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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시사항

가. 조약과 비구속적 합의의 구분 기준 및 비구속적 합의가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소극) 나. 대한민국 외교부장관과 일본국 외무부대신이 2015. 12. 28. 공동발표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합의(이하 ‘이 사건 합의’라 한다)가 헌법소원심판 청구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소극)

재판요지

가. 조약과 비구속적 합의를 구분함에 있어서는 합의의 명칭, 합의가 서면으로 이루어졌는지 여부, 국내법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와 같은 형식적 측면 외에도 합의의 과정과 내용·표현에 비추어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려는 당사자의 의도가 인정되는지 여부, 법적 효과를 부여할 수 있는 구체적인 권리·의무를 창설하는지 여부 등 실체적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비구속적 합의의 경우, 그로 인하여 국민의 법적 지위가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대상으로 한 헌법소원 심판청구는 허용되지 않는다. 나. 이 사건 합의는 양국 외교장관의 공동발표와 정상의 추인을 거친 공식적인 약속이지만, 서면으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통상적으로 조약에 부여되는 명칭이나 주로 쓰이는 조문 형식을 사용하지 않았으며, 헌법이 규정한 조약체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또한 합의 내용상 합의의 효력에 관한 양 당사자의 의사가 표시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법적 권리·의무를 창설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도 않다. 이 사건 합의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권리가 처분되었다거나 대한민국 정부의 외교적 보호권한이 소멸하였다고 볼 수 없는 이상 이 사건 합의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법적 지위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위 피해자들의 배상청구권 등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따라서 이 사건 합의를 대상으로 한 헌법소원심판청구는 허용되지 않는다.

참조조문

헌법 제60조 제1항, 제73조, 제89조 제3호,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참조판례

나. 헌재 2011. 8. 30. 2006헌마788, 판례집 23-2상, 366, 381-392, 헌재 2015. 5. 28. 2014헌마926, 공보 제224호, 925, 927

사건
2016헌마253 일본군위안부문제합의발표위헌확인
청구인
[별지1] 명단과 같음 (대리인 [별지2] 명단과 같음)
피청구인
외교부장관 (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평양 담당변호사 ○○○ ○ ○○)
판결선고
2019. 12. 27.

주 문

1. 청구인 강○○, 길○○, 김○○, 김◎◎, 박□□, 박△△, 박▽▽, 이▽▽, 이◇◇, 이◎◎, 이▷▷, 정○○, 하○○, 함○○, 남○○, 홍○○, 김◁◁, 서○○, 송○○, 양○○, 왕○○, 이◁◁, 이♤♤, 임○○, 임□□, 임△△의 이 사건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한다. 2. 나머지 청구인들에 대한 심판절차는 [별지3] 기재와 같이 종료되었다.

이 유

1. 사건개요 청구인 1 내지 29는 일제에 의하여 강제로 동원되어 성적 학대를 받으며 ‘위안부’로서의 생활을 강요당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고, 청구인 30, 31은 생존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자녀이며, 청구인 32 내지 41은 사망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자녀이다. 청구인들은, 2015. 12. 28. 한일 외교장관회담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발표된 합의의 내용이 청구인들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2016. 3. 27. 위와 같은 합의 발표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피청구인과 일본국(이하 ‘일본’이라 한다) 외무대신이 2015. 12. 28. 공동발표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합의 내용’(이하 ‘이 사건 합의’라 한다)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외교부 홈페이지에 게재된 이 사건 합의는 다음과 같다. [공동기자회견 발표 내용] 1. 안녕하십니까. 오늘 저는 기시다 외무대신과 회담을 갖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비롯한 양국 간 현안 및 관심사에 대해 심도 있는 협의를 가졌습니다. 2. 먼저 연말 바쁘신 일정에도 불구하고 기시다 외무대신께서 오늘 이 회담을 위해 방한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3.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우리 정부는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이하여 양국 간 핵심 과거사 현안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적극 노력해 왔습니다. 4. 특히, 지난 11. 2. 한·일 정상회담에서 박 대통령님과 아베 총리께서 “금년이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이라는 전환점에 해당되는 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가능한 조기에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타결하기 위한 협의를 가속화하자”는 정치적 결단을 내려주셔서, 이후 국장급 협의를 중심으로 이 문제에 대한 양국 간 협의를 가속화해 왔습니다. 5. 어제 있었던 12차 국장급 협의를 포함하여 그간 양국 간 다양한 채널을 통한 협의 결과를 토대로 오늘 기시다 외무대신과 전력을 다해 협의한 결과, 양국이 수용할 수 있는 내용의 합의를 도출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그 결과를 여러분들께 발표하고자 합니다. 6. 우선, 일본 정부를 대표해서 기시다 외무대신께서 오늘 합의사항에 대한 일본측의 입장을 밝히시고, 이어서 제가 한국 정부의 입장을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 기시다 대신 언급내용먼저 일·한 국교 정상화 50주년인 올해 연말에 서울을 방문하여 윤병세 장관과 매우 중요한 일·한 외상회담을 개최할 수 있었던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일·한 간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양국 국장급 협의 등을 통해 집중적으로 협의해 왔습니다. 그 결과에 기초하여 일본 정부로서 이하를 표명합니다.①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의 관여 하에 다수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로서, 이러한 관점에서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합니다. 아베 내각총리대신은 일본국 내각총리대신으로서 다시 한번 위안부로서 많은 고통을 겪고 심신에 걸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합니다.②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도 본 문제에 진지하게 임해 왔으며, 그러한 경험에 기초하여 이번에 일본 정부의 예산에 의해 모든 前 위안부분들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조치를 강구합니다. 구체적으로는, 한국 정부가 前 위안부분들의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재단을 설립하고, 이에 일본 정부 예산으로 자금을 일괄 거출하고, 일·한 양국 정부가 협력하여 모든 前 위안부분들의 명예와 존엄의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사업을 행하기로 합니다.③ 일본 정부는 이상을 표명함과 함께, 이상 말씀드린 조치를 착실히 실시한다는 것을 전제로, 이번 발표를 통해 동 문제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합니다. 또한,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와 함께 향후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동 문제에 대해 상호 비난·비판하는 것을 자제합니다.또한 앞서 말씀드린 예산 조치에 대해서는 대략 10억 엔 정도를 상정하고 있습니다. 이상 말씀드린 것은 일·한 양 정상의 지시에 따라 협의를 진행해 온 결과이며, 이로 인해 일·한 관계가 신시대에 돌입하게 될 것을 확신합니다.이상입니다. 7. 다음은 오늘 합의사항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제가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한·일 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양국 국장급협의 등을 통해 집중적으로 협의를 해 왔다. 그 결과에 기초하여 한국 정부로서 아래를 표명한다.①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의 표명과 이번 발표에 이르기까지의 조치를 평가하고, 일본 정부가 앞서 표명한 조치를 착실히 실시한다는 것을 전제로, 이번 발표를 통해 일본 정부와 함께 이 문제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한다.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실시하는 조치에 협력한다.②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주한 일본 대사관 앞의 소녀상에 대해 공관의 안녕·위엄의 유지라는 관점에서 우려하고 있는 점을 인지하고, 한국 정부로서도 가능한 대응방향에 대해 관련 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③ 한국 정부는 이번에 일본 정부가 표명한 조치가 착실히 실시된다는 것을 전제로, 일본 정부와 함께 향후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이 문제에 대해 상호 비난·비판을 자제한다. 8. 이상으로 한국 정부 입장을 말씀드렸습니다. 9.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인 올해를 넘기기 전에 기시다 외무대신과 함께 그간의 지난했던 협상에 마침표를 찍고, 오늘 이 자리에서 협상 타결 선언을 하게 된 것을 대단히 기쁘게 생각합니다. 10. 앞으로 금번 합의의 후속 조치들이 확실하게 이행되어, 모진 인고의 세월을 견뎌 오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분들의 명예와 존엄이 회복되고 마음의 상처가 치유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11. 아울러 한·일 양국 간 가장 어렵고 힘든 과거사 현안이었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협상이 마무리되는 것을 계기로, 새해에는 한·일 양국이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한일 관계를 열어 나갈 수 있게 되기를 충심으로 기원합니다. 12. 감사합니다. 3. 청구인들의 주장 가. 청구인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경우 이 사건 합의가 일본 정부의 책임 회피 근거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 사건 합의는 청구인들의 기본권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공권력 행사로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된다. 나. 이 사건 합의 중 ‘동 문제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한다는 내용의 의미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이것이 ① 우리 정부가 청구인들에 대한 외교적 보호를 포기한다는 의미라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배상청구권 실현에 관한 피청구인의 구체적 작위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배상청구권 실현의 장애를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여 청구인들의 재산권, 인격권, 외교적보호청구권 등을 침해한 것이다. 한편 위와 같은 합의 내용이 ② 청구인들의 배상청구권이 소멸된다는 의미라면, 이는 청구인들의 재산권인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한 수용적 침해 내지 수용 유사적 침해로서 청구인들의 재산권을 침해한 것이다. 다. 이 사건 합의는 일본의 법적 책임 인정과 진정한 사과, 온전한 배상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청구인들의 재산권, 인격권 등을 침해하며,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이하 ‘한일청구권협정’이라 한다) 제3조에 따른 분쟁해결절차에 나아갈 의무를 이행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또한 피청구인은 이 사건 합의를 하는 과정에서 청구인들의 절차 참여를 완전히 배제하였으므로 청구인들의 절차적 참여권과 알권리도 침해하였다. 4. 판 단 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배상청구권 및 한일청구권협정 관련 해석상 분쟁의 존재 헌법재판소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일본에 대하여 가지는 배상청구권이 한일청구권협정 제2조 제1항에 의하여 소멸되었는지 여부에 관한 한·일 양국 간 해석상 분쟁을 한일청구권협정 제3조가 정한 절차에 따라 해결하지 아니하고 있는 부작위가 위헌인지 여부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헌재 2011. 8. 30. 2006헌마788 참조). 「일본은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일본에 대한 배상청구권이 소멸되었다는 입장인 반면 우리 정부의 입장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배상청구권은 한일청구권협정에 의하여 해결된 청구권에 관한 문제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어서 한·일 양국 간 해석 차이, 즉 한일청구권협정 제3조의 ‘분쟁’이 존재한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는, 일본과 일본군에 의해 강제로 동원되고 그 감시 아래 일본군의 성노예를 강요당한 것에 기인하는 것으로, 달리 그 예를 발견할 수 없는 특수한 피해이고, 일본에 의하여 광범위하게 자행된 반인도적 범죄행위에 대하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에 대하여 가지는 배상청구권은 헌법상 보장되는 재산권일 뿐 아니라, 그 배상청구권의 실현은 무자비하게 지속적으로 침해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신체의 자유를 사후적으로 회복한다는 의미를 가지는 것이므로, 그 배상청구권의 실현을 가로막는 것은 헌법상 재산권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근원적인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의 침해와 직접 관련이 있다. 한일청구권협정 제3조에 따라 분쟁해결의 절차로 나아갈 의무는 헌법에서 유래하는 작위의무로서 그것이 법령에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경우라 할 것이므로, 해석상 분쟁을 한일청구권협정 제3조가 정한 절차에 따라 해결하지 아니하고 있는 부작위는 헌법에 위반하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기본권을 침해한다. 」 나. 이 사건 합의 및 후속조치 경과 (1) 2014. 3. 25. 핵안보 정상회의 중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 과정에서 한·일 양국은 ‘위안부’ 문제를 다루는 국장급 협의를 개시하기로 합의하였고, 우리 외교부 동북아국장과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사이에 2014. 4. 16. 부터 2015. 12. 28. 이 사건 합의 발표 전일까지 12차례의 국장급 협의가 이루어졌다. 2015. 2. 부터는 위 국장급 협의와 함께 고위급 비공개 협의가 진행되었고, 2015. 11. 2. 한·일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임을 감안하여 가능한 한 빠른 시일 안에 ‘위안부’ 문제를 타결하기로 의견을 모았으며, 고위급 협의에서의 합의 내용을 2015. 12. 28. 한·일 외교장관이 구두로 확인하고,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하였다. 그리고 한·일 양국 정상이 전화통화로 추인하였다. (2) 합의의 후속조치로 2016. 7. 28. 일본 정부가 예산으로 전액 출연한 돈을 사용하여 화해·치유재단이 설립되었으며, 출연금 중 일부가 생존 피해자 또는 사망 피해자의 유가족 중 각 신청자에게 지원금으로 지급되었다. (3) 외교부는 2017. 7. 31. 장관 직속으로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위원장 1명, 부위원장 2명, 민간위원 3명, 외교부 위원 3명)를 설치하여, 이 사건 합의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였다. 2017. 12. 27. 위 태스크포스에서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이 사건 합의에 대하여, “양국 외교장관 공동 발표와 정상의 추인을 거친 공식적인 약속이며, 그 성격은 조약이 아니라 정치적 합의”라고 보았다. (4) 피청구인은 2018. 1. 9. 이 사건 합의 처리 방안에 관한 정부의 의견을 발표하였고, 그 내용은 [별지4]와 같다. 다. 이 사건 합의의 성격 및 기본권침해가능성 (1) 헌법소원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의 침해를 받은 자가 그 침해를 구제받기 위해 헌법재판소에 심판을 청구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심판대상인 공권력행사가 헌법소원을 청구하고자 하는 자의 법적 지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기본권침해의 가능성이나 위험성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이를 대상으로 헌법소원을 청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헌재 2015. 5. 28. 2014헌마926 참조). (2) 조약의 개념에 관하여 우리 헌법상 명문의 규정은 없다. 다만 헌법 제60조 제1항에서 국회는 상호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중요한 국제조직에 관한 조약, 우호통상항해조약, 주권의 제약에 관한 조약, 강화조약,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헌법 제73조는 대통령에게 조약체결권을 부여하고 있고, 헌법 제89조 제3호에서 조약안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제법적으로, 조약은 국제법 주체들이 일정한 법률효과를 발생시키기 위하여 체결한 국제법의 규율을 받는 국제적 합의를 말하며 서면에 의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예외적으로 구두합의도 조약의 성격을 가질 수 있다. 국가는 경우에 따라 조약과는 달리 법적 효력 내지 구속력이 없는 합의도 하는데, 이러한 합의는 많은 경우 일정한 공동 목표의 확인이나 원칙의 선언과 같이 구속력을 부여하기에는 너무 추상적이거나 구체성이 없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대체로 조약체결의 형식적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 이러한 합의도 합의 내용이 상호 준수되리라는 기대 하에 체결되므로 합의를 이행하지 않는 국가에 대해 항의나 비판의 근거가 될 수는 있으나, 이는 법적 구속력과는 구분된다. 조약과 비구속적 합의를 구분함에 있어서는 합의의 명칭, 합의가 서면으로 이루어졌는지 여부, 국내법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와 같은 형식적 측면 외에도 합의의 과정과 내용·표현에 비추어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려는 당사자의 의도가 인정되는지 여부, 법적 효력을 부여할 수 있는 구체적인 권리·의무를 창설하는지 여부 등 실체적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이에 따라 비구속적 합의로 인정되는 때에는 그로 인하여 국민의 법적 지위가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대상으로 한 헌법소원 심판청구는 허용되지 않는다. (3) 이 사건 합의가 양국 외교장관의 공동 발표와 정상의 추인을 거친 공식적인 약속이라는 점은 이 사건 합의의 경과에 비추어 분명하다. 그러나 이 사건 합의는 서면으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통상적으로 조약에 부여되는 명칭이나 주로 쓰이는 조문 형식을 사용하지 않았으며, 합의의 효력에 관한 양 당사자의 의사가 표시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법적 권리·의무를 창설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우선, 일반적인 조약이 서면의 형식으로 체결되는 것과 달리 이 사건 합의는 구두 형식의 합의이다. 한·일 양국의 외교부 홈페이지에 게재된 바에 따르면, 표제로 대한민국은 ‘기자회견’, 일본은 ‘기자발표(記者發表)’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일반적 조약의 표제와는 다른 명칭을 붙였고, 한·일 양국이 각자의 입장을 발표하는 형식을 취하면서 ①, ②, ③ 번호를 붙였으나 이는 통상적으로 조약에서 사용되는 조문의 형식은 아니다. 구두 발표 시에는 심판대상에서 살핀 것처럼, 일본 외무대신의 경우 “이상 말씀드린 조치”를 착실히 실시한다는 것을 전제로, 대한민국 외교부장관의 경우 “앞서 표명한 조치”를 착실히 실시한다는 것을 전제로 각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해결을 언급하였으나,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에 게재된 발표문에서는 일본 외무대신은 “상기 ②의 조치”를 착실히 실시한다는 것을 전제로, 대한민국 외교부장관은 “상기 1. ②의 조치”를 착실히 실시한다는 것을 전제로 각 문제의 해결을 표시하여, 구두 발표의 표현과 홈페이지에 게재된 발표문의 표현조차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존재하였다. 또 합의의 효력과 관련하여 비구속적 의도를 명시하지는 않았으나, 국제법상 구속적 의도를 추단할 수 있을만한 표현 역시 사용하지 않았으며, 전체적으로 모호하거나 일상적인 언어로 표현되어 있다. 또한 이 사건 합의는 한·일 양국 간 첨예한 갈등이 존재하는 문제이자 국민의 기본권과 관련되어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피해 회복에 관한 문제를 다루면서도 국무회의 심의나 국회의 동의 등 위 (2)항에서 살핀 헌법상의 조약체결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간이한 내용의 조약으로서 관행에 따라 처리되는 고시류조약과 같이 조약번호를 부여하거나 고시하지도 않았으며, 이 점은 일본도 마찬가지이다. 무엇보다 이 사건 합의의 내용상, 한·일 양국의 구체적인 권리·의무의 창설 여부가 불분명하다. 이 사건 합의 중 일본 총리대신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시하는 부분의 경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권리구제를 목적으로 하는지 여부가 드러나지 않아 법적 의미를 확정하기 어렵다. 또한 이 사건 합의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입은 피해의 원인이나 국제법 위반에 관한 국가책임이 적시되어 있지 않고, 일본군의 관여의 강제성이나 불법성 역시 명시되어 있지 않다. 더구나 일본 정부는 이 사건 합의 이후에도 계속하여,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해결되었으므로 법적 책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은 사죄의 표시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위한 법적 조치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다음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재단설립과 일본 정부의 출연에 관한 부분은 내용의 구체화 여부에 따라 법적 관계의 창설로 이해할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사건 합의로 나타난 것은 ‘강구한다’, ‘하기로 한다’, ‘협력한다’와 같은 표현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구체적인 계획이나 의무 이행의 시기·방법, 불이행의 책임이 정해지지 않은 추상적·선언적 내용뿐이다. 이 사건 합의에는 ‘해야 한다’라는 법적 의무를 지시하는 표현이 전혀 사용되지 않았다. ‘대략 10억 엔 정도’의 일본 정부 출연금 규모가 언급되었다고는 하나, 정확한 출연금액, 시기, 방법은 언급되지 않았고, 위와 같은 출연금 규모의 언급은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 게재 발표문에는 표시조차 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일본 정부의 출연 및 재단설립이 이루어진 점은 앞서 살핀 바와 같으나, 이를 합의의 법적 구속력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국가 간 정치적 합의에 따른 협력조치의 시행은 얼마든지 가능하고, 일본 정부는 과거에도 ‘여성을 위한 아시아 평화국민기금’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의료·복지 용도로 사용하도록 한 적이 있다. 주한 일본 대사관 앞의 소녀상에 관한 대한민국 정부의 견해 표명 부분도, ‘일본 정부의 우려를 인지하고 관련 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고만 할 뿐, 관련 단체를 특정하지 않았고, ‘적절한 해결’의 의미나 방법을 규정하지 않았으며, 해결시기 및 미이행에 따르는 책임도 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양국의 권리·의무를 구체화하고 있다고 볼 내용이 없다. 그 밖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최종적·불가역적 해결’, ‘국제사회에서의 비난·비판 자제’에 관한 한·일 양국의 언급은, 근본적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공통의 인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앞서 살핀 것처럼 ‘최종적·불가역적 해결’ 및 ‘비난·비판 자제’의 전제로 언급된 조치의 실시와 관련하여 기자회견에서의 구두발표 내용과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에 게재된 내용의 표현이 일치하지 않음에 따라 그 전제의 의미가 불분명하게 된 점, ‘국제사회에서의 비난·비판’의 의미나 ‘자제’의 의미, 이에 위반한 경우의 제재나 책임이 명시되지 않은 점 등에서 한·일 양국의 법적 관계 창설에 관한 의도가 명백히 존재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4) 앞서 살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합의가 법적 구속력 있는 조약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우며, 일반적인 일괄배상협정에서 발견할 수 있는 구체적인 청구권의 포기 및 재판절차나 법적 조치의 면제 보증 등이 전혀 규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배상청구권의 포기나 처분을 다루었다고 볼 사정이 없다. (5) 피청구인은 이 사건 합의 이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존엄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을 해 나가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며, 피해자 등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하면서 피해자 중심의 조치를 모색할 것을 표명하였고, 이 사건 합의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진정한 해결이 될 수 없다는 전제에서 일본이 진실을 인정하고 피해자의 명예·존엄 회복과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 줄 것을 기대하며 미래지향적 협력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이와 같은 사정을 종합해보면, 피청구인이 이 사건 합의를 통해 외교적 보호권한의 행사를 포기하였거나 포기할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 (6)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겪은 피해의 심각성 정도 및 피해가 발생한 역사적 맥락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완전하고 효과적인 피해의 회복을 이루기 위해서는 피해자 중심의 접근이 중요함에도 이 사건 합의 과정에 피해자의 의견수렴이 부족하였다는 점 등에 비추어보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이 사건 합의로 인하여 받은 고통이 결코 가볍다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앞서 살핀 것과 같이 이 사건 합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해결을 위한 외교적 협의 과정에서의 정치적 합의이며, 과거사 문제의 해결과 한·일 양국 간 협력관계의 지속을 위한 외교정책적 판단으로서 이에 대한 다양한 평가는 정치의 영역에 속한다. 이 사건 합의의 절차와 형식에 있어서나, 실질에 있어서 구체적 권리·의무의 창설이 인정되지 않고, 이 사건 합의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권리가 처분되었다거나 대한민국 정부의 외교적 보호권한이 소멸하였다고 볼 수 없는 이상 이 사건 합의로 인하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법적 지위가 영향을 받는다고 볼 수 없으므로 위 피해자들의 배상청구권 등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합의를 대상으로 한 헌법소원심판청구는 허용되지 않는다. 5. 청구인 공○○, 곽○○, 김□□, 김△△, 김▽▽, 김ⅩⅩ, 김◇◇, 김▷▷, 박○○, 안○○, 유○○, 이○○, 이□□, 이△△, 이ⅩⅩ의 청구에 대한 판단 이 사건 심판청구 이후 위 청구인 공○○ 등 15인은 [별지3] 기재와 같이 각 사망하였고, 위 청구인들의 상속인들은 심판절차의 수계신청을 하지 아니하였다. 따라서 위 청구인들에 대한 이 심판절차는 위 청구인들의 사망으로 종료되었다. 6. 결 론 그렇다면 청구인 강○○, 길○○, 김○○, 김◎◎, 박□□, 박△△, 박▽▽, 이▽▽, 이◇◇, 이◎◎, 이▷▷, 정○○, 하○○, 함○○, 남○○, 홍○○, 김◁◁, 서○○, 송○○, 양○○, 왕○○, 이◁◁, 이♤♤, 임○○, 임□□, 임△△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모두 각하하고, 나머지 청구인들에 대한 각 심판절차는 [별지3] 기재와 같이 종료되었으므로,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유남석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