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2015. 7. 20. 국가보안법위반(찬양·고무등)등 죄로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창원지방법원 2015고단1244, 2015고단1350(병합)] 항소하였는데, 항소심에서 사건이 병합됨에 따라 직권파기되어 2016. 9. 30. 징역 1년 6월, 자격정지 1년 6월의 형을 선고받았다[창원지방법원 2015노1668, 2016노1859(병합)]. 이에 청구인이 상고하였으나 2017. 2. 15. 대법원에서 상고가 기각되어 그 형이 확정되었다(대법원 2016도16419).
나. 청구인은 공직선거법 제18조 제1항 제2호 본문의 선거권이 없는 사람에 해당하여 2017. 5. 9. 실시되는 제19대 대통령선거에서 선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되자 2017. 4. 21. 위 법률조항에 대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다. 이후 청구인은 2017. 9. 22. 위 징역형의 집행을 마친 후 별건의 노역장 유치기간까지 모두 종료된 2017. 10. 12. 출소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은 선거일을 기준으로 ‘1년 이상의 징역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한 사람’에 해당하여 선거권을 제한받았으므로, 심판대상은 청구인과 관련된 부분으로 한정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공직선거법(2015. 8. 13. 법률 제13497호로 개정된 것) 제18조 제1항 제2호 본문 중 ‘1년 이상의 징역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한 사람’에 관한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고 한다)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공직선거법(2015. 8. 13. 법률 제13497호로 개정된 것)
제18조(선거권이 없는 자) ① 선거일 현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은 선거권이 없다.
2.1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하거나 그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되지 아니한 사람. 다만, 그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유예기간 중에 있는 사람은 제외한다.
3. 청구인의 주장요지
심판대상조항은 수형자라는 이유로 획일적으로 선거권을 제한하고 있는데, 이는 국민주권의 원리, 보통선거의 원칙 등에 비추어 청구인의 선거권,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
4. 판 단
가. 주관적 권리보호이익의 소멸
헌법소원은 국민의 기본권침해를 구제하는 제도이므로, 그 심판청구가 적법하다고 하려면 그 제도의 목적상 권리보호의 이익이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심판청구 당시 권리보호의 이익이 인정되더라도, 심판 계속 중에 생긴 사정변경 즉 사실관계 또는 법령제도의 변동으로 말미암아 권리보호의 이익이 소멸 또는 제거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게 된다(헌재 1994. 8. 31. 92헌마126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청구인이 참여하고자 했던 제19대 대통령선거가 2017. 5. 9. 이미 실시되었고, 청구인은 2017. 9. 22. 징역형의 집행을 마쳐 청구인에 대한 기본권 제한상황이 종료되었으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가 인용된다고 하더라도 청구인의 권리구제에 도움이 되지 않아 권리보호이익은 소멸하였다.
나. 심판의 이익 유무
(1) 헌법소원심판청구가 청구인의 주관적 권리구제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러한 침해행위가 앞으로도 반복될 위험이 있거나 당해 분쟁의 해결이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를 위하여 긴요한 사항이어서 헌법적으로 그 해명이 중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심판청구의 이익을 인정할 수 있다(헌재 1992. 1. 28. 91헌마111; 헌재 2015. 7. 30. 2012헌마610 참조).
(2) 종래 구 공직선거법(2015. 8. 13. 법률 제134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8조 제1항 제2호 중 ‘유기징역 또는 유기금고의 선고를 받아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한 자’에 관한 부분(이하 ‘구법조항’이라고 한다)은 수형자의 선거권을 지나치게 전면적·획일적으로 제한하고 있었는데, 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2014. 1. 28. 구법조항이 수형자의 선거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결정을 하였다(헌재 2014. 1. 28. 2012헌마409등 결정). 그 법정의견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구법조항은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적 의무를 저버린 범죄자에게까지 그 공동체의 운용을 주도하는 통치조직의 구성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기본적 인식과 이러한 반사회적 행위에 대한 사회적 제재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또한 구법조항에 의한 선거권 박탈은 범죄에 대한 응보적 기능을 가짐과 동시에 일반국민으로 하여금 시민으로서의 책임성을 함양하고 법치주의에 대한 존중의식을 제고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이러한 구법조항의 입법목적은 정당하며, 그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 그러나 구법조항은 수형자에 대하여 전면적·획일적으로 선거권을 제한하고 있다. 구법조항의 입법목적에 비추어 보더라도, 구체적인 범죄의 종류나 내용 및 불법성의 정도 등과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선거권을 제한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범죄자가 저지른 범죄의 경중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수형자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침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구법조항은 청구인들의 선거권을 침해하고, 보통선거원칙을 위반하여 수형자를 차별 취급하는 것이므로 평등원칙에도 어긋난다.
구법조항의 위헌성은 지나치게 전면적·획일적으로 수형자의 선거권을 제한한다는 데 있다. 그런데 그 위헌성을 제거하고 수형자에게 헌법합치적으로 선거권을 부여하는 것은 입법자의 형성재량에 속한다. 다만 선거권이 제한되는 수형자의 범위를 범죄의 종류나 침해된 법익을 기준으로 일반적으로 정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곤란하다. 공직선거법이 선거범의 경우 선거권 제한을 구체적·개별적으로 정하고 있는 것과 같이, 개별적인 범죄 유형별로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해당 법률에서 별도로 마련하는 방법이 현실적이다. 일반적으로 선거권이 제한되는 수형자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는, 선고형이 중대한 범죄를 나누는 합리적인 기준이 될 수 있다. 선고형에는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의 양형조건이 참작된다. 또한 단기 자유형을 선고받은 사람을 선거권 제한 범위에서 제외하면, 불법성의 정도가 약한 가벼운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따라서 입법자는 범죄의 중대성과 선고형의 관계, 선거의 주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선거권 제한의 기준이 되는 선고형을 정하고, 일정한 형기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아 그 형의 집행 중에 있는 수형자의 경우에만 선거권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입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같이 수형자에게 선거권을 부여하는 구체적인 방안은 입법자의 입법형성의 범위 내에 있으므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한다.』
(3) 선거일을 기준으로 ‘1년 이상의 징역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한 사람’에 대하여 선거권을 제한하는 심판대상조항은 위 헌법불합치결정의 취지에 따라 이루어진 개선입법인데, 이에 대하여 2016. 4.경 선거권 침해를 이유로 한 헌법소원이 제기되었고, 헌법재판소는 2017. 5. 25.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 수형자의 선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각결정을 하였다(헌재 2017. 5. 25. 2016헌마292등 결정 참조). 그 법정의견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은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적 의무를 저버린 범죄자에게 그 공동체의 운용을 주도하는 통치조직의 구성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기본적 인식과 이러한 반사회적 행위에 대한 사회적 제재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선거권 박탈은 범죄자에 대해 가해지는 형사적 제재의 연장으로서 범죄에 대한 응보적 기능도 갖는다. 나아가 심판대상조항이 그가 선고받은 1년 이상의 징역의 형 외에 별도로 선거권을 박탈하는 것은 그 자신을 포함하여 일반국민으로 하여금 시민으로서의 책임성을 함양하고 법치주의에 대한 존중의식을 제고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 심판대상조항이 담고 있는 이러한 목적은 정당하고, 1년 이상의 징역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한 사람에 대하여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방법이다.
공직선거법에서 범죄의 종류나 침해된 법익을 기준으로 선거권이 제한되는 수형자의 범위를 일반적으로 정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곤란하다. 대신 선거권이 제한되는 수형자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 선고형이 중대한 범죄 여부를 결정하는 합리적인 기준이 될 수 있다. 선고형에는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의 양형조건이 참작되기 때문이다(헌재 2014. 1. 28. 2012헌마409등 참조).
심판대상조항은 범죄의 중대성과 선고형의 관계를 고려하여 1년 이상의 징역의 형을 선거권 제한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으로 정하고, 그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그 형의 집행 중에 있는 수형자의 선거권을 제한하고 있다. 법원의 양형관행을 고려할 때 1년 이상의 징역의 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공동체에 상당한 위해를 가하였다는 점이 재판 과정에서 인정된 자이므로, 이들에 한해서는 범죄의 중대성 및 그에 따른 사회적 비난가능성을 고려하여 사회적·형사적 제재를 가하고 준법의식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할 것이다. 더욱이 이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입법 과정에서도 충분히 논의되었으며, 그 법률안이 압도적인 다수로 의결되었다.
심판대상조항은 1년 미만의 징역의 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선거권 제한의 범위에서 제외함으로써, 불법성 및 비난가능성의 정도가 약한 가벼운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였다.
위와 같이 심판대상조항은 선고 시 법관의 양형을 통하여 확정된 범죄의 중대성 및 그에 따른 선거권 제한의 필요성을 고려하여, 1년 미만의 형의 선고를 받은 사람을 선거권 제한의 범위에서 제외함으로써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필요 최소한의 제한을 가하고 있다.
심판대상조항에 따라 선거권이 제한되는 기간은 1년 이상의 징역의 형을 선고받은 사람에게 일률적인 것이 아니라, 그가 선고받은 징역의 형이 종료될 때까지로 한정된다. 따라서 형 집행 면제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각 수형자가 선고받은 형량, 즉 형사책임의 경중에 선거권 제한의 기간이 비례하게 된다.
한편 심판대상조항은 1년 이상의 징역의 형을 선고받았는지 여부만을 기준으로 할 뿐, 과실범과 고의범 등 범죄의 종류를 불문하고, 범죄로 인하여 침해된 법익이 국가적 법익인지, 사회적 법익인지, 개인적 법익인지 그 내용 또한 불문한다. 그러나 재판을 통하여 1년 이상의 징역의 형을 선고받았다면, 범죄자의 사회적·법률적 비난가능성이 결코 작지 아니함은 앞서 본 바와 같으며, 이러한 사정은 당해 범죄자가 저지른 범죄행위가 과실에 의한 것이라거나 국가적·사회적 법익이 아닌 개인적 법익을 침해하는 것이라도 마찬가지이다.
이상을 종합하여 보면,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도 위반되지 아니한다.
1년 이상의 징역의 형의 선고를 받은 사람의 선거권을 제한함으로써 형사적·사회적 제재를 부과하고 준법의식을 강화한다는 공익이, 형 집행 기간 동안 선거권을 행사하지 못함으로써 입게 되는 수형자 개인의 불이익보다 작다고 할 수 없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고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들의 선거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4) 헌법재판소가 심판대상조항이 수형자의 선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을 기각하는 결정을 한 것이 불과 2년 남짓 전으로서 그 사이 시간의 경과로 인하여 우리 사회가 공감하는 헌법가치가 변화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1년 이상의 징역의 형을 선고를 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한 사람’의 공동체 질서 침해 정도와 이들에 대한 사회적 비난가능성이 변하였다는 등 위 선례를 변경할 만한 사정변경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그 헌법적 해명이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심판의 이익을 인정할 수 없다.
다. 소결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는 권리보호이익이 없고, 예외적인 심판의 이익도 인정되지 않는다.
5.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6.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의 반대의견
우리는, 이 사건 심판청구에 대하여 예외적으로 심판의 이익을 인정할 수 있고 나아가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의 선거권을 침해한다고 생각하므로 다음과 같이 반대의견을 밝힌다.
가. 예외적 심판의 이익의 인정
제19대 국회의원선거와 청구인에 대한 형의 집행이 이미 종료되었다고 하더라도 심판대상조항이 존속하는 한 1년 이상의 징역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한 사람들에 대한 선거권 제한은 앞으로 실시될 공직선거에서도 반복될 위험이 있다. 헌법재판소가 2017. 5. 25. 2016헌마292등 결정에서 심판대상조항의 위헌 여부에 관하여 이미 판단한 바 있으나, 수형자에 대한 선거권 제한의 위헌성에 관한 의문은 여전히 제기되고 있고, 헌법재판소의 판단도 변화를 거쳐 온 점에 비추어 보면 심판대상조항의 위헌 여부에 관한 판단은 지금도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를 위하여 긴요한 사항으로서 다시 이를 해명할 필요성이 있다. 따라서 예외적으로 심판의 이익을 인정함이 타당하다.
나. 본안에 대한 판단
(1) 선거의 의의와 기능 및 선거권 제한의 한계
헌법은 제1조 제2항에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규정하여 국민주권의 원리를 선언하고, 국민이 주권자로서 국가권력을 행사하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선거를 통하여 대의기관을 선출하고 그 대의기관으로 하여금 국가권력을 행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입법권을 행사하는 국회는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으로 구성되고, 국가의 원수인 대통령도 국민에 의해 선출된다(헌법 제41조, 제67조). 이와 같이 국민은 선거를 통하여 대의기관을 선출하고 그 대의기관이 행사하는 국가권력에 대해서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하며, 나아가 국민의 의사를 표현하고 국가운영의 방향을 제시하며 국가권력을 통제한다. 따라서 선거는 대의민주주의에서 주권자인 국민이 그 주권을 행사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다. 그런데 선거에 의한 주권의 행사가 제대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국민의 의사가 올바로 반영되는 선거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하여 헌법은 제24조에서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선거권을 향유할 수 있는 주체가 ‘특정’ 국민이 아니라 ‘모든’ 국민임을 명시하고, 제11조 제1항에서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한 정치적 영역에 있어서의 차별금지’를 규정함으로써 정치적 영역에서의 평등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제41조, 제67조에서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의 원칙을 선언함으로써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동등하게 선거권을 가지고 자유롭게 자신의 의사를 형성하며 외부의 간섭 없이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20세기 초까지도 선거권은 능력·재산·사회적 지위·성별·인종 등을 기준으로 일부의 시민에만 주어지는 권리였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진다는 보편적인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는 민주국가에 있어서 과거와 같은 제한적인 인식은 더 이상 허용될 수 없다.
이와 같이 선거권은 헌법상 보장되는 국민 개인의 기본권일 뿐만 아니라 국민주권의 원리에 입각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헌법적 요청이라는 점에 비추어, 헌법 제24조의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는 규정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서만 선거권이 인정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보장되는 선거권의 내용과 절차를 법률을 통해 구체적으로 형성하여야 한다.’는 뜻으로 새겨야 한다. 나아가 입법자가 선거권의 내용과 절차를 법률로 구체적으로 형성함에 있어서는 국민주권의 원리, 정치적 영역에서의 평등,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라는 선거의 기본원칙에 부합할 것이 요구된다.
다만 선거권도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제한될 수 있다고 할 것이나, 선거권을 제한하는 입법은 주권자인 국민에 의해 선출된 입법기관이 스스로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의 범위를 제한하는 것으로서, 본질적으로 보통선거원칙의 후퇴를 가져오게 된다. 따라서 선거권을 제한하는 입법을 심사함에 있어서는 선거권 제한의 허용 여부 및 그 적용범위의 타당성에 관하여 보통선거원칙에 입각한 선거권 보장과 그 제한의 관점에서 엄격한 비례심사를 하여야 한다(헌재 2014. 1. 28. 2012헌마409등; 헌재 2017. 5. 25. 2016헌마292등 참조).
(2) 입법목적의 정당성
(가) 공직선거법은 대한민국헌법과 지방자치법에 의한 선거가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와 민주적인 절차에 의하여 공정히 행하여지고, 선거와 관련된 부정을 방지함으로써 민주정치의 발전에 기여함을 입법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공직선거법에 의한 선거권의 제한은 선거의 공정성을 보호하고 선거와 관련된 부정을 방지하려는 목적을 가질 수 있다.
선거권이 없는 사람을 규정하고 있는 공직선거법 제18조 제1항은 수형자 외에도 금치산선고를 받은 사람(제1호), 공직선거법과 국민투표법을 위반한 선거범, 정치자금법상 정치자금부정수수 및 선거비용관련 위반행위를 한 사람, 공직선거법이 적용되는 선거에 의해 선출된 공무원으로서 그 재임 중의 직무와 관련하여 수뢰, 사전수뢰, 알선수뢰, 알선수재 등의 범죄행위를 하여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의 선고를 받고 그 형이 확정된 후 5년 또는 형의 집행유예의 선고를 받고 그 형이 확정된 후 10년을 경과하지 아니하거나 징역형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후 또는 그 형의 집행이 종료되거나 면제된 후 10년을 경과하지 아니한 사람(제3호), 법원의 판결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여 선거권이 정지 또는 상실된 사람(제4호)에 대하여 선거권을 제한하고 있다. 위와 같이 공직선거법 제18조 제1호, 제3호, 제4호에 의해 선거권이 제한되는 사람은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의사능력을 상실한 사람, 선거의 공정성을 해하는 행위를 하였거나 선거와 관련된 부정을 저지른 사람 또는 선거에 의해 부여받은 국가권력을 남용한 사람, 법원의 판결이나 다른 법률에 의하여 개별적으로 선거권의 정지나 상실의 필요성이 평가된 사람으로서, 공직선거법의 입법목적과 연관성이 있다.
(나) 헌법재판소는 2017. 5. 25. 2016헌마292등 결정에서 “심판대상조항은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적 의무를 저버린 범죄자에게 그 공동체의 운용을 주도하는 통치조직의 구성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기본적 인식과 이러한 반사회적 행위에 대한 사회적 제재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선거권 박탈은 범죄자에 대해 가해지는 형사적 제재의 연장으로서 범죄에 대한 응보적 기능도 갖는다. 나아가 심판대상조항이 그가 선고받은 1년 이상의 징역의 형 외에 별도로 선거권을 박탈하는 것은 그 자신을 포함하여 일반국민으로 하여금 시민으로서의 책임성을 함양하고 법치주의에 대한 존중의식을 제고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 심판대상조항이 담고 있는 이러한 목적은 정당하고, 1년 이상의 징역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한 사람에 대하여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방법이다.”라고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을 밝힌바 있고, 다수의견은 위 선례를 유지함을 전제로 이 사건 심판청구에 대한 심판의 이익을 부정하고 있다.
그런데 선례가 밝힌 입법목적이 과연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국민의 선거권을 제한할 수 있는 입법목적으로서 정당성을 가질 수 있는지에 관하여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다) 우선 선례가 들고 있는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의무를 저버린 범죄자에게 공동체의 운용을 주도하는 통치조직의 구성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기본적 인식’에 관하여 본다. 이는 결국 공동체의 구성원들 중에서 통치조직의 구성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한 구성원과 바람직하지 아니한 구성원을 나눌 수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서 정치적 영역에서의 평등과 보통선거의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따라서 위와 같은 인식을 기초로 하여 선거권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영역에서의 평등과 보통선거의 원칙에 대한 예외를 허용할 정도의 중대한 공익이 제시될 수 있어야 한다.
(라) 선례가 제시한 입법목적 즉, ‘반사회적 행위에 대한 사회적 제재’, ‘범죄자에 대해 가해지는 형사적 제재의 연장으로서 범죄에 대한 응보적 기능’, ‘그 자신과 일반국민의 시민으로서의 책임성 함양과 법치주의에 대한 존중의식 제고’에 관하여 보면, 위 입법목적은 비록 표현은 달리하고 있으나 ‘행위자의 책임’, ‘응보’, ‘일반예방’, ‘특별예방’이라는 형벌의 목적 및 기능과 다르지 아니하다.
그런데 선거권 제한이 형벌의 성격을 갖고 있다면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성과 형벌 체계상의 균형성을 갖추었는지에 대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미 자신이 저지른 범죄행위에 상응하여 1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형벌을 받은 수형자에 대하여 형벌과 동일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 재차 선거권이라는 별도의 기본권 제한이 필요한 이유와 그 근거를 제시하여야 한다. 범죄행위에 상응하는 형벌을 부과하는 것과 국민으로서 주권을 행사하기 위한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별도의 정당성이 요구되는 것으로서 형벌의 필요성이 존재한다고 하여 그것이 당연히 선거권의 제한으로 확장될 수는 없다. 따라서 선례가 제시한 입법목적은 수형자에게 가해진 형벌의 입법목적은 될 수 있을지언정 선거권 제한을 위한 정당한 입법목적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마) 나아가 선거와 관련 없는 범죄를 포함한 모든 범죄에 관하여 1년 이상의 징역의 형을 선고받았고 그 형의 집행이 아직 종료되지 아니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이, 선거가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와 민주적인 절차에 의하여 공정히 행하여지고 선거와 관련된 부정을 방지함으로써 민주정치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공직선거법의 입법목적과 어떠한 연관성을 가지는지도 확인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입법목적의 정당성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다.
(3) 수단의 적합성
설령 역사적·문화적 경험, 시대적 상황, 국민 일반의 가치관 등에 비추어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의무를 저버린 자가 공동체의 운용과정에 참여하는 것을 제한할 필요가 있고, 이러한 제한을 통하여 수형자 자신과 일반국민의 책임성을 함양하고 법치주의에 대한 존중의식을 제고하고자 하는 입법목적이 정당성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이유로 선거권 제한이라는 수단은 적합성을 갖추지 못하였다.
선거는 국민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대의기관을 선출하여 미래의 국가운영의 방향을 결정하는 역할을 함과 동시에 주기적인 선거를 통하여 대의기관을 새로이 구성함으로써 국가권력을 통제하는 기능도 수행한다. 그런데 ‘과거에 1년 이상의 징역의 형을 선고받아 현재 그 형의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한 상태’임을 이유로 미래의 대의기관을 구성하기 위한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범죄에 대한 응보의 기능만을 할 수 있을 뿐, 수형자나 일반국민이 시민으로서의 책임성을 함양하고 법치주의에 대한 존중의식을 제고하는 데 기여한다고는 보기 어렵다. 오히려 수형자가 선거에 참여함으로써 자신이 공동체에 소속되어 있음을 자각하고 주권자의 한 사람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할 기회를 갖는 것이 민주시민으로서의 책임성을 기르고 법치주의에 대한 존중의식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선거를 통하여 국민이 스스로 통치조직을 구성한다는 것은 단순히 국가를 운영할 수 있는 기관을 조직한다는 것을 넘어서 국민이 주권을 행사하여 국민의 자기지배를 실현하는 것이고 통치조직이 행사하는 국가권력에 대해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런데 과거에 1년 이상의 징역의 형을 선고받아 그 형의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위 과정에서 배제하는 것은 수형자가 건전한 시민으로 사회에 복귀하는 것을 방해하고 도리어 수형자에게 사회적 박탈감과 소외감만을 주게 될 뿐이다.
따라서 수형자의 선거권 제한은 선례가 제시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효과적이고 적절한 방법이라고 할 수 없다.
(4) 침해의 최소성
심판대상조항은 1년 이상의 징역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하거나 그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되지 아니한 수형자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선거권을 제한한다. 그런데 1년 이상의 징역의 형을 선고받았다고 하더라도 범죄의 종류, 침해된 법익의 내용과 침해의 정도, 죄질의 경중, 책임의 정도에 따라 범죄의 중대성과 그에 따른 사회적 비난가능성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공직선거법 제18조 제1항 제2호 단서에 의하면 형의 집행을 유예받은 사람의 선거권은 제한되지 아니하는바, 집행유예의 요건과 집행유예 결격사유를 고려하여 볼 때 징역 1년의 형을 선고받은 사람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의 형을 선고받은 사람에 비하여 범죄의 중대성 및 그에 따른 선거권 제한의 필요성이 크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또한 가석방자는 그 행상이 양호하고 개전의 정이 현저하여 나이·범죄의 동기·죄명· 형기·교정성적·가석방 후의 생활환경이나 재범의 위험성 등 제반사정에 관한 충분한 심사를 받아 형의 집행종료 전에 사회에 복귀한 사람으로서 과연 이러한 사람에 대해서까지도 형의 집행이 종료되는 날까지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이 입법목적의 달성을 위해 필요한 것인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선거권이 제한되는 기간은 수형자가 선고받은 징역의 형이 종료될 때까지로 한정되므로 형식적으로는 수형자가 선고받은 형량에 선거권 제한의 기간이 비례하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그러나 선거의 주기보다 단기의 형을 선고받은 수형자의 경우에는 선거의 시기와 선고의 시기라는 우연한 사정에 의하여 실질적 선거권 제한의 효과가 달라진다. 따라서 수형자의 책임에 비례하는 제한이 이루어진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설령 심판대상조항이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을 갖추고 있다고 보더라도 심판대상조항은 필요한 최소한의 정도를 넘어 수형자의 선거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므로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하였다.
(5) 법익의 균형성
선거권은 국민 개개인의 기본권인 동시에 국민주권의 원리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적인 요소로서 보통선거의 원칙은 국민 개인에 대하여 보편적인 선거권을 보장하는 것임과 동시에 국민의 자기지배를 실현하기 위한 필수적 요건이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법익의 균형성을 갖추었는지 판단함에 있어서는 수형자의 선거권을 제한함으로써 형사적·사회적 제재를 부과하고 준법의식을 강화한다는 공익과 형 집행 기간 동안 선거권을 행사하지 못함으로써 입게 되는 수형자 개인의 불이익을 비교하는 것에서 나아가 보통선거의 원칙에 대한 예외를 허용할만한 만큼 중대한 공익이 존재하는지 여부와도 형량할 것이 요구된다.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이 보호하고자 하는 공익이 보통선거원칙의 요청과 보편적인 선거권 보장이라는 가치보다 크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도 충족하지 못한다.
다. 소결론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의 선거권을 침해한다.재판관 유남석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