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결정
청구인김○효 외 4인 (대리인 변호사 ○○○)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들은 모두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은 의사로, 의료법의 적용을 받는 의료인이다.
나. (1) 청구인 김○효는 2011. 1. 20. ○○약품으로부터 의약품의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제공하는 4,302,590원 상당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아 구 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1호 및 같은 법 시행령 제32조 제1항 제5호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2015. 3. 6. 벌금 200만 원, 추징금 4,302,590원의 약식명령을 발령받고 확정되었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14고약12117호). 이에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은 보건복지부장관에게 행정처분을 의뢰하였고, 보건복지부장관은 2015. 7. 15. 청구인에게 의사면허 자격정지 2개월의 행정처분을 하였다(2016. 6. 29. 위 처분의 집행시기가 2017. 7. 1. 부터 2017. 8. 31. 까지로 변경되었다).
(2) 청구인 김○호는 2010. 5. 28. 부터 2010. 11. 12. 까지 □□으로부터 법인카드를 제공받아 사용한 후 카드대금을 대납하게 하여 9,105,070원 상당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았다는 사유로 2016. 2. 12. 보건복지부로부터 2개월의 자격정지처분을 받았다(2016. 6. 29. 위 처분의 집행시기가 2017. 7. 1. 부터 2017. 8. 31. 까지로 변경되었다).
(3) 청구인 이○우는 2010. 9. 6. 부터 2010. 12. 3. 까지 ○○제약과 △△로부터 시장조사 명목으로 6,600,000원 상당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았다는 사유로 2015. 10. 6. 2개월의 자격정지처분을 받았다(2016. 6. 21. 위 처분의 집행시기가 2016. 11. 1. 부터 2016. 12. 31. 까지로 변경되었다).
(4) 청구인 이○규는 2010. 12. 21. 경부터 2010. 12. 30. 경까지 ○○제약과 △△로부터 시장조사 명목으로 5,802,000원 상당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았다는 사유로 2016. 2. 17. 2개월의 자격정지처분을 받았다(2016. 5. 18. 위 처분의 집행시기가 2017. 6. 19. 부터 2017. 8. 18. 까지로 변경되었다).
(5) 청구인 배○호는 2010. 8. 5. 부터 2010. 12. 21. 까지 ○○제약과 △△로부터 시장조사 명목으로 8,400,000원 상당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았다는 사유로 2015. 10. 6. 2개월의 자격정지처분을 받았다(2016. 6. 8. 위 처분의 집행시기가 2017. 1. 1. 부터 2017. 2. 28. 까지로 변경되었다).
다. 구 의료법 제66조 제1항에 의하면, 보건복지부장관은 의료인이 의료법을 위반하여 경제적 이익 등을 제공받은 경우 1년의 범위에서 면허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다. 그런데 2016. 5. 29. 법률 제14220호로 의료법이 개정되면서 제66조 제6항이 신설되어 제1항에 따른 자격정지처분은 그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5년이 지나면 하지 못하도록 하였는데, 같은 법 부칙 제4조에서 위 법 시행 전의 위반행위에 대한 행정처분에 관하여는 종전의 규정에 따르도록 하여, 청구인들이 받은 자격정지처분의 효력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이에 청구인들은 위 의료법 부칙 제4조가 청구인들의 평등권, 직업수행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2016. 8. 26.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의료법 부칙(2016. 5. 29. 법률 제14220호) 제4조(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가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의료법 부칙(2016. 5. 29. 법률 제14220호)
제4조(행정처분에 관한 경과조치) 이 법 시행 전의 위반행위에 대한 행정처분에 관하여는 종전의 규정에 따른다.
[관련조항]
의료법(2016. 5. 29. 법률 제14220호로 개정된 것)
제66조(자격정지 등) ① 보건복지부장관은 의료인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1년의 범위에서 면허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다. 이 경우 의료기술과 관련한 판단이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는 관계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결정할 수 있다.
1.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행위를 한 때
② 제1항 제1호에 따른 행위의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⑥ 제1항에 따른 자격정지처분은 그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5년(제1항 제5호·제7호에 따른 자격정지처분의 경우에는 7년으로 한다)이 지나면 하지 못한다. 다만, 그 사유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246조에 따른 공소가 제기된 날부터 해당 사건의 재판이 확정된 날까지의 기간은 시효 기간에 산입하지 아니한다.
의료법 부칙(2016. 5. 29. 법률 제14220호)
제3조(자격정지처분 시효의 적용에 관한 경과조치) 이 법 시행 전에 발생한 사유로 인하여 종전의 제66조 제1항 각 호에 해당하게 된 경우의 자격정지처분은 이 법 시행일 이전 그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5년(제66조 제1항 제5호·제7호에 따른 자격정지처분의 경우에는 7년으로 한다)이 지나면 하지 못한다. 다만, 그 사유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246조에 따른 공소가 제기된 때에는 공소가 제기된 날부터 해당 사건의 재판이 확정된 날까지의 기간은 시효 기간에 산입하지 아니한다.
3. 청구인들의 주장
가. 처분사유 발생일로부터 5년이 도과했다는 사실관계가 동일함에도 행정청이 사전에 처분을 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합리적 이유 없이 시행일 전 행정처분을 받은 의료인들을 처분시효규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자의적인 차별에 해당한다.
나. 의료법 제66조 제6항에서 시효의 기산점을 그 사유가 발생한 날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처분청의 사전 통지 여부에 따라 처분을 할 수 있는지 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적법절차원칙이나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
다. 심판대상조항은 처분청의 행정처분통지서 발송 여부에 따라 처분시효 규정의 적용 여부를 다르게 하여 의료인의 자격을 정지하고 일체의 진료행위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므로, 청구인들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
4. 판 단
가. 평등권 침해 여부
(1) 2016. 5. 29. 법률 제14220호로 개정된 의료법은 제66조 제6항을 신설하여 ‘제1항에 따른 자격정지처분은 그 처분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5년이 지나면 하지 못한다.’는 시효규정을 두었고, 같은 법 부칙 제3조는 구 의료법 하에서 자격정지처분의 사유가 발생하였더라도 개정법 시행 이전 그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5년이 지나면 처분을 하지 못하도록 하였는데, 심판대상조항은 개정법 시행 전의 위법행위에 대한 행정처분에 관하여는 종전의 규정에 따르도록 하였다. 그리하여 이미 자격정지처분을 받은 청구인들은 처분사유 발생일부터 5년이 경과하였다는 사실관계가 같더라도 행정청의 처분이 개정 의료법 시행 전에 있었다는 이유로 시효규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되었으므로, 청구인들의 평등권 침해 여부가 문제된다.
(2) 이 사건 차별은 의료인에 대한 자격정지처분의 시효규정을 신설하면서 구 의료법 하에서의 법 위반행위에 대한 구제범위를 한정하는 것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서, 헌법에서 특별히 평등을 요구하는 영역에 관한 것이거나 관련 기본권에 중대한 제한을 초래하게 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 여부를 심사하는 것으로 충분하다(헌재 2014. 5. 29. 2012헌마515 참조).
(3) 시효제도는 일정한 사실상태가 일정 기간 계속된 경우에 그 사실상의 상태를 존중하여 그에 적합한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자격정지처분에 시효제도를 두는 것은 처분을 하지 않은 상태로 일정 기간이 경과하는 경우 그 사실상의 상태를 존중하여 그 처분을 면제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시효제도를 창설하기 전에 이미 행정처분을 한 경우 이에 대하여 신설된 시효규정을 적용하지 않고 구 의료법 하에서의 처분 효과를 그대로 유지하도록 한 것은 시효제도의 취지에 합당한 것으로서 합리적인 규정으로 보인다.
(4) 다만 신법이 피적용자에게 유리한 경우에는 이른바 시혜적 소급입법이 가능하지만, 그러한 소급입법을 할 것인가의 여부는 그 일차적인 판단이 입법기관에 맡겨져 있으므로 입법자는 입법목적, 사회실정이나 국민의 법 감정, 법률의 개정이유나 경위 등을 참작하여 시혜적 소급입법을 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고, 그 판단은 존중되어야 하며, 그 결정이 합리적 재량의 범위를 벗어나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것이 아닌 한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헌재 2012. 8. 23. 2011헌바169 참조).
의료인의 불법 리베이트 수수행위는 국민의 건강증진 및 의료시장의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의 보장을 위하여 규제되어야 할 필요가 크므로, 이러한 행위를 한 의료인에 대해서 자격정지처분의 기간을 연장하고 기준을 세분화하여 위반행위의 유형 및 정도에 따라 제재를 강화하여 왔다. 이처럼 규제를 강화하여 왔음에도 2016. 5. 29. 법률 제14220호로 의료법을 개정하면서 의료인에 대한 자격정지처분에 시효제도를 도입한 목적은 처분을 받지 않은 상태로 5년이 경과한 자의 신뢰 및 법적 안정성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자격정지처분의 요건이 발생하였지만 아직 처분을 받지 않은 자들의 경우에는 상당한 기간 그와 같은 상태에 대한 신뢰를 형성하였다는 점에서 이를 존중하여 법적 불안정성을 해소할 필요가 있으나, 이미 처분을 받아 그러한 신뢰를 형성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의료인들에 대해서까지 시효규정을 확대 적용해야 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
물론 사안에 따라서는 구법 하에서 비슷한 시기에 유사한 위반행위를 하였음에도 행정청이 일부 의료인에게만 자격정지처분을 하여, 처분을 받은 사람만 개정법상 시효규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는 행정절차에서 발생한 사실상의 불이익일 뿐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직접 야기되는 차별이라고 볼 수 없다.
(5)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청구인들을 차별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나. 기타 주장에 대한 판단
(1) 청구인들은 의료법 제66조 제6항에서 시효의 기산점을 사유발생일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처분청의 사전 통지 여부에 따라 처분을 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적법절차원칙이나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나, 청구인이 주장하는 사유는 적법절차원칙이나 명확성원칙과 관련된 것이라기보다는 앞서 살핀 평등권에 관한 주장과 마찬가지라 할 것이므로, 이에 대해서는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아니한다.
(2) 청구인들은 심판대상조항이 청구인들의 직업수행의 자유도 침해한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에서 청구인들이 다투는 것은 의료인에 대한 자격정지처분 자체의 위헌성이 아니라 신설된 시효규정의 혜택 범위에서 청구인들과 같은 일부의 의료인들을 배제한 것의 위헌성이므로, 이는 내용상 평등권 침해 주장과 다르지 아니하여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5.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재판관 김이수 이진성 김창종 안창호 강일원 서기석 조용호 이선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