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예비행위란 아직 실행의 착수조차 이르지 아니한 준비단계로서, 실질적인 법익에 대한 침해 또는 위험한 상태의 초래라는 결과가 발생한 기수와는 그 행위태양이 다르고, 법익침해가능성과 위험성도 다르므로, 이에 따른 불법성과 책임의 정도 역시 다르게 평가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예비행위를 본죄에 준하여 처벌하도록 하고 있는 심판대상조항은 그 불법성과 책임의 정도에 비추어 지나치게 과중한 형벌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예비행위의 위험성은 구체적인 사건에 따라 다름에도 심판대상조항에 의하면 위험성이 미약한 예비행위까지도 본죄에 준하여 처벌하도록 하고 있어 행위자의 책임을 넘어서는 형벌이 부과되는 결과가 발생한다. 나아가 관세법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가법’이라 한다)은 관세범의 특성과 위험성에 대응할 수 있도록 여러 규정을 두어 규율하고 있으므로 관세범의 특성과 위험성에 대응하기 위하여 반드시 밀수입 예비행위를 본죄에 준하여 처벌하여야 할 필요성이 도출된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구체적 행위의 개별성과 고유성을 고려한 양형판단의 가능성을 배제하는 가혹한 형벌로서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성의 원칙에 위배된다.
나. 동일한 밀수입 예비행위에 대하여 수입하려던 물품의 원가가 2억 원 미만인 때에는 관세법이 적용되어 본죄의 2분의 1을 감경한 범위에서 처벌하는 반면, 물품원가가 2억 원 이상인 경우에는 심판대상조항에 따라 본죄에 준하여 가중처벌을 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마약범의 경우에는 특가법의 개정으로 예비에 대한 가중처벌규정이 삭제되었고, 조세포탈범의 경우에는 특가법에서 예비죄에 대한 별도의 처벌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한 점에 비추어 밀수입의 예비죄에 대해서만 과중한 처벌을 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이에 더하여 심판대상조항이 적용되는 밀수입 예비죄보다 불법성과 책임이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는 내란, 내란목적살인, 외환유치, 여적 예비죄나 살인 예비죄의 법정형이 심판대상조항이 적용되는 밀수입 예비죄보다 도리어 가볍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심판대상조항이 예정하는 법정형은 형평성을 상실하여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심판대상조항은 형벌체계의 균형성에 반하여 헌법상 평등원칙에 어긋난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0. 3. 31. 법률 제10210호로 개정된 것) 제6조 제7항 중 관세법 제271조 제3항 가운데 제269조 제2항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당해사건의 피고인 정○영은 조○경 등과 사이에, 위조 상품을 정상 상품으로 위장하여 수입하기로 공모하고, 시가 합계 30억 5,670만 원 상당의 위조 상품을 적입한 컨테이너를 인천항에 반입하면서 면봉을 수입하는 것처럼 적하목록을 제출하였으나 수입신고 전에 위 컨테이너가 세관직원들에 의해 적발되어, 해당 수입물품을 다른 물품으로 수입할 목적으로 밀수입을 예비하였고, 피고인 김○성은 위와 같이 밀수입을 목적으로 반입되어 인천세관 장치장에 보관 중이던 위조 상품 중 일부를 반출할 목적으로, 관세무역개발원 소속 직원에게 반출을 요구하였다가 거절당하여, 신고하지 않고 외국물품을 수입할 목적으로 밀수입을 예비하였다는 공소사실로 인천지방법원에 기소되었다(인천지방법원 2015고합237).
나. 위 법원은 2015. 10. 2. 피고인 정○영에 대해서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6조 제7항, 제2항 제1호, 제6항 제2호, 관세법 제271조 제3항, 제269조 제2항 제2호, 제241조 제1항, 형법 제30조를 적용하여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 및 벌금 1,930,906,156원에 처하고 압수품은 몰수한다는 판결을, 피고인 김○성에 대해서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6조 제7항, 제2항 제1호, 제6항 제2호, 관세법 제271조 제3항, 제269조 제2항 제1호, 제241조 제1항을 적용하여 징역 2년 6월, 집행유예 3년 및 벌금 1,295,329,648원에 처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피고인들은 위 판결에 불복하여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5노2940).
다. 서울고등법원은 항소심 계속 중인 2016. 8. 22.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6조 제7항 중 ‘관세법 제271조에 규정된 죄를 범한 사람은 제2항의 예에 따른 그 정범 또는 본죄에 준하여 처벌한다’는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였다.
2. 심판대상
제청법원에 의하여 위헌제청된 법률조항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6조 제7항 중 ‘관세법 제271조에 규정된 죄를 범한 사람은 제2항의 예에 따른 그 정범 또는 본죄에 준하여 처벌한다’는 부분이다. 그러나 당해사건에서의 적용법조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6조 제7항, 제2항 제1호, 관세법 제271조 제3항, 제269조 제2항 제1, 2호이고, 제청법원은 예비행위를 본죄에 준하여 처벌하도록 하는 규정이 책임원칙과 평등원칙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으므로, 심판대상을 이에 관련된 부분으로 한정한다. 그렇다면 심판대상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0. 3. 31. 법률 제10210호로 개정된 것) 제6조 제7항 중 관세법 제271조 제3항 가운데 제269조 제2항에 관한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고, 심판대상조항과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0. 3. 31. 법률 제10210호로 개정된 것)
제6조(관세법 위반행위의 가중처벌) ⑦ 관세법 제271조에 규정된 죄를 범한 사람은 제1항부터 제6항까지의 예에 따른 그 정범 또는 본죄에 준하여 처벌한다.
[관련조항]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0. 3. 31. 법률 제10210호로 개정된 것)
제6조(관세법 위반행위의 가중처벌) ② 관세법 제269조 제2항에 규정된 죄를 범한 사람은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가중처벌한다.
1. 수입한 물품의 원가가 5억 원 이상인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2. 수입한 물품의 원가가 2억 원 이상 5억 원 미만인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⑥ 제1항부터 제5항까지의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른 벌금을 병과한다.
2. 제2항의 경우 : 수입한 물품 원가의 2배
관세법(2010. 12. 30. 법률 제10424호로 개정된 것)
제241조(수출·수입 또는 반송의 신고) ① 물품을 수출·수입 또는 반송하려면 해당 물품의 품명·규격·수량 및 가격과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세관장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제269조(밀수출입죄) ②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관세액의 10배와 물품원가 중 높은 금액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한다.
1. 제241조 제1항·제2항 또는 제244조 제1항에 따른 신고를 하지 아니하고 물품을 수입한 자. 다만, 제253조 제1항에 따른 반출신고를 한 자는 제외한다.
2. 제241조 제1항·제2항 또는 제244조 제1항에 따른 신고를 하였으나 해당 수입물품과 다른 물품으로 신고하여 수입한 자
제271조(미수죄 등) ② 제268조의2, 제269조 및 제270조의 미수죄는 본죄에 준하여 처벌한다.
③ 제268조의2, 제269조 및 제270조의 죄를 범할 목적으로 그 예비를 한 자는 본죄의 2분의 1을 감경하여 처벌한다.
3. 제청법원의 위헌법률심판 제청이유
예비행위는 범죄를 실현하기 위한 목적에서 행하여지는 준비행위로서 실행의 착수에 이르지 않은 것을 말하므로, 미수죄나 본죄와 비교하여 형사상 책임 및 가벌성이 가볍다고 할 것임에도, 심판대상조항은 밀수입 예비죄를 본죄와 동일하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책임주의 원칙에 위반된다. 또한 위 조항에 따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6조 제6항 제2호가 적용되는 결과, 본죄와 동일하게 밀수하려 한 물품원가의 2배에 해당하는 벌금이 병과되는 점에 있어서도 책임주의원칙에 위반된다.
그리고 심판대상조항은 밀수입 예비죄를 합리적 이유 없이 밀수입 본죄와 동일하게 처벌하도록 하여 책임의 정도를 초과하게 하고, 다른 형사범죄의 예비죄와 같이 책임의 정도에 맞게 본죄보다 가볍게 처벌받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바, 이는 밀수입 본죄 및 다른 형사범죄 예비죄의 경우와 비교하여 불합리한 차별이다. 따라서 평등원칙에도 위반된다.
4. 심판대상조항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
가. 관세법상 예비죄의 처벌규정과 심판대상조항의 입법연혁
(1) 1949. 11. 23. 법률 제67호로 제정된 관세법은 예비죄에 대한 처벌규정을 두지 않고 미수죄만 처벌하고 있었고, 법정형에서도 재산상의 부당이득 박탈을 주목적으로 하여 벌금형 및 과료형만을 규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밀수범행이 격증하고, 그 범죄수법이 더욱 대담해지면서 지능화됨과 동시에 폭력을 수반하는 등 국가재정을 혼란하게 하고 국민경제의 안정적인 발전을 저해함에 따라, 1951. 12. 6. 법률 제229호로 관세법을 개정하여 자유형이 추가되었고, 다시 1961. 4. 10. 법률 제600호 개정으로 예비죄를 본죄와 동일하게 처벌하는 조항이 신설되었다.
나아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가법’이라 한다)이 1966. 2. 23. 법률 제1744호로 제정되면서 제6조에 특정 관세법위반 행위에 대한 가중처벌규정이 포함되었다. 다만 특가법 제정 당시에는 미수·예비죄에 대하여는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였으나, 특가법이 1968. 7. 15. 법률 제2032호로 개정되면서 제6조 제6항에 ‘관세법 제182조에 규정된 죄를 범한 자는 전 5항의 예에 의할 그 정범 또는 본죄에 준하여 처벌한다’는 규정이 신설되었다. 이후 2005. 12. 29. 법률 제7767호로 개정되면서 특가법이 적용되는 물품가액 또는 포탈세액이 현재와 같이 상향조정되었고, 2010. 3. 31. 법률 제10210호로 개정되면서 인용되는 법령명의 표시 방법과 자구가 일부 수정되었으나 그 내용은 동일하게 현재에 이르고 있다.
(2) 앞서 본 바와 같이 1961. 4. 10. 관세법 개정 당시 예비죄를 본죄와 동일하게 처벌하는 조항이 신설된 이래 2010. 1. 1. 개정될 때까지 위 조항이 유지되었으나, 2010. 1. 1. 법률 제9910호로 개정된 관세법은 형법상 책임주의 원칙을 구현하기 위하여 일부 형법총칙 배제규정을 삭제하면서, 동시에 종전의 제271조 제2항에서 ‘제268조의2·제269조 및 제270조의 죄를 범할 목적으로 그 예비를 한 자와 미수범은 본죄에 준하여 처벌한다’고 규정하였던 것을, ‘제268조의2·제269조 및 제270조의 미수범은 본죄에 준하여 처벌한다’로 개정하여 미수범만을 본죄에 준하여 처벌하는 것으로 한정하고, 제3항으로 ‘제268조의2, 제269조 및 제270조의 죄를 범할 목적으로 그 예비를 한 자는 본죄의 2분의 1을 감경하여 처벌한다’는 규정을 신설함으로써 예비죄에 대해서는 본죄의 2분의 1을 감경하는 규정을 마련하였다.
그러나 이와 달리 특가법 제6조 제7항은 ‘관세법 제271조에 규정된 죄를 범한 사람은 제1항부터 제6항까지의 예에 따른 그 정범 또는 본죄에 준하여 처벌한다’는 종전 규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나. 법정형에 대한 입법형성권의 범위와 한계
(1) 어떤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이에 대하여 어떠한 형벌을 과할 것인가의 문제, 즉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의 선택은 원칙적으로 입법자가 그 범죄의 죄질과 보호법익에 대한 고려뿐만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 국민 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그리고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의 측면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할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분야이다. 또한 어느 범죄에 대한 법정형이 그 범죄의 죄질 및 이에 따른 행위자의 책임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어서 현저히 형벌 체계상의 균형을 잃고 있다거나 그 범죄에 대한 형벌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일탈하였다는 등 헌법상의 평등 및 비례의 원칙 등에 명백히 위배되는 경우가 아닌 한 쉽사리 헌법에 위반된다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헌재 2013. 10. 24. 2012헌바85; 헌재 2011. 4. 28. 2009헌바56; 헌재 2001. 11. 29. 2001헌가16 등 참조).
(2) 그러나 한편, 우리 헌법은 국가 권력의 남용으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려는 법치국가의 실현을 기본 이념으로 하고 있고, 법치국가의 개념은 범죄에 대한 법정형을 정함에 있어 죄질과 그에 따른 행위자의 책임 사이에 적절한 비례 관계가 지켜질 것을 요구하는 실질적 법치국가의 이념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어떤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어떠한 형벌을 과할 것인가 하는 데 대한 입법자의 입법형성권이 무제한한 것이 될 수는 없다. 따라서 형벌의 위협으로부터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고 보호하여야 한다는 헌법 제10조의 요구와 헌법 제37조 제2항이 규정하고 있는 과잉입법금지의 정신에 따라 형벌개별화 원칙이 적용될 수 있는 범위의 법정형을 설정하여 실질적 법치국가의 원리를 구현하도록 하여야 하며, 형벌이 죄질과 책임에 상응하도록 적절한 비례성을 지켜야 한다(헌재 2017. 12. 28. 2016헌바368; 헌재 2017. 7. 27. 2015헌바417; 헌재 2016. 6. 30. 2015헌바132 등 참조). 이러한 요구는 특별형법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입법취지에서 보아 중벌(重罰)주의로 대처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범죄의 실태와 죄질의 경중, 이에 대한 행위자의 책임, 처벌규정의 보호법익 및 형벌의 범죄예방효과 등에 비추어 전체 형벌체계상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어서, 그러한 유형의 범죄에 대한 형벌 본래의 기능과 목적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현저히 일탈함으로써 입법재량권이 헌법규정이나 헌법상의 제원리에 반하여 자의적으로 행사된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에는 헌법에 반한다(헌재 2003. 11. 27. 2002헌바24; 헌재 2006. 4. 27. 2006헌가5 참조).
(3) 따라서 형벌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해하지 아니하고 죄질과 책임에 상응하도록 비례성을 갖추어야 하고(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성), 전체 형벌체계상 지나치게 가혹하지 아니할 것이 요구되며(형벌체계상의 균형성과 평등원칙), 이에 위반되는 법정형을 규정한 조항은 형벌법규의 법정형에 대한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일탈한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
이하에서는 위와 같은 관점에 비추어 심판대상조항이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성, 형벌체계상의 균형성과 평등원칙을 준수하였는지 여부를 검토한다.
다.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원칙 위반 여부
(1) 관세범은 행정범이자 재정범으로서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조직성·전문성·지능성·국제성을 갖춘 영리범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다. 만일 밀수가 성행하여 밀수품이 국내시장에 범람한다면 관세로 흡수되어야 할 재원이 그만큼 탈루될 뿐만 아니라 밀수품과 경쟁관계에 있는 국내산업의 발전을 저해하게 되고, 또 외국의 농수산식품이 세관을 거쳐 식품검역 등을 받지 아니한 채 그대로 국내로 반입되어 유통된다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할 수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음란물이 밀수입될 경우 사회적·문화적 질서를 어지럽히게 될 수 있고, 위조화폐나 유가증권이 밀수입될 경우에는 국가의 경제 질서를 뒤흔들어 국가경제 발전에 장애를 가져올 수 있게 된다. 관세범은 영리획득을 목적으로 하는 이욕범으로서 이러한 영리적 특성으로 인하여 관세범죄가 장기적·연속적·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다. 특히 밀수범의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자금·운반·보관·판매 등이 조직화되고 분업화되어 있는 등 범죄 단체화되어 있는 특징이 있고, 국내외의 사정과 국내외의 법규와 국제상품에 관하여도 전문적인 지식을 요하므로 지능적이고 전문적인 성격이 강한 범죄이다.
심판대상조항은 위와 같은 관세범의 특성과 위험성을 고려하여 무신고수출입죄의 처벌을 강화함으로써 관세의 부과·징수 및 수출입물품의 통관을 적정하게 하여 건전한 사회질서의 유지와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서(관세법 제1조),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2) 형법 제28조는 “범죄의 음모 또는 예비행위가 실행의 착수에 이르지 아니한 때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여 원칙적으로 예비행위를 처벌하지 않는다. 예비행위란 아직 실행의 착수조차 이르지 아니한 준비단계로서, 이미 실질적인 법익에 대한 침해 또는 위험한 상태의 초래라는 결과가 발생한 기수와는 그 행위태양이 다르고 그에 따른 법익침해가능성과 위험성도 다르다. 다만 예비행위라도 범죄의 완성에 상당하는 실질적인 위험성을 가지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특별한 규정을 두어 처벌할 수 있으나, 형법은 예비행위를 처벌하는 경우에도 본범에 대한 처벌조항과는 별도로 보다 가벼운 처벌조항을 두고 있다. 이는 예비행위가 법익침해의 결과 또는 위험을 초래한 기수와는 형사상 책임이 동일할 수 없고, 그 가벌성도 달리 평가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이 적용되는 밀수입 예비행위와 기수가 행위불법과 결과불법이라는 측면에서 동일하게 평가될 수 있는 범죄인지에 관하여 본다. 비록 관세범에 있어서 수입신고 이전 단계인 예비나, 수입신고 후 수입 이전 단계인 미수, 수입 이후 단계인 기수가 모두 일련의 절차로서 연속선상에 있는 행위이기는 하나, 이러한 측면만으로 예비와 미수, 기수의 법익침해가능성이나 위험성을 동일선상에 놓고 판단하는 것은 타당하지 아니하다.실행의 착수에 이르지 아니한 준비단계인 예비행위와 실행의 착수에 이른 미수는 ‘수입신고’ 등의 구체적인 행위의 존부로 구별되고, ‘수입’이라는 실질적인 법익에 대한 침해 또는 위험한 상태의 초래라는 결과가 발생한 기수와도 준별된다.즉 심판대상조항에 의해 가중처벌되는 밀수입의 예비행위 역시 형법상의 일반적인 예비행위와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규율하는 밀수입 예비죄도 미수, 기수와 행위태양이 다르며 법익침해가능성과 위험성도 다르다고 할 것이므로, 이에 따른 불법성과 책임의 정도 역시 다르게 평가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밀수입 등의 예비행위가 본죄와 비교하여 불법성과 책임의 정도가 다름에도 예비행위를 본죄에 준하여 처벌하도록 하고 있는 심판대상조항은 합리성을 잃은 지나치게 과중한 형벌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3) 심판대상조항에 따라 밀수입 등의 예비행위에 대해서 수입한 물품의 원가가 5억 원 이상인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과 물품원가의 2배에 상당하는 벌금이 병과된다. 그런데 예비행위의 위험성은 구체적인 사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남에도 심판대상조항에 따른 법정형이 지나치게 무거워 실무상으로 작량감경을 하지 아니하면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어 특별한 사례를 제외한 대부분의 경우 작량감경을 적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나아가 만일 피고인에게 집행유예 결격에 해당하는 사정이 존재한다면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최하 2년 6월의 징역형과 벌금형을 병과하여 선고받게 되는데, 이는 구체적인 사건에서 예비행위에 의해 초래되는 위험의 정도가 미약한 경우까지도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그 책임을 넘어서는 형벌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본죄와 동일한 벌금이 필요적으로 병과되는 결과 그 벌금형의 하한조차 책임의 정도와 비례하지 않는 경우에는, 고액의 벌금을 선고유예하는 판결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양형실무는 법정형이 책임에 비하여 과중하게 형성되어 있어 책임의 경중에 따라 알맞은 형벌을 선고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4) 관세범은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조직성과 전문성, 지능성, 국제성을 갖춘 영리범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이에 대하여 철저하게 대처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기는 하나, 관세법과 특가법은 이미 여러 특별규정을 두어 이를 규율하고 있다. 먼저 관세법은 벌금형에 대해서 경합범 제한가중의 형법규정의 적용을 배제하고, 필요적 몰수와 추징을 규정하고 있다. 또 특가법은 일정한 요건에 해당하는 관세범죄에 대하여 물품가액 또는 관세포탈금액의 2배에서 10배에 이르는 중한 벌금형을 규정하고, 징역형과 벌금형을 필요적으로 병과하도록 하는 등 관세법위반자가 범죄로부터 부당한 이득을 취득하거나 보유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여러 조치들을 둠으로써 관세범의 영리성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조직적·상습적으로 관세법을 위반한 자에 대해서는 특가법 제6조 제8항에서 “단체 또는 집단을 구성하거나 상습적으로 관세법 제269조부터 제271조까지 또는 제274조에 규정된 죄를 범한 사람은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가중처벌조항을 두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관세범죄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세관공무원으로 하여금 관세범의 조사와 처분에 관한 전속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관세법 제290조 이하), 관세청과 산하 세관은 밀수 및 부정무역에 대처하기 위하여 수출입통관자료 및 여권, 출입국, 선박 및 선원자료 등을 연계·분석하는 통합정보시스템을 활용하고 있으며, 계좌추적·통제배달 등의 특수조사기법, 과학적 감시장비 등도 도입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관세법위반사범을 단속할 권한이 있는 공무원에게는 해상에서 관세법 제269조 또는 제270조에 규정된 죄를 범한 사람이 정지명령을 받고 도피하는 경우에 이를 제지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에는 총기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관세범의 조직성·전문성·국제성·상습성에 대응하고 처벌의 확실성을 도모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특가법 제7조). 따라서 관세범의 특성에 대응하기 위하여 반드시 밀수입 예비행위를 본죄에 준하여 처벌하여야 할 필요성이 도출된다고는 볼 수 없다.
(5) 위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볼 때, 심판대상조항은 구체적 행위의 개별성과 고유성을 고려한 양형판단의 가능성을 배제하는 가혹한 형벌로서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성의 원칙에 위배된다.
라. 형벌체계상의 균형성과 평등원칙 위반 여부
(1) 형벌체계상의 균형성 및 평등원칙이란, 죄질과 보호법익 등이 유사한 범죄는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비슷한 법정형으로 처벌되어야 하고(헌재 2011. 11. 24. 2010헌바472; 헌재 2006. 6. 29. 2006헌가7 참조), 반대로 행위불법과 결과불법이 다른 범죄에 대해서는 동일하게 평가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것을 말한다(헌재 2004. 12. 16. 2003헌가12 참조). 따라서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사항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당해 범죄의 보호법익과 죄질로서 보호법익이 다르면 법정형의 내용이 다를 수 있고, 보호법익이 같다고 하더라도 죄질이 다르면 또 그에 따라 법정형의 내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헌재 2008. 11. 27. 2006헌바94 참조).
(2) 신고를 하였으나 해당 수입물품과 다른 물품으로 신고하여 수입하는 죄를 범할 목적으로 예비행위를 한 경우, 수입하려던 물품의 원가가 2억 원 미만인 때에는 관세법 제269조 제2항 제1, 2호, 관세법 제271조 제3항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관세액의 10배와 물품원가 중 높은 금액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대하여 2분의 1을 감경한 범위에서 처벌을 받게 되는 반면, 물품원가가 2억 원 이상인 경우에는 심판대상조항에 따라 기수죄와 동일하게 처벌됨으로써, 물품원가가 2억 원 이상 5억 원 미만의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과 물품원가의 2배에 해당하는 벌금이 병과되고(특가법 제6조 제2항 제2호, 제6항 제2호), 5억 원 이상인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과 물품원가의 2배에 해당하는 벌금이 병과되는(특가법 제6조 제2항 제1호, 제6항 제2호) 가중처벌을 받게 된다. 밀수입의 금액에 따라 특가법으로 가중처벌하는 것과는 별론으로 물품원가가 2억 원 미만인지, 아니면 2억 원 이상인지 여부에 따라 동일한 예비행위임에도 전자의 경우에는 본죄의 2분의 1을 감경하여 처벌하면서 후자의 경우에는 본죄에 준하여 처벌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 어렵다.
(3) 관세청은 합법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무역이나 외환거래를 하는 불법무역 관련범죄로 관세범(밀수, 관세포탈, 부정수출입 등), 대외무역법위반, 지적재산권사범(상표법, 저작권법, 디자인보호법, 특허법 등), 마약범(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외환사범(외국환거래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으로 나누어 단속하고 있는바, 행위불법이나 결과불법의 정도,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할 때 불법무역 관련범죄 중 관세범의 예비에 대해서만, 특히 밀수입에 대해 과중한 처벌을 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불법무역 관련범죄 중에서 특가법에서 가중처벌규정을 두고 있는 마약범의 경우, 헌재 2003. 11. 27. 2002헌바24 결정을 통하여 단순매수나 단순판매목적소지의 마약범에 대해서도 일률적으로 영리범·상습범과 동일한 법정형을 규정한 조항은 책임과 형벌간의 비례성 원칙과 형벌체계상의 균형성을 상실하여 평등원칙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위헌결정이 있었고, 그 후 2004. 10. 16. 법률 제7226호로 특가법이 개정되면서 매매·수수 및 교부에 관한 죄와 매매목적·매매알선목적 또는 수수목적의 소지·소유에 관한 죄를 특가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함과 동시에 예비에 대한 가중처벌규정도 삭제된 바 있다.
또한 특가법 제8조와 제8조의2는 조세포탈범 등에 대한 가중처벌규정을 두고 있으나 여기에도 예비죄나 미수죄에 대한 별도의 처벌규정은 존재하지 아니한다. 미국, 일본, 독일 등 다른 나라의 입법례에 비추어보더라도 심판대상조항처럼 밀수입 예비죄를 본죄와 동일하게 처벌하는 예는 찾아보기 어렵다.
(4) 나아가 형법상 가장 중한 법정형을 규정한 범죄인 내란수괴죄(형법 제87조 제1호), 내란목적살인죄(형법 제88조)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를, 외환유치죄(제92조)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을, 여적죄(형법 제93조)는 사형만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위 각 죄에 대한 예비죄의 법정형을 살펴보면, 내란과 내란목적살인의 예비죄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나 유기금고(형법 제90조)에, 외환유치와 여적의 예비죄는 2년 이상의 유기징역(형법 제101조)에 처하도록 규정되어 있고, 자수한 때에는 감경, 면제하는 규정도 두고 있어, 심판대상조항의 적용으로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물품원가 또는 포탈금액의 2배 내지 10배의 벌금이 병과되는 밀수입 예비죄의 법정형에 비하여 도리어 가볍다. 또한 살인죄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법 제250조)이고 그 예비죄는 10년 이하의 징역(형법 제255조)으로서, 사형을 제외하면 살인죄의 법정형은 심판대상조항이 적용되는 밀수입 예비죄의 법정형과 동일하고, 살인 예비죄의 법정형은 밀수입 예비죄의 법정형보다 가볍게 된다. 그러나 내란, 외환, 여적 예비죄나 살인 예비죄의 불법성과 책임이 심판대상조항이 적용되는 밀수입 예비죄보다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는 점에 비추어 심판대상조항이 예정하고 있는 법정형은 형평성을 상실하여 지나치게 가혹하다.(5) 이러한 점들을 종합하여 보면 심판대상조항은 형벌체계의 균형성에 반하여 헌법상 평등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 판단된다.5. 결 론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심판대상조항은 지나치게 과중한 형벌을 규정함으로써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반하고 형벌체계상의 균형성 및 평등원칙에 비추어보아도 합리적인 입법근거를 찾을 수 없어 헌법에 위반된다. 그러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