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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시사항

업무상 배임을 처벌하도록 규정한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56조 중 제355조 제2항에 관한 부분이, 구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상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영업상 주요자산인 정보를 유출한 경우까지 처벌함으로써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근로자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재판요지

심판대상조항은 업무상 신임관계의 배반 및 그로 인한 재산상 손해 방지를 위한 것으로서 그러한 입법목적은 정당하며, 업무상 신임관계를 침해한 경우 이를 형사처벌 하는 것은 위와 같은 입법목적 달성에 기여할 수 있으므로, 수단의 적합성 또한 인정된다. 구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2007. 12. 21. 법률 제8767호로 개정되고, 2013. 7. 30. 법률 제1196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2호의 영업비밀은 그 범위가 매우 한정적이고, 법원은 영업비밀의 범위를 법문보다 더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정보를 유출한 경우에만 업무상 배임죄로 처벌할 경우 기업의 기술 및 재산을 충실히 보호한다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에 부족하다. 한편 대법원은 기업의 자료를 유출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업무상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 사람에게 공개되지 않았고, 사용자가 상당한 시간, 노력 및 비용을 들여 제작한 설계도면 등을 담은 컴퓨터 파일과 같은 것에 한하여 영업상 주요한 자산에 해당한다고 보고 그 경우에만 업무상 배임죄를 구성한다고 하여 영업상 주요자산의 범위를 한정하고 있으므로, 근로자에 대한 형사처벌의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나아가 우리 기업의 기술수준이 향상되면서 기술력이 가진 가치와 중요성이 높아지고 기업의 기술·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 사례 또한 증가하는 상황에서 그러한 정보유출에 따른 기업의 재산상 손해를 방지하고자 하는 공익은 매우 중대하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근로자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참조조문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56조 중 제355조 제2항에 관한 부분

사건
2017헌가18 형법제356조등위헌제청
제청법원
인천지방법원
판결선고
2019. 12. 27.

주 문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56조 중 제355조 제2항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당해 사건의 피고인 서○○(이하 ‘피고인’이라 한다)은 2006. 3. 경부터 2008. 12. 경까지 사이에 중국 장수성 소주시에 있는 ○○ 유한공사(이하 ‘피해자 회사’라 한다)에서 부공장장으로 근무한 사람이다. 나. 피고인은 피해자 회사의 부공장장으로서 직원 관리, 기술개발 등 업무에 종사하고 있었으므로, 그 과정에서 취득한 피해자 회사의 기술상, 경영상 자료를 임의로 외부에 유출하거나 사용하지 않아야 하고, 퇴사 시에는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지 않은 영업상 중요 자산 자료를 반납하거나 폐기할 업무상 임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2008. 12. 경 피해자 회사 사무실에서, 다이아몬드 공구제작용 기계설비(믹싱기, 진공소결로, 소경반자동브레이징기계, 대경반자동브레이징기계, 자동텐션교정기, 토그테스트기) 도면 파일이 저장되어 있는 피고인 소유의 노트북 1대를 들고 나오는 방법으로 위 도면 파일을 유출한 후, 2009. 3. 경 인천 동구(주소생략)에서 주식회사 □□라는 상호의 회사를 창업한 다음 위 도면 파일을 이용해 피해자 회사에서 개발, 생산하였던 것과 유사한 기계설비를 생산, 판매하였다는 혐의로 기소되어, 2016. 7. 22. 인천지방법원에서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인천지방법원 2015고단7634), 항소하였다(인천지방법원 2016노3007). 다. 제청법원은 2017. 5. 31. 직권으로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 2. 심판대상 제청법원은 형법 제356조형법 제355조 제2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였으나, 피고인은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되어 형사재판을 받고 있어 당해 사건에 적용되는 것은 업무상 배임에 관한 형법 제356조이므로, 형법 제355조 제2항까지 심판대상으로 삼을 필요는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56조 중 제355조 제2항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고, 심판대상조항과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56조(업무상의 횡령과 배임)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제355조의 죄를 범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관련조항]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355조(횡령, 배임) ①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 3. 제청법원의 위헌법률심판제청 이유 심판대상조항은 근로자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의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이라 한다)에서 정한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 영업상 주요자산인 정보를 유출한 경우를 업무상 배임으로 처벌하고 있다. 이는 영업주체인 회사와 근로주체인 피용자 사이의 영업 관련 정보에 대한 독점과 자유이용을 둘러싼 미묘한 이해관계를 정한 법질서를 깨뜨리는 것이며, 퇴직근로자에 대한 보복 내지 근로자 단속 목적으로 형사처벌이 가능하게 함으로써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 및 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 4. 판 단 가. 업무상 배임의 의의 및 헌법재판소 선례 업무상 배임은 업무상 다른 사람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를 처벌하고 있다(헌재 2015. 2. 26. 2014헌바99등; 대법원 1999. 3. 12. 선고 98도4704 판결). 여기서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 즉 배임행위라 함은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 사이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포함하고(대법원 2004. 6. 24. 선고 2004도520 판결 등 참조), 배임죄에서 재산상 손해를 가한 때라 함은 현실적인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손해발생의 위험을 초래하는 경우까지를 포함한다(대법원 2005. 3. 11. 선고 2004도3044 판결 등 참조). 헌법재판소는 심판대상조항에 관한 2015. 2. 26. 2014헌바99 등 결정에서, 대법원은 이른바 ‘경영상의 판단’에 관한 법리를 수용하여 기업 경영인의 업무상 배임의 고의 판단을 할 때 엄격한 해석기준을 적용하고 있고, 어떤 범죄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입법자의 광범위한 입법재량의 범위 안에 있어, 심판대상조항이 국가형벌권 행사에 관한 입법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과잉입법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합헌 결정을 선고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위 선례와 다른 쟁점이 다투어지고 있으므로 이에 관하여 아래와 같이 판단한다. 나. 이 사건의 쟁점 헌법 제15조가 규정하는 직업선택의 자유는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좁은 의미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그가 선택한 직업을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는 ‘직업수행의 자유’를 포함하는 ‘직업의 자유’를 의미한다(헌재 2011. 10. 25. 2011헌마85 등 참조). 영업상 주요자산에 해당하는 정보를 유출하는 행위도 직업의 자유에서 보호되는 직업에 해당하는지 문제될 수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직업’이란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행하는 계속적인 소득활동을 의미하고, 사회적 유해성이 있다 하여 직업의 자유의 보호영역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헌재 2016. 3. 31. 2013헌가2 참조). 따라서 만약 근로자가 회사의 영업상 주요자산에 해당하는 정보를 유출한 행위가 사회적으로 유해하다고 보더라도,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계속적 소득활동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이상 직업의 자유의 보호영역에서 제외되지는 않는다. 한편, 제청법원은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직업선택의 자유 및 영업의 자유가 제한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피고인은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영업상 주요자산에 해당하는 정보를 유출하는 것이 금지되고 이는 이미 선택한 직업을 영위하는 방식과 조건을 규율하는 것이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직업의 자유 중에서도 피고인과 같은 근로자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한다. 직업수행의 자유는 직업결정의 자유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그 제한의 정도가 작다고 할 것이어서, 이에 대하여는 공공복리 등 공익상의 이유로 비교적 넓은 법률상의 규제가 가능하다. 그러나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할 때에도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거한 비례원칙에 위배되어서는 안 된다(헌재 2017. 11. 30. 2015헌바377 등 참조). 다. 과잉금지원칙 위배 여부 (1)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심판대상조항은 업무상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고, 이에 따라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형사처벌 함으로써 업무상 신임관계의 배반 및 그로 인한 재산상 손해 방지를 위한 것으로서 그러한 입법목적은 정당하며, 업무상 신임관계를 침해한 경우 이를 형사처벌 하는 것은 위와 같은 입법목적 달성에 기여할 수 있으므로, 수단의 적합성 또한 인정된다. (2) 침해의 최소성 근로자가 회사의 영업비밀을 유출한 경우에는 부정경쟁방지법을 근거로 처벌할 수 있으나, 구 부정경쟁방지법(2007. 12. 21. 법률 제8767호로 개정되고, 2013. 7. 30. 법률 제1196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2호는 “영업비밀”이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한다고 하여 그 범위가 매우 한정적이고, 법원은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다는 것은 그 정보가 비밀이라고 인식될 수 있는 표시를 하거나 고지를 하고, 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대상자나 접근방법을 제한하거나 그 정보에 접근한 자에게 비밀준수의무를 부과하는 등 객관적으로 그 정보가 비밀로 유지·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이 인식 가능한 상태인 것을 말한다.”(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도3435 판결, 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6도10389 판결 등)고 해석하는 등 영업비밀의 범위를 법문보다 더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정보를 유출한 경우에만 업무상 배임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한다면 기업의 기술 및 재산을 충실히 보호한다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에 부족하다. 한편 영업비밀에는 해당하지 아니하나 영업상 주요자산인 정보를 유출한 경우에는 업무상 배임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 확립된 대법원 판례인 것으로 보이나(대법원 2005. 7. 14. 선고 2004도7962 판결, 대법원 2011. 7. 14. 선고 2010도3043 판결, 대법원 2011. 6. 30. 선고 2009도3915 판결), 대법원은 기업의 자료를 유출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업무상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 사람에게 공개되지 않았고, 사용자가 상당한 시간, 노력 및 비용을 들여 제작한 설계도면 등을 담은 컴퓨터 파일과 같은 것에 한하여 영업상 주요한 자산에 해당한다고 보고 그 경우에만 업무상 배임죄를 구성한다고 하여 영업상 주요자산의 범위를 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영업상 주요자산에 해당하는 정보를 유출한 행위를 업무상 배임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사정만으로 근로자에 대한 형사처벌의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되어 근로자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3) 법익의 균형성 영업상 주요자산에 해당하는 정보를 유출한 행위를 업무상 배임죄로 처벌할 경우 근로자들이 기업의 정보를 마음대로 이용할 수 없다는 점에서 직업수행의 자유가 제한되는 것이지만, 그러한 기본권제한은 근로자의 신의칙상 의무 위반 또는 신임관계 침해가 인정되는 경우에만 발생하므로, 그로 인한 기본권제한의 정도가 중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반면 우리 기업의 기술수준이 향상되면서 기술력이 가진 가치와 중요성이 높아지고 기업의 기술·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 사례 또한 증가하는 상황에서 그러한 정보유출 등 업무상 신임관계의 배반 및 그에 따른 기업의 재산상 손해를 방지하고자 하는 공익은 매우 중대하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4) 소결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근로자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 5. 결 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유남석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