯤 발생될 것인지, 그리고 그 과세처분에 대하여 조세채무자가 과연 납세를 할 것인지 체납할 것인지의 여부가 예측불능인 것이다.
생각건대, 민주법치국가에서 모든 행정(과 재판)이 법률에 근거를 두어야 하며 그러한 의미에서 법치행정이 시행되어야 한다면 조세행정도 행정의 일부로서 당연히 그에 포함될 이치인데도, 유독 그것만을 분리하여 별도로 조세의 합법률성의 원칙이 강조되고 있는 것은 그것이 역사적으로 국민의 조세저항 내지 재산권 보호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형사상의 죄형법정주의와 함께 국민에게 가장 민감한 이해관계가 있는 헌법상의 원칙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은 법률에 정하여진 요건을 확인하여 장래에의 행동과 그에 따른 법적 효과를 예측할 수 있고, 그것을 토대로 하여 스스로의 행동방향을 설정하여 과세상의 불이익·형사상의 불이익을 피할 수 있는 선택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세권자나 질권·저당권자가 담보권을 취득할 당시에 아무리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고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한다고 할지라도 담보권 설정자의 장래 1년내의 조세채무 발생여부 또는 조세체납여부가 예측불능이거나 현저히 예측곤란이라면, 담보물권자에게 피해의 감수를 강요하는 것은 그가 사법상의 담보물권제도에 대하여 가지는 법적 신뢰성을 근저에서부터 허물어뜨리는 것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 조세채권의 확보라고 하는 목적달성을 위하여 성실한 시민을 희생시키는 이 사건 위헌심판대상규정은 사법질서(私法秩序)에 대한 불신/ 나아가서는 국가에 대한 불신마저도 초래하게 하는 것으로써 법익의 균형성 내지는 피해의 최소성의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매우 근시안적인 규정이라고 할 것이다.
(3) 합리적인 이유없이 선량한 국민의 희생을 강요하는 문제
(가) 조세채무의 발생 및 체납에 귀책사유 없는 제3자
원래 조세는 그 납세의무자 본인으로부터 징수하는 것이 원칙이고 본래의 납세의무자 이외의 제3자로부터 조세를 징수하려면 그와 인적·물적으로 특수한 관계(보증인·담보설정자)가 있어야 할 것이며, 그러한 관계조차 없는 제3자로부터 이를 징수함에 있어서는 합리적이라고 수긍될 수 있는 객관적인 사정이 있어야만 한다고 할 것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보면 국세기본법의 위 규정은 시간적으로 보다 늦게 성립하고, 또한 담보부동산과는 하등의 관련이 없는 조세채권을 저당권보다 우선하게 함으로써, 저당권자로 하여금 그가 저당권을 취득할 당시 일반시민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여 채무자에 대하여 조세채무의 부존재를 확인할 경우에도, 그 채권을 보전할 수 없게 하는 것으로서 결국 성실하고 선량한 국민에게 불의의 피해를 가하게 되는 셈인 것이다.
이와 같은 사태는 민주법치국가의 원리에 비추어 매우 온당치 않은 결과로서 ‘법에 의한 지배’를 표방하는 민주법치국가에서 법의 준수는 민주시민의 당연한 의무로서 요구되는 것이지만, 그 반면에 성실하게 법을 준수하는 국민은 어떠한 경우에도 불이익을 받아서는 아니된다는 원칙 또한 어떠한 이유로도 포기될 수 없는 확고한 기본이념이요 대명제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세채무자와 신분상 일정한 연고(緣故)가 있는 것도 아니고 책임상 일정한 연루(連累)가 있는 것도 아닌, 그것과 전혀 무관한 선량한 거래자의 정당한 법익을 희생시키면서 조세의 우선을 강조하는 것은 국가가 추구하는 하나의 가치를 의하여 그와 동등 또는 동등 이상의 다른 가치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에 다름아닌 것이다.
(나) 자의개재의 소지(素地)
이 사건의 기초가 된 사건의 경우처럼 그 과세사유가 당해 담보 부동산에서 초래하는 것이 아닐 때는 과세권자의 자의에 따라 담보물권자의 이해관계가 크게 좌우될 수 있는 것이다.
예컨대 어떤 납세자가 수개의 부동산을 가지고 거기에 여러개의 담보물권을 설정한 다음 어떤 종류의 납세를 태만히 하였을 때 과세권자가 그 어느 부동산에 대하여 그리고 얼마나 과세권을 발동하느냐에 따라 개개의 부동산에 대한 담보물권자는 부당하게 불의의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당해 부동산에서 비롯되는 조세로서 과거에 부과·징수되었던 실적을 근거로 해서 추정할 수 있는 범위내의 조세채권이(기존의 담보물권에 우선하는 것이) 아니고 조세발생사유와 전혀 무관한 담보설정 부동산에 대하여 전년도의 과세액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그 부동산의 객관적 교환가치보다 수십배를 능가하는 조세채권이 돌출하여 전혀 예상외의 피해를 담보물권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객관적인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다) 합헌론의 주장과 그에 대한 반론
합리성의 유무와 합헌론의 입장에서는 담보설정자의 체납세금을 담보물권자의 희생위에 징수하는 것는 일견 아무 책임없는 제3자로부터 이를 징수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겠으나, 담보물권자는 적어도 담보설정자와 물권거래를 한 당사자임이 분명하고 개중에는 통정하여 허위로 거래한 자도 있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전혀 책임이 없는 제3자라고 하기는 어렵고 그러한 거래자의 부담으로 조세징수를 한다고 하더라도 객관적인 합리성이 전혀 결여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인적·물적 특수관계도 없는 제3자로부터 조세를 징수하려면 국민의 법감정에 비추어 그것이 이치에 합당하며 합리적이라고 수긍될 수 있는 객관적인 사정이 있어야 비로소 그 과세는 공평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담보권자에게 담보권 설정자의 조세체납에 대하여 책임이 있거나 조세면탈을 위한 재산도피를 위하여 통정(通情)한 책임이 있는 경우에는 민·형사상 극에 상응하는 조처(즉 채권자 대위권, 취소권, 강제집행면탈, 공정증서 원본 불실기재 등)의 발동이 가능하며, 따라서 그러한 책임이 있는 자가 불이익을 받아야 하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그러한 책임이 전혀 없는(단지, 장차 조세를 체납할 사람과 거래를 하였다는 사유 외에는 하등 귀책사유가 없는) 사람일 때에는 그러한 사람의 희생위에 조세를 징수하는 것이 온당하다고 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리고 국세기본법이 소유권을 제3자에게 양도하는 경우에는 조세가 우선할 수 없게 하면서도 같은 물권인 전세권이나 질권, 또는 저당권에 대하여서는 조세가 우선하도록 하고 있는 점과 관련해서 합헌론의 입장에서는 제3자에게 소유권이 양도된 재산에 대하여 국세의 추급효(追及效)를 인정할 수 없는 것은 국민의 재산권 보호라는 헌법적 요청상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소유권과 담보물권의 물권으로서의 비중에 있어서는 완전한 물권과 제한적 물권으로서의 차등을 인정할 수 있을런지 모르나 그 비중과 기능을 따질 필요없이 두가지 물권이 모두 대단히 중요한 사권(私權)으로서 어느 것이나 국가가 그것을 보호해야 할 권리인 점에서는 차이가 있을 수 없다. 요컨대 물권의 성질을 기준으로 해서 판단할 것이 아니고 합리적인 이유의 유무를 따져서 판단하여야 하며 소유권이라 할지라도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때에는 제한이 가능할 것이고 제한적 물권이라 할지라도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면 그 제한은 용납도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4) 조세확보를 위한 각종 제도의 내용과 그 실효성의 제고(提高)
조세법률관계에서 조세채권자는 그가 가지는 조세채권을 근거로 하여 민사소송 등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바로 조세채권의 강제적인 실현을 할 수 있다(자력집행제도(自力執行制度). 그리고 조세채권의 확보를 위하여 복수의 사람으로 하여금 동일한 납세의무를 연대하여 부담하게 하는 납세연대의무제도를 비롯하여 제2차 납세의무제도, 원천징수의무제도 등 의무확대제도와 인적·물적 납세담보제도, 사해행위취소제도, 납기전 조세보전제도, 납세증명제 등 간접적인 납세압력제도 등이 보장되어 있다. 즉, 국세기본법 제25조, 상속세법 제18조 제1항, 제2항, 인지세법 제2조 제2항, 전화세법 제1조 제2항, 소득세법 제2조 제3항 등은 납세연대의무제도를 규정하고 있고, 국세기본법 제38조를 비롯하여 제39조·제40조·제41조에서는 제2차 납세의무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납세자가 조세를 체납한 경우에 그 납세자에게 양도담보재산이 있는 때에는 그것으로 납세자의 조세를 징수할 수 있게 하는 양도담보권자의 물적 납세의무제도(국세기본법 제42조)가 있고, 소득세와 법인세의 경우 원천징수제도(소득세법 제142조 내지 제183조, 법인세법 제39조)가 있다.
납세담보제도로서 납세자 또는 제3자(제3담보제공자)의 특정재산에 대하여 조세의 우선징수순위를 확보해 놓거나(물적 납세담보:국세기본법 제29조 내지 제34조) 또는 제3자(보증인)의 일반재산에까지 확장하여 조세의 징수를 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있는데(인적 납세담보:같은 법률 제29조 제5호), 이에 관한 구체적인 규정으로는 국세징수법 제18조, 제24조 제2항, 제5항 제1호, 제85조의2 제3항,특별소비세법 제10조 제4항, 제5항, 주세법 제29조, 상속세법 제28조 제1항 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사해행위취소제도가 있어서 체납자가 압류를 면하고자 고의로 그의 재산을 양도하고 양수인이 그 정을 알고 그 재산을 양수한 경우에 그 양도행위의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국세징수법 제30조). 뿐만 아니라 조세채권보전제도가 있어서 조세채권의 확정전 또는 납부기한 도래전에 납세자의 재산 일실(逸失)을 방지하여 조세채권을 보전해 두는 방법이 보장되어 있으니 납기전 징수제도(국세징수법 제14조 제1항)와 납기전 재산압류제도(같은 법률 제24조 제2항)가 그것이다. 납세의무있는 자가 특정행위를 할 때 제출하게 하는 납세증명제도(같은 법률 제5조)나 납세자가 정당한 사유없이 국세를 체납한 때에 대한 관허사업의 제한제도(같은 법률 제7조) 등은 납세자의 조세납부를 간접적으로 강제하여 조세의 적기 징수를 용이하게 해 주는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과세관청은 소급효를 갖는 국세우선징수권이 아니더라도 조세징수 확보를 위한 수많은 유리한 제도를 보유하고 있으며, 방대한 세무조직·정보자료 및 조세범죄 수사권 등을 배경으로 하여 그러한 제도를 적시에 적절히 활용한다면 선량한 국민의 재산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지 않는 방법으로 과세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데도, 조세채권의 소급우선권까지 보유하는 것은 오직 과세관청의 과세징수상의 편의만을 도모할뿐 선량한 국민에 대하여서는 합리적인 이유없이 그 희생을 강요하는 것으로서, 결국 위 국세기본법의 규정은 방법의 적정성 내지는 피해의 최소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것이다.
4. 결 론
이상을 종합하여 보건대 국세기본법의 위 규정은 재산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서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위배되어 위헌임을 면키 어렵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조세채권의 우선은 담보물권에 의하여 보호되고 있는 피담보채권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앞에서 살펴본 과잉금지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담보물권의 설정자가 납부하여야 할 조세의 존부 및 그 범위를 담보물권 취득자가 예측할 수 있는 시기를 기준으로 한계가 그어져야 할 것이며, 그 시기는 현행 조세법의 체계상 납부할 조세의 존재 및 액수를 담보물권 취득자가 확인가능한 최종의 시점인 조세의 납부기한이라고 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조세채권은 일반채권에 항상 우선할 수 있고 담보채권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조세채권의 납부기한이 먼저 도래하면 역시 우선하는 결과가 되어 조세우선의 기본원칙이 존중됨과 동시에 담보물권자에게도 불측의 피해를 주지 않아 조세에 있어서 헌법의 대원칙인 조세의 합법률성의 원칙과 그에서 파생된 예측가능성 및 법적 안정성이 보장됨과 동시에 조세의 합형평성의 원칙이 지향하는 이념도 실현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국세기본법 제35조 제1항 제3호 소정의 “국세납부기한으로부터 1년 전에 전세권·질권 또는 저당권의 설정을…”이라고 한 규정 중에서 “으로부터 1년”이라는 부분은 헌법 전문, 제1조, 제10조, 제11조, 제1항, 제23조 제1항, 제37조 제2항 단서, 제38조, 제59조의 규정에 위반된다. 이 결정은 재판관 조규광 및 재판관 한병채의 아래와 같은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의 의견이 일치되었으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5. 재판관 조규광 및 재판관 한병채의 반대의견
가. 국세기본법은 제35조 제1항 본문에서 국세우선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고/ 다시 위 제25조 제1항 제3호에서 국세의 납부기한으로부터 1년전에 설정된 전세권·질권·저당권(이하 저당권 등이라고 한다)에 의하여 담보된 채권에 대하여는 국세의 우선적 효력을 부인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런데 다수 의견은 국세우선의 원칙을 “국세의 납부기한으로부터 1년전에 설정된 저당권 등에 의하여 담보된 채권”에 대하여서만 부인한 위 규정, 바꾸어 발하면 “국세의 납부기한으로부터 1년이내에 설정된 저당권 등에 의하여 담보된 채권”에 대하여는 국세우선의 원칙이 그대로 적용된다는 위 규정은 재산권 보장에 관한 헌법규정에 어긋난다는 것이 그 골격이다.
나. 우리나라의 헌법은 제23조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제37조 제2항에서 국민의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에 있어서 위 국세기본법에 관한 위헌심사의 기준으로서는,
첫째로 위 법률의 규정이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의 일종인 저당권 등(및 피담보채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한 것인지의 여부와,
둘째로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한 것이 아니라고 인정될 경우에도 그 제한의 방법이 비례의 원칙 내지는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는지의 여부가 문제로 될 것이며 다시 위 비례의 원칙 위배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정성, 피해의 최소성, 법익의 형평성 등을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다. (1) 국세는 그가 가지는 다른 여러 가지의 기능에 언급할 것도 없이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헌법 제37조 제2항 참조) 국가의 재정수요를 충족시키는 국가재정수입의 주된 원천이 된다는 본래의 목적 때문에 고도의 공익성을 가지고 있어 그 징수의 확보를 보장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하여 국세기본법 제 35조 제1항 본문은 국세우선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원칙을 무제한적으로 관철하게 되면 자본주의 신용경제체제하에서의 금융수단, 투자매개 등의 절대적인 작용을 하는 담보권제도의 기능에 중대한 장애를 미치게 된다. 즉 공시의 원칙, 특정의 원칙, 순위확정의 원칙 등으로 재화의 가치권을 우선 확보하고 있는 담보권의 우선적 효력을 존중하여 저당권 등에 의하여 담보된 채권에 대한 관계에서는 원칙적으로 국세가 열후(劣後) 지위에 서도록 하고 다만 국세의 납부기한으로부터 1년내에 설정된 저당권 등에 의하여 담보된 채권에 대하여서만 원칙적으로 되돌아가 국세의 우선권을 인정하였다. 다시 말하여 이것은 사법(私法)질서에 있어서 우선순위의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담보권을 존중하면서, 한편으로는 제한된 범위에서 국세의 우선원칙을 관철시킴으로써 국세의 사법상의 담보권과의 우선순의를 조정하고 양자의 조화를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국세징수의 확보라고 하는 고도의 공익적 필요성에 기하여 일정의 제한된 범위를 제외하고 국세를 저당권 등에 의하여 담보되는 채권에 우선시키는 취지의 위 규정은 저당권 등(및 피담보권) 자체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 아닐 뿐 아니라 그 목적의 정당성 역시 쉽게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국세의 납부기한으로부터 1년내에 설정된 저당권 등에 의하여 담보된 채권이 국세보다 열후관계에 서는 관계로 그 한도내에서 저당권 등 채권자가 입게되는 손해는 국세의 우선원칙이 합헌적인 것으로 평가되는 이상 뒤에서 언급한 바 국세와 저당권 등과의 우선순위 시점조정에서 결과하는, 부득이 수인(수인)하여야 할 불이익이며 재산권의 본질적인 내용 침해로는 볼 수 없다. 국세의 우선징수로서 무담보채권자가 받게 될 손해를 고려한다면 이 이치는 자명하다.
(2) 나아가 국세와 저당권 등에 의하여 담보되는 채권과의 조정 내지는 조화를 꾀하는 기준을 “국세의 납부기한으로부터 1년전”에 두고, 그 후에 설정된 저당권 등에 의하여 담보되는 채권에 대하여는 국세우선의 원칙을 관철시키는 위 방법이 과연 적정한 것인지 위 방법이 국세우선의 원칙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방법인지 및 법익의 형량이 제대로 이루어진 것인지에 대하여 살펴본다.
위 국세기본법의 규정이 “국세의 납부기한으로부터 1년전”에 국세우선 여부의 기준을 둔 근본취지는 과거 우리나라의 조세법에 있어서 1년을 단위로 하는 년세(年稅)가 조세수입의 대종을 이루고 있었던 것에 기인한 것으로 보여지며 1년을 단위로 하는 이와 같은 구조는 오늘날에도 아직 상당수의 세종목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그런데 조세채권은 일정한 법률상 과세요건의 충족에 따라 일률적·무선택적·자동적으로 성립할 뿐만 아니라 직접적·구체적인 대상(代償)이 없는 일방적인 과징이기 때문에 그 확보가 타 채권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고려하고 조세채권의 성립으로부터 그 확정, 납부기한, 납부에 이르기까지의 일련의 부과징수과정에서 각 단행세법 고유의 기술적 특수성과 총체세법의 통일성을 아울러 생각할 때 국세와 담보권의 우선순위조정에 관하여 한계선을 긋는 효과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일 선택은 입법자의 입법재량에 일단 맡겨야 할 성질의 것이라 할 것이다. 위 “납부기한으로부터 1년전”이라는 기준일 설정이 국세의 확보라는 공익과 담보권의 보호라는 사익 양자를 잘 저울질하여 국세우선의 원칙에 의한 재산권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가장 적정한 기간인지 여부를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수의견과 같이 “납부기한”이라는 시점만이 유일의 합리적인 조정기준일이 된다고 분명히 단정할 수도 없다. 이러한 안건심사에 있어서 재산권 제한에 관한 수단의 적정성, 피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형평성 평가는 입법자의 합리적인 판단에 맡겨야 할 것으로 본다.
그리하여 국세기본법 제35조 제1항 제3호 소정의 “납부기한으로부터 1년전”이라는 기준일 선택에 대하여는 국민의 재산권 보호라는 헌법적 관점에서 그 합리성에 대하여 상당한 의문이 있기는 하나 위 규정이 위헌이라고 까지는 할 수 없다고 여겨진다.
(3) 저당권 등이 설정된 재산의 소유권을 타인에게 양도했을 때 양도된 재산으로부터 양도인에 대한 조세채권을 징수할 수 없게 하면서도 “납부기한으로부터 1년이내”에 설정된 저당권 등에 대한 관계에서는 국세의 우선징수권을 인정하는 것은 소유권과 담보물권과의 사이에 불합리한 차등을 두어 헌법위반이라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납세의무자의 조세채무책임재산은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납세의무자의 소유재산에 한정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제3자에게 소유권이 양도된 재산에까지 국세징수의 추급효(追及效)를 인정치 아니함은 국민의 재산권 보호라는 헌법적 요청상 뚜렷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것이다.
라. 다수의견의 견해와 같이 “으로부터 1년”이라는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는 것으로 하여, 결과적으로 국세의 납부기한을 기준으로 해서 국세가 저당권 등에 담보되는 채권에 우선하는지의 여부를 판가름하게 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문제점은 그대로 남아있거나, 오히려 새로운 불합리 내지는 혼란이 생기게 되므로 부당하다. 즉,
(1) 첫째로/ 다수의견은 “으로부터 1년의 부분만을 삭제하여 국세의 납부기한을 기준으로 해서 국세우선의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게 하면 제3이해관계인은 납부기한 현재 조세채무자가 부담하는 조세채무의 존부 및 그 조세의 금액 등에 대하여 알 수 있는 예측 불가능한 조세채무의 돌연한 출현으로 저당권 등 권리자가 입게 될 위험이 제거될 수 있다는 점에 크게 근거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현재의 세법 규정하에서는 납부기한 현재로 납세의무자가 부담하는 조세채무의 존부 및 그 금액 등에 관하여 제3이해관계인이 확인할 수 있는 납세증명제도가 정비되어 있지 아니하여 제3이해관계인의 거래안전과 예측가능성이 곡 확보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납부기한을 기준으로 하여 국세우선이 여부를 판단한다고 하더라도 어차피 제3이해관계인의 예측가능성이란 납세의무자의 신용상태와 피차 신뢰를 전제로 한 개연성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다수의견의 위와 같은 논거는 설득력이 없다고 할 것이다.
(2) 둘째로/ 다수의견과 같이 국세의 납부기한을 기준으로 국세우선의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는 견해는 이미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헌법재판소가 입법자의 입법작용에 부당 간섭한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즉 재정·사회·경제분야의 입법을 함에 있어서 목적달성을 위한 합리적인 수단방법에 관하여 복수의 가능태가 있는 경우에 이 중에서 어떠한 것을 선택하여 입법화할 것인가는 시민적 자유·정신적 자유·등에 관한 기본권 분야와는 달리 입법자의 형성의 자유폭이 상대적으로 넓혀져야 할 것이고, 특히 세법의 분야에 있어서는 조세의 합목적성, 기술성, 체계성 등을 함께 고려하여 합리성을 일탈치 않는 제약내에서 입법자 스스로 이를 결정하도록 하여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가 이에 개입하여 실질적으로 입법작용을 한 것과 다름없는 결과를 자아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3) 셋째로/ 다수의견은 국세기본법 제35조 제1항 제3호 중 “으로부터 1년”이라는 부분을 위헌으로 삭제한다 하더라도 연대 납세의무, 제2차 납세의무, 원천징수, 납세담보, 사해행위취소, 납기전 징수 등 각 제도가 있어 공익을 위한 효과적인 조세징수의 부수수단이 마련되어 있으니 세수확보에 큰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없다고 하나 위의 여러 가지 징수확보제도는 그 본질상 국세채권과 저당권 등의 우선순위조정을 목적으로 한 법규정과는 그 차원을 달리하는 문제이며 다수의견 결론을 지지할 만한 논거로 삼을 수 없다.
(4) 넷째로/ 다수의견대로 위 국세기본법 제35조 제1항 제3호 중 “으로부터 1년”이라는 부분이 위헌인 것으로 삭제되어야 한다면 다른 종류의 담보권자 또는 다른 세법과의 사이에서 불평등이 발생하게 되어 혼란을 야기시키게 된다. 즉, 국세기본법은 이 사건에서 문제로 된 위 규정이외에도 같은 법 제35조 제2항에서 가등기 담보권자에 관하여, 그리고 같은 법 제42조 제1항에서 양도담보권자에 관하여 각 위와 동일한 내용의 규정을 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방세법 제31조 제1항 단서에서 지방세에 대한 국세우선의 원칙을, 또한 위 제31조 제2항 제3호에서 국세기본법 제35조 제1항 제3호와 동일한 내용의 각 규정을 두고 있는데 국세기본법의 규정 중 유독 이 사건에서 문제로 된 위 규정 부분만 헌법에 위배된다고 하게 되면 저당권자 등과 가등기 담보권자 및 양도담보권자와의 사이의 불합리한 차별대우를 초래하게 되고 지방세에 대한 국세우선원칙과의 조화의 문제 등 당장 해결키 어려운 혼란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동일한 법률 또는 동조의 법률의 다른 규정이 마찬가지의 이유로 역시 헌법에 위배되게 되는 경우에는 그 규정에 대하여도 헌법재판소가 심사의 대상범위를 넓혀 동일사건에서 일괄하여 헌법위반의 결정을 할 수 있다는 헌법재판소법상 근거 조항이 결여되어 있기는 하나 해석상 법질서의 통일과 조화, 그리고 혼란방지를 위하여 심판대상으로 제청된 국세기본법 제35조 제1항 제3호만을 바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할 것이 아니라, 이와 관련되는 위에 적시한 바 다른 규정들과 함께 직권으로 심판범위를 확대하여 일괄판단하든지, 그렇지 못하다면 국세·지방세 기타 공과금과 일반담보권과의 우선순위조정에 관하여 보다 포괄적이며 합리적이고 위헌의 소지가 없는 해결책을 입법기관 스스로가 찾도록 개선입법을 촉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마. 국세기본법 제35조 제1항 제3호 중 “납부기한으로부터 1년전”이라는 규정이 절대적 합리성에 대한 의심은 유보한 채로 입법재량에 속하는 문제를 들어 이것이 위헌이라는 명백한 논증이 미흡한 이상 위 규정부분을 다수의견에 동조하여 위헌이라고까지 단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1990.9.3.재판관 조규광(재판장) 이성렬 변정수 김진우 한병채 이시윤 최광률 김양균 김문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