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문
피청구인이 2017. 5. 29. 수원지방검찰청 2017년 형제43615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2017. 5. 29. 피청구인으로부터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수원지방검찰청 2017년 형제43615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받았는바,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주식회사 ○○(이하 ‘○○’이라 한다) 대리로서 안전관리자이고 박○연은 서울 15가○○○○호 ○○카(40톤)의 운전자이다.
청구인은 콘크리트 타공 작업에 대한 현장안전관리책임자로서 ○○카가 이동하는 길목이 좁고 차량의 낙하가 우려되는 지점이므로 신호수 배치, 충분한 길목의 확보, 안전교육 등 ○○카가 이동 중 발생할 수 있는 낙하사고를 미리 방지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을리 하였다.
청구인은 2017. 4. 1. 14:00경 화성시 ○○로 ○○번길 ○○아파트 ○○ 블록 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고 한다) 현장에서 차량이 운행을 하면 신호수를 배치하거나 이동로를 충분히 확보하는 등 낙하를 방지할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채 박○연이 운행한 ○○카가 해당 길목을 통과할 때 길목의 토사가 무너져 ○○카가 5m 아래로 굴러 넘어져 전복되게 하였다(이하, ○○카가 굴러 넘어져 전복된 것을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
이로써 청구인은 박○연에게 업무상 과실로 치료일수 미상의 상해를 가하였다.』
나. 피청구인은 피의사실은 인정되나 청구인에게 동종 범행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참작하여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다. 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으로 헌법상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당하였다고 주장하면서 2017. 8. 25.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요지
청구인은 안전관리자에 불과할 뿐 피의사실에 기재된 것과 같은 주의의무를 부담하는 현장안전관리책임자에 해당하지 않고, 이 사건 사고는 ○○카 운전자의 운전미숙으로 발생한 것이지 피의사실에 기재된 것과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것이 아님에도 피청구인이 피의사실을 인정하여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한 것은 위헌적인 공권력 행사이다.
3. 판단
가. 업무상 주의의무 존부에 관한 판단
(1) 청구인이 현장안전관리책임자인지 여부
산업안전보건법은 안전관리자(제15조), 보건관리자(제16조), 관리감독자(제14조), 안전보건관리책임자(제13조)에 대하여는 각 규정하고 있으나 현장안전관리책임자에 대하여는 규정하지 않고 있다. 다만 건설기술 진흥법에서 안전관리책임자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고, 산업안전보건법 소정의 관리감독자를 둔 경우에는 건설기술 진흥법 소정의 안전관리책임자를 둔 것으로 보게 되는바[산업안전보건법(2013. 5. 22. 법률 11794호로 개정된 것) 제14조 제2항], 산업안전보건법 상의 관리감독자가 건설기술 진흥법 상의 안전관리책임자와 같거나 유사한 지위를 갖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청구인은 산업안전보건법 소정의 안전관리자일 뿐 관리감독자가 아니므로 건설기술 진흥법 소정의 안전관리책임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청구인은 산업안전관리법 소정의 안전관리자에게 요구되는 의무, 즉 ‘안전에 관한 기술적인 사항에 관하여 사업주 또는 관리책임자를 보좌하고 관리감독자에게 조언·지도하는 의무’를 부담할 뿐(산업안전보건법 제15조), 산업안전보건법 제14조 소정의 관리감독자 및 건설기술 진흥법 소정의 안전관리책임자에게 요구되는 안전·보건점검 등에 관한 포괄적인 주의의무를 부담하지 아니한다. 그밖에 달리 청구인이 피의사실에 기재된 것과 같이 ○○카가 이동 중 발생할 수 있는 낙하사고를 미리 방지하여야 할 주의의무를 부담하는 현장안전관리책임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만한 다른 증거자료도 없다.
그럼에도 피청구인은 청구인이 현장안전관리책임자에 해당한다고 보고 피의사실을 인정하였는바, 이는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안전관리자’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것으로 보인다.
(2) 청구인에게 이 사건 사고를 방지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는지 여부
기록에 의하면, ○○은 이 사건 공사 중 철근콘크리트 공사를 □□ 주식회사(이하 ‘□□’라고 한다)에 하도급 하였고 □□는 주식회사 △△(이하 ‘△△’라고 한다)와 사이에 건설기계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으며, 박○연은 이 사건 공사 현장의 콘크리트 타공 작업을 하기 위해 △△ 소유의 ○○카를 운전하여 이 사건 공사 현장에 설치된 가설도로 위를 지나던 중 ○○카가 전복되는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사실이 인정된다.
도급계약의 경우 원칙적으로 도급인에게는 수급인의 업무와 관련하여 사고방지에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없으나, 법령에 의하여 도급인에게 수급인의 업무에 관하여 구체적인 관리·감독의무 등이 부여되어 있거나 도급인이 공사의 시공이나 개별 작업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지시·감독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도급인에게도 수급인의 업무와 관련하여 사고방지에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있다(대법원 1996. 1. 26. 선고 95도2263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원칙적으로 도급인인 ○○은 □□ 및 △△의 업무와 관련하여 사고방지에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없다. 다만, 사업의 일부를 분리하여 도급을 주어 하는 사업 또는 사업이 전문분야의 공사로 이루어져 시행되는 경우 각 전문분야에 대한 공사의 전부를 도급 주어 하는 사업에 해당하거나, ○○이 이 사건 공사의 시공이나 콘크리트 타설 작업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지시·감독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사고방지에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할 주의의무를 진다고 할 것인데,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증거자료만으로는 ○○에게 그와 같은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설령 ○○에게 사고방지에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기록에 의하면 ○○은 안전보건기구 총괄책임자로 부장 장○순, 안전관리자로 대리 직급인 청구인과 사원 김○현, 보건관리자로 사원 한○호를 각 지정하고, 토목, 건축, 전기, 설비, 품질, 자재와 관련하여 각 관리책임자, 관리감독자 등을 별도로 둔 사실, 청구인은 이 사건 사고 당일 콘크리트 ○○카의 운행에 관여한 바 없고, 이 사건 사고 이후 ○○에서는 장○순이 관여하여 □□, △△와 사이에 합의서를 작성하였을 뿐 청구인이 합의에도 관여하지 아니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안전보건기구 총괄책임자도 아니고 ○○의 대리로서 안전관리자 중 1인에 불과한 청구인에게 이 사건 사고 발생을 방지할 주의의무 및 그 의무 위반이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 이 사건 사고의 원인
피의사실에는 ‘차량이 운행을 하면 신호수를 배치하거나 이동로를 충분히 확보하는 등 낙하를 방지할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채 피해자가 운행한 ○○카가 해당 길목을 통과할 때 길목의 토사가 무너져 ○○카가 5m 아래로 굴러 넘어져 전복되게 하였다’고 기재되어 있는바,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사고가 토사가 무너져 발생한 것인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여 토사가 무너진 것인지 여부를 알 수 없고, 토사가 무너진 것이 사고의 원인이라고 하더라도 피의사실 기재 주의의무 위반과 토사가 무너진 것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의문이다.
나아가 신호수를 배치하지 아니하거나 이동로를 충분히 확보하지 아니한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고 하더라도 통상적으로 신호수의 배치가 작업을 위한 이동 중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함은 아닌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사고 발생 이전에 각종 건설장비들이 같은 가설도로를 사고 없이 통행하였다는 것이어서 신호수가 배치되었거나 이동로가 충분히 확보되었다고 하더라도 ○○카 운전자의 운전미숙 등으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바, 신호수의 미배치 또는 이동로의 미확보와 이 사건 사고 사이에 인과관계도 명확하지 않다.
다. 수사미진 및 법리오해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사정만으로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한 청구인의 주의의무 및 이 사건 사고의 원인을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피청구인으로서는 청구인이 안전관리자임에도 불구하고 피의사실 기재와 같은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있는 자료가 있는지, 이 사건 사고의 원인이 무엇인지, 신호수를 배치하지 아니한 것 및 이 사건 사고 발생 지점의 도로 폭과 이 사건 사고 사이에 각 인과관계가 있는지, ○○카 운전자에게 운전상의 과실은 없는지 등에 대하여 추가로 조사하여 청구인의 과실 및 이 사건 사고와의 인과관계를 판단했어야 한다.
그럼에도 피청구인은 오로지 청구인이 안전관리자라는 사실만으로 청구인에게 ○○카가 이동 중 발생할 수 있는 낙하사고를 미리 방지하여야 할 주의의무 및 그 의무위반이 있고 그로 인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음을 인정하고 이를 전제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는바, 이는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법리오해에 터 잡아 이루어진 것이다.
라. 소결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수사미진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라 할 것이고, 이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4. 결 론
그렇다면 청구인의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재판관 유남석 서기석 조용호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