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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시사항

가. 피청구인들이 2017. 5. 9. 제19대 대통령선거에서 청구인이 투표보조인으로 지명한 가족이 아닌 활동보조인 1인을 동반하여 기표소에 들어가려고 하는 것을 제지한 행위(이하 ‘이 사건 제지행위’라고 한다)에 대한 심판청구가 권리보호이익 또는 심판청구의 이익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소극) 나. 신체의 장애로 인하여 자신이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에 대해 투표보조인이 가족이 아닌 경우 반드시 2인을 동반하여서만 투표를 보조하게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는 공직선거법(2004. 3. 12. 법률 제7189호로 개정된 것) 제157조 제6항 중 ‘신체의 장애로 인하여 자신이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은 본인이 지명한 2인을 동반하여 투표를 보조하게 할 수 있다’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청구인의 선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재판요지

가. 이 사건 제지행위에 대한 심판청구가 인용된다고 하더라도 제19대 대통령선거의 절차가 모두 끝나 청구인이 주장하는 이 사건 제지행위로 인한 기본권침해의 상태가 이미 종료되어 청구인의 권리구제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심판대상조항 등이 남아있는 한 이 사건 제지행위와 유사한 기본권 침해가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제지행위에 대한 심판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권리보호이익이 없고 심판청구의 이익도 인정되지 않는다. 나. 심판대상조항은 신체의 장애로 인하여 자신이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의 선거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투표보조인이 장애인의 선거권 행사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방지하여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므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이 투표보조인이 가족이 아닌 경우 반드시 2인을 동반하도록 한 것은 위와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므로,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 투표의 결과가 공개되는 범위를 최소화하기 위해 심판대상조항 대신 투표보조인을 1인만 동반하게 하면서도 투표보조의 요건과 절차를 엄격히 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지만, 이러한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선거의 공정성을 해칠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할 수는 없고, 오히려 투표보조 제도를 활용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어 중증장애인들이 선거권 행사를 포기하게 될 수 있으므로, 이를 심판대상조항과 동일한 수준으로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볼 수 없다. 또한 근본적으로 신체에 장애가 있는 선거인이 투표보조인의 도움 없이 스스로 기표행위를 할 수 있도록 선거용 보조기구를 마련하도록 할 수도 있으나, 중증장애인들의 장애의 유형이나 정도에 따라 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선거용 보조기구를 모두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고, 새로운 보조기구를 도입하는 데에는 종합적인 고려가 필요하며, 이를 도입하더라도 여전히 보조인이 필요할 수 있으므로, 투표보조인의 보조를 통한 투표가 현재로서는 더 현실적인 방안이다. 나아가 심판대상조항은 선거인이 투표보조 제도를 쉽게 활용하면서 투표의 비밀이 보다 유지되도록 투표보조인을 상호 견제가 가능한 최소한의 인원인 2인으로 한정하고 있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실무상 선거인이 투표보조인 2인을 동반하지 않은 경우 투표사무원 중에 추가로 투표보조인으로 선정하여 투표를 보조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선거권 행사를 지원하고 있으며, 공직선거법은 처벌규정을 통해 투표보조인이 비밀유지의무를 준수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원칙에 반하지 않는다. 심판대상조항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은 중증장애인의 실질적인 선거권 보장과 선거의 공정성 확보로서 매우 중요한 반면,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청구인이 받는 불이익은 투표보조인이 가족이 아닌 경우 2인을 동반해야 하므로, 투표보조인이 1인인 경우에 비하여 투표의 비밀이 더 유지되기 어렵고, 투표보조인을 추가로 섭외해야 한다는 불편에 불과하므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원칙에 반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심판대상조항은 비밀선거의 원칙에 대한 예외를 두고 있지만 필요하고 불가피한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고 있으므로,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의 선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문형배의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반대의견 투표를 통한 정치적 의사표현은 가장 내밀한 영역에 해당하므로, 무엇보다 선거인은 자신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스스로 투표보조인으로 선정할 수 있어야 하지만, 심판대상조항은 선거인이 자신에게 필요한 투표보조인의 수를 스스로 결정할 수 없게 하고, 2인의 투표보조인에게 투표의 내용을 공개하도록 하여 선거권 행사를 위축시킨다. 또한 실무상 선거인이 투표보조인 2인을 동반하지 않은 경우 투표사무원 중에 추가로 투표보조인으로 선정하는 것은 선거인의 의사에 상관없이 신뢰관계가 형성된 적 없는 낯선 제3자에 대해서까지 자신의 내밀한 정치적 의사를 공개하도록 한다. 공직선거법이 처벌규정을 두어 투표보조인이 투표 내용을 공개하는 것을 방지하더라도 선거의 자유가 위축되는 것 자체를 막지 못한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데 치우친 나머지 비밀선거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으므로 선거권 제한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투표보조의 구체적 방법에 대하여 보다 명확한 절차를 마련한다면 투표보조인 1인을 동반하도록 하더라도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면서 투표 내용이 공개되는 범위를 축소할 수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대안이 없다고 볼 수 없다. 나아가 단번에 모든 장애인들을 만족시키기 어렵더라도 장애의 유형과 정도에 맞게 신체에 장애가 있는 선거인이 투표보조인의 도움 없이 스스로 기표행위를 할 수 있는 선거용 보조기구나 새로운 기술을 이용한 기표방법을 마련하여 투표보조를 받는 경우를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의 선거권을 침해한다.

참조조문

공직선거법(2004. 3. 12. 법률 제7189호로 개정된 것) 제157조 제6항 중 ‘신체의 장애로 인하여 자신이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은 본인이 지명한 2인을 동반하여 투표를 보조하게 할 수 있다’ 부분

참조판례

가. 헌재 2018. 8. 30. 2016헌마263, 판례집 30-2, 481, 493 나. 헌재 2016. 3. 31. 2015헌마1056 등, 판례집 28-1상, 556, 563, 헌재 2018. 1. 25. 2015헌마821 등, 판례집 30-1상, 111, 122

사건
2017헌마867 공직선거법제157조제6항후단위헌확인등
청구인
정○○ (대리인 변호사 ○ ○○○)
피청구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외 1인
판결선고
2020. 05. 27.

주 문

1. 공직선거법(2004. 3. 12. 법률 제7189호로 개정된 것) 제157조 제6항 중 ‘신체의 장애로 인하여 자신이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은 본인이 지명한 2인을 동반하여 투표를 보조하게 할 수 있다’ 부분에 대한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2. 청구인의 나머지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청구인은 뇌병변 1급 장애인으로서 활동보조인의 활동보조를 받고 있다. 청구인은 제19대 대통령선거일인 2017. 5. 9. 인천 계양구 ○○동 ○○투표소에서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아 투표를 하고자 하였다. 공직선거법 제157조 제6항 후단은 ‘시각 또는 신체의 장애로 인하여 자신이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은 그 가족 또는 본인이 지명한 2인을 동반하여 투표를 보조하게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마련한 투표관리 매뉴얼에서는 시각 또는 신체의 장애가 있는 선거인이 지명한 사람이 없거나 가족이 아닌 1인인 경우에는 투표참관인의 입회 아래 투표사무원 중에서 2인이 되도록 선정하여 투표를 보조하도록 안내하고 있었다. 청구인은 활동보조인 1인만을 동반하여 기표소에 들어가려고 하였으나, 위와 같은 이유로 위 투표소에 있던 투표관리관에 의해 제지되었다. 이에 청구인은 공직선거법 제157조 제6항 후단과 피청구인들이 활동보조인 1인만을 동반하여 기표소에 들어가려고 하는 청구인을 제지한 행위가 청구인의 선거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17. 8. 5.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은 공직선거법 제157조 제6항 후단 전부에 대해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는데, 청구인이 신체에 장애가 있는 선거인으로서 가족이 아닌 활동보조인 1인을 동반하여 투표를 보조하게 하려고 하였으므로, 이와 관련된 부분으로 심판대상을 한정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피청구인들이 2017. 5. 9. 제19대 대통령선거에서 청구인이 투표보조인으로 지명한 가족이 아닌 활동보조인 1인을 동반하여 기표소에 들어가려고 하는 것을 제지한 행위(이하 ‘이 사건 제지행위’라고 한다)와 공직선거법(2004. 3. 12. 법률 제7189호로 개정된 것) 제157조 제6항 중 ‘신체의 장애로 인하여 자신이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은 본인이 지명한 2인을 동반하여 투표를 보조하게 할 수 있다’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위헌인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과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공직선거법(2004. 3. 12. 법률 제7189호로 개정된 것) 제157조(투표용지수령 및 기표절차) ⑥ 선거인은 투표소의 질서를 해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초등학생 이하의 어린이와 함께 투표소(초등학생인 어린이의 경우에는 기표소를 제외한다)안에 출입할 수 있으며, 시각 또는 신체의 장애로 인하여 자신이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은 그 가족 또는 본인이 지명한 2인을 동반하여 투표를 보조하게 할 수 있다. [관련조항] 공직선거법(2015. 12. 24. 법률 제13617호로 개정된 것) 제157조(투표용지수령 및 기표절차) ⑦ 제6항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같은 기표소 안에 2인 이상이 동시에 들어갈 수 없다. 제167조(투표의 비밀보장) ① 투표의 비밀은 보장되어야 한다. ② 선거인은 투표한 후보자의 성명이나 정당명을 누구에게도 또한 어떠한 경우에도 진술할 의무가 없으며, 누구든지 선거일의 투표마감시각까지 이를 질문하거나 그 진술을 요구할 수 없다. 다만, 텔레비전방송국·라디오방송국·「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가목 및 나목에 따른 일간신문사가 선거의 결과를 예상하기 위하여 선거일에 투표소로부터 50미터 밖에서 투표의 비밀이 침해되지 않는 방법으로 질문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며 이 경우 투표마감시각까지 그 경위와 결과를 공표할 수 없다. ③ 선거인은 자신이 기표한 투표지를 공개할 수 없으며, 공개된 투표지는 무효로 한다. 제241조(투표의 비밀침해죄) ① 제167조(제218조의17 제9항에서 준용하는 경우를 포함한다)를 위반하여 투표의 비밀을 침해하거나 선거일의 투표마감시각 종료 이전에 선거인에 대하여 그 투표하고자 하는 정당이나 후보자 또는 투표한 정당이나 후보자의 표시를 요구한 자와 투표결과를 예상하기 위하여 투표소로부터 50미터 이내에서 질문하거나 투표마감시각 전에 그 경위와 결과를 공표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선거관리위원회의 위원·직원, 선거사무에 관계있는 공무원, 검사, 경찰공무원(司法警察官吏를 포함한다) 또는 군인(軍搜査機關所屬 軍務員을 포함한다)이 제1항에 규정된 행위를 하거나 하게 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제248조(사위투표죄) ① 성명을 사칭하거나 신분증명서를 위조·변조하여 사용하거나 기타 사위의 방법으로 투표하거나 하게 하거나 또는 투표를 하려고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선거관리위원회의 위원·직원 또는 선거사무에 관계있는 공무원(投票事務員·사전투표사무원 및 開票事務員을 포함한다)이 제1항에 규정된 행위를 하거나 하게 한 때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3. 청구인의 주장 가. 심판대상조항은 신체의 장애로 인하여 자신이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에게 투표보조인이 가족이 아닌 경우 반드시 2인을 동반하도록 요구하고 있는데, 피청구인들은 선거인이 가족이 아닌 투표보조인 1인을 동반한 경우 투표사무원 중에서 투표보조인을 추가로 선정하여 아무런 신뢰관계가 없는 제3자에게 청구인의 투표내용을 공개하도록 한다. 따라서 이 사건 제지행위와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의 선거권, 비밀선거의 권리,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 나. 이 사건 제지행위와 심판대상조항은 선거의 공정성을 도모하기 위해 가족의 보조를 받아 투표하는 선거인과 가족 외의 자의 보조를 받아 투표하는 선거인을 달리 취급하고 있다. 그러나 투표보조인의 수를 가족인지 여부로 결정하는 것은 아무런 근거 없는 부당한 차별이다. 따라서 이 사건 제지행위와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한다. 4. 이 사건 제지행위에 대한 판단 제19대 대통령선거의 절차가 모두 끝나 청구인이 주장하는 이 사건 제지행위로 인한 기본권침해의 상태가 이미 종료되었으므로, 이 사건 제지행위에 대한 심판청구가 인용된다고 하더라도 청구인의 권리구제에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 청구인이 종국적으로 다투는 것은 신체의 장애로 인하여 자신이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이 가족이 아닌 사람을 투표보조인으로 지명할 경우에도 1인을 동반하여 투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 제지행위에 대한 심판청구를 인용하더라도, 심판대상조항과 공직선거법 제157조 제7항 등 관련조항이 그대로 남아있는 한 이 사건 제지행위와 유사한 기본권 침해가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청구인도 종국적인 분쟁의 해결을 위해 이 사건 제지행위뿐만 아니라 심판대상조항에 대해서도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제지행위에 대한 심판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권리보호이익이 없고 심판청구의 이익도 인정되지 않는다(헌재 2018. 8. 30. 2016헌마263 참조). 5.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판단 가. 쟁점의 정리 헌법 제24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선거권이란 국민이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의하여 공무원을 선출하는 권리를 말한다(헌재 2016. 3. 31. 2015헌마1056 등 참조). 심판대상조항은 일차적으로 신체의 장애로 인하여 자신이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에 대해 보통선거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다만 심판대상조항은 투표보조인이 가족이 아닌 경우 선거인이 투표보조인 2인을 동반하여서만 투표를 보조하게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으므로, 비밀선거의 원칙에 대한 예외를 정하고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비밀선거의 원칙에 대한 예외를 두어 청구인의 선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한편 심판대상조항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는 청구인의 주장은 심판대상조항이 투표내용을 투표보조인에게 공개하도록 정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므로, 이 부분에 대한 판단은 앞에서 본 선거권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데에 포함된다. 또한 청구인이 주장하는 평등권 침해의 문제도 심판대상조항은 투표보조인이 가족인 경우와 달리 2인을 동반하도록 강제하여 1인을 동반하여 투표를 보조하게 할 수 없다는 것이므로, 심판대상조항이 청구인의 선거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함께 판단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사건의 쟁점은 심판대상조항이 비밀선거의 원칙에 대한 예외를 두어 청구인의 선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나. 비밀선거의 원칙과 선거권 제한의 한계 (1) 비밀선거의 원칙 헌법은 국회의원선거와 대통령선거에서 비밀선거 원칙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제41조 제1항, 제67조 제1항). 비밀선거란 선거인의 의사결정이 타인에게 알려지지 않도록 하는 선거를 말한다. 비밀선거를 보장하는 이유는 투표내용의 비밀을 보장함으로써 선거권의 행사로 인하여 선거인이 불이익을 입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비밀선거는 유권자의 정치적 의사결정을 국가의 강제와 사회의 압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필수적이고도 효과적인 수단이며, 자유선거 원칙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비밀선거의 원칙은 헌법상 선거원칙이므로, 입법자는 법률로 선거권을 형성할 때 이를 준수하고 실현해야 한다. 이에 따라 공직선거법은 투표의 비밀을 보장하고(제167조 제1항), 선거인이 투표한 후보자의 성명이나 정당명을 누구에게도 또한 어떠한 경우에도 진술할 의무가 없으며, 누구든지 선거일의 투표마감시각까지 이를 질문하거나 그 진술을 요구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제167조 제2항). 그리고 이를 위반하여 투표의 비밀을 침해한 사람은 형사처벌된다(제241조). (2) 선거권 제한의 한계 헌법 제1조가 천명하고 있는 국민주권의 원리는 국민의 합의로 국가권력을 조직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주권자인 국민이 정치과정에 참여하는 기회가 되도록 폭넓게 보장될 것이 요구된다. 대의민주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오늘날의 민주정치 아래에서 국민의 참여는 기본적으로 선거를 통하여 이루어지므로 선거는 주권자인 국민이 그 주권을 행사하는 통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국민주권의 원리와 선거를 통한 국민의 참여를 위하여 헌법 제24조는 모든 국민에게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보장하고 있고, 헌법 제11조는 정치적 생활영역에서의 평등권을 규정하고 있으며, 또한 헌법 제41조 제1항 및 제67조 제1항은 국회의원선거와 대통령선거에 있어서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의 원칙을 보장하고 있다. 헌법이 선거권과 선거원칙을 이같이 명문으로 보장하고 있는 것은 국민주권주의와 대의제 민주주의 아래에서는 국민의 선거권 행사를 통해 국가권력이 창설되고 구성되며 그 민주적 정당성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한편, 헌법 제24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고 규정함으로써 법률유보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이것은 선거권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이를 실현하고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선거권의 내용과 절차를 법률로 규정하는 경우에도 국민주권을 선언하고 있는 헌법 제1조, 평등권에 관한 헌법 제11조, 국회의원선거와 대통령선거에 있어서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를 보장하는 헌법 제41조 및 제67조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하여야 한다. 그리고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주권과 대의제 민주주의의 실현수단으로서 선거권이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에, 입법자는 선거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입법을 하여야 하며, 선거권을 제한하는 법률의 합헌성을 심사하는 경우에는 그 심사의 강도도 엄격하게 하여야 한다. 따라서 선거권을 제한하는 입법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필요하고 불가피한 예외적인 경우에만 그 제한이 정당화될 수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에 비밀선거의 원칙에 대한 예외를 두는 것이 청구인의 선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도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른 엄격한 심사가 필요하다(헌재 2018. 1. 25. 2015헌마821 등 참조). 다. 심판대상조항이 청구인의 선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1)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 심판대상조항은 신체의 장애로 인하여 자신이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이 가족이 아니더라도 본인이 지명한 2인을 동반하여 투표를 보조하게 함으로써 선거용 보조기구를 이용하여 기표할 수 없는 정도의 신체장애를 지닌 선거인의 선거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데 이바지한다. 특히 심판대상조항은 가족이 없거나, 장애인복지시설에 거주하는 경우와 같이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여 가족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장애인이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은 투표보조인이 가족이 아닌 경우 반드시 2인을 동반하여 상호 견제 아래 투표를 보조하게 함으로써 투표보조인이 선거인의 의사에 반하여 기표행위를 하거나 선거인에게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방지한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신체의 장애로 인하여 자신이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의 선거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투표보조인이 장애인의 선거권 행사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방지하여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므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이 투표보조인이 가족이 아닌 경우 반드시 2인을 동반하도록 한 것은 위와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므로,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 (2) 침해의 최소성 (가) 선거의 공정은 선거의 자유에 못지않게 중요한 헌법적 가치로서, 특히 우리의 정치문화와 선거풍토를 감안할 때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거동이 불편한 중증장애인들 중 다수는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장애인 거주시설의 관계자들은 해당 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이러한 영향력을 이용하여 해당 장애인의 선거권 행사에도 부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시설에 거주하지 않는 중증장애인들도 선거권을 행사하기 위해 누군가의 보조가 필요하므로 경우에 따라서는 투표보조자들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즉, 중증장애인들은 스스로 투표하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투표를 보조하는 사람들이 그 기회를 이용하여 장애인의 선거권 행사를 형해화시키고 대리투표의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게 된다. 실제 최근까지도 이와 같이 중증장애인의 선거권 행사를 대리투표로 악용하는 등의 선거범죄가 발견되고 있다. 이에 심판대상조항은 선거의 공정성을 보장하고 중증장애인의 선거권 행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공정한 투표보조가 이루어지도록 투표보조인이 가족이 아닌 경우 2인을 동반하도록 정하고 있다. (나)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은 투표보조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선거인은 필연적으로 투표의 비밀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비밀선거의 원칙은 국민의 선거권 행사에서 보장되어야 할 중요한 헌법적 가치인 만큼 불가피하게 투표의 결과가 일부 공개될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그 범위를 최소화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심판대상조항과 같이 투표보조인 2인을 동반하도록 강제할 것이 아니라, 투표보조인을 1인만 동반하게 하면서도 투표보조의 요건과 절차를 엄격히 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장애인 거주시설의 장이나 직원 등과 같이 선거인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사람은 투표보조인이 될 수 없도록 하거나, 선거인으로부터 투표보조인에 대한 특별한 신뢰가 있다는 의사를 확인한 경우에만 투표를 보조할 수 있게 하는 등 투표보조인의 자격을 제한하는 것이다. 또는 투표보조인에게 선거인의 의사에 따라 기표행위를 하도록 선서의 의무를 지우거나, 투표 후 투표보조인이 선거인의 의사와 동일하게 기표행위를 하였다는 점을 투표관리관 등이 선거인으로부터 확인하는 등의 투표보조의 구체적 절차를 마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투표보조 제도를 악용하여 선거의 공정성을 해칠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할 수는 없다. 오히려 위와 같은 방법들이 선거인이 투표보조 제도를 활용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어 선거권 행사를 포기하게 만드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또한 투표보조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어려워질 경우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생활하는 중증장애인은 거소투표를 활용할 수 있는데(공직선거법 제38조 제4항 제3호), 거소투표의 경우 대리투표 등의 선거 부정이 발생하거나 투표의 비밀이 침해될 우려가 더 크다는 점에서 심판대상조항보다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위와 같은 방법은 심판대상조항과 동일한 수준으로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볼 수 없다. (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이 비밀선거의 원칙에 대한 예외를 정하고 있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신체의 장애로 인하여 자신이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도 투표보조인의 도움 없이 스스로 기표행위를 할 수 있도록 선거용 보조기구를 마련하도록 할 수도 있다.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신체에 장애가 있는 선거인을 위하여 모든 투표소에 마우스피스형과 손목형 기표용구 두 종류의 특수형 기표용구를 비치하고 있으나, 선거인의 장애 유형과 정도에 따라 특수형 기표용구가 제한적으로 이용될 수밖에 없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은 특수형 기표용구를 사용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의 선거권 행사를 지원하기 위해 활용되고 있다. 그런데 위와 같은 특수형 기표용구를 사용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들은 장애의 유형이나 정도에 따라 기표행위를 하기 위한 동작 내지 가능한 물리적 동작이 매우 다양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이 장애의 유형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선거용 보조기구를 모두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다. 또한 이를 마련한다고 하더라도 그에 따른 특수한 투표용지, 관련 기구와 시설, 별도의 선거관리 인력 등 해당 보조기구 사용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종합적인 고려가 필요하므로, 무리 없이 이를 도입할 수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나아가 선거용 보조기구를 도입한 경우에도 선거인이 그 기구를 이용할 수 있도록 보조할 사람이 여전히 필요할 수 있고, 중증장애인 중에는 이러한 보조기구마저 이용하기 어려운 사람도 있으므로, 중증장애인의 투표에 관한 비밀을 완전히 보장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향후 관련 기술이 개발되고 새로운 선거용 보조기구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방안이 마련될 경우 그와 같은 선거용 보조기구를 도입하여 신체에 장애가 있는 선거인들이 스스로 기표행위를 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투표보조인의 보조를 통한 투표가 현재로서는 더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밖에 없다. (라)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투표보조인을 견제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을 둘 수 있지만, 심판대상조항은 선거인이 투표보조 제도를 쉽게 활용하면서 투표의 비밀이 보다 유지되도록 투표보조인을 상호 견제가 가능한 최소한의 인원인 2인으로 한정하고 있다. 공직선거법이 가족을 투표보조인으로 동반할 경우에는 가족관계에 의하여 본인의 의사에 따른 기표행위가 담보된다고 간주하여 1인이 투표를 보조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는 것도 같은 취지이다(대법원 1999. 7. 13. 선고 99우48 판결 참조). 그런데 신체에 장애가 있는 선거인이 가족이 아닌 투표보조인 2인을 동반하여 투표를 보조하게 하는 것은 선거인에게 지나친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실무상 선거인이 가족이 아닌 투표보조인 2인을 동반하지 않은 경우 투표참관인의 입회 아래 투표사무원 중 1인 또는 2인을 투표보조인으로 선정하여 투표를 보조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선거권 행사를 지원하고 있다. 선거인이 1인의 투표보조인만을 동반하거나 아예 투표보조인을 동반하지 않은 경우에도 투표보조인을 지원하여 부담을 줄여주고 있는 것이다. 또한 공직선거법은 투표의 비밀을 보장하고 있고(제167조 제1항), 투표의 비밀을 침해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며(제241조 제1항), 투표보조인이 선거인의 의사와 달리 다른 후보자에게 투표하거나 무효투표를 하는 등 선거인의 의사와 다른 투표를 한 경우에는 사위투표죄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제248조 제1항). 나아가 공직선거법은 선거관리위원회의 위원·직원, 선거사무에 관계있는 공무원이 위와 같은 행위를 한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제241조 제2항, 제248조 제2항). 비록 심판대상조항이 비밀선거의 원칙에 대한 예외를 정하고 있지만, 위와 같은 처벌규정들은 투표보조인이 비밀유지의무를 준수하도록 강제하여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한 선거인의 피해가 확대되지 않도록 방지하고 있다. (마) 그러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원칙에 반하지 않는다. (3) 법익의 균형성 심판대상조항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은 신체의 장애로 인하여 자신이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의 선거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투표보조인이 장애인의 선거권 행사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방지하여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중증장애인의 실질적인 선거권 보장과 선거의 공정성 확보는 매우 중요한 공익이다. 반면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청구인이 받는 불이익은 투표보조인이 가족이 아닌 경우 2인을 동반해야 하므로, 투표보조인이 1인인 경우에 비하여 투표의 비밀이 더 유지되기 어렵고, 투표보조인을 추가로 섭외해야 한다는 불편이다. 그런데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실무상 선거인이 가족이 아닌 투표보조인 2인을 동반하지 않은 경우 투표참관인의 입회 아래 투표사무원 중 1인 또는 2인을 투표보조인으로 선정하여 투표보조인 2인이 투표를 보조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선거인이 투표보조인을 섭외해야 하는 불편을 해소하고 있고, 이러한 투표보조인 2인은 중증장애인의 선거권 행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인원이라는 점에서 그 불이익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공직선거법은 형사처벌을 통해 투표보조인이 선거인의 투표의 비밀을 침해하는 것을 방지하여 투표의 비밀이 유지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이 청구인이 받는 불이익보다 더 크다고 할 수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원칙에 반하지 않는다. (4) 소결 그러므로 심판대상조항은 비밀선거의 원칙에 대한 예외를 두고 있지만 필요하고 불가피한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고 있으므로,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의 선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6. 결 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고, 청구인의 나머지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7.과 같은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문형배의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에 따른 것이다. 7.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문형배의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반대의견 우리는 법정의견과 달리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청구인의 선거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므로, 다음과 같이 반대의견을 남긴다. 가.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 심판대상조항은 신체의 장애로 인하여 자신이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의 선거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투표보조인이 장애인의 선거권 행사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방지하여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므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심판대상조항이 투표보조인이 가족이 아닌 경우 반드시 2인을 동반하도록 한 것은 위와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므로,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 나. 침해의 최소성 (1) 비밀선거의 원칙과 자유선거의 원칙 국민은 선거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고 정치적 의사결정에 참여함으로써 국민의 자기통치를 실현한다. 국민의 정치적 의사가 왜곡되지 않고 선거를 통해 표현되기 위해서, 선거의 전 과정에서 선거권자의 의사형성의 자유와 의사실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자유선거의 원칙이 준수되어야 한다(헌재 1994. 7. 29. 93헌가4 등; 헌재 2018. 4. 26. 2016헌마611 참조). 자유선거의 원칙은 기본적으로 투표의 내용을 스스로 자유롭게 결정하고 투표에서 표현하는 것을 보장한다. 비밀선거의 원칙은 투표의 비밀을 보장함으로써 위와 같은 자유선거의 원칙이 준수되도록 한다. 입법자는 기술적으로 투표의 비밀이 유지될 수 있는 투표절차와 방법 및 설비 등을 마련하여야 한다. 이를 통해 선거권자가 스스로 결정한 정치적 의사를 투표로 표현하고 그 내용을 자기 자신만이 알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비밀선거와 자유선거의 원칙이 실현된다. 투표의 내용이 공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선거권자의 투표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비밀선거는 자유선거와의 관계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비밀선거의 원칙은 국가뿐만 아니라 사인 사이에서도 보장되어야 한다. 특히 특정인이 타인에 대해 종속적일 수 있는 관계에 놓여있는 경우에는 비밀선거의 원칙이 준수될 수 있도록 더욱 신중한 배려가 필요하다. 따라서 이와 같은 비밀선거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입법자가 비밀선거의 원칙에 대한 예외를 정하는 것은 선거인이 투표의 내용을 스스로 자유롭게 결정하고 투표에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되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될 수 있다. (2) 심판대상조항이 청구인의 선거권 제한을 최소화하고 있는지 여부 투표보조 제도는 신체의 장애로 인하여 자신이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이 선거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투표보조인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선거인의 정치적 의사가 투표로 정확히 표현될 수 있도록 보조하는 것이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헌법과 공직선거법은 투표의 비밀을 보장하고 있다. 또한 공직선거법은 투표의 비밀을 침해하는 행위를 처벌할 뿐 투표지를 공개하거나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것이 아닌 이상 스스로 투표 내용을 공개한 행위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는다(공직선거법 제167조, 제241조). 이는 투표를 통한 정치적 의사표현이 가장 내밀한 영역에 해당하므로 그 공개 여부에 대한 선거인의 의사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선거인은 투표보조인에게 자신의 가장 내밀한 정치적 의사를 공개하고 투표를 보조하게 한다. 따라서 선거인의 정치적 의사가 투표로 정확히 표현되고 투표보조인의 부당한 영향으로부터 자유롭게 투표하기 위해 무엇보다 선거인은 자신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스스로 투표보조인으로 선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은 투표보조인이 선거인의 의사에 반하여 기표행위를 하거나 선거인에게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투표보조인이 가족이 아닌 경우 반드시 2인을 동반하도록 하여 상호 견제 아래 투표를 보조하게 한다. 이로 인해 선거인은 자신에게 필요한 투표보조인의 수를 스스로 결정할 수 없게 된다. 또한 2인의 투표보조인을 동반할 경우 1인인 경우에 비하여 투표의 비밀이 보다 더 유지되지 않는다. 투표 내용과 같이 개인의 가장 내밀한 영역일수록, 타인에게 공개되는 것 자체로 개인의 자유를 중대하게 제한하는 것이 된다. 따라서 2인의 투표보조인을 동반하도록 하여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게 되더라도, 선거인은 2인의 투표보조인에게 투표의 내용을 공개하게 됨으로써 선거권을 행사하는 데 위축될 수밖에 없다. 나아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실무상 선거인이 가족이 아닌 투표보조인 2인을 동반하지 않은 경우 투표참관인의 입회 아래 투표사무원 중 1인 또는 2인을 투표보조인으로 선정하여 투표를 보조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선거인의 비밀선거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 될 수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청구인과 같이 선거인이 선정한 투표보조인 1인만을 동반하는 경우이다. 선거인은 스스로 선정한 투표보조인을 명시적으로 동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의사에 상관없이 투표사무원 중에 1인을 추가로 동반하여서만 투표를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해당 선거인은 투표하기 위해서 자신과 신뢰관계가 형성된 적 없는 낯선 제3자에 대해서까지 자신의 내밀한 정치적 의사를 공개하여야 하는 불이익을 입게 된다. 공직선거법은 투표보조인이 투표의 비밀을 준수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처벌규정을 마련하여 선거인의 피해가 확대되지 않도록 방지하려고 한다(제167조 제1항, 제241조, 제248조). 그러나 이와 같은 처벌규정은 투표보조인이 외부로 투표 내용을 공개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지만, 추가된 투표보조인에게 투표 내용을 공개하는 것으로 인해 선거인의 자유가 위축되는 것 자체를 막지는 못한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데 치우친 나머지 비밀선거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으므로 청구인의 선거권 제한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3)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대안이 존재하는지 여부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투표보조 제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선거인이 투표보조인으로서 적합하다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스스로 선정하도록 보장하고 확인하는 것이다. 투표보조 제도는 비밀선거의 원칙에 대한 예외를 정하고 있어 선거의 자유를 해칠 우려가 있는 만큼, 선거인의 의사대로 투표보조인이 선정되었는지 여부, 투표보조인이 선거인의 의사에 반하여 기표행위를 하거나 선거인에게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였는지 여부 등을 확인하여 선거인의 의사대로 투표가 이루어지도록 보장해야 한다. 선거인이 자유롭게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을 때 심판대상조항이 추구하는 선거의 공정성도 함께 확보된다는 것을 놓쳐서는 안된다.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은 선거인의 선거의 자유가 확보되었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두지 않고 단순히 2인의 투표보조인이 상호 견제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그러나 투표보조인이 가족이 아닌 경우 2인을 동반하도록 강제하더라도, 투표보조인 2인이 모두 선거인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특수한 관계에 있거나, 투표보조인 상호 간에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어 선거인의 의사에 반하여 투표하기로 계획하는 경우에는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반면 투표보조의 구체적 방법에 대하여 보다 명확한 절차를 마련한다면 투표보조인 1인을 동반하도록 하더라도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면서 투표 내용이 공개되는 범위를 축소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선거인으로부터 투표보조인에 대한 특별한 신뢰가 있다는 의사를 확인한 경우에만 투표를 보조할 수 있게 하고, 투표보조인에게 선거인의 의사에 따라 기표행위를 하도록 선서의 의무를 지우며, 투표 후 투표보조인이 선거인의 의사와 동일하게 기표행위를 하였다는 점을 투표관리관 등이 선거인으로부터 확인하는 등의 투표보조의 구체적 절차를 둘 수 있다. 나아가 장애인 거주시설의 장이나 직원 등과 같이 선거인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사람은 투표보조인이 될 수 없도록 투표보조인의 자격을 제한할 수도 있다. 법정의견은 위와 같은 대안이 투표보조 제도가 쉽게 활용되지 못하게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선거의 공정성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가 왜곡되지 않고 올바르게 선거에 반영될 때 확보될 수 있으므로, 선거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은 선거는 공정성을 확보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투표보조의 절차를 구체적으로 마련하기 위해 노력과 비용이 소요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통해 선거인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사대로 투표할 수 있게 된다면, 궁극적으로 선거의 공정성도 확보된다는 점에서 심판대상조항보다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보다 청구인의 투표의 비밀을 보다 더 유지할 수 있는 대안이 없다고 볼 수 없다. (4) 장애인인 유권자가 스스로 투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성 현행 공직선거법은 투표용지에 기표용구를 사용하여 기표를 하는 방식으로 투표하도록 정하고 있다(공직선거법 제146조 제1항, 제159조). 그 결과 신체의 장애로 인해 위와 같은 방식으로 투표할 수 없는 선거인은 선거권 행사에 어려움이 생긴다. 관련 법률에서 장애인의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에 대해 장애의 유형 및 정도에 적합한 기표방법 등 선거용 보조기구를 개발하고 보급하도록 정하고 있지만(장애인복지법 제26조,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27조 제2항), 현재 제공되고 있는 선거용 보조기구는 마우스피스형과 손목형 기표용구 두 종류의 특수형 기표용구에 불과하다. 중증장애인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신체에 장애가 있는 선거인으로서는 무효표가 되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특수형 기표용구를 이용하여 투표하거나, 심판대상조항에 따라 투표보조 제도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단순히 중증장애인의 선거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제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신체의 장애로 인하여 현행 투표 방법으로는 정확한 투표가 곤란한 다수의 장애인들이 선거권을 직접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이다. 그 결과 다수의 장애인들은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비밀선거가 제한되는 상황을 감수할 수밖에 없으므로, 이로 인한 피해가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다.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특수형 기표용구 외에도 장애의 유형과 정도에 맞게 신체에 장애가 있는 선거인이 투표보조인의 도움 없이 스스로 기표행위를 할 수 있는 선거용 보조기구나 새로운 기술을 이용한 기표방법을 마련하여 심판대상조항을 통해 투표보조를 받는 경우를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버튼을 누르거나 숨을 불어넣는 등 간단한 물리적 동작으로도 기표가 이루어지는 선거용 보조기구가 마련된다면, 상당수의 신체에 장애가 있는 선거인이 투표보조인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기표행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위와 같이 새로운 선거용 보조기구를 도입하는 데에는 비용 등 현실적인 제약이 있을 수 있고, 새로운 선거용 보조기구가 단번에 모든 장애인들을 만족시키기 어려울 수 있으나 선거용 보조기구나 기표방법에 대한 개선은 신체에 장애가 있는 선거인 다수에 대해 비밀선거가 제한되는 상황을 감소시킬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5) 소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원칙에 반한다. 다. 법익의 균형성 심판대상조항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은 신체의 장애로 인하여 자신이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의 선거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투표보조인이 장애인의 선거권 행사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방지하여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심판대상조항은 투표보조의 구체적 방법에 대한 명확한 절차를 마련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투표보조인 2인이 선거권 행사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은 투표보조인 2인에게 선거인의 가장 내밀한 정치적 의사를 공개하도록 강제하고 있어 선거의 자유가 위축될 우려가 더 커진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으로 달성되는 공익은 제한적이다. 반면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청구인이 받는 불이익은 투표보조인이 가족이 아닌 경우 2인을 동반해야 하므로, 투표보조인이 1인인 경우에 비하여 투표의 비밀이 더 유지되기 어렵고, 투표를 하기 위해서는 투표일 당일 투표보조인 1인을 추가로 섭외해야 한다는 제한이다. 투표 내용은 가장 내밀한 정치적 의사라는 점에서 추가적으로 공개되는 대상이 1인에 불과하다고 하더라도 개인의 선거권 행사에 대해서는 중대한 제한에 해당될 수 있다. 또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실무상 선거인이 가족이 아닌 투표보조인 1인만 동반한 경우 선거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투표참관인의 입회 아래 투표사무원 중 1인을 투표보조인으로 추가한 경우에만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선거인과 신뢰관계가 없는 낯선 제3자에 대해서도 자신의 내밀한 정치적 의사를 공개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중대한 제한에 해당된다. 그리고 심판대상조항은 신체의 장애로 인하여 현행 투표 방법으로는 정확한 투표가 곤란한 다수의 장애인들에게도 적용된다는 점에서 위와 같은 불이익이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선거권은 정치적 자기결정권의 행사라는 점에서 정치적 의사형성에서부터 투표를 통한 의사실현에 이르기까지 유권자 스스로 자기 책임 아래에서 이를 완결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투표보조 제도는 비록 장애인인 유권자에 대한 지원 수단이지만, 이 경우에 있어서도 이를 활용하는 장애인인 유권자에게 자신의 의사대로 정확히 투표가 이루어졌는지를 확인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이의를 제기할 책임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은 장애인인 유권자가 스스로 이러한 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정치적 자기결정권 행사를 완결할 수 있다는 점을 도외시한 채 오로지 시혜적 관점에서 2인의 투표보조인의 상호 견제를 통해서만 선거의 공정성이 확보될 수 있다고 전제하고 있다. 심판대상조항을 활용하는 장애인인 유권자는 투표의 비밀이 유지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정치적 자기결정권 행사를 완결할 수 있는 절차적 보장도 받지 못하고, 유권자 본인을 포함한 3인이 기표소에 함께 들어가 투표하는 등 장애가 없는 유권자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선거권을 행사하도록 강제된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청구인이 입게 되는 불이익은 심판대상조항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보다 더 크므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원칙에 반한다. 라. 결론 심판대상조항은 필요하고 불가피한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비밀선거의 원칙에 대한 예외를 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의 선거권을 침해한다. 다만 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 단순위헌으로 선언하여 즉시 효력을 상실하게 될 경우에는 투표보조 제도의 법적 근거가 사라져 법적인 공백 상태를 초래하게 된다. 또한 어떠한 내용으로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적인 요소를 제거하고 합헌적으로 조정할 것인지는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입법재량에 속하는 것이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되, 이를 대체하여 적용할 새로운 입법이 이루어질 때까지 심판대상조항을 잠정적으로 계속 적용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

재판관 유남석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