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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시사항

교통사고 발생 시 사상자 구호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정하는 구 도로교통법(2011. 6. 8. 법률 제10790호로 개정되고, 2016. 12. 2. 법률 제1435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48조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재판요지

교통사고 발생 시 조치의무를 형사처벌로 강제하는 심판대상조항은, 교통사고로 인한 사상자의 신속한 구호 및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의 방지·제거를 통하여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할 수 있다. 교통사고 관련 운전자등이 조치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그대로 현장을 벗어날 유인이 많은 점을 고려할 때, 과태료와 같은 행정적 제재만으로는 조치의무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으므로 최소침해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으며, 심판대상조항이 운전자등의 시간적, 경제적 손해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미 발생한 피해자의 생명·신체에 대한 피해 구호와 안전한 교통의 회복이라는 공익은 운전자등이 제한당하는 사익보다 크므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균형성을 갖추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참조판례

헌재 2016. 7. 28. 2016헌마109, 판례집 28-2상, 241, 250

사건
2017헌가28 구도로교통법제148조위헌제청
제청법원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제청신청인
조○오
판결선고
2019. 04. 11.

주 문

구 도로교통법(2011. 6. 8. 법률 제10790호로 개정되고, 2016. 12. 2. 법률 제1435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48조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제청신청인은 2016. 2. 25. 07:25경 김포시 통진읍 소재 담터사거리 편도 4차로의 도로에서 버스를 운전하여 강화 방면에서 마송읍내 방면으로 좌회전 신호를 따라 천천히 좌회전하던 중, 맞은 편 편도 4차로 도로의 우회전 전용 차로인 4차로를 따라 서울 방면에서 강화 방면으로 시속 81∼90km의 속도로 직진해오던 홍○무 운전의 트럭이 정지신호를 무시한 채 멈추거나 감속하지 아니하고 계속 교차로 쪽으로 다가오는 것을 발견하고, 위 교차로 내에서 정차하였다. 트럭은 급정거하려고 하였으나 정차하지 못한 채, 버스를 오른쪽으로 살짝 비껴가 그 우측 전방에 있는 교통섬 및 그곳에 설치된 신호기를 강하게 들이받았다. 위 교통사고로 인해, 홍○무는 같은 날 08:06경 ○○병원에서 사망하였고, 위 신호기는 대파되어 그 옆 도로로 쓰러졌으며, 도로에 신호기와 트럭의 파편 등이 어지럽게 흩어졌다. 그런데 제청신청인은 이러한 교통사고를 인식하고도, 자신에게 잘못이 없고 비접촉 사고이며 당시 출근시간이라 버스에 승객들이 많이 타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사상자를 구호하고 교통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진행하여 현장을 이탈하였다. 이에 검사는 2017. 6. 30.경 구 도로교통법(2011. 6. 8. 법률 제10790호로 개정되고, 2016. 12. 2. 법률 제1435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도로교통법’이라고 한다) 제148조, 제54조 제1항을 적용법조로 하여, 제청신청인을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으로 기소하였다.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에서 1심 재판 진행 중 제청신청인은 2017. 7. 11. 구 도로교통법 제148조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고, 법원은 2017. 10. 11. 이를 받아들여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2017초기551).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구 도로교통법(2011. 6. 8. 법률 제10790호로 개정되고, 2016. 12. 2. 법률 제1435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48조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구 도로교통법(2011. 6. 8. 법률 제10790호로 개정되고, 2016. 12. 2. 법률 제1435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48조(벌칙) 제54조 제1항에 따른 교통사고 발생 시의 조치를 하지 아니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관련조항] 구 도로교통법(2014. 1. 28. 법률 제12343호로 개정되고, 2016. 12. 2. 법률 제1435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4조(사고발생 시의 조치) ① 차의 운전 등 교통으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이하 “교통사고”라 한다)한 경우에는 그 차의 운전자나 그 밖의 승무원(이하 “운전자등”이라 한다)은 즉시 정차하여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3. 제청법원의 위헌제청이유 심판대상조항은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제한하는 법률로서 과잉금지원칙이 적용되는데, 교통사고 발생에 과실·책임이 없는 관련 차량 운전자 등이 사고 현장을 떠나는 것을 포기하고 다친 사람을 구호하고 어지러워진 교통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하여 형벌을 부과하는 것은 최소침해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의심이 든다. 4. 판 단 가. 교통사고 발생 시 조치의무 개관 (1) 연혁 교통사고 발생 시 조치의무를 정하는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의 규정은 도로교통법이 법률 제941호로 1961. 12. 31. 제정된 당시부터 존재하여 왔다(제45조). 해당 규정의 문언은 차의 운전 등 교통으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한 경우 운전자등이 즉시 정차하여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2010. 7. 23. 도로교통법 개정(법률 제10382호)으로 ‘도로 외의 곳’(도로가 아닌 노상주차장이나 아파트 단지 내 등)에서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도 조치의무가 적용되는 것으로 처벌공간을 확장하였고, 2016. 12. 2. 도로교통법 개정(법률 제14356호)으로 사고 발생 시 피해자에게 운전자등의 인적사항(성명·전화번호·주소 등) 제공의무를 명문화하였다. (2) 내용 심판대상조항은 구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 따른 교통사고 발생 시의 조치를 하지 아니한 경우를 처벌하고 있다. 구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의 적용 주체는 차의 운전 등 교통으로 인하여 교통사고를 발생시킨 차의 운전자등이다. 법문에 따라 차의 운전 등 교통과 교통사고 간 인과관계가 요청되므로 차의 교통을 원인으로 발생한 사고이어야 하는데, 그 원인이 적극적이든 소극적이든 관계없으며, 직접적인 접촉이 없다고 하더라도 교통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경우라면 조치의무의 주체가 된다. 교통사고 원인유발이 있는 이상 교통사고를 발생시킨 차량 운전자의 고의·과실 혹은 유책·위법도 요하지 않는다(대법원 2002. 5. 24. 선고 2000도1731 판결 참조). 따라서 사고발생에 고의나 과실이 있는 운전자는 물론 아무런 책임 없는 무과실 운전자도 자신이 운전하는 차로 인하여 교통사고가 발생하기만 하면 즉시 정차하여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의무가 발생한다. 다만, 의무 이행이 물리적·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면(사고로 인한 부상 등으로 인하여 구호조치를 이행할 수 없는 경우) 조치의무는 면제된다. 운전자나 승무원 중 누구라도 조치의무를 이행하여야 하고, 누구라도 조치의무를 완전히 이행하여 위험발생을 제거하면 본죄가 성립하지 않으며, 승무원이 아닌 동승자는 조치의무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한편, 조치의무의 내용을 보면, 먼저 사고 발생 시 즉시 정차하여야 하고(정차의무), 대인사고의 경우 사상자를 구호하여야 하며(구호조치),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의 확보를 위해 교통사고로 인한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제거하여야 한다(안전확보조치). 그밖에 피해자에게 성명·전화번호·주소 등 인적사항도 제공하여야 한다(신원확인조치). 나. 제한되는 기본권 행복추구권에서 도출되는 일반적 행동의 자유는 적극적으로 자유롭게 행동하는 것은 물론 소극적으로 행동을 하지 않을 자유도 포함한다(헌재 2016. 7. 28. 2016헌마109).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은 교통사고 후 운전자등이 조치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형사처벌을 가하는 조항으로, 운전자등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제한한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운전자등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살펴본다. 다.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 (1)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도로교통법은 도로에서 일어나는 교통상의 모든 위험과 장해를 방지하고 제거하여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함을 목적으로 한다(제1조). 심판대상조항은 교통사고가 발생한 경우 운전자등에게 조치의무를 부과한 구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의 준수를 형사처벌로써 강제하는 조항으로, 교통사고로 인한 사상자의 신속한 구호 및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의 방지·제거를 통하여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입법목적은 정당하고 조치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하는 것은 해당 의무 준수 강제에 효과적이고 적합한 수단이 된다. (2) 침해의 최소성 구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이 규정한 교통사고 발생 시의 조치의무는 교통사고로 피해자의 구호 및 교통질서의 회복을 위한 조치가 필요한 상황인 이상 교통사고를 발생시킨 당해 차량의 운전자에게 그 사고발생에 대한 고의·과실 혹은 유책·위법의 유무에 관계없이 부과되는 의무이다. 교통사고가 발생하여 사상자가 있는 경우 이들의 생명이나 신체의 안전을 위해 즉시 구조를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교통상의 장해가 발생한 경우에도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의 흐름을 회복하기 위해 신속한 조치를 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만약 교통사고로 사상자가 발생하고 교통 흐름에 심각한 장해가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즉각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부상자의 경우 생명이나 신체에 심각한 위험이 초래될 수 있고, 사고 현장의 방치는 제2차, 제3차 사고로 이어져 극심한 교통 장해와 혼란을 야기하게 된다. 따라서 교통사고에 원인을 제공한 운전자등에게 사고 수습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형사처벌이라는 강제수단을 통해 부과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물론, 위와 같은 조치의무를 강제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의무위반에 대해 교통사고에 대한 과실유무를 불문하고 일률적으로 형벌을 부과하기보다, 교통사고에 대한 과실이나 책임이 없는 운전자에 대해서는 과태료와 같은 행정상의 제재를 부과하는 것이 심판대상조항의 입법취지를 동일하게 달성하면서도 덜 침해적인 수단이라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2017년 통계에 따르면 216,335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하였고, 그로 인한 사상자만 하더라도 사망자는 4,185명, 부상자는 322,829명에 달한다. 사고를 유발한 운전자가 피해자를 구호하지 않은 소위 ‘뺑소니 교통사고’는 7,883건으로 전체사고 중 3.6%를 차지하고 그로 인한 사망자는 150명, 부상자 11,433명에 이른다. 이러한 통계를 고려할 때, 여전히 사고 후 조치의무를 엄격하게 강제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일반적으로 이동의 필요성 때문에 운전을 하는 것이므로 이동 중 교통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멈추지 않고 그대로 진행이 가능하다면 운전자는 운전을 계속하여 현장을 이탈할 유인이 크다. 특히 도로는 불특정 다수가 운전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교통사고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운전자등 본인이 피해를 당하지 않으면, 자신과 무관한 다른 사람이 입은 피해 등에 대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의무가 발생한다고 인식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는 운전자등이 해당 교통사고 발생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스스로 판단할 때 더욱 그렇다. 이와 같이 교통사고 관련 운전자등이 조치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그대로 현장을 벗어날 유인이 많은 점을 고려할 때, 과태료와 같은 행정적 제재만으로 조치의무를 강제한다면, 운전자등은 이를 감수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것만으로는 조치의무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결국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을 실효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형사처벌이 부득이하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심판대상조항은 사고의 발생 경위, 피해의 정도, 사고 후의 정황 등이 천차만별인 점을 고려하여 그 위반에 대한 제재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정함으로써 다양한 위반 양태에 맞는 적절한 처벌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한편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의 형을 선고할 경우에는 집행을 유예할 수도 있는 점(형법 제62조 제1항)에서 비록 제재 수단을 형벌로 하고 있더라도 그것이 지나치다고 보기는 어렵다. 위와 같은 점을 고려할 때, 심판대상조항은 최소침해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3) 법익의 균형성 운전자등은 교통사고 발생 후 조치가 필요한 상황일 경우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자신이 가고 싶은 때에, 가고 싶은 장소로 현장을 떠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다친 사람을 구호하고 교통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의무를 다해야 한다. 그러나 도로운전이 우리 일상생활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심판대상조항은 교통사고 발생 시 운전자등에게 신속한 사상자 구호의무 및 교통상의 위험을 제거하는 조치의무를 부과하여 교통사고 관련자의 생명, 신체 그리고 재산을 보호한다. 나아가, 교통상의 장해를 제거하여 도로교통의 기능을 신속히 회복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도로를 이용하는 다수 운전자 등의 통행과 안전을 확보하고 미조치의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후속사고 예방에도 기여한다. 위와 같이 심판대상조항이 운전자등의 시간적, 경제적 손해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미 발생한 피해자의 생명·신체에 대한 피해 구호와 안전한 교통의 회복이라는 공익은 운전자등이 제한당하는 사익보다 크므로, 심판대상조항이 법익균형성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4) 소결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 5. 결 론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유남석 서기석 조용호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