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점보기

AI가 추출한 핵심 문장으로 판결문 요점을 빠르게 파악해 보세요.

판시사항

피청구인의 기소유예처분이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로서 청구인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본 사례

재판요지

청구인이 모텔에서 소지품을 챙겨 밖으로 나올 때 타인 소유의 휴대폰과 지갑을 가지고 나온 사실은 인정되나, 청구인이 사건 당시 술에 취해 정신이 온전하지 않은 상태였음을 추단케 하는 정황들이 확인되므로, 청구인에게 절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으며, 그로 인해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참조조문

헌법 제10조, 제11조 제1항,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29조

사건
2017헌마645 기소유예처분취소
청구인
서○민 (국선대리인 변호사 ○○○)
피청구인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검사직무대리
판결선고
2019. 04. 11.

주 문

피청구인이 2017. 3. 14. 서울남부지방검찰청 2017년 형제12577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2017. 3. 14. 피청구인으로부터 절도 피의사실에 관하여 기소유예처분(서울남부지방검찰청 2017년 형제12577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받았고,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24세, 여)은 피해자 지○우(28세, 남)와 2016. 12. 17.경 처음 만나 연락처를 주고받은 사이로, 약 2주간 연락을 주고받던 중 같은 달 29. 19:00경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3가 ○○ 커피숍 앞에서 만나 술을 마신 뒤에 피해자와 근처에 있는 ○○모텔에 갔다. 청구인은 2016. 12. 29. 21:08경부터 22:08경 사이 위 모텔 507호 내에서 피해자 소유의 판매가 800,000원 상당 삼성 갤럭시 S7 휴대폰 1개, 300,000원 상당 몽블랑 검정색 반지갑 1개를 포함하여 지갑에 있는 주민등록증, 신한체크카드 2개, 현금 5만 원 권 1개, 1만 원 권 5개 등을 가져갔다. 이로써 청구인은 피해자 소유 145만 원 상당의 재물을 가져가 절취하였다.」 나. 청구인은 2017. 6. 9.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그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은 사건 당일 피해자와 술을 마셔 20:00경 이후로는 기억이 없고, 정신을 차리자 어두운 방에서 피해자가 자신을 누르고 있어 황급히 모텔을 빠져나오면서 피해자의 휴대폰과 지갑을 청구인의 것으로 잘못 알고 가지고 나왔을 뿐이며, 사건 발생 몇 시간 후 경찰서에 피해품을 반환하였다. 따라서 청구인에게는 절도의 고의가 없으며, 피청구인이 청구인에 대하여 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3. 판 단 가. 인정되는 사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은 ○○학교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대학원생으로서, 2016. 12. 17.경 이태원 클럽에서 알게 된 피해자와 연락을 주고받다가, 같은 달 29. 19:00경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3가 ○○ 커피숍 앞에서 만나 근처 이자카야에서 술을 마신 뒤 21:08경 근처에 있는 ○○모텔에 피해자와 함께 입실하였다. (2) 청구인은 같은 날 22:09경 모텔방 선반 위에 있던 피해자의 지갑과 휴대폰을 가지고 홀로 객실을 나와, 23:10경 귀가하였다. (3) 피해자는 같은 날 22:30경 지갑과 휴대폰이 없어진 것을 발견하고 피해자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으나, 청구인이 전화를 받아 ‘그러고 싶냐, 장난 치냐’ 등의 말을 하면서 전화를 끊자, 경찰에 112 전화로 도난신고를 하였다. (4)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피해자 휴대폰으로 2차례 연락을 하였으나 청구인은 횡설수설하면서 2차례 모두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그 후 청구인은 청구인 본인의 휴대폰으로 중앙지구대에 직접 전화를 걸어 중앙지구대로 오겠다고 한 후 전화를 끊었다. (5) 청구인은 다음 날 00:42경 부모와 함께 영등포 경찰서 중앙지구대에 출석하여 경찰에 휴대폰과 지갑을 제출하였다. 피해자가 지갑의 내용물을 확인한 후 신한 S-Line 체크카드 1매와 현금 35만 원(이하 ‘피해카드등’이라 한다)이 없다고 하여 경찰이 청구인에게 그 소재를 추궁하였으나, 청구인은 진술을 하지 않았다. 나. 이 사건의 쟁점 청구인은 사건에 관하여 기억이 전혀 없다고 주장하는바, 이 사건의 쟁점은 청구인이 모텔에서 소지품을 챙겨 밖으로 나올 당시 피해자 소유의 휴대폰과 지갑 등에 대한 절도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 및 청구인이 피해자에게 피해품을 반환할 당시 일부 품목을 반환하지 아니하여 절도혐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다. 절도의 고의 인정 여부 (1) 절도죄가 성립하기 위해 필요한 주관적 구성요건으로서의 절도의 고의는 그 성질상 그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입증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8도6755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 드러난 사건 경위, 청구인의 사건 전후 행적 등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에 의해 청구인에게 절도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 판단한다. (2) 피해자는 모텔에서 관계를 갖던 도중 청구인이 갑자기 가야겠다며 옷을 챙겨 입었고, 그 때 휴대폰과 지갑을 챙겨나간 것 같다고 진술하는 반면, 청구인은 모텔에 들어간 기억이 없고 피해자가 어두운 방에서 몸을 누르는 느낌이 들어 서둘러 빠져나왔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청구인이 모텔을 나온 경위에는 다소 차이가 있으나, 청구인이 22:09경 무렵 비교적 서둘러 모텔을 빠져나왔고, 피해자는 이를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3) 한편 청구인은 22:09경 모텔을 나온 후, 22:25경 영등포역 근처 ○○ 정류장에서 ○○번 버스를 탄 것으로 확인된다. 그런데 ○○번 버스는 청구인의 거주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운행하는 버스로서, 청구인이 불과 몇 시간 전에 집에서 □□번 버스를 타고 약속 장소인 영등포역으로 왔던 것과 비교하면 버스를 잘못 탄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사건 직후 피해자의 전화를 받은 청구인은 ‘그러고 싶냐, 장난치냐’ 등의 말을 하더니 전화를 끊었고, 출동한 경찰관과의 세 차례 통화 역시 횡설수설하다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사건 당시 피해자와 약 2시간에 걸쳐 술을 마신 청구인은 사건 당시와 그 이후 한동안 술에 취해 정신이 온전하지 않은 상태였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청구인이 사건 당시 피해자의 지갑과 휴대폰을 본인의 물건이라고 오인하고 가져갔다가 그 사실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전화를 받고 비로소 알게 되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4) 청구인은 사건 발생 다음날 00:42경 영등포 경찰서 중앙지구대에 직접 출석하여 피해자의 휴대폰과 지갑을 제출하였다. 비록 경찰의 연락을 받고서 제출하기는 했으나, 사건 발생으로부터 불과 2시간여가 지난 시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그보다 더 빨리 반납하기는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피해품 반환 경위를 들어 절도의 고의를 인정하기는 어렵다. (5) 청구인은 사건 당시 피해자와 둘이 있는 모텔 방에서 피해자가 깨어 있는 가운데 피해자의 물건을 가져간 것이어서 도난 사실이 발각되는 즉시 혐의를 받게 된다. 그런데 피해자가 사건 당일 지구대에 출석하여 작성한 진술서를 보면 청구인의 본명과 생년이 적혀 있어, 청구인이 피해자에게 자신의 이름과 나이를 정확히 알려준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사건 이전에 약 2주 간 피해자와 문자 등을 주고받은 적이 있어 쉽게 추적될 수 있는 상황임에도 굳이 피해자의 물건을 취득할 의도로 가져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청구인의 학력, 경제력, 전과 등을 고려하였을 때, 피해자의 휴대폰이나 지갑을 훔칠만한 동기 역시 분명치 않다. (6) 결국 이 사건 기록만으로는 청구인에게 피해자의 지갑과 휴대폰에 대한 절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라. 이 사건 피해카드등에 대한 절도 인정 여부 (1) 피해자가 작성한 최초 진술서에는 피해품 목록으로 체크카드 2개와 현금 35만원이 기재되어 있어, 청구인이 반환한 물품과 일치하지 않는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발생 당시에는 절도의 고의가 없었더라도, 피해자 주장의 피해품목 중 실제 반환되지 않은 품목이 있다면 절도죄가 성립할 수 있다. (2) 그러나 과연 처음부터 피해자의 지갑에 위 카드와 현금이 들어 있었는지도 확실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술에 취해있던 피해자가 이자카야에서 결제할 때 또는 모텔로 이동하던 도중 체크카드를 떨어뜨렸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더욱이 체크카드는 도난신고나 사용내역의 추적으로 인해 실제 사용이 어려워 청구인에게는 별다른 효용이 없음에도, 청구인이 체크카드 2매 중 1매만 반환하고 나머지 1매를 반환하지 않았다는 것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3) 또한 처음에는 35만 원이라던 현금 피해금액이 나중에는 10만 원으로 축소되어 범죄사실로 인정되었는데, 이 사건 수사기록만으로는 왜 피해금액이 신고 당시보다 줄었는지 알기 어렵다. (4) 이상의 사정들을 종합하여 볼 때, 경제적으로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던 청구인이 이미 자신의 신상에 대해 알고 있는 피해자 소유의 물품 중 일부를 범죄혐의를 받을 위험을 무릅쓰고 반환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이 사건 기록만으로는 청구인의 이 사건 피해카드등에 대한 절도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 마. 소결 청구인에게 피해자의 지갑과 휴대폰에 대한 절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청구인이 이 사건 피해카드등을 가져갔다는 증거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청구인에 대하여 절도죄가 성립함을 인정하고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으며, 그로 인해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유남석 서기석 조용호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