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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시사항

도로교통법(道路交通法) 제50조 제2항, 제111조 제3호가 헌법(憲法) 제12조 제2항의 진술거부권(陳述拒否權)을 침해(侵害)하는지 여부(與否)

재판요지

교통사고(交通事故)를 일으킨 운전자(運轉者)에게 신고의무(申告義務)를 부담시키고 있는 도로교통법(道路交通法) 제50조 제2항, 제111조 제3호는, 피해자(被害者)의 구호(救護) 및 교통질서(交通秩序)의 회복(回復)을 위한 조치(措置)가 필요한 범위내에서 교통사고(交通事故)의 객관적(客觀的) 내용(內容)만을 신고(申告)하도록 한 것으로 해석하고, 형사책임(刑事責任)과 관련되는 사항(事項)에는 적용(適用)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해석(解釋)하는 한(限) 헌법(憲法)에 위반(違反)되지 아니한다. 재판관 변정수의 반대의견(反對意見) 1. 진술거부권(陳述拒否權)은 비록 양심(良心) 및 신앙(信仰)의 자유(自由) 등과는 그 성격이 다르지만 그 성질상 국가안전보장(國家安全保障)이나 질서유지(秩序維持) 및 공공복리(公共福利) 등을 이유(理由)로 법률(法律)에 의한 외부적(外部的)인 제약(制約)을 가하기에는 적당치 못한 기본권(基本權)의 범주에 속한다. 2. 도로교통법(道路交通法) 제50조 제2항, 제111조 제3호의 규정은 결국 형벌(刑罰)을 수단(手段)으로 하여 형사상(刑事上) 자기(自己)에게 불리(不利)한 진술(陳述)을 강요(强要)함으로써 인간(人間)의 존엄(尊嚴)과 가치(價値)를 훼손하는 것이므로 진술거부권(陳述拒否權)의 본질적(本質的) 내용(內容)을 침해(侵害)하는 법률(法律)이다. 3. 도로교통법(道路交通法) 제50조 제2항, 제111조 제3호가 교통행정상필요(交通行政上必要)한 법률(法律)이라 하더라도 교통사고(交通事故) 피해자(被害者)의 구호나 교통질서(交通秩序)의 회복은 위 규정을 두지 않고도 도로교통법(道路交通法) 제50조 제1항을 위시한 그밖의 규정 등에 의하여 충분히 달성될 수 있으므로 진술거부권(陳述拒否權)을 희생하면서까지 문제(問題)의 법률조항(法律條項)을 존치(存置)시킬 필요가 없다.

사건
89헌가118 도로교통법제50조제2항등에관한위헌심판
제청법원
광주지방법원 (1989.12.1. 89초1121 위헌제청신청)
제청신청인
박 ○ 수
대리인 변호사 김나복
판결선고
1990. 08. 27.

주 문

도로교통법(1984.8.4. 법률 제3744호) 제50조 제2항 및 동법 제111조 제3호는 피해자의 구호 및 교통질서의 회복을 위한 조치가 필요한 상황에만 적용되는 것이고 형사책임과 관련되는 사항에는 적용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제청신청인은 1989.10.11. 이 사건 제청법원인 광주지방법원에 도로교통법위반 등의 죄로 기소되었는 바(위 법원 89 고단 2012)그 기소된 내용 중 도로교통법 위반의 요지는 제청신청인이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교통사고를 일으키고도 그 사고내용을 경찰에 신고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도로교통법 제50조 제2항, 제111조 제3호의 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제청법원은 제청신청인의 신청에 따라 1989.12.1. 89초1121 위헌제청결정으로 헌법재판소에 위 89고단2012 사건의 재판의 전제가 되는 도로교통법 제50조 제2항제111조 제3호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법 제41조에 의한 위헌여부의 심판을 제청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이 되는 법률은 도로교통법 제50조 제2항제111조 제3호이다. 도로교통법 제50조 제2항은 “차량의 교통으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이하“교통사고”라 한다)한 때에는 그 차의 운전자 등은 경찰공무원이 현장에 있는 때에는 그 경찰공무원에게, 경찰공무원이 현장에 없는 때에는 가장 가까운 경찰관서(경찰지서, 파출소, 출장소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에 지체없이 사고가 난 곳, 사상자 수 및 부상정도, 손괴한 물건 및 손괴정도 그 밖의 조치상황 등을 신속히 신고하여야 한다.” 동법 제111조 제3호는 “제50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한 신고를 하지 않은 사람은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의 형으로 벌한다”고 각 규정하고 있다. 2. 위헌심판제청이유와 관계인의 의견 가. 제청법원의 제청이유 요지 제청법원은 첫째, 헌법 제12조 제2항의 진술거부권은 모든 국민이 수사기관 및 공판심리절차에 있어서 형사상 자기에게 불이익한 진술을 강요 당하지 아니하는 권리인 바, 이는 형사피의자 및 피고인으로서 수사 및 공판절차에 계속중인 자 뿐만 아니라 자기에게 불이익한 진술로서 형사피의자 및 피고인이 될 가능성이 있는 자에게도 주어지는 권리인데, 차량의 교통사고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한 운전자 등에게 사고가 난 곳, 사상자 수 및 부상정도, 손괴한 물건 및 손괴정도, 그 밖의 조치상황 등을 경찰관에게 신고하도록 규정한 도로교통법 제50조 제2항, 제111조 제3호는 형사피의자 및 피고인의 지위에 서게 될 자에게 형사상 자기에게 불이익한 진술을 강요하는 규정으로서 헌법 제12조 제2항의 규정에 위반되고 둘째/ 다른 범법자에게는 신고의무를 규정하지 아니하면서도 유독 교통사고의 범법자에게만 신고의무를 규정한 것은 합리적 근거없이 차별을 두는 것으로서 헌법 제11조의 평등권 규정에도 위반된다는 것이다. 나. 법무부장관의 의견 법무부장관은 첫째, 도로교통법은 도로에서 일어나는 교통상의 모든 위험과 장해를 방지 제거하여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으로서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사상자가 발생하고 교통이 마비되며 다시 제2의 교통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으므로 경찰관으로 하여금 피해자의 구호 및 교통질서회복에 신속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하기 위하여 객관적 사실만을 신고케 하는 것이다. 따라서 운전자의 고의·과실유무 등 형사책임을 부담할 우려가 있는 사항에 관한 신고의무는 포함되어 있지 않고/ 나아가 사고내용 등 객관적 사실의 신고로 인하여 사실상 범죄의 단서를 제공하는 결과가 되더라도 이는 피해자의 구제와 교통질서의 유지 및 안전의 확보 등 현실적으로 급박한 행정목적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합리적인 제한이므로 헌법상 보장된 진술거부권의 본질적인 침해가 아니며 둘째, 마약법 제37조, 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 제19조, 대마관리법 제10조, 고물영업법 제17조, 전당포영업법 제16조 등에도 형사피의자 및 피고인의 지위에 서게 될 자에게 신고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도로교통법 제50조 제2항, 동 제111조 제3호만이 신고의무를 규정한 것이 아니어서 헌법 제11조 평등규정에도 위반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3. 판단 가.교통사고의 본질과 도로교통법의 적용실태 도로교통법은 도로에서 일어나는 교통상의 모든 위험과 장해를 방지·제거하여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된 법률이고, 동법 제50조는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동조 제1항에서 교통사고가 있는 때에는 그 차의 운전자 등은 곧 정차하여 사상자의 구호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규정하고, 동조 제2항은 제1항의 경우 그 차의 운전자 등은 경찰공무원이 현장에 있으면 경찰공무원에게, 경찰공무원이 현장에 없는 때에는 가장 가까운 경찰관서에 지체없이 사고가 일어난 곳, 사상자 수 및 부상정도, 손괴한 물건 및 손괴정도 그 밖의 조치상황 등을 신속히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동조 제3항과 제4항은 신고받은 경찰관이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현장에서 대기할 것을 명할 수 있고 그 운전자 등은 부상자의 구호 및 그 밖의 교통위험방지상 필요한 조치에 관한 경찰공무원의 지시에 따를 것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결국 동법 제50조는 교통사고 발생시에 운전자 등이 취해야 할 긴급한 조치사항과 경찰관의 지시에 따라야 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고 하겠다. 이는 경찰공무원으로 하여금 교통사고의 발생을 신속하게 알게하여 교통질서의 안전유지 및 도로상의 위험과 그에 따른 피해의 확대를 방지하며 피해자의 구호와 교통질서회복에 대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함으로써 교통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도로교통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규정이라고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동법 제111조 제3호는 교통사고발생시 그 차의 운전자 등이 동법 제50조 제2항에 규정된 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에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의 형으로 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실제로 차량을 운전하다가 교통사고를 일으킨 자에 대해서 과실유무 및 정도에 따라 형사책임을 물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업무상과실치사상 및 업무상재물손괴)으로 형사벌을 과하는 것과는 별도로 교통행정의 목적으로 운전자가 사고발생을 경찰에 신고하지 아니한 사실에 대하여 행정벌을 과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도로교통법 제50조 제2항, 제111조 제3호에 의한 벌금이나 구류형은 교통사고에 대한 형사상의 책임을 규정한 형사범죄의 구성요건에 관계없이 교통사고의 신고불이행에 대한 행정벌로서 벌하는데 불과하여 교통사고로 인한 형사벌과는 본질적으로 구별되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에 있어서는 교통사고에 대한 신고의무 속에 형사상의 자기부죄(自己負罪)의 신고도 포함되어 있거나 경합하고 있는 것으로 혼동하여 이를 구별하지 않고 취급함으로써 자기부죄거절의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을 무시하거나 부정하는 사례가 없지 않아 본건의 위헌성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나.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인 진술거부권의 침해 여부 (1) 헌법 제12조 제2항은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형사책임에 관하여 자기에게 불이익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을 것을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헌법이 진술거부권을 기본적 권리로 보장하는 것은 형사피의자나 피고인의 인권을 형사소송의 목적인 실체적 진실발견이나 구체적 사회정의의 실현이라는 국가적 이익보다 우선적으로 보호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성과 생존가치를 보장하고 나아가 비인간적인 자백의 강요와 고문을 근절하려는데 있다. 또한 이러한 진술거부권은 형사절차에서만 보장되는 것은 아니고 행정절차이거나 국회에서의 질문 등 어디에서나 그 진술이 자기에게 형사상 불리한 경우에는 묵비권을 가지고 이를 강요받지 아니할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된다. 따라서 현재 형사피의자나 피고인으로서 수사 및 공판절차에 계속중인 자 뿐만 아니라 교통사고를 일으킨 차량의 운전자 등과 같이 장차 형사피의자나 피고인이 될 가능성이 있는 자에게도 그 진술내용이 자기의 형사책임에 관련되는 것일 때에는 그 진술을 강요받지 않을 자기부죄(自己負罪) 거절의 권리가 보장되는 것이다. 또한 진술거부권은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내용의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하는 것이므로 고문 등 폭행에 의한 강요는 물론 법률로서도 진술을 강제할수 없음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만일 법률이 범법자에게 자기의 범죄사실을 반드시 신고하도록 명시하고 그 미신고를 이유로 처벌하는 벌칙을 규정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인 진술거부권을 침해하는 것이 된다. (2) 그런데 도로교통법 제50조 제2항은 교통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교통사고를 야기한 운전자로 하여금 경찰공무원에게 사고가 일어난 곳, 사상자 수 및 부상정도, 손괴한 물건 및 손괴정도 그 밖의 조치상황을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동법 제111조 제3호는 만일 이를 신고하지 않는 경우에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어서 이 조항들이 헌법 제12조 제2항의 진술거부권을 침해할 소지가 없는가의 여부가 본건 심판의 기본적인 문제로 제기된다. 첫째,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 처벌 대상으로 하고 있는 범죄는 업무상과실치사상 또는 업무상과실재물손괴 등 과실범에 해당하는 것인데 그 과실범의 구성요건은 사고의 일시·장소 그 사고의 결과로 인한 사상자의 수 및 부상정도, 손괴한 물건 및 손괴정도 등 객관적인 사실만으로도 충족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또한 중요한 양형자료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범죄구성요건 및 양형의 요소들을 신고케 하는 것은 사실상 범죄발각의 단서를 제공하고 형사상 자기부죄(自己負罪) 거부의 권리를 침해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둘째, 교통경찰관은 교통의 단속과 위해의 방지 및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는 직무 외에도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 제1호에 의하여 범죄의 수사를 그 직무로 하게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형사소송법 제196조에 의하여 경찰관은 누구나 사법 경찰의 임무를 수행하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사건수사가 고유한 자기직무로 되어 있는 경찰관에게 교통사고 발생을 신고하면 사고현장에 나온 경찰관이 운전자 등에 대하여 피해자의 구호나 교통질서 회복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교통경찰관의 직무외에 피해자를 언제 어느 지점에서 발견하였는지, 당시 어떤 상태로 운전을 하였는지, 차체의 어느 부위를 충격하였는지, 음주운전을 하였는지 등 운전자의 과실 등 형사책임에 관련되는 사항을 질문하거나 조사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행해지고 있는 것이 현재의 실정이다. 더욱이 교통사고에 대한 운전자의 과실을 인정하여 형사소추를 하는 경우에 대비하여 사고운전자 등의 상세한 진술을 청취하고 그 사고현장을 토대로 증거보전을 위한 실황조서를 작성하고 있는데 도로교통법 제50조 제2항에서 사고운전자의 신고의무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계기로 이러한 조치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더구나 대부분의 경우 사고운전자 등에게 진술거부권이 있음을 고지하지도 않고 그 사건의 내용을 묻고 필요한 증거조사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셋째, 단순한 재물을 손괴한 사고로서 당사자 간에 쉽게 합의가 이루어지고 차량이 장시간 노상에 방치되지 아니하여 교통소통이나 타인의 통행을 방해하지 않는 경우에는 피해자의 구호 및 교통질서 회복을 위하여 경찰관이 굳이 새로운 조치를 강구할 필요가 없으며 또는 교통이 거의 없는 시골이나 산간도로에서의 경미한 교통사고의 경우에도 경찰공무원에 의한 교통질서 회복조치 등이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도로교통법 제50조 제2항은 모든 교통사고에 대하여 반드시 경찰공무원에게 사고내용과 현장을 신고하도록 하고 있어서 경찰공무원이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대부분은 사고현장을 현상대로 보존하기 위하여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대기하고 있는 실정이므로 이것이 도리어 많은 후속차량의 통행을 방해하고 나아가 교통질서 회복에 더 장애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에까지 교통사고의 신고의무를 강제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경찰관으로 하여금 피해자의 구호나 교통질서의 회복을 강구하는 조치를 취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 도로교통법 제50조의 입법목적에 부합된다고 할 수 없다. 본래 도로교통법 제50조 제2항은 피해자의 구호 및 교통질서의 회복을 위한 조치가 필요한 범위내에서 교통사고의 객관적 내용만을 신고토록 한 것이지만 실제운영에서는 오히려 이를 확대적용하는 결과 이것이 오히려 피해자의 구호와 교통질서의 안정을 문란케 하고 교통소통을 방해하는 경우도 있게 되어 교통질서유지법으로서의 목적보다 도리어 경찰관이 운전자 등의 형사입건을 용이하게 하는 범죄수사의 편의로 활용하게 되고 운전자 등에 대하여는 자기의 형사책임을 추궁당할 위험을 부담하게 하는 것이 된다. 그리고 이는 헌법상 모든 국민은 자기의 형사상 책임을 추궁당할 위험이 있는 사항에 대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장하는 진술거부권을 침해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도로교통법 제50조 제2항의 신고의무규정을 형사책임과 관련되는 사항에까지 확대적용하게 되면 헌법 제12조 제2항의 규정에 위반되는 소지가 없지 않다고 하겠다. (3) 그러나, 현대 사회는 산업의 발전으로 차량 운행이 급격히 증가하고 차량이 현대생활의 필수적인 교통수단이 되고 있어 교통질서유지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음을 감안할 때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자의 구호와 교통질서의 회복을 위하여 사고운전자 등에게 교통사고의 신고를 의무화하고 교통경찰관으로 하여금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하도록 하는 법규는 현실적으로 불가피하게 요청되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할 것이다. 치안본부에서 발행한 1990년판 “교통사고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10년간 자동차는 1979년 말에 494,378대이던 것이 1989년 말에는 2,660,212 대로 10년 동안에 매년 평균 18.3퍼센트 증가추세를 보였고 운전면허 소지자는 1979년 말에 1,509,458명에서 1989년 말에 7,190,467명으로 매년 평균 16.9퍼센트씩 증가하였음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비해서 도로의 연장거리는 매년 평균 2.0퍼센트 증가에 그치고 교통의 단속과 질서유지를 담당하는 교통경찰관의 수도 1979년 말에 1,724명에서 1989년 말에 5,957명으로 증가하고 있음에 불과하여 결국 교통질서유지에 필요한 제반여건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교통환경이 날로 복잡하고 어려워지고 있는 것을 볼 때 교통질서가 사회질서의 기본적인 문제로 부각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그런데 교통사고는 1979년에 113,927건에서 1989년에 255,787건으로 매년 평균 8.4퍼센트씩 크게 증가하였고 이로 인한 사망자수도 1979년에 6,006명에서 1989년에 12,603명으로 매년 평균 7.7퍼센트의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1989년도의 교통사고를 유형별로 살펴 보면 차량이 사람을 충돌하는 사고가 전체 사고의 51.9퍼센트로서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차량과 차량의 충돌사고도 전체 사고의 42.7퍼센트이며 특히 주정차 중인 차량을 추돌(追突)하여 발생한 사고가 15,013건으로서 이 사고의 대부분이 1차 사고로 인한 2차 3차 연쇄충돌사고이며 이는 1차 교통사고 발생시 신속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아니함으로 인한 새로운 사고발생 가능성이 크게 높음을 말하여 주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결국 교통사고 현장에서 피해자의 구호 및 교통질서 회복의 조치가 좀 더 신속하고 완벽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교통행정상 조치의 긴급성과 필요성을 간과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심각한 사정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이와 같이 현대사회의 구조적 변화와 우리나라의 교통여건은 날로 심각하게 악화되어 가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교통사고도 격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바, 만일 도로교통법 제50조 제2항에서 규정하는 교통사고의 신고의무조항이 실제 운용상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피상적으로 파악해서 전면위헌으로 완전 폐기되어 경찰관에 신고하지 않게 된다면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자의 구호는 그만큼 어려워지거나 늦어져 피해자의 인권보호가 도외시되는 새로운 사회적 문제가 야기될 것이다. 그리고 교통사고의 현장을 신속히 처리하고 교통질서를 정리하지 아니하면 사고차량이 도로에 방치되어 원활한 차량통행을 방해하게 되어 많은 사람의 통행장애는 물론 특히 야간이나 고속도로에서의 사고차량의 방치는 제2, 제3의 교통사고를 연속적으로 유발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더욱이 교통사고 발생시 피해자의 구호나 교통질서의 회복 및 안전확보를 위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 경찰 이외에 달리 적절한 제도나 기구를 두고 있지 못한 현실상황에서는 경찰행정의 도움 없이는 교통사고 현장에서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는 심각한 사태가 초래될 것이다. 이러한 현실적 상황에서 운전자 등에게 하등의 신고의무를 인정하지 않거나 단순하게 위헌이라고 보아 본건 쟁점조항을 폐기하는 것은 현대사회의 동맥이라고 할 수 있는 교통의 마비를 초래하고 국민생활의 경제적 사회적 안정을 해치고 교통질서를 극도로 문란하게 할 우려도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동 조항은 경찰공무원으로 하여금 교통사고의 발생을 신속하게 알게하여 사상자의 구호나 교통질서 회복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교통사고로 인하여 빚어지는 도로상의 소통장해를 제거하고 피해자가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며 교통질서의 유지 및 안전을 도모한다는 교통행정상의 필요에서 불가피하게 제정된 규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동 규정을 이러한 도로교통법의 취지와 목적에 한정하여 해석하고 적용하는 한 동 조항은 필요하고 합리적인 것으로 헌법에 합치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무릇 자유민주국가에 있어서 국민의 기본권은 어떠한 경우에도 최우선적으로 보장되어져야 하는 것이지만 한편으로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하여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 따라서 도로교통법 제50조 제2항, 제111조 제3호는 위와 같이 교통질서유지 및 사회공동체의 상호이익을 보호하는 공공복리를 위한 필요에서 합리적으로 제정된 것이라고 할 것이다.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면서 교통질서의 혼란과 마비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므로 교통사고의 본질적 양면성을 엄격히 구분하여 도로교통법 제50조 제2항, 제111조 제3호는 피해자의 구호 및 교통질서의 회복을 위한 조치가 필요한 상황에서만 적용되는 것이고 형사책임과 관련되는 사항의 신고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 한다고 할 것이다. 다. 평등권의 침해여부 도로교통법 제50조 제2항의 신고의무는 위에서 살핀 바와 같이 자기의 형사책임에 관련되는 사항을 신고토록 한 것이 아니므로 운전자에게 자기부죄(自己負罪)의 진술을 요구하는 범죄 신고의무를 규정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다. 다만 차량의 운전자는 일반인에 대하여는 금지되고 있는 차량운전이 허가된 면허를 취득한 특수기능보유자로서 동 조항은 이들이 취급하는 차량운전으로 인하여 교통경찰관의 지시와 감독에 협력할 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이고 형사책임을 부담할 우려가 있는 사항에 관한 신고의무는 포함되어 있지 않은 법규이므로 이는 다른 범법자에게는 신고의무를 규정하지 아니하면서도 유독 교통사고의 범법자에게만 신고의무를 규정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나아가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헌법 제12조 제2항의 진술거부권 보장에 관하여 합리적인 근거없이 예외적으로 차별을 두는 불평등한 규정이라고 볼 수 없다 할 것이다. 그리고 피해자의 구호와 교통질서의 회복을 위하여 조치를 필요로 하는 협력의무 범위내에서 운전자 등에게 교통사고의 신고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헌법 제37조 제2항의 질서유지 및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하고도 합리적인 법규이며 나아가 적법절차에 의한 합헌적인 기본권 제한이라고 할 것이므로 도로교통법 제50조 제2항은 입법상 과잉제한금지의 원칙에 반하는 위헌적 규정이라 할 수 없고 따라서 헌법 제11조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도 할 수 없다. 라. 결론 이상과 같은 이유로 도로교통법 제50조 제2항, 제111조 제3호는 피해자의 구호 및 교통질서의 회복을 위한 조치가 필요한 상황에만 적용되는 것이고 형사책임과 관련되는 사항에는 적용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배되지 아니한다는 한정합헌결정을 하기로 재판관 변정수의 반대의견 외에는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4. 재판관 변정수의 반대의견 가. 다수의견의 요지는, 도로교통법 제50조 제2항, 제111조 제3호의 규정은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 등으로 하여금 업무상과실치사상, 업무상과실재물손괴의 구성요건 및 양형의 요소들을 신고하게 하고 사실상 범죄발각의 단서를 제공하게 하는 것이어서 형사상 자기부죄거부의 권리(진술거부권)를 침해하는 결과가 되고, 또 신고를 받은 경찰공무원은 범죄수사를 직무로 하는 사법경찰이기도 하기 때문에 운전자의 고의·과실 등 형사책임에 관련되는 사항을 질문하거나 조사하는 것이 당연한것으로 행하여지고 있어 위 법률조항은 교통질서유지법으로서의 목적보다 도리어 경찰공무원들로 하여금 운전자 등의 형사입건을 용이하게 하는 범죄수사의 편의로 활용하게 하고 운전자 등에 대하여는 자기의 형사책임을 추궁당할 위험을 부담하게 하는 것이어서 헌법상 보장된 모든 국민의 진술 거부권을 침해하는 법률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다른 한편, 국민의 기본권도 절대적으로 보장되는 것이 아니고 질서유지와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하여 법률로써 제한 할 수 있는 것이며, 우리나라 교통질서의 현실에 비추어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자 구호와 교통질서의 회복을 위하여 사고운전자 등에게 교통사고의 신고를 의무화하고 경찰공무원으로 하여금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하도록 하는 법률은 현실적으로 꼭 필요하고 그러한 필요성에서 제정된 것이 도로교통법 제50조 제2항, 제111조 제3호의 규정이므로 위 법률조항은 전면 위헌결정에 의하여 폐지하여서는 아니되고 그것을 운영함에 있어 진술거부권 침해가 없도록 주문과 같이 제한해석방법으로 한정합헌결정을 하면 진술거부권을 보장하면서 교통질서의 혼란과 마비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그러나/ 다수의견에는 다음과 같은 잘못이 있다. 첫째,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그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로 제한의 대상이 되는 기본권은 성질상 제한이 가능한 기본권에 한한다. 양심과 신앙의 자유처럼 인간의 내심의 작용을 그 내용으로 하는 것은 그 권리의 자연권적, 초국가적 성격으로 인하여 법률로써도 제한할 수 없는 기본권이라 할 것이며, 헌법 제12조 제2항의 진술거부권은 비록 양심 및 신앙의 자유 등과는 그 성격이 다르지만 그 성질상 국가안전보장이나 질서유지 및 공공복리 등을 이유로 법률에 의한 외부적인 제약을 가하기에는 적당치 못한 기본권의 범주에 속한다고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진술거부권 역시 인간의 내심적 작용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뿐더러 헌법 제12조 제2항이 진술거부권을 보장하는 것은 이것을 보장함으로써 자백이나 증언을 강요하는데서 초래되는 고문·협박 등의 가혹행위로 인한 인권침해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며 고문·협박 등에 의한 자백강요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근원적으로 훼손하는 것이므로 어떠한 경우에도 허용되어서는 아니되기 때문이다(만약 공공복리 등을 이유로 하는 진술거부권 제한을 인정한다면 진술거부권은 매우 허약해질 것이다). 그리고 도로교통법 제50조 제2항, 제111조 제3호의 규정은 교통행정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사고운전자 등에게 교통사고의 신고를 의무화하고 그 위반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가하는 것이어서 결국 형벌을 수단으로 하여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즉 살인죄, 상해죄, 재물손괴죄, 업무상과실치사상죄 및 업무상과실재물손괴죄 등 범죄발각의 단서가 되는 사실의 진술)을 강요하는 것이어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므로 진술거부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법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의견은 진술거부권도 당연히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는 권리라는 전제아래 도로교통법 제50조 제2항, 제111조 제3호의 규정이 진술거부권을 제한하는 법률이지만 교통질서유지를 위하여(즉 교통행정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꼭 필요한 법률이므로 주문과 같이 제한해석하는 한 위헌법률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하였는 바 이는 아마도 진술거부권의 본질과 헌법 제37조 제2항의 법리를 오해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둘째/ 다수의견은 도로교통법 제50조 제2항이 사고운전자들로 하여금 신고하도록 한 내용은 사고가 일어난 곳, 사상자 수 및 부상정도, 손괴한 물건 및 손괴정도 그 밖의 조치상황 등 교통사고의 태양에 한정되어 있지만 이것들은 사실상 업무상과실치사상죄, 업무상과실재물손괴죄의 구성요건 및 양형의 요소들이므로, 이러한 사실들을 신고하도록 하는 것은 사실상 범죄발각의 단서를 제공하는 것이어서 그것만으로도 진술거부권을 침해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위 신고사항 외에 형사책임과 관련되는 사항의 신고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말은 무슨말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형사책임과 관련되는 사항까지를 신고하도록 한 규정이 아니라고 제한해석할 필요도 없이 위 법률조항은 처음부터 신고사항을 교통사고의 태양에 한정하고 있으며, 그것만으로도 진술거부권의 침해가 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리고 다수의견은 운전자 등에게 교통사고 신고의무를 지우는 것은 결국 범죄수사의 단서를 제공하는 것이 되지만 신고받은 경찰공무원이나 경찰관서로 하여금 피해자의 구호나 교통질서 회복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이외에 운전자의 과실 등 형사책임에 관련되는 사항을 질문하거나 조사하지 못하도록 하면 위 법률조항이 갖는 진술거부권 침해의 위헌성이 제거될 수 있다고 보고 주문과 같은 한정합헌결정을 한 것이고 그와 같은 결정을 하면 신고받은 경찰공무원 등은 교통질서회복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는 외에 신고한 운전자 등에 대하여 형사책임에 관한 사항을 질문하거나 조사하지 못할 것으로 보는 것 같다. 그러나 한정합헌결정에 기속력이 없다는 점을 제쳐놓더라도 교통사고를 신고받은 경찰공무원이나 경찰관서는 교통행정업무만이 아니라 범죄의 수사업무를 겸하고 있는 사법경찰이기도 하므로 그들은 직책상, 단지 피해자구호나 교통질서회복 등 행정상의 조치에 그쳐서는 아니되고 교통사고의 원인과 책임소재조사 등 범죄수사도 하여야 하며 만약 신고자에게 형사책임이 있다고 보이는 데도 불구하고 조사를 아니하고 방치해 두면 도리어 직무유기의 책임까지도 져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헌법재판소가 위 법률조항에 관하여 형사책임과 관련되는 사항에는 적용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이라는 해석 및 적용기준을 제시하더라도 이는 법률상 지켜질 수 없는 것을 요구하는 것이 되어 진술거부권 보호라는 소기의 목적을 도저히 거둘 수 없을 것이며 위 법률조항에 의하여 진술거부권이 침해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서는 한정합헌결정으로는 불가능하고 위헌결정에 의하여 위 법률조항을 폐지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셋째/ 다수의견은 도로교통법 제50조 제2항, 제111조 제3호는 피해자의 구호 및 교통질서의 회복을 위한 조치가 필요한 상황에만 적용된다고 해석하는 한 합헌이라고 하였는데 “피해자의 구호 및 교통질서의 회복을 위한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말은 매우 추상적이고 불명확하여 같은 교통사고를 놓고서도 과연 신고해야 할 사고인지 아닌지 사람에 따라 견해를 달리할 것이며,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 등은 과연 신고해야 할 사고인지 아닌지를 몰라 당황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다수의견의 결정주문은 처벌규정인 법률조항에 불명확한 구성요건을 추가하는 것이 되어 죄형법정주의에 반하고, 불명확하기 때문에 무효이다. 나. 헌법재판소는 제청된 법률이 위헌이면 위헌, 합헌이면 합헌이라고 분명히 하여야지 그 법률이 어떠하게 해석되는 것을 전제로 하여 그 한도에서 합헌이라는 형식의 이른바 한정합헌결정은 우리 법제상 허용되지 아니한다는 점, 한정합헌결정에는 기속력이 없고 따라서 헌법재판소가 주문과 같은 형식의 한정합헌결정을 하더라도 이는 합헌결정을 하면서 그 이유를 주문에다 기재하고 법원이나 검찰 기타 국가기관으로 하여금 위헌제청된 당해 법률조항을 그와 같이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 달라는 헌법재판소의 희망 내지는 권고를 표시한 것에 불과하다는 점, 한정합헌 결정형식은 명백한 위헌법률을 놓고서도 위헌결졍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기 쉬운 재판형식이기 때문에 더욱 찬성할 수 없다는 점 등에 관하여 나는 당 재판소가 1990.6.25.에 선고한 90헌가11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의 위헌심판사건에서 소수의견으로 자세히 진술한 바 있다. 그러므로 그때에 진술한 바를 이 사건에 원용하기로 하고 더 이상의 설명을 생략한다. 한정합헌결정이라는 것이 위와 같이 문제점이 많을 뿐더러 재판주문 명확성의 원칙에도 반하고 그동안 몇차례 그러한 결정을 내렸지만 기대한 효과가 있었는지 의심스러움에도 불구하고 다수의견이 계속 이것을 완강히 고수하려고 하는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 다. 도로교통법 제50조 제2항, 제111조 제3호의 규정이 교통행정상 필요한 법률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교통행정상의 필요성이라는 것도(진술거부권이 공공복리 등을 이유로 제한할 수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따지고 보면 진술거부권을 희생하면서까지 위 법률조항을 존치시킬만한 것이 못된다. 교통사고의 실상을 보면 위 법률조항들에 의하여 사고신고를 받은 경찰공무원에 의하여 피해자가 구호되거나, 교통질서가 회복되는 예는 그다지 많지 않고 오히려 신고받은 경찰공무원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에 당해 사고운전자나 주민들에 의하여 이미 피해자 구호 및 교통질서회복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으며 신고받은 경찰공무원이나 경찰관서는 사고의 실황조사 등을 하여 책임소재나 규명하는 것이 고작인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며/ 다수의견도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위 법률조항이 오히려 후속차량의 통행을 방해하여 교통체증을 심화시키기도 하는 것이다. 피해자 구호나 교통질서의 회복이 반드시 경찰공무원에 의하여서만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는 것도 아니고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은 교통사고가 생겼을 때 운전자 등은 곧 정차하여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 3은 운전자 등이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에는 매우 무거운 형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교통사고의 경우 피해자의 구호나 교통질서의 회복 등은 구태여 중요한 기본권인 진술거부권을 침해하면서까지 도로교통법 제50조 제2항, 제111조 제3호와 같은 법률조항을 두지 않더라도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을 위시한 그밖의 여러 규정이나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 3의 규정 등에 의하여 충분히 달성될 수 있는 것이다. 자동차가 지나치게 많아서 교통이 너무 혼잡하고 운전자들의 질서의식도 부족하여 그로 인한 사고의 빈발과 그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의식이 매우 크고 그 반면에 경찰공무원이나 국민들의 기본권의식은 아직 미숙하며 더구나 진술거부권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매우 희박한 것이 현실이어서 진술거부권 보장을 위하여 도로교통법 제50조 제2항, 제111조 제3호의 규정이 폐지되어야 한다고 말하면 많은 국민들은 선뜻 이해하지 못할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경찰공무원이나 국민들의 기본권 의식수준이 위와 같은 실정이기 때문에 진술거부권의 철저한 보장은 더욱 요청되고, 그에 관한 기본권의식을 높이기 위하여서라도 진술거부권을 침해하는 위 법률조항은 위헌결정에 의하여 폐지되어야 한다고 본다. 1990. 8. 27.

재판관 조규광(재판장) 이성렬 변정수 김진우 한병채 이시윤 최광률 김양균 김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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