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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시사항

가. 성년후견개시심판의 요건을 규정한 민법(2011. 3. 7. 법률 제10429호로 개정된 것) 제9조 제1항(이하 ‘성년후견개시심판조항’이라 한다)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하는지 여부(소극) 나. 성년후견인의 권한에 관하여 규정한 민법(2011. 3. 7. 법률 제10429호로 개정된 것) 제10조 제1항, 제929조, 제936조 제1항, 제938조 제1항 내지 제3항,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949조 제1항(이하 위 각 조항을 합하여 ‘성년후견인관련조항’이라 한다)이 청구인들의 자기결정권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재판요지

가. 성년후견개시심판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질병, 장애, 노령, 그 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라는 개념이 다소 추상적일지라도, 그 의미의 대강을 확정할 수 있는데다가 성년후견제도의 입법 취지, 성년후견 업무의 특성, 정신적 장애 등 자기의 행위결과에 대한 판단 능력 결여 원인의 다양성 등의 사정 및 가정법원은 성년후견 개시심판에 앞서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의 정신상태에 관하여 전문가인 의사의 감정결과를 참작하여(가사소송법 제45조의2 참조) 정신적 제약과 사무처리 능력의 지속적 결여 여부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점을 더하여 보면, 성년후견개시심판조항이 기본권 제한에 관한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될 정도로 지나치게 불명확한 개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성년후견개시심판조항은 명확성원칙에 반하지 않는다. 나. 성년후견인관련조항은 스스로 법률행위를 하거나 신상에 관한 결정을 하고 행위를 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이 성년후견인의 지원을 통하여 거래상의 불이익이나 신상에 대한 위해를 입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서,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 성년후견인의 지원을 통하여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사람을 효율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성년후견인에게 피성년후견인의 의사와 이익을 반영하여 포괄적, 지속적으로 사무처리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른 한편으로 민법은 피성년후견인의 자기결정권이 부당하게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피성년후견인 자신의 신상에 관하여 단독 결정 원칙(제947조의2 제1항), 피성년후견인의 일정한 법률행위에 대한 성년후견인의 취소권 제한 및 범위의 조정(제10조), 성년후견인 선임에 있어서 피성년후견인의 의사 존중(제936조 제4항), 복수 또는 추가적인 성년후견인 선임(제930조 제2항, 제936조 제3항), 일정 범위의 법률행위 대리에 대한 후견감독인의 동의(제950조), 임의후견에서 법정후견으로의 변경에 대한 원칙적 제한(제959조의20) 등 여러 제도적 장치를 두고 있다. 한편 민법은 성년후견개시심판을 하는 경우 성년후견기간을 정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나, 성년후견의 기간이 정해져 있는 경우 피성년후견인의 실질적 권익 보호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즉 피성년후견인의 정신적 제약 및 그 지속의 정도가 쉽게 호전되기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성년후견개시심판에서 성년후견기간을 특정하게 되면 그 기간 만료로 성년후견이 종료되는 결과 다시 성년후견개시심판을 받을 때까지 공백이 생길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성년후견인 관련조항은 피성년후견인의 자기결정권과 일반적 행동자유권이 필요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제한되도록 규정한 것으로서 기본권 침해의 최소성 원칙을 충족한다. 나아가 성년후견인관련조항에 의하여 피성년후견인의 기본권이 제한되는 정도가 위 조항에 의하여 달성되는 피성년후견인 본인의 신상과 재산의 보호 강화, 피성년후견인 보호에 드는 사회적 비용의 효율적 운용 및 거래안전이라는 법익보다 크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었다. 따라서 성년후견인관련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피성년후견인의 자기결정권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문형배의 민법 제9조 제1항 중 성년후견 대상자 부분에 관한 법정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자기결정권은 인격의 발현과 삶의 방식에 관한 근본적인 결정을 자율적으로 내릴 수 있는 권리이다. 의사결정과정에서 일정한 지원을 받아 스스로 선택을 하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동을 결정할 수 있다면 객관적인 관점에서 보기에 최선의 선택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자기결정은 최대한 존중되어야 하며, 성년후견개시의 요건은 제도적 목적에 비추어 필요한 범위에서 엄격하게 해석·적용되어야 한다. 질병, 장애, 노령 자체는 성년후견의 필요성을 드러내는 징표가 아니며, 성년후견 대상자는 질병, 장애, 노령으로 인한 정신적 제약에 따라 통상적으로 처리하는 사무를 상당한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처리할 수 없는 상태에 있어야 한다. 일시적 사무처리능력 결여의 경우나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단지 부족한 때에는 성년후견 대상자가 된다고 할 수 없다. 이를 판단함에 있어 불필요한 성년후견개시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감정 절차, 가사조사 절차, 당사자 심문 절차 등 법률상 정해진 요건과 절차를 엄격하게 해석, 적용하여야 한다. 재판관 이선애의 민법 제9조 제1항 중 성년후견개시심판 청구권자 부분에 관한 반대의견 성년후견대상자의 보호를 위해 본인 이외의 사람이 성년후견개시 심판청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것은 가능하나, 심리 과정에서 성년후견 대상자가 겪는 현실적 어려움을 고려하면 과잉청구를 막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그런데 민법 제9조 제1항은 ‘4촌’과 같은 넓은 범위의 친족과 후견사무 관계인, 관청의 성년후견개시 심판 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다. 본인의 청구가 불가능한 경우에 타인의 청구를 인정하는 보충적 방식이나, 친족 등의 직권발동 촉구를 통해 공공기관이 청구할 수 있도록 청구권자 범위를 한정하는 방식에 의하더라도 입법목적의 달성이 가능한 점, 신속한 절차진행의 이익이 성년후견 대상자가 받는 불이익보다 크다고 보기 어려운 점을 종합하면, 민법 제9조 제1항 중 성년후견개시 심판 청구권자 부분은 침해의 최소성 및 법익균형성에 반하여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

참조판례

가. 헌재 2011. 3. 31. 2008헌바141 등, 판례집 23-1상, 276, 300 나. 헌재 2018. 11. 29. 2017헌바465, 판례집 30-2, 618, 625-626, 헌재 2019. 4. 11. 2017헌바127, 판례집 31-1, 404, 416

사건
2018헌바161 민법제9조등위헌소원
청구인
전○○ 외 1인 (대리인 변호사 ○○○ ○ ○○)
판결선고
2019. 12. 27.

주 문

민법(2011. 3. 7. 법률 제10429호로 개정된 것) 제9조 제1항, 제10조 제1항, 제929조, 제936조 제1항, 제938조 제1항 내지 제3항,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949조 제1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청구인 전○○의 딸인 송□□, 송△△는 청구인 전○○에 대한 성년후견개시심판을 청구하였고(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15느단60089), 위 법원은 청구인 전○○에 대한 성년후견개시결정을 하였다. 청구인 전○○과 그의 딸인 청구인 송○○은 위 결정에 불복하여 즉시항고를 하고(의정부지방법원 2016브127), 위 항고심 계속 중 성년후견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민법 제9조 내지 제11조, 제929조, 제936조, 제938조, 제949조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으나(의정부지방법원 2017카기10041), 2018. 2. 26. 그 기각결정정본을 송달받고 2018. 3. 28.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들은 민법 제9조, 제10조, 제11조, 제929조, 제936조, 제938조, 제949조 전체를 심판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당해사건에 적용되면서 청구인들이 그 위헌성을 다투는 부분은 민법 제9조 제1항, 제10조 제1항, 제929조, 제936조 제1항, 제938조 제1항 내지 제3항, 제949조 제1항이라 할 것이므로, 해당부분으로 심판대상을 한정한다. 민법 제9조 제2항, 제10조 제2항, 제936조 제4항도 당해사건에 적용되지만, 이들은 성년후견개시의 심판을 하거나 성년후견인을 선임할 때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의 의사를 고려하고, 취소할 수 없는 피성년후견인의 법률행위의 범위를 정하도록 하는 규정들로서, 청구인들의 주장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청구인들이 그 위헌성을 다투지 아니하고 있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민법(2011. 3. 7. 법률 제10429호로 개정된 것) 제9조 제1항(이하 ‘성년후견개시심판조항’이라 한다), 제10조 제1항, 제929조, 제936조 제1항, 제938조 제1항 내지 제3항,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949조 제1항(이하 위 각 조항을 합하여 ‘성년후견인관련조항’이라 하고, ‘성년후견개시심판조항’과 ‘성년후견인관련조항’을 통틀어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은 다음과 같고, 관련조항은 [별지]와 같다. [심판대상조항] 민법(2011. 3. 7. 법률 제10429호로 개정된 것) 제9조(성년후견개시의 심판) ① 가정법원은 질병, 장애, 노령, 그 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사람에 대하여 본인, 배우자, 4촌 이내의 친족, 미성년후견인, 미성년후견감독인, 한정후견인, 한정후견감독인, 특정후견인, 특정후견감독인,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청구에 의하여 성년후견개시의 심판을 한다. 제10조(피성년후견인의 행위와 취소) ① 피성년후견인의 법률행위는 취소할 수 있다. 제929조(성년후견심판에 의한 후견의 개시) 가정법원의 성년후견개시심판이 있는 경우에는 그 심판을 받은 사람의 성년후견인을 두어야 한다. 제936조(성년후견인의 선임) ① 제929조에 따른 성년후견인은 가정법원이 직권으로 선임한다. 제938조(후견인의 대리권 등) ① 후견인은 피후견인의 법정대리인이 된다. ② 가정법원은 성년후견인이 제1항에 따라 가지는 법정대리권의 범위를 정할 수 있다. ③ 가정법원은 성년후견인이 피성년후견인의 신상에 관하여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의 범위를 정할 수 있다.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949조(재산관리권과 대리권) ① 후견인은 피후견인의 재산을 관리하고 그 재산에 관한 법률행위에 대하여 피후견인을 대리한다. 3. 청구인들의 주장 성년후견개시심판조항에서 성년후견개시의 요건으로 삼고 있는 ‘질병, 장애, 노령, 그 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사람’ 부분은 너무나 포괄적으로 규정되어 법관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성년후견개시결정이 이루어질 위험이 초래될 수 있으므로, 성년후견개시심판조항은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 성년후견인관련조항은 성년후견개시의 대상이 된 사람에게 의사결정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의사결정주체의 지위를 원칙적으로 박탈하고, 성년후견인으로 하여금 피성년후견인을 대신하여 피성년후견인을 위한 의사결정을 하게 하므로, 개인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 성년후견은 피성년후견인의 행위능력을 전면적으로 박탈하고 성년후견인이 의사결정을 대신 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피성년후견인을 피한정후견인 및 피특정후견인과 차별하고, 법원이 후견인을 선임할 때 피성년후견인의 의사를 반드시 반영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피성년후견인을 자기가 선택한 후견인과 임의후견계약을 맺은 사람과 차별하며, 본인의 의사와 무관한 청구에 따라 성년후견이 개시되어 의사결정의 자유를 박탈당한다는 점에서는 피성년후견인을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되어 있으나 성년후견개시심판청구가 없어 성년후견개시심판을 받지 않은 사람과 차별함으로써, 성년후견개시심판을 받은 피성년후견인의 평등권을 침해한다. 4. 판 단 가. 성년후견제도의 도입 취지 및 목적 종래 민법(2011. 3. 7. 법률 제1042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개정 전 민법’이라 한다)은 의사능력이 부족한 성년자를 위한 보호제도로서 금치산·한정치산 제도를 규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위와 같은 개정 전 민법의 행위능력 및 후견제도는 ‘금치산’, ‘한정치산’ 등 부정적 용어를 사용하고, 본인의 의사와 장애의 정도에 대한 섬세한 고려 없이 행위능력을 획일적으로 제한하여 사회적 편견을 일으키는 한편, 보호의 대상을 재산적 법률행위로 제한함으로써 복리에 관한 다양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할 수 없는 등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또한 후견인은 피후견인의 의사나 복리, 후견인의 의지나 능력, 친소관계 등에 관한 고려 없이 법률의 규정에 따라 일률적으로 결정되었는데, 그러한 법정후견인에게 적정한 후견활동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이에 2011. 3. 7. 법률 제10429호로 개정된 민법은 정신적 제약을 가진 사람이 존엄한 인격체로서 주체적으로 후견제도를 이용하고 자신의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도록 기존의 금치산·한정치산 제도를 폐지하고 성년후견제도를 도입하여 2013. 7. 1. 부터 시행하고 있다. 성년후견제도는 개정 전 민법상 후견제도의 경직성을 완화하여 보호를 요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상황에 따라 개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바, 본인의 의사와 잔존능력의 존중을 기본이념으로 하여 후견의 범위를 개별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재산 관리뿐만 아니라 치료, 요양 등 신상에 관한 분야에도 폭넓은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현재 정신적 제약이 없는 사람도 미래에 정신적 능력이 약해질 상황에 대비하여 후견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성년후견제도는 후견을 법정후견과 임의후견으로 나누고, 법정후견을 다시 성년후견과 한정후견, 특정후견으로 나누어 규율하고 있다. 나. 성년후견개시심판조항의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에 관한 판단 (1) 법치국가 원리의 한 표현인 명확성의 원칙은 기본적으로 모든 기본권제한 입법에 요구되지만, 모든 법률에 있어서 동일한 정도로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개개의 법률이나 법조항의 성격에 따라 요구되는 정도에 차이가 있을 수 있고, 각각의 구성요건의 특수성과 그러한 법률이 제정되게 된 배경이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명확성의 원칙을 산술적으로 엄격히 관철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므로, 어느 정도의 보편적 내지 일반적 개념의 용어사용은 부득이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당해 법률이 제정된 목적과 타 규범과의 연관성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해석이 가능한지의 여부에 따라 명확성의 구비 여부가 가려져야 하고, 설혹 법 문언에 어느 정도의 모호함이 내포되어 있다 하더라도 법 문언이 법관의 보충적인 가치판단을 통해서 그 의미내용을 확인할 수 있고, 그러한 보충적 해석이 해석자의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없다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헌재 2011. 3. 31. 2008헌바141 등). (2) 청구인들은 성년후견개시심판조항에서 성년후견개시의 요건으로 삼고 있는 ‘질병, 장애, 노령, 그 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사람’ 부분은 너무나 포괄적으로 규정되어 있어 ‘정신적 제약’ 내지 ‘사무’의 구체적 의미, 어느 정도 기간이 경과하여야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것인지 등을 알기 어렵고, 결국 법관에게 지나치게 과도한 판단 재량을 부여한 것으로 법관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성년후견개시결정이 이루어질 위험이 초래될 수 있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성년후견개시심판조항의 ‘사무’는 ‘통상적인 사회활동 및 경제활동’을, 능력의 결여가 ‘지속적’이어야 한다는 것은 능력의 결여상태가 ‘상당한 기간 계속’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또한 성년후견개시심판조항은 위와 같은 사무처리능력의 결여가 ‘정신적 제약’으로 인하여 발생할 것을 요구한다. 이는 신체 활동의 불편이나 곤란 등은 성년후견의 이유가 될 수 없음을 명백히 하기 위한 것으로, 성년후견제도의 전신인 개정 전 민법상의 금치산제도에서 금치산선고의 요건으로 규정된 ‘심신상실’이 ‘자기행위의 결과에 대하여 합리적인 판단을 할 능력이 없는 것’으로 해석되었던 점이나,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언어의 사용례에 비추어 ‘정신적 제약’의 의미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질병, 장애, 노령, 그 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라는 개념이 다소 추상적일지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그 의미의 대강을 확정할 수 있는데다가 성년후견제도의 입법 취지, 성년후견 업무의 특성, 정신적 장애 등 자기의 행위결과에 대한 판단 능력 결여 원인의 다양성 등의 사정 및 가정법원은 성년후견개시심판에 앞서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의 정신상태에 관하여 전문가인 의사의 감정결과를 참작하여(가사소송법 제45조의2 참조) 정신적 제약과 사무처리 능력의 지속적 결여 여부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점을 더하여 보면, 성년후견개시심판조항이 기본권 제한에 관한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될 정도로 지나치게 불명확한 개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성년후견개시심판조항은 명확성원칙에 반하지 않는다. 다. 성년후견인관련조항의 기본권 침해 여부에 관한 판단 (1) 제한되는 기본권 헌법 제10조 제1문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조항이 보호하는 인간의 존엄성으로부터 개인의 일반적 인격권이 보장된다. 일반적 인격권은 인간의 존엄성과 밀접한 연관관계를 보이는 자유로운 인격발현의 기본조건을 포괄적으로 보호하는데, 개인의 자기결정권은 일반적 인격권에서 파생된다(헌재 2019. 4. 11. 2017헌바127). 또한 헌법 제10조 제1문의 행복추구권에는 그 구체적인 표현으로서 일반적인 행동자유권이 포함된다(헌재 2018. 11. 29. 2017헌바465). 질병, 장애, 노령, 그 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사람에 대하여 성년후견개시심판이 이루어진 경우 성년후견인관련조항에 따라 선임된 성년후견인이 피성년후견인의 법률행위를 대리하고 신상에 관하여 결정할 수 있으며, 재산을 관리하게 된다. 이는 피성년후견인의 자기결정권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제한하는 것이므로, 성년후견인관련조항이 피성년후견인의 자기결정권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청구인들은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는 법률조항에 성년후견개시심판조항도 포함시키고 있다. 그러나 청구인들의 주장은 성년후견개시가 결정되면 피성년후견인이 법률행위를 함에 있어 그의 의사와 상관없이 성년후견인에 의해 의사결정이 이루어져 피성년후견인의 자기결정권이 침해된다는 것으로, 성년후견개시심판조항 자체의 자기결정권 침해 주장은 하지 아니하므로, 성년후견개시심판조항이 자기결정권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는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2) 자기결정권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 침해 여부 (가)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 성년후견인관련조항은 가정법원으로 하여금 성년후견인을 선임하게 하고, 그 성년후견인에게 피성년후견인의 법률행위에 대한 취소권, 법정대리권, 재산관리권 및 신상결정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스스로 법률행위를 하거나 신상에 관한 결정을 하고 행위를 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이 성년후견인의 지원을 통하여 거래상의 불이익이나 신상에 대한 위해를 입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서,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또한 피성년후견인의 경우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되어 있으므로, 효율적인 보호를 위하여 성년후견인에게 포괄적인 대리권 및 이에 대응하는 재산관리권, 신상결정권한을 부여한 것은 성년후견제도의 실현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라 할 것이다. (나) 침해의 최소성 1) 성년후견인에 대한 의사결정권한 부여의 필요성 성년후견인관련조항은 가정법원이 성년후견개시심판을 하는 경우 직권으로 성년후견인을 선임하도록 하고 있으며, 성년후견인에게 피성년후견인의 법률행위에 대한 대리권과 취소권, 재산관리권, 신상에 관하여 결정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성년후견인의 지원을 통하여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사람을 효율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성년후견인에게 피성년후견인의 의사와 이익을 반영하여 포괄적, 지속적으로 사무처리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민법은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성년후견인의 자기결정권이 부당하게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여러 제도적 장치를 두고 있다. 2) 피성년후견인 본인의 의사결정이 가능한 범위에 관한 규정 민법 제947조의2 제1항에 의하면, 피성년후견인은 자신의 신상에 관하여 그의 상태가 허락하는 범위에서 단독으로 결정한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성년후견인은 피성년후견인 본인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는 피성년후견인의 신상에 관하여 피성년후견인의 의사를 거스르는 결정을 할 수 없다. 한편 민법 제10조 제4항은 피성년후견인의 법률행위에 대한 성년후견인의 취소권과 관련하여 일용품의 구입 등 일상생활에 필요하고 그 대가가 과도하지 아니한 법률행위는 성년후견인이 취소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피성년후견인의 이익을 중대하게 해할 가능성이 낮은 일상생활의 영역에 있어서는 피성년후견인의 자기결정권이 제한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또한 민법 제10조 제2항제3항에 의하면, 가정법원은 취소할 수 없는 피성년후견인의 법률행위의 범위를 정할 수 있고, 본인과 일정한 자의 청구가 있을 경우 그 범위를 변경할 수 있는데, 이로써 가정법원은 피성년후견인의 개인적 특성이나 환경을 고려하여 피성년후견인의 법률행위에 관한 자기결정권의 제한 범위를 사전에 조정할 수 있고, 사후적으로도 피성년후견인의 사무처리능력 또는 환경의 변화 등 사정변경을 반영하여 자기결정권의 제한 범위를 조정할 수 있다. 이로써 민법은 성년후견인의 취소권행사에 따른 피성년후견인의 자기결정권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 제한을 최소화하고자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 성년후견인의 권한 남용 등 방지 규정 민법은 “가정법원이 성년후견인을 선임할 때에는 피성년후견인의 의사를 존중하여야 하며, 그 밖에 피성년후견인의 건강, 생활관계, 재산상황, 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의 직업과 경험, 피성년후견인과의 이해관계의 유무(법인이 성년후견인이 될 때에는 사업의 종류와 내용, 법인이나 그 대표자와 피성년후견인 사이의 이해관계의 유무를 말한다) 등의 사정도 고려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936조 제4항). 즉 피성년후견인의 의사를 ‘존중’하고 그 밖의 다른 요소는 ‘고려’하여야 할 점으로 규정하여 성년후견인 선임의 가장 중요한 기준을 피성년후견인의 의사에 두고 있는데, 이는 피성년후견인의 자율성과 자기결정권을 존중하여 자기결정권이 부당하게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아울러 민법은 피성년후견인의 신상과 재산에 관한 모든 사정을 고려하여 성년후견인을 여러 명 둘 수 있도록 하였고(제930조 제2항), 이미 성년후견인이 선임된 경우라도 추가로 성년후견인을 선임할 수 있도록 하였다(제936조 제3항). 이는 피성년후견인에 대하여 전문적이면서도 실질적인 후견을 보장하고, 성년후견인이 1명인 경우 피성년후견인과의 이해관계충돌 또는 판단과정에서의 착오 등으로 피성년후견인의 의사와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내리는 등 성년후견인에 의하여 피성년후견인의 자기결정권이 부당하게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민법은 성년후견인의 선임에 있어 피성년후견인의 자기결정권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 제한을 최소화하면서 실질적인 후견을 보장하고자 하고 있다. 나아가 민법은 성년후견인이 피성년후견인의 법률행위를 대리하거나 재산을 관리하고 신상에 관하여 결정하는 데 있어 피성년후견인의 자기결정권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이 부당하게 제한될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가정법원으로 하여금 피성년후견인의 잔존능력을 감안하여 성년후견인의 법정대리권의 범위를 정할 수 있도록 하고(제938조 제2항), 성년후견인이 일정 범위의 법률행위를 대리하는 경우 후견감독인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으며(제950조), 후견계약에 따른 임의후견이 이루어지고 있는 경우에는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특별히 필요할 때에만 성년후견개시심판을 할 수 있도록 하여 임의후견에서 법정후견으로의 변경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있다(제959조의20). 4) 성년후견의 기간의 한정 규정이 없는 점과 관련하여 민법은 성년후견개시심판을 하는 경우 성년후견기간을 정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이로 인하여 피성년후견인의 자기결정권이 과다하게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민법은 피성년후견인의 정신능력이 호전되는 등 사정변경이 생겨 성년후견인의 법정대리권의 범위가 적절하지 않게 된 경우에는 가정법원이 본인, 배우자, 4촌 이내의 친족, 성년후견인, 성년후견감독인,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청구에 의하여 그 범위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제938조 제4항), 성년후견개시의 원인이 소멸된 경우에는 본인, 배우자, 4촌 이내의 친족, 성년후견인, 성년후견감독인,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청구에 의하여 성년후견종료의 심판을 하도록 함으로써(제11조), 비록 성년후견의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더라도 피성년후견인의 자기결정권이 부당하게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오히려 성년후견의 기간이 정해져 있는 경우 피성년후견인의 실질적 권익 보호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데, 즉 피성년후견인의 정신적 제약 및 그 지속의 정도가 쉽게 호전되기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성년후견개시심판에서 성년후견기간을 특정하게 되면 그 기간 만료로 성년후견이 종료되는 결과 다시 성년후견개시심판을 받을 때까지 공백이 생길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5)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성년후견인관련조항은 피성년후견인의 자기결정권과 일반적 행동자유권이 필요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제한되도록 규정한 것으로서 기본권 침해의 최소성 원칙을 충족한다. (다) 법익의 균형성 성년후견인관련조항에 의하여 피성년후견인은 성년후견개시 이후에 자신의 법률행위가 성년후견인에 의하여 취소될 수 있고, 자신의 재산을 독자적으로 관리할 수 없게 되는 불이익을 받게 되는데, 이러한 불이익은 인격의 자유로운 발현에 관한 것으로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법원이 선임, 감독하는 성년후견인의 지원을 통하여 피성년후견인의 법률행위능력을 보완하여 줌으로써 피성년후견인 본인의 신상과 재산에 관한 권익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고, 나아가 피성년후견인의 신상보호 등에 관한 사회적 비용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며, 개시된 성년후견결정을 후견등기부에 기재 공시함으로써 거래안전을 도모할 수 있는 법익 역시 중대하다고 할 것이다. 아울러 앞서 본 것과 같이 피성년후견인의 자기결정권이 부당하게 제한되는 것을 방지하고 피성년후견인의 의사를 존중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는 점을 고려하면, 성년후견인관련조항에 의하여 피성년후견인의 기본권이 제한되는 정도가 위 조항에 의하여 달성되는 피성년후견인 본인의 신상과 재산의 보호 강화, 피성년후견인 보호에 드는 사회적 비용의 효율적 운용 및 거래안전이라는 법익보다 크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성년후견인관련조항은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었다. (3) 소결 이상을 종합하면 성년후견인관련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피성년후견인의 자기결정권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한편 청구인들은 의사결정대행방식인 현행 성년후견인관련조항을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의 권고와 같이 의사결정지원방식으로 전환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나, 비준동의한 조약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질 뿐 헌법재판규범이 되는 것은 아니고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의 권고에 구속력이 있는 것으로 보기도 어려울뿐더러, 성년후견인관련조항이 피성년후견인의 자기결정권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피지 아니한다. 청구인들은 성년후견인관련조항이 피성년후견인의 행위능력을 전면적으로 박탈하여 피성년후견인을 피한정후견인 등과 차별하고, 성년후견의 요건을 충족함에도 성년후견개시심판 청구가 없어 피성년후견인이 되지 않은 사람과도 차별한다고 주장하나, 위 주장은 성년후견인관련조항이 자기결정권 및 행동자유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라는 주장과 다름없고, 이에 대해서는 앞서 살핀 바와 같다. 5. 결 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문형배의 민법 제9조 제1항 중 성년후견 대상자 부분에 관한 법정의견에 대한 보충의견과 아래 7.과 같은 재판관 이선애의 민법 제9조 제1항 중 성년후견개시심판 청구권자 부분에 관한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의 일치된 의견에 따른 것이다. 6.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문형배의 민법 제9조 제1항 중 성년후견 대상자 부분에 관한 법정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우리는 민법 제9조 제1항 중 ‘질병, 장애, 노령, 그 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사람’(이하 ‘성년후견 대상자’라 한다) 부분이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는 법정의견에 동의하지만, 성년후견 대상자의 자기결정권 제한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엄격한 해석·적용이 필요함을 밝히고자 한다. 가. 성년후견 대상자의 자기결정권 자기결정권은 인간의 존엄성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인간이 자신의 생활영역에서 인격의 발현과 삶의 방식에 관한 근본적인 결정을 자율적으로 내릴 수 있는 권리이다(헌재 2019. 4. 11. 2017헌바127). 개인의 의사결정의 과정이나 최종적 선택에는 개인적 바람·욕구·감정·선호와 같은 대체 불가능한 고유의 주관적 요소나 사정이 작용하므로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경우나 손실의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개인의 복리(福利)는 경제적·합리적 관점에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므로 쉽사리 개인의 의사결정의 성패를 판단할 수는 없으며, ‘실패’의 과정 역시 개인의 인격 발달과 성장에 기여할 수 있으므로 존중되어야 한다. 스스로 의사를 결정하거나 실현하는 데 다소 어려움을 겪는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일상적인 위험에의 노출은 인간의 정상적인 성장·발달과 교류를 위해 불가피한데, 과잉보호는 위험을 경험하고 극복하는 과정, 또는 실패를 통해 성숙해지고 위험에 대비한 방어능력을 기르는 과정을 배제하거나 교류의 기회를 차단함으로써 개인의 발달과 사회적 상호작용을 저해하고 무능력자의 낙인을 찍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 의사결정과정에서 일정한 지원을 받아 스스로 선택을 하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동을 결정할 수 있다면 객관적인 관점에서 보기에 결정의 주체에게 이익이 되는 선택이나 최선의 선택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자기결정은 최대한 존중되어야 한다. 나. 성년후견제도의 엄격한 해석·적용의 필요성 (1) 개정 전 민법에서의 금치산·한정치산 제도는 개인적 능력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행위능력을 박탈하거나 제한하는 등 피후견인의 인권과 복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가산(家産)의 보전이나 거래의 안전을 보장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왔다. 상대적으로 성년후견제도는 피후견인의 잔존능력 활용과 자기결정권의 존중을 이념으로 하는 것으로 평가되어 왔으나, 이는 종래 금치산·한정치산 제도의 과잉규제를 개선한 데 따른 평가일 뿐, 성년후견제도가 금치산·한정치산 제도와 근본적 목적을 달리 하는 것은 아니며, 일정한 예외에도 불구하고 원칙적으로 성년후견인이 포괄적 법정대리인이 되고(민법 제938조 제1항) 피성년후견인의 법률행위는 취소할 수 있음(민법 제10조 제1항)에 따라 피성년후견인이 받는 자기결정권의 제한이 중대함은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성년후견개시의 요건은 제도적 목적에 비추어 필요한 범위에서 엄격하게 해석·적용되어야 한다. (2) 민법 제9조 제1항에 따라, 본인, 배우자, 4촌 이내의 친족, 미성년후견인, 미성년후견감독인, 한정후견인, 한정후견감독인, 특정후견인, 특정후견감독인,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성년후견 대상자에 대하여 가정법원에 성년후견개시의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이때 성년후견 대상자의 개념이 불명확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은 법정의견과 같다. 다만 성년후견 대상자 개념을 성년후견제도의 목적에 비추어 성년후견이 꼭 필요한 경우로 엄격하게 한정하여 해석할 수 있도록 몇 가지 고려사항을 덧붙이고자 한다. 질병, 장애, 노령은 정신적 제약의 원인으로서 예시된 것일 뿐이므로 그 자체가 성년후견의 필요성을 드러내는 징표가 아니다. 질병, 장애, 노령 등으로 정신적 제약이 발생해야 하고 이는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 당사자의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상황에 비추어 통상적으로 처리하는 사무를 상당한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처리할 수 없는 상태로서, 예컨대, 의식불명이나 시·공간 지남력(指南力) 및 장·단기 기억력, 수리력, 언어능력이 모두 손상된 경우, 정신장애로 인한 망상과 환각으로 현실에 대한 인식과 판단을 할 수 없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할 수 있다. 단속적으로 의사능력이 회복되더라도 전반적으로 의사무능력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면 요건을 충족하는 것이 가능하나, 일시적 사무처리능력 결여만으로는 요건을 충족한다고 할 수 없다. 또 “질병, 장애, 노령, 그 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사람”을 위한 한정후견 제도의 존재에 비추어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단지 ‘부족’한 때에는 성년후견 대상자가 된다고 할 수 없다. 즉, 혼자서는 계약 등 법률행위의 의미를 이해하고 그로 인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지만 타인의 도움을 받는 경우 법률행위 전반은 아니더라도 일부 행위는 가능한 경우 등에는 성년후견 대상자가 되지 않는다. (3) 아울러 성년후견 대상자의 해당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절차적 주의도 필요하다. 가정법원은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의 정신상태에 관하여 의사에게 감정을 시켜야 하나, 정신건강의학과 또는 신경정신과 전문의로 감정주체가 한정되지 않으며,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의 정신상태를 판단할 만한 다른 충분한 자료가 있는 때에는 감정을 생략할 수 있다(가사소송법 제45조의2 제1항). 그러나 단지 다툼이 없다거나 비용부담의 문제가 있다는 등의 사정만으로 쉽게 간이한 감정결과를 받아들이거나 감정절차를 생략하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의학적 관점에서의 성년후견 대상자의 정신상태는 법률적 관점에서 후견의 필요성이나 범위를 판단하는 주요한 자료가 되므로 가급적 충실한 감정이 이루어지도록 하여야 한다. 판단 절차에 소요되는 비용을 지출할 자금능력이 없거나 그 비용을 지출하면 생활에 현저한 지장이 있는 사람에 대하여는 절차구조가 가능하므로(가사소송법 제37조의2), 이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또 불가피하게 충분한 감정이 이루어지지 못한 경우에는 성년후견 대상자의 정신적 제약 상태를 비롯한 후견개시 여부에 관한 정보와 후견인 후보자를 비롯한 친족 등 이해관계인에 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가사조사 역시 요청된다. 성년후견 대상자의 정신상태를 비롯한 후견개시 여부에 관한 정보와 사건 관계인에 대한 정보수집을 충실히 하는 것은 성년후견제도의 목적 달성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볼 수 있다. (4) 민법 제9조 제2항에 따라 성년후견 대상자의 의사는 단지 ‘고려’의 대상이 될 뿐이다. 그러나 성년후견 대상자의 의사 또는 추정적 의사를 확인할 수 없거나, 그의 의사가 왜곡 또는 영향력 있는 사람에 의하여 학습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고 성년후견 대상자에게 자기결정권을 제한 없이 보장하면 그의 보호에 심각한 공백이나 위험을 초래할 것이 명백한 경우가 아니라면, 성년후견 대상자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여 불필요한 성년후견개시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법률상 정해진 요건과 절차를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한다. 7. 재판관 이선애의 민법 제9조 제1항 중 성년후견개시심판 청구권자 부분에 관한 반대의견 나는 민법 제9조 제1항 중 성년후견개시심판 청구권자 부분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므로 아래와 같이 의견을 밝힌다. 성년후견 대상자에 대한 엄격한 해석을 전제로, 이들에 대하여 성년후견 대상자의 능력과 상태를 파악할 수 있거나 그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가정법원에 성년후견개시의 심판을 청구하도록 한 민법 제9조 제1항은 성년후견 대상자의 보호를 위한 것으로서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은 인정된다. 다만 법원의 심리를 통해 결과적으로 성년후견의 필요성과 보충성이 관철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심리 과정에서 성년후견 대상자가 겪게 되는 현실적 어려움을 고려하면 심판의 청구단계에서 과잉청구를 막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며, 청구권자의 범위는 가능한 한 축소하여야 한다. 친족 사이의 애정과 유대감, 후견사무 관계인에 대한 신뢰를 근거로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우리와 같이 다원적 성년후견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 아니어서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일원적 후견(보호·지원)제도를 운영하는 독일의 경우 법원이 본인의 신청에 의하여 또는 직권으로 보호자를 선임하도록 하여 원칙적으로 본인에게만 신청권을 부여하고 있다. 아무리 가까운 친족이라고 하여도 후견개시를 신청할 권한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민법 제9조 제1항은 본인 외에 ‘4촌’과 같은 넓은 범위의 친족과 후견사무 관계인, 관청의 성년후견개시심판 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다. 이는 지속적으로 사무처리능력이 결여된 사람이 성년후견개시심판 청구를 하는 것이 어렵다는 사정을 고려한 것으로 일응 이해된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사무처리능력이 결여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일시적으로 능력을 회복하는 경우 또는 사무처리능력 결여에 이르기 전에 후견과 관련한 명시적 의사표현을 한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청구 여부에 대한 판단 및 청구의 실행에는 타인의 조력을 받는 것이 가능하다. 민법 제9조 제1항은 이러한 점을 간과하여 본인의 청구권 행사가능성을 지나치게 낮게 평가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민법 제9조 제1항은 본인의 청구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때에 친족 등의 청구가 가능하도록 보충적인 방식으로 청구권자의 범위를 규정하고 있지도 않다. 설령 본인의 청구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 등에 있어 성년후견 대상자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성년후견개시심판 청구권자를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검사 등 일정한 전문성을 갖춘 공공기관에 한정하여 규정할 수 있고, 이로써 성년후견 대상자의 보호라는 입법목적은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 성년후견 대상자의 정신상태나 이해관계인과의 관계 등에 관한 정보를 쉽게 수집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가족이나 친족, 후견사무 관계자 등은 검사 등 공공기관에게 직권 발동을 촉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법 제9조 제2항은 가정법원이 성년후견개시의 심판을 할 때 본인의 의사를 고려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성년후견개시심판의 청구권자를 다소 넓게 규정하였다고 하여 본인의 의사가 무시되는 것은 아니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성년후견 대상자가 성년후견개시를 원하지 않는 경우 감정절차나 가사조사, 당사자 심문 등 절차에 응하여 지게 되는 부담은 매우 중대하다. 특히 적절한 주변의 조력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경우나 가족·친족 등과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성년후견개시심판의 청구권자 범위를 넓게 규정함으로써 신속한 절차 진행이 가능하게 되는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이익이 성년후견 대상자가 받는 불이익보다 크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민법 제9조 제1항 중 성년후견개시심판 청구권자 부분은 침해의 최소성 및 법익균형성에 위반하여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

재판관 유남석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