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분 등이 있음을 안 날’을 기산점으로 정하여 취소소송의 제소기간에 제한을 둔 것은 법률관계의 조속한 확정을 위한 것으로 입법목적이 정당하다. 처분 등이 위법할 수 있다는 의심을 갖는데 있어 처분 등이 있음을 안 때로부터 90일의 기간은 지나치게 짧은 기간이라고 보기 어렵고, ‘처분 등이 있음’을 안 시점은 비교적 객관적이고 명확하게 특정할 수 있으므로 이를 제소기간의 기산점으로 둔 것은 행정법 관계의 조속한 안정을 위해 필요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또한 처분 등에 존속하는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무효인 경우에는 제소기간의 제한이 없고, 당사자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기간을 준수할 수 없을 때에는 추후보완이 허용되어 심판대상조항이 현저히 불합리하거나 합리성이 없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처분 등이 있음을 안 날’을 제소기간의 기산점으로 정한 심판대상조항은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행정소송법(1994. 7. 27. 법률 제4770호로 개정된 것) 제20조 제1항 중 ‘처분 등이 있음을 안 날’ 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김○환에게 채용되어 주식회사 ○○건설이 시공하는 경산시 ○○동 신축공사현장에서 일을 하던 중 2004. 8. 23. 청구인 소유 트럭에 작업 장비를 싣고 위 공사현장으로 이동하다가 대구 수성구 □□동에 있는 □□ 네거리 앞 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하였다. 청구인은 치료과정에서 제4-5요추간 및 제5요추-제1천추간 추간반내장증, 경추부 추간반내장증(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고 한다) 진단을 받고, 2005. 5. 18.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신청과 기기고정술에 대한 사전승인신청을 하였으나, 근로복지공단은 2005. 6. 2. 청구인의 요양신청을 불승인하고 요양상병을 ‘요추 염좌, 경추 염좌’로 변경승인하였고, 2005. 6. 3.에는 기기고정술에 대한 승인신청을 불승인하였다(이하 2005. 6. 2.자 불승인 및 2005. 6. 3.자 불승인을 통틀어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
나. 청구인은 그 무렵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나 청구기각판결이 확정되었다. 청구인은 2015. 9. 4. 다시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나, 2016. 12. 16. 제소기간 도과를 이유로 소가 각하되자(대구지방법원 2015구단1613, 이하 ‘당해사건’이라 한다), 항소하여 현재 항소심에 계속 중이다(대구고등법원 2017누5059).
다. 청구인은 당해사건이 계속 중이던 2016. 7. 6. 법원에 ‘행정소송법 제20조 제1항,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규칙(2006. 8. 31. 노동부령 제25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9조의2 제1호, 제16조 제4항, 제14조 제1항, 제2항, 근로복지공단의 요양업무처리규정 제56조 제2항, 제4항, 제13조 제2항 제2호, 제14조 제3항, 헌법재판소법 제69조 제1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하였으나, 법원은 2016. 12. 13. ‘행정소송법 제20조 제1항에 대한 부분을 기각하고,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규칙(2006. 8. 31. 노동부령 제25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9조의2 제1호, 제16조 제4항, 제14조 제1항, 제2항, 근로복지공단의 요양업무처리규정 제56조 제2항, 제4항, 제13조 제2항 제2호, 제14조 제3항, 헌법재판소법 제69조 제1항에 대한 부분을 각하한다’는 결정을 하였다(대구지방법원 2016아188).
라. 이에 청구인은 2017. 1. 24. 행정소송법 제20조 제1항 등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과 국선대리인은 행정소송법 제20조 제1항, 제2항,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규칙(2006. 8. 31. 노동부령 제25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9조의2 제1호, 제16조 제4항, 제14조 제1항, 제2항, 근로복지공단의 요양업무처리규정 제56조 제2항, 제4항, 제13조 제2항 제2호, 제14조 제3항, 헌법재판소법 제69조 제1항을 심판대상으로 청구하였다.
그러나 행정소송법 제20조 제2항에 대하여는 청구인이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하여 그 기각결정을 받은 바 없고, 헌법재판소법 제69조 제1항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따른 헌법소원의 청구기간을 정한 규정으로서 제68조 제2항에 따른 위헌소원 사건과 무관하며,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규칙 및 근로복지공단 요양업무처리규정은 형식적 의미의 법률이 아닌바, 위 조항들은 심판대상에서 제외한다.
그리고 청구인은 취소소송 제소기간의 기산점을 ‘처분 등이 위법함을 안 날’이 아닌 ‘처분 등이 있음을 안 날’로 정한 것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한다. 결국 이 사건 심판대상은 행정소송법 제20조 제1항(1994. 7. 27. 법률 제4770호로 개정된 것) 중 ‘처분 등이 있음을 안 날’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행정소송법(1994. 7. 27. 법률 제4770호로 개정된 것)
제20조(제소기간) ① 취소소송은 처분 등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제기하여야 한다.
3. 청구인의 주장
처분이 있은 날부터 90일이 경과한 후 비로소 처분 등의 위법성을 알게 되는 경우 이미 처분 등이 있은 날부터 90일이 경과하였다는 이유로 취소의 소를 제기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헌법 제27조 제1항 등에 위배된다.
4. 판 단
가. 문제되는 기본권
심판대상조항에 의하면 처분 등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이 지난 이후에 비로소 처분 등이 위법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처분 등이 있음을 안 날부터 이미 90일이 지났다면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없는바, 이는 청구인의 재판청구권을 제한하는 것이다.
한편,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이 국가가 재외국민을 보호할 의무,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의무, 평등원칙을 위반하고, 재산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보건권, 헌법에 열거되지 않은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도 주장하나, 이는 결국 위법한 처분이 있었음에도 제소기간의 제한을 두어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소를 제기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의 반복·강조에 불과하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과 가장 밀접하고 침해의 정도가 큰 주된 기본권인 재판청구권의 침해 여부에 관하여 판단하는 이상 다른 기본권의 침해 주장 등에 대해서는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나. 심판대상조항의 재판청구권 침해 여부
(1) 헌법 제27조 제1항이 규정하는 재판청구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입법자에 의한 재판청구권의 구체적 형성이 불가피하므로 입법자의 재량이 인정되고(헌재 1996. 8. 29. 93헌바57; 헌재 2009. 2. 26. 2007헌바8 참조), 일반적으로 행정소송에 관한 절차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는 기본적으로 입법형성권을 가진 입법권자가 결정할 사항이므로(헌재 1996. 8. 29. 93헌바63 참조), 심판대상조항이 청구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는 그 구체적인 형성에 관한 합리적 입법재량을 일탈하였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2) 심판대상조항은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은 처분 등에 대한 취소소송을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의 기산점을 ‘처분 등이 위법하다는 것을 안 날’이 아니라 ‘처분 등이 있음을 안 날’로 정하고 있고, 이에 대하여 법원도 “행정소송법 제20조 제1항 소정의 제소기간 기산점인 ‘처분이 있음을 안 날’이란 통지, 공고 기타의 방법에 의하여 당해 처분이 있었다는 사실을 현실적으로 안 날을 의미하고 구체적으로 그 행정처분의 위법 여부를 판단한 날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1991. 6. 28. 선고 90누6521 판결).
공법상의 법률관계는 일반 공중의 이해와 관련된 것으로서 장기간 불안정한 상태에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아니하므로 행정처분에 하자가 있더라도 그 효력을 다툴 수 있는 기간을 제한함으로써 행정법 관계의 조속한 안정을 꾀할 필요가 있는바, 취소소송의 제소기간 및 그 기산점도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정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법률관계의 조속한 확정을 위해 객관적으로 확정 가능한 ‘처분 등이 있음을 안 날’을 기산점으로 정하여 취소소송의 제소기간에 제한을 둔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을 수긍할 수 있다.
한편, 위와 같은 기산점은 재판청구권의 행사를 현저히 곤란하게 하거나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여 권리구제의 기회를 극단적으로 제한하지 않도록 설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처분 등이 있은 날부터 90일이 지나서야 비로소 처분 등이 위법하게 되거나 위법성의 의심이 생기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이고, 취소소송에서 처분 등의 위법성을 확정적으로 소명 또는 입증함과 동시에 소를 제기할 것을 소송요건으로 하고 있지도 아니하다. 따라서 처분의 상대방은 처분 등이 있음을 알게 되고 당해 처분 등이 위법할 수 있다는 의심이 드는 경우, 취소소송을 제기한 후 재판 과정에서 해당 처분 등의 위법성을 입증·확인할 수 있고, 당해 처분 등이 위법할 수 있다는 의심을 갖는데 있어 90일의 기간은 지나치게 짧은 기간이라고 보기 어렵다.또한 ‘처분 등이 있음’을 안 시점은 처분 등이 ‘피처분자에게 송달, 고지되는 등의 도달한 일시’ 또는 ‘피처분자가 처분 등을 확인한 일시’ 등으로 비교적 명확하게 특정할 수 있고 이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음에 반하여, ‘처분 등의 위법성’을 알게 된 시점은 특정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기도 어려운바, ‘처분 등이 위법하다는 것을 알게 된 날’을 기산점으로 삼는 것은 오히려 법률관계를 명확하지 않게 하고, 제소기간을 둔 입법취지가 훼손될 위험이 있다. 이러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심판대상조항이 ‘처분 등의 위법성’을 알게 된 시점이 아니라 ‘처분 등이 있음’을 안 시점을 제소기간의 기산점으로 둔 것은 행정법 관계의 조속한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필요하고도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나아가 처분 등에 존속하는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처음부터 그 효력이 없는 무효인 처분에는 제소기간의 제한을 두고 있지 아니하고(행정소송법 제38조 제1항), 90일의 기간은 불변기간으로 당사자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기간을 준수할 수 없을 때에는 추후보완이 허용되어 사유가 소멸된 때로부터 2주 내에 소를 제기하면 되는 것이어서(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173조),심판대상조항이 청구인에게 현저히 불합리하거나 합리성이 없다고 볼 수 없다.다. 소결론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처분 등이 있음을 안 날’을 제소기간의 기산점으로 정한 것은 입법형성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할 것이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5. 결 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 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