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라 한다) 위반행위에 대한 시정조치 및 과징금 부과처분의 시한을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를 개시한 때는 조사개시일부터 5년, 조사를 개시하지 않은 때에는 법 위반행위 종료일부터 7년’으로 정한 공정거래법(2012. 3. 21. 법률 제11406호로 개정된 것) 제49조 제4항 본문 제1호, 제2호(이하, ‘이 사건 처분시한조항’이라 한다)가 명확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소극)
나. 이 사건 처분시한조항이 재산권 및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다. 이 사건 처분시한조항을 개정 공정거래법 시행일 이후 ‘최초로 조사를 개시한 사건’부터 적용하도록 한 공정거래법 부칙 제3조(이하, ‘이 사건 부칙조항’이라 한다)가 명확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소극)
라. 이 사건 부칙조항이 신뢰보호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소극)
재판요지
가. ‘조사’, ‘개시’의 사전적 의미는 ‘사물의 내용을 명확히 알기 위하여 자세히 살펴보거나 찾아봄’, ‘행동이나 일 따위를 시작함’으로 비교적 확정적 의미로 통용되고 있고, 공정거래법 제49조 제1항 내지 제3항, 제50조, 제55조의2 등의 규정에 비추어 볼 때 ‘조사개시일’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직권 또는 신고에 의하여 인지한 공정거래법 위반혐의에 관하여 공정거래법령에 따른 조사절차에 나아간 날’로 보충적으로 해석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처분시한조항은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나. 시정조치는 현존하는 법 위반행위의 결과를 장래에 향하여 제거함으로써 공정거래 질서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고, 과징금 부과처분은 제재금의 성격에다 법 위반행위로 발생한 부당이득을 환수한다는 성격이 결부되어 있으므로, 시정조치 및 과징금 부과처분에 대해서는 장기의 처분시한이 적용될 필요가 있다. 나아가 공정거래위원회가 법 위반혐의를 포착하여 관련법령에 따라 조사를 개시한 이상 적정한 조사기간을 보장하는 것이 적정한 법집행이라는 공익과 처분상대방의 법적지위 보장이라는 이익을 조화시키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시한조항은 입법자의 입법재량의 한계를 일탈하여 재산권 및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
다. 이 사건 처분시한조항과의 규범적 연관성을 고려해보면, 이 사건 부칙조항에서 ‘최초로 조사하는 사건’의 의미는 ‘이 사건 처분시한조항이 시행된 이후 처음으로 조사가 개시된 사건’으로 해석 가능하므로 이 사건 부칙조항은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라. 처분시한제도의 구체적 내용은 본질상 가변적이고 광범위한 입법재량이 인정되는 영역이어서 구법 하에서 아직 조사가 개시되지 않았다는 소극적·잠재적 상태에 근거한 신뢰만으로는 특별히 보호하여야 할 가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에 비하여 법 위반행위가 행해지고 아무리 오랜 시간이 경과하더라도 그 위반행위의 결과가 현존하는 한 이를 시정하거나 원상회복해야 할 공익상 필요는 중대하므로, 이 사건 부칙조항은 신뢰보호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12. 3. 21. 법률 제11406호로 개정된 것) 제49조 제4항 본문 제1호, 제2호,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부칙(2012. 3. 21. 법률 제11406호) 제3조는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2016헌바459, 2017헌바236, 2018헌바193, 2019헌바248 사건
(1) 청구인들은 건설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호가 정한 사업자이다.
(2) 공정거래위원회는 청구인들과 그 외 18개 사업자들이 한국가스공사가 2009. 4.부터 2012. 8.까지 최저가낙찰제 및 적격심사제 방식으로 발주한 ○○ 건설공사 중 26개 공구의 입찰에 참여하면서 사전에 낙찰자, 투찰률 또는 투찰가격 등을 합의하는 방법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2015. 7. 20. 의결 제2015-○○호로 청구인들에게 공정거래법에 따른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을 하였다.
(3)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명령과 과징금부과의 대상으로 삼은 전항의 부당한 공동행위는 2009년 16개 공구에 대한 입찰담합(1차 공동행위)과 2011년부터 2012년 8월까지 10개 공구에 대한 입찰담합(2차 공동행위)이고, 그 중 1차 공동행위는 해당 낙찰자가 발주자인 한국가스공사와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한 2009. 6. 10. 그 위반행위의 실행기간이 종료되었다.
(4) 한국가스공사는 2009. 10. 16. 공정거래위원회에 청구인들의 1차 공동행위 가능성을 알리면서 그에 대한 조사를 의뢰할 수 있는지 여부를 문의하였는데,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2012. 3. 21. 법률 제11406호로 개정된 것) 제49조 제4항이 시행된 2012. 6. 22. 이후인 2013. 10. 7.에야 최초로 1, 2차 공동행위에 관하여 조사를 개시하였고, 2015. 7. 20. 공정거래법 부칙(2012. 3. 21. 법률 제11406호) 제3조에 근거하여 조사를 개시한 때로부터 5년이 경과하지 아니하였음을 이유로 위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을 하였다.
(5) 이에 대하여 청구인들은 위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고 그 재판계속 중, 청구인 ○○ 주식회사(이하 ‘청구인 ○○’이라 한다)는 공정거래법 제49조 제4항 제1호, 부칙 제3조에 대하여, 나머지 청구인들은 공정거래법 제49조 제4항, 부칙 제3조에 대하여 각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하였다가 위 각 신청이 기각되자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2017헌바31 사건
(1) 공정거래위원회는 청구인 ○○과 그 외 4개 건설회사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한 □□ 건설공사 입찰에 대하여 사전에 낙찰예정자와 들러리 참여사, 투찰가격 등을 정하여 입찰에 참여하기로 합의하고 그 합의 내용에 따라 2008. 8. 6. 투찰함으로써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2015. 7. 20. 의결 제2015-□□, △△호로 청구인 ○○에 대하여 공정거래법에 따른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을 하였다.
(2) 전항과 같은 부당한 공동행위와 관련하여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2012. 3. 21. 법률 제11406호로 개정된 것) 제49조 제4항이 시행된 2012. 6. 22. 이후인 2013. 10. 7. 또는 2015. 4.경 그 조사를 개시하였고, 2015. 7. 20. 공정거래법 부칙(2012. 3. 21. 법률 제11406호) 제3조에 근거하여 조사를 개시한 때로부터 5년이 경과하지 아니하였음을 이유로 위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을 하였다.
(3) 이에 대하여 청구인 ○○은 위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고, 그 재판계속 중 공정거래법 제49조 제4항, 부칙 제3조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하였다가 위 신청이 기각되자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가. 청구인 ○○은 2016헌바459 사건에서 공정거래법 제49조 제4항 제1호와 부칙 제3조에 대한 위헌확인을, 나머지 청구인들은 공정거래법 제49조 제4항 전부와 부칙 제3조에 대한 위헌확인을 각 구하고 있다. 그런데 공정거래법 제49조 제4항 단서 부분은 취소판결에 따른 재처분과 관련된 것으로 당해사건들에 적용될 여지가 없고, 청구인들도 그 위헌 여부를 다투지 않으므로 심판대상에서 제외한다.
나. 청구인 ○○은 2016헌바459 사건에서 공정거래법 제49조 제4항 본문 제2호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하지 아니하였다. 그런데 공정거래법 제49조 제4항 본문 제1호와 제2호는 ‘조사 개시’의 개념을 중심으로 서로 체계적으로 밀접한 관련이 있고, 청구인 ○○이 주장하는 위헌 사유는 공정거래법 제49조 제4항 본문 제1호와 제2호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므로, 공정거래법 제49조 제4항 본문 제2호도 심판대상조항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다. 그 밖에 2017헌바31 사건에서 청구인 ○○은 당해사건에 적용되는 법률을 ‘구 공정거래법(2012. 3. 21. 법률 제11406호로 일부 개정되고, 2013. 4. 5. 법률 제1175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으로, 2017헌바236 사건에서 청구인 □□ 주식회사는 ‘구 공정거래법(2013. 4. 5. 법률 제1175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으로 표기하고 있으나, 위 청구인들이 심판대상으로 삼고 있는 공정거래법 제49조 제4항 본문 제1호와 제2호는 2012. 3. 21. 법률 제11406호로 개정된 이래 아무런 변경 없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으므로, ‘공정거래법(2012. 3. 21. 법률 제11406호로 개정된 것)’으로 표기함이 타당하다.
라. 따라서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12. 3. 21. 법률 제11406호로 개정된 것) 제49조 제4항 본문 제1호 및 제2호(이하 두 조항을 합하여 ‘이 사건 처분시한조항’이라 한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부칙(2012. 3. 21. 법률 제11406호) 제3조(이하 ‘이 사건 부칙조항’이라 한다)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12. 3. 21. 법률 제11406호로 개정된 것)
제49조(위반행위의 인지·신고 등) ④ 공정거래위원회는 다음 각 호의 기간이 경과한 경우에는 이 법 위반행위에 대하여 이 법에 따른 시정조치를 명하지 아니하거나 과징금을 부과하지 아니한다. 다만, 법원의 판결에 따라 시정조치 또는 과징금부과처분이 취소된 경우로서 그 판결이유에 따라 새로운 처분을 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공정거래위원회가 이 법 위반행위에 대하여 조사를 개시한 경우 조사개시일부터 5년
2. 공정거래위원회가 이 법 위반행위에 대하여 조사를 개시하지 아니한 경우 해당 위반행위의 종료일부터 7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부칙(2012. 3. 21. 법률 제11406호)
제3조(처분시한에 관한 적용례) 제49조 제4항의 개정규정은 이 법 시행 후 같은 조 제1항 또는 제2항에 따라 최초로 조사하는 사건부터 적용한다.
[관련조항]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01. 1. 16. 법률 제6371호로 개정되고, 2012. 3. 21. 법률 제1140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9조(위반행위의 인지·신고 등) ④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법의 규정에 위반하는 행위가 종료한 날부터 5년을 경과한 경우에는 당해위반행위에 대하여 이 법에 의한 시정조치를 명하지 아니하거나 과징금 등을 부과하지 아니한다. 다만, 법원의 판결에 의하여 시정조치 또는 과징금부과처분이 취소된 경우로서 그 판결이유에 따라 새로운 처분을 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01. 1. 16. 법률 제6371호로 개정된 것)
제49조(위반행위의 인지·신고 등) ①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법의 규정에 위반한 혐의가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직권으로 필요한 조사를 할 수 있다.
② 누구든지 이 법의 규정에 위반되는 사실이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그 사실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할 수 있다.
③ 공정거래위원회는 제1항 또는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조사를 한 경우에는 그 결과(조사결과 시정조치명령 등의 처분을 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그 처분의 내용을 포함한다)를 서면으로 당해사건의 당사자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제55조의2(사건처리절차 등) 이 법의 규정에 위반하는 사건의 처리절차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하여 고시한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부칙(2012. 3. 21. 법률 제11406호)
제1조(시행일) 이 법은 공포 후 3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 다만, 제37조 제2항의 개정규정은 2012년 5월 30일부터 시행한다.
3. 청구인들의 주장요지
가. 이 사건 처분시한조항
(1) ‘조사’ 및 ‘조사개시일’의 개념을 법률에서 직접 명확하게 규정하지 아니하고 공정거래법 제55조의2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하는 고시에 포괄적으로 위임하여 법률유보원칙, 포괄위임금지원칙,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
(2)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관하여 조사를 개시한 경우에는 조사개시일부터 5년, 조사를 개시하지 아니한 경우 해당 위반행위의 종료일부터 7년이라는 처분시한은 타법상 소멸시효나 제척기간에 비하여 지나치게 장기이므로 비례원칙에 위반된다[청구인 △△ 주식회사(이하 ‘청구인 △△’이라 한다)의 주장].
나. 이 사건 부칙조항
(1) ‘최초로 조사하는 사건’의 개념을 법률에서 직접 명확하게 규정하지 아니하여 법률유보원칙 및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
(2) 이미 처분시한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하여 이 사건 처분시한조항을 적용하는 것은 소급입법금지원칙, 신뢰보호원칙에 위반되고, 청구인들의 재산권 및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 이 사건 처분시한조항의 시행일을 기준으로 이미 조사가 개시된 경우와 아직 조사가 개시되지 아니한 경우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여 공정거래위원회의 자의적인 결정에 따라 처분시한이 좌우되므로 평등권을 침해한다.
4. 판 단
가. 심판대상조항의 연혁
공정거래법은 1980. 12. 31. 제정 당시 처분시한에 관한 조항을 두지 않았으나, 1994. 12. 22. 법률 제4790호로 개정된 공정거래법은 법 위반행위가 종료한 날부터 5년이 경과한 경우에는 시정조치 또는 과징금을 부과하지 아니한다는 처분시한에 관한 규정을 신설하였고(제49조 제3항), 2001. 1. 16. 법률 제6371호로 개정된 공정거래법은 ‘법원의 판결에 의하여 시정조치 또는 과징금부과처분이 취소된 경우로서 그 판결이유에 따라 새로운 처분을 하는 경우’에는 처분시한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단서 규정을 신설하였다(제49조 제4항 단서).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관한 시정조치와 과징금 부과처분은 과거의 법 위반행위에 대한 행정제재로서의 성격뿐만 아니라 부당이득 환수 등 현존하는 법 위반행위의 결과를 장래에 향하여 제거하는 적극적 행정행위로서의 성격을 겸유하는 것으로(헌재 2016. 4. 28. 2014헌바60등 참조; 대법원 2017. 4. 27. 선고 2016두33360 판결 등 참조), 법 위반행위자의 법적 안정성뿐만 아니라 공익상 적정한 법집행이 강하게 요청된다. 그런데 공정거래법 위반행위가 점차 복잡·치밀해지고 국제카르텔 등 국제적 차원으로 확대됨에 따라, 행정청이 법 위반행위에 관하여 조사를 개시하고 종결하기까지 기간이 장기화되어 처분시한을 준수하기 곤란한 경우가 발생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2012. 3. 21. 법률 제11406호로 개정된 공정거래법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법 위반행위에 관하여 조사를 개시한 경우에는 조사개시일부터 5년, 조사를 개시하지 않은 경우 해당 위반행위의 종료일부터 7년으로 처분시한을 연장하고, 위 규정을 개정 공정거래법 시행일인 2012. 6. 22. 이후 최초로 조사가 개시된 사건부터 적용하도록 하였다(심판대상조항 참조).
나. 이 사건 처분시한조항에 대한 판단
(1) 쟁점의 정리
청구인들은 이 사건 처분시한조항이 ‘조사’, ‘조사개시일’의 개념을 법률에서 직접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고 공정거래법 제55조의2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하는 고시에 포괄위임하여 법률유보원칙, 포괄위임금지원칙,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 사건 처분시한조항은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관한 처분시한을 직접 완결적으로 규정할 뿐 하위법령에 그 내용을 위임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법률유보원칙 및 포괄위임금지원칙은 별도로 살펴보지 아니한다. 한편 이 사건 처분시한조항이 비례원칙에 위반된다는 청구인 △△의 주장과 이 사건 부칙조항이 재산권 및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청구인들의 주장은 이 사건 처분시한조항이 재산권 및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시한조항에 관하여는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와 재산권 및 직업의 자유 침해 여부를 살펴본다.
(2) 명확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
(가) 명확성원칙은 법치국가원리의 한 표현으로서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규범의 내용은 명확하여야 한다는 헌법상의 원칙이다. 명확성의 정도는 모든 법률에 있어서 동일한 정도로 요구되는 것은 아니고, 개개의 법률이나 법조항의 성격에 따라 요구되는 정도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또한 통상적으로 법률규정은 일반성, 추상성을 가지는 것으로서 입법기술상 어느 정도의 보편적 내지 일반적 개념의 용어사용은 부득이하므로, 당해 법률이 제정된 목적과 다른 규범과의 연관성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해석이 가능한지의 여부에 따라 명확성의 구비 여부가 가려지고, 당해 법률조항의 입법취지와 전체적 체계 및 내용 등에 비추어 법관의 법 보충작용으로서의 해석을 통하여 그 의미가 분명해질 수 있다면 이 경우까지 명확성을 결여하였다고 할 수 없다(헌재 2018. 1. 25. 2016헌바208 등 참조).
(나) 먼저 ‘조사’, ‘개시’의 사전적 의미는 ‘사물의 내용을 명확히 알기 위하여 자세히 살펴보거나 찾아봄’, ‘행동이나 일 따위를 시작함’으로, 비교적 확정적 의미로 통용된다. 또한 공정거래법 제49조 제1항은 법 규정에 위반한 혐의가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직권으로 필요한 조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2항은 누구든지 법 규정에 위반되는 사실이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그 사실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49조 제3항, 제50조, 제55조의2 등은 위반행위의 신고 및 조사 절차와 그에 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권한 등을 세부적으로 규율하고 있으므로, ‘조사개시일’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직권 또는 신고에 의하여 인지한 공정거래법 위반혐의에 관하여 공정거래법령에 따른 조사절차에 나아간 날’로 보충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조사’, ‘조사개시일’, ‘조사를 개시하지 아니한 경우’의 개념은 그 문언, 입법취지, 관련 규정의 내용과 체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가운데 법관의 법 보충작용으로서의 해석을 통하여 그 의미가 분명해질 수 있으므로 불명확하다고 볼 수 없다.
(3) 재산권 및 직업의 자유 침해 여부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관하여 처분시한을 둘지 여부, 그 적용범위와 기간 등 그 구체적 내용의 형성에 관하여는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의 양상과 이에 대한 사회적·경제적 평가의 변화, 조사의 실질적 난이도, 법집행의 공익상 필요와 실효적 제재의 요청, 처분 상대방 등의 법적 안정성 등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할 입법정책에 관한 사항이다. 따라서 처분시한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의 판단은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폭넓은 재량에 속한다.
이 사건 처분시한조항은 적정한 공정거래법의 집행을 보장하고 법적 안정성을 기하기 위하여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관한 시정조치 및 과징금 부과처분의 시한을 공정거래위원회가 법 위반행위에 관하여 조사를 개시한 경우에는 조사개시일부터 5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법 위반행위에 대하여 조사를 개시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해당 위반행위의 종료일부터 7년으로 정하고 있다.
위 처분시한은 공정거래법 위반죄에 대하여 공소시효를 최장 5년으로 정한 같은 법 제66조 이하에 비추어 장기이고, ‘조사개시’라는 행정청 측의 사정에 의하여 처분시한이 결정되도록 하였다는 점에서 입법자에게 허용된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인지 문제된다. 살피건대 공정거래법 위반죄의 공소시효는 형사처벌에 관한 것인 반면, 이 사건 처분시한조항은 현존하는 법 위반행위의 결과를 장래에 향하여 제거하여 독과점을 규제하고 공정거래 질서를 적극적으로 확보하려는 행정작용인 시정조치에 관한 조항이므로 헌법 제119조의 경제질서 조항의 의미와 추구하는 공익의 내용에 비추어 장기의 처분시한이 허용될 필요성이 있다. 또한 이 사건 처분시한조항의 규율 대상인 과징금 부과처분은 제재금의 성격에다 법 위반행위로 발생한 부당이득을 환수한다는 성격이 결부되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공정거래법 제17조, 제55조의3 제1항 제3호 참조), 공정거래법상의 처분시한과 유사한 취지로 도입된 국세기본법 제26조의2에 따른 국세 부과의 제척기간 등과 비교하여 그 기간이 지나치게 길다고 보기도 어렵다. 나아가 공정거래위원회가 법 위반혐의를 포착하여 관련법령에 따라 조사를 개시한 이상 적정한 조사기간을 보장하는 것이 적정한 법집행이라는 공익과 처분상대방의 법적지위 보장이라는 이익을 조화시키는 방법이 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처분시한조항이 ‘조사개시’라는 행정청 측의 사정에 의하여 처분시한이 결정되도록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입법재량을 벗어난 것이라 단정할 수 없다.
결국 이 사건 처분시한조항은 입법자의 입법재량의 한계를 일탈하여 재산권 및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
(4) 소결
이 사건 처분시한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다. 이 사건 부칙조항에 대한 판단
(1) 쟁점의 정리
청구인들은 이 사건 부칙조항이 ‘최초로 조사하는 사건’의 개념을 법률에서 그 의미를 직접 규정하지 아니하여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나, 이는 위 개념이 불명확하다는 주장에 다름 아니므로 법률유보원칙 위반 여부에 대해서는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또한 청구인들은 이 사건 부칙조항이 평등권, 재산권 및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나, 이는 이 사건 부칙조항이 정한 ‘최초로 조사하는 사건’에 대하여 이 사건 처분시한조항을 적용함에 따른 것이고, 이 사건 처분시한조항 부분에서 판단한 바 있으므로 별도로 살펴보지 아니한다.
따라서 이 사건 부칙조항에 관하여는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와 소급입법금지원칙 또는 신뢰보호원칙 위반 여부를 살펴본다.
(2) 명확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
청구인들은 ‘최초로 조사하는 사건’의 의미가 불명확하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 처분시한조항과의 규범적 연관성을 고려해보면, ‘최초로 조사하는 사건’의 의미는 ‘이 사건 처분시한조항이 시행된 이후 처음으로 조사가 개시된 사건’으로 해석 가능하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조사’ 및 ‘조사개시일’의 개념이 명확한 이상, ‘최초로 조사하는 사건’의 의미 역시 불명확하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부칙조항은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3) 소급입법금지원칙 또는 신뢰보호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
(가)이 사건 부칙조항이 소급입법에 해당하는지 여부
헌법 제13조 제2항은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하여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의 박탈을 금지하고 있다. 소급입법은 신법이 이미 종료된 사실관계나 법률관계에 적용되는지, 아니면 현재 진행 중인 사실관계나 법률관계에 적용되는지에 따라 ‘진정소급입법’과 ‘부진정소급입법’으로 구분되는데, 전자는 헌법상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고 특단의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반면, 후자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만 소급효를 요구하는 공익상의 사유와 신뢰보호 요청 사이의 교량과정에서 신뢰보호의 관점이 입법자의 입법형성권에 일정한 제한을 가하게 된다는 데 차이가 있다(헌재 2009. 5. 28. 2005헌바20등 참조).
이 사건 부칙조항에 의하면, 이 사건 처분시한조항은 신법 시행일(2012. 6. 22) 이후 공정거래위원회가 최초로 조사를 개시한 사건부터 적용되고, 구법 하에서 법 위반행위를 하고 구법에 따라 조사가 개시된 사건에 대해서는 이 사건 처분시한조항이 아니라 구법에 따른 처분시한이 적용되므로, 이 사건 부칙조항은 이미 종료된 과거의 사실관계 또는 법률관계에 새로운 법률이 소급적으로 적용되어 과거를 법적으로 새로이 평가하는 진정소급입법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이 사건 부칙조항에 대해서는 소급입법금지원칙은 문제될 여지가 없고 다만 청구인들이 지니고 있는 기존의 법상태에 대한 신뢰를 법치국가적인 관점에서 헌법적으로 보호해 주어야 할 것인지 여부가 문제된다 할 것이다.
(나) 신뢰보호원칙 위반 여부
1) 신뢰보호원칙의 의의 및 심사기준
신뢰보호의 원칙은 헌법상 법치국가 원리로부터 파생되는 것으로, 법률이 개정되는 경우에는 기존 법질서와의 사이에 어느 정도의 이해관계의 상충은 불가피하다고 할 것인바, 이 경우 기존의 법질서에 대한 당사자의 신뢰가 합리적이고 정당한 반면, 법률의 제정이나 개정으로 야기되는 당사자의 손해가 극심하여 새로운 입법으로 달성코자 하는 공익적 목적이 그러한 당사자의 신뢰가 파괴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없는 경우, 그러한 새 입법은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신뢰보호원칙의 위반 여부는 한편으로는 침해되는 이익의 보호가치, 침해의 정도, 신뢰의 손상 정도, 신뢰 침해의 방법 등과 또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입법을 통하여 실현하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형량하여야 한다. 따라서 신뢰보호원칙의 위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첫째, 보호가치 있는 신뢰이익이 존재하는가, 둘째, 과거에 발생한 생활관계를 현재의 법으로 규율함으로써 달성되는 공익이 무엇인가, 셋째, 개인의 신뢰이익과 공익상의 이익을 비교 형량하여 어떠한 법익이 우위를 차지하는가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헌재 2009. 5. 28. 2005헌바20등 참조).
2) 보호가치 있는 신뢰이익의 존부에 대한 판단
2012. 3. 21. 법률 제11406호로 개정되기 전의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법 위반행위가 종료한 날부터 5년을 경과한 경우에는 시정조치 및 과징금 부과를 위한 조사가 개시되어 그 절차가 진행 중인지 여부 등을 불문하고 시정조치를 명하거나 과징금 등을 부과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청구인들은 구법 하에서 이루어진 법 위반행위에 대하여 5년의 처분시한이 적용될 것이라는 기대 또는 신뢰를 가질 수 있다.
그런데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한 시정조치 및 과징금 부과 처분시한은 공정거래법 위반행위를 둘러싼 법률관계를 신속히 확정하여 공정거래위원회가 일방적으로 처분권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방지하고 법적 안정성을 기하기 위한 것인바, 그 구체적인 내용은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의 양상과 이에 대한 사회적·경제적 평가의 변화, 조사의 실질적 난이도, 엄정한 법집행의 공익상 필요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2001. 1. 16. 법률 제6371호로 개정된 공정거래법은 ‘법원의 판결에 의하여 시정조치 또는 과징금부과처분이 취소된 경우로서 그 판결이유에 따라 새로운 처분을 하는 경우’에는 처분시한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제49조 제4항 단서 규정을 신설하여, 취소판결에 따른 법집행의 필요에 의하여 처분시한의 적용을 배제하기도 하였다. 한편, 공정거래법의 처분시한과 유사한 취지로 도입된 국세기본법상 국세 부과의 제척기간 역시 당초 5년에서 10년으로, 국세의 종류와 구체적 상황에 따라 1년에서 15년까지로 각 연장·변경되어왔고, 국세징수권의 소멸시효 또한 그 중단과 정지 사유가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다.
이와 같이 처분시한 제도의 구체적 내용은 본질상 가변적이고 광범위한 입법재량이 인정되는 영역이므로, 구법 하에서 법 위반행위에 대하여 조사가 개시되지 않은 경우라 하더라도 불리한 개정 입법에 대하여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시한조항이 시행될 당시에 아직 조사가 개시되어 있지 않다는 소극적, 잠정적 상태에 근거한 신뢰만으로는 특별히 보호하여야 할 가치나 필요성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
3) 신뢰이익에 대비되는 공익의 중대성
이 사건 처분시한조항을 통해 처분시한을 연장함으로써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관한 적정한 법집행을 도모한다는 입법목적의 실현은 청구인들이 침해받는 신뢰이익에 비하여 중대한 공익이다.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관한 시정조치와 과징금 부과처분은 앞서 본 바와 같이 현존하는 법 위반행위의 결과를 장래에 향하여 제거하여 독과점 규제와 경쟁질서의 확보라는 공익을 적극적으로 실현하는 행정행위이기도 하다.따라서 법 위반행위가 행해지고 아무리 오랜 시간이 경과하더라도 그 위반행위의 결과가 현존하는 한 이를 시정하거나 원상회복해야 할 공익상 필요가 크다.청구인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구법 하에서 법 위반행위를 한 사업자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하여 신법 시행일 이후에 법 위반행위를 한 사업자에 대해서만 연장된 처분시한을 적용한다면, 위와 같은 공익을 실현하는 데 방해가 되거나 공익 달성 효과가 현저히 줄어드는 결과가 될 것이다.4) 이 사건 부칙조항은 신뢰보호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4) 소결
이 사건 부칙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5. 결 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