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법정이율은 다른 법률의 정함이나 당사자 사이의 약정이 없는 경우에만 적용된다. 이율에 관한 표준 규범을 정립한다는 입법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법률이 일정한 이율을 사전에 고지하여 당사자들에게 명확한 행위지침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법정이율 고정제와 다른 방식으로 이러한 입법목적을 실현하면서 채무자의 재산권을 덜 제한하는 수단이 명백히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년 동안의 법정이율과 평균금리의 평균 격차는 0.2% 정도인 것으로 파악되므로, 비록 현재 법정이율이 시장이율보다 높다고 하더라도 그 격차가 과도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민법 제379조는 채무자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나. 금전은 교환수단일 뿐만 아니라 가치저장수단으로서 자본의 축적에 이바지하므로, 금전을 인도받아 보유하고 있는 자체로 금전에 대한 운용이익을 얻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계약 해제에 따라 금전을 원상회복으로 반환하는 경우 그 받은 날로부터 이자를 지급하도록 한 것은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을 경우에 나타났을 원래의 상황을 회복한다는 계약 해제 제도의 정당한 목적 달성을 위한 합리적 수단이다. 민법 제548조 제2항은 임의규범이므로, 그에 따라 계약 해제 시 당사자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은 당사자 사이의 약정을 통해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계약상 급부의 상환성과 등가성은 계약 당사자의 이익을 공평하게 조정하기 위하여 계약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 관계에서도 유지되어야 하므로, 원상회복범위는 당사자의 구체적이고 주관적인 사정과 관계없이 규범적·객관적으로 정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계약 해제의 경위·계약 당사자의 귀책사유 등 제반 사정은 계약 해제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할 때 고려된다. 따라서 민법 제548조 제2항은 원상회복의무자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379조와 제548조 제2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청구인은 무주택자 요건을 갖추고 지역주택조합 조합원이 되어 2000. 3. 18. 지역주택조합이 건설하게 될 아파트 1세대를 분양받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청구인은 2004년 2월경 이 아파트에 관한 권리를 권○봉에게 양도하는 계약(다음부터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2004. 2. 26. 권○봉으로부터 양도대금 1억 8백만 원을 받았다.
청구인은 이 사건 계약에서 조합원 명의가 권○봉으로 변경될 때까지 지역주택조합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기로 약정하였는데, 주택건설사업이 계속 지연되자 2011. 12. 5. 아파트 1채를 구입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무주택자 요건을 갖추지 못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2014. 9. 29. 청구인은 조합원 자격을 상실하였고, 관할 시장은 청구인이 조합을 탈퇴하였다는 내용이 포함된 주택조합변경을 인가하였다.
권○봉은 청구인을 상대로 매매대금반환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청구인이 조합원 지위를 상실하였기 때문에 이 사건 계약이 이행불능 되었음을 이유로 이 사건 계약을 해제하며 양도대금 1억 8백만 원 및 이에 대하여 청구인이 이를 받은 날인 2004. 2. 26.부터 민법 제379조와 제548조 제2항에 따른 연 5%의 비율에 의한 이자, 그리고 이 사건 계약 해제로 인한 손해배상액 1,500만 원을 청구하였고, 1심 법원은 그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수원지방법원 2014가합6544). 청구인은 이 판결에 불복 항소한 뒤 민법 제379조와 제548조 제2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다가 기각되자, 2015. 12. 14.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379조(다음부터 ‘법정이율조항’이라 한다) 및 제548조 제2항(다음부터 ‘원상회복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배되는지 여부이고, 심판대상조항과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379조(법정이율) 이자 있는 채권의 이율은 다른 법률의 규정이나 당사자의 약정이 없으면 연 5분으로 한다.
제548조(해제의 효과, 원상회복의무) ② 전항의 경우에 반환할 금전에는 그 받은 날로부터 이자를 가하여야 한다.
[관련조항]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548조(해제의 효과, 원상회복의무) ① 당사자일방이 계약을 해제한 때에는 각 당사자는 그 상대방에 대하여 원상회복의 의무가 있다. 그러나 제삼자의 권리를 해하지 못한다.
3. 청구인의 주장
법정이율조항은 민법 제정 이래 현재까지 법정이율을 연 5분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현재 시중 금리나 우리나라의 경제사정에 비추어 볼 때 지나치게 높아 채무자의 재산권을 침해한다. 원상회복조항은 계약해제가 이루어진 구체적 경위, 계약 당사자의 귀책사유 정도, 반환의무자의 악의 여부, 계약체결 시점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받은 날로부터 이자를 지급하도록 하여, 반환의무자의 재산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합리적 이유 없이 선의의 수익자를 악의의 수익자와 같게 취급하여 평등원칙에도 위반된다.
4. 판 단
가. 법정이율조항
(1) 법정이율조항은 이자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채권의 본질적 내용인 이율에 관하여 규정함으로써 채무자의 재산권을 제한하고 있다. 이러한 제한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으려면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원칙을 준수하여야 한다.
(2) 법률 또는 약정에 따라 이자를 지급하여야 하는 경우 당사자 사이에 이율에 관한 약정이 없다는 이유로 이자를 지급하지 않도록 한다면 법률 또는 약정의 취지에 반한다. 한편, 이자가 발생하는 모든 법률관계에서 당사자가 직접 개별적 교섭을 통해 이율을 정해야만 한다면 거래비용이 증가하고 분쟁이 증가할 수 있다. 그러므로 사적자치원칙에 따라 당사자의 약정에 기초한 이자채권의 형성을 인정하는 전제에서, 거래 관행이나 이해관계의 합리적 타협점을 반영한 이율에 관한 일반적 기준을 정해 둘 필요가 있다. 입법자는 민법의 일반법적 성격, 법정이율 고정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들의 평균 법정이율 등을 고려하여 이자 있는 채권의 이율은 다른 법률의 규정이나 당사자의 약정이 없으면 연 5분으로 한다고 하여, 법정이율을 연 5분으로 정하였다. 법정이율의 필요성과 입법취지 등에 비추어 볼 때 법정이율조항의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절성이 인정된다.
(3) 법정이율조항이 법정이율을 연 5분으로 고정하고 있지만 ‘다른 법률의 규정’ 또는 ‘당사자의 약정’이 있으면 다른 이율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시장이율 및 경제상황의 변동 여부에 따라 특별법으로 법정이율을 달리 정할 수 있고, 당사자 역시 구체적 사정에 따라 법정이율과 다른 이율을 정할 수 있다.즉, 법정이율조항은 다른 법률의 정함이나 당사자 사이의 약정이 없는 경우 적용되는 일반적·예비적 조항에 불과하다.법정이율은 이자채권 발생 당시의 시장이율에 근접하도록 정하는 것이 거래 당사자의 합리적이고 가정적인 의사에 부합한다.그러나 개별 사안마다 또는 일정한 시점의 시장이율에 따라 법정이율을 달리 정한다면 금전 거래와 관련된 법률관계를 형성할 때 당사자들의 예측가능성이나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이율에 관한 표준 규범을 정립한다는 입법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법률이 일정한 이율을 사전에 고지하여 당사자들에게 명확한 행위지침을 제시할 필요성이 있다.법정이율 고정제와 다른 방식으로 이러한 입법목적을 실현하면서 채무자의 재산권을 덜 제한하는 수단이 명백히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
법적 안정성을 위해 고정된 법정이율을 정하면 법정이율과 시장이율 사이에 차이가 발생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평균인 평균금리는 1960년부터 2003년까지 법정이율보다 최저 0.2, 최대 21.2 이상 높았다. 2004년과 2005년에는 법정이율이 평균금리보다 0.17 높았지만, 2006년부터 2009년까지는 다시 평균금리가 법정이율보다 높았다. 2012년 이후 법정이율이 평균금리보다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지만,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년 동안의 법정이율과 평균금리의 평균 격차는 0.2% 정도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렇다면 비록 현재 법정이율이 시장이율보다 높다고 하더라도 그 격차가 과도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와 같은 사정에 법정이율이 시장이율보다 낮을 경우 채무의 임의변제를 강제하는 수단으로 기능하기 어려운 점을 더하면, 법정이율조항이 민법 제정 이래 현재까지 법정이율을 연 5분으로 고정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불합리하게 과도한 이율을 정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또한, 이율에 관한 표준 규범을 사회에 제공한다는 법정이율조항의 공익적 가치까지 보태어 보면, 법정이율조항으로 인한 채무자의 불이익이 법정이율조항이 추구하는 공익에 비하여 크다고 할 수 없으므로, 침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 요건도 충족한다.(4) 법정이율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채무자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나. 원상회복조항
(1) 원상회복조항은 계약 당사자들이 계약의 이행으로 받은 금전을 계약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으로서 반환하는 경우 그 받은 날로부터 이자를 지급하도록 원상회복의 구체적 범위에 관하여 규정함으로써 원상회복의무자의 재산권을 제한하므로, 이러한 제한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기 위해서는 과잉금지원칙을 지켜야 한다.
(2) 청구인은 원상회복조항이 성질상 부당이득반환에 관한 규율에 해당하는데도, 부당이득반환의무의 범위에 관한 민법 제748조와 달리 합리적 이유 없이 선의의 수익자를 악의의 수익자와 동일하게 취급하므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계약 해제로 계약의 효력이 소급하여 소멸하면 계약 당사자들이 계약의 이행으로 받은 금전은 법률상 원인 없는 수익이 된다는 점에서 원상회복조항이 규율하는 원상회복의무는 성질상 부당이득반환의무에 해당한다. 원상회복조항은 부당이득의 다양한 발생원인 중 ‘계약 해제’라는 특수한 유형의 원인에 의한 부당이득의 반환범위를 계약 해제 제도의 목적에 따라 별도로 규율한 것이다. 따라서 청구인의 주장은 원상회복조항이 계약 해제 시 ‘선의의 원상회복의무자’의 반환범위를 조정하는 등 덜 제한적인 방법을 택하지 아니한 것의 불합리함을 다투는 것과 다름없다. 이 문제는 계약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의무의 범위를 규율함에 있어서 입법자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였는지 여부에 관한 문제와 같은 문제이므로, 이 부분 주장에 대해서는 과잉금지원칙 위배 여부에 대한 판단에서 함께 판단하기로 한다.
(3) 계약의 해제는 계약의 효력을 소급적으로 상실시킴으로써 계약의 구속력으로부터 계약 당사자를 해방시키는 제도이다. 민법은 계약이 해제되면 해당 계약은 소급하여 무효로 됨을 전제로(제548조 제1항 단서 참조), 당사자에게 상대방에 대하여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을 경우에 나타났을 원래의 상황을 회복할 의무, 즉 원상회복의무를 부과한다(제548조 제1항 본문).
한편, 금전은 교환수단일 뿐만 아니라 가치저장수단으로서 자본의 축적에 이바지하므로, 금전을 인도받아 보유하고 있는 자체로 금전에 대한 운용이익을 얻고 있다고 볼 수 있다.민법은 금전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채권자는 손해의 증명을 할 필요 없이 약정이율이 있으면 그 이율, 그렇지 않으면 법정이율에 의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제397조).원상회복조항이 계약 당사자를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하여 계약이 해제된 경우 원상회복의무를 부과하면서 금전을 반환할 경우 그 금전에 받은 날로부터 이자를 더하여 반환하도록 한 것은,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을 경우에 나타났을 원래의 상황을 회복한다는 계약 해제 제도의 정당한 목적 달성을 위한 합리적 수단이다.(4) 원상회복조항은 강행규범이 아닌 임의규범이므로(대법원 1996. 7. 30. 선고 95다16011 판결 참조), 당사자 사이에 계약 해제로 인한 원상회복 시 반환할 금전에 대한 이자지급의무를 면제하는 약정도 가능하고, 이자 가산의 시적 범위도 달리 정할 수 있으며, 당사자 사이에 이율에 관하여 특별한 약정이 있으면 그 약정이율이 우선 적용된다(대법원 2013. 4. 26. 선고 2011다50509 판결 참조).원상회복조항에 따라 계약 해제 시 당사자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은 당사자 사이의 약정을 통해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계약의 해제로 계약이 소급하여 무효로 되는 이상 계약 해제의 상대방은 물론 계약을 해제한 당사자도 당연히 원상회복의무를 부담하게 된다.계약상 급부의 상환성과 등가성은 계약 당사자의 이익을 공평하게 조정하기 위하여 계약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 관계에서도 유지되어야 한다(민법 제549조, 제536조 참조).따라서 당사자 사이에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을 경우에 나타났을 가정적 상황을 회복하기 위한 급부 등의 반환범위는 당사자의 구체적이고 주관적인 사정과 관계없이 규범적·객관적으로 정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원상회복조항은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경우를 규범적으로 재현하면서 계약 해제의 경위나 계약 당사자의 귀책사유 등은 고려하지 않는다.이에 따라 계약 당사자 사이의 실질적 공평이 훼손될 수 있으므로, 민법은 계약의 해제는 그 해제 시까지 현실적으로 발생한 손해의 배상청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제551조).이때 손해배상의 범위는 ‘있어야 할 현재 상태’인 이행이익이므로(대법원 1983. 5. 24. 선고 82다카1667 판결 참조), 계약 해제의 경위·계약 당사자의 귀책사유 등 제반 사정은 계약 해제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할 때 고려된다.따라서 원상회복조항이 계약 해제의 경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지 아니하고 무조건 받은 날로부터 이자를 더하여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더라도, 이는 원상회복조항의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으로 원상회복의무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가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또한 입법목적을 실현하면서 원상회복의무자의 재산권을 덜 제한하는 수단이 명백히 존재한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원상회복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요건을 충족한다.(5) 원상회복조항이 원상회복의무자에게 부과하는 불이익의 정도는,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을 경우에 나타났을 원래의 상황을 회복한다는 계약 해제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범위 안에 있고, 이로써 계약 해제를 둘러싼 당사자들의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있다.그렇다면 계약의 구속력으로부터 당사자를 소급적으로 해방시켜 당사자를 효과적으로 보호한다는 계약 해제 제도 및 원상회복조항의 공익적 가치와 비교할 때, 원상회복의무자의 재산권에 대한 제약이 더 무겁다고 할 수 없다.원상회복조항은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었다.(6) 원상회복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원상회복의무자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5. 결 론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