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청구는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 제기할 수 있는 것이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 중 시행령조항 및 국세청 고시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나. 장부나 그 밖의 증명서류에 의하여 소득금액을 계산할 수 없는 경우가 다양하게 나타나고, 구체적 사안에서 가장 진실에 가까운 소득실액을 반영하여 소득금액을 계산하려면 전문적 판단과 탄력적 대응이 필요하므로, 추계조사결정의 사유와 방법을 하위법령에 위임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또한, 추계조항의 문언, 입법목적, 관련조항을 종합할 때 하위법령에 규정될 내용은 납세의무자의 해당 과세기간의 소득금액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도록 하는 자료의 종류와 계산방법 등이 될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추계조항이 포괄위임금지원칙을 위배하였다고 볼 수 없다.
다. 추계조항은 납세의무자 사이의 공평한 과세를 실현하고 부당한 조세회피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납세의무자의 장부나 그 밖의 증명서류에 의하여 소득금액을 계산할 수 없는 경우에는 소득금액을 추계조사하여 결정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할 수 있다.
과세관청은 실지조사를 통해서는 과세표준과 세액을 결정할 수 없고 조사결과 제반 증빙서류의 내용이 명백히 허위라고 판명된 경우에 한하여 비로소 추계조사방법으로 과세표준을 결정할 수 있고, 추계조사결정에 의한 과세처분의 적법성이 문제된 경우 과세관청이 추계방법의 합리성과 타당성을 입증하더라도 납세의무자는 구체적인 내용이 현저하게 불합리하여 소득금액 또는 수입금액의 실액을 반영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점을 주장·입증함으로써 그 과세처분의 취소를 구하고 납부해야 할 세액을 감소시킬 수 있으므로 침해의 최소성도 인정된다. 나아가, 실지조사결정에 의한 세액보다 추계조사결정에 의한 세액이 클 경우 그 차액에 해당하는 세부담이 증가한다는 납세의무자의 불이익이 조세회피 방지 및 공평과세 실현이라는 공익보다 크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추계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재산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1. 소득세법(2009. 12. 31. 법률 제9897호로 개정된 것) 제80조 제3항 단서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2. 청구인의 나머지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청구인은 ‘사업자등록 없이 한○○ 명의로 인터넷 옥션 오픈마켓에 아이디를 개설한 후 그 아이디와 한○○ 명의의 계좌를 이용하여 골드바를 판매하면서 그에 대한 장부를 작성·비치하지 아니하고, 세금계산서도 발행하지 아니하며, 옥션 측으로부터 금 판매대금이 한○○ 명의 계좌로 입금되면 그 즉시 현금으로 인출하거나 청구인이 관리하는 차명계좌 등으로 이체한 후 사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를 은닉하고, 세무서에 이에 대한 세무신고를 하지 않는 방법으로, 2013년도에는 734,169,000원 상당의 조세를, 2014년도에는 1,344,513,000원 상당의 조세를, 2015년도에는 12,286,000원 상당의 조세를 각각 포탈하였다.’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조세), 조세범처벌법위반의 범죄사실로 기소되어 2017. 11. 23.과 2018. 3. 22. 제1심과 제2심에서유죄판결을선고받았고(서울남부지방법원 2017고합463, 서울고등법원 2017노3738), 이에 상고하였으나 2018. 6. 28. 상고기각되었다(대법원 2018도5043).
청구인은 상고심 계속 중인 2018. 6. 27. 소득세법 제80조 제3항, 같은 법 시행령 제143조 제1항, 제3항, 제5항, ‘매입비용·임차료의 범위와 증명서류의 종류 고시’(2012. 4. 20. 국세청고시 제2012-10호) 제5조, ‘매입비용·임차료의 범위와 증명서류의 종류 고시’(2015. 4. 17. 국세청고시 제2015-9호) 제5조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18. 6. 28. 기각되자(대법원 2018초기596), 2018. 8. 2.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은 범죄행위 시인 2013년경부터 2015년경까지 시행된 구 소득세법 제80조 제3항의 위헌을 주장하나, 소득세법 제80조 제3항은 2009. 12. 31. 법률 제9897호로 개정된 이후 개정되지 않았으므로 심판대상은 현행 소득세법 제80조 제3항으로 확정한다.
청구인은 소득세법 제80조 제3항 전체에 대하여 심판청구를 하고 있으나, 청구인은 같은 항 단서에 따라 추계조사결정된 소득금액을 포탈세액으로 하는 범죄사실로 유죄판결이 확정되었고, 청구인은 추계조사결정에 관해서만 다투고 있으므로, 심판대상을 당해사건에 관한 부분으로 한정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소득세법(2009. 12. 31. 법률 제9897호로 개정된 것) 제80조 제3항 단서(이하 ‘추계조항’이라 한다), 구 소득세법 시행령(2010. 2. 18. 대통령령 제22034호로 개정되고, 2019. 2. 12. 대통령령 제2952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43조 제1항, 구 소득세법 시행령(2013. 2. 15. 대통령령 제24356호로 개정되고, 2016. 2. 17. 대통령령 제2698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43조 제3항, 소득세법 시행령(2000. 12. 29. 대통령령 제17032호로 개정된 것) 제143조 제5항(이하 소득세법 시행령 조항들을 합하여 ‘시행령조항’이라 한다), ‘매입비용·임차료의 범위와 증명서류의 종류 고시’(2012. 4. 20. 국세청고시 제2012-10호) 제5조, ‘매입비용·임차료의 범위와 증명서류의 종류 고시’(2015. 4. 17. 국세청고시 제2015-9호) 제5조(이하 국세청고시 조항들을 합하여 ‘고시조항’이라 한다)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과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소득세법(2009. 12. 31. 법률 제9897호로 개정된 것)
제80조(결정과 경정) ③ 납세지 관할 세무서장 또는 지방국세청장은 제1항과 제2항에 따라 해당 과세기간의 과세표준과 세액을 결정 또는 경정하는 경우에는 장부나 그 밖의 증명서류를 근거로 하여야 한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로 장부나 그 밖의 증명서류에 의하여 소득금액을 계산할 수 없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소득금액을 추계조사결정할 수 있다.
구 소득세법 시행령(2010. 2. 18. 대통령령 제22034호로 개정되고, 2019. 2. 12. 대통령령 제2952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43조(추계결정 및 경정) ① 법 제80조 제3항 단서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를 말한다.
1. 과세표준을 계산함에 있어서 필요한 장부와 증빙서류가 없거나 중요한 부분이 미비 또는 허위인 경우
2. 기장의 내용이 시설규모·종업원수·원자재·상품 또는 제품의 시가·각종 요금 등에 비추어 허위임이 명백한 경우
3. 기장의 내용이 원자재사용량·전력사용량 기타 조업상황에 비추어 허위임이 명백한 경우
구 소득세법 시행령(2013. 2. 15. 대통령령 제24356호로 개정되고, 2016. 2. 17. 대통령령 제2698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43조(추계결정 및 경정) ③ 법 제80조 제3항 단서에 따라 소득금액의 추계결정 또는 경정을 하는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방법에 따른다. 다만, 제1호의2는 단순경비율 적용대상자만 적용한다.
1.수입금액에서 다음 각 목의 금액을 공제한 금액을 그 소득금액(이하 이 조에서 “기준소득금액”이라 한다)으로 결정 또는 경정하는 방법. 이 경우 공제할 금액이 수입금액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그 초과금액은 없는 것으로 본다. 다만, 기준소득금액이 제1호의2에 따른 소득금액에 기획재정부령으로 정하는 배율을 곱하여 계산한 금액 이상인 경우 2015년 12월 31일이 속하는 과세기간의 소득금액을 결정 또는 경정할 때까지는 그 배율을 곱하여 계산한 금액을 소득금액으로 결정할 수 있다.
가. 매입비용(사업용고정자산의 매입비용을 제외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과 사업용고정자산에 대한 임차료로서 증빙서류에 의하여 지출하였거나 지출할 금액
나. 종업원의 급여와 임금 및 퇴직급여로서 증빙서류에 의하여 지급하였거나 지급할 금액
다. 수입금액에 기준경비율을 곱하여 계산한 금액. 다만, 법 제160조 제3항에 따른 복식부기의무자의 경우에는 수입금액에 기준경비율의 2분의 1을 곱하여 계산한 금액
1의 2. 수입금액에서 수입금액에 단순경비율을 곱한 금액을 공제한 금액을 그 소득금액으로 결정 또는 경정하는 방법
1의 3. 법 제73조 제1항 제4호에 따른 사업소득(이하 “연말정산사업소득”이라 한다)에 대한 수입금액에 제201조의11 제4항에 따른 연말정산사업소득의 소득률을 곱하여 계산한 금액을 그 소득금액으로 결정 또는 경정하는 방법
2. 기준경비율 또는 단순경비율이 결정되지 아니하였거나 천재·지변 기타 불가항력으로 장부 기타 증빙서류가 멸실된 때에는 기장이 가장 정확하다고 인정되는 동일업종의 다른 사업자의 소득금액을 참작하여 그 소득금액을 결정 또는 경정하는 방법. 다만, 동일업종의 다른 사업자가 없는 경우로서 과세표준확정신고후에 장부등이 멸실된 때에는 법 제70조의 규정에 의한 신고서 및 그 첨부서류에 의하고 과세표준확정신고전에 장부등이 멸실된 때에는 직전과세기간의 소득률에 의하여 소득금액을 결정 또는 경정한다.
3. 기타 국세청장이 합리적이라고 인정하는 방법
소득세법 시행령(2000. 12. 29. 대통령령 제17032호로 개정된 것)
제143조(추계결정 및 경정) ⑤ 제3항 제1호 가목의 규정에 의한 매입비용과 사업용고정자산에 대한 임차료의 범위, 동호 가목 및 나목의 규정에 의한 증빙서류의 종류는 국세청장이 정하는 바에 의한다.
매입비용·임차료의 범위와 증명서류의 종류 고시(2012. 4. 20. 국세청고시 제2012-10호)
제5조(매입비용과 사업용고정자산에 대한 임차료 관련 증명서류의 종류) 매입비용과 사업용고정자산에 대한 임차료는 다음의 증명서류에 의하여 지출하였거나 지출할 사실이 객관적으로 확인되어야 한다.
1. 세금계산서, 계산서, 신용카드매출전표(현금영수증 포함)
2. 「소득세법」 제160조의2 제2항 단서와 같은 법 시행령 제208조의2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95조의2에 따라 위 제1호의 증명서류를 수령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에는 지출 사실이 확인되는 영수증 등
3. 제1호 또는 제2호에 해당되지 않는 매입비용과 사업용고정자산에 대한 임차료에 대하여 제1호의 증명서류를 수령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종합소득세 과세표준 확정신고서 별지에 첨부된 주요경비지출명세서를 첨부하여 제출한 금액
매입비용·임차료의 범위와 증명서류의 종류 고시(2015. 4. 17. 국세청고시 제2015-9호)
제5조(매입비용과 사업용고정자산에 대한 임차료 관련 증명서류의 종류) 매입비용과 사업용고정자산에 대한 임차료는 다음의 증명서류에 의하여 지출하였거나 지출할 사실이 객관적으로 확인되어야 한다.
1. 세금계산서, 계산서, 신용카드매출전표(현금영수증 포함)
2. 「소득세법」 제160조의2 제2항 단서와 같은 법 시행령 제208조의2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95조의3에 따라 위 제1호의 증명서류를 수령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에는 지출 사실이 확인되는 영수증 등
3. 매입비용과 사업용 고정자산에 대한 임차료에 대하여 제1호의 증명서류를 수령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종합소득세 과세표준 확정신고서에 소득세법 시행령 제143조 제9항에 따른 주요경비지출명세서를 첨부하여 제출한 금액
[관련조항]
소득세법(2013. 1. 1. 법률 제11611호로 개정된 것)
제80조(결정과 경정) ① 납세지 관할 세무서장 또는 지방국세청장은 제70조, 제70조의2, 제71조 및 제74조에 따른 과세표준확정신고를 하여야 할 자가 그 신고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해당 거주자의 해당 과세기간 과세표준과 세액을 결정한다.
3. 청구인의 주장
가. 추계조항 및 시행령조항에 관한 주장
과세표준과 세액은 조세범죄의 구성요건이 되므로 명확하게 규정되어야 하는데 추계조항은 추계조사결정의 사유와 방법을 포괄위임하고, 시행령조항은 위 사유와 방법을 위임 취지에 반하는 방식으로 규정하면서 추계조사결정 방법에 필요한 매입비용·임차료의 범위와 증명서류의 종류를 다시 포괄위임한다. 따라서 추계조항, 시행령조항은 죄형법정주의, 실질과세원칙, 자기책임원칙, 포괄위임금지원칙, 명확성원칙, 조세법률주의, 비례원칙에 위반된다.
나. 고시조항에 관한 주장
당해법원은 청구인이 제출한 금판매시세 관련 자료가 고시조항에서 정한 증명서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위 자료에 근거한 금 매입비용을 공제하지 아니하고 청구인의 소득금액을 계산하였다. 당해법원과 같이 고시조항을 법규명령으로 해석하는 한 고시조항은 죄형법정주의, 명확성원칙,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된다.
4. 시행령조항 및 고시조항에 대한 심판청구 부분에 관한 판단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청구는 법률의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때 소송사건의 당사자가 같은 법 제41조 제1항에 의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이를 배척한 경우 법원의 제청에 갈음하여 당사자가 직접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의 형태로 그 법률의 위헌 여부의 심판을 구하는 것이므로 그 심판의 대상은 재판의 전제가 되는 법률인 것이지, 대통령령이나 부령은 그 대상이 될 수 없다(헌재 1998. 6. 25. 95헌바24 참조).
시행령조항과 고시조항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될 수 없으므로, 이에 대한 심판청구는 모두 부적법하다.
5. 추계조항에 대한 심판청구 부분에 관한 판단
가. 쟁점의 정리
(1) 추계조항은 추계조사결정의 사유와 방법을 하위법령에 위임하므로 추계조항이 조세법률주의와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청구인은 ‘장부나 그 밖의 증명서류’의 의미가 모호하여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는 취지의 주장도 하는데, 위 문언은 하위법령에 규정될 내용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하는 역할을 하고 이 경우 명확성원칙 위반의 문제는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반의 문제로 포섭되는바(헌재 2011. 12. 29. 2010헌바385등 참조),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이상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에 관하여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2) 추계조항은 납세지 관할 세무서장 또는 지방국세청장(이하 ‘과세관청’이라 한다)으로 하여금 소득금액을 장부나 그 밖의 증명서류에 의하여 계산할 수 없는 경우에는 소득금액을 추계조사결정할 수 있도록 하여 해당 과세기간의 과세표준과 세액을 산출하는 근거가 되는데, 추계조항에 의하여 산출된 세액이 실제 소득을 기초로 산출된 세액보다 많은 경우에는 추계조항이 재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
청구인은 소득금액을 추계조사결정하게 되면 자신이 얻은 실제 소득과 관련 없이 과도한 납세의무를 부담할 수 있으므로 추계조항이 실질과세원칙 및 자기책임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나, 이는 추계조사결정을 통하여 과세표준과 세액을 산출하는 것이 납세의무자에게 과도한 부담이 되어 그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주장과 사실상 동일하므로 실질과세원칙 및 자기책임원칙 위반 여부에 대하여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3) 청구인은 추계조항에 근거하여 추계조사결정되는 소득금액을 토대로 산출된 세액을 청구인이 포탈한 것으로 볼 경우 자신의 책임에 비하여 과중한 형사처벌을 부과받게 된다는 이유로 추계조항이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추계조항은 형사처벌과는 관련이 없으므로 죄형법정주의가 적용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헌재 2004. 11. 25. 2002헌바66; 헌재 2005. 6. 30. 2004헌바40등 참조), 위 주장은 소득세법상 결정된 세액이 추계되었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이를 포탈세액으로 보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내지 조세범 처벌법에서 연유한 문제를 지적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위 주장은 따로 살펴보지 아니한다.
나. 조세법률주의와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반 여부
(1) 헌법상 조세법률주의와 위임입법의 한계
헌법은 제38조에서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하고, 제59조에서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라고 규정하여 조세법률주의를 선언하고 있다. 조세법률주의의 이념은 과세요건을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제정한 법률로 규정하도록 하여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하고, 과세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하여 국민생활의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보장하는 데에 있다.
그러나 조세법률주의를 지나치게 철저하게 시행한다면 복잡 다양하고도 끊임없이 변천하는 경제 상황에 대처하여 적확하게 과세대상을 포착하고 적정하게 과세표준을 산출하기 어려워 담세력에 응한 공평과세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조세법률주의를 견지하면서도 경제현실에 응하여 공정한 과세를 할 수 있게 하고 탈법적인 조세회피행위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경제현실의 변화나 전문적 기술의 발달 등에 즉응하여야 하는 세부적인 사항에 관하여는 국회가 제정하는 형식적 법률보다 더 탄력성이 있는 행정입법에 이를 위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헌법 제75조는 위임입법의 근거를 마련함과 동시에 위임은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하도록 하여 그 한계를 제시하고 있으므로, 조세에 관한 입법을 위임할 경우에는 법률에 대통령령 등 하위법규에 규정될 내용과 범위의 기본사항이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어 누구라도 당해 법률로부터 대통령령 등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여기서 예측가능성의 유무는 당해 특정조항 하나만을 가지고 판단할 것은 아니고 관련 법조항 전체를 유기적·체계적으로 종합 판단하여야 하며, 각 대상법률의 성질에 따라 구체적·개별적으로 검토하여 법률조항과 법률의 입법취지를 종합적으로 고찰할 때 합리적으로 그 대강이 예측될 수 있는 것이라면 위임의 한계를 일탈하였다고 볼 수 없다(헌재 2002. 1. 31. 2001헌바13; 헌재 2009. 7. 30. 2007헌바15 참조).
(2)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반 여부
(가) 위임의 필요성
과세관청은 원칙적으로 장부나 그 밖의 증명서류에 의하여 소득금액을 결정(이하 ‘실지조사결정’이라 한다)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소득세법 제80조 제3항 본문에 비추어 보면, 추계조항에서 규정한 추계조사결정의 사유란 장부나 그 밖의 증명서류가 존재하지 않거나 위와 같은 서류가 존재하더라도 그 내용을 신뢰하기 어려워 실제 소득금액을 계산할 수 없는 경우를 의미한다.그런데 장부나 그 밖의 증명서류의 내용을 신뢰하기 어려워 실제 소득금액을 계산할 수 없는 경우는 소득의 발생원천과 소득을 얻게 된 경위 등에 따라 다양할 수밖에 없으므로, 국회가 이러한 경우를 모두 구체화하여 형식적 의미의 법률로 규정한다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한편 추계조사결정의 방법은 소득금액을 장부나 그 밖의 증명서류에 의하지 않고 계산하는 방법을 의미한다. 추계조사결정의 방법은 납세의무자의 재산이나 채무의 증감상태, 수입이나 지출의 현황, 생산량, 판매량, 기타의 거래량, 종업원 수 기타 사업의 규모, 동종업종의 경비율 등에 관하여 과세관청이 수집할 수 있는 자료에 따라 다양할 수밖에 없으므로, 국회가 추계조사결정의 방법을 모두 망라하여 이를 형식적 의미의 법률로 규정하는 것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또한 추계의 내용과 방법은 구체적인 사안에 있어서 가장 진실에 가까운 소득실액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합리적이고 타당성이 있는 것이어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과세관청이 경제 현실의 변화나 전문적 기술의 발달에 맞추어 추계조사결정의 방법을 보완하고 추가하는 등 즉각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성도 인정된다.
이상을 종합하여 보면, 추계조사결정의 사유와 방법은 전문적 판단과 경제 현실 변화에 따른 탄력적 대응이 필요한 사항이므로 하위법령으로의 위임의 필요성이 인정된다.
(나) 예측가능성
과세관청이 장부나 그 밖의 증명서류의 내용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하려면 납세의무자의 사업과 관련된 인적·물적 시설의 규모, 거래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추계조항의 위임사항에는 과세관청이 장부나 그 밖의 증명서류의 내용이 실제 소득금액을 계산하기에 부족한 경우임을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세부적 기준이 포함될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
한편 실지조사결정에 대비되는 추계조사결정의 방법은 장부나 그 밖의 증명서류를 기초로 소득금액을 직접적으로 결정하는 방법이 아니라 소득금액을 미루어 계산하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또한 공평과세를 실현하고 조세회피를 방지하고자 하는 추계조항의 입법목적과 일부를 가지고 전체를 미루어 계산한다는 추계의 사전적 의미 등에 비추어 보면, 추계조사결정의 방법에는 동일한 업종에 종사하는 다른 사업자의 과세자료나 이전 과세기간 동안 납세의무자 본인과 관련된 과세자료를 토대로 하는 것이 포함될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 양도소득과세표준과 세액의 결정 및 경정에 관한 소득세법 제114조 제7항을 살펴보더라도, 양도가액 또는 취득가액을 실지거래가액에 따라 정하는 경우로서 장부나 그 밖의 증명서류에 의하여 실지거래가액을 인정 또는 확인할 수 없는 경우에는 매매사례가액, 감정가액, 환산가액 또는 기준시가 등에 따라 추계조사할 수 있도록 하여, 해당 자산과 유사성이 있는 자산에 관한 과세자료나 해당 거래일 전후의 해당 자산에 관한 과세자료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그렇다면 추계조항의 위임사항에는 납세의무자의 해당 과세기간의 소득금액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도록 하는 자료의 종류와 계산방법 등이 포함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추계조항의 문언, 입법목적, 관련 조항들을 유기적·체계적으로 종합하여 해석하여 보면, 추계조항은 예측가능성도 인정된다.(다) 소결
추계조항은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다. 재산권 침해 여부
(1)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납세의무자가 세법에 따라 장부를 갖추어 기록하고 있는 경우 과세표준의 조사와 결정은 그 장부와 이에 관계되는 증명서류에 의함이 원칙이다(소득세법 제80조 제3항 본문, 국세기본법 제16조 제1항 참조).그러나 납세의무자의 장부나 증명서류가 존재하지 않거나 그 내용을 신뢰할 수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이 경우에도 과세관청은 과세를 포기할 수 없으므로 납세의무자에게 소득이나 기타의 경제적 거래가 있다고 볼 만한 객관적 사정이 명백하다면 가능한 적당한 자료를 구하여 이를 근거로 과세하여야 한다.추계조항은 납세의무자 사이의 공평한 과세를 실현하고 부당한 조세회피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납세의무자의 장부나 그 밖의 증명서류에 의하여 소득금액을 계산할 수 없는 경우에는 소득금액을 추계조사하여 결정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할 수 있다.
(2) 침해의 최소성
과세관청은 납세의무자가 과세표준확정신고를 하지 아니하거나 신고를 하였는데 그 신고 내용에 탈루 또는 오류가 있는 등의 경우에도 소득금액의 실액조사가 불가능한 때에 한하여 소득금액을 추계조사결정할 수 있다. 즉 과세관청은 납세의무자가 제시하는 제반 서류 등이 미비하거나 그 내용이 허위라고 의심할 부분이 있으면 그 부당성을 지적하고 새로운 자료를 제시받아 실지조사를 하여야 하고, 그렇게 하더라도 과세표준과 세액을 결정할 수 없고 조사결과 제반 증빙서류의 내용이 명백히 허위라고 판명된 경우에 한하여 비로소 추계조사방법으로 과세표준을 결정할 수 있다(대법원 1995. 1. 12. 선고 94누10337 판결 등 참조).
나아가 추계조사결정에 의한 과세처분의 적법성이 문제된 경우, 과세관청이 추계방법의 합리성과 타당성을 입증하더라도 납세의무자는 구체적인 내용이 현저하게 불합리하여 소득금액 또는 수입금액의 실액을 반영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점을 주장·입증함으로써 그 과세처분의 취소를 구하고 납부해야 할 세액을 감소시킬 수 있다(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08두7687 판결 등 참조).이상을 종합하여 보면, 추계조항의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실지조사결정에 대한 예외로 과세관청이 합리성 및 타당성을 갖추었다고 판단하여 정해둔 방법을 통하여 추계조사결정을 하도록 하는 수단 외에 그와 같은 효과를 가지면서 재산권을 덜 침해하는 수단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따라서 추계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3) 법익의 균형성
추계조항으로 인하여 납세의무자가 입는 불이익은 실지조사결정에 의한 세액보다 추계조사결정에 의한 세액이 클 경우 그 차액에 해당하는 세부담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납세의무자는 장부를 기록·관리하고 증명서류를 갖추어 놓은 후 이를 근거로 과세표준확정신고를 함으로써 과세표준과 세액이 실질에 맞게 정해지도록 할 수 있다.특히 소득세법 제160조에 의하면 사업자인 납세의무자는 소득금액을 계산할 수 있도록 증명서류 등을 갖춰 놓고 그 사업에 관한 모든 거래 사실이 객관적으로 파악될 수 있도록 장부에 따라 기록·관리할 의무가 있다.추계조항은 장부와 그 밖의 증명서류를 갖추어 실액에 근거한 납세의무를 부담할 수 있었던 납세의무자가 그렇게 하지 않음으로써 조세를 회피하려는 시도를 방지하고, 전체 납세의무자 사이의 공평과세를 실현하는 효과가 있다.앞서 본 납세의무자의 불이익이 부당한 조세회피를 방지하고 공평과세를 실현한다는 공익보다 크다고 할 수 없으므로, 추계조항은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었다.(4) 소결
추계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6. 결 론
그렇다면 추계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고, 청구인의 나머지 심판청구는 모두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