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대상조항은 객관적으로 점유취득의 원인이 된 권원의 성질이 분명하지 아니할 때 ‘소유의 의사’로 점유하는 것으로 추정함으로써 비로소 입증책임분배에 관한 조항으로 기능한다. 점유는 물건에 대한 지배를 소유자로서 점유할 의사를 가지고 하는 것으로 인정되어 온 역사적 경험을 고려하면, 점유자의 점유가 소유의 의사 없는 점유라는 예외적인 상황에 대한 주장을 하는 사람에게 그 입증책임을 부담시키는 것이 지나치게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특별히 부당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 반하여 소유자인 청구인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197조 제1항 중 ‘소유의 의사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선정당사자)의 조부인 김□□은 1939. 2. 15. 창원시 마산합포구 ○○동 ○○ 대 116㎡(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에 관하여 1939. 2. 10. 매매를 원인으로 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김□□은 1965. 5. 13. 사망하였고, 청구인(선정당사자)과 [별지] 기재 나머지 선정자들(이하 청구인과 선정자들을 모두 합하여 ‘청구인 등’이라 한다)은 망 김□□의 공동상속인이다.
나. 장○○는 1975. 5. 5. 창원시 마산합포구 ○○동 □□에서 사망하였고, 아들인 장□□이 호주상속을 하였다. 한편 위 ○○동 □□에 관하여 1984. 8. 1. 실제지번 정정을 이유로 ○○동 ○○(이 사건 부동산과 같은 지번이다)로 지번이 변경되었다. 장□□은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장○○의 점유를 승계하여 1992. 9. 2.까지, 장□□의 어머니 문○○은 1996. 1. 12. 사망 시까지 각 위 부동산에 거주하였고, 장□□은 그 이후 이 사건 부동산을 점유·사용하다 2001. 4. 30. 제3자에게 임대하였으며, 장□□과 그의 동생 장△△ 등은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재산세 등을 납부해 오고 있다.
다. 장□□은 2013. 4.경 이 사건 부동산은 자신의 아버지가 1953. 5. 30. 망 김□□으로부터 매수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청구인 등을 상대로 점유취득시효 완성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의 소를 제기하였고, 1심 법원은 ‘피고들은 원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각 피고별 해당 지분에 대하여 1976. 10. 21. 취득시효 완성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는 원고승소판결을 선고하였다(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2013가단4756 판결). 항소심에서는 취득시효 완성시점만 1981. 6. 28.로 변경되고 나머지는 동일한 내용의 판결이 선고되었고(창원지방법원 2014나11547 판결), 피고들이 상고하였으나 기각되어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대법원 2016. 7. 7. 선고 2016다15969 판결).
라. 청구인은 상고심 계속 중 민법 제197조 제1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대법원이 2016. 7. 7. 이를 기각하자(2016카기156), 위 민법 조항이 헌법 제10조, 제11조, 제23조 제1항, 제37조 제2항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면서 2016. 8. 12.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197조 제1항 중 ‘소유의 의사로’ 부분(청구인은 위 조항 전체를 심판대상으로 삼고 있으나, 청구서 전체를 살펴보더라도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 것으로 추정하는 부분에 대해서만 위헌판단을 구하는 취지이므로 심판대상을 이와 같이 한정한다. 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과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197조(점유의 태양) ① 점유자는 소유의 의사로 선의, 평온 및 공연하게 점유한 것으로 추정한다.
[관련조항]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192조(점유권의 취득과 소멸) ① 물건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는 점유권이 있다.
제245조(점유로 인한 부동산소유권의 취득기간) ①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하는 자는 등기함으로써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
② 부동산의 소유자로 등기한 자가 1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선의이며 과실없이 그 부동산을 점유한 때에는 소유권을 취득한다.
제246조(점유로 인한 동산소유권의 취득기간) ① 1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동산을 점유한 자는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
② 전항의 점유가 선의이며 과실없이 개시된 경우에는 5년을 경과함으로써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
3. 청구인의 주장
심판대상조항은 점유자가 소유의 의사로 점유하는 것으로 추정함으로써, 정당한 권리자에게 추정 번복에 관한 과도한 입증책임의 부담을 지우고, 나아가 그 추정을 깨지 못하면 부동산에 관한 등기를 빼앗기게 되므로 소유권 상실의 결과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재산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한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은 점유자와 등기부상 소유자를 합리적 근거 없이 차별함으로써 헌법 제11조의 평등원칙에 위배된다.
4. 판 단
가. 심판대상조항의 의의
(1) 점유제도의 역사 및 민법의 규정
물건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는 점유권이 있다(민법 제192조 제1항). 점유에 대한 법적 규율인 점유법의 역사는 매우 오래되어 로마법에서 기원한다. 역사적으로 점유는 소지(所持)와 구별하여 물건에 대한 지배를 소유자로서 점유할 의사를 가지고 하는 것으로 정의되었으며, 점유는 취득시효(usucapio)와 점유보호 소권(訴權)의 요건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져왔다.
민법 제245조 제1항은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하는 자는 등기함으로써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규정한다. 이러한 부동산 점유취득시효에서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요건이 바로 ‘소유의 의사로’ 하는 점유, 이른바 자주점유(이하 ‘자주점유’라고 한다)이다. 소유의 의사는 소유자로서 점유하는 의사 또는 소유자가 할 수 있는 것과 같은 배타적 지배를 사실상 행사하려고 하는 의사를 말한다. 이에 비하여 타주점유는 자주점유가 아닌 점유를 말하고, 타주점유가 자주점유로 전환되려면 타주점유자가 새로운 권원에 기하여 소유의 의사를 가지고 점유를 시작하거나 또는 소유의 의사가 있음을 표시하여야 한다. 민법 제197조 제1항은 ‘점유자는 소유의 의사로 선의, 평온 및 공연하게 점유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하여, 점유자는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 것으로 추정한다(심판대상조항).
(2) 자주점유 추정과 취득시효
취득시효에서 자주점유의 요건인 소유의 의사는 객관적으로 점유취득의 원인이 된 점유권원의 성질에 의하여 그 존부를 결정하여야 하는 것이나, 다만 점유권원의 성질이 분명하지 아니한 때에는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점유자는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점유자가 스스로 그 점유권원의 성질에 의하여 자주점유임을 입증할 책임이 없고 점유자의 점유가 소유의 의사 없는 타주점유임을 주장하는 상대방에게 타주점유에 대한 입증책임이 있다(대법원 1983. 7. 12. 선고 82다708등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즉, 자주점유 추정 규정은 취득시효의 완성을 다투는 점유자의 상대방으로 하여금 입증책임을 부담하게 하는 규정이다.
한편 점유자가 성질상 소유의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 권원에 바탕을 두고 점유를 취득한 사실이 증명되었거나, 점유자가 타인의 소유권을 배제하여 자기의 소유물처럼 배타적 지배를 행사하는 의사를 가지고 점유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객관적 사정, 즉 점유자가 진정한 소유자라면 통상 취하지 아니할 태도를 나타내거나 소유자라면 당연히 취했을 것으로 보이는 행동을 취하지 아니한 경우 등 외형적·객관적으로 보아 점유자가 타인의 소유권을 배척하고 점유할 의사를 갖고 있지 아니하였던 것이라고 볼 만한 사정이 증명된 경우 그 추정은 깨어진다(대법원 1997. 8. 21. 선고 95다28625 전원합의체 판결). 이에 더하여 대법원 판례는 점유자가 점유 개시 당시에 소유권 취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법률행위 기타 법률요건이 없이 그와 같은 법률요건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 타인 소유의 부동산을 무단점유한 것임이 입증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유의 의사가 있는 점유라는 추정은 깨어진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1997. 8. 21. 선고 95다28625 전원합의체 판결).
나. 심판대상조항의 위헌 여부
(1) 쟁점의 정리
심판대상조항은 자주점유를 추정하는 조항으로서, 민법의 점유에 관한 법조항들은 로마법으로부터 역사적 발전과정을 거친 점유제도를 법률로써 구체적으로 규정한 것인 점, 민법 제245조 제1항의 취득시효 규정과 함께 적용되어 이해관계가 상반되는 소유자와 점유자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점에서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를 정하고 있으므로, 헌법 제23조 제1항과 제2항에 합치하는 재산권에 관한 규율인지, 그리고 헌법 제37조 제2항에 반하여 청구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이 점유자와 소유자를 합리적 근거 없이 차별함으로써 헌법 제11조의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나, 소유자와 점유자의 이해관계의 조정 과정에서 소유자를 불리하게 취급한다는 주장은 결국 심판대상조항이 소유자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내용과 같으므로 위 주장에 관하여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2) 재산권 제한의 기본 원리 및 심사기준
헌법은 제23조 제1항 제1문에서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라고 하여 재산권의 보장을 선언하고, 제2문에서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재산권의 구체적 모습은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를 정하는 법률에 의하여 형성된다. 이러한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를 정하는 법률의 경우에도 사유재산제도나 사유재산을 부인하는 것은 재산권보장규정의 침해를 의미하고 결코 재산권형성적 법률유보라는 이유로 정당화 될 수 없다(헌재 1993. 7. 29. 92헌바20 참조).
한편 헌법 제23조 제2항에서는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입법자는 헌법 제23조 제1항 제2문에 의거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를 구체적으로 형성함에 있어서는 헌법 제23조 제1항 제1문에 의한 사적 재산권의 보장과 함께 헌법 제23조 제2항의 재산권의 사회적 제약을 동시에 고려하여 양 법익이 균형을 이루도록 입법하여야 한다(헌재 1998. 12. 24. 89헌마214등 참조).
심판대상조항은 점유의 태양에 관한 것으로서 종전에 법률로써 인정되던 재산권의 내용을 축소하거나 그 한계를 강화하는 것으로 보기 어려운 점, 심판대상조항은 추정 규정으로서 입증책임규범은 입법자가 입증책임 분배의 기본원칙에 따라 정할 수 있는 입법형성의 영역이라는 점, 헌법재판소는 민법 제245조 제1항의 점유취득시효, 2항의 등기부취득시효 규정의 재산권 침해 여부에 관해서도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일탈하였는지 여부를 심사한 점(헌재 2013. 5. 30. 2012헌바387; 헌재 2016. 2. 25. 2015헌바257 참조) 등을 고려할 때, 심판대상조항이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를 정한 조항으로서 입법형성의 범위를 일탈하였는지를 심사하기로 한다.
(3) 입법형성의 범위를 벗어난 것인지 여부
앞서 본 바와 같이 점유에 대하여 일정한 법적 권능을 인정하는 점유 제도는 고대 로마법에 기원을 두고 있으며, 점유의 개념과 점유를 보호하는 근거에 대하여 다양한 입장이 가능하나, 역사적으로 점유는 물건에 대한 지배를 소유자로서 점유할 의사를 가지고 하는 것으로 인정되어 온 점, 점유를 일정한 법적 권능과 결부될 수 있는 사실(事實)로 보면서 취득시효(usucapio)의 구성요건요소로서 중요하게 여긴 점은 외국 입법례에서도 공통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심판대상조항은 객관적으로 점유취득의 원인이 된 점유권원의 성질이 분명하지 아니할 때 비로소 입증책임분배에 관한 조항으로 기능하고, 점유는 물건에 대한 지배를 소유자로서 점유할 의사를 가지고 하는 것으로 인정되어 온 역사적 경험을 고려하면, 점유자의 점유가 소유의 의사 없는 타주점유라는 예외적인 상황에 대한 주장을 하는 사람에게 그 입증책임을 부담시키는 것이 지나치게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특별히 부당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그러므로 자주점유를 추정하는 심판대상조항은 합리적이며 입법형성권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한편 앞서 본 바와 같이 자주점유 추정 조항은 취득시효의 요건과 관련하여 실익이 있다. 점유취득시효제도는 고대 로마법에 그 기원을 두고 있으며 대륙법을 거쳐 우리나라에 계수되었는데, 세계 각국이 취득시효제도를 인정하는 이유로는 법률질서의 안정과 사회질서의 유지, 입증곤란의 구제와 소송경제, 권리 위에 잠자는 형식적 권리자보다는 권리의 객체에 대하여 두터운 실질적 이해관계를 갖는 자의 보호를 들 수 있다(헌재 1993. 7. 29. 92헌바20 참조). 이에 더하여 최근에는 부동산 점유취득시효는 증거를 잃은 진정한 소유자에게 소유권의 증명을 용이하게 하는 것이 그 취지라거나, 부동산 점유취득시효는 형식적 권리자보다는 실제로 목적물로부터 수익을 얻고 있는 자를 보호함으로써 재화의 효용을 극대화 할 수 있다는 점, 미등기부동산이 많고 등기절차가 허술한 우리나라에서 현실적인 점유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부동산 점유취득시효가 중요한 기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기도 한다.
이러한 부동산 점유취득시효의 가장 중요한 요건이 자주점유인데,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자주점유가 추정됨에 따라 결과적으로 20년의 점유만 입증하면 반대입증이 없는 한 취득시효를 인정하게 되어 진정한 권리자의 희생 하에 시효취득자를 지나치게 보호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입법론은 별론으로 하고, 다양한 제도적 기능을 가진 부동산 점유취득시효제도의 주된 취지는 점유자를 보호하는 것이고 민법 제245조 제1항에 대해서는 헌법상 재산권 보장에 반하지 않는다는 합헌 결정이 여러 차례 있었던 점(헌재 1993. 7. 29. 92헌바20; 헌재 2013. 5. 30. 2012헌바387; 헌재 2014. 3. 27. 2013헌바242), 대법원 판례가 악의의 무단점유의 경우에는 자주점유의 추정이 깨어진다고 판단함으로써 점유 사실로부터 곧바로 소유의 의사를 추정하는 것의 문제점을 시정하고 진정한 권리자를 보호하는 법률의 해석·적용을 하고 있는 점, 점유취득시효가 쉽게 인정되어 점유자에게 지나치게 유리하다는 문제는 심판대상조항뿐 아니라 현행 민법 제245조 제1항의 점유취득시효가 선의, 무과실을 요건으로 하고 있지 않은 점에도 기인하는바, 이는 부동산 점유취득시효제도의 개선을 통하여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심판대상조항을 부동산 점유취득시효의 요건에 대한 추정의 문제로 볼 때에도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4) 소결
이상의 점을 종합할 때, 심판대상조항은 재산권에 관한 내용과 한계를 구체적으로 형성함에 있어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일탈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에 반하여 청구인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5. 결 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