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성년후견개시심판조항은 피성년후견인이 될 본인 외에 배우자 등 다른 사람의 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다. 성년후견개시심판의 청구권을 본인에게만 부여하는 경우 본인의 판단능력의 제약이나 타인에 의한 의사 왜곡으로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의 실질적 권익 보호에 지장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성년후견개시심판조항이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 본인 외에 배우자, 4촌 이내의 친족, 후견인과 후견감독인, 검사,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성년후견개시심판의 청구권을 부여하는 것은 노령, 장애 등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처리능력이 결여된 사람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고자 하는 성년후견제도의 입법목적 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라 할 것이다. 나아가 민법 및 가사소송법에는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 본인의 진정한 의사와 이익에 반하여 성년후견이 이루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되어 있다.
또한 성년후견개시심판조항은 피성년후견인이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되었음, 즉 사무처리의 필요성을 성년후견개시의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성년후견개시심판의 청구권을 본인, 배우자, 4촌 이내의 친족, 후견인과 후견감독인, 검사,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부여할 필요성, 성년후견개시심판에 있어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 본인의 자기결정권의 부당한 제한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등을 종합하여 보면 성년후견개시심판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에 위배되지 않는다.
그리고 성년후견개시심판조항에 의하여 제한되는 피성년후견인의 기본권이 위 조항에 의하여 달성되는 피성년후견인 본인의 신상과 재산의 보호 강화, 피성년후견인 보호에 드는 사회적 비용의 효율적 운용 및 거래의 안전이라는 법익보다 크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성년후견개시심판조항은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었다.
따라서 성년후견개시심판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의 자기결정권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나. 정신적 제약상태에 이르게 된 원인은 다양하고, 원인과 관련한 치료과정이나 질병 등의 이행상황, 증상 등의 고려가 필요할 수도 있으므로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한정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나아가 성년후견개시의 심판을 위하여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에 대한 정확한 의학적 판단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감정의 방법과 절차 역시 전문성을 가진 의사가 각각의 정신적 제약의 유형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정해야 할 것인데, 서로 다른 유형의 정신적 제약에 관한 감정의 방법과 절차는 전문성이 요구되는 부분으로 이를 법률로 정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감정조항이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에 대한 감정의 주체를 단순히 의사라고만 규정하였다고 해서 침해의 최소성에 위배된 것으로는 볼 수 없다.
또한 감정조항은 구체적인 사안에서 법관의 판단을 통하여 적합한 감정주체인 의사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후견의 필요성을 면밀히 검토함과 동시에 후견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하므로 제한되는 기본권에 비해 달성되는 피성년후견인 본인의 보호라는 법익이 더욱 중대하다. 따라서 감정조항은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었다.
그러므로 감정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의 자기결정권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다.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이 의식불명, 그 밖의 사유로 자신의 의사를 표명할 수 없는 경우에는 심판을 함에 있어 진술청취의 예외로 인정하고, 자신의 의사를 밝힐 수 없거나 출석을 거부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심문을 생략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본인의 진술청취 및 심문에 있어 특별한 예외를 두는 것은 피성년후견인의 실질적인 보호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또한 가사조사절차를 통하여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의 추정적 의사를 반영함으로써 진술청취예외조항으로 인하여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의 자기결정권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이 부당하게 제한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따라서 진술청취예외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에 위배되지 않는다.
또한 진술청취예외조항은 사실상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이 의견진술을 할 수 없거나 심문에 응할 수 없는 경우에 진술청취 및 심문의 예외를 인정한 것이므로 이로 인하여 피성년후견이 입는 불이익은 미미한 반면 스스로 의견을 밝힐 수 없지만 후견이 필요한 사람에게 후견의 접근성을 보장하는 것은 피성년후견인 보호라는 중대한 법익에 해당하므로 위 조항은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었다.
따라서 진술청취예외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의 자기결정권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문형배의 민법 제9조 제1항 중 청구권자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심판대상조항에 관한 법정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자기결정권은 인간의 존엄성 실현을 위한 수단으로서 자신의 삶의 방식에 관한 근본적 결정을 자율적으로 내릴 수 있는 권리이다. 스스로 의사를 결정하거나 실현하는 데 다소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자기결정은 최대한 존중되어야 한다.
성년후견제도는 피후견인의 인권과 복리 보호를 위한 것으로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다만 피성년후견인이 받는 자기결정권 제한의 중대함을 고려할 때 성년후견개시의 요건 및 절차는 엄격하게 해석, 적용되어야 한다.
질병, 노령, 장애 그 자체는 성년후견의 필요성을 드러내는 징표가 아니고, 그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인해 당사자가 상당기간 지속적으로 통상적 사무처리를 할 수 없는 상태에 있는 때에만 성년후견 대상자가 될 수 있다. 이를 판단함에 있어, 의사의 감정절차를 거쳐야 하고, 다툼이 없다거나 비용부담의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간이한 감정에 그치거나 감정절차를 생략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성년후견 대상자와 사건관계인에 대한 정보수집을 충실히 하기 위해 가사조차 절차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당사자 심문이 불가능함이 명백하지 않은 한 당사자 심문을 통해 당사자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고, 후견의 유형과 사무범위에 반영하는 등 불필요한 성년후견개시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법률상 정해진 요건과 절차를 엄격하게 해석, 적용하여야 할 것이다.
재판관 이선애의 민법 제9조 제1항 중 성년후견개시심판 청구권자 부분에 관한 반대의견
성년후견대상자의 보호를 위해 본인 이외의 사람이 성년후견개시 심판청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것은 가능하나, 심리 과정에서 성년후견 대상자가 겪는 현실적 어려움을 고려하면 과잉청구를 막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그런데 민법 제9조 제1항은 ‘4촌’과 같은 넓은 범위의 친족과 후견사무 관계인, 관청의 성년후견개시 심판 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다. 본인의 청구가 불가능한 경우에 타인의 청구를 인정하는 보충적 방식이나, 친족 등의 직권발동 촉구를 통해 공공기관이 청구할 수 있도록 청구권자 범위를 한정하는 방식에 의하더라도 입법목적의 달성이 가능한 점, 신속한 절차진행의 이익이 성년후견 대상자가 받는 불이익보다 크다고 보기 어려운 점을 종합하면, 민법 제9조 제1항 중 성년후견개시 심판 청구권자 부분은 침해의 최소성 및 법익균형성에 반하여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
민법(2011. 3. 7. 법률 제10429호로 개정된 것) 제9조 제1항, 가사소송법(2013. 4. 5. 법률 제11725호로 개정된 것) 제45조의2 제1항 본문 중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에 관한 부분, 제45조의3 제1항 단서 중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에 관한 부분, 제45조의3 제2항 단서 중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에 관한 부분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 박○○의 아버지 박□□은 청구인 박○○에 대하여 성년후견개시의 심판을 청구하였고(대구가정법원 2015느단100161), 대구가정법원은 2016. 5. 17. 사건본인인 청구인 박○○에 대하여 성년후견을 개시하고, 위 청구인의 성년후견인으로 부모인 박□□과 청구인 노○○를 선임하되, 법률행위 취소권, 법정대리권은 박□□이 행사하고, 신상에 관한 결정권은 박□□과 청구인 노○○가 공동으로 행사하는 것으로 정하는 심판을 하였다. 청구인 노○○는 위 심판에 대하여 즉시항고를 제기하였고(대구가정법원 2016브1021, 이하 ‘당해 사건’이라 한다), 위 항고심 계속 중 청구인들은 민법 제9조 제1항, 제12조 제1항, 가사소송법 제45조의2 제1항 본문, 제45조의3 제1항 단서, 제45조의3 제2항 단서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다(대구가정법원 2017즈기405).
나. 당해 사건 법원은 2018. 1. 19. 제1심 심판 중 성년후견인의 권한행사방법을 박□□과 청구인 노○○가 공동으로 법률행위 취소권, 법정대리권 및 신상에 관한 결정권 모두를 행사하는 것으로 변경하는 결정을 하면서 청구인들의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기각하였다.
다. 청구인들은 2018. 1. 25. 위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에 대한 기각결정을 송달받고, 같은 해 2. 23. 위 법률조항들에 대한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들은 민법 제9조 제1항, 제12조 제1항, 가사소송법 제45조의2 제1항 본문, 제45조의3 제1항 단서, 제45조의3 제2항 단서의 위헌확인을 구하고 있으나, 한정후견개시의 심판에 관한 민법 제12조 제1항은 당해 사건 재판에 적용되지 아니하므로 심판대상에서 제외하고, 위 가사소송법 조항들은 당해 사건 재판에 적용되는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에 관한 부분으로 각 심판대상을 한정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민법(2011. 3. 7. 법률 제10429호로 개정된 것) 제9조 제1항(이하 ‘성년후견개시심판조항’이라 한다), 가사소송법(2013. 4. 5. 법률 제11725호로 개정된 것) 제45조의2 제1항 본문 중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에 관한 부분(이하 ‘감정조항’이라 한다), 제45조의3 제1항 단서 중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에 관한 부분, 제45조의3 제2항 단서 중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에 관한 부분(이하 위 두 조항을 합하여 ‘진술청취예외조항’이라 하고, 위 각 조항 모두를 통틀어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과 관련 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민법(2011. 3. 7. 법률 제10429호로 개정된 것)
제9조(성년후견개시의 심판) ① 가정법원은 질병, 장애, 노령, 그 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사람에 대하여 본인, 배우자, 4촌 이내의 친족, 미성년후견인, 미성년후견감독인, 한정후견인, 한정후견감독인, 특정후견인, 특정후견감독인,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청구에 의하여 성년후견개시의 심판을 한다.
가사소송법(2013. 4. 5. 법률 제11725호로 개정된 것)
제45조의2(정신상태의 감정 등) ① 가정법원은 성년후견 개시 또는 한정후견 개시의 심판을 할 경우에는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이나 피한정후견인이 될 사람의 정신상태에 관하여 의사에게 감정을 시켜야 한다. 다만,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이나 피한정후견인이 될 사람의 정신상태를 판단할 만한 다른 충분한 자료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45조의3(성년후견·한정후견·특정후견 관련 심판에서의 진술 청취) ① 가정법원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심판을 하는 경우에는 해당 호에서 정한 사람의 진술을 들어야 한다. 다만, 피성년후견인(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을 포함한다)이나 피임의후견인(피임의후견인이 될 사람을 포함한다)이 의식불명, 그 밖의 사유로 자신의 의사를 표명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각호 생략)
② 가정법원이 제1항 제1호 또는 제2호에 따라 진술을 듣는 경우에는 피성년후견인(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을 포함한다), 피한정후견인(피한정후견인이 될 사람을 포함한다) 또는 피특정후견인(피특정후견인이 될 사람을 포함한다)을 심문하여야 한다. 다만, 그 사람이 자신의 의사를 밝힐 수 없거나 출석을 거부하는 등 심문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관련 조항]
민법(2011. 3. 7. 법률 제10429호로 개정된 것)
제9조(성년후견개시의 심판) ② 가정법원은 성년후견개시의 심판을 할 때 본인의 의사를 고려하여야 한다.
가사소송법(2013. 4. 5. 법률 제11725호로 개정된 것)
제6조(가사조사관) ① 가사조사관은 재판장, 조정장 또는 조정담당판사의 명을 받아 사실을 조사한다.
② 가사조사관의 사실조사 방법과 절차에 관한 사항은 대법원규칙으로 정한다.
제45조의3(성년후견·한정후견·특정후견 관련 심판에서의 진술 청취) ① 가정법원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심판을 하는 경우에는 해당 호에서 정한 사람의 진술을 들어야 한다. 다만, 피성년후견인(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을 포함한다)이나 피임의후견인(피임의후견인이 될 사람을 포함한다)이 의식불명, 그 밖의 사유로 자신의 의사를 표명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성년후견 개시의 심판, 한정후견 개시의 심판 및 특정후견의 심판을 하는 경우에는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 피한정후견인이 될 사람 또는 피특정후견인이 될 사람. 다만, 후견계약이 등기되어 있는 경우에는 피임의후견인과 임의후견인
3. 청구인들의 주장
성년후견개시심판조항은 성년후견의 개시 요건에 관하여 규정하면서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에 대한 사무처리의 필요성에 관한 요건에 대하여는 규정하지 아니하고 있고,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 외에 다른 사람도 후견의 개시를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감정조항은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에 대한 감정의 주체를 단순히 의사라고만 규정하고 있고, 감정의 방법과 절차에 관하여 전혀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는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의 일반적 행동자유권과 자기결정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
진술청취예외조항은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의 진술을 듣기 위한 다양한 절차적 배려를 고려함이 없이 단순히 의사를 표명할 수 없을 때 진술을 듣지 않아도 된다고 규정함으로써 진술할 권리를 박탈당한 피성년후견인의 일반적 행동자유권과 자기결정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
4. 판 단
가. 성년후견제도의 도입취지 및 목적
종래 민법(2011. 3. 7. 법률 제1042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개정 전 민법’이라 한다)은 의사능력이 부족한 성년자를 위한 보호제도로서 금치산자·한정치산자제도를 규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위와 같은 개정 전 민법의 행위능력 및 후견제도는 ‘금치산’, ‘한정치산’ 등 부정적 용어를 사용하고, 본인의 의사와 장애의 정도에 대한 섬세한 고려 없이 행위능력을 획일적으로 제한하여 사회적 편견을 일으키는 한편, 보호의 대상을 재산적 법률행위로 제한함으로써 복리에 관한 다양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할 수 없는 등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또한 후견인은 피후견인의 의사나 복리, 후견인의 의지나 능력, 친소관계 등을 고려함 없이 법률의 규정에 따라 일률적으로 결정되었는데, 그러한 법정후견인에게 적정한 후견활동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이에 2011. 3. 7. 법률 제10429호로 개정된 민법은 기존의 금치산·한정치산 제도를 현재 정신적 제약이 있는 사람은 물론 미래에 정신적 능력이 약해질 상황에 대비하여 후견제도를 이용하려는 사람이 주체적으로 재산 관리뿐만 아니라 치료, 요양 등 신상에 관한 폭넓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성년후견제도로 확대·개편하여 2013. 7. 1. 부터 이를 시행하고 있다.
즉 성년후견제도는 개정 전 민법의 금치산자·한정치산자제도의 경직성을 완화하여 보호를 요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상황에 따라 개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개선하며, 아울러 본인의 의사를 존중하고 본인이 필요로 하는 것을 법이 제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단순히 피성년후견인의 행위능력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의 제한된 행위능력을 성년후견인의 지원을 통하여 보완해 줌으로써 노령, 장애 등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처리능력이 부족하거나 결여된 사람을 보호하고 존중하여 그의 잔존능력을 활용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나. 제한되는 기본권
헌법 제10조 제1문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조항이 보호하는 인간의 존엄성으로부터 개인의 일반적 인격권이 보장된다. 일반적 인격권은 인간의 존엄성과 밀접한 연관관계를 보이는 자유로운 인격발현의 기본조건을 포괄적으로 보호하는데, 개인의 자기결정권은 일반적 인격권에서 파생된다(헌재 2019. 4. 11. 2017헌바127 참조). 또한 헌법 제10조 제1문의 행복추구권에는 그 구체적인 표현으로서 일반적인 행동자유권이 포함된다(헌재 2018. 11. 29. 2017헌바465 참조).
심판대상조항에 따라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에 대하여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성년후견이 개시될 수 있는바, 이는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의 자기결정권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제한하는 것이다.
한편 청구인들은 심판대상조항이 자기결정권과 일반적 행동자유권 외에도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나, 행복추구권은 자기결정권과 일반적 행동자유권의 헌법적 근거로 거론되는 것으로서 위 각 조항의 자기결정권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에 대한 침해 여부를 판단함으로써 행복추구권의 침해 여부에 대한 판단이 함께 이루어지므로 그 침해 여부를 별도로 다루지 아니한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심판대상조항이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의 자기결정권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다. 성년후견개시심판조항에 관한 판단
(1)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
성년후견개시심판조항은 스스로 재산의 처분 등 법률행위를 하거나, 치료·요양 등 신상에 관한 결정을 하고 행위를 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이 그의 의사에 대한 존중을 받으면서도 법원의 선임, 감독을 받는 성년후견인의 지원을 통하여 거래상의 불이익이나 신상에 대한 위해를 입지 않을 수 있도록 법제도적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성년후견개시심판조항은 질병, 장애, 노령, 그 밖의 사유로 사무처리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사람과 같이 법률행위 등에 현실적 어려움이 있는 사람으로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을 한정하고, 또한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 본인뿐만 아니라 가까운 친족인 배우자, 4촌 이내의 친족, 후견인과 후견감독인, 그 밖에 공익성과 전문성을 갖춘 사람으로서 검사, 지방자치단체의 장을 성년후견개시심판의 청구권자로 정함으로써 당사자와의 신뢰와 유대관계 내지 공익에 기초하여 당사자의 의사와 이익에 부합하는 후견의 필요성을 고려한 청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있으므로, 위와 같은 입법목적 달성에 기여하는 적합한 수단이라고 할 것이다.(2) 침해의 최소성
성년후견개시심판은 피성년후견인의 행위능력을 제한하고 재산관리를 제약하는 등 피성년후견인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어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므로, 후견개시 여부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여야 할 요소는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 본인의 의사라 할 것이다.그럼에도 성년후견개시심판조항은 피성년후견인이 될 본인 외에 배우자 등 다른 사람의 청구권을 인정하고 있어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성년후견개시심판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그러나 성년후견개시심판의 청구권을 본인에게만 부여하는 경우 본인의 판단능력의 제약이나 타인에 의한 의사 왜곡으로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의 실질적 권익 보호에 지장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즉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이 의식불명 등 성년후견을 위한 청구를 할 수 없는 경우 본인의 청구가 없다는 이유로 성년후견개시의 심판을 할 수 없다고 한다면 이는 오히려 그의 보호에 심각한 공백이나 위험을 초래할 것이다. 또한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이 의식불명에 이르지 아니하더라도 그의 의사가 왜곡되거나 영향력 있는 사람에 의하여 학습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 경우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 본인의 의사에만 의존한다면 실질적인 권익을 보호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 예컨대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의 사실상 보호자가 성년후견개시에 반대하는 자녀인 경우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 본인의 의사가 사실상 보호자인 자녀에 의하여 왜곡 또는 학습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이 경우 역시 성년후견개시심판의 청구를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 본인만 할 수 있다면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의 진정한 의사와 이익에 부합하는 심판청구가 보장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현실적으로 성년후견대상자의 요건을 충족하는 사람은 본인의 의사에 의한 청구가 불가능하거나 동의의사의 표시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본인과 생활공동체를 함께하는 본인의 가장 가까운 친족인 배우자에게 성년후견개시심판의 청구권을 인정할 필요성이 있다. 4촌 이내의 친족은 본인에게 가족이 없거나 가족이 있더라도 본인을 현실적으로 보호하고 있는 사람이 이해상반행위를 하고 있는 때에 이를 포착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비교적 가까운 친족으로서, 이들을 청구권자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나아가 법원은 직권으로 성년후견개시를 할 수 없으므로, 미성년후견, 한정후견 등에 있어 그 후견의 유형을 변경할 필요성이 있는지 여부를 살펴 변경할 후견을 신청하기에 적합한 지위에 있는 후견인과 후견감독인, 배우자나 4촌 이내의 친족이 없거나 이들의 적정한 후견신청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에 후견이 필요한 사람을 보호하기 위하여 공익의 대표자인 검사, 무연고자 및 정신적 제약이 있는 사람의 보호에 공익성과 전문성을 갖고 접근할 수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각 성년후견개시심판의 청구권을 부여할 필요도 있다.
만일 성년후견개시심판의 청구권자를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 본인으로만 한정하려 한다면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사람의 실질적 보호를 위하여 가정법원 또는 그에 준하여 전문성과 공익성, 독립성을 갖춘 기관(이하 ‘가정법원 등’이라 한다)이 직권으로 성년후견개시심판을 하는 방안을 함께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전통적으로 질병, 노령, 장애 등으로 인하여 정신적 제약이 있는 사람에 대하여 가족을 중심으로 한 후견적 보살핌이 이루어져 온 현실에서, 가정법원 등이 직접 성년후견이 필요한 상황을 인지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을 수 있다. 또한 범위의 제약 없이 이해관계인이라 주장하는 다수의 사람 또는 단체가 무분별하게 가정법원 등의 직권 발동을 촉구하는 문제도 발생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성년후견개시심판조항이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 본인 외에 배우자, 4촌 이내의 친족, 후견인과 후견감독인, 검사,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성년후견개시심판의 청구권을 부여하는 것은 노령, 장애 등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처리능력이 결여된 사람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고자 하는 성년후견제도의 입법목적 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라 할 것이다.
나아가 민법 및 가사소송법은 가정법원이 성년후견개시심판을 함에 있어 실체적으로는 본인의 의사를 고려하여야 하고, 절차적으로는 본인을 심문하여 진술을 들어야 함을 규정하고 있다(민법 제9조 제2항, 가사소송법 제45조의3 제1항 제1호, 가사소송법 제45조의3 제2항 등 참조). 이는 성년후견제도의 기본이념인 자기결정권과 잔존능력의 존중 및 후견의 필요성·보충성에 따라 성년후견을 개시함에 있어 피성년후견인의 정신적 능력의 구체적 상황을 고려하고 자기결정권이 부당하게 제한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즉, 성년후견개시심판의 청구권자로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 본인 이외의 사람 등을 규정함으로써 혹시라도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 본인의 진정한 의사와 이익에 반하여 성년후견이 이루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되어 있다.
한편 청구인들은, 성년후견개시심판조항이 성년후견개시의 요건에 관하여 규정하면서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에 대한 사무처리의 필요성에 관한 요건을 규정하지 아니하여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가정법원은 성년후견개시심판을 함에 있어 성년후견개시심판조항에 따라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이 ‘질병, 장애, 노령, 그 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되었는지를 심리하게 되는바, 이는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에 대한 사무처리의 필요성을 성년후견개시의 요건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아울러 성년후견개시심판청구사건의 심리절차에서 본인의 판단능력 정도, 적절한 성년후견인의 선임 및 후견감독을 효과적으로 행하기 위한 정보 등 본인에 대한 정보를 가사조사 등의 방법으로 수집하고 있다(가사소송법 제6조). 가사조사의 기본적인 조사사항은 기본조사 및 자료수집, 본인의 정신적 제약 여부와 그 정도, 본인의 심신 상태, 정신감정이 필요한 상황인지 여부 및 병원에서의 감정이 가능한지 여부, 본인의 생활내력, 현재 생활 상태 및 감호 상황, 본인의 재산내역과 관리상황, 본인에게 필요한 후견의 범위, 누가 후견인이 되는 것이 적합한지, 후견인의 향후 후견계획, 청구인과 후견인 후보자 등을 제외한 다른 가족들의 의견 청취, 기타 조사관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항 등으로 이러한 성년후견개시심판청구사건의 심리 중 가사조사 절차를 통하여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의 추정적 의사와 후견의 필요성이 반영될 것이다.
이와 같은 성년후견개시심판의 청구권을 본인, 배우자, 4촌 이내의 친족, 후견인과 후견감독인, 검사,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부여할 필요성, 성년후견개시심판에 있어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 본인의 자기결정권의 부당한 제한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등을 종합하여 보면, 성년후견개시심판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에 위배되지 않는다.
(3) 법익의 균형성
성년후견개시심판조항에 따라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은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성년후견이 개시될 수 있는 불이익을 받을 수 있고 이러한 불이익은 인격의 자유로운 발현에 관한 것으로 결코 작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노령, 장애 등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처리능력이 결여된 사람의 법률행위능력을 법원의 선임, 감독을 받는 성년후견인의 지원을 통하여 보완해 줌으로써 피성년후견인 본인의 신상과 재산에 관한 권익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고, 나아가 피성년후견인의 신상보호 등에 관한 사회적 비용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며 개시된 성년후견결정을 후견등기부에 기재 공시함으로써 거래의 안전을 도모할 수 있는 법익 역시 중대하다고 할 것이다.아울러 앞서 본 바와 같이 성년후견개시심판조항에 의하여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의 자기결정권이 부당하게 제한되는 것을 방지하고, 성년후견개시심판 절차에서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의 의사를 존중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어 성년후견개시심판조항에 의하여 제한되는 기본권이 위 조항에 의하여 달성되는 피성년후견인 본인의 신상과 재산의 보호 강화, 피성년후견인 보호에 드는 사회적 비용의 효율적 운용 및 거래의 안전이라는 법익보다 크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성년후견개시심판조항은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었다.
라. 감정조항에 관한 판단
(1)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
감정조항은 후견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사람에 한하여 후견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 것으로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또한 이를 위하여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의 정신상태에 관하여 의사에게 감정을 시키는 것은 의학전문가인 의사의 검진을 통해 후견의 필요성 판단의 기초가 되는 자료, 즉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의 정신적 제약의 정도나 지속 여부를 살펴볼 수 있도록 하므로 위와 같은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에 해당한다.
(2) 침해의 최소성
가정법원이 성년후견개시의 심판을 할 경우에는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의 정신상태에 관하여 의사에게 감정을 시켜야 한다(가사소송법 제45조의2 제1항 본문). 이에 대하여 청구인들은 감정조항이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에 대한 감정의 주체를 단순히 의사라고만 규정함으로써 장애 또는 노령으로 인한 정신적 제약에 관하여 전문지식이 없더라도 감정을 수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감정의 방법과 절차에 관하여 전혀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 아니함으로써 부정확하고 비합리적인 방법의 감정에 따라 후견개시 여부가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정확한 의학적 판단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신적 제약의 유형에 따라 그와 관련한 전문성을 가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감정주체를 한정하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신적 제약상태에 이르게 된 원인은 질병, 노령, 장애 등 다양하고, 그러한 원인과 관련한 치료과정이나 질병 등의 이행상황, 증상 등의 고려가 필요할 수도 있으므로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한정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또한 모든 사안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접근하는 경우 감정비용을 증가시켜 후견의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등 오히려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의 보호가 미흡하게 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감정주체의 범위는 관련 직역의 전문성과 공정성, 무자력자에 대한 공적 지원시스템 구비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것이어서, 감정조항은 법관이 사안에 따라 적합한 의사를 감정인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나아가 성년후견개시의 심판을 위하여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에 대한 정확한 의학적 판단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감정의 방법과 절차 역시 전문성을 가진 의사가 각각의 정신적 제약의 유형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정해야 할 사항이다. 실제 성년후견개시심판의 사유가 되는 정신적 제약의 유형은 외상성 뇌손상, 뇌경색, 뇌출혈, 뇌성마비, 뇌종양 등 뇌의 병변으로 인한 정신적 제약, 알츠하이머 치매, 혈관성 치매, 알코올중독성 치매를 포함한 치매로 인한 정신적 제약, 정신지체, 지적장애, 자폐성장애를 포함한 발달장애로 인한 정신적 제약, 조현병, 정신분열병 등 정신장애로 인한 정신적 제약, 파킨슨병 등 인지장애와 히스테리성 인격장애, 연극성 인격장애, 병적 도박 등 인격장애로 인한 정신적 제약 등 매우 다양한바, 이러한 서로 다른 유형의 정신적 제약에 관한 감정의 방법과 절차는 전문성이 요구되는 부분으로 이를 법률로 정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감정조항이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에 대한 감정의 주체를 단순히 의사라고만 규정하였다고 해서 침해의 최소성에 위배된 것으로는 볼 수 없다.
(3) 법익의 균형성
감정조항으로 인하여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이 정신적 제약 유형에 관하여 전공한 의사가 아닌 의사의 감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으나, 이는 구체적인 사안에서 법관의 판단을 통하여 적합한 감정주체인 의사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후견의 필요성을 면밀히 검토함과 동시에 후견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하므로 제한되는 기본권에 비해 달성되는 피성년후견인 본인 보호라는 법익이 더욱 중대하다. 따라서 감정조항은 법익의 균형성 역시 갖추었다.
마. 진술청취예외조항에 관한 판단
(1)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
가정법원은 성년후견개시의 심판을 함에 있어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을 심문하고 그의 의견진술을 들어야 한다(가사소송법 제45조의3 제1항 본문, 제2항 본문). 한편 진술청취예외조항은 예외적으로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의 의견진술을 듣지 않거나, 심문을 하지 않을 수 있는 사유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의 의사와 이익을 고려한 성년후견개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진술청취조항이 오히려 피성년후견인의 의사와 이익을 해하거나 후견의 접근성을 차단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서 입법목적이 정당하다.또한 진술청취예외조항은, 실질적으로 절차이행이 불가능한 경우에 예외를 규정한 것이므로 위와 같은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에 해당한다.
(2) 침해의 최소성
성년후견개시 여부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여야 할 요소는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 본인의 의사라 할 것이다. 그러나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이 의식불명 상태에 있는 등 성년후견에 대한 그의 의사를 확인하기 힘든 경우에도 본인의 진술청취가 없다는 이유로 성년후견개시의 심판을 할 수 없다고 한다면 이는 오히려 그의 보호에 심각한 공백이나 위험을 초래할 것이다.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이 의식불명, 그 밖의 사유로 자신의 의사를 표명할 수 없는 경우에는 심판을 함에 있어 진술청취의 예외로 인정하고, 자신의 의사를 밝힐 수 없거나 출석을 거부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심문을 생략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본인의 진술청취 및 심문에 있어 특별한 예외를 두는 것은 피성년후견인의 실질적인 보호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또한 가정법원은 심문을 생략할 만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주변인의 주관적 진술에 의존하기보다는 의사의 진단 등 특별한 자료를 토대로 판단하고, 필요한 경우 가사조사관의 출장조사 등을 활용할 수 있다. 가사조사의 기본적인 조사사항은 앞서 성년후견개시심판조항과 관련하여 본 바와 같으며, 이러한 가사조사절차를 통하여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의 추정적 의사를 반영함으로써 진술청취예외조항으로 인하여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의 자기결정권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이 부당하게 제한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이와 같은 진술청취예외조항의 필요성,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의 자기결정권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의 부당한 제한을 방지하기 위하여 마련된 제도적 장치 등을 종합하여 보면, 진술청취예외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에 위배되지 않는다.(3) 법익의 균형성
진술청취예외조항은 사실상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이 의견진술을 할 수 없거나 심문에 응할 수 없는 경우에 진술청취 및 심문의 예외를 인정한 것이므로 이로 인하여 피성년후견인이 입는 불이익은 미미하다고 볼 수 있다.반면 스스로 의견을 밝힐 수 없지만 후견이 필요한 사람에게 후견의 접근성을 보장하는 것은 피성년후견인 보호라는 중대한 법익에 해당하므로, 위 조항은 법익의 균형성을 갖추었다.바. 소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의 자기결정권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5. 결 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문형배의 민법 제9조 제1항 중 청구권자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심판대상조항에 관한 법정의견에 대한 보충의견과 아래 7.과 같은 재판관 이선애의 민법 제9조 제1항 중 성년후견개시심판 청구권자 부분에 관한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의 일치된 의견에 따른 것이다.
6.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문형배의 민법 제9조 제1항 중 청구권자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심판대상조항에 관한 법정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우리는 민법 제9조 제1항 중 청구권자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심판대상조항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법정의견에 동의하면서, 성년후견 대상자의 자기결정권 제한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심판대상조항의 엄격한 해석·적용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의견을 밝힌다.
가. 성년후견 대상자의 자기결정권
자기결정권은 인간의 존엄성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인간이 자신의 생활영역에서 인격의 발현과 삶의 방식에 관한 근본적인 결정을 자율적으로 내릴 수 있는 권리이다(헌재 2019. 4. 11. 2017헌바127).
개인의 의사결정의 과정이나 최종적 선택에는 개인적 바람·욕구·감정·선호와 같은 대체 불가능한 고유의 주관적 요소나 사정이 작용하므로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경우나 손실의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개인의 복리(福利)는 경제적·합리적 관점에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므로 쉽사리 개인의 의사결정의 성패를 판단할 수는 없으며, ‘실패’의 과정 역시 개인의 인격 발달과 성장에 기여할 수 있으므로 존중되어야 한다.
스스로 의사를 결정하거나 실현하는 데 다소 어려움을 겪는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일상적인 위험에의 노출은 인간의 정상적인 성장·발달과 교류를 위해 불가피한데, 과잉보호는 위험을 경험하고 극복하는 과정 또는 실패를 통해 성숙해지고 위험에 대비한 방어능력을 기르는 과정을 배제하거나 교류의 기회를 차단함으로써 개인의 발달과 사회적 상호작용을 저해하고 무능력자의 낙인을 찍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 의사결정과정에서 일정한 지원을 받아 스스로 선택을 하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동을 결정할 수 있다면 객관적인 관점에서 보기에 결정의 주체에게 이익이 되는 선택이나 최선의 선택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자기결정은 최대한 존중되어야 한다.
나. 성년후견제도의 목적 및 요건의 엄격한 해석·적용의 필요성
개정 전 민법에서의 금치산·한정치산 제도는 개인적 능력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행위능력을 박탈하거나 제한하는 등 피후견인의 인권과 복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가산(家産)의 보전이나 거래의 안전을 보장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왔다. 상대적으로 성년후견제도는 피후견인의 잔존능력 활용과 자기결정권의 존중을 이념으로 하는 것으로 평가되어 왔으나, 이는 종래 금치산·한정치산 제도의 과잉규제를 개선한 데 따른 평가일 뿐, 성년후견제도가 금치산·한정치산 제도와 근본적 목적을 달리 하는 것은 아니다. 성년후견제도는 피후견인의 인권과 복리 보호를 목적으로 하며, 의사결정능력이 부족하거나 결여된 개인에 대한 보호는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헌법 제10조)나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헌법 제34조 제2항) 등에 비추어 그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법정의견에서 설시한 것과 같은 이유로 성년후견개시심판 청구권자 부분을 제외한 성년후견제도 자체는 성년후견인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지만, 일정한 예외에도 불구하고 원칙적으로 성년후견인이 포괄적 법정대리인이 되고(민법 제938조 제1항) 피성년후견인의 법률행위는 취소할 수 있음(민법 제10조 제1항)에 따라 피성년후견인이 받는 자기결정권의 제한이 중대함은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성년후견개시의 요건 및 절차는 제도적 목적에 비추어 필요한 범위에서 엄격하게 해석·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다. 성년후견대상자의 범위
민법 제9조 제1항에 따라, ‘본인, 배우자, 4촌 이내의 친족, 미성년후견인, 미성년후견감독인, 한정후견인, 한정후견감독인, 특정후견인, 특정후견감독인,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이하 ‘성년후견개시 심판 청구권자’라 한다)은 ‘질병, 장애, 노령, 그 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사람’(이하 ‘성년후견 대상자’라 한다)에 대하여 가정법원에 성년후견개시의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이때 성년후견 대상자의 개념은 성년후견제도의 목적에 비추어 성년후견이 꼭 필요한 경우로 엄격하게 한정하여 해석해야 한다. 질병, 장애, 노령은 정신적 제약의 원인으로서 예시된 것일 뿐이므로 그 자체가 성년후견의 필요성을 드러내는 징표가 아니다. 질병, 장애, 노령 등으로 정신적 제약이 발생해야 하고 이는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 당사자의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상황에 비추어 통상적으로 처리하는 사무를 상당한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처리할 수 없는 상태로서, 예컨대, 의식불명이나 시·공간 지남력(指南力) 및 장·단기 기억력, 수리력, 언어능력이 모두 손상된 경우, 정신장애로 인한 망상과 환각으로 현실에 대한 인식과 판단을 할 수 없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할 수 있다. 단속적으로 의사능력이 회복되더라도 전반적으로 의사무능력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면 요건을 충족하는 것이 가능하나, 일시적 사무처리능력 결여만으로는 요건을 충족한다고 할 수 없다. 또 “질병, 장애, 노령, 그 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사람”을 위한 한정후견 제도의 존재에 비추어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단지 ‘부족’한 때에는 성년후견 대상자가 된다고 할 수 없다. 즉, 혼자서는 계약 등 법률행위의 의미를 이해하고 그로 인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지만 타인의 도움을 받는 경우 법률행위 전반은 아니더라도 일부 행위는 가능한 경우 등에는 성년후견 대상자가 되지 않아야 한다.
라. 성년후견 대상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판단
(1) 가정법원은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의 정신상태에 관하여 의사에게 감정을 시켜야 하나, 정신건강의학과 또는 신경정신과 전문의로 감정주체가 한정되지 않으며,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의 정신상태를 판단할 만한 다른 충분한 자료가 있는 때에는 감정을 생략할 수 있다(가사소송법 제45조의2 제1항).
법정의견에서 설시한 것과 같이 이러한 규정은 적절한 절차보장에 해당하며 성년후견 대상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단지 다툼이 없다거나 비용부담의 문제가 있다는 등의 사정만으로 쉽게 간이한 감정결과를 받아들이거나 감정절차를 생략하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성년후견 대상자의 정신상태에 대한 충분한 의학적 감정을 위해서는 정신건강의학과 또는 신경정신과 전문의에 의한 신체감정이나 입원감정이 필요하나, 실무상 진료기록 감정이 주로 이용되는 것이 현실이다.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2013. 7. 부터 2016. 9.까지 서울가정법원에서 다툼 없는 사건 중 60. 1%, 다툼 있는 사건 중 38. 5%에서 감정을 생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실무상 경향은 신속한 사건 처리 및 비용부담을 고려한 것으로 보이는데, 의학적 관점에서의 성년후견 대상자의 정신상태는 법률적 관점에서 후견의 필요성이나 범위를 판단하는 주요한 자료가 되므로 가급적 충실한 감정이 이루어지도록 하여야 한다. 판단 절차에 소요되는 비용을 지출할 자금능력이 없거나 그 비용을 지출하면 생활에 현저한 지장이 있는 사람에 대하여는 절차구조가 가능하므로(가사소송법 제37조의2), 이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또 불가피하게 충분한 감정이 이루어지지 못한 경우에는 성년후견 대상자의 정신적 제약 상태를 비롯한 후견개시 여부에 관한 정보와 후견인 후보자를 비롯한 친족 등 이해관계인에 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가사조사 역시 요청된다. 현재 후견개시 사건의 약 20% 내지 30% 정도에서 가사조사가 실시되고 있으나, 이를 보다 확대할 필요가 있다. 2001년 전문조사관 채용 이후 계속된 조사관 증원에도 불구하고 심리학, 사회학, 교육학, 사회복지학 관련 학문의 석사학위 이상을 취득한 전문조사관 수는 여전히 부족한 수준인 점, 조사기간 장기화로 인해 사건 관계인들이 이를 꺼리는 경우도 있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성년후견대상자의 정신상태를 비롯한 후견개시 여부에 관한 정보와 사건 관계인에 대한 정보수집을 충실히 하는 것은 성년후견제도의 목적 달성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볼 수 있다.
(2) 후견사건은 라류 가사비송사건으로서 사건본인은 있지만 상대방이 존재하지 아니하고, 사건 관계인을 심문하지 않고 심판할 수 있다. 그러나 가정법원은 성년후견 개시의 심판을 할 때 사건본인의 의사를 고려하여야 하고(민법 제9조 제2항), 사건본인이 의식불명 그 밖의 사유로 자신의 의사를 표명할 수 없거나 출석을 거부하는 등 심문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후견인이 될 사람의 진술을 들어야 한다(가사소송법 제45조의3 제1항 단서).
당사자 심문은 성년후견의 대상자의 신체적·정신적 건강 상태나 사회적 소통능력, 성년후견에 대한 동의 여부를 법관이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다. 실무상 법관은 시간·장소 지남력, 기억등록, 기억회상, 주의집중과 계산능력, 언어와 시공간 구성능력 등을 판단할 수 있는 간단한 질문을 미리 준비하여 심문에 임하고 있다.
민법 제9조 제2항에 따라 성년후견 대상자의 의사는 단지 ‘고려’의 대상이 될 뿐이다.그러나 성년후견 대상자의 의사 또는 추정적 의사를 확인할 수 없거나, 그의 의사가 왜곡 또는 영향력 있는 사람에 의하여 학습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고 성년후견 대상자에게 자기결정권을 제한 없이 보장하면 그의 보호에 심각한 공백이나 위험을 초래할 것이 명백한 경우가 아니라면, 성년후견 대상자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할 필요가 있다.법관은 당사자 심문을 통해 성년후견의 대상자에게 성년후견의 의미와 필요성을 가능한 한 설명하여 이해시키고, 그가 원하는 바를 최대한 알아내어 후견의 유형이나 후견인의 권한 범위를 한정하는 등 후견사무에 반영할 수 있다.그러므로 당사자 심문은 성년후견개시 결정의 객관성과 적정성 보장을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절차라고 볼 수 있으며, 당사자 심문을 거치지 않는 것은 심문이 불가능한 것이 명백한 사정이 있는 때로 한정되어야 한다.따라서 출석 거부와 같은 사정을 곧바로 심문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으로 볼 것은 아니며, 성년후견 대상자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3) 성년후견제도 시행(2013. 7.) 후 2017년까지 성년후견 및 한정후견 개시 결정이 된 사례는 9,405건이다. 2002년부터 2012년까지 금치산·한정치산 선고를 받은 사람의 수가 4,376명인 점(약 50% 인용된 결과임)과 비교하면 후견제도의 이용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는 제도적 개선의 효과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성년후견으로 인해 자기결정권의 행사에 제약을 받고 있는 사람의 수가 늘고 있으므로 신중한 제도 운용이 요구되는 상황으로도 이해될 수 있다. 특히 특정후견이나 한정후견 청구에 비하여 압도적으로 성년후견 청구의 비율이 높으며, 성년후견 청구의 인용 비율이 55%에서 70%에 이르고 있는 상황에서 성년후견 개시결정의 객관성과 적정성이 보장되고 있는지, 성년후견의 필요성과 보충성이 엄격히 적용되고 있는지 점검과 주의가 필요하다. 후견심판신청은 대부분의 경우 대상자의 친족이 부동산 매각, 보험금 수령, 예금 인출, 인감증명서 발급 등의 사무를 대상자의 이름으로 하려고 하다가 대상자의 정신적 제약이 의심됨에도 후견심판이 없다는 이유로 목적을 이루지 못할 때 이루어지고 있다는 청구 목적, 계기에 관한 한 연구결과를 고려하면, 법원은 불필요한 성년후견개시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법률상 정해진 요건과 절차를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한다.심리결과 청구한 후견 유형의 요건이 충족되지 않거나 법원이 후견적 입장에서 다른 유형의 후견을 개시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청구취지변경을 권고하는 것을 고려함이 상당하다.
7. 재판관 이선애의 민법 제9조 제1항 중 성년후견개시심판 청구권자 부분에 관한 반대의견
나는 민법 제9조 제1항 중 성년후견개시 심판 청구권자 부분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므로 아래와 같이 의견을 밝힌다.
성년후견 대상자에 대한 엄격한 해석을 전제로, 이들에 대하여 성년후견 대상자의 능력과 상태를 파악할 수 있거나 그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가정법원에 성년후견개시의 심판을 청구하도록 한 민법 제9조 제1항은 성년후견 대상자의 보호를 위한 것으로서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은 인정된다.다만 법원의 심리를 통해 결과적으로 성년후견의 필요성과 보충성이 관철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심리 과정에서 성년후견 대상자가 겪게 되는 현실적 어려움을 고려하면 심판의 청구단계에서 과잉청구를 막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며, 청구권자의 범위는 가능한 한 축소하여야 한다.친족 사이의 애정과 유대감, 후견사무 관계인에 대한 신뢰를 근거로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우리와 같이 다원적 성년후견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 아니어서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일원적 후견(보호·지원)제도를 운영하는 독일의 경우 법원이 본인의 신청에 의하여 또는 직권으로 보호자를 선임하도록 하여 원칙적으로 본인에게만 신청권을 부여하고 있다. 아무리 가까운 친족이라고 하여도 후견개시를 신청할 권한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민법 제9조 제1항은 본인 외에 ‘4촌’과 같은 넓은 범위의 친족과 후견사무 관계인, 관청의 성년후견개시 심판 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다.이는 지속적으로 사무처리능력이 결여된 사람이 성년후견개시 심판 청구를 하는 것이 어렵다는 사정을 고려한 것으로 일응 이해된다.그러나 지속적으로 사무처리능력이 결여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일시적으로 능력을 회복하는 경우 또는 사무처리능력 결여에 이르기 전에 후견과 관련한 명시적 의사표현을 한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청구 여부에 대한 판단 및 청구의 실행에는 타인의 조력을 받는 것이 가능하다.민법 제9조 제1항은 이러한 점을 간과하여 본인의 청구권 행사가능성을 지나치게 낮게 평가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또 민법 제9조 제1항은 본인의 청구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때에 친족 등의 청구가 가능하도록 보충적인 방식으로 청구권자의 범위를 규정하고 있지도 않다.설령 본인의 청구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 등에 있어 성년후견 대상자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성년후견개시 심판 청구권자를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검사 등 일정한 전문성을 갖춘 공공기관에 한정하여 규정할 수 있고, 이로써 성년후견 대상자의 보호라는 입법목적은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성년후견 대상자의 정신상태나 이해관계인과의 관계 등에 관한 정보를 쉽게 수집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가족이나 친족, 후견사무 관계자 등은 검사 등 공공기관에게 직권 발동을 촉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민법 제9조 제2항은 가정법원이 성년후견개시의 심판을 할 때 본인의 의사를 고려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성년후견개시 심판의 청구권자를 다소 넓게 규정하였다고 하여 본인의 의사가 무시되는 것은 아니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성년후견 대상자가 성년후견개시를 원하지 않는 경우 감정절차나 가사조사, 당사자 심문 등 절차에 응하여 지게 되는 부담은 매우 중대하다.특히 적절한 주변의 조력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경우나 가족·친족 등과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성년후견개시 심판의 청구권자 범위를 넓게 규정함으로써 신속한 절차 진행이 가능하게 되는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이익이 성년후견 대상자가 받는 불이익보다 크다고 단정할 수 없다.그렇다면 민법 제9조 제1항 중 성년후견개시 심판 청구권자 부분은 침해의 최소성 및 법익균형성에 위반하여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