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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시사항

절취의 범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청구인에게 절취의 범의가 있었다고 단정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본 사례

재판요지

청구인이 가지고 간 택배상자의 표면에 매직으로 표시된 동호수와 청구인이 거주하는 아파트의 동호수는 숫자 배열이 유사하여 이를 착각하여 오독할 가능성이 있는 점, 일단 한번 착각하여 인식한 경우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청구인이 택배상자를 절취하기 위해 물색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청구인이 내용물이 무엇인지 알고 택배상자를 집어 들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청구인의 절취의 범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함에도 청구인에게 절취의 범의가 있었다고 단정하여 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

참조조문

헌법 제10조, 제11조 제1항,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29조

사건
2019헌마234 기소유예처분취소
청구인
신○○ (대리인 변호사 ○○○)
피청구인
창원지방검찰청 검사
판결선고
2019. 08. 29.

주 문

피청구인이 2018. 11. 29. 창원지방검찰청 2018년 형제32408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피청구인은 2018. 11. 29. 청구인에 대하여 절도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창원지방검찰청 2018년 형제32408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는바,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2018. 10. 24. 창원시 성산구(주소 생략)에 있는 ○○아파트(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 한다) ○○동 1층 경비실 앞 복도에서 피해자 이○○이 택배로 배달시킨 시가 40,000원 상당의 ○○ 귀걸이가 들어있는 택배상자 1개를 발견하고 주위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이용하여 가지고 가 이를 절취하였다.』 나. 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자신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2019. 2. 27.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요지 청구인은 이 사건 당시 퇴근하여 귀가하던 중 택배물을 찾아놓으라는 처의 부탁을 받고 택배보관장소에 들러서 자신의 거주지인 이 사건 아파트 ○○동 1705호로 배달된 택배물을 찾는 과정에서 택배상자 표면에 기재된 동호수 표시를 ‘○○-1705’의 표시로 착각하여 오독한 나머지 이 사건 아파트 ○○동 705호 앞으로 배달된 택배상자를 가지고 온 것일 뿐이다. 청구인에게 택배상자를 절취할 의사나 불법영득의사가 없었으므로 절도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3. 판 단 가. 인정사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이 사건 아파트 ○○동 1층 경비실 앞의 일정한 복도 바닥 공간에는 택배보관장소(이하 ‘이 사건 택배보관장소’라 한다)가 마련되어 있고, 이곳을 비추는 CCTV가 설치되어 있다. 위 CCTV에 녹화된 영상에는 2018. 10. 24. 16:01경 성명불상의 택배기사가 이 사건 택배보관장소에 택배상자를 두고 간 사실이 확인된다. 이 사건 아파트 ○○동 705호에 거주하는 이○○은 2018. 10. 24. 16:15경 성명불상의 택배기사로부터 시가 40,000원 상당의 ○○ 귀걸이가 들어있는 택배상자 1개(이하 ‘이 사건 택배상자’라고 한다)가 이 사건 택배보관장소에 배달되었다는 문자를 받았다. (2) 청구인은 이 사건 아파트 ○○동 1705호에 거주하는 자로서 2018. 10. 24. 16:40경 직장에서 퇴근하여 귀가하던 중 처로부터 ‘택배물 도착한 것이 있으니 찾아서 집에 가져다 놓으라’는 연락을 받게 되었다. 이에 청구인은 ○○동 출입구로 들어와서(16:56:19), 이 사건 택배보관장소 바닥에 있던 택배상자 하나를 집어들고(16:56:34초), 곧이어 다른 택배상자 1개를 더 집어든 후(16:56:37), 그곳에 비치되어 있던 택배대장에 서명하였다(16:56:43초). 그리고 나서 택배상자 2개를 들고 승강기로 이동하여(16:57:47초) 승강기를 타고 자신이 사는 ○○동 1705호로 들어갔다. 당시 청구인이 집어들고 갔던 택배상자 2개 중 1개가 이 사건 택배상자였다. (3) 이○○은 2018. 10. 24. 17:00경 이 사건 택배보관장소에 와서 자신 앞으로 온 택배물을 찾다가 이 사건 택배상자가 없어진 사실을 알고 즉시 경찰에 신고하였다. 청구인은 2018. 11. 8. 오전경 경찰로부터 연락을 받고, 같은 날 11:00경 청구인의 처를 통해서 이 사건 택배상자와 그 내용물을 이○○에게 반환하였다. (4) 이 사건 택배보관장소에 비치되어 있던 택배대장에 의하면, 2019. 10. 20.부터 2019. 10. 24.까지 기간 중 이 사건 아파트 ○○동 1705호에 배달된 택배내역으로는 2019. 10. 23.에 배달된 한 건이 있을 뿐이다. (5) 청구인은 경찰에서 조사받으면서 ‘CCTV 녹화영상을 보면 피의자가 택배상자 2개를 번갈아가면서 호수를 확인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라는 질문에 대해 ‘네, 확인하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런데 제가 택배상자를 확인하였는데도 들고 간 것은 1705호인 저희 집에 온 택배상자로 착각하고 들고 간 것입니다’라고 답변하였다. 나. 검토 (1) 형법상 절취란 타인이 점유하고 있는 자기 이외의 자의 소유물을 점유자의 의사에 반하여 그 점유를 배제하고 자기 또는 제3자의 점유로 옮기는 것을 말하는 것(대법원 2001. 10. 26. 선고 2001도4546 판결 등 참조)이므로, 청구인에 대하여 절도죄가 성립하려면 청구인에게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다는 데에 대한 인식, 즉 절취의 범의가 있어야 한다. (2) 이 사건 당일 청구인은 이 사건 택배보관장소에서 택배상자 2개를 가져갔는데, 당시 이 사건 택배보관장소에 비치되어 있던 택배대장에는 청구인이 거주하는 이 사건 아파트 ○○동 1705호에 배송된 택배가 1건만 기재되어 있었고, 택배대장에 택배를 수령하였다는 서명을 한 번 밖에 하지 아니하였던 점에서 청구인이 이 사건 택배상자가 타인의 소유임을 인식하면서 이를 가져간 것은 아닌지 의심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청구인은 ‘이 사건 택배보관장소 바닥에서 택배상자를 확인해서 집어들 때 이 사건 택배상자 표면에 매직으로 표시된 동호수의 표시를 자신의 거주지인 “○○-1705호”로 착각하여 읽은 나머지 이 사건 택배상자가 청구인의 처에게 배달되어 온 택배라고 믿었다. 택배물이 2개인데도 택배대장에 서명할 곳이 1개 밖에 없었던 것은 택배회사가 동일한 회사여서 그렇다고 생각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① 택배상자 표면에 매직으로 기재된 ‘○○-705’는 ‘○○-1705’는 숫자 배열이 유사하여 일견하였을 때 ‘○○-705’를 ‘○○-1705’로 착각하여 오독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을 수 있으며, 일단 한번 ‘○○-705’를 ‘○○-1705’로 착각하여 인식한 경우에는 그 이후 그 착각이 계속 유지되고 자신이 착각하였음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점, ② CCTV 동영상을 살펴보면, 이 사건 당시 청구인이 이 사건 택배보관장소 바닥에서 택배상자를 1개씩 집어 드는 행위를 2회 연속적으로 했는데 그 행위의 시간 간격이 3초에 불과하여 청구인이 이 사건 택배상자를 절취하기 위해 물색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점, ③ 이 사건 택배상자 표면에는 내용물에 대한 기재가 없어 당시 청구인이 그 내용물이 무엇인지 알고 이 사건 택배상자를 집어 들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④ 이 사건 택배상자의 표면에 부착된 스티커에 인쇄되어 있는 수령인 이름 글자체의 크기는 매직으로 따로 기재된 ‘동 호수’의 표시의 그것보다 상대적으로 작아 일견하여 확인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통상 자신의 집에 온 택배물이 맞다고 생각한 다음에는 스티커에 인쇄된 수령인 이름을 재차 확인하지 않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보이는 점, ⑤ 이 사건 택배보관장소 및 승강기 안에 설치된 CCTV를 통해 행위자의 신원이 쉽게 확인될 수 있는 환경에서 자신이 식별될 수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청구인이 이 사건 택배상자를 절취할 만한 별다른 동기나 이유를 수사과정에서 찾아내지 못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현재까지 수사에서 확보된 증거만으로는 청구인에게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다는 데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3) 결국 현재까지 수사된 내용만으로는 청구인의 절취의 범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보강수사 없이 청구인에게 절취의 범의가 있다고 단정한 것이다. 다.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수사미진 또는 증거판단에 있어서의 중대한 잘못이 있었다고 할 것이고, 이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것이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유남석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