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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시사항

가. ‘부모가 자녀의 이름을 지을 자유’가 헌법상 보호받는지 여부(적극) 나. 출생신고시 자녀의 이름에 사용할 수 있는 한자의 범위를 ‘통상 사용되는 한자’로 제한하고 있는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2007. 5. 17. 법률 제8435호로 제정된 것) 제44조 제3항 중 ‘통상 사용되는 한자’ 부분 및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규칙’(2009. 12. 31. 대법원규칙 제2263호로 개정된 것) 제37조(이하 위 두 조항을 합하여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가 ‘부모가 자녀의 이름을 지을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재판요지

가. 부모가 자녀의 이름을 지어주는 것은 자녀의 양육과 가족생활을 위하여 필수적인 것이고, 가족생활의 핵심적 요소라 할 수 있으므로, ‘부모가 자녀의 이름을 지을 자유’는 혼인과 가족생활을 보장하는 헌법 제36조 제1항과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는 헌법 제10조에 의하여 보호받는다. 나. 한자는 그 숫자가 방대하고 범위가 불분명한데다가, 우리나라는 한글 전용 정책을 주축으로 하여 한자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이 증가하고 있는바, 이름에 통상 사용되지 아니하는 한자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와 사회적·법률적 관계를 맺는 사람들이 그 이름을 인식하고 사용하는 데 상당한 불편을 겪게 될 뿐만 아니라, 그 범위조차 불분명한 한자를 가족관계등록 전산시스템에 모두 구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우므로, 자녀의 이름에 사용할 수 있는 한자의 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심판대상조항은 자녀의 이름에 사용할 수 있는 한자를 정함에 있어 총 8,142자를 ‘인명용 한자’로 지정하고 있는데 이는 결코 적지 아니하고, ‘인명용 한자’의 범위를 일정한 절차를 거쳐 계속 확대함으로써 이름에 한자를 사용함에 있어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보완장치를 강구하고 있다. 또한 ‘인명용 한자’가 아닌 한자를사용하였다고하더라도,출생신고나 출생자 이름 자체가 불수리되는 것은 아니고, 가족관계등록부에 해당 이름이 한글로만 기재되어 종국적으로 해당 한자가 함께 기재되지 않는 제한을 받을 뿐이며, 가족관계등록부나 그와 연계된 공적 장부 이외에 사적 생활의 영역에서 해당 한자 이름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자녀의 이름을 지을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조용호의 반대의견 우리나라에서는 공문서에서나 사문서에서나 기본적으로 한글로 이름을 쓰고 한자는 병기(倂記)하는데 그치므로, 사람의 이름을 읽지 못하거나 잘못 읽을 염려가 적어 이름에 사용되는 한자의 범위를 제한할 필요성이 적고, 현재 기술 수준에서 한자 정보의 전산화는 어려운 것도 아니므로 이름에 사용되는 한자를 전산시스템에 구현함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다. 가족관계등록규칙 개정을 통해 ‘인명용 한자’가 추가되는 경우 당사자는 개명허가 절차 또는 출생신고인의 추후보완신고를 거쳐 원하는 이름을 사용할 수 있게 되나, 막연히 장래에 개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들어 현재 기본권 제한이 완화되었다고 볼 수는 없고, 나아가 ‘인명용 한자’로 통칭되는 ‘통상 사용되는 한자’를 누가 결정하고, 어느 정도의 사용빈도가 있어야 그 범위에 들어가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따라서 국민으로 하여금 국가가 정한 ‘인명용 한자’라는 기준에 맞추도록 강제하고 있는 심판대상조항은 자녀의 이름을 지을 자유를 침해한다. 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강일원의 법정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부모가 지은 이름은 그 자녀에게 귀속되므로 ‘부모가 자녀의 이름을 지을 자유’는 자녀의 성명권과 인격권이 침해되지 않는 범위에서 행사되어야 하는바, 읽거나 쓰기 어려운 한자를 자녀의 이름에 사용하는 것은 자녀 본인에게 불편을 줄 뿐만 아니라 자녀의 사회생활에도 지장을 줄 수 있고, 가족관계등록부에 자녀의 이름이 한글로만 등록된다 하여 자녀의 복리나 권익에 어떤 제한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자녀의 이름을 지을 권리가 침해된다고 보기 어렵다.

참조판례

나. 헌재 2005. 12. 22. 2003헌가5등, 판례집 17-2, 544, 553

사건
2015헌마964 호적법제49조제3항등위헌확인
청구인
박○열 (국선대리인 변호사 ○○○)
판결선고
2016. 07. 28.

주 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처 홍○영과의 사이에 2015. 8. 23. 출생한 아들의 이름을 ‘로○(○)’으로 정하고, 2015. 9. 17. 관할 주민센터에 출생신고서를 접수하였다. 나. 담당공무원은 ‘로○’이라는 이름의 한자 중 ‘(로)’가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 제3항의 위임에 따라 제정된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규칙’ 제37조 제1항, 제2항에서 정한 ‘통상 사용되는 한자’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같은 규칙 제37조 제3항에 따라 가족관계등록부에 출생자 이름을 한글로만 ‘로○’이라고 기록하였다. 다. 이에 청구인은 출생신고 시 자녀의 이름에 사용할 수 있는 한자의 범위를 ‘통상 사용되는 한자’로 제한하고 있는 ‘가족관계의 등록에 관한 법률’ 제44조 제3항 및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규칙’ 제37조가 청구인의 인격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15. 9. 30.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은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 제3항 전체를 심판대상으로 삼고 있으나, 위 조항 전체의 위헌성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위 조항 중에서 자녀의 이름에 사용할 수 있는 한자의 범위를 ‘통상 사용하는 한자’로 제한하고 있는 부분의 위헌성만을 주장하고 있으므로, 심판대상을 이 부분으로 한정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2007. 5. 17. 법률 제8435호로 제정된 것, 이하 ‘가족관계등록법’이라 한다) 제44조 제3항 중 ‘통상 사용되는 한자’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 및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규칙’(2009. 12. 31. 대법원규칙 제2263호로 개정된 것) 제37조 제1항,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규칙’(2007. 11. 28. 대법원규칙 제2119호로 제정된 것) 제37조 제2항, 제3항(이하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규칙’을 ‘가족관계등록규칙’이라 하고, 그 제37조를 ‘이 사건 규칙조항’이라 하며, ‘이 사건 법률조항’과 합하여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가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고, 관련조항의 내용은 별지와 같다. [심판대상조항]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2007. 5. 17. 법률 제8435호로 제정된 것) 제44조(출생신고의 기재사항) ③ 자녀의 이름에는 한글 또는 통상 사용되는 한자를 사용하여야 한다. 통상 사용되는 한자의 범위는 대법원규칙으로 정한다.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규칙(2009. 12. 31. 대법원규칙 제2263호로 개정된 것) 제37조(인명용 한자의 범위) ① 법 제44조 제3항에 따른 한자의 범위는 다음과 같이 한다. 1. 교육과학기술부가 정한 한문교육용 기초한자 2. 별표 1에 기재된 한자. 다만, 제1호의 기초한자가 변경된 경우에, 그 기초한자에서 제외된 한 자는 별표 1에 추가된 것으로 보고, 그 기초한자에 새로 편입된 한자 중 별표 1의 한자와 중복되는 한자는 별표 1에서 삭제된 것으로 본다.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규칙(2007. 11. 28. 대법원규칙 제2119호로 제정된 것) 제37조(인명용 한자의 범위) ② 제1항의 한자에 대한 동자(同字)·속자(俗字)·약자(略字)는 별표 2에 기재된 것만 사용할 수 있다. ③ 출생자의 이름에 사용된 한자 중 제1항과 제2항의 범위에 속하지 않는 한자가 포함된 경우에는 등록부에 출생자의 이름을 한글로 기록한다. 3. 청구인의 주장 요지 심판대상조항은 출생신고 시 자녀의 이름에 사용할 수 있는 한자의 범위를 ‘통상 사용되는 한자’로 과도하게 제한함으로써, 자녀의 이름을 결정하고 이를 스스로 선택한 한자와 함께 가족관계등록부에 등록할 수 있는 ‘부모의 자녀의 이름을 지을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하여 청구인의 인격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 4. 출생신고와 자녀의 한자 이름 제한 가. 가족관계등록제도와 출생신고 2008. 1. 1. 자로 기존의 호적제도가 폐지됨에 따라 가족관계등록법이 제정됨으로써 호적제도를 대체할 새로운 가족관계등록제도가 마련되었다. 가족관계등록제도는 국민 개개인의 출생·혼인·사망 등 가족관계의 발생 및 변동에 관한 사항을 가족관계등록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가족관계등록부’라는 공적 문서에 등록하여 이를 공시·공증하는 제도로서, ‘가족관계등록부’는 전산정보처리조직에 의하여 입력·처리된 가족관계 등록사항에 관한 전산정보자료를 등록기준지에 따라 개인별로 구분하여 작성된다(가족관계등록법 제9조). 가족관계등록제도는 주민의 거주관계 등을 등록하게 함으로써 인구의 동태를 명확하게 파악하여 주민생활의 편익을 증진시키고 행정사무를 적정하게 처리하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주민등록제도와는 상이한 것이나, 주민등록지의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이 가족관계등록법에 따른 신고를 접수하게 되면 이를 주민등록표에도 등재하는 등 가족관계등록사무와 주민등록사무는 상호 연계되고 있다(주민등록법 제14조 등 참조). 한편 가족관계등록법은 신분변동사항의 등록·관리를 위하여 출생, 인지, 입양, 혼인, 이혼, 사망 등 일정한 사항에 대한 신고의무를 부과하면서, 출생신고의 경우 출생 후 1개월 이내에 혼인 중 출생자의 신고는 부 또는 모가, 혼인 외 출생자의 신고는 모가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가족관계등록법 제44조 제1항, 제46조 제1항, 제2항). 심판대상조항은 이러한 가족관계등록법에 따른 출생신고 시 기재하는 자녀의 이름에 한글 또는 대법원규칙으로 정하는 통상 사용되는 한자(이하 ‘인명용 한자’라 한다)만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나. 심판대상조항의 연혁 심판대상조항은 1990. 12. 31. 호적법 개정으로 도입된 이래 현행 가족관계등록법에 이르기까지 이어져 온 것이다. 개정 전에는 출생신고 시 자녀의 이름에 사용할 수 있는 한자의 범위에 특별한 제한이 없었으므로, 담당공무원은 출생신고서에 기재된 한자이름을 호적부에 그대로 기재하였으나, 어려운 한자가 사용된 경우 이름이 잘못 기재되거나 읽혀 호적부 정정 또는 개명 등의 사유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심판대상조항은 이름에 통상 사용되지 아니하는 어려운 한자나 자전에도 없는 한자를 사용하는 경우 그와 사회관계를 맺는 사람들이 그 이름을 알아보지 못하게 되어 본인과 상대방이 겪는 불편을 해소하고, 행정전산화의 추세에도 부응하기 위한 목적에서 도입되었는바, 1991. 4. 1. 이후 출생신고부터 그 적용을 받게 되었다. 다. ‘인명용 한자’의 범위 이 사건 규칙조항은, ① 교육과학기술부가 정한 ‘한문교육용 기초한자(중·고등학교 교육의 기준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1972년 처음 제정된 것으로 1,800자에 이른다)’와 ② ‘별표 1에 기재한 한자’를 ‘인명용 한자’로 삼으면서, ‘한문교육용 기초한자’가 변경된 경우 그 기초한자에서 제외된 한자는 별표 1에 추가된 것으로 보고, 그 기초한자에 새로 편입된 한자 중 별표 1의 한자와 중복되는 한자는 별표 1에서 삭제된 것으로 보며, 사용가능한 한자에 대한 동자(同字), 속자(俗字), 약자(略字)는 별표 2에 기재된 것에 한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인명용 한자’가 처음 도입될 당시에는 ‘한문교육용 기초한자’를 포함하여 총 2,731자가 ‘인명용 한자’로 지정되었으나, 그 후 9차례에 걸친 규칙 개정으로 ‘인명용 한자’의 범위가 점점 확대되어 현재 총 8,142자가 ‘인명용 한자’로 지정되어 있다. 5. 판 단 가. 제한되는 기본권 이름은 개인의 동일성을 식별하는 기호로서 개인의 정체성과 개별성을 나타내고 인간의 사회적 생활관계 형성의 기초가 된다. 그런데 이름은 통상 부모에 의하여 결정된다. 즉 부모는 출생한 자녀의 이름을 지어 출생신고를 하게 되는바,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이 이러한 ‘부모의 자녀의 이름을 지을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부모의 자녀의 이름을 지을 자유’가 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것인지에 관하여 보건대, 자녀의 양육은 부모에게 부여된 권리이자 의무로서 자녀가 정상적인 사회적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돌보는 것이고, 자녀의 사회적 인격상의 첫 단초가 이름을 가지게 되는 것인 만큼, 부모가 자녀의 이름을 지어주는 것은 자녀의 양육과 가족생활을 위하여 필수적인 것이며, 가족생활의 핵심적 요소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비록 헌법에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지는 않지만, ‘부모의 자녀의 이름을 지을 자유’는 혼인과 가족생활을 보장하는 헌법 제36조 제1항과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는 헌법 제10조에 의하여 보호받는다고 할 수 있다. 심판대상조항은 출생신고 시 자녀의 이름에 사용할 수 있는 한자의 범위를 ‘인명용 한자’로 한정함으로써, 이러한 ‘부모의 자녀의 이름을 지을 자유’를 제한하고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이 헌법 제37조 제2항에 정한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의 자녀의 이름을 지을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나. 자녀의 이름을 지을 자유의 침해 여부 (1)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한자는 그 숫자가 방대하고 범위가 불분명하여 일반 국민들이 이를 모두 읽고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심판대상조항은 이름에 통상 사용되지 아니하는 어려운 한자를 사용하는 경우 오독(誤讀)이나 오자(誤字) 등으로 인해 당사자와 이해관계인이 겪을 불편을 해소하고, 가족관계등록업무가 전산화됨에 따라 이름에 사용되는 한자 역시 전산시스템에 모두 구현되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여, 이름에 사용할 수 있는 한자를 통상 사용되는 한자로 제한한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 (2) 침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 (가) 이름은 인간의 모든 사회적 생활관계 형성의 기초가 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사회질서에 속한다. 이름의 특정은 사회 전체의 법적 안정성의 기초이므로 이를 위해 국가는 개인이 사용하는 이름에 대해 일정한 규율을 가할 수 있다(헌재 2005. 12. 22. 2003헌가5등 참조). 특히 출생신고를 통하여 가족관계등록부에 등재되는 성명은 주민등록부를 비롯한 각종 공적 장부와 금융거래 등 각종 법률관계에서 개인의 신분을 증명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므로, 국가는 출생신고 시 자녀의 이름에 대하여도 일정한 규율을 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심판대상조항은 출생신고 시 자녀의 이름에 한글 또는 통상 사용하는 한자만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자녀의 이름에 우리의 고유문자인 한글 이외에 한자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뜻을 중시하여 한자로 이름을 지어 온 우리의 전통과 사회 현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주지하다시피 한자는 상형문자·표의문자로서 갖는 특성에다가 중국은 물론 한자 문화권에 속한 각국에서 과거 오랫동안 한자를 사용하여 오면서 각국마다 상이한 글자 등을 만들어 오는 등의 사유로 인하여 우리의 고유문자인 한글과 달리 그 숫자가 방대하고 범위가 불분명하다는 특징이 있다. 우리나라는 1948년 구 ‘한글 전용에 관한 법률’(2005. 1. 27. 법률 제7368호로 국어기본법이 제정되면서 폐지된 것)을 제정·공포한 이래 대체적으로 한글 전용 정책을 주축으로 하면서, 한자는 한자어의 이해를 돕기 위한 보조도구로 제한적으로 사용하도록 하였으며, 초중등 교육과정에서도 한자 교육을 필수과목으로 편제하지 아니하여 한자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름에 통상 사용되지 아니하는 한자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오자(誤字)가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될 위험이 있고, 일본식 한자 등 인명에 부적합한 한자가 사용될 가능성이 증가하여 자녀의 성장과 복리에 장애요소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우며, 그와 사회적·법률적 관계를 맺는 사람들이 그 이름을 인식하고 사용하는 데에도 상당한 불편을 겪게 된다. 뿐만 아니라 가족관계등록법 제9조 제1항제11조 제1항에 따라 가족관계등록사무는 전산정보처리조직에 의하여 처리하게 되는데, 실제 사용되지 않는 희귀한 한자 등 그 범위조차 불분명한 한자를 문헌상으로 검증하여 가족관계등록 전산시스템에 모두 구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위와 같은 점들에 비추어 볼 때, 심판대상조항이 자녀의 이름에 사용할 수 있는 한자의 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나) 심판대상조항은 자녀의 이름에 사용할 수 있는 한자를 정함에 있어, 교육과학기술부가 중·고등학교 교육의 기준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마련한 ‘한문교육용 기초한자’를 포함하여 총 8,142자를 ‘인명용 한자’로 지정하고 있다. 이는 일본에서 인명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한자가 2,998자 정도이고, 한자의 발생지인 중국에서 의무교육(초·중학교) 과정에서 알아야 할 한자, 출판물 등에 쓰이는 한자, 인명·지명 등 고유명사에 활용되는 한자 등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이는 한자를 선별하여 발표한 ‘통용규범한자표’의 한자가 8,105자 정도인 것에 비추어 보면 결코 적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출생신고서에 출생자의 이름이 ‘인명용 한자’가 아닌 한자로 기재되어 가족관계등록부에 출생자의 이름을 한글로만 기록한 경우에는, 해당 시(구)·읍·면의 장은 출생자의 이름으로 신고된 한자로서 ‘인명용 한자’가 아닌 한자의 자체(字體)와 발음을 기재하여 다음달 10일까지 감독법원에 보고하도록 하고, 감독법원은 그 내용을 분기별로 정리하여 분기마다 다음달 20일까지 법원행정처에 보고하도록 하는 등 가족관계등록규칙 개정을 통하여 지속적으로 ‘인명용 한자’를 추가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인명용 한자의 제한과 관련된 가족관계등록사무 처리지침”(가족관계등록예규 제111호) 제4조 참조}. 실제로 심판대상조항이 처음 도입될 당시에는 우리나라 인명에 사용되는 한자조사결과 등을 토대로 ‘한문교육용 기초한자’를 포함한 총 2,731자가 ‘인명용 한자’로 지정되었으나, 그 후 9차례에 걸친 대법원규칙 개정으로 ‘인명용 한자’의 범위를 확대해 온 결과 현재 총 8,142자에 이르고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이는 사람의 이름에 사용할 수 있는 한자의 범위를 일정한 절차를 거쳐 계속 확대함으로써 이름에 한자를 사용함에 있어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보완장치를 강구하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리고 출생신고 시 ‘인명용 한자’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사용할 수 없었던 이름이라 하더라도, 위와 같은 가족관계등록규칙의 개정으로 추가된 ‘인명용 한자’에 포함되는 경우에는 개명허가 절차를 거쳐 원하는 이름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출생신고 시 ‘인명용 한자’가 아닌 한자를 신고한 관계로 가족관계등록부의 성명란에 출생자의 이름이 한글로만 기록된 경우에는, 개명허가 절차를 거칠 필요도 없이 출생신고인의 추후보완신고만으로 종전에 한글로 기록된 이름을 한글과 한자로 함께 기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마련되어 있다{“인명용 한자 추가에 따른 가족관계등록사무 처리지침”(가족관계등록예규 제322호) 제1항 참조}. (다) 심판대상조항은 출생신고 시 자녀의 이름에 사용할 수 있는 한자를 ‘인명용 한자’로 제한하고 있으나, ‘인명용 한자’가 아닌 한자를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출생신고나 출생자 이름 자체가 불수리되는 것은 아니고, 가족관계등록부에 해당 이름이 한글로만 기재되어 종국적으로 해당 한자가 함께 기재되지 않는 제한을 받을 뿐이며(이 사건 규칙조항 제3항), 가족관계등록부나 그와 연계된 공적 장부 이외에 사적 생활의 영역에서 해당 한자 이름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도 아니다. 또한 친자관계존부확인 등의 재판에 따른 등록부정정에 의하여 가족관계등록부를 폐쇄한 후 종전의 이름과 동일한 이름을 사용하여 다시 출생신고를 하거나, 출생 후 상당한 기간(약 15년)이 경과한 자녀에 대하여 졸업증서, 면허증, 보험증서 등에 의하여 사회생활에서 널리 두루 쓰이고 있다는 것이 증명되는 이름을 기재하여 출생신고를 하는 경우에는 ‘인명용 한자’가 아닌 한자를 사용한 이름으로도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일정한 예외도 두고 있다{“이름의 기재문자와 관련된 가족관계등록사무”(가족관계등록예규 제475호) 제1항 등}. (라)이상의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반되지 않고, 통상 사용되지 않는 한자의 사용으로 인한 당사자나 이해관계인의 불편을 해소하고 가족관계등록업무의 전산화를 통한 행정업무의 효율성 제고라는 공익과의 형량에 있어서도 법익 간의 비례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의 자녀의 이름을 지을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6.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7. 과 같은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조용호의 반대의견과 아래 8. 과 같은 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강일원의 법정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이 있는 외에 나머지 관여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7.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조용호의 반대의견 우리는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청구인의 자녀의 이름을 지을 자유를 침해한다고 생각하므로 아래와 같이 반대의견을 밝힌다. 가. 작명(作名)의 의미 이름(성명)은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고유한 명칭으로 부여되므로, 개인의 정체성과 개별성을 나타내는 인격의 상징으로서 개인이 사회 속에서 자신의 생활영역을 형성하고 발현하는 기초가 된다(헌재 2005. 12. 22. 2003헌가5등 참조). 법정의견도 수긍하고 있듯이 ‘부모가 자녀의 이름을 지을 자유’는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는 헌법 제10조에 의하여 보호받는다. 따라서 사회 속에서 어떠한 이름으로 상징되고 인식되는가는 자녀에게 중요한 문제이므로, 자녀의 인격발현을 위하여 양육권을 가지는 부모는 원칙적으로 자녀의 이름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부모가 자녀의 이름을 짓는 행위는 고유한 사회·문화적 함의(含意)를 지니고 있다. 한자문화권에 속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이름은 보통 한자로 짓기 마련인데, 한자는 표어문자(表語文字)로서 각 글자마다 고유한 뜻을 지니고 있으므로, 이름에 사용된 한자는 우리 사회에서 자기 존재를 나타내는 기본적인 토대가 된다. 그리하여 부모는 자녀의 이름에 부모의 자녀에 대한 기대와 희망 등을 담기도 하고, 건강과 행복을 바라는 마음을 담기도 하며, 친족관계를 용이하게 파악할 수 있는 항렬자(行列字)를 포함하기도 하는 등 심사숙고하여 이름에 사용될 한자를 고른다. 이러한 우리 사회의 현실에다가 이름은 개인을 표시하는 인격의 상징으로서 원칙적으로 개인이 원하는 내용으로 정하여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자녀의 이름에 사용할 수 있는 한자의 범위를 제한함에 있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나. 자녀의 이름을 지을 자유의 침해 (1)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에 관하여 법정의견은 어려운 한자를 이름에 사용할 수 없게 하여 당사자와 이해관계인의 불편을 방지하고 행정전산화를 용이하게 한다는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이 정당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입법목적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정당성을 가지기 어렵다. 1) 심판대상조항은 1990. 12. 31. 호적법 개정으로 비로소 도입된 것으로, 그 전에는 자녀의 이름에 사용할 수 있는 한자의 범위에 아무런 제한이 없었다. 따라서 연혁적으로 보더라도 한자의 숫자가 방대하고 그 범위가 불분명하다는 사실로부터 통상 사용되지 않는 어려운 한자를 이름에 쓸 수 없게 제한하여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되는 것은 아니다. 2) 우리나라는 1948년 구 ‘한글 전용에 관한 법률’을 제정·공포한 이래 한글 전용 정책을 주축으로 하면서 모든 법령 및 공문서가 한글 사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과거 호적부에 이름을 한자로만 기재하던 것도 1994. 7. 11. 구 호적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한글과 한자를 병기하는 것으로 변경되어 현행 가족관계등록부에도 ‘홍길동(洪吉童)’과 같이 한글과 한자를 병기하고 있다. 또한 현재 금융이나 부동산거래 등 각종 사법상 법률관계에서도 개인의 동일성을 식별하고 신분을 확인하기 위해 한글 이름 및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하게 함이 보통이며, 이름을 한자로만 기재하게 하는 경우는 드물다. 따라서 이름에 통상 사용되지 아니하는 어려운 한자를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당사자나 이해관계인이 무슨 불편을 겪는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오독(誤讀)의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이름에 사용할 수 있는 한자를 제한하는 것도 설득력 있는 이유가 될 수 없다. 초·중등 교육과정에서 한자 교육을 필수 과목으로 편제하지 아니한 현재의 교육시스템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의 경우 ‘인명용 한자’라고 하더라도 이를 잘 알고 사용한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심판대상조항의 주된 입법목적은 행정전산화의 편의 도모에 있다. 그러나 정보통신기술의 수준 역시 심판대상조항이 도입된 1990년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달되어 현재는 유용(有用)되는 한자의 전산화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볼 수 없는바, 행정전산화의 어려움을 이유로 이름에 사용하는 한자의 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그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행정전산화가 되기 전에는 모든 한자의 사용이 가능하던 것이 오히려 행정전산화로 인하여 한자 사용에 제한을 받는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수단이 목적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국민의 기본권이 행정전산화의 편의라는 수단에 의하여 제한되어서는 아니되기 때문이다. 3) 그렇다면 법정의견이 들고 있는 입법목적이라는 것은 심판대상조항이 도입될 당시와는 달라진 현실에서 더 이상 그 정당성을 가지기 어렵고, 따라서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될 여지가 없다. (2) 침해의 최소성에 관하여 1) 우리나라에서 한자를 이름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한자의 뜻에 기초하여 자녀의 이름을 짓는 우리의 전통과 문화에 기인하는 것이므로, 이름에 어려운 한자를 사용하는 것이 불편하다거나 또는 행정전산화의 편의를 도모한다는 이유로 이름에 인명용 한자 이외의 한자 사용을 일률적으로 제한할 것은 아니다. 자녀의 복리에 반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부모가 원하는 한자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2) 법정의견은 심판대상조항이 입법목적 달성을 위하여 인명용 한자 이외의 한자 사용을 제한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으나 이는 수긍하기 어렵다. 먼저, 우리나라에서는 공문서에서나 사문서에서나 기본적으로 한글로 이름을 쓰고 한자는 병기(倂記)하는데 그친다. 따라서 사람의 이름을 읽지 못하거나 잘못 읽을 염려가 적으므로 이름에 사용되는 한자의 범위를 제한할 필요성도 적다. 법정의견은 중국과 일본에서도 인명에 사용할 수 있는 한자의 범위를 제한하고 있다는 사정을 들어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한 기본권 제한이 과도하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와는 달리 중국과 일본에서는 사람의 이름을 쓸 때 한자 사용이 기본(원칙)이므로, 한자의 숫자가 방대하고 그 범위가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이름에 사용할 수 있는 한자의 범위를 제한할 필요성이 도출될 수 있다. 따라서 이름에 사용할 수 있는 한자의 범위 제한과 관련하여 중국 및 일본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다음으로, 현재 기술 수준에서 한자 정보의 전산화는 어려운 것이 아니다. 국제 표준코드인 ‘유니코드’에 등록되어 있는 한·중·일 통합한자가 약 8만 자이고, 국내 표준코드인 ‘KS 코드’에 등록되어 있는 한자는 약 1만 8천 자에 이른다.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과 같이 ‘인명용 한자’ 이외의 한자 사용을 일률적으로 제한하지 않고서도 이름에 사용되는 한자를 전산시스템에 구현함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에 의하여 보호되는 ‘부모가 자녀의 이름을 지을 자유’를 위해서 정부의 전산화 기술이 맞춰져야 하는 것이지, 부모가 자녀의 이름을 지을 자유가 정부의 전산화 기술에 맞춰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어려운 한자를 사용하는 것이 당사자와 이해관계인의 불편을 초래하고 행정전산화를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다른 공문서나 공적장부에 기재되는 한자의 범위도 한정하여야 한다. 그런데 국어기본법 제14조 제1항 및 행정기관의 행정업무 운영에 관한 사항을 정하는 ‘행정 효율과 협업 촉진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제27103호,2016. 4. 26.) 제7조 제1항은 “공문서는 한글로 작성하되 뜻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등에는 괄호 안에 한자나 그 밖의 외국 글자를 함께 적을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도, 심판대상조항과 같이 사용할 수 있는 한자의 범위를 제한하고 있지 않다. 또한 ‘외국의 국호, 지명 및 인명의 표기에 관한 사무처리지침’(가족관계등록예규 제451호, 2015. 2. 1.)은 국적회복신고를 하는 경우에 국적회복자는 종전에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던 성명(한자를 포함한다)을 가족관계등록신고서에 기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이때에는 인명용 한자의 제한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8조 제1항). 그렇다면 유독 출생신고할 때 자녀의 이름에 관해서만 한자의 범위를 제한하는 것이 필요한 것인지 의문이다. 3)법정의견이 설시하고 있듯이, 가족관계등록규칙 개정을 통해 ‘인명용 한자’가 추가되는 경우 당사자는 개명허가 절차 또는 출생신고인의 추후보완신고를 거쳐 원하는 이름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이 막연히 장래에 개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들어 현재 기본권 제한이 완화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처음부터 원하는 한자를 사용할 수 있다면 인명용 한자의 추가에 따른 개명허가절차나 추후보완신고 등 불필요한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인명용 한자’의 범위가 9차례의 대법원규칙 개정을 통하여 확대되어 왔다는 사정은,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에 의하여 보호되는 ‘부모가 자녀의 이름을 지을 자유’를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수단을 채택한 심판대상조항의 문제점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인명용 한자로 통칭되는 ‘통상 사용되는 한자’를 누가 결정하고, 어느 정도의 사용빈도가 있어야 그 범위에 들어가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인명용 한자가 처음 도입될 당시(1990. 12. 30.) 2,731자이던 것이 9차례의 개정 결과 현재(2014. 10. 20.) 8,142자로 되었는바, 우리의 경험상 20여 년 사이에 한자 사용의 빈도수가 감소되면 감소되었지 증가하였을 리는 없을 것임에 비추어 보더라도, 인명용 한자 또는 통상 사용되는 한자의 범위라는 것이 얼마나 작위적인 것인지 알 수 있다. 인명용 한자는 ‘프로쿠르스테스의 침대’의 변형인 것이다. 4) 결국 한자의 전면 사용을 허용하되 필요한 경우 예외규정을 두어 그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음에도, 심판대상조항은 국민으로 하여금 국가가 정한 ‘인명용 한자’라는 기준에 맞추도록 강제함으로써 기본권으로 보호되는 ‘부모가 자녀의 이름을 지을 자유’를 일률적으로 제한하고 있으므로,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된다. (3) 법익의 균형성에 관하여 당사자와 이해관계인의 불편 방지나 행정편의 도모라는 공익보다 심판대상조항으로 말미암아 부모가 자녀의 이름을 자유롭게 지을 수 없게 됨으로써 초래되는 기본권 침해가 훨씬 중대하다고 볼 수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지 못하였다. 다. 결론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의 자녀의 이름을 지을 자유를 침해한다. 8. 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강일원의 법정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이름은 사람을 다른 사람과 구별하는 표지가 되고 이를 기초로 법적·사회적 관계가 형성된다. 또 이름은 인격의 주체인 사람을 표시하는 인격의 상징으로서의 의미도 갖는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이름에서 연유되는 이익을 침해받지 않고 자신의 관리와 처분 아래 둘 수 있는 성명권을 가지며, 성명권은 사회적 인격상에 관한 자기결정권의 대상이 된다(대법원 2005. 11. 16. 2005스26 결정 참조). 헌법 제10조와 제36조 제1항에 따라 ‘부모의 자녀의 이름을 지을 자유’가 보장되지만, 부모가 지은 이름은 그 자녀에게 귀속되므로 자녀의 성명권과 인격권이 침해되지 않는 범위에서 행사되어야 한다. 심판대상조항은 일반적으로 쓰이지 않는 어려운 한자를 이름에 사용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당사자와 이해관계인의 불편을 해소하는 데 중요한 목적이 있다. 단순히 행정 편의를 위한 규정으로 가볍게 볼 성질의 규정이 아니다. 대부분의 부모는 자녀를 위하여 부르기 쉽고 아름다운 이름을 지어주기 위하여 노력한다. 그러나 자녀의 권익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부모의 일방적 뜻에 따라 이름을 짓거나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운명론에 따라 부르기 어렵고 이상한 이름을 지어주는 경우도 드물지는 않다. 예전에는 아들을 낳기 위한 소망을 담아 딸의 이름을 이상하게 짓는 경우가 흔했고, 놀림거리가 되거나 좋지 않은 인상을 줄 수 있는 이름을 지어주는 사례는 최근까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14년 한 해 동안 접수된 개명신청사건이 15만 건이 넘고 그 중 14만 건 넘는 개명신청이 허가된 것을 보아도 부모가 지어준 자신의 이름에 불만을 품은 사람이 적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자녀의 이름을 부여하는 판단 기준은 ‘자녀의 복리’가 우선이라고 선언한 바 있고, 뉴질랜드와 스웨덴 등은 거부감을 주는 이름이나 너무 긴 이름 등을 자녀의 이름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법률에 규정하고 있다. 현재 이름에 사용할 수 있는 한자는 8,142자이고 이것도 단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런데 한글 사용이 권장되고 한자 사용이 줄어들면서 한자를 편하게 읽고 쓸 수 있는 사람의 수는 크게 줄고 있다. 특히 한자 교육을 충분히 받지 않은 젊은 세대는 현재 이름에 사용할 수 있는 한자는 물론 기본 한자도 읽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읽거나 쓰기 어려운 한자를 자녀의 이름에 사용하는 것은 자녀 본인에게 불편을 줄 뿐만 아니라 자녀의 사회생활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 어려운 한자를 쓴 이름의 등록을 제한한다고 하여 그 이름을 사용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이 사건에서 청구인은 자녀의 이름을 가족관계등록부에 ‘로○’으로 등록하더라도 가정에서나 일상생활에서는 아무런 제한 없이 ‘로○(○)’으로 표기하고 사용할 수 있다. 가족관계등록부에 청구인 자녀의 이름이 ‘로○(○)’이 아닌 ‘로○’으로 등록된다 하여 자녀의 복리나 권익에 어떤 제한이 있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청구인의 권리가 침해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법정의견이 충분히 설명한 논리에 이런 사정을 더하여 보면 심판대상조항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재판관 박한철(재판장) 이정미 김이수 이진성 김창종 안창호 강일원 서기석 조용호